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라는 게 뭐지? 혈연관계? 법적인 관계? 한 지붕 아래 사는 사람? 다 정확하지 않은 답이라는 걸 깨달았어. - P299

먹고 입고 사는 것 중 어느하나 비싸지 않은 게 없는 홍콩에서 성인 한 사람이 살아남는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집세만 해도 벌써 수입의 절반을 갉아먹을 정도이니, 열다섯 살 난 소년이 스스로 먹고살아야 했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 P321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거리에서는 늑대처럼 사는 개만이 생존할 수 있는 법이다. - P322

DNA 감식이 유전자에 숨어 있는 수많은 이야기를 찾아준다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같은 유전자를 가진 가족을 찾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고, 심지어는 밖으로 드러나서는 안 될 과거를 들춰낼 수도 있다. - P355

세상 사람들이 진실을 밝히는 데 집착하는 이유는, 진실이 밝혀지면 얽매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중략)
진실을 찾아낸 사람들은 모두 그 진실이 자신에게 더없는 고통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다. - P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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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가족이라 해도 생각이 같을 수는 없고, 감정이 태산처럼 굳건한 것도 아니다. 가족은 그저 어쩌다보니 한 가정에 태어난 것일 뿐, 사실 사람은 누구나 독립적인 개체이며 생각도 감정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서로 다르면서도 함께할수 있다면 한 지붕 아래에서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저 낯선 사람이 될 뿐이다. 다른 생각을 억누르고 모두 똑같은 생각을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는 건 보통 비극의 시작점이 되곤 한다. - P205

돈 있는 사람은 원하기만 하면, 당장 쌀값과 가스비를 걱정하는 사람보다 훨씬 더 쉽게 청춘을 붙잡아둘 수 있는 법이다. - P217

가난은 비웃어도 돈을 위해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는 비천한 인간은 비웃지 않는 홍콩에서, 남자에게는 저마다 다른 등급이 매겨진다. - P234

쓰우 가문은 육류 공장과 다를 바 없다. 인간성을 왜곡시키는 쓰우 가문의 규율은 공장에 들어온 육류를 가공해서 그들이 필요로 하는 맛으로 변화시키고 이 집안의 요구를 충족시킨다. - P280

가족이란 무엇일까? 혈연으로 이어져 있으면 가족인가? 함께 살기만 할 뿐 서로 속고 속이는 관계라도 가족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온갖 규율에 묶여 함께 살고 있다면, 그건 가족일까 죄수일까?
쓰우즈신은 쓰우 가문이 무형의 개방식 감옥이라고 생각했다. 매달 나오는 생활비 덕에 먹고살 걱정 없이 물질적으로는 풍요롭게 살고 있지만, 이 감방 친구들의 영혼은 무형의 족쇄에 갇혀 있다. - P284

진정한 가족은 반드시 혈연으로 이어져 있어야 할 필요도 없고, 법적으로 인정받아야 할 필요도 없다. 반드시 같은 종이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 P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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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범죄소설을 읽기 적합하지 않은 때는 언제일까요?" 두 작가 중 한 사람이 던진 질문에 무대 아래에 있던 사람들이 틀린 대답을 내놓자, 작가 본인이 그제야 정답을 알려주었다. "북한에 여행 갈 때죠. 최소 십 년은 노동교화소에서 살고 싶은 게 아니라면 말이에요." -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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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아이는 자신이 카프카의 펜 끝에서 탄생한 황당한 이야기 속에 있는 것만 같았다. 잠에서 깬 주인공이 벌레가 되었음을 깨달은 이야기와 다를 바가 없었다. 사이위의 쓰우 가문에 발을 한 발 들여놓기만 하면, 그 순간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현대사회에서 벗어나 봉건적이고 보수적인 고대의 전제국으로 돌아갔다. - P183

시민들은 안심하겠지. 악은 선을 이길 수 없다고, 결국은 정의가 실현된다고 믿으면서 말이야. 진실이란 건 매립지에 묻어버린 쓰레기 같은 거야. 나 말고 누가 그 쓰레기를 뒤져보고 싶어하겠나?" - P199

홍콩에서는 비싼 임대료 탓에 서점이 대부분 1층이 아닌 2층에 문을 열다보니 ‘2층 서점‘이라는 용어가 생겼다. 나중에는 2층의 임대료도 감당하기가 버거워져서 점점 높은 곳으로 옮겼고, 심지어 10층 이상으로 올라가는 서점도 생겼다. 결국 ‘2층 서점‘이란 용어는 시대의 변화에 뒤처진 표현이 되면서, 대기업에 속하지 않고 소자본으로 운영된다는 특징을 반영하여 ‘독립서점‘이라는 명칭으로 바뀌게 되었다. -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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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은 좁은데 땅값은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는 부유한 도시 홍콩, 그런데 홍콩에 사는 시민들에게는 퇴직금이 없다. 길거리에서 나이든 노인이 허리를 굽히고 등을 구부린 채 쓰레기통과 분리수거함에서 폐품 줍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돈이 될 만한 물건을 찾아다가 현금으로 바꾸어 생활하는 것이다.
나이들어 하층민이 되지 않기 위해, 인생의 목표를 아주 현실적으로 잡는 사람들이 무척 많다. 집안이 부유해서 뒷일 걱정하지 않고 살 수 있는 형편이라면 모를까, 이상을 쫓아가며 살 수 있는사람은 없다.
이런 제도하에서, 남자의 매력이란 인품도 성격도 관심사도 아닌 그의 재산과 수입이다. - P147

이 가족 안에서 ‘남녀에 대한 대우가 다르다‘는 말은 예의상 순화한 표현이었고, 제대로 된 표현은 ‘여성을 차별한다‘였다. 여성들은 속으로 공정하지 않다고 느꼈지만, 그 누구도 권익을 쟁취하기 위해 뭔가 하려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돈을 타기 위해 입을 닫았고, 이 불공평한 제도의 방조자가 되었다. - P153

결혼하기 전에는 남녀 모두 가면을 쓰고 있다가 결혼 후에 가면을 하나하나 벗어던져 서로의 진면목이 드러나게 된다고, 학교 친구가 말했었다. - P154

원후는 시험관아기 같은 방법은 너무 허무맹랑하다며 거부했다. 셰우이는 그제야 남편이 본인보다 겨우 열 살 더 많은 사십대이지만, 사고방식은 자신보다 두 배는 나이든 노인과 다를 바 없는 수준임을 깊이 실감했다.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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