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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착오
앤소니 버클리 콕스 지음, 황종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7월
8,800원 → 7,920원(10%할인) / 마일리지 44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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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받은 피
아날두르 인드리다손 지음, 전주현 옮김 / 영림카디널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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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골의 도시-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8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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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없는 아침
린우드 바클레이 지음, 박현주 옮김 / 그책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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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존 르카레 지음, 이종인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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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태엽 오렌지
앤소니 버제스 지음, 박시영 옮김 / 민음사 / 2022년 4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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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맨의 죽음
아서 밀러 지음, 강유나 옮김 / 민음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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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노
에드몽 로스탕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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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대왕 소담 베스트셀러 월드북 37
윌리엄 제랄드 골딩 지음, 유혜경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1996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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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소설을 소설로 처음 접하지 않았다. 중학교 때쯤이었던가, 이 소설을 영화화한 것을 어머니와 함께 본 것이 이 소설과의 첫 만남이었다. 당시엔 원작이 소설이라는 것도 모르고 봤었는데, 아주 오래 전에 봤는데도 불구하고 내용이 워낙 인상적이었던 터라 그 영화를 보며 느꼈던 두려움이나 당혹감 같은 느낌들이 아직도 떠오를 정도로 기억 속에 깊숙히 남아 있다. 그러다가 최근에 원작 소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곧 책을 사서 읽어 보았다.

약 십수 명의 소년들이 비행기 사고로 무인도에 추락한다. 그들은 모여서 그들이 지금까지 보아왔던 어른들의 사회처럼 질서를 지닌 사회를 만들고자 노력한다. 랄프가 주운 소라는 사회 속의 질서와 규칙의 상징이다. 그들은 소라를 우러러보듯이 회의 때 소라를 손에 든 소년을 우러러보았고, 소라를 가장 긴 시간 가지고 있는 랄프의 말에 따라 움직였다. 그러나 그들 사회 속의 또 하나의 지도자, 즉 사냥 부대의 대장인 잭은 계속해서 랄프와 의견 충돌을 겪는다. 잭의 사냥부대는 처음에는 실패하지만 이윽고 자력으로 멧돼지를 잡는 데 성공하게 된다. 망설임은 한 번 뿐이었다. 그들은 사냥이라는 유혈유희에 점점 중독되어 봉화를 내버려두고 사냥에 열중하는 본말전도적인 상황을 초래한다. 잭의 사냥부대로 인해 랄프의 질서는 흔들리고, 랄프는 질서를 재정립하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공교롭게도 랄프의 지도자로서의 능력이 한계를 맞아 알게 모르게 랄프에 대한 의심이 모두의 마음 속에서 고개를 드는 바로 그 때, 랄프와 잭의 대립은 극에 달하고 결국 소년들은 두 패로 갈라지게 된다. 잭의 야만적인 힘에 매료된, 혹은 사냥의 산물인 고기에 이끌린 몇몇 소년들이 잭을 따라 떠나고, 아직도 질서를 중시하는 이들은 랄프의 곁에 남는다.

