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봄선물로 뮤지컬 '레 미제라블'을 보게 되었다.

영화에서 본 감동보다 훨씬 더, 어김없이 또 눈물이 흘렀다.

쟈베르가 강물에 투신하는 장면의 연출이 특히 돋보였고 에포닌의 죽음도 안타까웠다.

정성화는 저녁 공연에 나온다 하여 다른 배우의 '쟝 발쟝'을 보았는데 처음엔 가사 전달이 잘 안 되는 느낌이었지만

곧 익숙해졌다. 마지막에 코제트와 마리우스가 포옹하고 있는 뒤에서 쟝 발쟝이 자신이 누구인가 울음 울며

혼자 노래 부르던 중 유난히 귀에 들어온 대사

 

"누군가를 사랑하면 신의 얼굴이 보이지."

 

쟝 발쟝은 미리엘 주교의 한없는 사랑으로 새 삶을 살았고 새 사람이 되어 사랑을 베풀었다.

꼬제트를 키우며 그 사랑에 보답하고 자신 또한 신의 얼굴을 보았을까.

꼬제트와 마리우스도 서로 사랑하며 신의 얼굴을 보겠지.

신은 자애롭기만 한 존재가 아니라 질투와 원망도 서슴치 않는 존재가 아닐까, 새삼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무자비한 듯 깊이를 모를 그 얼굴을 보며 한없이 '나'가 작아지고 '나'의 연약함을 통감하고 복종할 수밖에 없는,

더 아낌없이 사랑하고 더 '나'를 내어주라고 이끄는, '나'가 거역할 수 없는 어떤 무한의 힘과 조롱같은 숙명의 입김.

변신을 거듭하는 신의 얼굴은 어떤 굴욕에도 흔들리지 말고 그저 믿고 사랑하라고 '나'를 내려다 보고 있는 게 아닐까.

 

 

 

읽고 있는 책에 이런 대목이 있다.

 

"무한이 있습니다. 그것은 저기에 있습니다. 만약 무한에게 자아가 없다면, 그 자아가 무한의 한계일 것입니다.

그럴 경우 그것은 무한이 아닙니다. 다시 말해 그것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있습니다.

따라서 무한에게는 자아 하나가 있습니다. 무한에게 있는 그 자아, 그것이 신입니다."

 

- <레 미제라블> 펭귄클래식, 77p

 

 

죽어가는, 예전의 혁명의회 의원이 그를 방문한 미리엘 주교에게 하는 말이다.

여러번 읽어도 나로선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무한에게 있는 자아, 그것이 신이라니.. 신의 한계는 무한한 것이란 말일까.

 

혁명전사와 주교의 만남, 이 대목에서 나는 거룩한 분위기에 휩싸이지 않을 수 없었다.

예순에 조국의 부름을 받고 혁명에 가담하여 악습에 맞서 싸운 그 사람은 이제 여든여섯의

병든 몸이 되어 지난 시간 받았던 박해, 조롱, 음해, 모욕, 저주를 떠올리며 무지하고 가엾은

군중이 자신의 얼굴을 저주 받은 얼굴로 여김에도 그 누구도 증오하지 않는지라,

증오에서 비롯된 자신의 고립을 받아들인다고 고백한다.

왕당파에 기울어졌었던 미리엘 주교가 무릎을 꿇고, 혁명의회 의원의 얼굴은 더욱 엄숙해지며

숨을 거둔다. "그 이후, 주교는 어린아이들과 고통받는 이들에게로 향한 자애로움과 사랑을

한층 더 증대시켰다.(79p)"

 

 

 

 

특히 돋보였던 장면,

쟝 발쟝의 손에서 풀려나 도망친 쟈베르 경감이 강물에 몸을 던지며 한 대사도 기억에 남는다.

"쟝 발쟝, 당신은 나를 살려주었지만 나를 죽인 것이라네."

영화에서도 나는 쟈베르 경감이 투신하던 장면이 인상 깊었는데 이번에도 그렇네.

뮤지컬 속 쟈베르 역을 맡은 배우는 마스크도 꽤 이국적이었다.

