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지나 재독. 기존 밑줄과 메모에 다른 것들이 더 보인다. 오스틴의 표현대로 2인치 상아에 입힌 섬세한 세공, 부자연스러운 시작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 라는 말에 공감. 세상을 뜨기 2년 전 1815년에 초고 “엘리엇 가 사람들”로 집필 시작, 이듬해 초고를 완성하고 건강이 악화되기 시작, 1817년 언니 커샌드라와 윈체스터로 치료를 위해 거처를 옮기나 두 달 후 영면에 든다. 완성작으로는 마지막 작품.
다른 작품과 비슷하게 의외의 인물이 등장해 주인공으로 하여금 인물들의 참모습과 위선을 알아채게 하고, 남녀간 진실한 이해와 소통의 노력이 이루어내는 행복한 결말을 맺는다. 첫장면부터 구체적 연도를 내용에 기술한 점이 특이하고 섹슈얼리티와 계급, 권위를 부여받은 자의 펜으로 적히지 않은 미시사를 거론한다. 여성의 삶, 가족과 떨어진 선원으로서 가난한 가장으로서의 삶. 갈등을 종결하고 사건의 해결을 맞게 하는 여성끼리의 솔직함과 유쾌한 우정이 부각되는 점은 비슷하다. 후반부에서 하빌 대령과 나누는 앤의 낮은 목소리에 독자는 웬트워스만큼이나 귀를 쫑긋하게 된다. 오스틴이 낮추거나 숨겨서 냈던 목소리로 들린다.

"제가 말했듯이, 우리는 결코 이 문제에서 합의를 볼 수 없을 거예요. 아마 어떤 남녀든 마찬가지겠지요. 하지만 역사를 봐도 그렇고, 산문이건 운문이건 모든 이야기들도 당신에게 불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싶군요. 벤윅처럼 기억력이 좋다면 당장에라도 제 주장을 뒷받침해줄 인용구를 오십 개쯤은 댈 수 있을 텐데. 제평생 여자의 변심을 거론하지 않는 책을 본 적이 없어요. 노래도 속담도 모두 여자의 변덕을 얘기하지요. 하지만 아마 당신은 이 모든 게 남자가 쓴 거라고 하시겠지요 "
"아마도 그렇겠지요. 네, 그래요. 책에 나오는 예를 드는 일은 삼가해주셨으면 해요. 남자들은 자기들 얘기를 할 수 있어서 어느 모로 보나 우리보다 유리했던 거지요. 높은 수준의 교육도 펜도 남자들의 전유물이었어요. 책으로 뭔가를 증명하려는 건 안 될 일이지요."
"그럼 어떻게 증명해야 하나요?"
"결코 증명할 수 없을 거예요. 그런 문제에 대해 뭔가 증명할 수 있다고 기대하시면 안 되죠. 증거로 판가름할 수 없는 견해의 차이니까요. 어쩌면 남녀 모두 처음부터 각자의 성에 대해 편향된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요……." - P310

이 모든 것, 남자가 자기 삶의 보배인 존재를 위해 견뎌낼 수 있는 모든 일들, 성취해낼 수 있는 모든 위업을 당신에게 전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전 다만 심장을 가진 남자들만을 말하고 있는 겁니다!" 그는 감정에 복받쳐 자신의 가슴을 누르고 있었다.
"아!"앤이 열렬한 목소리로 탄성을 내지르며 말했다. "당신이, 그리고 당신 같은 남자들이 느끼는 모든 것을 온당하게 대접할 수 있길 바랍니다. 다른 사람의 따뜻하고 신실한 감정을 하찮게 본다면 벌받을 일이겠지요. 제가 감히 진실한 애정과 절개는 오로지 여자들만의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경멸받아 마땅할 겁니다. - P311

"…… 저는 당신을 이해하지 못했어요. 눈을 질끈 감은 채 당신을 이해 하려고도 제대로 보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누렸던 축복은 모두 스스로 노력해서 얻은 것이라는 만족감에 익숙해져 있었으니까요. 명예로운 노고와 정당한 보상에 자부심을 느끼며 살아왔지요. 인생의 패배를 겪은 다른 위대한 인물들처럼."그는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저도 제 의지를 누르고 운명을 따르도록 해야겠습니다. 마땅히 받아야 할 몫 이상의 행복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하겠지요." - P328

