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생 아니 에르노, 세월,
읽다가 잠시, 여기 나오는 사람들도 막강하다.
그중 당대 프랑스 여배우 두 사람. 에르노가 십대 시절 나중에 마리나 블라디처럼 머리를 기르고 밀렌느 드몽죠와 보부아르를 보고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는 대목이 나온다. 브리지트 바르도도 한두 번 언급한다.
보부아르는 바르도를 스크린 위의 상징적 피조물로 보았다. 이 내용은 “보부아르 여성의 탄생” 14장에서 자세히.

1938년생 마리나 블라디 Marina Vlady

1935년생 밀렌느 드몽죠 Mylene Demongeot

사진 찾아보고 미모와 아우라에 놀람.

마리나 블라디는 청순한 느낌이면서 강인해 보인다.
1963년 칸느여우주연상도 받았다.
발랄하고 도발적인 이미지의 밀렌느 드몽죠도 작품이 많다. 2018년 마르탱 프로보스트 영화 “더 미드와이프”에도 수표를 받고 돈을 빌려주는 늙은 여자, 롤랑이라는 인물로 잠시 나오는데 카리스마가! 생의 종착역으로 가는 길에 베아트리체(카트린느 드뇌브)를 보여주는 한 장면이다. 나이들어서도 작품 계속 해왔네. 이 영화, 생을 돌아보게 하며 희망적인 정말 좋은 영화다.

두 배우 모두 팔순을 거뜬히 넘기고도 여전히 멋짐.
물론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아니 에르노도!

1,2번 사진은 마리나 블라디.
3,4,5,6번 사진은 밀렌느 드몽죠
네번째 사진에 맨좌측 앞모습은 진 세버그. 밀렌느 드몽죠와 같이 촬영하며 질투도 서로 있었나 보다. 5번은 크루서블(세일럼의 마녀들). 그러고 보니 5,60년대 프랑스 여배우들, 아름다운 배우가 많다. “스크린에서 소비된 상징적 피조물이었다” 해도 한때 젊음과 아름다움으로 추억과 동경을 부르는 집단기억의 파노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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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0-17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월을 읽으면 저렇게 아름다운 배우들도 만날 수 있군요. 나이들면서 아름다워진다는게 참 쉽지 않은 일인데 이 여배우들은 그런 모습을 보여주네요. 물론 진 세버그는 일찍 죽어 아쉽지만요.

프레이야 2022-10-17 19:12   좋아요 1 | URL
이거저거 하면서 읽으니 아직 반밖에 못 봤네요. 아주 좋습니다. 그야말로 에르노와 당대 사람들의 세월이네요. 저 여배우 둘 다 넘 매력적이죠. 생존해 있고요 ^^ 진 세버그 안타까워요. 인명이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ㅠ
 

Program Note

한 남자

2018년 요미우리문학상을 받은 히라노 게이치로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옮겼다. 츠마부키 사토시, 안도 사쿠라, 구보타 마사타카 등이 출연하며 <우행록: 어리석은 자의 기록>(2016)으로 주목받은 이시카와 케이 감독이 연출했다.
이혼하고 아이와 함께 고향에 내려와 살던 리에(안도 사쿠라)는 다이스케(구보타 마사타카)라는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성실하고 착한 남편과 아이도 낳고 행복한 생활을 하던 어느 날, 다이스케가 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장례를 치르는 중에 다이스케의 형이라는 사람이 찾아와 죽은 남편의 사진을 보며 이 사람은 내 동생 다이스케가 아니라고 말한다.
남편이 다이스케가 아니라면 누구인가? 리에는 변호사 키도(츠마부키 사토시)에게 남편이 누구였는지 알아봐 달라고 부탁한다. 내가 알던 사람이 한 순간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으로 바뀔 때 우리의 이성과 감정은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
사람의 정체성에 대해 묻는 <한 남자>는 키도를 재일교포로 설정하면서 질문의 수위를 정치적인 문제로 확장한다. 키도는 사실에 접근해가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물음과도 대면한다. 자신의 과거를 지우고 싶은 욕망과 나를 나로 만드는 정체성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미스터리 속에 충실히 담아냈다.