좋은 좌석에서 보게되어 배우들의 미세한 표정이 잘 보여서 더욱 좋았다. 게다가,

떼나르디에 부부의 익살맞은 연기와 우스꽝스러운 몸짓이 장중한 서사에 양념 같은 역할을 했다.

떼라르디에 부인 역에는 박준면이 그 퉁퉁한 몸과 걸쭉한 목소리로 제대로 웃겨 주었다.

 

 

 

 

소향아트센터 3시, 2013, 3, 1

 

 

같이 본 동생의 친구는 남편이 프랑스 사람이다. 오늘 처음 만날 기회가 되었는데 한국말을 아주 잘해서

우리의 모든 농담과 경상도 사투리까지 다 너무나 잘 알아듣고 빵빵 터졌다. 쟝 발쟝과 레 미제라블, 모두 원어로

말해보라고 하니 겸연쩍어 하면서 발음하는데 꺅~ ^^  본국에서 여러번 본 뮤지컬이지만 한국어로 하는 걸 봐도

또 눈물이 나더라고 말했다.  함께 식사하면서도 동행한 사람들에게 자상하게 웃어주고 배려하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

돌아오는 길에 프랑스 유학 가고 싶다고 동생에게 말하니, 아이구 유학까지씩이나.. 그냥 관광으로 만족하지, 이런다.ㅜㅜ

나이가 너무 많은가. ㅎㅎ 왜 그래 진짜.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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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3-03-02 0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대한 작품은 작품의 내용도 그렇지만 저렇게 오랫동안 여운을 남길만한 문장 혹은 대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다른 보통의 작품들과 구별되는 것 같아요.
'누군가를 사랑하면 신의 얼굴이 보인다' 그냥 지니치지 못하고 읽는 사람의 마음을 잠시 붙잡아두는 문장 맞지요. 모든 사랑이 그런 것 같지는 않아요. 그러기엔 너무나 자기 중심적이고 계산적이고 쉽게 포기하는, 그런 사랑들 속에서 만나는 저런 문장은 다시 우리를, 나를 되돌아보게 하지요.
전 이 뮤지컬을 좀 오래전에, 2-3년에 걸쳐 세번 보았는데, 볼때마다 울었어요. 지금도 노래를 들으면 뭉클해져요.

프레이야 2013-03-02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님, 영어뮤지컬을 보셨겠군요. 세번씩이나. 역시 대단한 공연은 그런가봐요. 님의 말씀에 아직도 받으셨던 감동이 전해져오네요. 동생친구가 뮤지컬 매니아라 좋은자리를 할인하여 잘 감상할 수 있었어요. 신의 얼굴을 볼 수 있는 사랑에대한 생각을 함께 나눠주셔서 고마워요. 늘 깊은 마음^^ 행복한 토요일 보내세요.

다크아이즈 2013-03-02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님 기어이 보셨군요. 당연히 보실 줄 알았지만 ㅋ
전 네 가족 다 보느라 돈이 없어 C석 3층에서 보느라 정성화 비롯 등장인물들이 아련한 안개로 다가오더라는 ㅠ.
숨소리,발소리,침 튀기는 모습, 땀내 나는 열연을 맛봐야 뮤지컬 봤다는 소리 할 만할텐데, 이건 뭐 잘 차려놓은 밥상 앞에서 허공에 숟가락질한 느낌이랄까요. 그래도 월매나 좋았으면 저도 페이퍼 올렸겠어요. ㅋ

프랑스 본토말로 정말이지 <장발장>,<레 미제라블> 한 번만만이라도 듣고 싶어요.
프레님, 꺅 하실 만 했겠어요.
부럽부럽^^*

프레이야 2013-03-02 20:12   좋아요 0 | URL
쟝 블쟈앙~~, 레 미제허블르~ 뭐 이런 식 ㅎㅎㅎ
유머러스하고 귀여웠어요.
뮤지컬은 비싸서 저도 포기하고 있었는데 동생 덕분에 완전 선물 받았지요.^^


blanca 2013-03-02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 부러워요. 원작도 영화도 뮤지컬도 못 봐서 입맛만 다시고 갑니다.^^

