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연은 조종할 방법이 없다. 대자연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행위는 다 도박성을 띠고 있다. 날씨에 도박하고 빗물에 도박하고 갑자기 찾아오는 병충해에 도박한다. 농사는 ‘하늘에 의지해 밥 먹는‘ 일이다. 설령 지금까지 우리가 거의 모든 것을 변화시켰다 할지라도 경작하는 데 있어 하늘이 정한 운명은 인간이 어찌할 방법이 없다. - P225

그때 문득 나를 기다리던 외할머니가 떠올랐다. 기다림은 고독 사이에 뿌리내린 식물이 아닐까? 고독이 강렬해질수록 기다림은 무성해졌다. - P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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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땔나무 한 무더기를 한곳에 쌓으면서 생각했다. ‘이 낭패하고 구질구질한 생활은 그저 잠깐이겠지‘라고.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니 아주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쭈욱 이렇게 살아온 것 같았다. 나는 지금까지 쭈욱 ‘잠깐‘ 이렇게 살아온 것만 같았다. - P173

하지만 들판에서 해바라기를 심는 것과 돌멩이를 캐는 것이 뭐가 다른가? 모두 약탈이었다. 굴착기로 약탈하고 대량의 화학비료로 약탈하는 것이다. 대지라는 스펀지를 단단히 틀어쥐고는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내며 갈취하는 것이다.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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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발밑의 대지는 몇억 년 동안 존재해 왔는데 나는 고작 몇십 년 살았을 뿐이며 내게는 휴대폰 한 대가 전부였다. 기적이 일어났을 때, 희망이 강렬해질수록 더 지독하게 엄습하던 고독감이 나를 견딜 수 없게 만들었다. 나는 큰 소리로 울고 싶었다. 우리의 삶은 이전에도 존재하지 않았고 이후에도 절대 다시 일어나지 않을 일들로 가득차 있었다. - P111

우리에게 해바라기 밭이 영원한 존재가 아닌 적이 있던가? 세 달이 지나면 해바라기가 만들어 낸 것들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자양분이 되어 주었다. 그렇기에 해바라기의 아름다운 모습은 결코 우리의 기억에서 잊히지 않고 우리 삶 속에서 언제까지나 함께할 것이다.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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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늘 정신이 오락가락했다. 항상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를 알지 못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늘 집에 돌아가겠다며 짐을 싸셨고, 이웃에게 기차역에 어떻게 가는지를 물으셨다. 할머니는 아러타이에 아직 기차가 다니지 않는다는 걸 알지 못했다. 그저 기차가 유일한 희망임을 알 뿐이었다. 기차는 가장 확실한 떠남을 의미했다.
할머니의 기나긴 삶 속에서 오직 기차만이 할머니가 먼 길을 떠나게 해 주었고, 머나먼 곳으로 데려다 주었다. 기차만이 할머니를 모든 어려움에서 벗어나게 해 주었다. 기차는 할머니의 마지막 보루이기도 했다.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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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세다대학의 세가와 시로 교수는 일본 언론의 원전 보도가 전형적인 ‘대본영 발표‘였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대본영은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 최고 통수 기관으로, ‘대본영 발표‘란 전황에 대한 일본군의 공식 발표였다. 그런데 당시 대본영은 의도적으로 전쟁 피해를 축소하거나 미화하고 심지어 승패를 바꾸는 등 사실과 다르게 밝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대본영 발표는 이후 ‘전혀 믿을 수 없는 내용의 엉터리 공식 발표‘의 대명사로 통하게 되었다. 즉 원전 사고에 대한 일본 주요 언론의 보도는 진실과 거리가 먼 허위 보도였다는 것이다. - P272

정신과 의사이자 평론가인 가야마 리카는 이런 현상을 포지티브 내셔널리즘이라고 명명했다. ‘긍정적 민족주의‘쯤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동일본 대지진 직후 ‘일본은 강한 나라‘, ‘힘내라 일본‘ 같은 문구가 넘쳐 나는 것에 대해 ‘부흥 내셔널리즘‘ 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녀는 이 같은 현상이 부흥 내셔널리즘의 연장선상에서 불안감을 해소하고 ‘자기부정적‘이 되지 않기 위해 반대로 자기를 긍정하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분석했다. - P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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