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ㄱ ㄴ ㄷ 비룡소 창작 그림책 7
박은영 글.그림 / 비룡소 / 199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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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알간 기차가 짧고도 긴 여행을 시작한다. 한 페이지에 짧은 글귀와 함께 ㄱ,ㄴ,ㄷ...... 한창 글자에 관심이 많은 세살바기 아이가 '기역, 니은...'하며 여행을 떠난다. 하루에도 몇번씩.

한 면에 자음 낱자 하나와 그것으로 시작되는 쉬운 단어 한두개, 옆 면에는 눈에 확 들어오는 색채에 약간은 기울고 찌그러진 듯한 물체들이 쉼없이 연기를 내뿜으며 달려가고 있는 기차의 배경이다.

기차도 나무도 철로도 집들과 고층건물도 언덕도 자동차와 차도도 기차의 바퀴와 창문 틀도, 어느 것 하나 곧은 일직선이 아니다. 구불구불, 흐느적흐느적, 울퉁불퉁. 마치 아이들의 그림을 마주하는 느낌이 든다. 획일적인 단선이 아니라 어느 방향으로든 예측없이 삐쳐나갈 수 있는 아이들의 손과 마음이 느껴진다. 그래서 그림이 더욱 정겹다

기존의 한글 가르치기 그림책은 단편적으로 한 단어에 국한하여 아이의 상상력을 건드려주는 편이 아니었는데, 이 그림책은 기차를 의인화하여 주인공으로 내세워 하나의 이야기로 들려준다. 유아의 언어뿐만 아니라 색감까지도 자극해 주어 참 좋다.

종이도 무광의 노르스름한 것을 써 눈의 피로가 덜하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큰 아이에게는 이 책의 제 2편을 만들어 보라고 주문해 보았다. 괜찮은 활용법이죠? 저도 얻은 아이디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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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똥 민들레 그림책 1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 199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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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잘 알려진 작품이지만 펼쳐 볼 때마다 새로운 감동으로 와 닿는다.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작품을 쓰는 작가만의 시선과 굵은 터치의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조화가 맛깔스럽다. 에니메이션으로 제작될 것을 생각하고 이 그림책을 작업하였다고 들었는데, 정말 이 그림책이 비디오로 나온다면 당장 사고 싶을 것이다. 외국 비디오에 더 길들여져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토속적이고 친근한 우리만의 캐릭터(강아지 똥, 흙덩이, 참새, 병아리, 흰둥이)가 등장하는 비디오를 보여 주고 싶어진다.

초등학교 1학년인 큰 아이는 이 책을 보고나서, 이 세상 모든 것을 사랑해야겠다고 독서기록을 했다. 자신이 만약 강아지 똥이라면 코스모스를 피우고 싶다고도 덧붙였다. 코스모스는 예쁘고 약해 보이니까 라고. 아이의 느낌이 신선하고 대견했다. 이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 저마다의 가치를 지니고 태어나고 그만큼 소중하다.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애정을 가지고 대한다면 세상 좀 더 의미있고 귀한 것으로 다가 올 것이다.

강아지똥이 비에 잘게 부서져 흙 속으로 녹아 드는 장면, 그리고 이듬해 봄 어여쁜 민들레 꽃으로 피어나는 장면. 아낌없는 희생으로 피워내는 새 생명과 자연의 섭리. 자신의 삶을 가치있는 것으로 만드는 눈물겨운 노력. 이런 주제들이 일시에 떠오르며 동시에 우리 민족 특유의 강하고 질긴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구수하면서도 깊은 맛이 나는 이 그림책을 나도 아이도 두고두고 좋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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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ery Hungry Caterpillar (Video Tape 1개) - 배고픈 애벌레 : 영어녹음 & 영어자막
에릭 카렐 지음 / 인피니스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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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보기를 좋아하는 세살바기 작은 아이에게 뭔가 좋은 걸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이 비디오를 발견했다.

에릭 칼 특유의 시각과 스타일에 대한 기대로 소포 포장을 뜯자마자 아이와 함께 보았다. 약간의 설명을 곁들여 주며 보여주었는데, 이후로 이 비디오를 너무 좋아해 애벌레 틀어달라고 야단이다. 케이스에 그려져 있는 애벌레를 좋아해 잘 때는 케이스를 손에 쥐고 잔다.

다섯편의 그림책이 영상으로 펼쳐지는데, 독특한 스타일과 색채의 화려함이 아이들의 상상력은 물론이고 잠자고 있는 어른의 상상력에 까지 현란한 날개를 달아줄 것 같았다. 무한하고 아름다운 색의 향연에 초대된 기분이다.

