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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하루종일 자고 나서도 두통과 이명이 잦아들지 않아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밤새 비가 내려 오늘은 아침 공기가 다르다. 깨끗하다. 지금 빗방울은 멈춰 있고 소란스러움도 가라앉는 느낌이다.

나의 출발지와 지금의 내 위치를 아는 것, 살면서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며칠동안 들었고

그걸 알게 해준 일이 새삼 고맙기까지 하다. 잘 자는 게 잘 사는 것! 잘 사는 건 의외로 간단하고 쉬운 일일 수도.

너무 볶아대지 말고 마음 한 자락 어디 얽매이지도 말고 집착 없이 바람처럼 그저 걸림 없이 살고 싶다.

갓 볶은 커피콩 향기 구수한 아침, 패티킴이 부르는 "사월이 가면"과 "구월의 노래" 그리고 "연인의 길"을 들으며.

 

 

 

 

 

은발의 꽃을 백마의 그것처럼 피워낸 패티킴, 뜨겁고도 차갑게, 자기관리가 철저한 사람.

무엇보다도 타고난 목소리와 울림으로 정말이지 노래를 잘 부르는 여인.

은퇴 기념 한정판인데 두 장의 cd에 그녀의 수많은 곡이 담겨있다. 

많이 들어본 노래도 있고 가끔 내가 부르는 노래도 있고 처음 들어본 노래도 몇몇 있다.

그녀가 티비 모 프로그램에 조영남과 같이 나와 한 말 중, 거침없이 가다가도 벗어났다싶으면

멈추고 조금 되돌아오고 그러면서 끊임없이 나아가는 생, 그렇게 살면 된다고 그렇게 살면

문제 없이 나아간다고 하던 말이 생각난다.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늘 확인하라는 말도. 

은발은 그냥 피어나는 게 아니었다.

 

 

 

 

 

일전에 브론테님의 첫 문장 페이퍼로 마음에 담게 된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바람의 그림자>

그 때는 절판이더니 오늘 보니 개정판이 나왔다. 담아둬야지.

 

 

 1권 첫 문장/

 

나는 지금도 아버지가 '잊힌 책들의 묘지'로 나를

처음 데려간 그 새벽을 기억한다.

 

2권 첫 문장/

 

저택을 나서자 어둠이 푸른 그림자로 우리를 감쌌다.

 

 

 

 

 

 

 

1945년 잿빛 바르셀로나. 안개에 휩싸인 거리가 아직 눈을 뜨기 전, 다니엘은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잊힌 책들의 묘지'에 발을 들여놓는다. 책들로 가득 찬 거대한 미로로 이루어진 도서관 같은 그곳에는 규칙이 있다. 그곳에서 본 것은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말 것, 그리고 책 한 권을 골라 양자로 삼을 것. 다니엘이 선택한 책은 수수께끼의 작가 훌리안 카락스가 쓴 <바람의 그림자>였다. 모든 사건은 바로 이 저주받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알라딘 책 소개 중)

 

 

 

 

 <사진, 영화를 캐스팅하다>로 진동선의 글을 사랑하게 되었다.

2011년에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로 선정된 이 책, 사진과 철학이 만나는 출발점에

서서 쓴 그의 서문은 이마누엘 칸트의 훌륭한 말로 시작한다. 유용하다, 내게도.

 

"감성이 없다면 아무런 대상도 주어지지 않을 것이고,

지성이 없다면 아무런 대상도 사유되지 않을 것이다.

지성만으로는 아무것도 직관할 수 없으며,

또한 감성만으로는 아무것도 사유할 수 없다.

인식이란 감성과 지성의 합일이다. 감성의 규칙이 감성학이라면,

지성의 규칙은 논리학이다.

이것들의 깊이 없이 어찌 참되게 직관하고 사유할 수 있을까."

 

 

 

 

저자는 앎의 본성은 반성과 성찰. 반성과 성찰은 궁극적으로 철학의 영역이고, 철학이 묻고 답하고 밝히려는 모든 학문들의

근간이기도 하다, 고 덧붙인다. 사진을 철학적으로 탐색하고 사진에 철학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말해 보려는 이 책은

눈과 마음의 감각적 풍경에서부터 삶과 죽음의 정신적 풍경까지 다섯 가지 철학적 풍경들로 구성된다.

그러나 그 다섯 가지가 명료하게 구분되거나 정의될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사르트르의 <상상적인 것>에 경의를 표하며"라는 헌사로 시작하는

롤랑 바르트의 사진에 관한 노트, <밝은 방>은 이런 인용문으로 그 다음을 연다.

 

마르파는 아들이 다음과 같이 말했을 때 매우 감동했다:

"아버지께서는 모든 게 환상이라고 항상 말씀하셨죠. 아버님이 아들이 죽는다면,

그것도 환상인가요?"  그러자 마르파는 이렇게 대답했다:

"물론이지. 하지만 내 아들의 죽음은 최고의 환상이지."

                                              (<티베트 道의 실천>) 

 

 

 

삶처럼 사진은 각자의 눈에 비친 환상, 그중에서도 사랑하는 대상은 최고의 환상일 테지.

 

 

 

아주 오래전 어느 날 나는 나폴레옹의 막내 동생 제롬의 사진(1852)을 우연히 보았다.

그때 나는 지금도 기억에 생생한 놀라움을 드러내며 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나는 황제를 보았던 두 눈을 보고 있다."  때때로 나는 그 놀라움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아무도 그것을 공감하지도, 이해하지도 않는 것 같았기에(이처럼 삶은 작은 고독들을 통해 이루어진다)

나는 그것을 잊어버렸다.

