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 건설 업계에 오랫동안 종사하다 보니 아무래도 같은 업계의 사람들을 가장 많이 만나게 되는데요. 솔직히 말하면 교류하기 가장 불편한 것도 바로 같은 업계 사람들입니다. 그게 단순한 만남이든 피상적인 접대 자리든 제게는 몹시 어려운 일거리죠. 그들이 가진 부 때문에 불편한 게 아니라 승자가 되고 나면 애써 과시하고 싶어하는 어떤 고상한 태도 같은 게 있는데 그게 견딜 수가 없는 겁니다.제가 있는 곳엔 늘 그런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부자들의 언어에 적응이 안 되더라고요. 땅으로 부자가 되는 사람도 있고 두 손을 부지런히 써서 부를 일구는 사람도 있는데, 돈을 벌고 나면 항상 기득권을 가진 자의 얼굴을 하더군요. 대체로 부유하고 자기 몸을 보호하는 데는 정통하나 사회 정치에는 관심이 없어요. 민족의식이 약하니까 누가 통치를 하든 그러거나 말거나 하는 태도를 보이고, 그저 집값만 오르면 된다고 생각하죠. - P338
온종일 돈 얘기만 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입꼬리가 깊다. 오른쪽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왼쪽이 그런 경우도 있는데, 침이 자꾸 흘러나오면서 깊은 주름을 만들기 때문이다. 군침을 질질 흘리는 탐욕의 상징이다. 수시로 다른 사람의 주머니를 빼앗으려 하고 때로는 다른 사람의 몸에 손을 대기도 한다. - P270
바다는 저렇게 넓은데 우리 인간들은 아주 작아서 결국 이렇게 모일 수밖에 없는 거죠. - P304
선배는 여자의 삶이 누군가의 손으로 그려지는 것 말고 여자 스스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 P110
쑤가 나쁜 짓을 하러 간다고 생각지는 않았지만 어리석은 짓을 할 가능성은 있어 보였다. 여자들은 보통 무언가 어리석은 일을 할 때 가장 아름다우니까. - P250
상대로 인해 고통을 느낀 적이 없다면 그건 진정으로 사랑이 없었다는 의미다. 아는 것도 없지만, 또 무엇이든 잃을 수 있다는 뜻이다. - P251
타이완 아버지와 중국 어머니, 혹은 중국 아버지와 타이완 어머니의 자녀들, 즉 양안결혼 가정의 자녀들은 자신의 ‘중국‘ 정체성을 밝히지 않는 편을 선택하고 있다. 자신을 완전한‘타이완인‘으로 정체화하며, 중국의 친척들은 ‘가족‘의 영역에 두고 ‘나라로서의 중국‘은 거리를 두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체성의 선언은 ‘중국‘과 거리를 두려는 타이완 사회 속에서 겪은 또 다른 폭력 속에서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 P48
말레이시아 화인들은 사실 언어적으로 열악한 현실에 처해 있다. 자체 기금을모아 별도로 운영하는 화문 학교에서 중국어를 익혀야 할 뿐 아니라 화문으로창작한 문학이 말레이시아 공식 문학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화문 창작의 명맥이 언제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는 2008년 이래 한국의 젊은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대표적인 조기유학지로 꼽힐 정도로 공용어인 영어와 말레이어에 중국어까지 배울 수 있는 다언어 사회인 것처럼 인식되지만, 혐중 정서에 시달리는 대부분의 화인들은 어떤 언어로도 깊이 있는 사고와 글쓰기를 할 수 없는 중간 언어(장애) 상태(semiligualism)에 놓여 있다. - P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