그녀라면, 절대적으로 부유하고 완벽하게 건강하면서도 여전히 행복할 수있었을지도 모른다. 스미스 부인의 지극한 행복감이 활기찬 성격에서 비롯되었다면, 앤의 경우엔 따스한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앤의 성품은 온유함 그 자체였고 그러한 성품은 웬트워스 대령의 사랑 안에서 진가를 드러냈다. 그의 직업만 아니었다면 그녀가 그토록 온유하고 섬세하지 않았으면 하고 친구들이 바랄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언제있을지 모를 전쟁의 두려움만으로도 햇살 같은 그녀의 얼굴이 어두워져버릴 수 있었다. 앤은 선원의 아내라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했다. 그러나 국가적인 중요성보다 가정적인 미덕으로 더 돋보이기도 하는 직업에 속한 탓에 그녀는 마치 세금을 지불하듯 만약의 일을 걱정하며 살아야 했던 것이다. - P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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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1-14 19: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평이 너무 좋으신거 아닌가요? 저 오스틴 이제 그만 읽으려다가 수하님이 <설득>이 제일 좋다고 해서 지금 읽으려고 줄세워놨거든요. 근데 프레이야님 이런 평 보면 진짜 기대만발하게 된다고요. ^^

프레이야 2022-11-14 19:38   좋아요 2 | URL
세 자매 중 둘째 앤 엘리엇이 주인공인데요 다른 작품처럼 구도가 비슷하지만 다르고요.
오스틴의 좁은 공간에서의, 최선의 역사의식 같은 게 분명히 보입니다. 여성의 입장만 강요하지 않고 남성의 진심도 내치지 않네요. ^^ 더 오래 살았더라면 어떤 작품을 더 썼을까 싶어요

다락방 2022-11-15 09:33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 님, 저도 제가 읽었던 오스틴 중에선 [설득]이 제일 좋았습니다!! ㅎㅎ

프레이야 2022-11-15 09:51   좋아요 0 | URL
다코타 존슨이 앤으로 나온 영화를 봤는데 역시나 그 시대 자연풍경이 저는 참 좋아요. 영화엔 스미스부인은 뺐네요. 레이디 러셀이랑 찰스 가 사람들 모두 아프리칸으로요^^

다락방 2022-11-15 10:23   좋아요 0 | URL
네 저 다코타 존슨이 좋아서 영화를 봤거든요. 오래전에 설득 처음 읽었을 때는 재미없게 읽었고 오만과 편견과 비슷한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영화 좋아서 책 다시 봐야지, 하고 보니 책이 엄청 재밌더라고요!! ㅎㅎ
그리고 다코타 존슨 너무 예쁘지 않나요. 설득에서도 너무 예뻤고요 설득은 그리고 영화음악도 엄청 좋았어요!!

프레이야 2022-11-15 10:56   좋아요 0 | URL
그랬군요 다락방님. 그죠^^ 앤을 화자로 한 점도요. 아내 잃은 벤딕 대령이 침울한 얼굴로 바이런 시를 시작하자 바로 이어서 읊으며 시만 읽어선 안 된다던 똑똑한 여자사람 ^^
 
인간의 일에 대하여 - 뤽 다르덴 에세이
뤽 다르덴 지음, 조은미 옮김 / 미행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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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와 소수자들의 삶에 관심 기울이고 특히 고통받는 아이에게 조건 없는 무한 사랑을 주는 어른들을 꾸준히 보여준 다르덴 형제. 10여 년 전 <자전거 탄 소년>을 찍으며 써내려간 뤽의 철학적 사유. 그들 영화를 보며 받게 되는 위로와 구원의 정체가 무엇인지 이해하게 된다. 반복하여 쉼표를 찍게 만든 생각들, 오래 다듬으며 고심하여 언어를 고른 흔적이 보인다. ‘어른’다운 통찰에 숙성한 시적 문장들, 온건하면서 명철하다.
저자인 동생 뤽 다르덴은 철학을 전공했고 형 장 피에르 다르덴은 리에주 예술학교에서 조연출과 실험연출을 전공했다.

