져야 이기는 내기 베틀북 철학 동화 7
조지 섀넌 지음, 김재영 옮김, 피터 시스 그림 / 베틀북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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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개의 철학동화들은 우화를 내거는데 이 책은 세계 곳곳의 민담을 가져와 이야기를 들려주듯 엮어놓았다. 책의 뒷장에는 15편 민담의 출전을 밝혀두었다. 민담은 오랜 세월 구전되어온 옛이야기에 해당된다. 배경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고 사건의 전개에는 개연성이 부족하다. 다소 얼토당토않다고 여겨질 정도로 사건의 전개는 우연에 기반한다. 하지만 그게 민담의 효력이 발생되는 기반이기도 하다. 어느 시대, 어느 공간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유효한 이야기라는 점이다. 지식이 아니라 지혜를 얻고자 한다면 옛이야기(민담)를 읽으라고 말한다.

 민담의 주인공은 약자다. 돈도, 권력도, 신분도 없는 약자들이 현실에서 억눌림을 가하는 강자를 지혜로 이기는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다. 그들의 지혜는 문제에 맞닥뜨렸을 때 잘 발휘된다. 지혜는 생각의 뿌리에서 나오는데 의외로 간단한 생각에서부터 기발한 생각까지 그들의 생각사다리를 같이 타다보면 흥미로운 해결방법을 찾게 된다. 각 이야기마다 끝에 ‘생각의 사다리’를 두어 지혜를 정리해두고 저명한 사람들이 남긴 격언을 한 줄로 적어 마무리해 두었다. 그사람들의 이름은 아이들에게 생소할 테지만 봐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거짓은 다리가 짧다'라는 격언을 아이들이 재미있어했다. 4학년 아이들과 함께 읽었는데 이야기마다 아이들에게 격언을 만들어 적어보게 하면 재미있는 내용이 나온다.

 배경이 구체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지만 그래도 구체적인 나라이름 정도는 나오는 이야기도 있다. 아이들로 하여금 호기심이 생기게 하는 나라이름이나 화폐단위(예를 들어 루피)도 나온다. 단순히 옛이야기와 지혜와 교훈에만 국한하지 말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눠보고 문제해결방법을 더 찾아보는 것도 사고를 확장할 수 있는 좋은 독후방법이다.

 

 이 책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것은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이다. 현자의 지혜가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고 스스로 지혜를 발휘한 경우도 있다. 그리고 어리석음으로 인해 스스로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도 있어 역지사지의 교훈이 되기도 한다. 왕이나 부자나 벼슬아치가 여성, 아이, 보통 사람들에게 지혜로 이기지 못하는 경우를 보면 대리만족도 되고 즐거운 경험이 된다. 지식은 지혜에 오히려 방해가 되기도 하니 무릎을 칠 일이다.

 나처럼 세상을 사는 지혜를 아직도 터득하지 못한 어른들뿐만 아니라, 이런저런 일들로 어른들이 미처 알지 못하는 문제에 늘 부딪히는 아이들에게 쉽고 재미있는 그리고 의미 있는 읽을거리가 될 것이다. 철학동화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싶은데 마지막 이야기는 비교적 철학적이다. 헌 배일까, 새 배일까?, 라는 제목인데 세상에는 해답을 낼 수 없는 문제도 있다는 것이다. 해답을 낼 수 없는 문제 중의 최고 문제라면 신의 존재여부에 대한 문제가 아닐까 싶다. 아이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보는 일이 읽는 일보다 더 중요할 수 있는 책이다.

 책의 두께는 얇고 내용은 두껍다. 특히 이야기의 분위기를 잘 살려서 그린 삽화(연필 스케치 같은)가 매력적이다. 때로는 환상적으로 대개는 섬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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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의 배냇저고리 높새바람 17
하은경 외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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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는 동화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인지 갓 구워진 빵처럼 고소하고 신선한 풍미가 느껴지는 이런 동화집을 만나면 즐겁다. 손으로 하나하나 만든 초콜릿을 담은 작은 상자 같기도 하다. 고학년 단편집으로 11편의 작품을 실어놓았는데 읽어보면 4학년 정도의 초등학생이라면 읽기에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고학년아이들이 읽기엔 좀 심심하다고 느낄 수 있겠다.

