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통신은 일본에서 중년 숫총각이 증가하기 시작한 시기가 경기 침체기와 겹친다고 분석했다. 한 결혼 문제 전문가는 "많은 일본 남성이 경제적 근육을 잃자 자신감까지 상실했다"라고 진단했다. 지난 20년간 이들이 안정적인 정규직을 찾느라 정력을 쏟는 과정에서 ‘남성성‘이 희생됐다고 덧붙였다. - P66

자신이 드러나지 않도록 억제하는 일본 문화는 강렬한 변신 욕망을 자극한다. 일상이 규범과 매뉴얼로 촘촘히 채워져 있기 때문에 그로부터 탈출해 다른 비일상적 자극에서 자신을 찾고 싶은 욕망이 더강하다는 것이다.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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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사람 가랑이 밑에서 오랫동안 달렸다고 그 말을 자기 것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 말이 보기에 사람은 그저 등에 실린 물건일 뿐이다. 어쩌면 말은 진즉부터 사람을 자기 몸의 한 부위로 여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 P25

세월이 흘러 마침내 무언가가 등 뒤에서 슬금슬금 나를 따라잡았다. 모두 엄청난 것이지만 젊을 때는 대수롭게 여기지도, 마음 졸이지도 않았다. 어느 날 돌아보니 어느새 그것들이 지척에 와 있다.
그제야 나는 지난 세월 쉬지 않고 달린 말과 말 탄 사람을 이해한다. 말은 사람에게 채찍질당해 달리는 것이 아니다. 결코 아니다. 말은 스스로 달아나는 거다. 말은 태어나자마자 달아나기 시작한다. 사람은 그저 말의 속도를 빌려 자기 운명의 액운에서 벗어나려는 거다. - P25

거창한 일들을 마무리하는 사람은 따로 있구나 싶다. 그는 사람들 뒤에 멀찍이 떨어져 그들이 다 했다고 여기는 일을 마저 한다. 수많은 일이 이런 식이다. 시작한 사람은 잔뜩 있지만 막판에 이르면 어느 한 사람 몫이 되고 만다. - P33

내가 풀과 나무의 몸에서 얻은 것은 사람의 몇몇 이치일 뿐 초목의 이치라고는 할 수 없다. 나는 내가 초목을 이해한 줄 알지만 실은 나 자신을 이해했을 뿐이다. 초목에 대해서는 통 모른다. - P51

둔덕 하나를 택한 쥐는 둔덕 꼭대기에 올라 멀리 내다보며 스스로 높은 곳에 있다고 며기지난, 이 조그만 둔덕이 커다란 구덩이 속에 있는 줄은 모른다. 이런 우스꽝스러운 근시안적 행태는 쥐는커녕 사람도 피할 길이 없다. - P55

바삐 움직이는 이들 수확자를 보면 풍작의 기쁨은 사람만의 것이 아니라 만물의 것임이 느껴진다.
우리에게 경사스러운 날에 쥐가 흐느끼고 새가 슬피 운다면, 우리의 기쁨은 얼마나 쓸쓸하고 거북할까.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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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고 힘이 넘치던 시절에 무겁고 힘겨운 일은 나하고 겨룰 생각 없이 모두 멀찍이 피해 있었다. 나이 들어 기운이 없어지자 차례차례 나를 찾아와 늙어버린 사람을 괴롭혔다. 아무래도 이런 게 바로 운명이지 싶다. - P13

나는 나무에 앉은 참새 떼를 다른 나무로 몰아내고 도랑에 흐르는 물을 다른 도랑으로 끌어들였다. 나는 내 모든 행동이 예사롭지 않고 보람차다 믿는다. 나는 평범한 사람이다. 이다지도 작고 외진 마을에 살면서 하는 일 없이 평생을 빈둥거릴 팔자다. 나는 나 자신에게 쓸데없는 일을 찾아줘야 한다. 그래야 살아갈 이유가 생긴다. - P15

그날의 해를 내가 떠나보내는 줄은 아무도 모른다. 저물녘마다 모래언덕에 홀로 서서 해에게 손 흔들어 작별 인사를 하는 그 사람이 바로 나다. 나 아니면 이런 일을 누가 하겠나. 손님이 돌아갈 때면 마을 어귀까지 바래다주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온종일 우리를 환히 비춰준 해가 돌아갈 때는 배웅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사람들이 하지 않는 일이 곧 내 일이다. 나는 해가 멀리 떠나는 모습을 내내 지켜본다. 지평선으로 떨어지는 새빨간 얼굴 반쪽이 아쉬운 듯 나를 바라볼 때, 이 마을에 해가 알아보는 사람은 오직 나뿐임을 깨닫는다. 내일 아침 일찍 마을 동쪽 끝에 홀로 서서 떠오르는 해를 맞이하며 손 흔드는 사람 또한 나일 테니까.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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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이 자신의 외모와 능력에 대해서는 비하하지만, 배려심과 친절, 성실함 등 일본 사회에서 미덕으로 간주하는 특성과, 자신이 속한 집단에 대해선 긍정적 환상을 갖고 있음이 확인됐다. 이는 일본 문화가 선택적 비하를 강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 P31

일본인이 생각하는 겸손의 의미도 달랐다. 일본에서 겸손은 자기 비하를 하는 태도라고 여겨지는 데 비해, 한국에선 상대를 존중해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태도로 여겨진다. 즉 일본에서 겸손은 반드시 자기 비하를 동반해야 한다. 일종의 셀프 디스가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일본인은 특히 공개적인 자리에서 더욱 자기비판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 P31

연구에서 일본인은 자신의 비하에 상대방이 강하게 부정해 줄수록 호감을 갖고, 미지근할수록 무례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겉으로는 자기 비하를 하지만 속으로는 상대방이 부인해 주기를 바라는 셈이다. 마치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일본인들끼리는 내가 비하하면 상대방이 이를 강하게 부정하는 ‘문화적 각본‘이 있어, 사실상 칭찬을 받듯 정신적 위안을 얻는다는 것이다. 결국 자기 비하를 해야 바람직하다는 문화적 규범과 사회적 압력 때문에 그렇게 표현할 뿐이다. - P32

겉으로는 자기 비하를 속으로는 자기 긍정을 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이는 자존감에 마이너스로 작용하는데, ‘이중자기관‘을 갖는 셈이어서 자아에 일종의 분열이 생기기 때문이다. - P33

일본의 사회학자 도이 다카요시는 자신의 책에서 일본의 젊은 세대가 이른바 ‘친구 지옥‘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지옥인 이유는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친구, 즉 나카마로부터 따돌림을 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그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고 진단한다. 나카마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중압감 속에 대립과 마찰을 회피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다 보니, 하루하루가 힘겹다는 것이다. 그는 나카마에게 반감을 사서 배제되고 고립될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공포가 일본의 젊은 세대를 삼키고 있다고 우려한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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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 지도자, 정치인, 기업가 모두 우리나라에 일어난 일로 인해 비난을 받아 왔네. 하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은 말일세, 오노, 우리의 기여는 언제나 주변적이었네. 자네와 나 같은 사람들이 과거에 무슨일을 했는지 오늘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네. 그들은 우리를 그저 지팡이를 짚은 두 노인으로 보는 걸세." 그가 내게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다시 물고기 밥 주는 일을 계속했다. "이제 우리에게 신경 쓰는 사람은 우리뿐이네. 자네와 나 같은 사람들은 말일세, 오노, 지난삶을 돌아보고 그 결함을 인식하지만, 이제 그것에 신경 쓰는 사람은 우리 자신뿐일세." - P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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