그리고 곧이어 일어난 첫 번째의 살인... 피에 미쳐 야만적인 춤을 추며 축제를 벌이던 소년들은 그들의 원 속으로 들어온 것이 자신들의 동료인지 짐승인지 판단할 생각도 않고- 아니, 동료임을 알면서도 그를 짐승으로 간주하며 그저 광기에 씌어 그 누군가를 사냥한 것이다. 아직 가치관이 완전히 형성되지 않은 소년들이 극한상황에 처했을 때 그들의 잔혹성이 어떠한 과정을 통해 드러나게 되는지, 그리고 일단 얼굴을 가지고 밖으로 드러난 잔혹성은 얼마나 철저해지는지가 이 첫번째 살인을 통해 더할 나위 없이 사실적으로 드러난다. 소라가 질서와 규칙의 상징이었다면, 잭의 무리들이 뒤집어쓴 가면은 야만성과 잔혹성의 상징이다. 그 가면 속에 있는 것은 분명 방금 전까지는 사회의 질서를 따르던 소년이었으나, 가면을 쓰는 순간 마치 모든 사회적인 예속에서 일시에 벗어나 버린 것처럼 온갖 잔인한 짓을 스스럼없이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그런 한편, 질서를 중시하며 사회를 이루고 있던 소년들도 그들의 야만적인 놀이에 이끌려 함께 춤을 추려 하지만, 야만인들이 잔혹하게 저지른 살인에 놀라 정신을 차린다. 그러나 그들은 그 살인을 막지는 못한다. 그들은 야만인들을 말리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도망친다. 물론 그처럼 그들의 사냥을 섣불리 막으려 하다가는 오히려 자신까지 사냥당할 상황에서 그것을 막지 못하고 도망친 것은 무턱대고 욕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그러나 소년들의 행동이 의미하는 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문명이 야만에 대항하지 못하고, 무력 앞에서 눈을 감고 귀를 막으며 몸을 사렸다는 것은 이미 그들의 사회에서 사회적 규범과 질서는 무의미해졌으며 이제 힘만이 유일한 질서가 되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소라의 시대는 가고 가면의 시대가 도래했다. 이 사건을 통해 작가는 무력 앞에서 의미를 잃는 문명과 무력의 무법성 및 절대성을 충격에 가까운 대비를 통해 극명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뒤이어 모인 소년들은 일부러 그 축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빙빙 둘러 말하며, 사이먼에 대한 이야기를 금기시한다. 우린 아무것도 못 본 거야, 그들이 춤을 추기 전에 그 자리를 떠난 거야, 하며 애써 상기하지 않으려 하고 못 본 체하는 데서 소년다운 심리와 발상이 드러난다. 어린아이들은 사회적 질서와 통념에 어긋나는 짓을 해서 어른에게 야단을 맞을 것이 두려워지면 그 일을 잊어버리려 하거나 자신이 한 것이 아니라고 쉽게 도피하고 합리화해 버린다. 사회는 어린이들에게는 관대하니까,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다. 어린 소년들이 살인을 목도했을 때의 충격, 그리고 그 살인을 저지른 것이 어른도, 짐승도, 공인된 악인 따위도 아닌 바로 얼마 전까지 함께 생활하던 같은 또래의 소년들이라는 것에 대한 공포가 그들로 하여금 사실을 인정하지 않게 했던 것이다. 그런 소년들의 심리가 마치 내가 직접 겪은 듯이 느껴져 와 나는 섬뜩함을 견딜 수 없었다.

어른들의 흉내를 내며 건설하려 했던 이상적인 사회는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 마지막으로 남은 문명인으로서의 자긍심과 용기를 짜내어 안경을 돌려받으러 갔던 새끼돼지는 첫 번째의 살인 이후로 이제는 한층 더 냉정하게, 겁없이 살인을 할 수 있게 된 야만인들에게 죽임을 당했다. 그 아름다웠던 소라도 그의 죽음과 함께 사라졌다. 문명 사회에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두 명의 소년이 결국 힘 앞에 무릎을 꿇었고, 단 한 명 문명인으로 남은 랄프는 야만인들에게 사냥을 당한다. 그리고 야만인들에게 ?기던 랄프는 사이먼이 몽롱한 의식 속에서 보았던 그 '파리대왕'을 보게 된다.

'파리대왕'은 그들이 생활하는 도중에 일어난 모든 추악한 것의 집합체이다. 나뭇가지에 꽂힌 멧돼지의 머리는 잭의 사냥부대가 이미 먹을 것을 위해서만 사냥하는 것이 아니라 사냥 그 자체를 즐기게 된 후에 신이 나서 잡아 죽인 멧돼지의 머리를 잘라낸 것이다. 유희로서의 사냥의 결과로 희생된 멧돼지의 머리를 이번에는 파리떼가 새까맣게 에워싸고 탐욕스럽게 배를 채운다. 그 모든 것들이 지나간 후, 백골만 남은 멧돼지의 머리는 그러나 오히려 웃음을 띄고 있다. 그것은 분명 소년들을 향한 비웃음이리라. 보아라, 너희가 얼마나 망가졌는지 보아라, 지금도 얼마나 망가져 가고 있는지 두 눈을 뜨고 똑똑히 보아라. 너희의 사회는 모든 것이 잘못되어 있다. 아직 어린아이임을 핑계삼아 용서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면 그건 크나큰 오산이다. 너희의 사회를 이렇게 잘못되게 만든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너희들이다. 보아라, 지금 너희의 꼴을 좀 보아라... 그렇게 악마처럼 속삭이며 비웃고 있는 것이다. 그 멧돼지의 머리가 꽂혀 있던 나뭇가지를 빼어든 랄프는 나뭇가지의 양쪽 끝이 모두 뾰족하게 되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살인을 부추기는 사냥도구, 그것을 일단 손에 든 랄프는 어쩌면 살인을 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사람을 상처입히고 죽인 후에 나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 변명해도 어쨌든 살인은 살인일 뿐이다.