                                                                                                                          - 본문 시작 p15

 

 

이렇게 시작부터 사로잡는 책은 무언가 다르다. 삶은 작은 고독들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말하다니. 

역설적으로, 충분히 고독해야 참행복으로 이를 수 있다는 결론!!! 무엇이든 나를 날게 하는 힘이 될 거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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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2-06-30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멋진 책들이고 멋진 소개글이어요.
삶을 이루는 것은 결국 고독이었어요. 그런데 그걸 불평해왔다니...
시작부터 사로잡는 책은 무언가 다르다는 말로도 가슴이 쿵쾅쿵쾅..^^

프레이야 2012-06-30 10:40   좋아요 0 | URL
우왓~ 실시간에요, 나인님^^
패티킴은 정말 멋진 여인이에요. 나이 들어서도 저렇게나 훌륭한 포스를 뿜어내다니요.
책도 사람도 시작부터 사로잡는 무엇, 분명 있지요. 잘 가꾸고 이끌어나가는 것도 중요하구요.
이번 주엔 전 '로맹 가리와 진 세버그의 숨 가쁜 사랑'을 다 읽어야되는데 이래저래 마음 산란해서
반밖에 못 읽었어요. 주말에 다 읽어야겠어요. 나인님 주말 편안히 보내세요^^

비연 2012-06-30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의 그림자>... 구판으로 읽었을 때의 감동이 아직까지 남아 있는 듯. 개정판도 사려고 보관함에..ㅋ

프레이야 2012-06-30 10:48   좋아요 0 | URL
비연님도 그 책 감동으로 남아있군요.^^
개정판까지 보관함으로 담으실 정도니ㅎㅎ
저도 장바구니로 직행~~ 뿌듯~

비로그인 2012-06-30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페이퍼도 비 오고 갠 아침 느낌이에요.
서울에도 어젯밤부터 비가 내려요. 가뭄 끝이라 얼마나 비가 고마운지요.

이명에는 침이 효과가 있다던데. 한의원은 가보셨어요?
안과 간다는 남편에게 떡볶기랑 순대 오뎅 사오라고 시켰어요. 비 오는 날 점심은 떡볶기에 오뎅~~~

프레이야 2012-07-01 12:01   좋아요 0 | URL
허혈 체질이라 그런가 봐요. 한의원에 가볼까요?
오늘은 괜찮네요. 좀 많이 먹었더니...
비오는 날 떡볶이랑 오뎅 맛나게 드셨어요, 만치님?^^

맥거핀 2012-06-30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문장 멋있는데요? 잊힌 책들의 묘지..
건강을 잃기 쉬운 계절인데, 건강 잘 챙기세요. 그렇죠, 간단하죠. 잘먹고 잘자는 게 중요하죠.^^

프레이야 2012-07-01 12:01   좋아요 0 | URL
바람의 그림자, 아주 유명한 소설이던데요. 저도 이번에 담았어요.^^
맥거핀님도 여름 건강하게 나세요. 벌써 지치려고 하네요.

댈러웨이 2012-06-30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롤랑바르트,,,(숙제같은 남자),,, 그나저나, 클릭하게 만드는 <바람의 그림자>의 첫 문장이네요.

프레이야님, 이명은 좀 괜찮으신지, 마음은 좀 평온해지셨는지.

커피, 같이 마시고 싶어요. 저 커피 좀 주세요. (막 떼쓴다.)

프레이야 2012-07-01 12:03   좋아요 0 | URL
롤랑 바르트, 사랑의 단상도 다 못 읽고 접어뒀어요.
바람의 그림자,는 아주 매혹적이죠. 저도 이번에 퐁당 담았어요.
이명은 오늘 나아졌어요. 마음의 문제이지 싶어요.
커피도 많이 마시니까 영향이 있는 것 같구요.
저 지금도 커피 마시고 있는데 댈러웨이님이랑 같이 마시고 싶어요^^

하늘바람 2012-07-01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명까지 들리시다니
몸과 마음이 많이 힘드시겠어요
갓 볶은 커피콩
그 자체가 더 근사한데요^^

프레이야 2012-07-01 12:04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 이번 여름은 더 힘들 것 같아요.
오늘이 7월 첫날인데 벌써 몸이 왜 이리 지치는지..
님은 태은이 동생까지 돌봐야하니 진짜 몸 잘 챙기세요.^^

마녀고양이 2012-07-01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착없이 바람처럼'.... '흘러가는대로'....
언니, 저는 이 문장이 가장 큰 집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이것에 집착하는구나, 나는 이것에 두려워하는구나, 나는 이것이 변화하기를 바라는구나 라는 욕망을
인정함으로부터 모든 것은 출발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아무리 바람처럼 떠내려보내려 한다 해도
떠내려보내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 한다면, 결국 더욱 큰 회색 구름이 아닐까 싶어지기도 하구요... 그러나,

언니의 떠내려보냄과 제 떠내려보냄이 다른 것일테니,
아마 언니는 정말 편안함을 찾으셨을지도 모른다, 모두 이 동생의 늘 하는 걱정이다 라고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언니가 늘.... 제게 주시는 염려처럼요. 언니, 비가 와서 서늘해졌습니다만, 이제 진짜 여름이네요.
언니들을 보고 싶은데, 저는 7월 18일부터 7박8일 연수에, 7월 30일부터 3일간 종일 집단 상담에....
줄줄이 스케줄이 잡혀 있는 중입니다. 이래저래, 나쁜 동생만 되네요. 뽀뽀로 일단 때워야지, 쪼옥~~~~

