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회사가 ‘소수 인원, 고강도의 노동, 높은 임금‘의 형태로 사람을 고용하는 이면에는 ‘통제‘라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가설일 뿐입니다만, 업무 시간을 늘리고 근무 인원을 줄이는대신 높은 임금을 통해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제도적 설계는 매우 팽팽한 경쟁 상황을 조성합니다. 이런 회사에 취직한 근로자들은 직장에 도착한 뒤 업무량에 치여 별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어요. 그냥 시간에 쫓겨 일할 뿐입니다. 인원도 적고, 동료들 간의 유대도 한정적이다 보니 고용하는 입장에서는 통제가 더 쉬워지죠. - P355

사람들은 잠시 멈춰서 생각할 시간을 갖고 있지 못합니다. 그저 장기간의 고된 노동을 할 뿐이죠. 그리고 이것이 바로 사람들이 스스로 도구가 되었다고 느끼는 중요한 원인입니다. - P356

오늘날 우리는 도시의 새로운 빈곤층을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겪고 있는 것은 ‘경제적 빈곤‘이 아니라 ‘의미의 빈곤‘입니다. 여기서 ‘의미의 빈곤을 겪고 있다‘는 말은 사람들이 아무런 의미를 갖고 있지 못하다는 말이 아닙니다. 반대로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직접적인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것을 뜻하죠. 물론 사람들이 행하는 모든 일이 직접적으로 궁극적인 의미를 가질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의미의 빈곤‘은 현대사회가 겪고 있는 큰 문제라고 할 수 있어요. 물론 청년들의 잘못은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들이 하는 일의 의미를 알지 못하게 하는 우리 사회와 경제 체제의 구조가 문제입니다. - P358

언뜻 보기에 ‘도구화‘와 ‘개체화‘는 대립적인 것 같습니다만 실제로는 하나입니다. 현대사회의 사람들은 수많은 도구에 의지해 생활하고 다른 사람과 관계를 형성하지 않습니다. 늘 도구와 함께 붙어 있다보니, 개인의 자아의식은 갈수록 강해지죠. 한 사람이 하루 종일 자신의 머릿속이나 정신 공간 속에서만 생활하면 필연적으로 의미를 갈구해 자신을 지탱할 필요를 느낍니다. 이때 사람들은 하나의 폐쇄적인 ‘체계‘가 되어버리죠.
(중략)
청년들은 거대한 체계 속에서 일하며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청년들 또한 하나의 폐쇄된 ‘체계‘가 되죠. 하루 종일 자신의 정신 공간과 머릿속 세계에서만 생활하다 보면 사소한 심리적 문제도 큰 위기로 변할 수 있어요. - P362

학문에 있어서도 ‘쓰임‘에 대한 의식이 매우 중요합니다. 자신의 작업이 후속 학자들에게 어떤 공헌을 하고, 어떤 의미를 가질지를 고려하지 않고, 단지 자신의 똑똑함만을 뽐내고 싶어한다면 훌륭한 학자라고 할 수 없습니다. 자신이 쓴 글이 다른 사람의 글과 어떤 점에서 다르고, 어떤 점에서 창의적인지만을 상상해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연구의 측면에서 학문의 목적은 혁신이 아니라 타인과 세계에 유용하게 사용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 P366

우리의 의미는 세계를 바꾸는 사람이 되는 데 있는 것도,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 자체에 있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의 의미는 자신을 주체로 가치를 실현해 다른 사람들에게 쓰임이 되는 데 있습니다. - P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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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큰 틀에서 중국 혹은 ‘중국학파‘를 논할 때, 사실은 사람들의 사상적 기원은 매우 다른 듯합니다. 이 안에는 최소한 두 가지 전통이 있습니다. 하나는 전통 중국 즉 ‘천하‘에 대한 상상입니다. 이런 과거의 개념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또 하나는 붉은 중국(공산주의)의 전통입니다. 많은 학자가 이 두 방향으로부터 중국과 세계에 대한 새로운 판단을 전개합니다. - P103

도대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나와 세계의 관계는 무엇인지 명확히 해야 합니다. 저는 세상 모든 사람이 이런 문제를 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두 자기가 누구인지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위기를 맞게 됩니다. 맹목적으로 주류적 사고에 휩쓸려 들어갈 수 있습니다. - P110

