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소년,이라 하니 바로 떠오른 오랜 알라디너,
그분의 책을 자칭 타칭 팬인 그장소님이 선뜻
보내주셨다. 그장소님, 고마워요.

전공과 달리, 서른에 그림을 시작하여 꾸준히
활발한 작업을 해오신 한해숙님의 페르소나,
단상고양이는 너무나 매력적인 캐릭터다.

아이와 그림을 그리고 놀던 중, 단상고양이가
탄생하게 된 이야기로 시작하는 프롤로그부터
같이, 따로, 사이, 책 읽는 고양이, 짧은 이야기
그리고 명화 패러디를 담은 `우리도 그들처럼`까지, 각 장마다

세련되고 온기있는 정서와 맛깔난 단상을 감상할 수 있다.
개성만점 일러스트와 저자의 글이 짧거나 길게 강약을 조절하며 흘러간다.

일러스트만 보아도 느낌이 전해지는데, 공감과 소통을 기다리는
모든 사람들을 대변하는 것 같아 미소가 번진다.

☆그림의 기원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멀리 떠나게
된 사랑하는 사람을 잊지 않기 위해 불빛을
비춰 벽에 생긴 그의 그림자를 따라 그렸다는
고대 그리스의 부타데스의 딸 이야기처럼.

그림은 그리움의 다른 말 같을 때가 있다.

- 단상고양이, 86쪽


단상고양이 한해숙님의 ˝붉은책˝이
또 다른 숲에서 발견되길 기원하며‥
길냥이를 업어다 지금은 가장 소중한
식구로 아끼는 친구와 그림에 관심이 큰 친구딸에게도 한 권 선물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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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1 1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6-02-01 21:39   좋아요 2 | URL
좋은작품 계속 기대할게요^^ 책 준비하는 일이 얼마나 고독한 시간을 혼자 감내해야 되는지 알게 된 사람으로서, 박수 보냅니다.

2016-02-01 1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6-02-01 21:34   좋아요 2 | URL
책인심 후덕하기론 알라디너만 한 분들이 없지요.

초딩 2016-02-01 13: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림은 그리움의 다른 말 :-) 좋네요. 많은 예술작품에서 페르소나 또는 창조자의 사유나 감정의 표출을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프레이야 2016-02-01 22:31   좋아요 1 | URL
사유세계가 참 좋아요. 단상고양이는 외모에서 풍기는 내적 힘도 상당합니다. ^^

[그장소] 2016-02-01 13: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좋은글 너무 감사합니다.^^
기본적으로 리뷰를 잘 써주시지만
그저 선물이어서 ..부담이 될까..
부탁을 드리지 않는데,
너무 큰 감동이라...
정말 뭐라 드릴 말이...
많이 많이 고맙습니다 .
책을 나눠서 좋았다 ㅡ는 걸 새삼 재삼
실감하게 됩니다.
참 행복합니다.
거듭 감사 드립니다.


프레이야 2016-02-01 21:36   좋아요 1 | URL
나눔은 언제나 어디서든 좋아요. 저도 제 책을 선물하면서 단한번도 부탁 드린 적 없어도 진솔하게 써주시는 분들에게 참 고맙지요.

[그장소] 2016-02-01 22:00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참 고마운 일이예요.^^
그냥 봐주시는것도 고마운데..^^
좋은 밤 되세요~^^
프레이야님^^

프레이야 2016-02-01 22:06   좋아요 1 | URL
아, 마음 따스해라요. 그장소님께는 제 마음의 선물이 길을 잃어 아쉽지만‥ 그래도, 그장소님 덕에 추운 날씨에 훈훈합니다.