BIFF 2022
프로그래머
남동철

리메이크/원작 있음
Japan 2022 123min

————
히라노 게이치로 책 몇 권도 보고픈 게 있네.
안도 사쿠라 연기를 좋아해서 다음에 봐야겠다.
일본에서는 11월 개봉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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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0-16 21: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르네 마그리트 그림이 배경!ㅎㅎ 일본어 포스팅 문구가 영화 스포네요🙊

프레이야 2022-10-16 22:30   좋아요 1 | URL
네. 뒷통수 ㅎㅎ 속이기 어려운 이면.
일어 문맹인 저는 한자만 보이네요. 대충 짐작.
이 이야긴 사실 책보다 영화가 훨씬 나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듭니다. 자주 다루어진 주제라.

희선 2022-10-17 00: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까지 알던 사람이 아주 다른 사람이었다는 거 처음이 아닌 듯하기도 하네요 미야베 미유키 소설 《화차》 생각납니다 여기에서는 왜 그랬을지...


희선

프레이야 2022-10-17 00:59   좋아요 1 | URL
미미 여사 화차 오래전 재미있게 읽었어요. 낭독녹음 했더랬죠. 이 책도 이유가 뭘까 왜 거짓 인생을 살아왔을까 궁금해요. 희선 님도 포스터 글자 다 읽으시겠어요. ^^ 재일교포 3세라는 게 단초가 될 것 같긴 한데요
번역이 필요합니다. ㅎㅎ

희선 2022-10-18 01:12   좋아요 1 | URL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밑으로 쓰인 말은 <사랑했던 남편은 아주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이런 거 알아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한데... 왼쪽 밑에 큰 글자는 영화 제목이고 위쪽에 있는 작은 글자는 배우랑 여러 사람 이름이네요

밑에 로드쇼 옆에 있는 말은 “[사랑]과 [과거]를 둘러싼 주옥 같은(아름다운) 감동 휴먼 미스터리, 충격의 영화화.”예요


희선

프레이야 2022-10-18 01:11   좋아요 1 | URL
우와 희선님 고마워요
요정도는 궁금증 유발할 문구지요.
책소개에도 거의 다 나와 있어요^^
이야기 전개와 이면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보부아르, 여성의 탄생
제13장 가톨릭 금서, 레 망다랭(1950-1958)


이 책 내내 흥미로운, 보부아르가 동시대 만난 사람들… 매력적인 사람들, 연관책에 영화에 … ^^


한쪽 유방 절제 수술을 해야한다고 말하니 사르트르는 냉소주의로 대응했다고. 최악의 경우라 해도 12년은 더 살텐데 어차피 그때쯤이면 지구는 원자폭탄으로 멸망할 거라나. 보부아르는 수술 전날 보스트와 아름다운 수도원에서 보냈다고…
보부아르의 말대로 감정적 상호성은 결여되었지만 사르트르가 보부아르의 작품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든 부정적인 지적이든 정확한 피드백을 아낌없이 해준 걸로 보인다. 사르트르는 1952년 가을에 처음 원고를 보고 “훌륭한 구석이 많지만 아직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했다. 하지만 완성되자 자기는 소설을 그만두어야 할 이유가 생겼다며 “ 자유, 불확실성, 애매성을 끝까지 견지하면서” “시대의 문제를 나보다 훨씬 더 잘 탐구했다”고 말했다. (356) “나보다”라는 말이 거슬리지만 아무리 봐도 두 사람은 실패한 면이 있는 관계라 해도 서로에게 아주 필요했다. 레 망다랭,은 1954년 10월에 출간해 공쿠르상을 수상했다. 제목도 클로드 란즈만이 붙였다.


