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어 오래된 사진 한 장. 찍을 때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았고, 찍고 나서도 아무렇게나 던져두었기에 사진을 찍은 사실조차 잊었다. 그러다 어느 날, 옛날 물건들을 정리하다 우연히 낡은 그 사진을 보면, 그것이 나의 유래이고 내가 돌아가 안길 품처럼 느껴진다. 반면 엄숙하고 진지하게 남긴 수많은 사진은, 오히려 어디서 찍었고 왜 찍었는지도 잊고 만다. - P92
인간의 근본적 공포는 바로 이 ‘가벼움‘이란 글자에 있다. 경시와 무시 같은, 조소 같은, 가난한 자의 손에 들린 휴지조각이 된 주식 같은, 실연 같고 죽음과도 같다. 가벼움이 가장 무섭다. - P106
당시의 중국은 사랑을 부끄럽게 여겼고, 어쩔 수 없이 저지르는 잘못처럼 생각했다. 특히 남녀 지식청년이 농촌에 와서 큰일도 하지 않고, 사랑을 먼저 말한다면 당시 상황에서는 혁명의지가 꺾인다고 말들이 많았을 것이다. - P119
어쩌면 모든 예술은 다 이런 기원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힘들고 고된 생활에는 희망이 필요하고, 건강한 생명은 사랑이 필요하다. 셀 수 없는 날들과 헤아릴 수 없는 마음의 일은 모두 다 털어내고 말해야 한다. - P126
우리는 신체의 장애를 입은 사람보다 영혼에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더 많은 동정과 사랑을 주면 안 되는 것일까? - P13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