[그장소] 2016-02-01 22:09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ㅡ그건 정말 , 매우 !애석한 일인데
어찌보면 누군가는 `앵두`를 또 그렇게 만나는
것 이기도 하잖아요.
누군지는 몰라도 적어도 제 주위 근처에 두 집에서는 ㅡ^^
프레이야 님 책을 보고 ㅡ분명 반할거예요.
저는 1월이 아닌 2월에 앵두와 인연인 거라는..
ㅎㅎㅎ
저도 보면 이렇게 잘 정리해야할텐데^^

세실 2016-02-01 15: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예뻐요~~
그림은 그리움의 다른 말 같다는 님의 표현이 참 좋아요^^

프레이야 2016-02-01 21:37   좋아요 1 | URL
그림은 그리움의 다른 말, 한해숙님의 단상이예요^^

서니데이 2016-02-01 17: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상고양이 작가님이 오래전부터 알라딘 서재에서 활동하신 분이었다는 건, 프레이야님의 페이퍼를 통해서 알게 되었네요.
프레이야님,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프레이야 2016-02-01 21:37   좋아요 2 | URL
그러셨군요. ^^ 인연에 감사해요, 서니데이님과도요.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이용한 지음

배혜경과 함께 읽기 3화
갈맷길협동조합 홈페이지
http://gobusan.kr/bbs/board.php?bo_table=withbooks&wr_id=11

 

연말 연기대상을 수상한 한석규는 좋은 작품의 제일 요소로 훌륭한 원작을 꼽았습니다. 겸양의 뜻도 담은 수상소감이었지만, 원작의 진정성이 수작의 거름이라는 말에 이의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물론 있지만요.

 

여행과 바람과 고양이의 시인 이용한의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는 영화 <고양이 춤>을 보고 나서 찾게 되었습니다. 영화 <고양이 춤><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를 원작으로, 이용한 시인이 시나리오 작업도 함께한 좋은 다큐입니다. 영화를 보고 이 책을 바로 사두었다가 2012년을 시작하는 책으로 새해 첫날 펴들었습니다몇 년 전 이미 베스트셀러 기록을 남긴 이 책은 당시만 해도 길고양이들에 관심이 없었던 저로선 전혀 몰랐던 책입니다.

 

2016년 새해 첫 달이 지고 있습니다. 내일 다시 태어나기 위해 날마다 지는 우리, 그 존재감에 위로와 온기가 필요할 때에는 다소 편견을 가지고 내쳤던 대상에게 먼저 관심을 가지고 다가가기를 권합니다.

 

이 책에 실린 수많은 길고양이들의 사진에는 시인의 애정과 배려가 배어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진이 나올 수 없겠지요. 집고양이와는 다른 생을 사는 길고양이들의 신산한 묘생과 천진한 모습을 허름한 일상과 사계절의 자연과 함께 담아낸 사진들로 상당한 위로가 되었습니다. 어찌나 귀여운 모습도 많은지 보고 있으면 저절로 웃음이 묻어나고 마음이 노골노골해졌습니다. 세심한 관찰로 사실적이고 구체적이면서, 묘생과 인생을 나란히 두고 사색적이기도 한 문장, 명랑하고 유머러스한 글과 삽화도 금상첨화입니다.

 

이용한 시인은 어느 해 겨울, 달빛과 소파와 여섯 마리의 길고양이와의 인연을 시작으로 8년이 넘게 길고양이들과 다정한 인연을 맺고 있습니다. 처음 인연은 다섯 마리 아기 고양이와 그들의 어미 고양이 랑이와 시작되었습니다. 호랑이와 닮았다고 랑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이름을 지어주고 이름을 불러주는 일의 기쁘고도 눈물겨운 사랑이 시작되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길 위의 날들을 사는 이들의 삶은 안락하지도 평화롭지도 않습니다. 사고나 로드킬도 잦지만, 안전을 위해 최고의 천적인 사람을 피해 다녀야 합니다. 요즘은 캣맘도 늘어나고 캣맘을 비난하며 고양이를 학대하는 사람도 늘어나지만, 결국 고양이나 사람이나 길 위에서 공존해야 하는 목숨입니다. 진정한 선진국의 척도는 동물을 대하는 태도에 있다고 하지요.