프레이야 2013-03-02 20:22   좋아요 0 | URL
입맛만 쩝 ㅎㅎㅎ 빵 터져요.
원작이 제일 잘 어울릴 듯한 아름다운 블랑카님^^
고즈넉한 토요일 저녁이에요^^

2013-03-03 0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3-03 1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3-03-03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성화, 남경주 주연 라카지 보고는 정성화 매력에 빠졌는데 레미제라블에도 나왔군요.
아 보고싶다, 보고싶다! ㅎ
쟈베르 경감. 이런 우직한 경찰도 필요하죠.

프레이야 2013-03-03 12:22   좋아요 0 | URL
세실님, 보고싶다ㅎㅎㅎ
쟈베르 경감의 투신 장면에서 저도 격해지더라구요.
남경주는 몇 번 공연에서 봤는데 정성화는 못 봤어요.
휴일날이라 2회를 하는데 저녁에는 그분이 나오고 저는 낮에 봐서 다른 배우가..

소나무집 2013-03-03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 나온 김에 프랑스로 유학도 가세요~~~ㅎㅎ

프레이야 2013-03-03 16:08   좋아요 0 | URL
보내주실래요?? ㅎㅎㅎ
정말 마구마구 그러고싶어요. 망상만 늘어가네요.ㅋ

드림모노로그 2013-03-06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미제라블, 그야말로 감동이었어요 ^^ 전 이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눈물이 흐르더라구요
교회를 안나간지 오래되서 더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ㅋㅋ ,
마음 속 깊은 심연을 건드리는 그런 느낌이었어요 ㅎㅎ
"누군가를 사랑하면 신의 얼굴이 보이지."
좋은 글귀 마음에 담아갑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프레이야 2013-03-07 11:20   좋아요 0 | URL
저도 교회는 잘 안 나가지만 늘 무언가가 그에게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있어요.
그런 게 이런 작품을 보다가 또 확 다가오구요.
신을 섬기듯 사람을 섬겨야겠지요. 어려운 일이지만요^^
 

 

 

 

 

 

오늘 하루 몇번씩 이 음반 두 개를 들었다.  

노르웨이 어쿠스틱 포크기타 듀오, 얼렌드와 아이릭. 안경 쓴 쪽이 얼렌드 오여, 더 핸섬한 쪽이 아이릭. 5년만의 신보 'Declaration of Depenence' 발매 기념 내한 공연이 어제 올림픽홀에서 있었는데 큰딸은 벌써부터 그걸 예매해두고 학수고대했다. 어제 감기가 덜 나았지만 꿀 넣은 보위차 타서 보온병에 넣고 목도리까지 하고, 기차 타고 공연을 보러 갔다가 밤 1시도 넘어서 도착했다. 공연시간에 늦는 꿈을 두 번이나 꿨다고 하면서... 앞에서 20번째 줄이었는데 앞으로 줄을 당겨앉게 되어 4번째에서 봤단다. 대만족인가 보다!! 그렇게 가까이서, 보고싶었던 두 싱어 송 라이터를 보고 듣고, 저도 열심히 배우며 튕기고 있는 어쿠스틱 기타의 선율에 흠뻑 빠질 수 있었으니까, 참 좋았겠다.^^ 자기 몫의 행복을 그때그때 찾으며 사는 아이가 부럽기도 하고 얄밉기도 하고, 이 무슨 양가감정인지.

올여름에 또 한 차례 가고 싶은 공연이 있다고 허락을 구하길래 그만 참고 공부 좀 하고 대학 가서 마음껏 가라고 했더니, 그때는 영국이든 노르웨이든 날아가서 현지공연을 볼 생각이란다. 알바해서 마음껏 가라고 말해줬다. 아무튼 난 아이의 정신세계를 알고 싶어 음반 좀 내놓고 학교 가라고 했더니 저 위엣 것 두개를 내주면서 깨끗하게 집에서만 듣고 잘 두라고 당부를.. ^^

들어보니 정말 마음에 든다. 쿨하고, 편안하고 상큼하다. 공연에서도 피아노 한 대와 기타 두 대, 그리고 그들의 맑고 장식없는 목소리와 휘파람으로 마법의 무대가 만들어졌나 보던데...