책의 결말은 내가 기억하는 영화의 결말과 달랐다. 영화를 하도 오래 전에 봐서 내 어렴풋한 기억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영화의 결말에서는 랄프 하나만이 구원을 받았던 것 같다. 봉화를 보고 구조하러 왔던 배에서 내린 사람들은 야만인들의 사냥을 목격하고 그들을 정말로 섬에 살던 야만인들로 여기고 퇴치하여 랄프만을 구한다는 결말. 영화의 결말이 정말로 그랬는지 자신있게 말하기는 힘들지만 죽 그렇게 생각해 왔던 나는 책의 결말이 어쩐지 못마땅했다. 그들은 벌을 받아 마땅한데, 구원받을 자격은 이미 없는데. 그렇지만 그들이 구조를 받았다 해서 다시 예전의 그 자랑스런 영국 국민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 섬에서의 기억은 그들이 되찾게 될 양심 속에 또아리를 틀고 앉아 평생 그들을 괴롭히겠지.

작가 윌리엄 골딩은 이 한 권의 책 속에서 문명을 향한 무의식적인 지향, 극한 상황에서 눈을 뜨는 인간의 본성, 상황의 변화에 따른 문명과 무력의 관계 등 여러 가지 내용을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기껏해야 열 대여섯 된 어린 소년들이 갖가지 사건을 겪으며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것을 느끼는지, 그 심리묘사가 무척이나 탁월하다. 책을 읽어가며 과연 노벨문학상을 받을 만하다고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달까. 한번쯤 읽고 여러가지 생각을 해 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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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제국
이인화 지음 / 세계사 / 199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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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동기 방에 놀러갔다가 책꽂이에 꽂혀 있는 이 책을 발견했다. 마침 오랫동안 소설이라고 생긴 것을 읽지 못해서 한참 목말라 있던 차에 옳다구나 하고 빌려와서 하루만에 다 읽어 버렸다. 이 책이 추리소설의 형식을 하고 있어서 이야기 진행에 상당히 긴박감이 있었기에 더 빨리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내가 가지고 있던 정보라고는 그저 이 소설이 에전에 영화화된 적이 있었다는 것 뿐, 작가가 누구인지도 몰랐고 작가의 정치적 성향은 더더욱 알지 못했다. 즉 책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무하다 해도 과언이 아닌 상태였던 것이다. 그랬기에 독서 중에 다른 생각이 개입되지 않고 그저 소설로서 이 책을 읽어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은 역사소설이다. 배경은 조선조 정조 때, 정조가 붕어하기 불과 몇 달 전의 어느 날, 꼬박 하루 동안 일어난 일에 대한 이야기이다. 책의 프롤로그 부분은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과 상당히 비슷하다. 아니, 프롤로그 뿐만 아니라 뒷내용의 서술방식도 유사하다. 에코가 어느 수도사의 수기를 바탕으로 장미의 이름을 썼다고 한 것처럼, 이 책의 작가는 동경의 동양문고에서 발견한 <취성록>이라는 책을 바탕으로 이 소설을 썼다고 프롤로그에 밝히고 있다.(에코의 책을 참고했다는 말은 작가가 쓴 후문에도 나와 있다.)

