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 여행 - 새로운 세계를 찾아 떠나는
로리 크렙스 지음, 김영선 옮김, 헬렌 칸 그림 / 해와나무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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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른들 못지않게 아이들도 낯선 곳으로의 모험을 꿈꾸며 산다. 아이들이 현실에서 느끼는 속박감의 무게는 어른들이 느끼는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여행을 할 수 있는 선택권이 아이들에게 주어져있지 않다보니 이들이 보고 듣고 체험하며 느낄 수 있는 영역이 한정되어 있을 수밖에 없으며 어른들의 선택에 따라 그 범위가 지워지게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실크로드 여행>은 아주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실크로드라는 말도 처음 들어본 2학년 아이들과 함께 이 그림책을 보았다. 여행이라는 말에서 먼저 안기는 설렘과 호기심, 그리고 특별한 경험에 대한 기대감 같은 것들이 이 책을 펼쳐보는 순간 한 눈에 재현된다.

이야기는 고대 중국의 시안에서 출발한다. 한 여름날 어느 가족은 낙타가 끄는 마차에 비단을 잔뜩 싣고 길을 떠난다. 그림이 동양적이면서도 오묘한 느낌을 전해주어 옛이야기가 풀풀 넘쳐나올 것 같다. 각 페이지의 하단에는 반복적인 글귀가 구불구불한 실크로드처럼 흘러간다. '작은집 이야기'의 글자들처럼 글자들이 살아서 꿈틀거리는 것 같다. "실크로드를 따라 여행을 떠나요. 울퉁불퉁한 길을 따라! 실크로드를 따라 여행을 떠나요. 아주 아주 먼 곳으로!"  이 글귀만 보아도 여행의 고됨이 사그라들 것처럼  부드러운 곡선이 경쾌한 리듬감을 전해준다. 시안을 출발하여 란저우를 거쳐 둔황, 하미, 투루판을 지나서 실크로드의 마지막 도시인 카슈가르까지의 여정이 아주 재미나며 간결하게 이어진다.

각 도시에 도착하는 장마다 그곳의 특징이 잘 살아나는 그림과 함께 계절의 변화와 시간의 흐름을 알게 해 주는 글귀가 먼저 나온다. 그리고 이곳에서 이 가족들이 무엇과 무엇을 물물교환한다는 식으로 당시 동양과 서양의 교역 물품을 알 수 있게 해 두었다. 카슈가르에서 열리는 장터에는 여러 나라의 언어가 난무하며 활기가 넘친다. 꼬박 일 년이라는 시간이 걸려 도착한 마지막 도시다. 3000킬로미터가 넘는 이 거리를 걸어서 온 것이다. 카라반들은 다시 고향으로 가지 않고 중간에 정착한 경우도 많았다. 그러니 실크로드는 물건이 교역된 길이라는 의미뿐만 아니라 새로운 종교, 언어, 문화, 발명품의 교역로였던 셈이다. 무엇보다 동양과 서양의 생각이 서로 교환되었던 길이었다는 점을 알고 신기해했다.

뒷장에서는 '비단길 이야기'와 '실크로드의 도시들' 이란 꼭지를 두어 비단길이라 불린 이유와 각 도시들의 특징에 관해 자세한 설명을 곁들였다. 타클라마칸이란 말의 뜻과 마르코 폴로에 대한 이야기도 간단히 해 주었더니 재미있어 하는 눈치다. 다들 실크로드를 여행해 보고 싶다고 하면서도 다리가 아플 것 같다느니, 감기가 걸릴 것 같다느니 하며 엉뚱한^^ 이야기를 한다. 여행하며 사진으로 기록해두고 싶다는 아이도 있었다. 나의 작은 딸이 그 녀석이다. 걸어서 일년이 걸렸던 그 길이 지금은 기차와 자동차로 갈 수도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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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퇴전문 2006-07-20 0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방항공 타고 서안에 갔을 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비행기가 빠르긴 하지만, 항로 밖에 없는 한국은 기묘한 섬이구나. 거기다 정보 부재에, 정정과 치안이 불안하다는 이미지까지 겹쳐서 개인으로선 중국 국경 서변으론 감히 엄두를 내기가 힘든 건 사실. 방송국 다큐 외엔 여행기를 찾아보기 힘든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싶음. '고물차를 몰고 유럽까지 다녀왔다' 는 모험담을 작은 따님에게 듣기를 희망합니다.