타인의 절대적 사랑은 또 다른 보호막, 두 사람이 하나로 존재하는 보호막, 갓난아이가 살기를 원하게 만드는 보호막, 죽는다는 두려움을 점차 삶의 행복으로 바꾸며 죽음을 - 향한 - 존재로 만드는 시간을, 삶을 - 향한 - 존재가 되게 하는 시간으로 전환하는 역설적 보호막이 될 수 있다. - P73

그럼에도 인간이 만들어낸 "무한", 인간의, 오로지 인간적인 초월성을 생각해볼 수는 없는 것일까?
"내 안에 떨어진 무한"이 시간의 흐름에 속하며 다른 인간으로부터 내게 온 것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을까? 처음으로 타자를 향해 자신을 여는 것은 갓난아이로서 인간이 처음 겪는 트라우마이며, "그에게 떨어진 타자의 무한한 사랑, 무한한 사랑의 관계를통해서 이 트라우마를 벗어날 수 있다. 이 타자는 나중에 발생할 또 다른 타자와의 만남(두번째 트라우마)을 죽는다는 공포나 살인이 아니라 그에 대한 인정과 책임감으로 느끼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 P75

악의 소굴은 우울이라 불린다. 우울은 분리된 자의 삶보다 나아 보이는 존재 상태를 만들고 유지할 수 있는 엄청난 상상력이며, 보호막으로의, 닫힌 상태로의 회귀에서 오는 놀라운 힘이다. 이에 맞서는 것은 일시적이면서 강렬한 무한 사랑의 관계, 앞으로 다가올 모든 열림, 신뢰와 인정, 공감에 대한 모든 관계의 모태가 될 관계이다. - P99

인간이 다른 인간을 가르치는 것은 아이와 아이의 "어머니"가 주는 절대적 사랑의 관계에서 시작한다. 이때 어머니는 낳아준 엄마이거나 길러준 엄마일 수도, 여성이거나 남성일 수도 있으며, 젊었거나 늙었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존재가 아이에게 절대적 사랑을 주기 위해 자신의 보호막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 P108

민주주의는 사랑이 아니라 법으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모두의 평등을 목표로 하는 이 법은 사람들을 이어주는 인간적 경험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이 법이 그의 가장 내밀한 문장으로 타자에 의해 인정받는 기쁨과 고통받는 타자를 위한 고통을 표현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에게 의미가 있을까? 두려움 없이자유롭게 인정되고 존중될 수 있을까? - P133

타인과의 관계에서 악은 공감의 부재로 나타난다. 공감이 없으면 결코 인간의 가능성은 진화하지 못할 것이다. 타인에 대한 공감을 느끼지 못하는 인간은 죽는다는 두려움의 포로가 되어 힘과 지배, 파괴의 욕구에 갇혀 있는 인간이거나, 제대로 된 사랑이나 인정을 받지 못한 인간이다. - P142

우리는 나이와 상관없이 언제나 아이로 깨어난다. 이때 우리는 사랑으로 인해 잊어버리고 사그라진 두려움의 순간을 다시 겪고, 마르셀 프루스트의『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처럼 "밀크 커피 한잔, 빗소리, 몰아치는 바람 소리 같은 아주 소소한것들"에 미소 지으며, 새로운 하루가 "미지의 행복에 대한 바람"을 가져오리라 느낀다. 새로운 행복, 미지의 행복은 항상 다시 만나는 행복이다. 어린시절 경험한 무한한 사랑의 행복을 다시 만나는 것이다. 이 행복은 늘 우리 안에 머물면서 어떤 새로운 행복이든 모두 받아들이고, 새로운 행복이 되어 다시 찾아오지만, 새 행복의 새로운 것, 미지의 것은 늘 간직하고 있다. 확실히,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다. - P159

예술은 인간의 고통을 표현한다. 표현하지 않고는 달리 방법이 없어 보인다. 예술 작품을 볼 때마다 우리는 놀라운 공감의 능력을 되찾거나, 우리의 연약한 모습을 함께 나누거나, 인간적인, 그토록 인간적인 공통의 무기력을 발견한다. 죽는다는 두려움, 타자의 무한한 사랑, 타인을 위한 고통을 느끼기 때문이다.

예술은 고통을 표현하는 동시에, 이 고통에서 벗어날 출구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한 이곳에, 이 세상에 있는 기쁨,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기쁨, 삶 속에 있는 기쁨을 표현한다. -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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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부아르는 오스틴의 여주인공들이 묻는 질문을 이렇게 표현한다.
- “내가 단지 타자로서만 성취를 이룰 수 있다면 어떻게 나의 에고를 포기하게 되는 것일까?“(다락방의 미친 여자, 320)


5장에서는 오스틴이 창조한 비밀 요원들이라 할 수 있는 여주인공들이 실제로는 고집 센 ‘아버지’의 세계에 살면서 에고를 어떻게 포기했는지 아니 포기하는 척 위장했는지를 추적한다. 상대적으로 격렬하거나 온화하거나 오스틴 주인공들의 태도는 오스틴 자신을 반향하는 태도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오스틴 주인공들은 후반 작품으로 갈수록 에고를 포기하는 척함에 있어서 노련하고 사고는 더욱 깊어진다.