프레이야 2012-07-02 10:29   좋아요 0 | URL
에고 마고님 또 약간의 오독이.ㅎㅎ 떠내려보냄, 그 말이 아닌데ㅜㅜ
떠내려보내려는 게 있나봐요, 마고님은. 전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런대로 편안해요.^^
마고님 워낙 바쁘니 건강 잘 챙겨요. 무척이나 에너지 소비가 많은 일이라고 여겨져요.
늘 염려하고 토닥여줘서 정말 고마워요.^^
7월 바쁜 일정 잘 소화하고 그후에 만날 수 있으면 꼭 만나요^^

마녀고양이 2012-07-02 20:50   좋아요 0 | URL
죄송해요... 제가 또 오독했나봐요,,, (풀이 팍 죽은~)
아무래도 저야 말로 무엇인가 잡고 놓아주질 않는군요. ^^

어디서 떠내려보낸다는 말을 본걸까요? 제가 페이퍼를 읽으면서
나뭇잎이 둥둥 시냇물을 타고 내려가는 장면을 어디서 본 걸까요?
제 상상력이 아무래도 너무 끝내주는 모양이예요,, 히히

프레이야 2012-07-02 21:24   좋아요 0 | URL
히히, 울마고님, 아니에요. 역시 일정 부분 예리하기도 한 걸요.ㅎㅎ
근데 잘 안 돼요. 누구든 자신이 잘 안 되니 그걸 말이든 글이든 하는거죠.
그치만 그 자체로 좋아요. 나쁘지 않지요. 그걸 본인이 안다는 거니까.
오늘도 하루종일 바빴죠? 난 지금 와인 한 잔 하는 중^^
 

얼마전부터 운전 중에는 라디오 채널을 ebs fm으로 한다.

책 듣는 사람, 뭐 그런 제목으로 소설 낭독을 해주는데 참 좋다.

 

라디오 연재 소설, 천명관의 <몬스터> 6화. 이런 식으로 시작한다. 흥미진진하다.

은희경의 <태연한 인생>이나 공지영의 <도가니>처럼 이 소설도 연재 먼저, 나중에 책으로 나올 것 같다.

천명관의 소설을 한 권도 읽어보지 못한 나는 그의 소설에 관심이 가기 시작. 이렇게 어떤 동기는 생겨나나 보다.

 

운전하는 시간대에 따라 내가 들을 수 있는 소설은 달랐는데 그때그때 좋다.

하루는 쌩 떽쥐뻬리의 <야간비행>!!!   반가워 집에 와 얼른 들쳐봤다. 밑줄 그어놓은 데가 많다.

 

  

 

 

 

 

 

 

 

 

 비행기 아래로 펼쳐진 언덕들은 벌써 황금빛 저녁노을 속에 그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고, 평야는 영원히 스러지지 않는 빛으로 환해지고 있었다.

 

 

 

이렇게 첫 문장을 시작하는 이 소설의 덕목을 앙드레 지드는 서문에서 이렇게 쓴다.

 

"나는 쌩 떽쥐뻬리의 처녀작도 좋아하지만 이 작품이 더욱 좋다.

<야간비행>의 주인공은 자신을 초인적인 용기를 가진 인간으로 승격시키고 있다.

이 생동감이 넘치는 이야기에서 특히 마음에 드는 것은 그 숭고함이다.

인간의 허약함이니 불성실이니 방종함이니 하는 것들은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것인데다 

오늘날의 문학이 너무나 잘 제시해 주는 것이다. 이에 반해 인간의 긴장된 의지력에 의해서만

도달할 수 있는 자기 초월의 경지는 오늘날 우리가 제시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서문 일부)

 

 

 

지난 주 금요일 낮에는 이런 신간 소개를 하는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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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2-06-25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간비행>은 못 읽어봤지만 앙드레 지드의 서문은 제 마음을 아주 흡족하게 해주네요!!!*.*

라로 2012-06-25 23:29   좋아요 0 | URL
왜 제 글엔 답글이 없어요????흑 내 답글은 투명답글??(예민한 뤼야 마구 뛰어 간다,,,,,,,,)

프레이야 2012-06-26 09:49   좋아요 0 | URL
아이고고... 예민한 뤼야님 ㅎㅎ 취한 거에요 ㅎㅎ
어제 저도 맥주 캬~~ 해서 컴 켜지도 않고 당연 다른 댓글도 전부 못 달고 그냥 자버렸어요.
치맥으로 부추겨놓구선..ㅋㅋ 몬살아 내가 ..
암튼 자유부인이라 좋겠어요~ 염색은 무사히(^^) 잘 했다우~

라로 2012-06-26 09:49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하
이런 일이!!!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저는 책읽는나무님이 에이치나인님께 단 댓글을 프야님이 단 댓글로 봤어요!!!
치맥때문에 취했었나봐~~~~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제 댓글은 뛰어 넘고 나인님께만 댓글 단 줄 알고 삐졌는뎅,,,ㅋㅎㅎㅎㅎㅎㅎㅎㅎㅎ
맥주 한캔밖에 안 마셨구만,,,늙은게야,,,ㅠㅠㅠㅠㅠㅠ

hnine 2012-06-25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EBS개편 후 프로그램, 책읽어주는 라디오 듣는 것 좋아해요. 소설, 동화, 자서전 등등 시간대에 따라 매우 다양하더라고요. 특히 프레이야님은 낭독을 하시니까 더 유심히 다른 사람이 읽는 것을 들으실 수도 있겠네요.
은희경 좋아하세요? 전 지금 소이진님 서재에서 보고 <소년을 위로해줘> 읽고 있는데, 음...다 읽고서 말씀드려야겠어요 ^^