왜 그런 외부의 인정이 필요한 것일까요? 그건 자신의 작은 세계가 없기 때문입니다. 만일 제게 자신의 진짜 작은 세계가 있다면, 설사 주변부에 위치한다 해도 실은 매우 강하고 큰 것입니다. 밖에 나가서 인정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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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독립적으로 행동한다는 건, 고의로 또 충동적으로 그렇게 하게 되는 겁니다. 모든 사람에게는충동이 있습니다. 관건은 충동적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그 일을 실제로 저지를 수 있느냐는 거죠. 그렇게 진짜 임팩트가 있는 게 역사가 됩니다. 거대한 역사는 개인의 삶 속 작은 역사든 보통은 충동적으로 뭔가를 하게 됩니다. - P70

만일 입에 풀칠하는 게 주목적이 아니라면, 사람들에게 생활의 의미는 뭘까요? 사회와 어떻게 관계를 형성해야 할까요?
반드시 사람에게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 P92

매우 유감스러운 것이, 근대성을 중심으로 사고하면 주변과 중심이 하나의 대립관계로 나타난다는 겁니다. 중국인에게는 아주 강한 중심주의 정서가 있어서, 흔히 주변부에서의 생활은 가치 없다고 생각하며 극심한 초조함을 느낍니다. 권력과 자원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것입니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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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소셜미디어, 플랫폼 경제가 있고 청년들이 역대급으로 높은 교육 수준을 자랑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대중의 사고를 돕는 도구입니다. 이런 도구는 바깥에 있지 않습니다. 한 대의 컴퓨터, 스마트폰처럼 제가 상대방에게 건네줄 수있는 물건 같은 것이 아닙니다. 대신 그들의 머릿속에 집어넣는 것입니다. 아니면, 스스로 처리하고 발휘하는 능력 같은 것입니다. 그들은 또 반드시 이 도구를 개조할 것입니다. 혹은 필요 없어질때 폐기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겠죠. 사회 연구자로서 저는 제 일이 이런 사고 도구의 부화기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뭔가를 줄 수는 없지만, 그들을 일깨우고 자극을 줄 수는 있습니다. 전문가가 대중에게 이야기하는 모델이 바뀌어야 합니다. - P19

거리를 두고 회의를 품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대학에 진학해서 손쉽게 다른 이들의 담론 안으로 끌려들어갑니다. - P38

지식인의 인생 경험과 기층 민중의 그것은 차이가 상당합니다. 그래서 꼬인 부분이 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관료의 부패와 인플레이션에 대해서 반감을 갖게 됐고, 사회주의 체제 자체에 대해서도 반감을 갖게 됐습니다. 서민들은 당연히 물가가 안정돼야 하고 부패를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하지만, 개인의 자유를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 P48

우리가 군사훈련을 받을 때, 군대는 이미 전쟁을 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주요 기능은 순치입니다. 원래 군대가 가진 좋은 전통을 잃은 깁니다. 그냥 굉장히 기계화된 조직이 돼버렸습니다. 그저 복종의 중요성만을 강조합니다.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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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테러리즘은 감지된 위협에 의한 피해와는 무관하게 국가의 통치권에 저항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소수민족 타자에 따른 모든 활동을 의미하게 되었다. - P164

시애틀과 캔자스시티, 서울이 팬데믹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은 일정 부분 중국 서북부의 억압 시스템이 생체 감시 알고리즘을 훈련하기 위한 공간을 개척해온 방식에 달려 있다. 다른 사람들에 대한 보호는 베라 저우 같은 대학생이나 아딜벡 같은 농민을 망각하는 것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곧 수천 명의 수감자와 자유롭지 않은 노동자의 비인간화를 모른 척하는 것을 의미한다. - P170

미국과 중국의 경찰은 자동화된 평가 기술을 잠재적인 범죄자나 테러리스트를 탐지할 수 있는 도구로 생각한다. 이 알고리즘은 흑인 남성이나 위구르족 사람들이 이러한 시스템에 의해 불균형적으로 감지되는 것을 정상으로 보이게 한다. 그들은 경찰과 그들이 보호하는 사람들이, 감시란 언제나 권력자의 시선에 맞지 않는 사람들을 통제하고 훈육하는 것임을 인식하지 못하도록 가로막는다. 중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감시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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