프레이야 2006-07-20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물차를 몰고 유럽까지... ^^ 얼마전 지인이 실크로드를 다녀온 후의 이야기로 기행수필집을 냈어요. 실크로드에 대한 환상을 어느정도 가지고 있었지만, 정말 가보고 싶은 곳 중의 하나에요

앨런 2006-11-17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에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야말로 님덕분에 좋은 책 두권을 얻어갑니다.
 
퀼트 할머니의 선물
게일 드 마켄 그림, 제프 브럼보 글, 양혜원 옮김 / 홍성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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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와, 이 그림책! 일러스트레이션에 완전히 매혹되었다. 한편의 아름다운 이야기못지않게 볼거리 또한 풍성하고 아름다워 눈을 어디에 둘지 모를 정도다. 꽃과 나비가 현란한 자태를 뽐내는 장면과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어두운 곳의 장면이 대조적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또한 욕심많은 임금의 탐욕스러운 얼굴과 훗날의 행복하고 넉넉한 표정이 극적으로 대조를 이루어 임금의 마음이 변해가는 과정을 읽어낼 수 있다.

퀼트는 못 쓰는 천조각을 일일이 손바느질로 이어붙여 탄생된 하나의 작품이다. 물론 섬유산업의 발달로 다양한 문양의 퀼트작품이 나오고 그 용도도 다양해졌지만 역시 퀼트는 자투리천으로 만들어야 일품이다. 퀼트를 한동안 배운 친구 말이, 눈도 아프고 어깨도 아프고 꽤 힘든 일이란다. 바느질 한 땀이라도 어긋나지 않게 시침핀으로 고정을 해가며 일일이 손으로 정성을 들여야하는 일이다.

이런 일을 하는 할머니가 옛적에 살았단다. 할머니의 퀼트는 세상에 둘도 없는 예술품이다. 하지만 원칙이 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만 나눠주는 할머니의 퀼트가 욕심 많은 임금에게 바쳐질리가 없다. 임금은 할머니에게 고난을 준다. 자신이 손에 쥐고 싶은 것에 안달이 난 임금은 할머니에게 견디기 힘든 벌을 내리지만 번번이 참패한다. 할머니의 한결같은 친절과 나눔의 심성이 하찮아보이는 동물들의 마음까지 녹인다. 사랑의 선물을 받은 곰과 참새들이 할머니의 생명을 구해주고 임금은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할머니와 거래를 한다.

임금이 가진 보물들을 사람들에게 하나씩 나누어줄 때마다 퀼트를 하나씩 이어가겠다는 약속이다. 할머니는 받기만 하려는 임금에게 나누어주는 행복의 맛을 느끼게 해주고 싶은 것 같다. 임금은 점점 이 매력에 빠져든다. 처음엔 아깝다고 여겼던 행동이 점점 자신에게 기쁨을 가져다주었기 때문이다. 임금은 이제 이 나라에서 그치지 않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자신이 가진 보물들을 모두 나누어준다.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누어주는 건 물건만이 아니다. 병상에 있는 환자를 위해 침대맡에 앉아 책도 읽어주고 싸우고 있는 사람들을 중재하기도 한다.

임금은 이제 누더기를 걸치고 발가락이 다 보이게 떨어진 신발을 신고 돌아왔다. 그와 동시에 임금과 약속한 퀼트는 완성이 되었고 할머니는 커다란 퀼트 이불로 임금의 어깨를 감싸준다. 욕심이 더덕더덕 붙어있던 예전의 임금님 얼굴은 간데 없고 느긋하고 행복해보이는 임금의 얼굴이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 환하게 해 준다. 가진 건 아무것도 없지만 나누어줄 때의 행복했던 기억을 많이 가지고 있는 임금은 세상에서 제일 가는 부자라고 자부한다.

이 그림책은 그림 구석구석에 돋보기를 대고 들여다보듯 하면 정말 많은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다. 전체적인 색감이 주는 풍부함은 내용의 풍부함 못지않다. 화려하고 섬세하며 밝고 따스하다. 마치 작가가 그려내고 싶은 희망의 세상이 퀼트로 펼쳐지는 듯하다. 으르릉대던 곰에게, 베고 잘 수 있는 베개 하나 없이 사는 너이니 그렇게 마음이 거칠어질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하며 폭신한 베개를 만들어주는 할머니의 마음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무척 풍요로운 느낌의 일러스트레이션이다.