책읽는나무 2012-06-25 17:22   좋아요 0 | URL
저도 은희경 좋아해요.^^
그책 다 읽고 꼭 말씀해주세요.
기대할께요.^^

프레이야 2012-06-26 09:46   좋아요 0 | URL
나인님, 눈치 채셨군요. 낭독하는 걸 유심히 들어요. 내용도 내용이지만요.ㅎㅎ
동화 낭독하는 부분은 아직 안 들렸는데 제가 우연히 라디오 켤 때마다 어떤 게 나올까
기대하는 것도 설레어요. 은희경은 아주 예전에 두 권 읽고 오래 안 읽었던 작가인데
신작도 좋은가 보더라구요. '소년을 위로해줘' 다 읽고 이야기 나눠주세요.^^

책읽는나무님, 은희경 좋아하시는구나.ㅎㅎ 전 좋지도 싫지도 않아요.^^

순오기 2012-06-25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전에 책읽어주는 라디오 듣다가, 루이스 새커의 <구덩이>에 꽂혀서 책을 사서 읽었더랬죠.
지금은 언제 하는지도 몰라요.ㅜ
책 읽어주는 프레이야님에게 맞춤인 프로그램이네요.
야간비행~~~~~ 저 책, 우리집에도 있어요.^^

프레이야 2012-06-26 09:48   좋아요 0 | URL
오기언니도 역시^^
저도 그 프로그램 들으면서 '나도 저런 거 시켜주면 잘 할 수 있는데..' 마구 이랬다능ㅋㅋ
야간비행, 좋아하는 책이에요. 좀더 숭고한 정신, '의무를 사랑하라'는 말이 떠오르는.

아이리시스 2012-06-27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왕자>는 정기적으로 다시 읽는데요..짧기도 하고 읽을 때마다 다르기도 해서..
<야간비행>은 체험이라고 해서 좀 고루할 줄 알았더니, 첫문장 정말 예술이네요! 하늘이 쫙 펼쳐지는 게..

저희 동네는 공항 옆도 아니고 근처도 아닌데 어제 밤하늘 보는데 연달아 두 대의 비행기가 엄청난 굉음을 내며 아파트 동과 동 사이로 날아가는 거예요. 물론 아파트가 있는 곳까지 내려오진 않았지만요.. 저는 폭격기 날아오는 줄 알았어요ㅜㅜ 갑자기 야간비행이라니까 생각이 나서..( '')

프레이야 2012-06-28 01:43   좋아요 0 | URL
아이리시스님 놀라셨겠어요.
두 대의 비행기가 야간에 주택가에.. 무슨일이었을까요...
어린왕자도 야간비행도 때때로 아무곳에서나 읽어도 좋아요. 그죠^^
 

 

 

 

 

 

 

 

 

 

 

 

스물한 살에 이미 그녀는 성공과 친근해졌고, 여러 차례 신고식을 치르고

굴욕을 견뎠으며, 요구에 따라 말하는 법, 웃는 법, 우는 법을 배웠다.

 

 

 

'마음산책'에서 나온 신간, <로맹 가리와 진 세버그의 숨 가쁜 사랑>의 첫 문장이다.

여기서 '그녀'는 물론, (외모가) 아름답다는 말만으로는 어딘가 부족한 진 세버그다.

표지는 절반을 나누어 두 사람의 얼굴을 아래 위로 담았고, 흑백사진의 강렬함에 덧대어 뒷표지는 샛노랑이다.

우울한 로맹가리의 프로필과는 좀 달리 강렬하고 밝은 이미지가 좋다.

진 세버그의 얼굴은 고다르의 영화 <네 멋대로 해라>에서 장 폴 벨몽도 앞에 앉아 턱을 괴고 있는 모습이다.

 

스물 네살의 나이 차이, 문화와 국경의 차이, 현실적으로 양쪽이 모두 가정이 있었던 상황,

그 모든 걸 넘어서서 오랜 세월(8년 만에 헤어졌지만 그 이후로도) 사랑 그 이상의 세상을 나누었던

그들의 전기적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두 사람 모두 '강이 나타나면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고 싶어하는 사람'이었다.

저자는 폴 세르주 카콩이라는 작가인데 조금 읽어나가다 보니 사실에 기반하여 서술하되 문학적으로

서술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실제로 이 책 안에서도 이렇게 자신의 방식을 옹호하고 있다.

 

어쨌든 작가가 어느 정도 전설이나 이야기를 지어내어 자기 작품으로 삼는다 한들 어쩌겠는가?

자기 방식대로 자신을 지어내는 건 예술가의 특권이고, 심지어 모든 인간의 권리가 아니겠는가?

전기 작가는 작가가 제시한 이미지들을 재배치하고 수정하기 위해 적절해 보이는 분류를 할 것이다.

그것들을 현실의 빛 아래 얼마큼 노출시킬지 결정하는 건 전기 작가의 몫이다.

잘 쓴 글을 읽는 행복에 취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개의치 않는다  (p31)

 

오늘 아침 펼쳤다. 숨 가쁘게 읽어나갈 생각에 기쁘다.

리뷰와 로맹가리 이야기는 다음에...

 

 

진 세버그의 일기From The Journals Of Jean Seberg, 1995 / 마크 라파포트 감독

 

 

 

진 세버그는 이름과 영화제목만 들어봤지 그녀가 나온 영화를 본 건 없다.

<진 세버그의 일기>라는 영화가 있다. 그녀의 가상 일기를 소재로 다큐가 아닌 다큐 같은 영화로 그녀의

파란만장한 삶을 역추적해보는 재미가 있겠다. 타인의 생이 재미는 아닐테지만 그녀의 죽음이 있고 일년 후

로맹 가리는 진의 죽음이 약물중독으로 드러난 것과는 달리 FBI에게 책임을 두는 말을 했다. 그리고 권총자살을 한다.

