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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님의 최근 페이퍼가 나에겐 또 한 가지 기억을 불러 준다.

 

 

인터넷서점이 생길 것이라곤 상상도 못 했던 시절의 이야기다. 어린 시절 그러니까 예닐곱 살 정도의 나이 때였다. 지금처럼 단행본으로 멋진 그림책이 없었던(못 보았으니 그렇게 기억한다) 당시, 알뜰살뜰 생활비를 쪼개어서라도 책을 사주고 싶었던 어머니는 맏딸인 내게 안데르센그림책 전집을 사주셨다. (그때 본, 미운오리새끼가 아름다운 백조였더라는 내용과 그림이 꽤 깊은 인상으로 남아있다) 출판사별로 전집이 성행했고 그걸 장기할부로 구매하는 방식이다. 신용카드도 없었던 시절이니 집집마다 할부로 전집을 사서 장식을 하기도 했다. 우리집은 당시 장식으로 전집을 사서 꽂아둘 공간은 아니었고 그저 어머니가 사주신 그 많은 그림책이 얼마나 좋았던지 모른다. 어느 날, 아버지가 그림책들을 마당에 내던지기 전까지는.

 

 

젊고 혈기왕성하고 완고했던 아버지는 어머니와는 달리 책을 좋아하지 않았다. 게다가 할부는 아버지가 싫어하는 방식이다. 상의도 없이 거금의 책을 할부로 사들인 아내의 심중을 헤아리지 못했던 아버지가 야속하다는 생각을 어머니는 했을 것이다. 어렸던 나는 약간의 충격이었지만 대체로 무덤덤했고 패대기쳐진 그림책들이 아팠다. 그 나이에 어머니의 심중까지 헤아릴 만큼 속깊진 못했으니 울지도 않았고 엄마를 위로하지도 않았다. 그냥 곤두박질친 그림책들을 아무렇지 않은 듯 주워서 마루로 올렸던 기억만 난다.

 

 

어머니는 내가 중학생이 되었을 때에야 전집을 다시 사는 모험을 했다. 그땐 이미 좀더 큰집으로 늘려서 이사를 했고 아버지가 생업으로 하신 일도 자리를 잡아 나름 집안 사정 상 전성기 때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아버지는 덜 완고해져서 전집 때문에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3단 세로줄의 하드커버, 무겁고 두꺼운 한국중단편전집과 세계문학전집이었다. 당시 책 속의 이야기들은 놀라운 세계였고 가슴 뛰는 경험이었다. 묵직한 전집 책들에 묻혀 은밀하게 성숙해가고 있었던 나는 날마다 비밀 하나씩을 만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단 하나 있었던 동네서점을 기웃거린 것도 이런 중고등학생 때였다. 자주는 아니고 가끔이었지만 그때 직접 눈으로 보고 골라서 샀던 몇 권의 책, 특히 '예언자'와 '어린왕자'의 의미를 잊을 수 있을까.

 

 

첫 아이를 낳고도 인터넷서점은 없었던 것 같다.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기억으로는 그렇다. 첫 아이가 생후 2개월이 되었을 때 회사에서 알았던 동생이 어느 날 찾아왔다. 뜻밖에도 **출판사에 다니게 되었다며 애니메이션 동화전집을 권했다. 한눈에 봐도 그림도 조잡한 그 전집은 상당한 금액이었다. 당시는 단행본 그림책을 적극적으로 만나기 전이었던 나는 아이에게 일찍부터 이런 걸 사서 보여줘야 된다고 강권하는 그이를 뿌리칠 수 없었다. 생후 6개월 쯤인가는 모 유명 출판사의 창작동화전집을 샀다. 이건 자발적 의사였는데 그 그림책은 그나마 그림과 내용이 괜찮았고 아이는 다행스럽게도 몇 년 동안 그 책을 아주 좋아했다. 얼마나 여러번 읽었던지 어떤 건 책장이 다 떨어져 너덜거렸다. 그 후 또 한 번,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창작동화전집을 샀고 그게 마지막이다. 전집이든, 오프라인에서든.

