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이 선정한 2010년 올해의 인물이 된 후, 한 일본 언론에서 그에게 중국에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 묻자 그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착한 사람이 담을 넘지 않아도 되고 나쁜 사람이 감옥에 가는 것. 세계에 영항을 미치는 문화가 있고, 다른 나라들이 본받을 만한 문예가 있을 것, 깨끗한 환경과 자유로운 분위기가 있을 것. 새장 안에 갇힌 권력을 보면서, 술을 마시며 즐겁게 이야기하니 하지 못할 말이 없어지는 것. - P7

녀석이 지난주에 내게 말하기를, 아버지가 어쩌면 해외로 나가 미장일을 하실지도 모른다고 했다. 3년이면 20만 위안을 벌 수 있다고 한다. 친구에게 네 생각은 어떠냐고 물어보았다. 친구는 그냥 그렇게 해야지 다른 수가 없잖아 하고 말했다. 그의 어머니는 전등 수리하는 일을 해서 한 달에 800위안을 번다. 상하이 교외 지역에서살아가는 이 가족을 보자면, 스무 살 남짓한 아들에겐 쉰 살이 된자기 모습이 뻔히 보인다. 그리고 이제 쉰이 넘은 아버지는 해외로 나가 몇 년이나 일을 해야 할 지경이다. - P19

기계적인 노동, 희망없는 미래, 형편없는 보수-이것이 폭스콘 노동자들이 자꾸만 투신자살을 하는 이유다. 하지만 다른 곳으로 가면 임금은 더욱 낮고 물가는 더 높아서, 배부르게 먹고 따뜻하게 입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게다가 배부르게 먹을 수 있게 됐다는 사실만 가지고서도 이 정부는 그것이 무슨 세계 인류에 대한 지대한 공헌이자 정치적인 업적인 것처럼 선전을 하고 있으며,
고대의 자료와 빙하시대의 사진을 들이대고서는 네놈들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것만 해도 국가에 감사해야 할 일이다, 사치스럽게 뭘 더 바라는 것이냐 하고 말하지 못해 안달이다. - P20

중국의 가정에서는 돈을 얼마나 벌어오느냐 하는 것이 한 젊은이가 이 세상에서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는 유일한 기준인 경우가 많은 것이다. - P20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본래 심장 속을 흘러야 할 뜨거운 피가 땅 위로 흘러나오게 된 것은. - P22

조심하시라. 지도자들의 돌격 명령을 받들어 당신들이 나서서 악역을 자처할 때, 그들은 벌써 입을 싹 씻고 영웅 행세를 할 테니까 말이다. 사태가 끝난 후, 당신은 어쩌면 지도자와 범법자가 화목하게 중요한 거래를 하는 중이었음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 - P25

요즈음의 상황에서는 정치에 관심을 가질 수가 없다. 옛날사람들은 그저 어쩔 수 없이 강제로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 뿐이며, 그들이 담당한 역할은 정치적 조류의 보잘것없는 앞잡이와 피해자뿐이었다. - P30

그리고 지금 이 시대에 현존하는 수많은 불만과 부조리, 혹은 이익과 진보는 사실 우리 세대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이는 전부 윗세대 사람들이 만들어낸 결과다. - P30

신념이 있다는 것은 당연히 좋은 일이지만, 중요한 것은 이 신념이 우리를 어느 곳으로 이끄는가 하는 점이다. 만약 신념이 우리를 골짜기로 이끈다면, 우리는 차라리 높은 곳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는 것이 좋겠다. - P31

지금까지도 반항이 유행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반항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반항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은, 지금의 중국에서는 서로 다른 일이다. - P34

