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도》에 등장하는 "사무라이에게 있어서 비겁한 행동이나 부정행위만큼 수치스러운 일은 없다"라는 관념은 국가를 위해 희생하지 않으면 수치스러운 것이라는 가치관과 연결되는 면도 있는 것 같다. 일본군의 극단적 자기희생은 미국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 P110
미국과 같은 강대국과 전쟁을 벌인 일본의 무모함이 어디서 왔나 생각해 보면, 실제로 정신이 물질보다 우월하다고 믿은 것도 원인 중 하나인 것 같다. 초강대국 미국을 물질적인 힘으로 이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당시 일본 상층부도 알 만한 사람은 알았을 것이다. 그런데 청일 전쟁(1894~1895)과 러일 전쟁 (1904~1905)에서 연달아 승리한 것이독이 됐다. 국민들은 일본은 지지 않는다는 환상을 갖게 됐다. 이번 전쟁도 신이 지켜 줄 것이라는 신앙에 가까운 환상 말이다. 그러나 가미카제는 불지 않았다. - P112
그런데 일본인이 원래 근면 성실했던 것은 아니다. 1800년대 후반 일본을 방문한 서양 사람들은 일본인의 ‘게으름‘을 지적했다. "일본의 노동자들은 거의 모든 곳에서 게으르다", "이 나라에서는 빨리 진행되는 일이 없다", "일본인의 ‘곧‘은 지금부터 크리스마스까지라는 뜻이다" 등 시간 개념이 없는 일본인에 대한 글들이 많다. 메이지시대 이후 근대화 과정에서 시간 개념이 생긴 것이다. - P124
요즘은 니노미야의 동상을 철거하는 경우도 많다. 그 이유를 살펴봤더니 "아이가 일하는 모습이 교육에 안 좋다"는 의견이 있어서라고 한다. "책을 보면서 걷는 건 위험하다"는 의견도 있다.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보면서 걸으면 안 된다고 교육하는데, 니노미야의 동상을 보면 설득력이 없어진다는 아주 현대적인 이유다. 한마디로 이제 니노미야의 근면 성실은 시대에 맞지 않는 것이다. 어쨌든 아이들에게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시대는 지나간 것 같다. - P128
나도 오사카에서 대학생 때부터 자주 갔던 단골 술집이 있었는데, 코로나19 시기에 문을 닫았다. 문을 닫기 며칠 전에 갔더니 단골들이 "몇십 년 다녔는데 이제 어디로 가야 하냐"고 아쉬워하면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여기가 없어지면 이제 만날 일이 없는 사람들이다. 술집이 하나의 커뮤니티 역할을 했던 것이다. 뭔가 한 시대가 끝난 것 같은 쓸쓸함을 느꼈다.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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