 

길고양이 개체수가 늘어나면서 보호단체도 늘고 중성화 시술도 늘어났습니다. 길고양이 보호단체에서 버려진 길고양이들을 데려다 몸과 마음의 다친 곳을 치료해 새로운 삶을 살게 해주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태생이 길고양이였던 냥이들보다 집고양이에서 길고양이로 버려진 냥이들, 유기묘들은 길 위에서 살아가기가 더욱 힘듭니다. 생활력이 모자라는 것이지요. 버려진 기억에 상처 받아 사람을 믿지 못하고 자폐성향을 보입니다. 보듬고 안심시키는 심리치료를 하더군요. 사람들이 가해했거나 사고로 다친 길고양이들은 수술이나 의료치료를 해줍니다. 그렇게 회복된 길고양이들을 원하는 가정에 입양까지 주선하고, 끝까지 순화되지 않는 고양이는 다시 그들이 살던 길로 보내 주었습니다. “잘 살아야 돼.달려가는 고양이 꼬리에 이 말을 멀리서 날려주던 그곳 사람들이 참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는 가벼운 사진 에세이집이 아닙니다. 길고양이들과 1년 반이라는 시간을 밀착하여 묘생을 기록한 책입니다. 탄생과 죽음, 오욕칠정, 생존의 갈등과 짝짓기까지 잘 몰랐거나 삐딱한 시선으로 보았을 길고양이들에게 한결 열리는 마음을 갖게 해줄 유익하고 사랑스러운 책입니다. 저자는 고양이야말로 동물 중에 가장 풍부한 표정과 다양한 자세와 천의 얼굴을 지닌 변화무쌍한 동물임에 틀림없다고 확신합니다.

 

고양이는 사람보다 2도 정도 높은 체온을 갖고 태어납니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주검은 사람의 주검보다 더 싸늘해 보입니다. 멀리서 새끼 노랑이의 죽음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는 어미 고양이 노랑새댁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합니다. 새끼의 주검을 한참이나 지켜보다 사라지는 어미의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고, 차마 그 눈을 오래 바라볼 수 없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어차피 사는 게 사건의 연속이지만,
모든 포유류의 결말은 고독하다
죽어서 말이 없거나 말없이 죽었거나
아가리 닥쳐, 라는 한마디가
                      후두둑 씨의 지나간 인생을 후려친다                         

 

- 이용한 시 맙소사, 후두둑 씨중에서

 

 

친구는 몇 해 전 아기 길고양이를 업어다 키우고 있습니다. 엎치락뒤치락하던 시간을 지나, 이제는 둘도 없는 소중한 가족이 되었습니다. 처음엔 귀찮기도 하고 길고양이치곤 못 생겼다고 하던 친구가 이제는 자주 사진을 보여주며 자식 자랑하듯 눈가가 자글자글해집니다. 이제는 제법 자라 요염하기까지 한 그 고양이 이름은 오늘이입니다. "안녕, 오늘!"  입으로 말해보면 날마다, 기분 좋아지는 주문입니다.

 

한국고양이보호협회로 수익금의 10%를 기부한 다큐멘터리 <고양이 춤>, 그 찡한 영상을 끝맺던 문장이 선명합니다.

 길 위에서 태어나고, 길 위에서 사랑하고, 길 위에서 죽는 게 비단 고양이만은 아니다.”

 

) 네이버 블로그 고양이 발전소를 검색하면 이용한 시인의 고양이 사랑을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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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31 19: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6-01-31 19:27   좋아요 0 | URL
불쌍한 길냥이 대열에 유기묘들까지 포함되니 정말 안쓰럽더군요. 유기견도 그렇지만요.

cyrus 2016-01-31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길고양이가 마음에 안든다는 이유로 잔인하게 대하는 몇 몇 사람들이 진짜 나쁩니다. 유기견도 이들의 폭력성에 쉽게 노출되어 있어요.

프레이야 2016-01-31 19:48   좋아요 0 | URL
그럼요‥ 그저 해코지만 안 해도 길냥이들이 행복할 수 있을텐데요

AgalmA 2016-01-31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용한 시인 후두둑 씨 연작시들 인상적이었는데^^ <안녕, 후두둑씨> 시집 좋죠.
좋은 일도 하시는 군요.

프레이야 2016-01-31 22:16   좋아요 0 | URL
네, 그 시집요. ^^ 68년생이고 1995년 실천문학 등단시인이죠. 최근엔 더 많은 길냥이들과 인연을 맺어 묘연과 인연을 나란히, 참 괜찮은 삶을 살아가는 따뜻한 시인이더군요.
 