 각 작품의 끝에 작가노트를 적어두었는데 그걸 읽는 재미가 있다. 소소하게 지나가버린 유년의 기억들이 세월을 먹고 더 또렷이 들고 일어나 성인이 된 작가에게 동화의 소재가 되었다. 아이들의 눈높이로 그 정서를 이야기 속에 녹여서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솜씨가 모두 감동적이다. 기발한 발상만이 즐거움을 주는 게 아니라 이렇게 작고 하찮게 느껴질 만한 에피소드를 따뜻한 시선으로 품어서 오래도록 묵혀놓았다가 내놓았다는 생각이 들어 더욱 애정이 가는 작품들이다.

 한 편 한 편 인상 깊었지만 그중 몇 편에만 간단히 주관적인 감상을 적어두고 싶다.


 - 까탈마녀에게 무슨 일이? (강정연)

 여자아이에게 일생일대의 사건이 될 만한 소재를 남동생의 눈으로 풀어놓았다. 엄마도 없는 집의 오누이, 일이 바쁘고 고된 아빠, 그리고 따로 사는 이모. 이들이 서로 보이지 않게 나누는 사랑의 대화들이 다 들리는 것처럼 알콩달콩 마음이 푸근해지는 작품이다. 사건을 숨겨두고 독자로 하여금 궁금해 하게 하는 솜씨 또한 감탄스럽다. 유쾌하고 발랄한 웃음이 풋 하고 터져나오게 한다. 작가이름을 보니 ‘시사 in’에서 ‘어린이책 부문 올해의 책’으로 꼽은 동화 <건방진 도도군>의 작가다.

 - 난 꼭 유명해져야 돼 (김려령)

 보육원의 고아와 평범한 아이가 팽팽하게 줄다리기 하는 감정이 건강하다. 감상주의에 빠지지 않고 입양문제를 들고 나왔고 칙칙하지 않게 이야기 한다. 섣불리 어떤 결론을 내리지도 않는다. 장점은, 씩씩한 4학년 남자아이들이 가질 수 있는 여리기도 하고 씩씩하기도 한 심성을 잘 보여준다. 흠이라면, 결미의 한 문장인데 도식적이란 생각이 든다. 불필요하다기보다 오히려 아이의 착한 마음을 어른이 과잉해석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냥 ‘태양이 웃음소리가 운동장에 왕왕 울렸다.’로 끝났으면 더 좋았겠다.

 - 곰 인형의 장례식 (김영혜)

 아주 독특한 발상이다. 뒤집기의 쾌거가 주는 여운이 길다. 일상의 판타지 같기도 한 설정인데 읽어가다보면 심각한 분위기를 엎어주는 유머와 반전이 돋보인다. 죽음을 또 다른 시작으로 본 점, 슬픔을 기쁨과 환희로 승화한 점, 사물에게도 생명이 있다는 발상에서 시작한 작가의 철학이 잘 녹아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특히 김영혜의 작가노트는 그런 생각들을 좀더 자세히 풀어놓았는데 의미심장하게 읽어볼 만하다. 진지한 내용을 이렇게 동화 속에 가볍지만 가볍지만은 않게 녹여 놓았다. 그 솜씨가 부럽다.

 - 바다로 간 로또 할아버지 (김혜연)

 이적의 노래 가사가 나온다. ‘작은 달팽이 한 마리가...’ 가족들이 제각각 잘못한 일을 떠올리며 고민하다가 반전에서 배꼽 잡는다. 홀로 되었고 가진 재산도 없는 노인과 식구들의 마음이 과장되지 않고 유쾌하게 그려진다. 마음의 부채는 어느 가족이든 서로 갖고 사는 것이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러면서도 미워죽겠다는 듯..

 - 개구리 (선자은)

 따돌림과 생명에 대한 예의를 잘 섞어 녹여놓았다. 가해를 하는 아이들도 어쩌면 모종의 두려움에서 출발한 게 아닌가. 자기 자신에 대한, 캄캄한 세상에 대한 두려움. 그 행동으로 인해 영문도 모르고 죽어가는 목숨들. 세상에 흔한 일. 그것은 폭력과 그것으로 인한 죽음인데 우리는 미처 인식하지도 못하는 사이 비명을 지르며 죽어가는 목숨들이다. 세상의 모든 개구리들에게 속죄하듯 글을 풀어냈다는 작가의 변이 신실하게 느껴졌다. 신선한 충격이다.

