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오리는 어디로 갔을까요? (양장) 비룡소의 그림동화 51
낸시 태퍼리 글 그림, 박상희 옮김 / 비룡소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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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만으로도 이야기를 엮어갈 수 있기에 충분한 이 그림책은,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놀이인 숨바꼭질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이른 아침, 호랑나비를 좇아 무작정 보금자리를 벗어나 따라나선 아기 오리는 걱정하는 형제 오리들과 엄마 오리를 요리조리 따돌리며(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연못을 뱅뱅 돌아 나비만 보고 간다. 연꽃 위에서, 나무 둥지 뒤에서, 돌 뒤에서, 물풀 사이에서, 다리 아래에서도 용케 눈에 띄지 않던 아기 오리는 거북이 눈에 띄어 엄마 오리에게 돌아온다. 일곱 형제 오리들 뒤를 따르는 아기 오리는 여전히 목을 빼고 하늘을 쳐다보며 뒤를 좇아 나는호랑나비에 넋을 잃고 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사실적이면서 친근한 느낌의 동물들과 배경이 인상적이다. '아기 오리야, 어딨니?' 하며 한 장 한 장에서 아기 오리를 찾아나가는 과정을 세살바기 아이는 아주 재미있어 했다. 손가락을 짚어가며 오리들을 세어 보는 것도 덤으로 할 수 있다. 아이에게 생소할 수도 있는 여러 동물들로 구경할 수도 있다.

마지막 장면은 참 편안하고 포근하다. 어둠이 내린 연못가 보금자리에 엄마오리와 아기 오리들이 곤히 잠들어 있다. 푸르스름한 하늘엔 작은 별들, 날벌레들이 여린 풀들 위를 날아다니고, 개구리 한마리가 오리 가족을 부러운 듯 지켜보고 앉았다. 오늘 하루 아기를 잃어버리고 애타게 찾다 이제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잠을 청하는 엄마와 형제들. 그리고 호기심으로 돌아다녀 피곤한 아기 오리도 따뜻한 엄마 품에서 이제 단잠을 잔다. 우리 아이도 하품을 하네요. 오늘 하루도 잘 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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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곰의 가을 나들이 - 3~8세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26
데지마 게이자부로 글 그림, 정근 옮김 / 보림 / 199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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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많은 비중을 두고 그림책을 고르게 되는데, 이런 그림도 있구나 하고, 신선한 자극을 받았습니다. 목판화로 이렇게 세밀하고 아름다운 영상을 그려내다니요. 이 책의 곰은 흔히 그림책에서 연상하기 쉬운 귀엽고 순한 인상이 아닙니다. 화려하면서 힘이 느껴지는 선과 색의 조화가 살아있는 것 같은 곰과 물고기의 형체와 함께 강한 인상으로 박힙니다.

엄마와 함께 처음으로 나선 연어잡이. 아기곰에게는 얼마나 가슴 설레는 일일까요? 노란 달빛이 흘러가는 강물에 비쳐 아른거립니다. 강가에 앉아 연어떼가 오기를 기다리는 아기곰의 모습은 자못 진지하기까지 합니다. 엄마곰이 먼저 시범을 보이고 아기곰은 자기 힘으로 물고기를 물고 물에서 나옵니다.

- 자기 힘으로 잡은 연어 맛이란! -

이제는 아주 자신감을 얻은 '씩씩한' 아기곰은 강물에 반짝이는 달빛까지 커다란 물고기로 보입니다. 달빛 어린 강물에 용감하게 뛰어드는 아기곰을 보세요. 살아있는 것 같아요. 아기곰의 꿈에서도 정말 커다란 물고기가 별처럼 반짝이며 밤하늘을 유유히 헤엄쳐 갑니다.

하늘도 별도 달도 강물도 모두 하나가 되어 아기곰의 가을 나들이를 멋진 경험으로 만들어 줍니다. 아이와 함께 자연 속에서 이런 류의 나들이 한 번 어떤가요? 자연과 하나 되면서 자연에서 힘을 배우는 아이가 될 수 있다면 좋겠지요! 이 책의 목판화처럼 그렇게 힘이 느껴지면서도 간결하고, 무거운 듯 하면서도 섬세하고, 장중한 것 같으면서 화려한, 개성있는 한 사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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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티와 폭설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35
버지니아 리 버튼 글, 그림 | 홍연미 옮김 / 시공주니어 / 199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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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자세히 보기에 재미를 붙인 연령의 아이라면 이 책을 분명 재미있어 할 것이다. <케이티와 폭설>에는 탈 것, 도로의 표지판, 공공건물, 지도와 방위 등 주위의 눈 여겨 볼 만한 것들이 많이 나온다.