 

줄거리>

인디아나 출신의 진 세버그는 17살의 나이로 오토 프레밍거가 <잔 다르크>를 만들기 위해 실시한 전국적인 오디션에 합격한다. 이어서 <슬픔이여 안녕>에서 주연을 맡아 세계적인 스타로 떠오르게 된다. 이어서 그녀는 파리로 건너가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에서 ‘뉴욕 헤럴드 트리뷴’지를 파는 짧은 머리의 미국여자를 연기한다. 마크 라파포트가 만든 이 매혹적이고 복잡한 가짜 다큐멘터리는 진 세버그의 혜성같은 등장과 비극적인 몰락의 과정을 그녀의 가상의 일기를 통해 되돌아본다. 60년대 후반 미국의 흑인민권운동에 열렬한 지지를 보내던 그녀는 그로 인해 FBI 파일의 요주의 인물이 되고 배우로서의 주가도 점차 떨어지게 된다. 그리하여 현대 사회에서의 스타의 의미와 정치가 만나는 지점에 도달하게 된다. (daum 출처)


 

 

 

진 세버그 역할을 한 메리 베스 허트와는 다른 느낌이지만 특유의 숏컷이 눈에 띈다.

아래는 <네 멋대로 해라>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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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웨이 2012-06-24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뉴욕 헤럴드 트리뷴'이라는 문구에서, 아, '이' 배우가 '이' 여자였구나, 했어요.
로맹가리와 이렇게 얽힌다는 걸 요즘 서제에서 자주 보게 되네요.
프레이야님 리뷰를 보고 구입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겠어요.

어제 저녁부터 저도 이 비슷한 책 한 권을 읽기 시작했는데,
이런 식의 치열한 '인식'의 삶도, 그런 삶을 사는 사람들도, 저는 이제 무서워요.

p.s. 이제 새 소리 들려요 프레이야님? 저희는 추위에 새들이 다 얼어 죽은 것 같다는요. --

프레이야 2012-06-25 09:35   좋아요 0 | URL
댈러웨이님 날씨의 반대편을 생각해보게 되네요.
이곳엔 오늘아치메도 새소리는 들리지 않고 그저 고요해요. 조금은 흐리고 차분하네요.
그 영화, 진 세버그가 뉴욕 헤럴드 트리뷴지를 파는 장면 나오는, 보셨군요.^^
누군가의 삶을 읽어나가는 일은 언제나 설레요. 특히 삶을 누구보다 뜨겁게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는요. 로맹과 진은 생각보다 더 매력적이군요. 아직 다 읽지는 못했어요.
오늘도 좋은 하루 맞이하시길요~~

노이에자이트 2012-06-24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랑스 누벨버그의 기수 장 륙 고다르...알랭 들롱과 쌍벽을 겨눈 멋진 사나이 장 폴 벨몽도...그리고 진 세버그...더 말할 나위 없는 조합이죠.거기에 로맹 가리...슬프면서 멋진 파노라마.

프레이야 2012-06-25 09:39   좋아요 0 | URL
스틸컷만 봐도 멋진 조합, 멋진 배우에요.^^
로맹 가리와 진 세버그가 함께한 영화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는다'도 보고 싶은데 찾을 길이...
이 책의 서두에 이렇게 적혀 있어요. "가장 위대한 사람들조차 죽는 게 삶이야."

2012-06-24 2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6-25 0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12-06-25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책을 사고싶어요. 일단 부탁받은 <솔로몬 왕의 고뇌> 먼저 읽고!!
로맹가리,,정말 멋진 남자에요,,,진 세버그도!!!
슬프면서 멋진 파노라마라는 노자님의 말씀에 격하게 공감.

프레이야 2012-06-25 09:45   좋아요 0 | URL
로맹도 멋지지만 진도 무척이나 아름답지요.
무척 매력있는 얼굴이에요. 두 사람도 죽음은 어찌 그리 슬프게...
"가장 위대한 사람조차 죽는 게 삶이야"라고 책 앞장에 적혀있어요.
솔로몬 왕의 고뇌,도 담아야겠어요.

가연 2012-06-25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 세버그 로맹 가리 모두 모르는 사람이지만..ㅎㅎ 책 제목을 잘 봐둘께요ㅎ 다음에 서점갈 일이 있으면 찾아 읽어봐야겠네요.

프레이야 2012-06-25 11:10   좋아요 0 | URL
가연님, 진 세버그 너무 매력적이지 않나요?
로맹 가리는 늘 시가를 물고 있더군요. 음울해 뵈는 인상에 잘 어울려요.

아이리시스 2012-06-27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네 멋대로 해라> 엄청엄청엄청 푹 빠져서 봤고 완전 좋아하거든요. 전 그 영화 보고 파리에 환상을 품은 것 같아요. 흑백영화의 잔상도, 진 세버그도 예쁘고..

그런데 이 책.. 재밌나요, 프레이야님? 추천이에요?(살지 말지 고민돼서 알려달라고 떼쓰는 중) 히히히.

프레이야 2012-06-28 01:41   좋아요 0 | URL
히히, 책은 반 정도 읽었는데 재미있어요.
'네 멋대로 해라'를 보셨군요. ^^ 저도 어디서 찾아봐야겠어요. 어디서 찾죠?
책을 읽다보니 진 세버그가 좀 가여운 여인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이리시스 2012-06-28 22:07   좋아요 0 | URL
네!!!!!!!!!!!!!!! 그래서 사기로 하고 페이퍼 날렸어요 히히히 사서 읽지만 리뷰는 안쓰는 걸로 부끄럽잖아요ㅜㅜㅜㅜㅜㅜㅜㅜㅜ
디비디 파는데 보급판인데요, 프레이야님ㅜㅜ

가여운 여인이구나..근데 저는 오래된 영화였는데도 그때의 진 세버그만 기억이 나서 세상에 없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하고..좀 놀랐어요! 로맹가리가 진 세버그 이후에 죽은 것도 그렇고..