 - 공주의 배냇저고리 (정승희)

 엄마의 딸의 이야기. 생활 속의 작은 갈등이 풀어지며 딸이 엄마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 유쾌한 문체와 함께 재미나다. 그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엄마도 한때는 다 그런 ‘딸’이었다. ‘그런 딸’은 또 그런 ‘엄마’가 될 것이다. 내말 안 듣고 오늘아침에 머리 안 감고 학교 간 작은딸, 먹는 것 좋아해서 ‘공주’처럼 통통한 우리집 통통공주, 사랑한다!!

 - 고추 따 간다 (최은영)

 양성평등의 문제는 동화의 소재로 종종 나오는데 이 작품은 이야기 방식이 거침없고 자연스럽다. 등장인물과 그 관계도 유쾌하게 설정해 두었다. 어릴 적 내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느꼈던 감정이 떠올라 웃음이 났다. 남동생만 두둔하던 외할아버지에게 대들기까지 한 내가 아니었나. 5학년 쯤이었지. 그런 여학생이 나오고 그 남동생이 나오는데 그아이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남아선호 사상에 제일 많이 물들어계신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등장시키는데 여기선 두 분의 성향이 각각 다르다. 할머니가 어떻게 생각을 바꾸게 되는지 그 계기를 보는 일 또한 무척 즐겁다. 순진한 남자아이(손자)의 눈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데 결미에 보면 결코 순진하지만은 않은 엉큼한 요 녀석, 마음에 든다. 

 

이 외에도 생활 판타지적인 이야기 몇 편도 기억에 남는다. 열 한 편 모두 색다른 느낌과 공감을 준다. 하나씩 까서 먹는 초콜릿처럼. 야곰야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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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윈딕시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32
케이트 디카밀로 지음, 송재호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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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윈딕시 때문에,가 원제인데 내 친구 윈딕시, 라고 하니까 좀 평범한 인상을 준다. 게다가 제목과 표지로 내용이 대충 연상되는 책이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성마른 추측인가. 제목만 보고 뭘 다 안다고.. 읽어가며 첫인상과는 달리 행복감이 밀려들어오는 동화다. 마음에서 일어나 자꾸만 말하려는 이야기를 술술 막힘없이 썼다는 느낌이 드는 책이다. 작가가 언급한 바로는 플로리다에서 살았던 그녀가 ‘개와 우정과 남부지방에 보내는 찬가’이다.

 삽화처럼, 화려하지 않고 수수하고 자연스러운 이야기가 인디아 오팔이라는 만 열 살 소녀의 일기처럼 읽힌다. ‘달콤함과 슬픔의 맛을 지닌 사탕’ 같은 이야기들. 사는 일이 그런 게 아닌가 싶다. 달콤하기만 해도, 씁쓸하기만 해도 얼마나 단조롭고 재미없을까. 하지만 사탕에서 ‘슬픔’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은 그리 흔하지 않을 거야, 라고 생각한다면 잘못이다. 이 책에 나오는 사람은 물론 개, 윈딕시까지도 그 ‘달콤하고 슬픈’ 사탕의 맛을 즐길 줄 안다. 그 부분이 아이들에겐 얼른 공명을 일으키기 어려운 부분이긴 하지만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눠보면 일면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4학년 아이들과 함께 읽은 책이다.

 3살 때 엄마가 집을 나가고 목사인 아빠와 외롭게 살아가는 오팔은 밝고 따뜻한 여자아이다. 세상에나! 어느 날 수퍼마켓에서 우연히 만난 개와 소중한 인연을 맺게 된 후 오팔에게는 더 많은 인연이 줄줄이 사탕처럼 순순히 엮이게 된다. 세상에 남은 친구가 한 명도 없이 홀로 작은 도서관을 벗 삼아 살아가는 프레니 할머니, 수많이 저지른 죄악의 유령이라는 술병들을 뒷마당의 나뭇가지에 매달아 두고 세상과 등지며 살아가는 글로리아 할머니, 거리에서 마음껏 기타소리를 들려주고 싶은데 불법이라는 죄명으로 감옥까지 갔다 온 오티스 아저씨, 멋진 개를 갖고 싶어 하는 깜찍한 스위티(5살 여자), 장난꾸러기 던킨, 그리고 ‘목사님’이라고 칭하는 아빠와 그동안 다 못다 연 마음의 문을 서로 열게 되기까지.