나의 수필집 ˝앵두를 찾아라˝ 뒷표지에 다섯줄
서평을 남겨주신 소설가 박종규님의 제2수필집.
특히 내가 좋아하는 수필 `바다 칸타타`도 후반에 실려 있다.

 바다칸타타는 그분의 제1수필집 제목이기도 하다.

 이 수필을 내가 낭송용으로 줄여서 윤송한 적도 있다.

˝꽃섬˝은 힘차고 감각적인 문장에, 미술과 광고쪽을 전공한 이력을 살려 표지와 책의 만듦새가 특별하다.

 바다칸타타도 그랬듯 저자가 직접 독자의 이름을 써서 드리는 디자인.

문화소외계층을 위해 직접 찾아다니며 게릴라낭독회를 열고 도서를 드리는

재능기부에도 열심이시다.

소설 ˝해리˝가 곧 나올 것인데, 열정 못지않게 뜨거운 성원을 받으시길‥

진도가 고향인 저자는 주말이면 고향 빈집을
홀로 찾아 길을 나선다. 고구마를 캐고 있는 그를 상상해보는 것도 훈훈하다.

바다칸타타를 노래했던 조도 앞바다에서 쓴 수필 `황색 리본`은 통곡의 바다로 변한 그 바다를 직시한다.

그리고 희망을 놓지 말자말한다.

˝아들을 잃은 한 어머니는 울부짖었습니다.
왜 나를 악마로 만드느냐, 엄마로 살고 싶다고.
조도의 밤바다에 어화가 피었습니다. 맹골 밤하늘에 불꽃이 피어났습니다. 노란 리본들은
바람이 있는 한 희망의 갈기를 펄럭일 것입니다.˝
- `황색 리본` 중 / 꽃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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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6-01-30 13: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박종규님을 몰랐는데 프레이야님 글 읽다보니 정말 이 분이 뜨거운 성원을 받으셨음 좋겠어요. 저도 응원할게요!
아, 그리고 지난번 올려주신 <그리운 바다 성산포> 낭송도 잘 들었답니다! 목소리가 너무 좋으시던데요?
저도 제주도가 고향인데 성산포 바다가 요즘은 좀 많이 변해버려서 아쉽지만... 성산포 바다에 가면 절로 그 시가 떠오르던 때가 생각나더라고요^^

프레이야 2016-01-30 14:57   좋아요 1 | URL
네, 오로라님 고맙습니다. 이생진 시인은 이 한편의 시집만으로도 훌륭하신데 다른 작품과 꾸준한 활동과 정열, 본받고 싶더군요.

2016-01-30 14: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30 14: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30 14: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30 14: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30 16: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해리 2016-01-30 23: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표제작 꽃섬은 제가 마라도에서 자발적인 유배의 시간을 1개월 여 가지면서 쓴 수필입니다. 그때 태풍 무이파의 한 가운데에 들어 보았던 거대한 파도가 히말라야 준봉들이 일거에 몰려오는 것 같던 광경은 신이 제게만 보여준 경이로움이었습니다. 오로라님 반갑습니다. `꽃섬`은 마라도에 보내는 저의 소망이 담긴 메시지입니다.

프레이야 2016-01-30 23:14   좋아요 1 | URL
태풍 무이파의 기억을 들려주신 적이 있지요. 정말 장관이었겠다 싶어요. 제가 갔을 땐 날씨가 좋아 잠잠한 바다였어요. 선생님 아니면 마라도에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좀더 늦게 했을지도 몰라요.

해리 2016-01-30 23: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레야님, 앵두빛 글밭에 햇살 가득하시지요? 꽃섬 올려주시어 고맙습니다. 이름 캘리가 새겨진 책 사진이었으면 하는 아쉼은 있습니다.

