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만 공격 이후 미국의 목표 중 하나는 "중국으로 하여금 그 전쟁을 지속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수많은 일본군을 중국 본토에 묶어놓음으로써 중국은 전반적인 동맹 전략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 P12

중국은 일본에 대항하는 ‘최후의 항전‘에서 승리를 거둠으로써 중국이 결코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며 되풀이하여 말했던 기자와 외교관들의 예측이 보기 좋게 빗나갔음을 증명했다. 진주만 사건이 일어날 때까지 4년 동안 중국은 사실상 혼자 힘으로 일본과 싸웠다. 이 기간에 가난한 후진국 중국은 세계에서 군사화가 가장 진전되고 고도의 기술력을 갖춘 일본군 80여 만 명을 묶어두었다. 그 뒤 4년에 걸쳐 유럽과 아시아의 두 전선에서 동시에 싸웠던 연합국의 승리에는 중국의 투쟁이 큰 역할을 했다. - P14

장제스, 마오쩌둥, 왕징웨이 이 세 사람은 종종 거대한 폭력과 더불어 중국의 근대화와 자유에 대한 자신들의 이상을 제시하고 토론하는 데 전쟁을 활용했다. 이들은 전쟁에서 각자의 진영을 구축했고 결코 하나가 될 수 없음을 드러냈다. 결과적으로 승자는 마오쩌둥이었다. - P15

1949년 마오쩌둥의 승리 이후 중국공산당이 권력을 잡고 70년 이상 중국을 지배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엄밀히 말해서 일본과의 전쟁이 국민정부를 약화하고 분열시켰기 때문이다. - P16

1949년 이후 신생 중화인민공화국의 관변 역사가들은 항일전의 승리에서 주인공은 중국공산당이었다고 재빨리 수정했다. 국민당의 역할은 부정당했다. 국민당의 전시 정부는 일본보다는 공산당과의 싸움에 집착한 데다 무능하고, 부패했으며, 중국 인민을 착취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는 것이다.(중략)중국에서 항일전쟁은 비극 대신 평면적인 악인과 영웅이 나오는 멜로드라마로 각색되었다. 모든 사람이 중일전쟁은 수치스러우며, 마오쩌둥이 만들어낸 신중국의 영광과는 무관하다고 여겼다. - P20

연합군의 유럽 우선 전략은 장제스가 최소한의 비용으로 전쟁을 지속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장제스는연합국의 전략적 이익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정작 자신들의 이익에는 위배되는 방식으로 군대를 배치하도록 거듭 강요당했다. 1945년 평화가 찾아왔을 때 국민당 정권이 절뚝거리며 동정받지 못하는 불구가 된 이유는 맹목적인 반공과 항일의 포기(진주만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4년 반 동안 홀로 일본에 맞섰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먹지다) 또는 멍청하거나 원시적인 군사적 사고방식 때문이 아니었다. 그보다 국내 혼란, 신뢰할 수 없는 동맹국들 때문이었다. - P22

1980년대에 오면 상황은 급변한다. 중화인민공화국은 중일전쟁을 놓고 그동안 자신들이 했던 이야기의 주요 대목을 대부분 뒤집었다. 중국공산당은이념 차이를 떠나 국민당과 공산당의 군대가 외국 침략자와 싸우기 위해 단결했을 때의 기억을 되살리기로 결정했다. 갑자기 난징을 비롯해 새로운 전쟁 박물관들이 일본의 전쟁 잔학 행위를 고발하기 위해 생겨났다. 영화와 박물관들은 국민정부군이 훨씬 더 많은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중국공산당이 대일 항전의 최일선에 있었다는 반역사적인 입장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수많은 새로운 학술 연구가 수십 년 동안 굳게 잠겨 있던 기록보관소와 문서들로부터 쏟아져나왔다.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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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중석 스릴러 클럽 33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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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무명>을 보고, 전쟁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고 있는 와중에 이 대사를 읽으니 그냥 넘어가지지가 않는다...

"맙소사. 어떻게 그렇게 순진할 수 있지? 내 형과 누나는 굶어 죽었어. 알겠니? 우리가 항복했다면, 그놈들에게 빌어먹을 도시를 헌납했다면 가브렐과 알리네는 지금껏 살아 있었을 거야. 우리 도시를 집어삼키고도 나치는 결국 몰락의 길을 걸었을 거고. 아무튼 그때 항복만 했어도 형과 누나는 긴 인생을 즐겼을 거야. 아이들, 손주들까지 아주 오랫동안 행복하게. 하지만..." - P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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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얘기인 줄...

우습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녀는 혼자 있을 때가 제일 좋았다. 혼자 조용히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는게 좋았다. 남자들은 질색이었다. 그들의 자존심과 허풍과 불안정한 모습을 도저히 받아들여줄 수가 없었다. 그녀는 인생의 동반자를 원하지 않았다. - P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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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은 죽음이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희망이 훨씬 더 잔인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동안 나는 도끼날이 번득이는 참수용 도마에 목을 얹어놓은 듯한 기분으로 살아왔다. 그렇게 며칠을 몇 달을, 몇 년을 살아왔다. 이제는 오히려 도끼가 빨리 내려치기만을 기다린다. 내 목이 베어져야 모든 게 청산될 테니까.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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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는 내 책이 언젠가 출간될 거라고 짐작한다. 그 사람은 바로 그런 세계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책을 쓰면 출판되는 세계 말이다. 하지만 실제 세계는 그렇지 않다.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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