페이퍼 고마웠어요, 프레이야님^^

프레이야 2012-06-28 22:25   좋아요 0 | URL
아아~~ 그랬군요. ^^ 아이리시스님 리뷰랑 페이퍼는 늘 완소에요.
디비디요? 네 알았어요. 히히 좋아라.
그들 사이에 남자아이도 하나 있었어요. 8년 살았고 헤어졌다네요.
사랑은 어떤 잣대를 들이대어도 슬픈 것 같아요.
진 세버그는 아름다움과 역량에 비해 운대도 덜 맞았던 것 같았어요.
동시대에 마릴린 먼로도 있었는데요.
 

오전에 Petra Magoni와 Ferruccio Spinetti의 'MUSICA NUDA'를 들었다.

 

 

 

 

 

 

 

 

 5번째 곡 "I wil survive."

 

 

 

 

 

이 노래를 듣는데 왜 뜬금없이 안나 카레니나의 "나를 죽일 거야"가 떠올랐을까.

 

 

 

 

  비비안 리의 <안나 카레니나>

 

디비디로 봤는데 상품이 뜨질 않는다.

 

제정 러시아 시대, 권력과 위선의 시대에 심장이 하는 말에 따라 살기 위해 달려오는 기차에 몸을 던진 안나 카레니나.

"위선은 들키지 않는 것이 황금률이지."

어느 권력자의 자조적이며 냉소적인 말과 대조적으로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열정과 모성 사이에서 괴로워하다

온전한 사랑을 얻지 못하는 고통을 감내하기 어려워 스스로 자멸하는 안나의 말 "나를 죽일 거야",

강렬하다. 진심으로 살아가기가 허락되지 않는 세상. 죽음으로 자신을 구한 안나는 사라지고 무엇이 남았을까.

흑백필름 속 비비안 리는 예전에 보았던 소피 마르소의 안나보다 훨씬 비운의 그림자가 짙고 애련함을 불러온다.

 

"영혼의 불꽃이 드디어 그녀 인생의 어느 한 편을 비추고, 그 불꽃은 한동안 명멸하다가 영원히 암흑으로 사라진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자막에 흐르던 문장이다.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그 유명한 첫 문장도 영화 서두에 나왔다.

번역이 조금씩 다르지만 내가 마음으로 기억하는 문장은 이런 것.

"모든 행복한 가정은 비슷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모든 불행한 가정은 나름나름의 이유로 불행하다."

 

 

키이라 나이틀리 2012

 

많은 안나 카레니나가 있었는데 키이라 나이들리는 어떤 안나 카레니나로 다가올지...벌써부터 기대된다.

 

 

 

 

문학동네 표지가 예쁘다. 반양장 3권까지 나와있다.

 

문학동네 첫 문장은 이렇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

 

 

 

 

 

 

 

 

 

안나 카레니나를 보며 세브린느가 떠오른 것은 무슨 연관성의 작용인지...

유월도 어느새 3주째를 맞은 오늘, 벌써 장마를 예고하는 빗방울 후둑거리더니 고즈넉한 초여름밤, 와인에 젖는다.

프랑스 초현실주의 감독 브뉘엘의 <세브린느 Bell de Jour>(1967). 아름다운 까뜨린느 드뇌브 주연.

 

 

영화 내내 배경음악도 없고 차갑고 메마른 느낌인데,

초반부터 강렬한 영상에 영화는 상상과 현실을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어릴 적 성적 트라우마로 정상적인 부부관계가 되지 않고 성적 판타지도 갖고 있는

우아하고 지적인 세브린느가 기이한 성적 체험을 통해 판타지에서 빠져나와 자신의 소중함을

알고 진정한 사랑도 깨닫게 되는 이야기다.

 

Belle de Jour, '한낮의 미녀'는 원제이기도 하고 영화 속 세브린느가 갖게 되는

애칭이기도 하다.

 

 

 

 

 

 

궁극적으로 주어진 삶을 살아남기 위해선 피할 수만은 없는 어떠한 강을 맨몸으로 건너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 강이 아름답지 않다고 물살이 너무 거칠다고 때로는 너무 지루하다고 불평한들 소용없을 터,

그저 몸을 담그지 않고는 그 강을 건너갈 수 없는 것인지도. 남는 건, 강 이쪽과 저쪽의 문제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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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12-06-18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멋진 안나 카레리나 페이퍼를 읽으며 카레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어요 ㅠㅠ

프레이야 2012-06-18 23:12   좋아요 0 | URL
저처럼 뜬금없으시군요, 야클님.ㅠㅠ
저는 비 때문, 와인 탓이지만요.ㅎㅎ

비로그인 2012-06-18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와인 따놓은 건 있는데.. 한 두세시까지는 일해야 돼요. ㅜ.ㅜ
내일은 종일 졸게 생겼고 모레는 건강검진이네요. 아, 즐거운 일은 어드메 쯤에 있으려는지.