돌아올 임금을 위해 만든 퀼트 조각을 하나하나 보면 별별 것이 다 들어가있다. 왕의 파란 반지(아마도 사파이어?)를 비롯해서 세상의 모든 소소한 것들이 다 들어가있다. 할머니의 퀼트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세상의 은유다. 퀼트에 쓰이는 천조각처럼 한 사람 한 사람의 작고 미흡한 마음이 모이고 모여서 아름다운 세상이 만들어진다는 희망의 바느질이다. 내가 바라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내가 내어놓는 것도 있어야한다는 것도 배울 수 있다. 마음의 부자는 내어주는 게 많은 사람일 거라 생각한다. 임금이 가진 것을 나누어 주러 온세계를 두루 돌아다녔다는 점도 아이들과 짚고 넘어가면 좋겠다.

2학년 아이들과 함께 보았다. 아이들과 함께 그림조각들을 자세히 찾아보며 그림만 다시 감상해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이다. 책의 앞뒤 속지에 할머니의 퀼트작품들이 전시되어있다. 작품마다 이름지어놓은 제목도 의미심장하다. '진정한 사랑의 매듭'이 기억에 남는다. 작은 종이에 아이들의 퀼트를 꾸며보고 제목을 달아보라고 하니 상상력을 발휘하여 멋진 작품을 그려내기도 했다. 재미있게도 월드컵을 주제로 꾸민 아이도 있어 함께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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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7 2006-06-22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그림이 좋은책 참 좋아라 합니다.. 특히 퀼트는 색감도 독특하구..참 보고싶네요.

또또유스또 2006-06-22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쩜.. 이리도 아름다운 리뷰를 쓰시는지요..
투명한 수채화 같은 느낌입니다..
이 동화책을 투명한 수채 물감으로 그리듯 쓰시니 어찌 아니 볼수 있답니까...
바로 담습니다...

프레이야 2006-06-23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리포터님 그림이 좋은 책이란 반하기 마련이죠. 좋은 하루 시작하세요~

또또님, 님의 표현이 더 멋있네요. 감사합니다.^^

인터라겐 2006-06-23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 오면서 느끼는 행복중의 하나가 바로 이런 것 같아요.. 내가 알지 못하는 세상을 만날 수 있는 다리가 든든하다는 것이요.. 저도 바로 담아요..^^

씩씩하니 2006-06-23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 있네요,,,빌려가서 아이들과 읽어주는 착한 엄마 노릇 좀 해야겠어요,.오늘~혜경님..책을 들여다보시는 알찬 시선에 감탄해요,,,어쩜 이렇게 세심하게 들여다보실 수 있는지...전 언제 이런 경지에 도달할 수 있대요????
 
내 마음대로 할 거야! 생각의 힘을 키우는 꼬마 시민 학교 2
마띠유 드 로비에 지음, 까뜨린느 프로또 그림, 김태희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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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힘센 생각'을 가지기를 바라며 어린이를 위해, 어른을 위해 만들어진 것 같다. 힘센 생각이라는 말이 참 듣기에 미덥다. 힘센 주먹, 힘센 발길질이 아니라 생각이 힘 있으려면 어떠해야하나, 이런 이야기를 아이와 함께 느낄 수 있게 들려주고 보여준다. 책의 서문뿐만 아니라, 뒷장에 나오는 '부모님에게 드리는 글'을 반드시 먼저 읽고 아이와 대화를 시도한다면 책의 내용을 더욱 잘 소화하고 체화할 수 있겠다.

크게 두 장으로 나뉜다. 첫 장, '내 마음대로 할 거야'에서는 규칙을 지키며 살면 얼마나 편리하고 자유로운가를 깨닫게 한다. '이렇게 해'보다는 '이건 안 돼.'가 훨씬 자유를 주는 말이라는 이야기다. 이 부분에서 머리를 한 방 맞은 것 같다. 흔히 생각하기에는 '안 돼'라는 금지어는 자제하고 "이렇게 하는 게 어때?" 라는 제시형이 바람직한데 잘못되었다는 결론이다. 이건 안 된다라고 가르치면 그 외의 것들로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그 외의 것들이면 다 된다는 말이 아니라 아이가 가장 바람직한 행동을 찾아나가는 길이 열려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렇게 해."라고 하나의 양식을 정해주면 아이는 '이런 방식' 이외의 것에 대한 선택권이 없어지고 다른 기회마저 생각해볼 여지가 없어진다.

