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이거 마시고 잊어버려. 영원히 잊을 수는 없어도 지금은 잊어. 어제도 내일도 생각하지 말고 오늘만 생각해. 오늘 잘 살았어, 그러면 마셔도 되는 거야. - P72

우리가 아무리 비대면 시대를 산다고 해도, 사람은 결국 다른 사람의 온기가 없으면 시드는 존재다. -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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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우리는 사람들이 가장 비싼 향수에서 매력을 느끼는 이유를 알 수 있다.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가장 좋은 향수로 대접받는 것이다. 사실 아이리스의 향은 아름답지도, 그렇다고 추하지도 않다. 다만 조향사가 만든 스토리에 따라 이미지가 달라진다. - P217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는 이런말을 즐겨 했다.
"직접 느끼는 것은 표현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그만큼 귀하다. 말로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느낌일수록 깊이 발전시킬 수 있다."
향수 애호가들뿐만 아니라 조향사들까지 단어를 조합하듯 향을 조합해 자신만의 어휘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하는 멋진 말이다. - P225

향수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의 최종 목표는 단순히 자연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다. 천연 재료와 만나 자연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해 새로운 향을 만드는 것이다. 천연 재료가 낼 수 있는 향이 수백 가지라면 화학물질이 낼 수있는 향은 수천 가지다. 천연 재료와 화학물질이 어우러지면서 탄생한 것이 바로 향수라는 예술이다. -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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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의 향이 아이리스 뿌리에서 나는 향과 비슷한 점은 여전히 흥미롭다. 아이리스 추출물은 당근 추출물보다 50배나 비싸기 때문이다. 조향사의 마음은 가끔 비용 부담이 적은 쪽으로 기울기도 한다. - P181

혼합 향신료는 여성 향수와 남성 향수에 모두 사용된다. 향은 남녀를 따로 나누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향에 성별이 있느냐의 여부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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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면에서 문학을 생각해본다. 문학은 바로 이런 복잡함의 원칙을 받들고 지켜야 한다. 이론은 간단함을 지향하지만 문학은 복잡함 쪽으로 다가가야 한다. 문학마저 간단해지면 모든 인생은 줄어들어
‘먹고 놀고 마시고 싸고 잤다‘라는 짧은 문장으로밖에 남지 않을 것이다. 소설도 다 줄어 간략한 개괄 몇 줄밖에 남지 않을 것이다. 역사도 줄어 몇몇 위대한 영웅만 남고, 수많은 용감한 행동과 비겁한 도망에 관한 이야기도 간략해져 그저 ‘영광과 굴욕‘ 이렇게 기록될 것이다. 그래서는 안 된다.
우리는 이런 식의 간단한 결말은 결코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과정을 보아야 한다. 복잡한 과정에서 인생의 고단한 상황을 보고, 엄숙하고 장중한 아름다움을 누려야 한다. 사실 사람의 일이란 대부분은줄이거나 삭제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 P237

니체는 운명을 사랑하라고 했다. 운명을 사랑해야 사랑의 경지에 다다른다고 했다. 운명을 사랑하라는 말은 신을 사랑하라는 말이다.
신은 무한한 종류의 운명을 창조했다.
만약 당신이 만난 운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것을 미워할 것인가? 운명을 사랑하라는 말은 중생을 사랑하라는 말이다. 마음에 들지 않은 운명이 다른 이에게 간다면 당신 마음은 가벼워지고 행복해질까? -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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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해보면 사람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그 어떤 소리, 빛, 자태 심지어 온도와 분위기에도 다 호응하고 공명할 수 있는 무언가가 원래부터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아주 많은 일들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느낄 수 있고, 정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영원히 기억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아마도 형식의 힘이 아닐까 한다. - P203

차안은 영원히 부족하고 결핍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피안은 무너지고 말 테니. - P221

사람들은 한 뭉치의 향을 사서 통째로 향로에 꽂았다. 은은한 향불이 아니라 불길이 치솟았고, 연기로 온 하늘을 하얗게 뒤덮었다. 사람들은 진심을 다해 꿇어앉아 승진을 기도했고, 복과 장수를 기도했고, 재난을 피하게 해달라 기도했고, 돈을 벌게 해달라 기도했다. 그런 현생이 어렵다면 내세를 원했다. 어쨌든 부처 앞에서 모든 것이 잘되게 해달라고 자신에게만 전폭적인 우대를 요구했다.
절은 오랫동안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니 이제는 극도로 현실적인 곳이 되었다. 이곳에서 주저하고 머뭇거릴 일은 없어졌다. - P222

그때 깨달았다. 할머니가 왜 그토록 종이봉투를 붙이고, 이불에 수를 놓으며 쉬지 않으려 했는지. 부모님이 봉양하고 있었으니 돈이 필요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할머니는 돈이 아니라 노동 자체가 필요했다. 할머니의 출신성분은 할아버지를 따라서 지주였다. 그 지주 할아버지는 서른 몇 살에 세상을 떠났고, 할머니 홀로 세 아들을 키우느라 수십 년간 온갖 고생을 했지만 사람들 눈에는 그게 아니었다.
다들 할머니를 지주라고 비판했다. -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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