프레이야 2012-06-19 00:37   좋아요 0 | URL
히히, 적당히 취하고 좋아요.
밤늦게까지 일하는 만치님^^
내일 적당히 쪽잠이라도 낼 시간 있으면 좋을텐데요.
모레 건강검진.. 별이상 없길요. ㅠㅠ

비로그인 2012-06-18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저 몸을 담그지 않고는 그 강을 건너갈 수 없는 것인지도..라는 말씀은 파울로 코엘류의 brida 중에서


Whenever you want to find out something, plunge straight in
당신이 무언가를 발견하기를 원할 때면 언제든, 그 안에 맹렬히 빠져들어야 한다.
는 글귀를 연상시킵니다.

온몸으로 겪어내고 난 후의 남는 것들..

언젠가 드라마의 한 대사중 눈물뒤에 남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사랑이다 라는 말도
이제서야 어렴풋이 이해됩니다.

사는 일들인가봐요. 프레이야님.
이 모든 것들이 바로 사는 일.. 산다는 일 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프레이야 2012-06-19 00:43   좋아요 0 | URL
코엘료의 '브리다' 낭독녹음 했던 책이에요. ^^
밑줄긋고 싶은 구절이 많았던...
님,영문으로 읽으셨군요.

눈물 뒤에 남는 것이 사랑... 사랑은 참 많은걸 담보로 하네요.
그 모든 걸 다 이겨낸 후에도 남는 게 있다면 그게... 그렇군요.
쉽게 말할 수 있는 게 아닌것들 중에서도 최고.^^

blanca 2012-06-19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비비안 리도 안나 카레니나를 연기했었군요! 저는 소피 마르소의 안나 카레니나만 봤어요. 키이라 나이틀리는 안나 카레니나를 어떻게 연기할지 기대되어요. 저는 안나가 자살하고 소설이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져 레빈의 생각으로 끝을 맺어 더 감동을 받았던 것 같아요. 정말 실화 같았어요. 아, 빨리 비가 내렸으면 좋겠어요, 프레이야님. 어젯밤은 열대야가 와서 저랑 딸애랑 밤새도록 선풍기 틀고 잠도 못 잤어요--;;

프레이야 2012-06-19 10:17   좋아요 0 | URL
비비안 리의 안나 카레니나, 흑백필름이에요. ^^
키이라 나이들리는 현대적으로 더 도발적으로 그려지지 않을까 혼자 생각해보며 기대 중이에요.
블랑카님, 그곳은 열대야가 벌써요???ㅠㅠ 여긴 어제도 오늘도 부슬부슬 초여름 장맛비가 시작되고
있어요. 조용하고 촉촉한 마음으로 커피 두 잔째랍니다.^^
벌써? 장마라는 말은 성급한가싶어 날짜를 떠올려보니 아, 그럴 때가 되었더라구요.
세월이 왜 이리 빨리 간대요. 더위를 견디기가 점점 쉽지 않던데 올여름 또 어쩌나 싶어요.ㅠ

이진 2012-06-19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도 안나 카레니나가 그렇게나 유명한지 모르겠어요. 크크. 테스도 저저번주에 처음 들어본 저인걸요.
나를 죽일거야, 는 상당히 인상적인걸요. 아. 읽어보고 싶어요. 방학 때 읽어볼까, 생각중이예요.
아리랑도 읽어야하는데.

프레이야 2012-06-20 09:48   좋아요 0 | URL
이진님 읽을 거 무지 많지요. 저도 그래요.ㅎㅎ

2012-06-20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나 카레니나, 무척 잘 쓴 소설이라고 소문만 들었어요. 톨스토이는 대단한 사람인 것 같아요. 그 사람의 주요 관심은 언제나 윤리적인 것에 있었지만, 정작은 소설가로서도 빼어나니 말입니다. (저로서는 불균형한 삶에 대한 소문을 먼저 들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괜히 거리감을 가지고 있지만요..)

프레이야 2012-06-20 23:56   좋아요 0 | URL
불균형한 삶, 톨스토이만이 아니라 대개는 그렇지 않을까 싶어요.
대문호들의 삶이든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든 그 자체가 소설감이지 않을까 싶구요.^^
안나 카레니나는 수없이 영화로 나오면서 상상력을 더 부추겨주는 것 같아요.
 

2006년 <눈>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오르한 파묵은 1952년 6월 7일 이스탄불에서 태어났다.

당시 수상소감을 밝힌 긴 글도 감동적으로 읽었던 기억이 난다.

오늘 우연히 알라딘 달력을 보다 파묵이 태어난 날이란 걸 알게 되었다.

그는 최근 매일경제 기자 인터뷰(그의 작품 번역자 이난아씨 번역 도움)에서,

노벨문학상 수상 후 삶이 어떠신가 물음에 행복하지 않다고 대답했다. 신선하다.

 

-노벨상을 수상하면서 터키의 자랑이 됐는데 요즘 삶은 행복하신지.

▶행복하지 않다. 마치 내 인생에 어떤 커다란 구멍이 있는 것 같다. 이 공허함이 항상 나를 지배하고 있다.

이런 감정들은 글을 쓰면서 채워진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쓸 때만 행복하다.

이것이 바로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내가 무엇인가를 쓰고, 독자들이 내가 쓴 것을 읽을 때만 나는 행복하다.

 

최근 자신의 작품 제목과 같은 '순수박물관'을 터키에 세운 걸로도 유명하다.

순수박물관을 세운 취지를 묻는 말에...

 

-소설 `순수박물관`은 사랑에 대한 집착을 다루고 있는데.

▶사랑이라는 게 시럽처럼 달콤한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 소설을 쓰지는 않았다.

물론 사랑에는 달콤한 면도 있고, 멋진 면도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주는 면도 분명히 있다.

우리는 사랑에 빠지면 어떤 행동을 하게끔 되어 있다. 질투를 하고, 안달하고, 상대방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집중하게 된다. 이 소설은 바로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에만 들리고,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그 어떤 것들을 담고 있다.