어제 대관령을 덮은 눈이 1미터를 넘어 교통대란을 이루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 곳 부산은 그런 폭설로 힘든 상황이란 몇 년에 한 번도 있을 까 말까하지만, 정작 겨울이면 피할 수 없는 폭설로 당하는 어려움은 말로는 실감이 잘 나지 않을 것 같다.

케이티가 눈삽을 달고 단숨에 달려가 해결하는 모습을 그려보았다. 너무나 많은 제설 작업에 지치기 시작했지만 케이티는 멈출 수 없다. 비행기가 안전하게 내릴 수 있게 활주로의 눈을 치우고, 소방차도 갈 수 있게하고, 전화도 전기도 들어오게 하고, 우편물도 오가게 한다.

빨갛고 예쁜 크롤러 트랙터 케이티는 하얀 눈의 배경 위에서 당찬 모습으로 맡은 일을 모두 잘 해내는 고마운 탈 것 종류이다. 방위를 보고 지도를 따라가듯 케이티의 뒤를 따라가다보면 큰 일을 해낸 뒤의 후련함을 맛볼 수 있다. 아이는 신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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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박깜박 잘 잊어버리는 고양이 모그 - 지크 외국그림책, 3~8세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82
주디스 커 글.그림, 최정선 옮김 / 보림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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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고양이 모그를 보고 있으면 좌충우돌 개구장이 꼬마아이를 보는 것 같다. 언제나 호기심 어린 눈으로 사방을 둘러보고 자기의 세상에 빠져 어른들이 정해놓은 규칙은 깜박깜박 잘 잊어버리는 아이들 같다.

어른들에게는 '성가신 녀석'이 되고, 모그는 '아무도 날 안 좋아해'라며 낙심하며 우울해 한다. 아이들이 흔히 가질 수 있는 외로움은 '나는 사랑을 못 받고 있구나'라고 느끼는 순간일 것이다. 그래도 진심어린 칭찬 한 마디에 언 마음을 금방 풀어버리는 아이들의 고운 마음이 있다. 도둑을 잡은 포상으로 메달을 목에 걸고 흐뭇한 웃음을 머금고 의젓하게 앉아있는 모그의 모습은 칭찬으로 우쭐대고 있는 아이를 연상시킨다.

꿈에서 날개를 달고 하늘을 마음껏 날아다니는 것도 모그이고 아이들이다. 자유롭게, 커다란 새보다도 더 빨리 날아다닐 수 있다. 모그는 날카롭고 약삭빠른 고양이가 아니라, 순진하고 어수룩한 고양이다. 계산을 하여 행동할 줄도 모른다. 모그는 당당히 가족의 한 구성원이다. 그런 사랑스러운 표정이 잘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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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진 개구리 -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4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4
맥스 벨트하우스 지음, 이명희 옮김 / 마루벌 / 199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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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를 기억하시나요?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어떨 땐 내 감정을 나도 모르겠고. 뭔가 의욕도 없고 밥맛도 없고. 굴러가는 나뭇잎 한 장에도 센티멘탈해지는, 그런 기억이 있나요?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고, 또 사랑 받고 싶어 열망하였던 우리의 사춘기를 <사랑에 빠진 개구리>의 초록 개구리는 지금 겪고 있다. 실체가 없는 사랑의 열병이 어느 한 곳으로 구체화되면, 모든 걸 다 주어도 아깝지 않고 또 나 자신을 발전시키려 애쓰게되는, 아주 희생적이면서 생산적인 힘을 발휘하게 된다. 사랑의 열병을 어떻게 앓고 이겨냈는가는 이 후 우리의 삶을 얼마나 성숙한 단계로 끌어 올리는 가와 관련이 없다 못할 것이다.

초록 개구리와 하양 오리... 색이 다르다는 건 개구리가 오리를 사랑하는 데 아무 것도 아니다. 국경과 인종을 넘다드는 사랑에 대한 기사를 보게되면, 사랑의 결실을 위해 치워버린 그들의 선입견에 마음으로 박수를 보내게된다. 초록 개구리의 사랑은 색을 과감히 뛰어넘은 것이기에 더욱 건강하고 가치있는 것으로 와닿는다.

이성에 비교적 빨리 눈뜨는 요즘 아이들이 이 그림책을 보고 건강한 사랑의 감정을 키워갈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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