프레이야 2016-01-31 00:03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다시 올렸어요. ^^
이중섭거리의 해리 이야기는 다음에 하기로 챙겨둡니다^^

해리 2016-01-31 1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레야님, 감사합니다. 유승우 박사님과 어제 점심했습니다. 문단의 어른다운 좋은 말씀 들었습니다. 해리,
아무래도 출간을 많이 늦춰야 할듯 하네요. 작가의식 때문에 위험한 모험할 만큼 강하지 못해서요. 밀서의 개봉을 더 늧춰야 할듯! 해리는 햇살 따사로운 시절에 탄생하든지 이니면
얼굴을 바꿔 태어나든지 해얄듯.

프레이야 2016-01-31 12:45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거듭 더 나은 모습으로 변신하여 태어나길 학수고대합니다.

[그장소] 2016-02-08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바다칸타타 꽃섬 ㅡ모두 읽었는데 ...
엄마의 이종사촌오빠 되신다고 들었어요.
이분이...그래서 이꽃섬이란 책이 중요하다고
엄마말이..그러셨는데..프레이야님과 인연인 줄
몰랐어요.
신기하네요.^^

프레이야 2016-02-08 10:28   좋아요 1 | URL
어머낫, 그럼 가까운 사이네요. 신기해요 진짜.

[그장소] 2016-02-08 13:48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요..엄마가 진도가 고향이세요.^^
작년쯤에 고향 어른들을 찾아뵈었던걸로 알아요.
엄마는 어려서 서울에서 터를 잡고 살았는데
나이가들면 자꾸 근본적인것에 마음이 가는가봐요.
자신의 뿌리랄까..해서 찾던중에 그분과 연락이
닿아 만났다고 제게 책을 주면서 빨리 읽어보라고 성화셨던게..어제일 같아요.
저는 리뷰를 올려야지 하면서 책을 작년에 여기서 찾아보고는 말았죠.이런 인연이 또 있을거라고 생각도 못하고요.^^
사람은 정말 혼자사는 세상 아니다 ㅡ 싶어요.
 

배혜경과 함께 읽기 1화
관찰의 인문학/알렉산드라 호로비츠

부산의 갈맷길 걷기를 선도하는 순수 단체
갈맷길협동조합에도 관심 가져 주세요.
http://gobusan.kr/bbs/board.php?bo_table=withbooks&wr_id=2


본다고 하는 행위는 무엇에 기반할까요? 내가 보는 것을 타인도 같이 볼까요? 같은 장소에 있었는데도 그렇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니 분명 놀랍게 여겨질 때가 많을 것입니다. 오해와 오독이 그렇게 하여 생겨나기도 합니다. 같은 사물을 보아도 우리는 서로 다른 것을 봅니다. 시력의 문제가 아니라 관점의 문제, 집중의 문제 그리고 스키마의 문제입니다. 흔히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요. 게다가, 보이는 만큼 아는 게 아닐까요! <관찰의 인문학>은 그런 논지에서 신선하고 흥미롭고 유익한 실험을 한 심리인지과학 분야 박사 알렉산드라 호로비츠의 착한 결과물입니다. 원제는 <On Looking>입니다. '본다는 것에 대하여' 정도가 되겠습니다. 그냥 보는 게 아니라 관찰, 즉 '선택적 집중력'을 발휘해 평소 주목받지 못한 것들에 시선을 밀착하는 방식입니다.

 

이 책은 보되 제대로 보지 못하는 인식의 한계를 극복해 볼 수 있는 유효하고 즐거운 방법을 전합니다. 저자 자신이 같은 길을 여러번 걸으며 본 것들에 대한, 주관적이고 경험적인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객관적이기도 합니다. 길을 걷되 혼자 걷는 게 아니라 열한 명의 다른 대상과 함께 걸었습니다. 누구와 걷느냐에 따라 우리가 보고 깨닫고 느끼는 것의 범주가 달라지게 마련입니다. 인생길 동반자가 누구냐에 따라 그 길이 다르게 보이고 그 길에서 얻는 게 달라지는 이치와 같습니다.