Homesick, Mrs. Cold, I'd Rather Dance With You가 우선 귀에 든다. 딸덕분에 새로운 세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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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0-04-05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저도 제 딸이랑 이러구 살고 싶어요. 프레이야님 따님은 참 행복하겠어요.

프레이야 2010-04-06 21:20   좋아요 0 | URL
스스로 행복을 찾으려는 것 같아요.
주위 사람이 서포트 하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아이 자신은 좋을 거에요.^^

LAYLA 2010-04-06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엄청 좋아해요. 따님은 콘서트가서 좋겠어요. 전 뒤늦게 알아서 좋은 자리가 없길래 다음을 기약했거든요..정말 노르웨이가서 콘서트 보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거긴 한국처럼 번잡스럽지도 않을텐데^^

프레이야 2010-04-06 21:36   좋아요 0 | URL
그랬군요.ㅠ
다음을 기약해요, 라일라님^^

무스탕 2010-04-06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 신랑은 이런거 같이 즐기긴 이미 물 건너갔고요;;;
애들이랑 같이 즐기려면 애들이 조금 더 커야 할까요? 가겠다고 맘만 먹어주면 전 어디든지 같이 가서 같이 즐겨줄수 있는데 아직은 이런 반응이 약하네요. 만화영화 개봉하면 그거나 보러가자고 그러고...;;

프레이야 2010-04-06 21:37   좋아요 0 | URL
저도 한동안 만화영화 보러 같이 갔었는데
이제 좀 컸다고 그런 건 없네요.
대신 영화는 같이 보러 가지요.^^

춤추는인생. 2010-04-06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희원이에게 이들이 단비같은 존재겠네요. 생각해보믄 공부만 하기에는 얼마나 아까운 인생이예요. 그좋은 날들에 이음악들이 희원이의 감성을 무럭무럭 키워줄것 같아요. 왜 어릴적 들은 음악, 책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고 살면서 다시반추할수 있는 계기들이 참 많쟎아요.
여긴 비가 오네요. 12시까지 수업인데 교수가일찍 끝내준 바람에 빈강의실에 홀로 앉아.서재구경하고 있어요.. 혜경님 좋은 하루되세요^^

프레이야 2010-04-06 21:39   좋아요 0 | URL
정말 공부만 하기엔 아까운 시절이죠.
애가 워낙에 공부만 하는 건 싫은가봐요.
그렇겐 못 살겠다네요.ㅎㅎ
거긴 오늘 비 왔어요? 여긴 좀 흐렸지만 괜찮았어요.
님, 늘 건강하고 행복하기 바래요.^^

같은하늘 2010-04-08 0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 딸, 딸~~~ ㅠㅠ

프레이야 2010-04-09 21:06   좋아요 0 | URL
ㅋㅋㅋ 아들 x 2 = 같은하늘님
 


  

서울 인사동 경인미술관에서 3월 2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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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mssim 2010-03-18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사진전...가보고 싶다.
요즘 사진책 줄줄이 읽고 있는데 말이지요.

프레이야 2010-03-19 08:29   좋아요 0 | URL
가까운 곳이면 가보셔도 좋을 건데요.
사진관련 책 읽고 계시군요.^^

2010-03-18 2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0-03-19 08:29   좋아요 0 | URL
일요일날요?^^ 친구들이랑 잘 다녀오세요.
전 못 갈 것 같아요. ㅠ
하얗고 고운 얼굴 아직 기억에 생생해요.
뵙고싶어요, 저도요^^

2010-03-19 1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19 19: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19 2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19 2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10-03-19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라이카 라이카 라이카 라이카,넘 갖고 싶은 놈이지만 가난한 이들에게 도저히 넘볼수 없는 넘사벽의 카메라 ㅡ.ㅜ
라이카 소유자들은 매우 저렴하게 구입 가능하다고 하지만 나온지 30~40년된 본체도 가장 싼것이(이뜻은 좀 험하단 뜻이죠)이 50~100만원선,역시 렌즈도 비슷...게다가 신형은 렌즈 하나가 거의 300만원선... ㅠ.ㅠ