책의 내용 자체는 상당히 흥미로웠다. 책의 거의 끝부분까지 그 정체가 정확히 드러나지 않은 채 몇몇 사람들의 언급 속에서만 보이는 '선대왕마마의 금등지사'를 두고 벌어지는 갖가지 추리와 쟁탈전, 그 책과 시경 빈풍편의 '올빼미'라는 시 사이의 연관성, 그리고 '선대왕마마의 금등지사'라는 책이 과연 실재하는지 아닌지에 대한 논란까지,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수많은 의문과 비밀들로 가득차 있다. 규장각 검서관 장종오의 죽음을 계기로 불거져 나온 '선대왕마마의 금등지사'에 대한 의문과, 그 책이 불러일으킬 정조의 유신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온갖 음모와 정쟁에 주인공인 규장각의 대교 이인몽이 휘말리면서 사건은 그를 중심으로 전개되어 간다. 검서관 장종오의 죽음, 하옥된 채이숙이 죽어가며 남긴 말, 주인공 이인몽의 전처 상아에 대한 추적 등의 사건들이 긴밀히 연결되어 결국 '선대왕마마의 금등지사'라는 한 권의 책으로 귀결된다. 독자는 자연히 그 책의 정체에 대해 억누를 수 없는 호기심을 가지고 책을 끝까지 읽어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만 내가 동의하기 어려웠던 것은 소설 중간에 잠시 나오는 작가의 정조의 유신에 대한 관점이다. 작가는 박정희의 10월 유신까지 관련지으며 유신의 필연성을 주장하지만 나는 그 의견에는 동의하기 힘들었다. 그렇다고 뚜렷하게 반대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저 설득력을 느끼지 못했달까. 그리고 노론인 좌의정 심환지가 정조의 문체에 대한 관점을 비판하는 부분에서는 그저 실소할 수밖에 없었다. 나로서는 정조의 의견에도, 심환지의 의견에도 이렇다 할 당위성이나 설득력을 느끼지 못했다. 일단 양쪽 다 중국에서 들어온 문체를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것부터가 맘에 안 들었지만, 그런 것이 그 시대엔 어쩔 수 없는 것이라 하더라도 어느 것이 더 좋은 고문입네, 어느 것이 원조입네 하는 논쟁 자체가 무의미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문체반정이라는 일의 의미가 아예 이해가 안 간달까. 그저 정조가 소품문체를 매우 혐오했나 보다 싶을 뿐... 내가 문체에 대한 시각을 읽고 고개를 끄덕이고 무릎을 치며 동의했던 것은 인몽과의 대화 중에 잠깐 나오는 박지원의 의견이었다. 도대체 옛 사람의 옛 글을 두고 어느 것이 훌륭하네 싸우고 그것들을 모방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그리고 한 가지 바로잡았으면 하고 바라는 것은, 책이 거의 끝나갈 때쯤 심환지가 <시경천문록고>에 대해 얘기하는 부분에서 논어의 자로 편을 해석한 부분이다. 책에는 <시 3백 편을 외우고도...>라고 나와 있는데, 이 '시 3백 편'이란 '詩三百'을 번역한 것이다. 그러나 논어에 나온 '詩三百'은 단순히 시 삼백 편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이 '詩三百'은 바로 소설 속에서 계속 언급하는 <시경>이라는 책의 또다른 이름이다. <시경>에 실린 시가 모두 305편이라서 이런 별칭이 생긴 것이다. 그러니 '시 3백 편'이라고 해석한 것은 그냥 <시경>이라고 고치든가, 아니면 '시삼백'이라는 고유명사를 써서 바로잡든가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재미있는 것은, 예전에 읽었던 김탁환의 '방각본 살인사건' 역시 정조 때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시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다. 이 소설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 것은 남인과 노론, 소론의 싸움이지만, 방각본 살인 사건에서의 주된 시선은 진보 지식인인 백탑파 선비들의 시선이다. 이 때문에 두 소설은 서술을 하고 있는 작가의 입장 자체에 큰 차이가 있다. 혹 방각본 살인 사건도 읽으신 분이라면 이런 차이를 느껴 보시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나는 오랜만에 꽤나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었다. 소설에 대해 아무 기대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해석을 덧붙이지 않고 읽으면 흥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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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제국
이인화 지음 / 세계사 / 199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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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항상 자기가 살고 있는 세상이 가장 어렵고, 혼탁하며, 불완전하고, 비극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옛날에는 완전하고 깨끗한, 올바른 모습을 가진 세상이 있었다고 믿는다. 말하자면 그것이 <요순우탕 문무주공>의 시대다. 그 얼마나 유치한 생각인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모두 그 나름의 현실이기 때문에 항상 어렵고, 항상 혼탁하며, 항상 불완전하고 비극적인 법이다. 요순우탕 문무주공의 세상은 처음부터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이 세상은 결코 잘되어가지 않았으며, 잘되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잘되지 않을 것이다.-1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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