“자기주장, 상상력, 재치는 자기를 정의하는 유혹적인 요소이지만 지배당하는 운명을 감수해야 하는 여성에게 이것은 위험한 환상이며 겸손, 과묵, 인내의 이점들을 배워 나간다.(320)“


이렇게 개인적 정체성과 사회적 관계속에서 만들어낸 새로운 자아는 이중의 비전을 견지함으로써만 생존할 수 있다. 이들의 ”성숙은 무너진 세계와 자기 분열 이중성,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의 지속적인 가능성뿐 아니라 필요성까지 함축한다.


- <에마>(1815)의 화자는 ’인간의 말에서 완전한 진리가 드러나는 경우는 드물다. 정말 드물다. 어떤 일이 전혀 꾸밈도 오해도 없이 생길 수 있는 경우도 드물다‘고 했다. 오스틴은 여주인공들은 침묵을 조종의 수단으로, 수동성을 권력을 얻기 위한 전략으로, 순종을 그들이 유일하게 가능한 통제 수단으로 이용하고 그들이 원하고 필요한 것을 얻어 낼 수 있을 때 순종하는 듯 보인다(322)


오스틴 소설의 결말은 종종 너무 빤한 해피엔딩으로 취급되는데 그에 대한 <다락방의 미친 여자>에 나온 아래 발췌문의 해석에 공감된다. 야단법석에 그 많은 수다를 다 펼쳐놓고 오스틴은 화자로서 불쑥 개입해 만족할 만한 결론을 내려주곤 하는데 독자는 서두른다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이는 벗어나기 어려운 남성 세계 안에서 가엾은 여주인공에게 “호의적인” 화자이자 구원자로 역할하는 것이다. 오스틴이 소녀와 여자들의 순진한 환상과 치욕스러운 순종을 꾸짖다가도 행복한 결말을 갑작스레 선사하는 것처럼 보이는 선한 의도에 손을 들어준다. 서글프지만 그 시대, ‘아버지’의 세계가 그만큼 완고하다는 방증이다.


- 이미 많은 비평가는 오스틴 소설의 행복한 결말이 내포하는 이중성을 주목해왔다. 이 결말에서 오스틴은 매우 서둘러서 또는 있음직하지 않은 우연의 일치로 또는 모든 메시지를 약화시킬 버릴 정도의 빈정거림으로 연인들을 축복의 가장자리로 데려온다. 호의적인 화자의 도움이 없다면 소녀는 결코 치욕감이나 부모의 집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암시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오스틴의 이중성이 좀 더 모호하게 나타나는 것은 극도로 강력한 여자들을 재현할 경우다. (중략) 그러나 그들의 에너지가 파괴적이고 불쾌하게 느껴진다면 그 이유는 오스틴이 자신의 가장 독단적인 측면을 타자로 가장하는 매커니즘 때문이다. 못된 여자들은 반항적 충동을 재연하고 그 충동은 그들을 이성적으로 만든다. 그것은 여자 주인공을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작가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333)



1814년 출간된 <맨스필드 파크>의 세 자매 중, 조카 패니를 적대시하고 모욕을 주는 노리스 이모에 대해서는 이렇게 옹호한다.


- 노리스 이모는 비록 비난 받는 인물이었지만 작가 입장에서는 기쁘게도 오스틴 시대의 사람들이 가장 격찬하며 즐거워 하는 인물이기도 했다. 노리스 이모는 <Mansfield Park>에서 가장 기억할 만한 목소리 중 하나다. 그녀는 백설공주의 계모인 부산하고 교활한 여왕을 닮았을 뿐 아니라 모차르트의 마술피리에 나오는 밤의 여왕과도 닮았다. 오스틴 소설의 모든 분노에 찬 귀족 과부들은 남성신의 계몽적 이성을 위협하며 남성신은 결국 여성의 섹슈얼리티, 변덕, 수다의 힘을 추방함으로써만 여자 주인공을 얻는다. (336-337)



- 5장 제인 오스틴의 겉 이야기(와 비밀요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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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11-11 12: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노리스 이모 때문에 분노했었는데, 맞아요!
노리스 이모 덕분에 맨스필드 파크가 좀 재밌긴 했어요^^
소설이나 드라마엔 악역이 있어야 흥미진진한 법!!ㅋㅋㅋ