프레이야 2010-03-19 09:24   좋아요 0 | URL
카스피님 봄날 아침에ㅎㅎㅎ 어째 지내셨어요?
가격이 무지하게 그렇긴 해요.ㅠㅠ
봄기운 담뿍 받고 하루 보내요^^

L.SHIN 2010-03-19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여기 가면 프레님 옆지기님의 사진도 볼 수 있는 건가요? ^^

2010-03-19 2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후애(厚愛) 2010-03-19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보고싶네요..^^
근데 너무 멀어서..ㅜ.ㅜ

프레이야 2010-03-19 19:51   좋아요 0 | URL
맞아요. 너무 멀어요 ㅎㅎ

순오기 2010-03-19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번째 전시회, 축하해요~
전에 전시회에 오셨던 알라디너들 사진 봤던 기억이 떠올라요.^^

2010-03-20 0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0-03-20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전이군요.^^ 축하드려요.

2010-03-24 0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제 우연히도 낯선 전시를 보게 되었다. 큰딸이 잠시 들르자고 해서 가게된 신세계 백화점. 나는 아이가 살 걸 사는 동안 6층 갤러리에 있겠다고 했다. 오늘은 어떤 전시회가 열리고 있을까, 무작정 기대하며... 차우희전시회. 나로선 처음 들어본 아티스트였다. 알고보니 오광수 한국문화예술위원장의 아내이기도 한 올해 64세의 미술가이자 작가. 작품과 저서로만 봐선 64세란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이 전시는 부산 신계계백화점 갤러리에서 11월 1일까지 한다. 서울 본점에서 이미 하고 내려온 것. 베를린과 한국을 오가며 상당히 활기찬 활동을 해오고 있는 사람이었다. 집에 돌아와 검색을 해보니 아래 경향신문 기사가 눈에 들어온다. 아내의 정신세계를 열렬히 지지하고 이해하는 폭이 대단하다. "나는 당신이 새벽에도 반짝이는 별이 되면 좋겠소."라는 편지를 주기도 했다는 도반.

전시된 작품들이 상당히 독특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흑백톤의 추상작품들로 간결한 선을 살려 압축된 이미지로 내면을 형상화했다. 전시 표제는 '배는 움직이는 섬이다.' 차우희는 배를 자신과 동일시하고 있는 듯. 배의 돛과 닻을 이미지로 드러내고 정착하지 않고 자유로이 흘러가는 정신세계를 표현했다. 콜라쥬 작품들도 많았고 상자 속에 작은 모형을 만들어 집어넣어놓은 작품도 특이했다.   

"배는 움직이는 섬이다. 배는 물길을 가면서 스스로 길을 지워간다. 배가 지나간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30여점의 크고 작은 작품들을 둘러보고 작은 원탁에 놓은 도록과 그녀의 저서 두 권을 뒤졌다.  예술과 꿈, 그리고 작가의 세계를 의식한 글귀가 눈의 띄었다. 

   
 

* 불가능한 것에 접근하기 위한 사닥다리 역할을 하는 예술은 꿈에 접근하기 위한 하나의 메타포다. 

* 꿈은 불가능한 것에 대한 그리움이다. 예술은 꿈을 표현한다. 

* 자신을 치열하게 의식하는 것만큼이나 내가 나를 잊는 시간도 그 나름으로 소중하다. 마음을 비운다는 것하고는 다른, 내가 눈에 보이지 않는 미립자가 되어 허공 속에 떠도는 것이다. 