중앙방송은 언론매체의 하나이지만 언론 윤리는 전혀 없다. 중국을 제외한 다른 대부분의 국가에서 중국 중앙방송과 같은 식으로 일을 처리하는 방송은 불법적인 존재라고 할 수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그것은 비단 합법적일 뿐 아니라 심지어 법을 상징하고 있다. 오랫동안 중앙방송은 대체 몇 차례나 옳고 그름을 뒤집고, 사람들의 눈과 귀를 어지럽히고, 문화에 해악을 끼치고, 사실을 왜곡하고, 사기를 치고, 간악한 자들을 돕고, 어두운 세상을 태평성대인 것처럼 호도했는가? - P41

이것은 최악의 상황이다. 하나의 매체가 공신력을 완전히 상실했음에도 불구하고 없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나라에서 제일가는 매체가 되어 있다면, 이는 그 나라도 함께 공신력을 상실했음을 의미할 뿐이다. - P42

우리가 고민해야 할 문제는 중앙방송을 금지해야 하는지 여부다. 그리고 정부 역시 한가지 문제를 반성해봐야 할 것인데, 그것은 바로 중앙방송, 인민일보, 광명일보, 신화통신 등의 대변 기구들이 현재의 운영 방식하에서 사실상 그 주인의 이미지를 끌어내리고 있지는 않은지 하는 점이다. 원래 사실이었던 일도 이런 매체에서 한 번 언급하고 신화통신에서 보도지침을 내려보내기만 하면 마치 거짓말인 것처럼 되어버린다.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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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문학이 사회에서 아주 대단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작품은 사람의 정신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직접적인 효과는 만들지 못합니다. 작가가 작품에 거는 기대는 크지만 실제로 그런 바람은 이상적인 목표에 지나지 않습니다. 역사적으로 강렬한 충격을 주었던 그 어떤 문학작품도 사회를 변화시키지는 못했어요. 물론 문학작품은 사람의 정신에 커다란 영향을 미칩니다. 루쉰 선생은 1936년에작고했지만, 그의 비판과 비타협 정신은 아직까지도 한 세대를 지나 또 한 세대의 중국 지식인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문학에는 영원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를 지나치게 크게 평가해서도 안 되고 지나치게 작게 평가해서도 안 됩니다. 문학의 가치는 작고 큰 것이 아니라 가깝고 먼 것입니다. 문학의 작용은 장구한 것이에요. - P382

‘책임‘이라는 두 글자는 오늘날 문학에서 버림받았거나, 지나치게 심각한 화두여서 회피하는 글자가 되었고, 일종의 고역 같은 것이 되었다. - P388

나는 비문학의 시대에 문학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했고 이는 생명을 담보한 것이었다. 그리고 어떤 실리적인 목적 없이, 한 시대 사람들을 위해 영혼(내면)을 기록한 ‘당안‘을 만들고자 했다. 역사학자는 사건의 당안을 만들고, 문학가는 영혼(내면)의 당안을 만든다. 그것은 인류의 가장 숭고한 문자이며, 문자가 가진 가장 숭고한 함의이기도 하다. - P389

또한 1981년 6월 27일, "건국 이래 약간의 역사적 문제에 대한 당의 결의"를 통해 "문혁은 마오쩌둥의 개인적 과오로, 린뱌오와 장칭 등 반동 세력에 의해 당과 인민들에게 많은 재난을 몰고 왔다."고 평가했다. 덧붙여, 문혁은 마오의 과오이기는 하나, 여전히 그는 과오보다는 공이 더 많은 혁명적 지도자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 뒤 문혁에 대한 중국 정부의 공식 평가는 이 틀에서 한 치도 벗어난 적이 없다. 다시 말해, 문혁은 마오의 일시적인 판단 착오로 발생했지만 그 과정에서 장칭 등 사인방 세력과 반동 세력이 상황을 잘못된 방향으로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그 결과 대부분의 책임은 사인방과 반동 세력들이 뒤집어썼고, ‘혁명적인 마오쩌둥‘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인민들에게 ‘붉은 태양‘으로 숭앙받고 있다. - P394

