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죽음을 좋은 일로 여긴다. 우리는 아직 죽을 자격이 없어서 살고 있는 거다. - P80

일이란 사람이 하니까 생기는 것이다.
어떤 일은 하지 않으면 그냥 없어진다.
하기 시작하면 평생에 걸쳐 해도 끝이 없다. - P108

똑똑한 자와 어리석은 자 모두 자기 생을 살아가고 있는데 남에게 간섭할 필요가 뭐가 있겠나. 똑똑한 사람에게 지혜와 재주를 마음껏 발휘하게 해준다면 바보에게도 자신의 어리석음을 맘껏 펼칠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그래야 공평하다.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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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다른 연령대의 사람들을 보면 내가 그 나이에 이르렀을 때 무슨 재미로 살지 명확히 보인다. 한 사람이 세상에 나오는 순간, 이 마을에는 그의 온 미래가 빤히 펼쳐져 있다. 그가 열다섯이나 스무 살일 때에는 서른 살, 쉰 살, 일흔 살인 사람들이 그의 모든 미래를 펼쳐 보인다. 그가 여든이 되면 마흔 살, 스무 살,열 살짜리들이 또 그의 모든 과거를 재현한다. 그는 다른 모습으로 살 수 없다. 그들보다 나을 수도 처질 수도 없다. - P71

큰일을 이뤄낸 많은 사람이 한두 가지 평범한 일을 못 해봤거나 못 해냈다는 사실을 임종 직전에야 알아차리고 아쉬워하곤 한다. 평범함에 다가가려면 기나긴 일생 동안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더 많은 시간을 나처럼 길 하나 또는 무성한 풀밭 또는 소 몇 마리를 사이에 두고 마을 사람과 어울릴 수 있어야 한다.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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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통신은 일본에서 중년 숫총각이 증가하기 시작한 시기가 경기 침체기와 겹친다고 분석했다. 한 결혼 문제 전문가는 "많은 일본 남성이 경제적 근육을 잃자 자신감까지 상실했다"라고 진단했다. 지난 20년간 이들이 안정적인 정규직을 찾느라 정력을 쏟는 과정에서 ‘남성성‘이 희생됐다고 덧붙였다. - P66

자신이 드러나지 않도록 억제하는 일본 문화는 강렬한 변신 욕망을 자극한다. 일상이 규범과 매뉴얼로 촘촘히 채워져 있기 때문에 그로부터 탈출해 다른 비일상적 자극에서 자신을 찾고 싶은 욕망이 더강하다는 것이다.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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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사람 가랑이 밑에서 오랫동안 달렸다고 그 말을 자기 것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 말이 보기에 사람은 그저 등에 실린 물건일 뿐이다. 어쩌면 말은 진즉부터 사람을 자기 몸의 한 부위로 여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 P25

세월이 흘러 마침내 무언가가 등 뒤에서 슬금슬금 나를 따라잡았다. 모두 엄청난 것이지만 젊을 때는 대수롭게 여기지도, 마음 졸이지도 않았다. 어느 날 돌아보니 어느새 그것들이 지척에 와 있다.
그제야 나는 지난 세월 쉬지 않고 달린 말과 말 탄 사람을 이해한다. 말은 사람에게 채찍질당해 달리는 것이 아니다. 결코 아니다. 말은 스스로 달아나는 거다. 말은 태어나자마자 달아나기 시작한다. 사람은 그저 말의 속도를 빌려 자기 운명의 액운에서 벗어나려는 거다. - P25

거창한 일들을 마무리하는 사람은 따로 있구나 싶다. 그는 사람들 뒤에 멀찍이 떨어져 그들이 다 했다고 여기는 일을 마저 한다. 수많은 일이 이런 식이다. 시작한 사람은 잔뜩 있지만 막판에 이르면 어느 한 사람 몫이 되고 만다. - P33

내가 풀과 나무의 몸에서 얻은 것은 사람의 몇몇 이치일 뿐 초목의 이치라고는 할 수 없다. 나는 내가 초목을 이해한 줄 알지만 실은 나 자신을 이해했을 뿐이다. 초목에 대해서는 통 모른다. - P51

둔덕 하나를 택한 쥐는 둔덕 꼭대기에 올라 멀리 내다보며 스스로 높은 곳에 있다고 며기지난, 이 조그만 둔덕이 커다란 구덩이 속에 있는 줄은 모른다. 이런 우스꽝스러운 근시안적 행태는 쥐는커녕 사람도 피할 길이 없다. - P55

바삐 움직이는 이들 수확자를 보면 풍작의 기쁨은 사람만의 것이 아니라 만물의 것임이 느껴진다.
우리에게 경사스러운 날에 쥐가 흐느끼고 새가 슬피 운다면, 우리의 기쁨은 얼마나 쓸쓸하고 거북할까.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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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고 힘이 넘치던 시절에 무겁고 힘겨운 일은 나하고 겨룰 생각 없이 모두 멀찍이 피해 있었다. 나이 들어 기운이 없어지자 차례차례 나를 찾아와 늙어버린 사람을 괴롭혔다. 아무래도 이런 게 바로 운명이지 싶다. - P13

나는 나무에 앉은 참새 떼를 다른 나무로 몰아내고 도랑에 흐르는 물을 다른 도랑으로 끌어들였다. 나는 내 모든 행동이 예사롭지 않고 보람차다 믿는다. 나는 평범한 사람이다. 이다지도 작고 외진 마을에 살면서 하는 일 없이 평생을 빈둥거릴 팔자다. 나는 나 자신에게 쓸데없는 일을 찾아줘야 한다. 그래야 살아갈 이유가 생긴다. - P15

그날의 해를 내가 떠나보내는 줄은 아무도 모른다. 저물녘마다 모래언덕에 홀로 서서 해에게 손 흔들어 작별 인사를 하는 그 사람이 바로 나다. 나 아니면 이런 일을 누가 하겠나. 손님이 돌아갈 때면 마을 어귀까지 바래다주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온종일 우리를 환히 비춰준 해가 돌아갈 때는 배웅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사람들이 하지 않는 일이 곧 내 일이다. 나는 해가 멀리 떠나는 모습을 내내 지켜본다. 지평선으로 떨어지는 새빨간 얼굴 반쪽이 아쉬운 듯 나를 바라볼 때, 이 마을에 해가 알아보는 사람은 오직 나뿐임을 깨닫는다. 내일 아침 일찍 마을 동쪽 끝에 홀로 서서 떠오르는 해를 맞이하며 손 흔드는 사람 또한 나일 테니까.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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