- <베를린에서 띄우는 편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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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더더기 없는 예술” 아내 예찬… 오광수 문예위원장 부부




경향신문 | 한윤정기자 | 입력 2009.09.21 17:42 | 수정 2009.09.21 23:53 




오광수 한국문화예술위원장(오른쪽)과 작가 차우희씨는 부부간의 의무보다 예술적 성취를 우선 순위에 두고 살아왔다. 17일 신세계 갤러리에서 차씨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부가 우연히 똑같은 손모양을 하고 있다. 정지윤기자

"모든 것을 최소화하고 압축시켜 단순하고 군더더기가 없고 순수한 존재감만 남아있지요. 미니멀리즘과 상통하는 측면이 있고요. 요즘 젊은 세대가 하는 화려하고 컬러풀하고 정열적인 분위기와는 다르지만 시대의 미의식에 떨어지지 않는다고 봅니다."




오광수 한국문화예술위원장(71)이 부인 차우희씨(64)의 작품에 대해 내린 평가다. "작가란 모름지기 자기주장, 자기세계가 있고 그걸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하는데 집사람에게는 그것이 있다"고 말한다. 옆에서 듣고 있던 차씨가 "실제로는 전시회 도록에 글 한 번 써준 적이 없다"고 하니까 오 위원장은 "남편이 부인 작품 평론하는 거 봤냐"고 반문했고, 다시 차씨는 "외국에서는 그런 일 많아요"라고 답변했다.

차씨가 지난 16일부터 서울 신세계백화점 본점내 신세계갤러리에서 '배는 움직이는 섬이다'란 주제의 전시를 열고 있다. 1990년 이후 개인전만 서른번 이상 열 만큼 쉼 없이 달려왔다. 이번에 나온 30여점은 지난 20여년간의 변화를 보여주는 작품 가운데 선정했다. '배'는 늘 어디론가 떠나는 인생살이의 상징이자 수많은 조각과 부품으로 구성되는 유기체에 대한 비유로서 차씨의 작품에서 중요한 모티브였다.

" < 오딧세이 > 신화처럼 사람은 늘 어디론가 항해하도록 운명 지워져 있습니다. 이것을 표현하기 위해 배의 구성요소를 기호로 사용했어요. 흑백을 고집하는 이유는 강하고 소박하면서 내적인 긴장감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초기 작품은 흰 종이를 요철무늬로 잘라 여러겹 붙인 '그리드' 시리즈다. 이어 캔버스에 유화물감으로 흑백의 추상적 화면을 구성한 두꺼운 마티에르의 유화가 나오고, 다시 종이로 돌아가서 긁거나 눌러 요철을 만든 뒤 검정 잉크로 채색한 작품을 했다. 최근작은 나무패널을 이어붙인 조각이다. 얼핏 보면 단순하지만 고도의 균형과 조화를 이룬 작품들로서 짧지 않은 세월의 내공이 느껴진다.

차씨는 1980년대 중반부터 베를린을 중심으로 활동해왔다. 고 윤이상·백남준 등이 받았던 독일연방정부 학술교류기금(D.A.A.D)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작가로서는 넓은 무대에서 많은 자극을 받고 뜻을 펼칠 수 있었지만, 그는 이미 오 위원장과 1969년 결혼해 슬하에 아들을 둔 가정주부였다.

"남편은 처음에 내가 몇달 지나면 '찔찔' 울면서 돌아올 줄 알았대요. 그런데 그렇게 베를린 작업실과 서울 집을 왔다갔다 한 것이 벌써 20년이 넘었네요. 아들은 아버지를 돌보겠다면서 서울에 남았습니다."(차우희)

"서로 불편한 점도 많았지만 각자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오광수)
차씨는 베를린에 가면 1초가 아까울 만큼 작업에 몰두한다고 했다. 검은색 옷에다가 검은색 캡을 눌러쓴 차림도 그 때문이다. "검은색이 가장 경제적이잖아요. 미장원에 갈 시간이 없어서 모자를 쓰게 됐어요. 내 그림을 보고 내 옷차림을 본 사람들은 내가 이 그림의 작가라는 걸 인정해요. 그럼 된 거 아닌가요."