 

저자는 인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것을 사랑하는 병'이 있는 어린아들을 비롯해 지질학자, 타이포그래퍼, 일러스트레이터, 곤충 박사, 야생동물 연구가, 도시사회학자, 의사와 물리치료사, 시각장애인, 음향 엔지니어 그리고 반려견과 함께 맨해튼의 동네 길을 걸었습니다. 저자가 보지 못한 것을 그들이 봅니다. 그들 대다수는 주의 깊게 보기 전문가인데도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다고 자책하기 일쑤였다 합니다. 알렉산드라는 '직업적 왜곡'이라 불리는 특정한 편향성에 적극적으로 기대어 도시의 길을 걸으며 보이는 것을 눈에 담고 관찰했습니다. 그리고 시야를 확실히 넓혔다고 자신있게 말합니다. 상당히 실험적이고 빛나는 제안입니다.

 

이 책의 부제는 "같은 길을 걸어도 다른 세상을 보는 법"입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싶다면 어제 걸었던 길을 다시 걸어라"는 덤으로 얻은 멋진 말입니다. 같은 길을 걸으며 같은 것만 본다면 우리의 삶과 우리의 사유세계는 얼마나 갑갑할지요. 흔히 우리가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우리의 인식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더 이상 놀랍지 않습니다. 164쪽에 "집중과 기대는 우리가 코앞에 두고도 무언가를 놓치게 만드는 주범이기도 하다. 이를 부주의 맹시(inattentional blindness) 현상이라고 한다."로 이어지는 내용들을 주욱 읽어보면 인체의 감각기관에 어떤 헛점이 장착되어 있는지 과학적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우리는 자기맹신이나 자기과신, 선입견으로 타인에게 무례함이나 오만함의 우(愚)를 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떠올리게 됩니다. <관찰의 인문학>은 철학적이고 과학적이고 시적인 질문들을 스스로 해볼 수 있게 합니다. 유쾌합니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혼자 걸었던 첫 산책은 이제 유화의 밑칠처럼 느껴진다고 썼습니다.  그 후 층층이 덧칠한 산책들로 말미암아 의미가 더해진, 그럼에도 칠하지 않고 남겨둔 부분과 같다고 썼습니다. 우리의 생에서도 타인과 동행하며 덧칠한 붓길들이 아무리 많다하여도 덧칠되지 않고 삐죽 보이는 밑칠이 남습니다. 본질은 쉬 변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이전의 밑칠 그대로가 아닙니다. 이미 주변의 덧칠로, 덧칠을 배경으로 밑칠의 효과와 의미가 달라져 있을 것입니다. 자, 그럼!

 

지레 지치지 말기 바란다. 강요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당신에게는 하나의 기회가 주어졌을 뿐이다. 우리는 부주의를 권장하는 문화의 산물이다. 하지만 이 책을 끝까지 읽음으로써, 어쩌면 이 책을 읽기로 함으로써, 당신은 자세히 살펴보는 행위에 가치를 두는 새로운 문화의 일원이 될 수 있다. 관찰하는 사람의 눈앞에는 하찮은 동시에 굉장한 것들의 어마어마한 지층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니, 보라!  

- 339쪽, 에필로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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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혜경과 힘께 읽기 2화
헤세로 가는 길/정여울 글, 이승원 사진

부산의 갈맷길 걷기를 선도하는 순수 단체
갈맷길협동조합 홈페이지를 소개합니다.
http://gobusan.kr/bbs/board.php?bo_table=withbooks&wr_id=6

정현종 시인은 시 <방문객>에서 "사람이 온다는 것은 그가 그 사람의 과거, 현재, 미래를 함께 데리고 오는 것"이라고 썼습니다. 사람이 온다는 것은 그의 일생이 함께 오는 것입니다. 사람이 오는 것, 그 폭풍우를 감당하는 일은 위대하고 그 일을 감당하는 우리는 작은 영웅입니다. 헤세는 말했습니다.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정말로 행하면서 사는 사람은 누구나 다 영웅이라고.