 

 

첫 아이가 대여섯살 즈음 우연한 기회에 알라딘을 알게 되었다. 다른 인터넷서점으로 한눈 팔지 않았던 건 모험심이 부족하고 귀차니즘이 자주 발동하는 내 성정 탓일 뿐, 당시만 해도 알라딘에 특별한 애정이 있었을 리 없다. 나는 그즈음 대학 평교원에서 그림책 공부와 독서지도사 공부를 시작했고 한 달에 2-30만원씩 멋진 그림책과 어린이책을 사들였다. 내가 먼저 보고 느껴야 된다고 여겨서다. 한 박스씩 집에 도착하면 무거운 박스를 뜯어서 책을 꺼내며 너무나 기뻤다. 어린이책 리뷰로 이곳에 글을 쓰면서 둥지가 마련되고 애정은 그때부터 시나브로 생겼다. 존 버닝햄, 모리스 샌닥, 그 외에도 다 부를 수 없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이름들은 내게도 아이에게도 완벽한 신세계였다. 어느 해 겨울, 몇 년만에 눈 내린 베란다 밖 하얀 풍경을 바라보며 뜨듯한 거실 바닥에 배를 대고 엎드려 함께 그림책을 보던 시간이 기억속에 빛난다.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어서는 수많은 단행본들을 샀고 아이는 즐거운 책읽기의 세상에서 놀았다. 할인가로 집에 앉아서 많은 도서를 구매할 수 있는 인터넷서점이 나로선 마음에 들 수밖에 없었다. 책을 한꺼번에 많이 들면 무게가 꽤 된다. 한 손을 아이에게 붙들리고 그 무게를 감당하며 버스를 타고 다니기엔 역부족이다. 간혹 나들이 삼아 어린이책서점을 데리고 가서 한두 권 정도 직접 고르게 한 경우가 있었는데 아이도 무척 즐거워했다. 하지만 지금도 도서 구매 방식은 마찬가지다. 오프 서점에서 책표지나 활자 등 책을 훑어보고는 온라인서점에서 사는 일이 많다. 도서정가제를 한다고 해도 나는 온라인 구매를 할 확률이 90% 이상이다. 도서정가제는 누구를 위한 일일까. 입장에 따라 밥그릇 싸움이 되겠지만 가장 바람직한 쪽은 어느 쪽일지 내겐 불확실하다. 여러 가지 이견들을 두루 읽어본 건 아니고, 그저 환기된 기억의 한 귀퉁이가 나쁘지 않다. 책이 좋고, 책 읽기가 좋고, 책 사는 일이 즐거운 한 사람으로서

 

 

 

덧)

어린 딸내미 그림책을 마당에 집어던졌던 아버지, 단 한 번도 표나게 기억되는 선물 하나 사 주신 적이 없는 아버지가

나이 들어서 내게 주신 선물이 하나 있다. 바로바로 책이다!! 그것도 무려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1,2 !!

한 5,6년 된 것 같다. 적잖이 놀라운 순간이었다.

"*경아, 이거 지나가다가 육교 위에서 팔아서 샀어. 아주 싸게 샀어. 너 읽어."  

늙고 가난하지만 속깊고 성실하고 꼼꼼하고 건강하신 아버지가 내게 해맑은 얼굴로 웃으며 건넨 책 두 권이 비현실적으로

보였던 것처럼, 꿈결처럼 들렸던 목소리. 코앞에서 들었는데도... 육교에서 싸게 사셨다니 아마 해적판이었던 거지.

아버지도 책을 손수 사며 즐겁지 않으셨을까. 그것도 무려 두 권에 천원이나 줬으니.^^

 

 

 

 

어제는 장바구니랑 보관함 정리 좀 했다.

 

 

오늘 도착한 <레 미제라블> 5권, 펭귄클래식. 중학생 작은딸도 좋아라한다.

내가 그랬듯 다이제스트를 읽다가 너무 재미있다며 완역본을 사달라고 해서 장바구니에 있던 것을 당장 어제 구매했다.

방학 내내 여태 책 한 권 제대로 안 읽고 컴 앞에 앉아 있더니 개학 다 되어가니까... 에효, 진작에 권할 걸 그랬다.