#
사르트르는 새로운 정치적 열의를 잡지에 반영하기 원했으므로 젊은 마르크스주의자 몇 명을 레 탕 모데른,의 필진으로 영입했다. 그 중에 사르트르의 비서와 친구 사이인 아주 명민한 젊은이가 있었다. 클로드 란즈만은 스물일곱 살이었고 유쾌한 성격에 파란 눈이 아주 예뻤다. (보부아르, 여성의 탄생 354)



이때 마흔넷의 보부아르는 성적 매력을 잃어간다는 생각에 의기소침해 있었던 것 같다. 보부아르는 미국 소설가 올그런과 연애 중에도 그랬듯 란즈만에게도 편지를 열정적으로 보냈다. 두 사람이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다 유대인이었던 그의 설명을 듣고 “이전에는 상상도 못한 방식으로” 유대인을 이해하게 되었다. 란즈만은 보부아르가 처음 집에 들인 애인이고 칠 년을 함께 살았고 유일하게 “tu”로 지칭한 연인이었다. 클로드 란즈만은 사르트르와 보부아르가 “우울증 혹은 절망에 가까운 실존적 불안”(358)을 공유하고 있다고 보았다.
1958년 보부아르는 오십대로 접어들고 란즈만과는 이별 후 웆정을 잇는다. 란즈만은 유럽대표단으로 북한에 가 간호사와 사랑에 빠지는 일이 있었고 영화로도 만들었는데 여기선 언급하지 않았다. 그동안 보부아르는 “버지니아 울프를 나 자신에게 돌아가기 위한 해독제처럼 읽으면서” 자신의 생을 달리 “평가”(381)했다.

보부아르의 지속적인 지원으로 클로드 란즈만은 560분짜리 걸출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었다. 네 명의 증언에 기대어 풍경과 말만으로 이어가고 음악도 배제하였다. 란즈만이 트라우마적 포로노라고 생각하는 잔인한 장면도 일절 넣지 않았다.


쇼아의 각본집이 나와 있다. 서문을 보부아르가 썼다. 그가 쇼아를 찍기 안팎의 어려웠던 이야기를 담은 40분짜리 다큐 ‘클로드 란즈만, 쇼아의 유령’도 제8회 DMZ국제다큐영화제 작.


https://v.daum.net/v/20180706022617407



알라딘 책소개 가져옴

시몬 드 보부아르의 서문 〈공포의 기억〉 중_
〈쇼아〉에 대해 이야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영화에는 마법같은 힘이 있다. 그러나 마법은 말로 설명할 수 없다. 전쟁이 끝난 뒤 우리는 게토와 절멸수용소에 관하여 셀 수도 없이 많은 증언을 읽어왔다.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그러나 오늘날 클로드 란츠만의 훌륭한 영화를 보며 사실은 그동안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가 안다고 생각했던 그 모든 지식이 무색할 만큼 당시의 끔찍한 경험은 우리와 동떨어져 있었다. 이제야 우리는 처음으로 머리와 마음과 몸으로 그 이야기를 몸소 체험하게 된다. (…) 클로드 란츠만의 영상 편집은 각각의 사건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실제로 일어난 순서를 그대로 따르지 않는다. 이런 단어를 사용해서 설명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편집은 한 편의 시와 같은 구조를 띤다.

———

1925년생 클로드 란즈만은 2018년 세상을 떴다. 당연히 그전의 일이겠지만 보부아르에게서 받은 300여 통의 편지 중 112통을 선별해 예일대학에 팔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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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0-16 16: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쇼아 영화를
학부 시절에 단체로 봤는데 (학교 내 극장에서 )
독일 출신 학생들이 더 활발하게
자신의 조상들이 어떤 짓을 했는지 날 선 비판을 하더 군요
반면
일본인 학생들은 영화 끝나자마자
유유히 사라졌어요 ,,,,,

프레이야 2022-10-16 18:55   좋아요 1 | URL
장장 9시간 넘는 영화 디비디가 착한 가격에 나와 있네요. 각본이랑 당장 구매. 학부 때 보셨군요 스캇님. 가해자들의 증언도 궁금합니다. 말과 풍경이 스산할 것 같아요.
선입견을 가지면 안 되겠지만 일본학생들 기숙사 방 비우면서 쓰레기 안 치우고 자기것만 챙기고 나가더라고 … 작은애가 독일에서 본 이야기네요.
 