프레이야 2022-11-11 16:21   좋아요 4 | URL
오스틴도 캐서린을 통해 말했지만, 선과 악이 뒤섞인 인간만 있겠지요. 대체로 둘째가 이재에 밝고 현실적이던가요 ㅎㅎ 꼭 나쁘게 볼 것만은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사람이란 참 알다가도 모를 일. 얄미운 당신이 괜찮은 당신이 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뭐 어떠냐 싶고요. 님, 오늘은 영주의 임무를 좀 하고 오셔야죠^^

책읽는나무 2022-11-11 16:41   좋아요 2 | URL
안그래도 금방 바깥에 시찰 좀 다녀왔네요.
안걷다가 걸으니 확실히 좀 벅찼습니다만, 낙엽이 그새 많이 떨어져 있더라구요.
계절이 이렇게 지나가려나 봅니다ㅜㅜ

햇살과함께 2022-11-12 22:55   좋아요 2 | URL
저도 오늘 5장 읽었어요~ 비밀요원들 - 노리스 이모 같은 -에 대한 재해석 흥미롭더라고요 그렇지만 현실에서 만나면.. 피하고 싶은 인간형^^ 아 그리고 노리스 이모가 첫째인데 형부라고 잘못 되어 있어요. 이건 최근에 읽어서 생생하게 기억 ㅎㅎ 다른 오스틴 소설은 읽은지 좀 되서 설명이 잘 와닿지 않아 다시 읽어야할 듯요~

햇살과함께 2022-11-13 11:08   좋아요 2 | URL
프레이야님 덕분에 노리스 이모가 첫째인지 둘째인지 번역본마다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네요~ㅠㅠ

책읽는나무 2022-11-13 11:43   좋아요 2 | URL
저도 노리스 이모가 첫째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둘째였나보다? 생각하고 있었어요. 시간이 지나고 나면 새겨 읽지 않았던 부분들이 죄다 헷갈려서...^^;;;
근데 번역본마다 다른가 보군요??^^

햇살과함께 2022-11-13 12:56   좋아요 2 | URL
책나무님은 저랑 같은 민음사판~
현대문화센터판은 둘째로 나오네요.

프레이야 2022-11-13 13:30   좋아요 3 | URL
원본을 봐야겠군요. ^^ 아무리번역이 달라도 이건 아닌 거 같은데 말이죠

프레이야 2022-11-13 16:36   좋아요 2 | URL
영화를 찾아 봤더니 노리스부인이 첫째로 나옵니다. 2007년 현대문화판 번역 이래도 되나요 ㅠ 그렇담 다미여,에도 햇살님 지적대로 제부라고 번역돼야 맞겠어요. 새로 사야겠어요. 원서랑. 영화에서 버트람 부인은 늘 병든 닭처럼 졸고 있네요. ㅎㅎ

바람돌이 2022-11-12 21: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스틴 소설이 결말에 이르는 과정이 항상 불만이었는데 이렇게 읽을 수도 있군요. 이제 마지막으로 오스틴 소설은 <설득>만 읽어볼 생각인데 프레이야님 올려주신 글을 염두에 두면서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프레이야 2022-11-13 13:16   좋아요 2 | URL
저도 그 의문이 풀렸네요. 설득, 은 문동 걸로 있는데 일단 꺼내놓았어요. 읽어야할 게 많아 좋은 날입니다^^
 

거울은 바깥으로 향하는 시선을 안쪽으로 되돌리지. - 23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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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래 지나 재독.

누군가를 비난할 때는 알렉산더 포프의 시에서 "비애의 조롱을 견다는" 이라는 구절을 생각해내 인용했고, 토마스 그레이가 쓴 시에서는 "수많은 꽃들이 피어나 몰래 얼굴을 붉히고, 사막의 마른 공기 속에 향기를 잃고 만다" 를, 톰슨에게서는 "젊은이에게 총을 쏘는 방법을 가르친다는 것, 그것은 참으로 기꺼운 일이다" 를 배웠다. 셰익스피어는 그녀에게 가장 많은 것을 가르쳐 준 작가다. 그 중에서도 "한낱 공기만큼이나 가벼운 자들에게 질투는 성경의 말처럼 확고히 다가간다"와 "우리 발밑에 짓밟힌 불쌍한 개똥벌레, 그가 느끼는 고통도 거인이 죽을 때처럼 지독한 것이다" 를 가장 좋아했다. 사랑에 빠진 여인은 항상 "슬픔을 향해 조용히 웃음 짓고 있는 인내(忍耐)" 처럼 보인다는 말도 배웠다. - P9