요즘 엄마들 중에 '안 돼.'라는 말을 아이에게 전혀 쓰지 않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아이의 행동이 잘못 되어도 수정해줄 의사가 전혀 없어보이는 경우다. 아이가 언젠가는 올바른 행동을 찾아할 수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타인이나 자신이 불편을 겪어야하고 상처를 받는 경우도 있다는 걸 잊기 쉽다. 가스똥은 묻는다. "왜 이렇게 하지 말라는 게 많아요?" 하지만 아빠는 말한다. "해도 되는 것들을 생각해 봐.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지." 이런 대화글을 아이가 묻고 엄마가 대답하는 형식으로 함께 읽는 것도 좋겠지만, 엄마가 묻고 아이가 대답하며 책을 보는 것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둘째장, '나도 때릴 거야!'에서는 아이의 공격성을 인정하고, 그것을 억누르기보다 바람직한 식으로 풀 수 있게 이끌어주어야함을 말한다. 아이들 간에는 평화보다는 싸움이나 폭력이 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요즘의 아이들이 예전의 아이들보다 폭력적이어서가 아니라  잠재된 폭력성을 평화로운 방식의 관계맺기로 이끄는 교육의 부재를 이야기한다.

이렇게 이 작은 그림책에 담긴 내용은 깊고 넓지만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어 잘 그려져있다. 한 쪽은 아이와 부모의 간단한 질문과 대화로, 다른 쪽에는 아이가 그린 것 같은 크레파스 그림으로 글의 내용을 시각화하였다. 그림이 썩 재미나다. 아이들의 자라나는 마음과 나름의 고민 그리고 모름지기 갖게 되는 정의감이나 책임감이 잘 드러난다.

어제는 작은딸이 친한 친구랑 싸웠다면 몹시도 속상해했다. 내게 메일을 보내 속상한 자기 마음을 자세히 풀어놓았길래 너무 속상해하지 말고 친구가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라고 한마디 던져 놓았다. 그런데 오늘 학교를 마치고 집에 함께 오는 거다. 그럼 그렇지.. 이게 벌써 몇 번째라고.. ^^  난 토스트를 만들어주며 서로 친하게 지내라고 슬쩍 말했다.

아이든 어른이든 감정을 억누르는 건 좋지 않다. 감정에 솔직하고 좀더 세련되게 풀 줄 아는 방법을 터득하며 행복한 관계맺기를 하는 아이들, 날마다 자라나는 아이들. 그 옆에서 이 책 <꼬마 시민 학교>는 꽤 괜찮은 동무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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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가루 - 지구사랑 환경이야기 1
질 티보 그림, 장 피에르 기예 글, 윤구병 외 옮김 / 다섯수레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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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이미지는 보라빛이다. 이 색감이 '마술가루'라는 제목 만큼이나 환상적이며 예술적인 느낌을 준다. 마술가루라는 이름에서 갖게 되는 느낌은 긍정적인 것이다. 표지에 그려져있는 장미꽃과 마술사모자를 쓴 사람의 콧수염에서도 '마술가루'가 주는 느낌은 대단히 신기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그런 느낌을 살려 이 책의 일러스트레이션 또한 색감이 무척 곱다.

이 책의 매력은 이런 선입견 또는 기대감이 주는 예상을 뒤엎는 데에 있다. 마술가루란 독자가 생각하는 것 같이 신비하고 멋진 결과를 낳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왕은 마술가루라는 것으로 현혹한 무크추크의 말에 속아 후일 빚어지는 엄청난 결과에 놀란다. 클레멘타인이라는 영특한 공주가 없었다면 어리석은 왕이 다스리는 나라는 더이상 생명이 살아갈 수 없는 땅이 되었을 것이다.

이 책은 '지구사랑환경이야기' 시리즈로 나온 그림책이다.  보기에 징그러운 벌레들도 아름다워 보이는 장미랑 똑같이 정원에 없어서는 안 될 생명이다. 이곳 클레멘타인 공주와 왕의 정원은 우리의 지구와 다르지 않다. 벌레들을 죽이기 위해 뿌린 보라색 마술가루로 없어지는 것은 진딧물이나 파리에서 그치지 않는다. 쥐, 고양이, 닭 그리고 벌...  벌이 없으니 꽃도 더 이상 피지 못한다. 우리가 먹는 우유에도 보라색 마술의 반점이 둥둥 떠있다고 생각해보면 끔찍해진다.

마술가루는 우리의 일상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고 지금도 마술가루를 뿌려대는 무크추크는 살아있다. 이 책의 뒷장에서는 DDT 를 예로 들어놓았는데, 농약이나 제초제 뿐만 아니라, 일회용품이나 아껴쓰지 않는 일상용품, 음식물쓰레기, 자동차 매연이나 공장의 매연 같은 것들도 마술가루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이야기들로 확장하여 2학년 정도의 아이들과 함께 보았다.

