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두 딸과 함께 간 무언뮤지컬! 일명 '비사발'
진짜 대화는 없고 몸으로 모든 걸 말한다. 조금 상세한 중간 스토리는
무대정면 위에 설치해둔 대형스크린으로 살짝 보여준다.
5분 지연되어 시작했는데 그전에 사회자의 알림말이 냉방보다 시원하다.
~~ 사진촬영 자유롭게 하시구요, 핸드폰 끄실 필요 없습니다.
물론 진동하실 필요도 없구요. 어차피 안 들립니다.
전화 오면 마음대로 받으시고 나가고 싶으면 나갔다 들어오시고
웃고 떠들고 박수치고 여러분들 좋으실 대로 하세요. 와아~~
예의를 비롯한 모든 형식을 거부하는 B-Boying Musical 이었다.
제목에서 스토리는 다 나왔고 오로지 심장을 비트하는 다이나믹한 음악과 힘이 넘치는
브레이크 댄스의 연속으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무대배경이나 조명은 좀 조악하다.
춤이, 몸이, 대단하다. 근육이 불끈거리는 게 다 보이고 몸은 또 어쩜 그리
가벼운지 펄펄 날아다닌다. 엄청 연습 많이 했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B-Girl 4명의 춤이 등장하자 열광의 박수소리! 특히 여성분들이 더!
작은 딸은 계속 박수치며 좋아하고 표현 별로 안 하는 큰딸은 무표정하다.
나중에 나오면서는 씨익 웃으며 멋있다고 고백했다.^^
큰딸 학교선생님이 방학 중 뮤지컬 2편을 보라고 해서 예매한 것인데 작은애도
같이 데려오길 잘 했다. 큰애는 동생 데리고 왔다고 투덜거리다 나한테 한소리 듣고..
일주일 후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3매 예매해뒀는데 또 투덜거리면.. ㅠㅠ
길거리 비행청소년의 이미지(사회자 왈)로 있던 브레이크 댄스를 무대에 올려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는 저들의 열정은 오랜 기간 발이 부르트도록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 발레리나들의 열정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같다고 볼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 무얼까? 단지 취향의 문제일까? 편견?
발레리나보다 비보이들의 춤을 보고 신이 나서 박수치는 10살 작은딸이랑 같이
박수치며 신나게, 잘 한다고 동조했으면서도 살짝
흔쾌하지만은 않으니, 속으로 뜨금, 난 확실히 덜 젊다는 증거라니까..
그게 아닌가?(긁적) 내속의 이중잣대가 문제야.
<사진은 연극사랑사람사랑 대구까페에서 빌려옴>
처음엔 비보이들이 댄스로 점령하고 있는 광장에 발레리나가 쉬 접근할 수 없었다.
그녀는 우월감에 찬 눈으로 그들을 보는 눈치였다.
비보이와 비걸들도 마찬가지로 발레리나가 가까이 오는 것을 싫어하고 밀어낸다.
그들의 문화적 충돌과 반목이 깨어지는 건
한 사람의 멋진 비보이가 손 내민 친절에서 시작하긴 했지만
그녀, 발레리나가 먼저 그들의 춤에 매료된 원인이 크다.
문화적 계급(상당한 이중성과 선입견이 작용한 걸 인정한다)이라는 말이 있나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들이 서로간에 놓인 단단한 벽을 깨고 함께 비보잉을 하는 장면이 멋지다.
고난도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비보이들 개개인 기량이 정말 뛰어났다.
초보들 연습 하다가 부상 당하는 일도 많다고 하던데..
그들의 열정이 훌륭하다.
조금 아쉬운 건.. 주인공 발레리나와 비보이와의 커플퓨전댄스가 부족하다.
두사람의 조화로운 결합이 뮤지컬 전체의 의미에도 중요하니만큼
두사람이 추는 멋진 춤판이 있었다면 훨씬 좋았을 것을! 그걸로는 약하다, 약해!
다음, 시즌2에서는 연출자가 이것 좀 보강해주십사.
비트 강한 브레이크 댄스는 우리 전통가락(휘모리 같은)과도 잘 어울린다고 하는데...
(연출자는 막간에 나와 요요쇼를 보여주는데 그것도 묘기다.)
그리고 혀짧은 비보이 한 명이 마지막 장 앞에 잠시 나와 인사와 홍보를 하는데
여기저기서 우습다고 난리였다.
- 제 혀가 좀 짧아서 뭔 말인지 잘 못 알아들으셔도 절대 질문은 하지 마세요. 저도
입 다물고 춤만 추면 제법 멋있다고들 그래요. 전 저의 장점과 당점을 다 말씀드려요...
불끈불끈 저렇게 춤 한번 춰봤으면 좋겠다. 몸치가 무슨... 대리만족으로 그만이다.
충분히 흥분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 Ballerina Who Loves B-Boy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