사람이 오는 것은 우연의 깃털을 어깨에 단 필연입니다. 사람이 가는 것은 어떨까요. 필연의 배낭을 멘 우연 혹은 그 우연이 낳을 예측불허의 기쁨과 예측가능한 충만을 기대하며 걸어가는, 좀더 적극적인 방랑입니다. 삶이 여행이라는 흔한 비유를 전제로 말이지요. 아쉬움이 남는 경우는 준비가 다소 미흡했거나 기대가 너무 자기중심적이었거나 이해의 폭이 좁았을 가능성이 있으니 그 길을 탓하지는 않기로 합니다. 사람이 오는 길과 사람에게 가는 길은 이미 닮아 있으니까요.

사람에게 가는 길은 그 사람의 과거, 현재, 미래로 가는 길입니다. 그 사람이 걸었던 길을 한 번 더 걷는다는 것은 그 사람의 생을 한 번 더 사는 일, 그 사람을 마음 다해 사랑하는 일에 버금갑니다. 한 사람의 고뇌와 취향, 삶을 사랑하는 방식을 알고 싶으면 그에게로 가는 길밖에 없겠습니다. 

정여울의 마음여행에세이 <헤세로 가는 길>은 오래 흠모해왔던 한 사람을 두 발로 찾아가는 설레는 여정입니다. 저자가 썼듯 누구나 마음 속에 오래 간직한 '그리움의 뿌리'를 더듬어가는 길입니다. 학창시절 한 번쯤은 읽어 보았을 헤르만 헤세의 소설이나 시, 우리가 알고 있는 대문호 정도의 피상적인 이름은 잊어도 좋습니다. 헤세의 그림 '정원사'의 노랑색 물감으로 칠한 것 같은 명랑한 띠지와 면지가 책을 드는 사람의 마음을 먼저 환하게 해줍니다. 이후는 저자가 찾아간 대로 길을 따라가 볼까요. 그가 남긴 시, 소설, 수필, 서간문, 수채화는 물론 헤세박물관과 산책로, 그의 집 카사 카무치 등 헤세의 흔적들을 찾아 가는 길에 여행자의 시선이 담긴 사진과 더불어 감성과 지성을 함께 길어올린 문장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습니다.

 

헤르만 헤세는 자신과 가장 닮은 자연의 사물이 구름임을 알았습니다. 초기작 <페터 카멘친트>에서 말합니다. "구름이 땅과 하늘 사이에서 망설이고 동경하고 저항하면서 자랑스레 걸려 있듯이 우리 영혼 또한 시간과 영원 사이에서 망설이고 동경하고 저항하면서 자랑스레 걸려 있다고"요.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정형화되지 않고 머물지 않고 누구의 뜻대로도 조종 당하지 않는 구름이야말로 헤세의 영혼을 가장 닮은 자연의 천사였다"고 씁니다. 그리고 제1장에서 헤세가 태어난 곳, 독일 남부의 작은 온천마을 칼프로 우리를 데려가 구름을 닮은 여정을 시작합니다. 

 

제2장에서는 헤세 자신의 눈부신 분신들을 소개합니다. 길에서 만나는 벗들입니다. 수많은 작품 중, 네 가지(수레바퀴 아래서,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데미안, 싯다르타)를 통과하며 우리를 내면의 여행으로 이끕니다. 사람에게 가는 길의 근본이 되는 길, 즉 '나'에게로 가는 길'입니다. 일찌기 열네 살에 시인이 아니면 아무것도 되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자퇴 후 모든 걸 독학으로 정진했던 헤세, 그의 작중 인물을 칼 융 심리학의 측면에서 사유하는 길입니다. 헤세의 인물들, 결국은 헤세의 분신들에게 가는 길에서 저자가 그랬듯 우리 안의 상처가 치유받는 경험을 할 것입니다. 

 

제3장에서는 두 번의 이혼 후 세 번째 아내 니논과 조용히 말년을 보내고 영원히 잠든 스위스 몬타뇰라로 갑니다. 칼프에서 취리히와 루가노를 거쳐 도착한 몬타뇰라에서 저자는 자신이 살아내지 못한 모든 것과 만나는 경험을 합니다. 저자가 살아내지 못한 모든 것에는 죽음도 포함됩니다. 몬타뇰라는 헤세가 전쟁을 반대한 이유로 조국 독일의 탄압과 상처를 받고 40년을 정착한 마을입니다. 여기서 그는 후기 걸작들을 쓰고 <유리알 유희>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합니다. 그러나 헤세는 노벨문학상 수상자보다는 이웃집 할아버지, '몬타뇰라의 현자'로 불리길 좋아했습니다.  