2019. 8.28 녹음 시작
467쪽 중 236쪽에서 멈추고 있던 책을 오늘부터 다시 시작, 313쪽까지 녹음.
코로나와 부상으로 3년이 흘렀다. 코로나 한창일 때도 할 건 그대로 다 했고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는데 이제와서 생각하면 왜 그때 그 시기가 어디로 증발해 버린 느낌인지 모르겠다. 심리적 요인이 큰 듯.
이 책은 녹음을 다 마치지 못하고 있던 책이라 늘 마음에 걸렸다. 오늘 세 시간 연속 녹음했다.
10번 파일 남은 것 마치고 11, ,12, 13번 파일 완료.
몸이 기억하는 건 정확하고 오래가는 것 같다. 녹음실 기기 작동 잊어먹었을 줄 알았는데 그냥 바로 아무렇지 않게 되어서 신기했음. 다음주에는 도서관냥이들 습식캔 좀 갖다줘야겠다.
돌아오는 길, 신선대 부두 아래 정박한 컨테이너선에 황금색 불빛이 휘황하다. 저 멀리 눈앞에는 부산항대교 불빛. 야경이 멋진 거 보니 해가 많이 짧아졌구나.

아래 첫 밑줄긋기 내용은 처음 안 사실이다.
살아가는 사람들- 세월호 4주기 편의 문장이다.
놀라운 일이다.
<연필로 쓰기>는 기록과 자료를 토대로 저자가 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 드러나지 않지만 자신의 삶을 가꾸는 사람들을 직접 발로 뛰어서 보고 느낀, 역사적 이웃의 증언이다.
2019년 3월 발간.

고 문지성양(2학년 1반)의 시신은 유실되었다가 동거차도 어부의 미역다발에 걸려 올라왔다. 지성양의 시신은 얼굴이 없었다. 지성양 아버지 문종택씨는 그날부터 카메라를 들고 이 참사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기록해서 보관하고 편집해서 유튜브로 송출해왔다.
주부단체가 바자회를 열고 그 수익금 400만 원으로 문종택씨에게 카메라 장비를 사주었다. 문종택씨는 서울에서 신문광고 업무에 종사했기 때문에 정보와 기록이 무기라는 것을 잘 알았다.
- 초기에 기록과 정보를 확보하지 못하면 구렁텅이에 빠진다. 적폐의 나라에는 감추고 지우고 뭉개려는 자들이 우글거린다. 고함으로 싸울 수도 힘으로 싸울 수도 없다.
기록으로 싸우겠다.
고 문씨는 말했다.
문씨의 컴퓨터는 최근에 바이러스 공격을 받아서, 참사초기 1년간 찍은 자료 14테라바이트가 증발했다. 2.5톤 트럭 서너 대 분량으로, 기록의 핵심부이다. 컴퓨터 전문가들이 복원을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누구의 소행인지 밝힐 수도 없었다. 문씨는
-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다.
라고 말했다. - P256

주먹도끼의 손잡이에는 그 도끼로 사냥을 해서 처자식을 벌어먹이던 사내의 손바닥 체온이 남아 있다. 그는 이 손바닥으로 짐승을 때려잡고 아내를 애무했을 터이다. 주먹도끼의 손잡이는 사람의 손아귀에 닳아져서 반들반들하다. 나는 석장리박물관의 주먹도끼를 들여다보면서, 짐승의 머리를 치다가 일격이 빗나가서 짐승에게 먹힌 사내들, 하루종일 허탕치고서 배고픈 처자식들에게 빈손으로 돌아오는 사내들, 비가 오고 또 눈이 와서 나가지 못하고 움막집 안에 웅크리고 앉아서 밖을 내다보고 있는 사내들을 생각했다. - P312