중국이 지난 50년간 문혁을 뒤돌아보면서, 애써 무시하려 한 것도 어쩌면 ‘인민‘이라는, 생명이 있고 감정이 있고 개성이 있는 실체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P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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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간 겪었던 경험은 내게 다음과 같은 사실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누군가 당신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건 소용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그 말은 당안에 기록되지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 당신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설사 그것이 의심에 불과하더라도, 대부분 당안에 기록될 것이다. 일단 기록되고 나면 삭제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고, 그때부터 그 기록은 끊임없이 당신을 따라다닌다. - P332

그것은 세 번째 악순환이었습니다. 늘 나도 모르는 사이에 소용돌이같은 악순환 속에서 돌고 있었던 겁니다. 돌다가 빠져나오려고 하면, 완전히 몸을 빠져나오기도 전에 다시 더 깊은 곳으로 휩쓸려 들어갔어요. 물론 그것은 아주 작은 악순환일 뿐입니다. 린뱌오와 사인방 같은 무리들은 더 큰 악순환으로 장난질을 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그런 거대하고 불가항력적인 악순환에 빠진 사람들은 바로 다재다난한 중국 민족이 아닙니까? - P338

과거 수십 년, 나아가 수백 년, 수천 년 동안 우리는 서로 상처를 주는 데만 골몰했어요. 원칙을 위한 투쟁은 필요하지만, 개인적인 감정이 결합되면 원칙의 신성함을 무너뜨릴 뿐만 아니라 나라와 백성을 그르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악순환이에요. 결국엔 지쳐 떨어진 자신의 모습만 확인할 뿐입니다. - P338

그날 이후 다시는 그를 보지 못했습니다. 아침에 집을 나서 공장으로 향하던 그의 모습은 평소와 다름없었어요. 이별의 말 한마디 없이 그렇게 평범하게 출근했던 그는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이별이라는 것이 어떻게 그렇게 간단할 수 있는지요. - P363

봉건 시대에도 사사로이 비밀리에 불법 재판을 벌이는 것을 금했고, 법정에서 사람을 때려죽이면 관원을 면직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사람을 매달아서 때려죽일 수가 있으며, 죽은 지 반년도 넘었는데 가족에게 알리지도 않았단 말입니까? 그러고도 어떻게 우리 집에 와서 돈과 옷을 요구할 수 있었을까요? 나는 시 당국에 소송을 걸었고, 베이징까지 가서 소송을 했지만, 아무리 문제를 제기해도 대답은 한마디뿐이었습니다.
"문제가 너무 복잡해서 해결하기 힘들다." - P367

문혁이 끝나고, 파괴된 가정은 파괴되었고죽은 사람은 죽었지만 모든 책임은 사인방에게 씌워졌습니다. 사람들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서로를 향해 웃는 얼굴을 하고 있는데, 당시 고문했던 사람들을 도대체 어디서 찾을 수 있단 말입니까? 스스로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반성하지 않는 한 말이에요. 하지만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자신이 괴롭혔던 사람을 찾아가 회개한 사람이 있다는 말을 나는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 P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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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속이고, 그 아이가 나중에 커서 그 사실을 알게 되면 속인 사람은 대가를 치르게 될 거예요. 대가라는 것이 반드시 보복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아이의 마음속에서 그 사람은 지워지고 말 겁니다. 그것은 죽는 것보다 괴로운 일이지요! - P276

문혁이 끝나자, 누구도 그 시절에 대해 책임지려 하지 않았고,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사람들도 말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 P293