 

 

 

그의 첫 문장들을 읽어본다. 때로는 깡총한 단문으로 때로는 현란한 장문으로.

삶과 상상력. 삶에 많은 독서와 자료로 상상력을 결합 시켜 하나의 소설을 탄생시킨다는 지적인 작가의 작품들.

 

 

 

  버스 운전석 바로 뒷자리에 앉은 사내는 눈의 정적, 이란 단어를 떠올렸다.

 

 고무타이어의 마차가 눈 위에서 달콤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매년 여름 게브제 군에 일주일 머무는 동안 그곳에 있는 폐허 같은 문서 보관소에서

 무엇인가를 긁어모으곤 했는데, 칙령과 땅문서 등록부와 재판 기록부와 공문서로 빽빽이 찬

 먼지 나는 궤짝 안에서 1982년 이 필사본을 발견했다.

 

 

 

 

 나는 지금 우물 바닥에 시체로 누워 있다.

 

 

나의 슬픈 결혼식의 마지막 하객들이 신발을 신고 옷을 걸치고,

사탕 빠는 아이들을 끌고 대문 밖으로 사라지고 나자, 그 뒤에는 긴 정적이

흘렀습니다.

 

 

 

 

 

 

어느 날 한 권의 책을 읽었다. (그리고 나의 인생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뤼야(주: 터키어로 '꿈'이라는 뜻)는 침대 머리맡에서 끝까지 펼쳐져 있는 푸른색 체크무늬

이불의 물결과, 그림자가 드리워진 계곡, 푸른색 언덕을 덮은 달콤하고 따스한 어둠에 싸여,

얼굴을 묻은 채 엎드려 자고 있었다.

 

전화벨은 현관문을 열고 삼사 초가 지난 후에 울리기 시작했지만, 마치 갱 영화에 나오는

경고 벨처럼 요란하고 집요하게 들려서, 갈립은 전화기와 문 사이에 어떤 역학관계가

있는 듯한 생각이 들어 당황했다.

 

 

 

 

 

 

 

 

 

 

 

 

 

 

 

 

 

 

 

 

 

  TURKEY ORHAN PAMUK MUSEUM OF INNOC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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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06-07 13: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프레이야님! 이런 .. 찌찌뽕!

저는 알라딘 달력을 본것도 아니라서 오르한 파묵이 태어난 날인건 알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민음사에서 나온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도서목록]을 훑어보다가 오르한 파묵의 [새로운 인생]에 대한 소개글을 읽고 너무 호기심이 생기더라구요. 아, 이거 꼭 읽어봐야겠다, 하면서요. 그래서 장바구니에 검색해 넣었는데, 프레이야님의 오르한 파묵 페이퍼가 올라와 있어요!

아 신기해요. 훗.

프레이야 2012-06-07 21:03   좋아요 1 | URL
호호~ 찌찌뽕!
파묵은 어렵더라구요. 터키 근현대사를 알아야 이해가 좀 수월할 것도 같구요.
언젠가 터키에 가게 되면 저 순수박물관 꼭 가보고 싶어졌어요.^^

하늘바람 2012-06-07 13: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파묵의 책을 하나도 못 읽었네요 파묵의 책이 나올 때마다 읽고 싶고나 읽어야지 했으면서 전 뭘 한 걸까요
순수 박물관 넘 근사하네요
어서 파묵의 세계로 들어가야겠어요

프레이야 2016-10-03 14:12   좋아요 1 | URL
그죠? 순수박물관.. 궁금해요.^^

비연 2012-06-07 13: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요한 집>은 사두고 못 읽고 있고 <내이름은 빨강>은 읽었더랬고. 어쩐지 나올 때마다 읽고 싶어지는 작가에요.

프레이야 2012-06-07 21:09   좋아요 1 | URL
비연님, <고요한 집> 사셨군요.
'순수박물관'과 함께 최근작이라는데 저도 구매할까 해요. ^^

달사르 2012-06-07 14: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후훗. 저도 우연히 알라딘 달력을 봤습죠. 게다가 오늘은 <순수박물관>을 택배로 받았구요.
작년 민음사회원이었는데, 이번달에 특전이 많다고 문자로 자꾸 유혹하길래 후딱 재가입을 했지요. 그랬더니 책 5권을 고르라구 해서요. 냅따 파묵의 순수박물관을 골랐더니 오늘 왔더라구요.

와..오늘은 완전히 파묵의 날이구나~ 했는데, 프레이야님에 다락방님까지. 힛. 찌찌뽕 2!

...나는 글을 쓸 때만 행복하다....
완전 솔직에다가 완전 부럽부럽..파묵, 멋져요~

프레이야 2012-06-07 21:11   좋아요 1 | URL
민음사 회원이요? 우왓~ 정보 고마워요, 달사르님^^
순수박물관까지 5권이나요...부러워라~~ ㅎㅎ
후다닥 민음사 찾아볼래요.

댈러웨이 2012-06-09 13: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사람 책은 한 권만 읽었을 뿐인데도 전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 이름은 빨강> 추천이 많던데, 첫 문장부터가 심상치 않네요. 주문해야겠어요.

<새로운 인생>과 <내 이름은 빨강>을 제외하고 두 권 정도 더 추천해주세요, 프레이야님~ ^^

프레이야 2012-06-09 23:11   좋아요 1 | URL
히히~ 댈러웨이님, 저는 <순수박물관>을 살까하고 있어요. 님에게도 추천이요^^
하나 더는 <하얀 성>을요. 찾아보시면 제가 쓴 리뷰도 있답니다. 오래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