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는 학생들의 송환 요청을 접수하기 위해 중국 지원과를 신설하고서 조사를 위해 요청자 명단을 곧바로 INS로 보냈다. 특히 과학기술을 공부한 이들은 "국가 안보에 해가 될 수 있다"라는 이유로 송환이 금지됐다. 이러한 점은 심지어 호처럼 심각한 이민법 위반을 저지른 과학자나 기술자조차도 마찬가지였지만, 예술과 문학, 인문사회과학을 전공한 학생들은 재빨리 송환이 승인되어 국무부가 비용을 대고 대만이나 홍콩 등 상하이와 가장 가까운 미국 수교 지역으로 보내졌다. - P409

공산당의 인가를 받아 부유한 사람들을 죽이고 권력이 이 그룹에서 저 그룹으로 옮겨가도 가난한 농부들의 상황은 마찬가지야. 역사를 통틀어 수많은 왕조가 지나친 빈부격차로 인해서 무너졌어. 사람들은 공산당 내부에는 부패가 없다고들 하지만, 밀월 기간이 끝나면 정부는 게을러지고 이익을 위해 못할 짓이 없겠지. 수천 년 동안 역사를 통해 겪은 일이니까. 어쩌면 내가 너무 비관적인지도 모르지만, 그게 사실인걸. - P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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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자신의 전성기에 멈춰 있다고 굳게 믿는 남자들의 낡아빠진 감성은 철저한 자기 착각을 만든다. 과거를 무기 삼아 휘두르는 왕 감독의 수법에 황청은 역겨움을 느꼈다. 그는 흔적만 남은 권력으로 ‘과거시제‘를 조종하고 위협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 P387

"숨 참아요." 왕레이가 말했다. 그녀와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등 뒤의 지퍼를 올리자 황청의 가슴 사이로 은근한 골이 만들어졌다. 그것은 여성의 몸에 새기는 인위적인 주름이었다. 타인의 욕망과 자신과의 타협 사이에서 무심한 듯 연출된. - P404

황청은 이렇게 선명한 빨간색을 소화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빨간색은 언제나 황첸을 떠올리게 했다. 그때 그 커다란 결혼사진 속 황첸은 온통 빨간색이었으니까. 거울 속의 자신은 공격성이 없는 기묘한 매력을 풍기고 있었다. 가시가 뽑힌 붉은 장미처럼, 변형된 붉은 꽃처럼. - P404

정상에 선 등산가가 된 자신이 살면서 지나온 어두운 죽음의 골짜기를 돌아보는 상상을 해보았다. 가슴 한편이 미세하게 떨려왔다. 끊임없는 실패를 겪어야만 이곳에 도달할 수 있었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많은 것을 잃었고 동시에 얻었다. 두 가지를 비교할 수는 없다. - P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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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 그것은 여성의 서사를 가두는 울타리이다. - P304

넘어져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그녀는 이제 알았다. 넘어지는 순간에 가장 선명히 깨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 P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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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말랑한 청춘의 토양 위에서 쉽게 밀리고 섞일 수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 단단하게 굳어진 흙처럼 쉽게 움직이지도 않는다. - P239

그렇다. 일개 무명 배우가 무슨 자격으로 기회를 걷어차겠는가? 제 발로 찾아온 배역을 거절하고 또다시 기약 없이 기다리겠다고? 황청은 사실 이 작품을 찍을 수 없다고 말하러 온 것이 아니라 자신이 배역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 화가 자신을 설득해주기를 바랐는지 모른다. 아니면 회사가 강압적으로 그녀에게 배역을 맡게 해서 자신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음을 연출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녀가 배역을 거절하고 싶어한다는 걸 누가 믿을 것인가. 사실 그녀 자신도 믿지 않았다. - P244

삶이란 어쩌면 즐거운 기억 위에 또 다른 기억을 쌓아 올리는 건지 모른다. 하지만 실제 삶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생명은 언제나 새로운 희망을 맞이하고 그 희망이 깨지지 않기를 바라야 한다. - P247

황청은 계속해서 자신만의 ‘중심‘을 찾고 있었다. 모든 움직임의 중심축이 되고, 결국에는 돌아갈 수 있는 그 지점을. 자신을 지탱해줄 ‘중심점‘이 나타났다고 느낄 때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은 흔들리거나 심지어 그녀를 등지고 사라졌다. 앞으로 나아가 붙잡으려 하고, 소유하려 하면 모든 에너지를 소진한 뒤에 의심이 피어났다. 그 ‘중심점‘에 대해서든, 자신의 판단에 대해서든 그것은 영원히 도달할 수 없으면서도 그녀를 끊임없이 전진하게 만드는 ‘이상‘이었다. 때로는 사람이었고, 따로는 삶과 일이었으며, 때로는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전체였다. - P260

인간의 내면은 외부로 표줄되는 것보다 항상 크기 마련이다. 그녀는 감정은 ‘연기‘할 수 없다는 걸 실감했다. 유일한 방법은 캐릭터가 지금의 그녀처럼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려고 노력하는 것뿐이다. 이건 겉으로 보여주는 연기를 훨씬 능가하는 것이었다. - 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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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란 원래 끊임없이 다시 돌아온다. 전에는 왜 그걸 믿지 않았을까. -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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