이번 전시의 도록은 북디자이너인 아들 찬솔씨(39)가 맡아서 더욱 뜻깊은 전시가 됐다. 차씨는 "작가는 한곳에 머물면 안된다"면서 "더 열심히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전시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다음달 4일까지 서울에서 열린 뒤 부산 센텀시티내 신세계갤러리로 자리를 옮겨 10월20일부터 11월1일까지 계속된다. (02)310-1921

< 한윤정기자 yjhan@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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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9-10-26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에도 반짝이는 별' 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알 것 같아요. 남들이 아직 자고 있는 시간에도 반짝일 수 있는, 자기만의 세계를 잃지 않고 빛나는 별 같은 삶을 지속해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한 것 아닐까요?
나이가 들면서 모든 것이 다 사그러드는 것은 아님은 분명한 것 같아요. 나이가 들면서 오히려 더 분명해지고 용기가 생기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위의 작품에서 저는 왜 숫자가 보이고 기호가 보이고, 그러지요? ^^

프레이야 2009-10-27 00:16   좋아요 0 | URL
네, 나인님, 저도 딱 그 의미로 읽혔어요.
참 멋진 도반이란 생각이 들어요.
나이 들수록 더 좋아지는 것들, 분명히 있지요.
숫자, 기호, 등호, 화살표, 점선.. 꽤 독특한 세계였어요,^^
 

부산 고은미술사진관에서 열리고 있는 사진전. 조만간 보러가야겠다. 구와바라 시세이가 본 격동의 한국!



 

출처 : 고은미술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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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장미 2009-07-21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그림 같은 사진이네요. 많은 것들을 떠올리게 하는 사진들이기도 하구요. 고은 미술사진관은 어디에 있나요? 저도 기회되면 주말에 전시회나 미술관을 찾아다니려 하는데, 나무가 집에서 쉬려고만 해요. 으흐

프레이야 2009-07-21 23:19   좋아요 0 | URL
부산 해운대구에 있어요. 장미님 이렇게 씩씩하게 일어나 찾아오시니 얼마나
반가운지 몰라요. 와락~~ 현호다 이제 나가는 거 좋아할텐데요.ㅎㅎ

레와 2009-07-21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전시를 보고 나오면서, 마음이 무거웠어요.
도대체 나아진게 없는 지금 현 시국이.. 참.. 답답...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졌던 전시회였어요.

프레이야 2009-07-21 23:20   좋아요 0 | URL
레와님. 벌써 보셨군요. ^^
마음이 무거우셨다는 말씀, 충분히 그럴 것 같아요.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으니 조만간 가봐야겠어요.

맥거핀 2009-07-22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 '가랑비를 맞으며 침묵 시위를 벌이고 있는 대학생들'이라는 사진..
<청년을 위한 한국현대사>라는 책이 있는데, 그 책 표지에 있는 사진이네요.
대학 때 학회에서 그 책 가지고 발제하고 그런 기억이 갑자기 나서요.^^
한 장의 사진이 많은 것들을 말한다고는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사진들을 가지고 이런 전시회가 열린다는 것(더구나 일본인 사진가의 손으로)이
참 그만큼 우리의 역사가 굴곡이 많이 져 있다는 의미겠지요.
이런 사진들이 더 이상 찍히지 않는 사회가 되어야 할텐데요.

프레이야 2009-07-22 08:08   좋아요 0 | URL
외국인의 눈에 읽힌 우리 초상이라 그런 양가의 느낌이 들어요.
굴곡 많은, 더 이상 이런 사진이 찍히지 않으면 좋겠지만
지금도 여전하고 나아진 게 크게 있나싶어요.
맥거핀님 대학 때 전공이 뭘지 조금 추측되고 있어요.^^

같은하늘 2009-07-23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보고 싶어도 넘 멀어서...ㅜㅜ
내생애 부산은 고등 수학여행때 딱 한번 가봤네요...ㅎㅎ

프레이야 2009-07-23 10:19   좋아요 0 | URL
그랬군요. 부산은 서울보다 문화적인 면에서 떨어지지만
바다가 가까이 있어 좋답니다. ^^
고은미술사진관은 아담하고 조촐한 현대식 사진 전용 전시관이에요.
지은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1층엔 카페테리아가 있어 커피향 은은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