할매들은 작물을 통해서 자연과 깊이 공감하고 있다. 감자, 푸성귀, 벼는 소출을 가져다줄 뿐 아니라 작물들은 할매들의 마음속에 사랑과 기쁨의 자리를 만들어준다.
작물이 비를 맞듯이, 할매의 마음에 이슬비가 뽀시락뽀시락 내린다. 할매들의 감수성은 늘 외계와 직거래하고 있다. 할매들의 언어는 몸의 언어이다. 이슬비가 오면 몸이 끄끕하니 개작지근하고, 밭에 가보면 파란 잎이 팔랑팔랑하고, 이파리와 사람이 서로 알아본다. 할매들은 늘 생산노동과 가사노동을 겸했다. 할매들의 생애에 가해진 억압은 풍속이 되어 있었고 때때로 야만적이었다. 할매들은 그 가혹한 억압과 빈곤 속에서도 키우는 자의 심성을 보존했고, 그 심성 위에 생애를 건설할 수 있었다. -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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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10-12 2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목소리는 어떠실지 매우 궁금하네요. 예사롭지 않으실듯요^

프레이야 2022-10-12 21:37   좋아요 1 | URL
그렇지ㅡ않아요 그레이스 님 ^^
그냥 평범하옵니다.

바람돌이 2022-10-12 21: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3시간 연속 낭독요. 안 힘드세요?
저는 3시간 달아서 수업하고 나면 진이 쫙 다 빠지던데.....
생각보다 말을 하는게 체력손실이 커던데 항상 낭독 봉사 하시는 프레이야님 보면서 훌륭하시다 생각해요. ^^
책 잘 읽는거 많이 어렵던데 프레이야님 왠지 굉장히 듣기 편하게 잘하실거 같아요.

프레이야 2022-10-12 21:58   좋아요 1 | URL
그게 저도 예전에는 힘들던데 이제는 세 시간 정도는 괜찮아요. 애들 데리고 말하는 게 에너지 많이 빠지죠. 전 목보다 눈알이 ㅎㅎ 발성을 쉽게 하는 호흡이 필요해요. 그냥 하다보니 터득한 것 같아요 나도 모르게요.
스스로 약속이니 이제 안 빠지고 해야죠^^

scott 2022-10-12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디오 파일도 올려 주세요! 글자만 낭독으로 쓰여 있습니다 ㅎㅎㅎ 전 학부때 교양 과목 영어 전부 제 목소리 레코딩 하고 동기들 선배들 제발음만 줄창 ^0^

프레이야 2022-10-13 00:26   좋아요 0 | URL
ㅎㅎ 스캇님 영어 듣고 싶어요. 올려주세요 맛보기로라도요 진짜.
저 녹음 도서는 시각장애인을 위해서만 배포되는 것이옵니다. 배포 곤란요. 다행이죵

희선 2022-10-14 0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 님이 읽어주시는 책 듣기 좋겠습니다 목소리 모르지만 어쩐지 그럴 것 같습니다


희선

프레이야 2022-10-14 01:26   좋아요 0 | URL
감정 따라 좀 달라요^^ 가다듬어서 녹음하니 그땐 좀 낫겠지요.
 

현실을 살아가고 내 앞에 무엇이 놓여 있는지 제대로 보려면 철학사상이 아닌 내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해야 한다.
<인간의 조건> 서문 말미에서 한나는 이렇게 조언했다.
"그러므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간단하다.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라.‘
이 말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내 발밑의 세계가 아닌 우주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을 향한 비난이며, 잠시 멈추고 우리가 어떤 위치에서 인간 조건의 활동에 대한 생각에 다가갈 수 있을지 고려하라는 간청이다.
한나의 1955년 8월 사유 일기를 보면 첫 부분에 이런 글이 있다.
"하이데거는 틀렸다. 인간은 ‘세상에‘ ‘던져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인간은 지구상에서 동물과 다를 바 없다. 인간은 던져진 게 아니라 정확하게 나아갈 방향을 갖고 있는 존재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의 지속성이 생겨나고 그가 속해 있는 길이 드러난다.‘ - P212