마지막의〈I see a song〉에서는 귀로 듣는 음악이 무한한 모양과 색채로 끊임없이 변신하며 펼쳐진다. 내 아이에게도 어떤 음악을 듣고 그림으로 표현해 보도록 유도해 보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전편에 흐르는 배경 음악도 잔잔하면서 심오한 진리를 지니고 있는 내용들에 잘 부합되는 느낌이다. 어쩌면 무거울 수 있는 삶의 진리를 아이의 시각으로 잘 이해되게 풀어 놓아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아이와 눈높이를 맟춘다는 건 이런게 아닌가 싶다.

유아에겐 그들 정도의 시각에, 초등 저학년 정도의 아이에겐 생태학적 지식과 연계하여, 소중한 삶의 진리까지 느끼게 하며, 환상적인 색의 여행을 떠나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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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릭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07
레오 리오니 글 그림, 최순희 옮김 / 시공주니어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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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잠잠이라는 한국 이름을 가지게 되었을까? 늘 졸고 있는 것 같은 나른한 모습에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흔히 '개미와 베짱이'를 이 이야기와 비교한다. 땀 흘리고 있는 개미들에게 노래를 들려주는 우리의 '베짱이'는 생각해 볼 여지도 없이 '게으르다고' 손가락질 당한다. 적어도 그렇게 배웠다. 앞만 보고 피땀 흘려 노동하는 개미들에게만 가치를 두는 'O / X'의 논리를 더 이상 추종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할 일 없이 뒹굴고 있는 아이에게 무언가를 하라고 재촉하고 윽박지른 경험은 엄마라면 모두 있을 것이다. 방과 후에도 학원에, 학습지에, 숙제에. 바쁘게 휘둘리는 우리의 아이들이 '햇볕과 색깔과 이야기를 모을'틈이 있을까?

이제 아이들에게 게으름을 권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겠다. 일의 가치는 육체적인 것으로만 얻어지는 건 아니다. 오늘도 우리의 정신세계을 한차원 올리고, 마음에 위안과 더 귀한 무언가를 심어 주기 위해 일하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다.

성난 농민들이 들고 일어나는 요즘, 배부른 소리라고 치부해버려도 할 수 없다. 네마리의 들쥐처럼 또 개미처럼 일만 하다 지쳐 쓰러지신 그 분들께 어디서 멋진 프레드릭이라도 나타난다면 아주아주 작은 위로가 될까, 감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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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발, 왼발 비룡소의 그림동화 37
토미 드 파올라 글 그림, 정해왕 옮김 / 비룡소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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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닥친 문제가 아니므로 그리 절실하진 않지만, 노인 치매가 당사자와 가족들에게 얼마나 힘겨운 시간을 강요할 지는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다. TV드라마 중 가족의 소중함을 강조하고픈 내용에서 치매는 자주 다루어지는 소재이기도 하다. 그만큼 예고치 않고 찾아오는 이 질병으로 인해 고통받고 가족 구성원 서로가 각자의 위치에서 상처받으며 사는 가정이 많은 것일 게다.

치매는 불치가 아니라 끈기있는 애정으로 극복할 수 있는 병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물론 본인의 의지도 중요하겠다. 어른들은 포기한 것을, 어린 손자는 할아버지와 함께한 시간들을 되뇌이며 할아버지에게 받은 사랑을 되뱉어 낸다. 조금씩 조금씩... 코끼리 블록에서의 재채기, 이야기 그리고 걸음마... 보비와 할아버지의 함께 일어서는 과정이 가슴을 뭉클하다.

'보비야, 나한테 어떻게 걷는 법을 가르쳤는지 얘기해 다오.'
'할아버지가 내 어깨를 이렇게 짚고요, '오른발, 왼발. 따라해 보세요.' 라고요'

앞뒤 속표지에 그려져 있는 코끼리 블록은 아이와 할아버지가 공유하는 사랑의 기억이다. 함께 쌓은 애정의 탑이 가지는 힘은 쉽게 허물어지지 않는 견고함이다.

벌써 여러 해 전 고혈압으로 쓰러져 중환자실에 누워 계셨던 외할머니의 얼굴이 떠오른다. 연세는 팔순이었지만 고운 외양을 지니셨던 그 분이 말을 잃고 누워 계셨다. 극복해 볼 기회도 없이 돌아가셨다. 할머니의 한많은 설운 삶을 생각하면 가슴 한 구석이 횡하다.

이 책을 보고 내 아이도 보비처럼 따스한 심성을 지니고 자라기를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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