모든 일은 윈딕시 때문에 일어났다. 이 말은 맞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오팔이 먼저 마음을 열고 사람들에게 솔직한 마음으로 다가가 말을 걸었기 때문이다. 윈딕시 때문이라고 공을 돌리는 그 아이가 말을 걸고 다가가 친구를 맺는 모습은 정말 사랑스럽다. 그렇게 선선히,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면 되는데 우리는 뭐가 두려워 그게 잘 안 되는 건지.

 ‘단단한 껍질 속에 몸을 웅크리고 들어가 있는 거북’ 같았던 아빠를 보며 오팔은 내심 불만이었다. 윈딕시 때문에 처음 그 껍질에서 나오는 것처럼 보인 날, 오팔은 좋은 조짐을 가진다. 그리곤 물어본다. 그동안 금기시하였던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열 가지만 들려달라고 한다. 그것은 상처로 똘똘 뭉쳐 아빠를 짓누르고 있었던 덩어리를 살살 풀어주는 기회가 된다. 티비 프로그램 중 무릎팍도사가 생각났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뒷이야기를 스스로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여 질문을 던지고 답할 수 있게 해줌으로써 이미 곪아있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 때문이다. 말할 수 있게 해 주마, 뭐 그런 의도가 적절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누군가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열 가지, 아니 스무 가지더라도 그 사람에 대해 결코 다 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오팔이 엄마에 대해 알게 된 열 가지로 엄마의 마음을 다 알지 못하듯이. 그리고 눈으로 보이는 부분과 소문으로 들리는 말만으로 그 사람을 판단하는 건 더구나 거의 99%(통계를 내어본 건 아니지만^^) 오류를 낳을 수 있다. 먼저 상대에게 말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내 이야기를 솔직히 하고 나눠줄 수 있는 것을 생각하자. 그것이 친구를 만들어 가는 방법이라면 방법일 테다.

 이 책은 달콤하고 행복한 기운이 온몸에 쫙 퍼지는 책이다. 사람들이 다 말 못하는 슬픔 하나쯤도 이해할 수 있는 마음자리를 만들어주는 것도 장점이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두가 친구가 되는 넉넉한 자리에 ‘유머감각이 뛰어난’ 윈딕시가 있어 더 유쾌하다. 남북전쟁의 비통함과 공명심에 빠진 전쟁에 대한 비탄과 재기하는 사람의 힘 그리고 책과 음악이 갖는 치유의 힘도 감동적이다. 하지만 전혀 힘을 주지 않고 재빠르고 부드럽게 이야기하는 것이 장점이다.

(4학년이상 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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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12-14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 시절, 아이 때를 돌이켜 보면 무작정 편하고 즐겁지는 않았던 거 같아요.
아이들의 마음에도 고통이 있지요. 눈에 보이기도 했고요..
짐짓 어린 척하며 때때로 놀며 지났던 거 같아요. 혜경님.
개가 저에게도 큰 위안이 되었지요.
제 개이름이 '곰돌이'였지요. 하하


프레이야 2007-12-14 10:53   좋아요 0 | URL
저도 돌이켜 보면 그래요. 예민한 성격이라 더 그랬던 건지도 모르겠고
자기검열도 강하고 그러면서 도발적인 성격도 강했고 그랬어요.
어른들에겐 참 쉽지 않은 까다로운 아이였던 것 같아요..
지금 제 아이들도 감추고 있는 그런 것들이 있겠지요. 그런 걸 엄마의 눈
으로 잘 살피고 돌봐야하는데 마음은 그런데 잘 안 될 때가 많아요.
한사님처럼 넉넉한 품성으로 아이들을 대해야할 텐데요.
ㅎㅎ 곰돌이라면 우리집에 많아요. 작은딸 침대맡에 죽~ 앉아있지요^^



miony 2007-12-14 12:37   좋아요 0 | URL
저희 집 개 이름도 곰돌이인데 열 살이 넘어서 운신하기 힘들어하네요.