행복은 그 어떤 유익한 교훈도 주지 않지만, 고난은 사람의 성격을 변화시킵니다. 이것은 내가 얻은 가장 값진 삶의 경험입니다. - P300

최근 신문에서 한 젊은이가 우리 같은 우파 분자들에게 이렇게 질문하는 대목을 읽었습니다. "당신들은 그때 왜 나서서 반항하지 않았습니까?" 그에게 이렇게 대답하고 싶습니다. "지금 너를 호랑이 굴에 집어넣는다면, 너는 아마도 놀란 나머지 가장 먼저 바지에 오줌을 쌀 것"이라고요.
독재자를 탓하는 대신 오히려 피해자를 탓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중국에서 더는 문혁이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어요. 혁명 모범 가극이 다시 유행하기 시작했고, 마오 주석을 신처럼 모시는 현상을 보면서 말이죠. 역사를 바로잡지 않으면 문혁은 재현될 수 있습니다. - P309

문혁 기간 내내 나는 장난감 같은 존재였습니다. 남들이 흥미를 느낄 때, 즉 운동을 할 때 나를 가지고 놀았고, 놀다가 질리면 한쪽에 방치해 두고는 아무도 상관하지 않았습니다. - P309

솔직히 그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받으니 속에서 뜨거운 것이 솟구치면서 약간 감동을 하긴 했습니다. 나도 예술을 하는 사람이잖아요. 그래서 쉽게 감동하고 또 그 감동에 기만당하곤 합니다. 하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지난 시절 내가 겪었던 모진 고초와 이제 거의 80세 가까운 노인이 된 나 자신, 그리고 일찌감치 머리가 하얗게 세어 버린 아내를 생각하자 갑자기 화가 났어요. 그들에게 묻고 싶어요.
"그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로 우리가 살아온 지난 22년 세월의 고통을 묻어 버릴 수 있단 말입니까?"
"우리가 지난 22년 동안 그런 고난을 당한 것이 고작 당신들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를 듣기 위해서입니까?" 라고요. - P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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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한 내 나름의 해석이 있어요. 사랑은 자신이 애착하는 것을 좋아하는 감정인데, 사실은 그게 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겁니다. 자기가 생각하고 꿈꾸던 점을 상대가 갖고 있다고 여기고, 자신의 웃음을 상대의 웃음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감정을 상대에게 투사해 스스로 감동하는 겁니다. 그렇지 않나요? 그렇지 않다면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위해 목숨을 버리겠어요? 사랑이 끝나면 자신도 끝나니까요. 그래서 나는 첫사랑이란 일생에서 유일하게 정신 이상을 겪는 시기라고 봐요. 일종의 환각 상태에 빠지는 거죠. - P195

사람은 정상적이더라도, 부조리는 생활이 강요한 거죠. 달리 말하자면, 부조리는 생활의 본질입니다. - P200

한 철학자가 말했어요.
"어떤 것이 네게 행복을 가져다줄지라도 경계해야 한다. 바로 그것이 불행을 가져다줄 수 있기 때문이다." - P201

당시에 정치범이란 정치적 대의를 위해 어떤 일을 한 사람이 아니라, 정치가 필요로 했던 희생양이었을 뿐입니다. - P243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나를 아프게 했을 때 비로소 알 수 있답니다. 출소해 모든 명예를 회복하고 난 뒤 모든 사람이 내게 웃어 보일 때, 그것이 진심일까요? 그건 가짜입니다. 옛날 동창들은 지금 내가 제멋대로이고 무례하다고들 합니다. 일할 때는 말할 때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다른 사람을 잘 배려하지 않는다고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하지만 다른 사람을 존중한 결과 온갖 쓴맛을 다 보았기 때문에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뿐입니다. - P252

어느 날 명예 회복 후 돌려 받은 옛날 물건을 뒤적이다가 문혁 전에 내가 썼던 글씨를 우연히 발견했는데, 깜짝 놀랐답니다. 다른 사람이 쓴 것 같았거든요.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내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했다는 것을요. 어찌되었든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그다지 상심하지는 않았어요. 상심이란, 운명을 도와 자신을 해치는 감정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니까요. 지금 내 모습대로 그냥 살아가면 되는 겁니다. 다른 사람을 해치지도, 나 자신을 해치지도 않으면서 말이죠.
분명한 것은 내가 예전 모습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뿐입니다. - 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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