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거짓된 삶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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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제각기 다른 거짓말로 제 몸을 감싸고 있었지만 그렇기에, 누구 하나도 순수하지 않은 인물이 없었다. 그들은 순수한 사랑을 했고, 순수하게 서로를 위했고, 순수하게 꾸며진 삶을 살았고, 순수해서 잔인했다. 인형놀이 같은 덧없는 일상은 언젠가는 깨어질 것이었다. 누구도 영원하지 않음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가엽게도 그 속에서 홀로 수많은 것들과 싸워야 했던 아이들도 휘말려버렸지만.


어떻게 쉽게 비난하고 재고 따질 것이 없었다. 표지만 봐도, 소개글을 읽기만 해도 화가나는 그 표현에 사로잡혀서 나는 언제고 그 장면이 등장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것이 주는 불안감과 예민해지는 신경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하여 난동을 부리려는 것을 애써 억누르면서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려 했다.


그런데 막상 너무 평범하게, 조용히 흘러간 그 시작이 되려 가슴을 찔러왔다. 작은 것에도 쉽게 끓어올라 마구 날뛰는 나와 달리 조반나의 모습은 조용하고 침착했다. 조반나는 혼란스러운 가슴을 조용히 끌어안고자 하는 그런 인물이었다. 


덕분에 나는 한김 잠잠해져서 이들 가족을 찬찬히 뜯어본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이었는지를 따지는 질문은 무의미하다. 이 모두가 실은 존재하지 않았더라면,의 전제로 향하지 않는 이상 마치 피할 수 없는 운명을 마주하고 있는 것 같아서 무기력함이 느껴진다.


덧없이 순수하고 순수해서 잔인한 장난같은 어른들의 마음이 고스란이 남아있다.




저는 제가 못생기고 못된 것 같아요.

그런데도 사랑받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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