 

 

1부 팡띤느/1편 의인/ 1. 미리엘 씨

 

첫 문장

 

1815년, 샤를르-프랑수와-비앵브뉘-미리엘 씨는 디뉴 지역 주교였다. 

 

 

 

 

 

 

 

움베르토 에코의 신작 장편소설 <프라하의 묘지> 1,2 , 열린책들, 도 함께 구매했다.

무지노트가 권마다 하나 딸려있네. 열린책들 특유의 느낌, 표지도 근사하다.

 

 

 

 첫 문장이 상당히 길다. 그 뒤로도 계속 거의 한 단락이 한 문장이다.

19세기 말 당시 신문기사체를 본 따 일부러 이런 문체를 썼다고 하는 움베르토 에코.

읽기에 난감하긴 하다. 내가 본 가장 긴 첫 문장이 될 것 같다.^^

 

 

 

 

 

 

 

어느 행인이 있어 1897년 3월의 그 우중충한 아침나절에 위험을 각오하고 모베르 광장, 또는 무뢰한들이 라 모브라고 부르는

곳(중세에는 비쿠스 스트라미네우스, 즉 푸아르 거리의 파리 대학 학예 학부 학생들이 자주 모이던 대학 생활의 중심이었고,

나중에는 에티엔 돌레 같은 자유사상의 사도들이 사형을 당했던 곳)을 건너갔다면, 그 행인은 악취 나는 골목들이 얼키설키한 동네의 한복판에서, 오스만 남작의 파리 재개발 사업 때 드물게 허물리지 않은 장소 한 곳을 마주하게 되었을 터인즉, 이 동네는 비에브르 천을 경계로 두 구역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오래전에 복개되어 파리의 내장 속에 갇혀 버린 비에브르 천은 이 동네에서 다시 빠져나와 열에 들 뜬 채 신음과 독소를 뿜어내면서 센 강으로 흘러들고 있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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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3-01-25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왜 있잖아요 옷 사는 사람들이 장농안에 옷이 많아도 입고 나갈 옷이 없다고 새 옷 사 들이는 것처럼 저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책이 집에 수없이 많아도 새 책을 또 사고 싶어하는 맘~

아버지 이야기 하시니 저도 아버지생각이 나네요. 저의 아빠는 자식들에게 엄청 인색하셨는데, 뭘 사주는 것을 아까워 하셨어요. 소리 지르고..아빠 퇴근해서 오면 방에 숨기 바뻤을 정도로. 아빠에 대한 트라우마가 남아서 그런지 저희 형제들은 성인이 되서도 아빠 무서워했어요. 이리저리 피하고. 저는 그래서 부모에게 꿈쩍 못하는 남편이나 아내들 이해해요. 제가 아빠에 대한 감정이 그랬거든요. 거의 남이나 마찬가지였는데, 나중에 아빠가 암에 걸려 돌아가시기 전에 간암이라는 판정 받고 병원에서 집에 들어오실 때 엄청 무서워했어요. 온갖 성질 다 부릴까봐...그런데 예상과 달리 아빠가 투병하시면서 고통으로 힘들어하셨을텐데 묵묵히 참으시더라구요. 고통으로 웅크리고 계신 아버지의 뒷모습 보면서 많이 울었어요. 그런 아버지가 어느 날 절 부르시더니 카드를 주시면서 백화점 가서 옷 사입으라고 비싼 거 상관 없으니깐 사 입으리고 카드를 주시더라구요. 그 때 아빠 병원비에 힘들때라 엄마 눈치 보느냐고 밍기적 거렸는데, 아빠의 성화에 못 이겨 백화점 가서 젤 싼 청치마 하나 사 가지고 왔더니 좋은 거 사지 왜 이런 걸 샀냐고 하시더라구요. 신발도 사라 해서 나중에 신발도 사고... 그게 아빠가 저한테 준 첫번째 선물이었어요. 제 나이 삼십 하나였나 그때가.... 프레이야님 글 읽으니 아빠 생각 나네요. 저는~