 

이 책은 무겁지 않은 여장을 꾸리고 가볍게 쉬엄쉬엄 헤세로 가는 길에 동행하게 합니다. 어느 장을 마음 가는대로 펼쳐 읽어도 나쁘지 않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헤세의 수채화와 명문장들 그리고 저자의 사유를 적절히 배치해두어 보기에도 좋습니다. 무엇보다 표지의 그림에서 끌립니다. 노란 작업복을 입고 물뿌리개를 들고 기우뚱하게 서 있는 정원사 헤세의 자화상인데, 풍경에 사람을 그려 넣지 않았던 헤세가 유일하게 사람을 그린 1932년도 그림입니다. 이 그림을 볼 때면 어린왕자가 떠오릅니다. 작년 여름, 용산전쟁기념관에서 전시하였던 '헤세와 그림전'에도 이 그림이 걸려 있었습니다. 전시의 부제는 '나에게로 가는 여행'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밝고 행복한 분위기가 넓은 전시실을 압도했는데, 특히 스크린에 재해석한 미디어 아트 앞에 서면 루가노 호숫가를 걷는 헤세와 니논이 살아 움직이고 헤세의 수채화 속 나비와 꽃, 풀들이 바람에 나풀대며 숨을 쉬었습니다. 쉽고 편안하게 사는 방법은 몰랐지만 아름답게 사는 방법은 알았다던 시인이자 화가이며 정원사, 헤세에게 걸맞는 헌사였습니다. 그이의 혜안이 엿보이는 주옥같은 문장들과 함께 그윽한 육성을 직접 귀로 들을 수 있어서 감동이었습니다. 저자는 헤세로 가는 길에 헤세박물관에서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고 썼습니다. 

 

 

누구든 제대로 말할 기회를 얻어
진심으로​ 이야기한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사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책들에 관한 메모」 

(116쪽) 

 

 

헤세가 술을 즐겼다는 사실은 이 책에서 처음 알았습니다. 친구와 와인을 마시며 허물없는 이야기 나누기를 좋아했고 신장을 염려하면서도 와인을 마시며 터키의 고관대작이 된 듯 행복한 착각을 했다니 의외의 귀여운 면이 있습니다. 헤세의 젊은 얼굴은 노년의 얼굴과 사뭇 달랐던 게 기억납니다. 싸늘한 데드마스크에 묻힌 뜨거운 기운도 함께. 그 많은 열정을 다스리며 평생 고독을 사랑했던 사람, 헤세로 가는 길에 아무 때나 아무 곳에서나 불쑥 들어서도 좋을 책입니다. 1877년 세상에 태어난 곳에서부터 1962년 세상을 떠난 곳으로 그 시간과 공간의 여정을 차근차근 밟아가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이 책을 보고 나면 어느 날인가 성큼, 헤세로 가는 길에 나서고 싶어질지도 모릅니다. 헤세로 가는 또 다른 길을 모색하고 있는 저자가 미덥기도 합니다. 저자는 눈이 참 밝습니다. 가령 이런 문장, 개 한 마리를 데리고 골목을 걸어가는 여인의 수수한 뒷모습을 담은 사진 옆에서 빛을 발합니다.

 

세상은 걸어 다니는 각도로 바라볼 때 가장 아름답다. 사람들의 뒷모습 또한 걸어 다니는 각도로 바라보았을 때 가장 아름다워 보인다. 걸어 다니는 각도는 끝없이 변하기에 우리는 걷는 동안 무한육면각체로 꿈틀거리는 대상의 변화무쌍함을 느낄 수 있다. 내 마음을 바라보는 관점 또한 산책을 하는 동안에 가장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3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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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lly110 2016-02-11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고 소개된 곳에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타지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며 오히려 그는 글감을 얻었을 것 같기도 해요.

프레이야 2016-02-11 08:56   좋아요 0 | URL
동감이예요. 몬타뇰라까지 가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