프레이야 2007-12-14 14:23   좋아요 0 | URL
miony님집 개이름도 곰돌이에요? ^^
열살이면 노년인데.. 완전 가족이네요. 마지막까지 함께 하실 거죠?
언젠가는 이별에 너무 슬퍼하지 않도록 하셔야겠어요.

순오기 2007-12-14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윈딕시, 그 볼품없이 더러운 개를 데려다 친구가 된 오팔은 정이 많은 아이겠죠. 그래서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설 수 있는... 이 책은 뉴베리수상작이었던거로 기억하는데...^^

프레이야 2007-12-14 14:27   좋아요 0 | URL
보셨군요, 순오기님. 뉴베리상, 은색 스티커가 훈장처럼 붙어 있더군요.
책표지에요. 윈딕시는 참 행복을 몰고 오는 개 같아요. 유머감각이 뛰어난.^^
행복은 스스로 불러오는 것인가 봐요. 오팔을 봐도요^^

비로그인 2007-12-14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님의 도메인이 센스였다는 것을 알았어요.
가끔 그럴 때 있지요, 그 사람의 다른 모습을 본 듯 신기해질 때....
그런데 오늘은 역시...라는 생각이 드네요.


프레이야 2007-12-14 14:27   좋아요 0 | URL
센스^^ 역시라면 센스있다고 말씀해주시는 거죠? 호호~ (우길래요)

비로그인 2007-12-15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가 생쥐기사 데스페로를 너무 재밌게 봤었는데 이 책은 너무 달라서 망설였었거든요. 혜경님 리뷰를 읽고나니 당장 사서 둘이 같이 봐야겠단 생각이 듭니다. 이 겨울에 따스하게 읽기 좋은 책이겠네요.

프레이야 2007-12-15 10:15   좋아요 0 | URL
Manci 님, 생쥐기사 데스페로,도 이 작가의 책인가 봐요?
제목에서 벌써 재미가 느껴지네요, 왠지.. 생쥐기사라고 해서 그런가요.
네, 윈딕시와 오팔 그리고 사람들이 참 따스한 마음을 느끼게 해 주는
책이더군요. 타인과 자신의 아픔까지 보듬는 여유, 언제 그 경지에 무난히
도달할런지.. 연말 잘 지내고 계시온지요?^^
 
우리들의 마지막 여름 고학년을 위한 반딧불 동화 3
유타 리히터 지음, 이지영 옮김, 문지현 그림 / 해와나무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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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뭔가 믿을 만한 게 필요하잖아. 그런 게 없다면 어떻게 살아가란 말이야!”(p132)

 주인공 안나가 유일한 남자친구 다니엘에게 하는 말이다. 열셋의 나이에 생각지도 못한 슬픔을 맞아야 하는 친구와 그 모습을 보며 많은 변화를 겪는 안나. 그 변화는 아무런 표정 없이 잔잔히 흘러가는 강물처럼 물밑에서 은근하고 깊게 일어나는 변화다.

 책제목 <우리들의 마지막 여름>은 주제를 함축하고 있는 3개의 단어로 조합된다. 그것을 키워드로 보고 책을 읽어도 좋다. 사람 사이의 관계를 말하는 ‘우리들의’, 죽음을 말하는 ‘마지막’. 그리고 길게만 느껴졌던 유난히 더운 ‘여름’은 호된 열병과도 같이 사람을 단련시키는 시련으로 읽을 수 있다. '마지막'이란 말은 역설적으로 희망적이란 것을 책을 다 읽고 나면 느낄 수 있다. 드러나는 아픔과 드러나지 않는 아픔이 자연스러운 감동으로 이어지고, 제목에서 느껴지는 서정성이 돋보인다. 아름다운 풍경묘사와 함께 계절을 읽을 수 있는 미려한 문장이 잔잔한 감흥을 준다. 하지만 마냥 감상적이지 않고 새로운 인식으로 이끌어주는 점이 마음에 든다.

 안나와 다니엘은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예견하며 그것을 받아들이기까지 좀 다른 모습을 보인다. 막연한 두려움으로 죽음을 앞에 둔 사람 곁에 가기조차 꺼리는 안나와는 달리 죽음 앞에서 분노하고 그것을 이겨보려고 애쓰는 다니엘은 결국 신에 대한 생각에 이른다. 두 사람이 나누는 하느님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는 해답이 있는 건 아니지만 정신적 성장에 의미있는 대화다. 하느님이 없다면 기도를 해도 소용없는 것이고 우리가 믿거나 안 믿거나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그렇다면 다니엘의 말처럼 수호천사도 기적도 없는 것이다.