그렇다, 소설! 필자는 자신들이 창작해낸 바로 그 작품을, 스스로 경멸을 섞어 비난하는 일부 소설가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인색하고 졸렬한 태도는 결코 취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작품에 대해 가혹한 채찍을 휘두르고 있는 일련의 적들에 합류하고, 자신의 아내가 아예 그 소설들을 읽을 기회도 주지 않음으로, 스스로를 적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런 작품이라면, 우연히 집어 들었다 하더라도 그 무미건조한 이야기를 혐오스러운 눈으로 넘겨버리고 말겠지만 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소설가가 서로 후원해 주지 않으면 그 누구에게서 보호받고 존중받을 수 있을까? 그런 일에는 결코 찬성할 수가 없다. 비평가들이 한가하게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해대며 말을 꾸며내고, 새 소설이 나오면 신문들이 요즘 불평하는 것처럼 말도 안 되는 얘기를 계속해서 지껄인다면 마음대로 지껄이도록 놔두자. 그렇지만 우리는 서로를 버리지 말아야 한다. 우린 상처 입은 사람들이다. - P38

"그래도 가야겠어요. 지금 어디에 있든 가서 만나야 해요. 말하는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에요. 제 판단으로 잘못된 일을 하도록 설득당하지 않아야 잘못된 일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거라고요." - P125

좋은 전망은 높은 언덕 꼭대기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맑고 푸른 하늘은 화창한 날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내용이었다. 캐서린은 자신의 무지(無知) 때문에 부끄러워 몸 둘 바를 몰랐다. 그러나 그렇게 수치스러워 할 일만은 아니었다.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 상대에게는 무지라는 면이 항상 존재한다. 모르는 것이 없는 박식한 사람은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허영심을 채워 줄 수 없기 때문에, 현명한 사람이라면 드러내 놓고 아는 체를 하지 않는 법이다. 특히 여성이라면, 이해할 수 없는 경우라도, 가능한 한 그 사실을 감추어야만 한다.
아름다운 여인에게서 보이는 자연스런 어리석음은 이미 한 여류 작가의 화려한 문장력으로, 오히려 장점이 된다고 설명된 적이 있다. 이 문제와 관련해 남성들의 입장을 고려해 조금 덧붙이고 싶다. 남성들 중 대부분이, 그들 대부분이 그다지 진지한 사람은 못 된다 해도 여성들의 어리석음이 오히려 매력을 더 돋보이게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반면에 여성들에게 무지 이상을 기대하는 합리적이고 학식 있는 사람들도 있다. - P137

"몰랜드 양, 전 세상 그 누구보다도 여자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좀더 진지하게 말해야 해."
"몰랜드 양, 저보다 여자들을 더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여자들은 너무 많은 재능을 타고났기 때문에 평생을 살면서 능력의 반만 이용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 P141

생각은 아직 그런 근거 없는 공포로 인해 느끼고 행동했던 일들에집중되어 있었지만, 그 모든 생각이 자위적이었고 스스로 만들어 낸 공상에 지나지 않았다는 건 너무도 자명했다. 아무것도 아닌 일을 중요한 것으로 지레짐작해 받아들이고 사원에 도착하기 전부터 두려움이나 공포를 갈망하고 있었던 탓에 모든 일을 왜곡해서 받아들인 것이다.
캐서린은 어떤 기분으로 노생거에 올 준비를 했는지 기억했다. 바스를 떠나기 오래전부터 그런 상상에 심취해 있었고 위험한 일들을 미리 만들어 놓았었다. 이 모든 것이 바스에서 심취했던 책들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 P249

틸니 씨는 캐서린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캐서린의 성격과 그녀의 가정을 아끼지만, 틸니 씨의 애정은 고마움의 표시에 지나지 않았다는걸 고백해야만 하겠다. 다시 말하면 캐서린이 그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였기 때문에 그녀에게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물론 이런 상황은 두 연인의 사랑에서 흔한 일은 아니고, 사실 여주인공의 위엄에도 상당한 손상이 온다는 걸 안다. 그렇지만 이런 일이 새로운 일이라 할지라도 이 모든 상상은 바로 필자가 한 것이다. - P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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