우리의 영리한 공주, 클레멘타인은 마술가루가 낳은 심각한 병을 고치기 위해 고심한다. 다행히 그것은 자연에 있다는 것을 알아낸다. 바로 '꿀벌'이다. 달콤한 꿀벌이 마술가루에 오염되지 않고 조금 남아 있었는데 이것으로 마술가루에 병든 무크추크와 다른 동물들을 살려낸다. 어떻게 보면 너무 간단히 해답을 찾는 것 같아 아이들에게는 환경을 되살리는 게 이렇게 쉬운 것이라는 생각을 주기 쉽다. 하지만 여기서 '꿀벌'이란 자연치유법을 말하는 것, 자연과 더불어, 자연에 기대어, 자연의 순리 안에서 살아가야함을 상징하는 것으로 친절한 설명을 곁들여주면 좋겠다.

마술가루가 사람에게까지 피해를 주게 됨을 알지 못하고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결과를 위해 행동한 무크츠크가 왕의 정원사에서 여러가지 벌레들과 함께 생활하는 모습은 보기 좋은 결과물이다. 거미를 위해 거미줄을 칠 곳을 가르쳐주고 쥐며느리를 시켜 꽃밭에 있는 쓰레기를 치우기도 하고 장미에 끼는 진딧물을 잡아먹는 무당벌레도 키운다.

마지막 문장.. "나라를 이루는 한 가족이기도 한 모든 자그마한 생물들을요!"   

언젠가 아이들이 모기는 왜 사는지 모르겠다고 내게 물어본 적이 있다. 해만 끼치는 곤충인데 왜 살아야할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이다.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이 이 그림책 안에 있다. 모기는 잠자리나 새들이 먹는다. 모기가 없으면 잠자리나 그걸 먹고 사는 새들은 살 수가 없지.

마술가루가 불어넣어주는 기대감 같은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애당초 '마술가루'란 없었던 것이다. 환경은 마술가루 같은 것으로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가장 정직하게 드러나는 결과이지 싶다. 느리게, 꾸준히, 정직하게 결과를 드러내는 것이니 만큼 마술가루 따위로 기적을 바랄 수는 없을 거다. 그런 의미에서 진짜 '마술가루'란 어떤 것일지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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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날씨는 어떻게 알 수 있지? 호기심 과학 그림책 2
누리아 로카 지음, 로사 마리아 쿠르토 그림, 곽영직 감수 / 문학동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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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과학 그림책 시리즈 중의 하나로, 날씨와 관련된 것들을 알 수 있는 저학년 그림책이다. 과학책이지만 그림책답게 이 책은 일러스트레이션이 멋지다. 친근하고 밝은 인상을 주는 그림이 내용과 어울려 딱딱한 내용을 부드럽게 읽을 수 있게 해준다.

먼저 날씨란 무엇인가에서 시작하는데 날씨 관련 용어들을 일부러 쉽게 바꾸려하지 않고 써서 실용적인 지식이 될 것 같다. 계절, 바람, 물의 변화, 물방울의 여행, 구름, 번개와 천둥, 무지개, 안개, 눈, 이슬 그리고 기상학자에 이르기까지 날씨와 연관하여 궁금한 것들을 꼭지별로 설명한다. 간단하면서도 저학년 아이들의 집중시간을 놓치지 않는 정도로 글의 길이를 조절한 것 같다. 각 꼭지의 제목들도 과학책답지 않게 시적이다. 예를 들어 "거미줄에 매달린 은구슬", "하늘 위의 솜사탕" 같은 것이다.

저학년 그림책이지만 혼자서 내용을 모두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다. 엄마가 함께 보며 약간의 설명을 곁들여주면 훨씬 도움이 되겠다. 기후를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지구본을 옆에 두고 위도, 남반구, 북반구 같은 용어를 말해주면 좋겠다. 공기의 움직임이나 물의 여행 같은 것으로 돌고도는 세상을 함께 생각할 수도 있고 번개와 천둥은 같은 출발선에서 뛰지만 번개가 달리기를 더 잘하므로 우리에게 먼저 도착하는 거라는 식으로 쉽게 설명해주는 것도 좋을 듯하다. 간결하지만 많은 내용을 말하고 있어 과학을 처음 만나는 아이들에게 기초적인 배경이 되어주기에 좋다. 단지 조금 어려워보이는 부분은 어른들이 보조설명을 곁들여주면 더욱 효율적일 것 같다.

'호기심' 과학그림책답게 책표지에 쓰인 책제목이 옆으로 누워있어 의아해할 수 있다. 생각해보면 지구는 원이며 돌고있다는 걸 글로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의도 같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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