 그래도 뭔가 믿을 만한 게 필요하다는 안나의 말에 다니엘은 창꼬치를 내세운다. '꼬맹이들 동화 속에 나오는 이야기일 뿐인‘ 수호천사나 기적 따위에 매달리느니, 창꼬치 신에게 도전해 보겠다고, 창꼬치를 잡기만 하면 분명 엄마는 건강해질 것이라고 믿는 다니엘. 창꼬치를 잡고 칼로 머리를 찌르고 심장을 꺼내 한 손에 쥐어도 펄떡대는 그 물고기의 생명력을 믿고 싶은 다니엘을 점점 이해하게 되는 안나는 자신도 모르게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생생하게 살아있는 캐릭터와 미려한 문장에 실은 인물들 내면의 움직임이 마음으로 전해지는 책이다.


 결말 또한 식상하지 않다. 현실적으로 공감되며 가슴 뻐근한 감동이 절제된 감정으로 전해온다. 6학년 아이들과 함께 읽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어른들과의 심적 갈등, 이성친구와 동성친구 등 교우관계,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과 죽음 그 자체에 대한 생각, 그리고 호된 시련을 두고 관계가 개선될 수 있는 마음의 조건들. 아이들이 미처 깨닫지 못하는 어른들의 세계와 어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세계가 조금은 좁혀져가는 순간의 기쁨 또한 한 인간을 성숙하게 하는 경험이다.

 역시! 우리는 뭔가 믿을 만한 게 필요하다. 그런 게 없다면 어떻게 살아가란 말인가. 하지만 다니엘이 다시 창꼬치를 잡을 일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해 여름 그 이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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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송이 2007-11-22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타 리히터'의 작품중에 <내 이름은 개>와 <눈깜빡이 인형 아나벨라>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음... 독특한 느낌의 작가라고 생각했었답니다.
이 책도 관심이 갑니다.

프레이야 2007-11-23 08:59   좋아요 0 | URL
뽀송이님, 많이 읽으셨네요. 아주 멋진 작품이더군요^^

소나무집 2007-11-23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세 살에 마지막이라니...
제목을 보는 순간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안 들었는데 역설적으로 희망을 이야기하는 거였군요.

프레이야 2007-11-23 10:26   좋아요 0 | URL
여기서 '마지막'은 성장의 전환점이란 의미로 보여요.
인생의 터닝포인트 같은 것이요. 그러니 희망이지요.
열세살 아이가 죽는 건 아니구요..
 
나를 찾아 줘 작은걸음 큰걸음 4
은이정 지음, 김경희 그림 / 함께자람(교학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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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이정이라는 이름을 다시 본다. 중학교 교사의 이력이 있다. 참 깔끔하니 좋은 동화 한 편을 만났다. 제목 ‘나를 찾아 줘’와 우울한 색감의 책표지가 잘 어울리는데 노란색 스포트라이트 한가운데에 한 소년이 서 있다. 역시 어딘지 어두워 보이는 그 아이는 방향을 잃고 주춤하니 슬픈 눈을 하고 있다. 제목도 표지도 호기심 끌기에 충분하다.

 등장인물의 배치에 가장 매력을 느꼈다. 주인공 영민이는 열한 살의 깔끔하고 감수성 풍부한 남자아이다. 영민이의 대척점에는 송복만이라는 뻥쟁이가 있다. 야릇한 행각을 벌이고 지저분한 그 아이를 아무도 말릴 수 없다. 그렇다고 누구와 친하게 지내는 것도 아니다. 이야기는 이 두 아이의 갈등을 주로 다루고 그것이 해결되는 과정을 그린다.

 이렇게 단순한 구조라면 이야기는 더 이상의 매력을 끌기에는 부족하다. 여기에 김진수라는 ‘미귀가자’가 끼어있다. ‘미귀가자’란 목요일 방과 후로 집에 들어오지 않은 진수의 실종신고 수배 광고지에 적힌 용어다. 진수의 실종사건을 두고 추측과 억측이 난무한다. 그 와중에 영민이의 눈을 따라다니는 글귀가 ‘나를 찾아 줘’다. 그 글귀는 교문 옆 기둥에서 처음 발견되어 점점 영역을 넓혀간다.

