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는 성장해야 하는 부분과 성장할 수 없는 부분과 성장해선 안 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혼합된 비율이 인격이고, 우리 가족에 관해 말하자면 마지막 부분을 존중하는 피가 흐르고 있음이 분명하다. - P263

사람이란 결국, 그렇게 누군가의 도움을 받거나 누군가를 도와주며 사는 거란다. - P277

나는 배웠다. 인간, 드럼통 안에 넣어져 산 정상에서 굴러떨어지는 일 정도로 이렇게 완벽하게 변절할 수 있다면, 진짜 전쟁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 P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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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씨 같은 사람들은 일본인으로서, 나라를 위해, 쇼와 천황을 위해 목숨을 바친 것이다.
그런데 패전과 함께 일본은 대만을 깨끗이 버렸다. 아무래도 너희들은 대만인이야. 대만인은 대만인이지 일본인은 아니야. 그러니 부디 행복해. 그때까지 일본인으로 살아온 사람들의 자아는 그 시점에서 소리를 내며 무너졌다. 대륙에서 공산당에 쫓긴 국민당이 이 섬으로 들어온 사태는 (외성인인 내가 할 소리는 아니나)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바로 대만인에 대한 탄압이 시작되었다. 일본어뿐만 아니라 대만어 사용까지 금지되었다. - P185

"당신들은 외성인이죠? 그리고 아마 자네 할아버지는 대륙에서 항일 전쟁에 가담했을 테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에 일본 통치 시절을 그리워하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노예근성이 뼛속까지 박힌 배신자로 보였겠죠. 그건 오스트리아나 체코 사람들이 독일 노래를 부르며 나치 시절을 그리워하는 거나 마찬가지일 수도 있으니까요." - P188

"할아버지는 장점보다 단점이 훨씬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위에 씨는 연못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건 상관없어요."
"우리가 일본을 그리워하는 것과 왠지 비슷하네요."
"네." -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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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들이 왜 이렇게 후련해하는지 이해가 갔다. 할아버지의 죽음은 그들에게는 부정을 씻은 사건이었다. 제멋대로 살아온 반세기의 청구서는 언젠가 어떤 형태로 누군가가 치러야만 했으니까. - P47

본토 사람들은 대륙에서 대만으로 건너와 30년이 지났는데도 노인 대부분은 이곳을 임시 거처로 여겼다. 마음은 늘 대륙에 있었다. 국민당이 언제든 반격해 상황을 뒤집으면 고향으로 금의환향하겠다는 마음이 가득했다. (중략) 대만 태생인 나는 이해할 수 없으면서도 이해했다. - P57

그 무렵 대만은, 대륙에서 건너온 외성인이 토착 본성인을 깔보는 일은, 그러니까 새가 하늘을 날고 개가 똥을 먹는 것과 마찬가지로 의문의 여지가없는 일이었다. 할머니가 대만인이라는 말을 입에 담을 때는마치 도둑놈이라고 말하는 것 같은 울림이 있었다.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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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어디나 어른들이 흘리는 눈물에는 다분히 정치성이 있다. - P20

"우리에게 대의 같은 건 없었단다." 할아버지는 말했다. "같은 부대에 리우꾸이런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 녀석은 자기부모를 괴롭힌 공산당 일가를 모조리 죽이고 국민당에 들어왔어. 다들 비슷한 사연이었어. 이쪽과 싸워서 저쪽에 들어가거나 이쪽에서 밥을 먹여주니 이쪽 편이 되는 거지. 공산당도 국민당도 하는 짓은 같아. 다른 마을에 마구 쳐들어가 돈과 먹을거리를 빼앗았지. 그렇게 백성들을 먹어 치우며 같은 일을 되풀이했어. 전쟁이란 그런 거야."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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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물결이 온 나라를 휩쓸었을 때 얼마나 많은 수의 사람들이 도망쳤는지 아는 이는 없지만, 중국 전역에서 수백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넓게 펼쳐진 허술한 국경을 넘은 것은 확실하다. 오늘날까지도 중국 공산당은 두 가지 진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첫째, 이 대규모 탈출이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라는 것, 둘째, 상하이로부터 경제적, 사회적, 지적 자본이유출되면서 중국에 막대한 손실을 입혔다는 점이다. - P589

이 책은 역사의 희귀한 어느 시기를 다루고 있을 뿐이지만, 한 도시 인구의 작은 단면에서조차 존재하는 다양한 차이점과 갈등을 드러내 보인다. 무력 전쟁과 냉전을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알 수있듯이, 한 국가나 문화에 속하는 모든 사람들을 동일하게 분류하는 것은 잠재적으로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게 될지도 모르는 어리석은 행동이다. 이것만으로도 상하이 탈출이 주는 귀중한 교훈이자, 무엇보다 세계 어디에서건 이주민과 난민들이 여전히 종종 하나로 뭉뚱그려져 경멸적인 모습으로 그려지는 시기에 되새길 만한 단출한 통찰이다. - P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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