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받은 중년의 중국인에게 선전 문구가 쓰인 시대를 알아보는 것은 일종의 정치 고고학이다. 문자도 발굴 대상이 될 수 있다. 때로는 글자 아래에 정반대의 뜻이 숨어 있기도 하다. 현수막에 "위생"이라는 용어가 많이 쓰였다는 사실은 당시 푸링이 비위생적이었음을 시사한다. 마찬가지로 푸링을 "국가"라고 반복해서 언급한 것을 보면 푸링의 지도자들이 변방으로서의 위치를 의식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 P6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 대학생들은 시진핑이 평생 국가주석을 할지도 모르는 체제에서 성인이 된 첫 번째 세대였다. - P20

중국에는 여러 종류의 거절이 존재한다. 가장 단순한 것은 금전적인 거절이다. 비즈니스 세계의 거절은 직설적이고 단호하다. 학교의 거절도 직설적일 수 있다. 시험 위주의 중국 학원 문화에서는 특히 그렇다. 하지만 만약 거절의 이유가 정치적이거나 혹은 외국인과 관련되어 있다면 아무 응답이 없을 수도 있다. 아무도 무슨 결정이 있었는지 말하지 않고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는다. 소통의 부재는 사실상 문제도 해결책도 존재하지 않음을 뜻한다. 마치 애초부터 신청서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 P31

거리감과 친밀감의 이러한 조합은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에게서 특히 두드러졌다. 푸링 주민들은 늘 이 두 인물에 대해 이야기했고, 지난주에 했던 대화를 떠올리듯 무심코 이들의 말을 인용했다. 외국인인 나로서는 새로운 땅에 살면서 현지인이 숭배하는 신들을 알게 되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러나 시진핑은 새로운 유형의 신을 대표하는 것처럼 보였다. 임기 초기에 부패에 대한 엄격한 단속을 시작했고, 내 예전 학생들을 비롯해 많은 이가 여기에 호응했다.(중략)
시진핑을 찬양하면서도 시진핑 개인의 특성은 언급하지 않는다. 예전 같은 친밀감이 사라진 느낌이었다. 대신 이제는 다들 시스템이 작동하는 방식을 강조한다. 이것이 성격과 외모가 매력의 중심이었던 마오쩌둥, 덩샤오핑과 시진핑을 구별 짓는 점 중 하나였다. - P33

교사로서 새로 맞이한 삶에서 도시는 더 커졌고 캠퍼스도 커졌다. 심지어 학생들도 커졌다. 중국의 젊은이들은 이제 부모 세대보다 대학에 진학할 확률이 여섯 배나 높았다. 대학은 상상할 수도 없던 규모로 확장 또는 재건되었고 1인당 GDP는 개혁개방 초기에 비해 65배나 증가했다. 10억 농민의 4분의 1 이상이 도시민으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마르크스주의대학의 옆 건물에서 강의를 했고 대학은 여전히 구식 공산주의 집회를 열었다. 기념일의 숫자가 점점 더 커진다는 사실은 그저 얼마나 많은 것이 변함없이 그대로인가를 분명히 보여줄 뿐이었다. (중략) 나처럼 오랜만에 돌아온 교사에게는 수수께끼가 아닐 수 없었다. 어떻게 한 나라가 이토록 커다란 사회와 경제와 교육의 변화를 겪고도 정치는 정체되거나 퇴보할 수 있을까? - P4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디바 출정이 진짜 목표로 삼은 관객은 꼭 타이완인들이 아닐 수도 있다. 오히려 진정한 관객은 중화인민공화국의 네티즌들과 참가자 본인들이었다. 다시 말해, 디바 출정의 주요 동기는 타이완해협 반대편의 웹사이트를 도배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랑, 자기 미화, 셀프 퍼포먼스를 전시하는 것이었다. - P3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터넷 민족주의는 조직방식, 사유 방식, 감정표현 방식에 있어서 모두 선명한 팬덤 문화의 특징을 지니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상술한 바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민족주의를 설명하기 위해 ‘팬덤 민족주의‘라는 개념을 제안하였다. 이 점에 있어서 한국의 독자들은 공감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대륙의 엔터테인먼트 문화산업과 팬덤 문화는 한국의 영향을 크게 받았기 때문이다. 팬덤의 조직형식, 감정적 특징 등이 민족주의 운동 속에 체현되어 있다. - P14

디바 출정 참여자 중 상당수는 해외유학생이었는데, 그들은 1980~1990년대 유학생처럼 서구의 문명과 문화를 우러러보지 않았으며, 서구를 가까이에서 접촉한 결과 오히려 더 강해진 국가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다. 세계화가 반드시 전 지구적 관념을 가지고 오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변증법적인 역방향의 효과를 낳기도 한다. - P15

1장에서 양궈빈은 디바 출정을 규정하면서, 이것은 남에게 보여지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만족을 위한 ‘셀프 퍼포먼스‘라고 보았다. 겉으로는 타이완을 공격하는 모습을 띠고 있지만, 사실 참가자들은 그 누구도 자신들의 공격이 타이완인들에게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는 애초에 기대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대신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순식간에 조직을 만들고, 행동으로 옮기고, 일사분란하게 재미있는 이모티콘을 만들고, 방화벽을 넘어 페이스북을 점령하는 자신들의 모습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었다. - P2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오니즘을 반대하는 유대인들도 많이 있고, 그들도 로비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런 사람들은 좌파이고 돈이 없습니다. 인구상으로는 반반 정도지만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유대인이나 기독교인은 엄청난 자본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이 사람들을 적으로 돌리면 선거에서 ‘당선될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습니다.
예를 들어 오바마 대통령이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됐을 때, 첫마디가 "나는 이스라엘의 생존권을 지지합니다"였습니다. 그렇게 말함으로써 나는 이스라엘의 편입니다라고 선언한 것입니다. 그러자 친이스라엘, 친시오니즘 단체에서 거액의 기부금이 들어왔습니다. - P21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