프레이야 2013-01-26 01:59   좋아요 0 | URL
오늘 조영남 최유라가 진행하는 라디오시대에서 같은 말이 나왔어요. 입을 옷이 없다고.
조경란의 '백화점'에 나오는 문장이라며. 사실 우리도 늘 쉽게 하는 말이지요. 책도 마찬가지^^

님 아버지 이야기에 찡해요. 울아빤 그런 정도는 아니셨지만...
아버지란 그런 존재이지 싶어요. 그걸 이제 나이들어가면서 알겠더라구요.
저도 사실 입으론 아빠라고 불러요, 아직. 님 아빠가 주신 첫번째 선물 이야기에 저도 그게 생각나
페이퍼 아래에 덧붙였어요.^^ 이렇게 이야기와 기억을 불러주시는 기억님 댓글이 참 좋아서 또 싱긋~

다크아이즈 2013-01-25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님, 어린시절 책에 대한 추억은 집집마다 다 다르네요.
전 막내라 나이 차이 열 살 이상 나는 두 오라버니가 마구마구 책을 사다 날라 줬어요.
아부지, 엄마는 연세도 많고 생업에 바빠 그런 것 신경 쓸 여건도 안 됐지요.
어깨동무, 새소년, 소년중앙 등 어린이 잡지부터 세계문학 전집, 한국문학 전집...
그땐 참 전집이 유행하던 시절이었지요. 두 오라버니가 없었다면 책 읽기가 뭔지도 모르고 자랐을 거예요.
아, 막내 오빠도 있는데 뭐 같이 자라느라 제게 책 사줄 형편은 안 됐고. 크~

레 미제라블 펭귄 것으로 사셨네요. 추카추카요~~
전 바쁜다는 핑계로 일 권도 못 끝냈어요. 진도 참 더딥니다. 재밌다는 생각보단 아직까진 의무 방어전입니다.
오늘밤도 평안히^^*

프레이야 2013-01-26 02:03   좋아요 0 | URL
팜님, 정말 행운아, 유복한 독서환경~~ 부러워라^^
저는 소년중앙 두어 번 낱권으로 사 본 적 있어요. 중학생 때였는게 그게 너무 사고 싶어서
엄마에게 말했죠. 저는 엄마 아니었으면 전 그때 문학전집을 만나지 못했을지 몰라요.
주위에 전혀 제게 그런 풍족한 독서환경을 제공해줄 대상이 없었거든요. ㅎㅎ

빅또르 위고,라고 적혔네요. 펭귄 것.^^ 글자가 무지 작아요. 예전 3단 세로줄보다야 낫지만요^^
굿나잇!

다크아이즈 2013-01-28 00:33   좋아요 0 | URL
빅또르 위고, 라고 적혔다니 저로서는 안심이 됩니다.
불어판 번역이라면 당연 <빅또르 위고>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원 발음에 가까울 수는 없지만 빅토르 위고는 어디까지나 영어식이고,
우리 맞춤법에 맞게 쓴 것일 뿐 실제는 빅또르 위고가 더 가까우니까요.

별 것 아닐 수도 있지만 왠지 중역 본 아니라 불어판 번역인 것 같아,
전 프레님이 잘 선택했다고 생각해요.^^*


꿈꾸는섬 2013-01-26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저도 어릴때 엄마가 큰맘 먹고 장만한 세계명작동화전집, 위인전집, 금성출판사에서 나온 백과사전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요. 저희도 당연히 할부로 갚아나갔죠. 전 그때부터 책 읽는 게 너무 좋았던 것 같아요. 그 책들 보며 보낸 시간이 아직도 제게 행복한 기억들로 남아 있거든요.
레미제라블 사셨다니 부러워요.ㅎㅎ 저는 사고는 싶은데, 아직도 망설이고 있어요. 결국 사겠지만요.ㅎㅎ

