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무엇보다도 구체적이면서도 어느 정도 희극적으로도 보이는 여러 사례를 통해 제시되는, 학자이자 대학교수인 저자가 처음 접하는 공무원 사회의 모습은 일종의 풍자적인 해학이다. 효율을 강조하지만 오히려 효율적이지 않고 심지어 비실용적인 성과 위주의 형식적이고 권위적인 조직 체계는 성년을 대부분 비교적 자유로운 학계에서 보낸 작가에게는 낯설면서도 당황스러운 감정들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 P47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제야 비로소 알 수 있었다. 한 가지 일에서 다른 일로, 한 가지 심경에서 다른 심경으로 바꾸는 것은 얕은 개울의 돌 위에서 뛰어오르는 것처럼 경쾌하지 않고, 풍선을 묶은 낡은 줄을 풀고 새것으로 바꾸는 것과 같았다. 새 줄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으면 임시로 손가락으로 잡고 있어야 하는데, 힘을 풀거나 격하게 움직이면 공기가 새어나가버릴 염려가 있다. - P44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귀국 후에 칭화대학에서 교직을 얻었으나, 임시직일 뿐 정년이 보장된 것은 아니었다. 정년을 보장받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어서, 수준 높은 성과를 계속 내놓아야 했다. 그 몇 년 동안 그녀의 주방에 있는 가스레인지에는 불이 켜진 적이 없고, 젓가락도 건드리지 않았다. 아침에 시리얼을 타서 빵과 먹고, 점심과 저녁은 학교 식당에서 먹었으며, 나머지 시간은 모두 실험실에서 보냈다. - P404

"칭화대학은 남들이 가려고 해도 갈 수 없는 곳이야. 사직하고 나서 이보다 더 좋은 직장을 어떻게 구할 수 있겠어?"
"왜 굳이 칭화대학에서 가르쳐야 해? 영어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 스트레스를 덜 받겠지. 칭화대학에서 나와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창피한 일이야? 왜 체면을 위해 살아야 해? 왜 아무도 내 괴로움을 이해해주지 않아?" - P40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상부에서 수시로 무작위로 골라 전화를 걸어서 질문할 수 있는데, 국장은 어디에 있든 항상 목소리를 낮춰서 이렇게 대답했다.
"잠시만요. 지금 회의중입니다."
그런 다음 서둘러 5분 동안 외우고, 다시 전화를 걸어서 술술 대답했다. - P368

이것이 바로 인생이다. 땅강아지나 개미와 같은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당신, 바로 당신이 개미를 관찰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 P381

그는 일 년 내내 ‘지적장애인의 노후‘라는 주제로 사진을 찍는데, 어떤 각도로 찍느냐 하는 것은 자기가 촬영 대상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달려 있다. 장애인의 고통과 무력감은 엽기적인 구경거리가 되어서는 안 되며, 삶의 비극적 관성이다. - P39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금의 스다루에는 ‘문화 보호‘라는 분명한 슬로건이 있음에도 서점은 하나도 없다. 그분은 더는 길거리에서 책을 사지 않는다. SNS에서 인기 있는 서점들은 책상과 의자가 멋지고, 녹색 식물과 커피, 수공으로 제작한 천 공예가 있으며, 산뜻한 옷을 입은 젊은이들이 사진 찍을 배경을 찾는다. 하지만 책이 아주 높은 곳에 놓여 있어서 애초에 사람의 손이 닿지 않고, 직원을 불러도 오지 않으니, 한번 가면 바로 낙심하게 된다. - P333

거리에서 산 책에는 당연히 거리의 각인이 찍혀 있어서, 어디에서 샀는지, 서점 주인과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책 등과 표지를 보면 당시의 장면을 모두 머릿속에 다시 떠올릴 수 있다. 인터넷에서 산 책에는 이런 것들이 담겨 있지 않고 거리의 숨결에서 벗어나, 생명 없는 전자 페이지에서 자기 책장에 왔으므로 가끔 "이게 내가 산 책인가?" 하는 의혹이 생기기도 한다. - P334

그분처럼 문학을 연구한 사람은 자기가 연구하는 학과가 약간 ‘지나치게 발전‘해서 종종 곤혹에 빠지게 되므로, 반드시 전체 지식 역사의 운동과 변혁을 통해서 그것을 이해해야만 현대 지식 분과 체계에서 ‘우물 안의 개구리‘ 같은 처지에 이르지 않게 된다고 했다. - P336

요즘 뭐 하시느냐고 물을 때마다 그분은 늘 번역하고 있는데, 이번 생을 다 바쳐도 이 책들을 다 번역하지 못할 거라고 했다. - P338

"번역의 비결은 무엇인가요?"
"천천히 하는 것이지. 그리고 스스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느끼는부분은 틀림없이 잘못된 것이니, 절대로 대충대충 독자를 속여서는 안 되네." - P34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