사회혁명이든 정치혁명이든 권위의 몰락이 필수 조건이다. 무력, 즉 경찰과 군대를 향한 충성심이 여전히 강한 상태에서는 어떤 혁명도 성공할 수 없다. 정치 체제의 분열이 혁명을 가져오지는 않는다. 혁명이 성공하려면 "사람들이 간절히 열망하고 날개를 펼치길 기다리면서 권력에 대한 책임을 견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18세기에는 문인들hommes de lettres이 그런 사람들이었다". "
미국혁명을 통해 한나는 지역 정치에 뿌리를 둔 더욱 민주적 형태의 정부가 가능하리라 보았다. 한나는 공적영역에 활발히 참여함으로써 행복을 발견하는 시민의 모습을 상상하며, 프랑스 정치학자 토크빌의 저서를 읽고 의회 제도에 대한 개념을 발전시켰다. 미국 같은 입헌공화국에서는 시민권을 보장해주지만 정치적 행동을 통해 그러한 권리를 확보하는 것은 시민들 몫이다. 한나는 정치는 신념에서 나오는 용기가 아니라(신념은 어렵지 않다), 일상과 관습 속에서 경험한 용기에서 나온다고 보았다. 대중의 행복 경험은 혁명 정신을 유지하는 데 필수다. - P252

세상 속 경험과 사건에서 사실이 비롯된다. 다시 말해 사실 존속 여부는 기억과 이야기에 달렸다. 누군가 사실을 각색하기 시작한다면 인간이 공통으로 경험한 세상은 사라진다. (중략)

주어진 문제를 관찰하며 마음속에서 더 많은 사람의 관점을 떠올릴수록, 내가 그 사람들 처지라면 어떻게 생각하고 느낄지 더 자세히 상상할수록, 타인을 대변하는 나의 사고 능력이 더 강해질수록 타당한 결론, 즉 의견을 내놓을 수 있다."

끝없는 거짓말은 내 발밑의 땅을 앗아가 내가 설 땅을 하나도 남기지 않는다. 논문은 "진실은 무엇인가"란 질문에 대답하며 끝난다.
"개념적으로 우리는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것을 진실이라 부를지도 모른다. 은유적으로 표현하면, 진실은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땅이고 내 머리 위로 펼쳐진 하늘이다."
진실은 이 세상에서 내게 안정감을 준다. 하지만 항상 움직이는 땅과 하늘과도 같다. - P258

한나는 야스퍼스에게서 경청과 대화를 하나의 예술로 이해하고 이 세속적 활동들을 자신의 삶과 일의 중심에 끌어올린 한 남성을 보았다.

이 작은 세상에서 그는 자신의 비할 데 없는 대화 능력을 펼치고 발휘했다. 매우 주의깊게 들었고, 언제나 자신을 꾸밈없이 드러냈으며, 인내심 있게 토론 주제를 음미할 줄 알았고, 무엇보다도 어쩌면 침묵으로 그칠 것을 공론화하고 대화 주제로 만드는 능력이 탁월했다. 말하고 들음으로써 그는 변화와 확장을 가져왔고 이를 더욱 갈고 다듬었다. 그의 아름다운 표현을 빌리면, 밝게 비추었다.

한나에게 야스퍼스는 사유가 무엇인지 몸소 보여준 사람이다. -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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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지기 2022-10-03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데거에 대한 한나 아렌트의 비판이 인상깊네요 ㅎㅎ

프레이야 2022-10-04 08:45   좋아요 0 | URL
하이데거, 한 권도 읽어보지 않아 뭐라 말 못하겠지만 아렌트는 그것을 넘어섰어요. 청출어람. 69세로 일기를 마감하기 전 하이데거와 대화를 하려고 노년의 하이데거 부부를 찾아갔는데 그때도 부인이 자리를 비켜주지 않아 둘만의 진지한 대화를 나누지 못했더군요. 일생에 걸쳐 뭔가 듣고픈 말과 하고픈 말을 가지고 찾아갔을텐데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