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악함이란 이처럼 평범한 것이고, 평범함이란 이처럼 쉬운 것이다. - P94

 그가 그녀에게 무엇을 주는 건 다시 가져가기 위함이었다. 그가 그녀에게서 무엇을 가져가는 건 격정적으로 돌려주기 위함이었다. - P103

"우리 둘 다 미안하다고 하지 말자. 미안하다고 해야 할 사람은 우리가 아니야." - P109

그 후 20여 년 동안 리궈화는 자신을 좋아하고 동경하는 여학생들이 세상에 널렸다는 걸 알았다. 성을 금기시하는 사회분위기가 그에게는 최고의 방패였다. 여학생을 강간해도 세상은 그게 그녀의 잘못이라고 했다. 심지어 그녀 자신조차 자기 잘못이라고 생각했다. 죄책감 때문에 그녀는 그의 곁으로 되돌아왔다. 죄책감은 아주 오래된 순수 혈통의 양치기 개였다. 어린 학생들은 온전히 걷는 법을 배우기도 전에 일어나 뛸 것을 강요당하는 어린 양이었다. 그럼 그는 무엇일까? 그는 그 어린 양들이 제일 좋아하고, 또 그 어린 양들을 제일 좋아하는 절벽이었다. - P123

쓰치가 식어버린 음식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팅, 난 이미 오래 전부터 나 자신이 아니야. 그건 나 자신을 향한 향수야."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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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대한제국 1897~1910 - 5인의 기록으로 재구성한 있는 그대로의 대한제국사
김태웅 지음 / 휴머니스트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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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는 독립협회의 위세가 커져 각 부(府)와 군의 수령들이 백성들의 재산을 강제로 빼앗는 수탈을 감히 저지를 수 없어지자, 수령 모두가 독립협회를 마치 원수처럼 바라보았다고 자평했다. -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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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식이 한 여자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라고 정의하는 건 여자의 외적, 내적 아름다움이 결혼과 함께 내리막길을 걷기 때문이라는 것을 그녀는 나중에야 알았다. 여자는 결혼과 동시에 자신의 성적 매력을 자발적으로 판도라의 상자에 넣어 봉인해야 한다는 사실을 한참 뒤에야 알았다. - P56

 한 남자를 향한 최고의 존경은 그를 위해 자살하는 것이다. 그를 위한자살인지, 그로 인한 자살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 P72

리궈화를 결심하게 만든 건 팡쓰치의 자존심이었다. 이렇게 정교하게 다듬어진 아이는 절대 입 밖에 내어 말하지 않을것이다. 너무 더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자존심은 종종 남과 자신을 찌르는 바늘이 된다. 그녀의 자존심은 그녀의 입을 꿰매는 바늘이 되었다. - P74

 똑똑한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맞닥뜨리면 남들보다 더 흐리멍덩해지곤 한다. - P81

 처음에는 다른 남자들이 그러듯 그의 시선이 자신에게서 맴돌고 있다고 생각했다.
메뉴판이 없는 레스토랑에 가서 메뉴판을 보고 싶어하는 프티브루주아처럼 군침을 흘리면서 말이다. 그런데 어쩐지 조금 이상했다. 리궈화의 눈빛은 단순한 탐닉이 아니라 관찰하고 연구하는 눈빛이었다. 이원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리궈화가 그녀의 얼굴에서 쓰치가 장차 짓게 될 표정을 찾아내 미리 감상하려 했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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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대한제국 1897~1910 - 5인의 기록으로 재구성한 있는 그대로의 대한제국사
김태웅 지음 / 휴머니스트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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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0일 독립협회 일부 인사들이 주도한 민회가 종로에서 개최되었다. 훗날 이 모임을 ‘만민공동회‘라 불렀다. 그 배후에는 이완용과 서재필이 있었다. 무엇보다 이완용은 친러파 이전에 친미파였던 것이다. 당시 윤치호는 대중들이 규율이 없어 과격해질까 봐우려했다. 이에 서재필은 조선인들은 권위에 대항하여 나설 용기가 없다고 대답했다. - P198

윤치호가 보기에 서재필은 "약삭빠르고 운이 좋은 사람"이었다. 미국에서 의사는 매달 그렇게 큰 액수의 돈을 벌지 못했다. 당시 윤치호는 일기에서 서재필은 그 돈이 자신이 그렇게 소리 높여 동정을 드러냈던 조선의 가난한 백성들의 주머니나 피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기억해야만 한다고 기술했다. -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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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대한제국 1897~1910 - 5인의 기록으로 재구성한 있는 그대로의 대한제국사
김태웅 지음 / 휴머니스트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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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치호와 독립협회 회원들 사이에서도 독립협회의 진로를 놓고 미묘한 견해 차이가 있었다. 윤치호는 독립협회를 강의실, 도서관, 박물관을 구비한 일종의 일반지식협회로 조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윤치호의 일기에 따르면 서재필 역시 자신과 같은 제안을 독립협회에 했지만 누구도 호응하지 않았다. 훗날 독립협회가 정치단체로 나아갈 것인가 계몽단체로 남을 것인가의 갈림길에서 윤치호의 희망과 달리 독립협회는 정치단체로 나아갔다. - P160

일본은 청일전쟁 기간과 그 이후 2년 동안 친일 내각을 통해 조선을 지배했다. 결국 러시아인이 요구하는 것은 모두 일본이 설정해 놓은 본보기와 우선순위다. 러시아가 군대를 통제하고 있는가? 일본은 군대를 통제했다. 러시아가 재정과 세관을 통제하고 있는가? 일본은 재정과 세관을 통제했다. 러시아가 자신의 목적에 부합되게 내각을 구성하고 해산하고 있는가? 일본은 그렇게 했다. - P168

지난 3년 동안 한국은 명목상으로는 독립국이다. 하지만 독립과 개혁의 명확한 이점을 백성들에게 제시하기 위해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 말할 수 있을까? 1년 내내 뇌물수수, 불법적 과세, 변덕스러운 정부의 변화, 억압, 환관, 특진관, 음모, 모의가 판친다. 백성들은 가난과 속박이 주는 비참한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에 목숨과 재산을 보호해 주기만 한다면 러시아인, 일본인 또는 남아프리카의 미개 인종일지라도 기꺼이 주인으로 섬길 준비가 되어 있다. - P169

어리석은 폐하! 폐하와 폐하의 나라를 파멸로 재촉하고 있는 수백 명의 인간들이 폐하를 둘러싸고 있다. 하지만 경험이 아무런 교훈도 주지 못하고, 애국심이 아무런 의미도 없으며, 정직이 아무런매력도 없는 신하와 함께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운명이 이런 자의 손에 맡겨진 이 나라에 화가 있나이다. 운명을 맡긴 이 땅이여, 폐하를 뵐 때마다 울고 싶은 심정이니, 나는 폐하를 사랑하고 불쌍히 여기지만, 거짓말하고 속일 수 없어 가까이 갈 수 없구나. - P169

대한제국 개혁의 유일한 희망은 1894년처럼 또다시 일소하여 지금 일본에 있는 청년들과 함께 정부를 운영하는 것이다. 현재 정부의 나이 든 관료들은 바보이거나 악당, 아니면 둘 다다.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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