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히 노력해 리스크를 관리하고 가능한 한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으며 산다. 이야말로 성인이자 사회인의 자세다‘라는 규범이 너무 강고해진 나머지 무모한 도전뿐 아니라 ‘막상 해보면 쉬울 것‘ 같은 도전조차 생각만 하고 말기 쉽다. - P258

지금 우리가 사는 세계는 ‘안심‘, ‘안전‘을 부르짖으며 미래를 예측 가능하게 만들고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런 사고방식은 ‘준다는 확약 없이는 줄 수 없는‘ 사회적 관습을 강화하고 ‘빌려준 것‘과 ‘빌린 것‘을 즉시 청산하려는 태도를 낳는다. - P259

홍콩의 탄자니아인들은 조합 활동에 대한 실질적인 공헌도나 궁지에 몰린 원인을 묻지 않고, 조합원 자격이나 타자를 도울 때에 관한 세세한 규칙을 명확히 만들지않고, 그저 타자가 필요로 하는 지원에 응할 것인지 말 것인지만을 판단한다. - P261

스스로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인간, 완벽한 인간이 되게끔 노력해서 자신의 가능성에 베팅하거나 또는 가치관과 자질이 서로 비슷한 동질적인 소수와 깊은 관계를 맺고 이에 따른 호수성 및 응답할 의무에 확실히 응답해가는 대신에, 능력, 자질, 선악의 기준, 인간성이 다른 사람들과 가능한 한 많이 느슨하게 연결되고 타자의 다양성이 만들어내는 ‘우발적인 응답‘의 가능성에 베팅하는 것은 ‘이질성과 유동성이 높고 누가 응답해줄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불합리한 전략이 아니다. 어떤 일이든 나름대로 해내는 제너럴리스트인 동시에 어떤 인간과도 나름대로 함께 헤쳐나갈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가 되어 불확실한 세계를 살아나가는 것이다. - P264

홍콩의 탄자니아인들은 유휴 자원이나 자투리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목적 지향적인 경제 논리로 ‘겸사겸사‘를 조직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들이 ‘겸사겸사‘, ‘무리하지 않는 것‘을 강조하는 이유는, 그것이 주는 사람이 유효하게 써먹을 수 있는 ‘낭비‘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 ‘대단치 않음‘이야말로 각자의 인생을 찾아 홍콩에 와서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개별 인간의 자율성, 서로 간의 대등함을 저해하지 않기 때문이다. - P267

단, ‘저 사람은 분명 나를 좋아한다‘는 행복한 확신을 인생에서 반복해서 얻으려면 사람들의 우발적인 욕망이나 욕구가 완벽하게 매칭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라 때때로 버그나 에러가 일어나는 불완전한 시스템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 P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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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해서 돈을 버는가, 좋은 사람인데 왜 나쁜 일에 손대는가, 왜 그 사람은 나에게 친절히 대해주는가, 라는 물음과는 별도로 서로 관계를 맺어나가는 지점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이들이 장사의 논리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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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를 쉽게 신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지라도, 그럼에도 누군가를 믿어보겠다고 결심하지 않으면 비즈니스는 개척되지 않는다. 그리고 살면서 추락하게 되는 계기는 배신 외에도 무수히 많다. -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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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UST의 경우, 예를 들어 친구의 친구의 지인이어서 거래 당사자들끼리는 잘 모르는 사이라도 유저가 당연히 ‘동료‘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과거의 거래 실적으로 친구나 동료에게 등급을 매기는 것은 우정에 반하는 일이며, 홍콩과 아프리카 국가들의 불안정하고 투기적인 시장을 상대로 장사하는 이들이 볼 때 과거의 거래 실적이 미래의 신뢰를 보장한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 P166

SNS는 한 점의 의혹도 없이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은 없고, 거꾸로 전혀 신뢰할 수 없는 극악한 인물도 없다는 적나라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 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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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성을 기반으로 조합이 운영된다고 가정했을 때, 조합 활동에 공헌하지 않는 사람도 지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위험도가 높은 범죄 행위에 손댄 동료가 어려움에 빠졌다고 도울 필요가 어디에 있는가? 자업자득 아닌가?
카라마를 비롯한 조합원들과 생활하다 보면 조합 활동에 대한 실질적인 공헌도, 특정한 어려움, 궁지에 빠지게 된 ‘원인‘을 거의 불문하고, 마침 홍콩에 있는 그 타자가 처한 상황(결과)에만 응답하여 가능한 범위 내에서 지원해주는 태도가 폭넓게 관찰된다. 이는 죽음이라는 특별한 사태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또한 조합 활동과 타자에 대한 세세한 규칙이나 규범을 가능한 한 만들지 않는다/애매한 채로 둔다는 의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 P88

그들에게 ‘궁지에 빠진 경험‘을 물으면 다들 수없이 겪어본 인생의 위기를 들려준다. 그 위기들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집회에서 조합원들이 말했듯이 우연히 만난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분명 누군가가 도와준다‘라는 신념은 ‘동포에게 친절히 대해야 한다‘는 기대가 아니라, 각기 다른 인간들이 갖고 있는 서로 다른 가능성에서 주고받기의 기회를 발견해 내는 각자의 ‘지혜‘에서 비롯한다.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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