당근의 향이 아이리스 뿌리에서 나는 향과 비슷한 점은 여전히 흥미롭다. 아이리스 추출물은 당근 추출물보다 50배나 비싸기 때문이다. 조향사의 마음은 가끔 비용 부담이 적은 쪽으로 기울기도 한다. - P181

혼합 향신료는 여성 향수와 남성 향수에 모두 사용된다. 향은 남녀를 따로 나누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향에 성별이 있느냐의 여부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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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면에서 문학을 생각해본다. 문학은 바로 이런 복잡함의 원칙을 받들고 지켜야 한다. 이론은 간단함을 지향하지만 문학은 복잡함 쪽으로 다가가야 한다. 문학마저 간단해지면 모든 인생은 줄어들어
‘먹고 놀고 마시고 싸고 잤다‘라는 짧은 문장으로밖에 남지 않을 것이다. 소설도 다 줄어 간략한 개괄 몇 줄밖에 남지 않을 것이다. 역사도 줄어 몇몇 위대한 영웅만 남고, 수많은 용감한 행동과 비겁한 도망에 관한 이야기도 간략해져 그저 ‘영광과 굴욕‘ 이렇게 기록될 것이다. 그래서는 안 된다.
우리는 이런 식의 간단한 결말은 결코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과정을 보아야 한다. 복잡한 과정에서 인생의 고단한 상황을 보고, 엄숙하고 장중한 아름다움을 누려야 한다. 사실 사람의 일이란 대부분은줄이거나 삭제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 P237

니체는 운명을 사랑하라고 했다. 운명을 사랑해야 사랑의 경지에 다다른다고 했다. 운명을 사랑하라는 말은 신을 사랑하라는 말이다.
신은 무한한 종류의 운명을 창조했다.
만약 당신이 만난 운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것을 미워할 것인가? 운명을 사랑하라는 말은 중생을 사랑하라는 말이다. 마음에 들지 않은 운명이 다른 이에게 간다면 당신 마음은 가벼워지고 행복해질까? -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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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해보면 사람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그 어떤 소리, 빛, 자태 심지어 온도와 분위기에도 다 호응하고 공명할 수 있는 무언가가 원래부터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아주 많은 일들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느낄 수 있고, 정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영원히 기억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아마도 형식의 힘이 아닐까 한다. - P203

차안은 영원히 부족하고 결핍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피안은 무너지고 말 테니. - P221

사람들은 한 뭉치의 향을 사서 통째로 향로에 꽂았다. 은은한 향불이 아니라 불길이 치솟았고, 연기로 온 하늘을 하얗게 뒤덮었다. 사람들은 진심을 다해 꿇어앉아 승진을 기도했고, 복과 장수를 기도했고, 재난을 피하게 해달라 기도했고, 돈을 벌게 해달라 기도했다. 그런 현생이 어렵다면 내세를 원했다. 어쨌든 부처 앞에서 모든 것이 잘되게 해달라고 자신에게만 전폭적인 우대를 요구했다.
절은 오랫동안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니 이제는 극도로 현실적인 곳이 되었다. 이곳에서 주저하고 머뭇거릴 일은 없어졌다. - P222

그때 깨달았다. 할머니가 왜 그토록 종이봉투를 붙이고, 이불에 수를 놓으며 쉬지 않으려 했는지. 부모님이 봉양하고 있었으니 돈이 필요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할머니는 돈이 아니라 노동 자체가 필요했다. 할머니의 출신성분은 할아버지를 따라서 지주였다. 그 지주 할아버지는 서른 몇 살에 세상을 떠났고, 할머니 홀로 세 아들을 키우느라 수십 년간 온갖 고생을 했지만 사람들 눈에는 그게 아니었다.
다들 할머니를 지주라고 비판했다. -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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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고향에 대해 새롭게 깨달았다. 누군가의 고향이란 특정한 땅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 더할 수 없이 넓은 마음으로, 공간과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마음이 불러일으키면, 언제든 바로 고향으로 돌아가게 된다. - P156

이야기는 이야기로서의 요구 때문에 강요가 있을 수밖에 없다. 마음을 움직여야 하고, 감동에 눈물을 흘리게 만들고, 파란만장해야 하고... 결국 사람을 매혹시켜야 한다. 그 결과는 그냥 하나의 이야기가 될 뿐이다. 사람들의 진짜 고통과 고난이 다른 사람들에 의해 엮여 즐거움이 되고, 한 시대의 절망과 바람이 다른 시대에 소탈한 문자로 바뀌는 일. 물론 정당하지 않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사이에는어쩔 수 없는 거대한 틈이 생기고, 그 사이로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것들이 자꾸 새어 나간다.
중요한 것은 사건이 아니고 도리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 P179

저 강가에 제일 먼저 걸어오는 남자, 혹은 이 강가를 떠나지 않고 마지막까지 남은 남자 모두 내 아버지가 아니다. 만약 강 저편에 서서 어머니가 탄 가마가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던 남자가 나의 아버지가 되었다면, 나는 여전히 나일까? 물론 나는 나겠지만 또 다른 나일 것이다. 이렇게 보면 나의 유래는 너무 우연한 것이 아닐까? 그 누구의 근원도 다 이렇게 우연한 것이 아닐까? 모두 다 우연이라면 또 우연이라고 말할 것이 무엇이 있을까? 나는 필연적으로 나다. 모든 사람도 필연적으로 그 자신이다. 사람들 모두 다 마찬가지다. -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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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오래된 사진 한 장. 찍을 때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았고, 찍고 나서도 아무렇게나 던져두었기에 사진을 찍은 사실조차 잊었다. 그러다 어느 날, 옛날 물건들을 정리하다 우연히 낡은 그 사진을 보면, 그것이 나의 유래이고 내가 돌아가 안길 품처럼 느껴진다. 반면 엄숙하고 진지하게 남긴 수많은 사진은, 오히려 어디서 찍었고 왜 찍었는지도 잊고 만다. - P92

인간의 근본적 공포는 바로 이 ‘가벼움‘이란 글자에 있다. 경시와 무시 같은, 조소 같은, 가난한 자의 손에 들린 휴지조각이 된 주식 같은, 실연 같고 죽음과도 같다. 가벼움이 가장 무섭다. - P106

당시의 중국은 사랑을 부끄럽게 여겼고, 어쩔 수 없이 저지르는 잘못처럼 생각했다. 특히 남녀 지식청년이 농촌에 와서 큰일도 하지 않고, 사랑을 먼저 말한다면 당시 상황에서는 혁명의지가 꺾인다고 말들이 많았을 것이다. - P119

어쩌면 모든 예술은 다 이런 기원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힘들고 고된 생활에는 희망이 필요하고, 건강한 생명은 사랑이 필요하다. 셀 수 없는 날들과 헤아릴 수 없는 마음의 일은 모두 다 털어내고 말해야 한다. - P126

우리는 신체의 장애를 입은 사람보다 영혼에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더 많은 동정과 사랑을 주면 안 되는 것일까?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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