이야기는 이렇게 복선을 깔며 몇 개의 가지를 쳐두고 점점 미궁 속에 빠져든다. 그것은 미귀가자인 진수에 대한 의혹으로 더 심해진다. 중후반으로 가면서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하는데 영민이와 복만이의 생활이 조금씩 드러나고 놀라운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이야기의 흐름에 억지가 없고 인물들의 감정에도 반감이 일지 않는다. 인물들의 캐릭터가 잘 살아있어 경쾌하다. 문장도 간결하고 전개도 산뜻한 편이다. 이야기는 영민의 일기형식이다. 그러니까 12월7일 일요일의 일기에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22일 월요일의 일기로 맺는다. 길지 않은 기간의 결코 짧지 않은 이야기다. 숨기지 않고 쓰는 일기를 빌어 영민이의 비밀이자 아무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은 약점을 들춰낸다.

이 책은 조금은 다른 가족의 형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입양가족, 소년소녀가장, 재혼가정... 이런 주제를 담고 있는 동화는 여럿 있다. 대개는 비슷한 스토리라인을 갖는다. <나를 찾아 줘>는 각각의 가정에서 부모가 감당해야할 몫에 대한 생각은 축소시키고 모두 아이들의 입장에서 그 가족의 의미를 해석하려고 한다. 그 시선이 독특하고 집중력을 잃지 않게 한다. 문제는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다. 자신의 처지를 인정하고 그것을 약점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이 우선이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 책은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방향을 찾으라고 권한다. 생각보다 가까이, 단순한 것에 있다.

이 책이 말하는 더 근본적인 문제는 거짓말과 자기정체성에 대해서다. 없는 말을 꾸며서 하는 것만이 거짓말일까. 감추고 말하지 않는 것도 소극적 의미의 거짓말이다. 둘의 공통점은 약점을 감추려는 의도로 하면 할수록 거짓말은 늘고 그럴수록 진짜 자기 모습은 잃어간다는 점이다. 나를 찾아 줘!  애원 같기도 하고 주문 같기도 한 이 다섯 자가 유령처럼 곳곳에 떠돌아 다닐 때 영민이는 자기의 정체성에 의구심을 품기 시작한다. 상처 받았던 지난 일이 다시 일어날까봐 두려워서 말하지 못하는 자신의 약점, 그것이 드러날 때 받을 타인의 편견과 무시를 이겨낼 용기가 없는 것이다. 결국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길 자신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언제나 진솔하고 의외로 사려 깊다. 성규처럼, 타인은 자신의 약점이나 비밀에 생각만큼 지대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응, 그래?” 그 정도다. 아이들은 그렇다. 그들의 명랑한 방식이 서로가 서로의 진실한 거울이 되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들의 세계에서보다 훨씬 믿음직스럽고 순한 방식으로 약점이라고 생각한 것들도 흐려지고 더욱 마음이 자라는 사람이 될 것이다. 결말의 방식도 도식적이지 않고 잔잔한 웃음을 머금게 한다. 전체적으로 걸림이 없이 잘 읽히는 책이다.

 4학년 아이들과 함께 읽었다. 아이들에게도 자신의 약점이나 고민, 그 해결방법을 써보게 했다. 비싼 게임기가 사고 싶은데 엄마와 의견이 맞지 않아 고민하는 남자아이, '박지성'이란 이름 때문에 놀림을 받아 속상했지만 좋은 쪽으로 생각하게 된 여자아이, 공부하는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아 고민인데 “점을 보니까 넌 대기만성 형이래. 그러니까 꾸준히 열심히 하는 거야.” 라고 말해준 엄마의 말에 힘을 얻은 아이도 있었다. 제일 재밌는 글은 “내 털을 더 자주 보일 거야.”라고 쓴 여자아이. 팔에 너무 길고 새카만 털이 나 있어 여름에도 반팔을 잘 안 입으려고 했고 원숭이라는 별명도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 과감하게 팔을 내놓는다고 했다. 앞으로는 털을 더 많이 보이겠다고 당당히 말하는 아이, 얼굴만큼이나 어찌 예쁜지. ^^

 

'제1회 소천아동문학상 신인상 수상작'이라는 띠지를 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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