프레이야 2013-01-26 02:06   좋아요 0 | URL
ㅎㅎ 제가 페이퍼에서 **으로 처리한 출판사 이름이..ㅋㅋ
그때 읽었던 게 알고 읽었든 모르고 읽었든 자산인 것 같아요.
거의 다 다시 읽어야할 것들이지만.
섬님, 펭귄, 레미제라블은 무려 30%할인이니 ^^

transient-guest 2013-01-26 0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실 도서정가제가 뭔지는 모르겠네요. 이곳에 있으니까 좀 무심하게 지나가요. 그것보다는 프레이야님의 어릴적 추억이 더 반갑습니다. 그러고보니 초등학생때까지는 집에 있는 책들은 다 그렇게 구했네요, 할부로, 한꺼번에. 계림사 소년소녀문고, 금성출판사의 다양한 전집들...그러다가 중학교부터는 보고싶은 책을 직접 서점에 가서 구하곤 했죠. 온라인 서점이 생기고도 꽤 오랫동안 저는 오프라인을 고집했었어요. 무엇인가 낭만이 사라지는 느낌이 싫었거든요. 지금은 훨씬 좋아졌지만, 초기 온라인서점은 책을 제대로 파악하기도 힘들었구요. 갑자기 급! 옛날 생각이나요. 우리들의 아버님들은 왜 그리도 완고하셨던지요? 제 아버지는 책은 잘 사주셨지만, 편식기가 좀 있으시고, 나중에는 책 사달라고 하면 자꾸만 집에 있다고 고집을 부리셔서 아주 애먹었던 기억이 나요. 지금은 제가 사들고 집으로 가는 편입니다..ㅎㅎ

프레이야 2013-01-26 10:34   좋아요 0 | URL
계림사는 잘 모르겠지만 계몽사, 금성, 민중서관 등등... 추억을 부르는 이름들ㅎㅎ
당시 전집 가격에 거품이 많았을 거에요. 방문판매사원들이 그렇게나 많았죠. 아는 면에 안 사기도
어려웠구요.^^ 책을 손으로 눈으로 만지고 보고 살 수 없으니 실패할 확률도 있다는 점은 아쉽지만
온라인서점도 서비스내용이 확대되니 저같은 경우는 그냥 편리했던 것 같아요.
트란님에게도 책 사는 일이 하나의 추억이네요.^^
우리네 아버지들은 대개는 그러셨지요. 책은 밥이 아니라는 생각.
생계를 책임져야하는 어깨의 부담감 때문이셨을 거에요. 예전에 집에 꽉 찬 아이들 책을 보시고
놀라며 시아버님이 하셨던 말씀도 갑자기 생각나네요. 아이들 책을 뭐하러 이래 많이 사주냐고? ㅎㅎ

hnine 2013-01-26 0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을 보고 의중을 알아차렸다면 너무 경솔할까요?
잘 읽었습니다.
결국 자기의 입장이 판단에 제일 큰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중소 서점들을 살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독자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결국 각자 자신들의 입장, 자기들 이익때문이면서...전 그냥 구경이나 하고 있습니다. 차라리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상생하는 것이 솔직해보이고 좋을텐데...

프레이야 2013-01-26 10:32   좋아요 0 | URL
나인님, 역시^^ 동감이에요.
상생할 수 있는 타협점이 나오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그저 즐거운 기분으로 책을 살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곳에서 오래도록 유명했던 서점 한 곳이 몇 년전 폐업하여 충격이었는데
이런 게 온라인 서점의 득세 때문이라는 생각은 들었었지요. 딱 그 한가지 이유로 볼 수는 없겠지만
도서정가제가 중소서점을 살리는 방안이 될까 현실적으로 잘 모르겠어요. 저 같은 경우는 어떻든
온라인서점을 여전히 더 많이 이용할 것 같거든요. 다른 편리한 점이 있으니까.
나인님, 행복한 주말 따뜻하게 보내세요^^

자목련 2013-01-26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 시절, 글씨가 아주 많은 문학전집이 있었어요. 아버지가 사들인 게 분명해요. 아이들을 위한 게 아니라 직장으로 찾아온 판매사원에게 거절을 못한 거지요. ㅎ

제게도 책을 고르고 사는 즐거움이 커요. 지금도 몇 권의 책을 고르려구요. 저도 도서정가제, 잘 모르겠어요. 아주 만이 춥다고 해요. 따뜻한 주말 보내세요^^

프레이야 2013-01-26 10:41   좋아요 0 | URL
그땐 참 전집 판매사원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그런 직업도 사라진 건가요?
지금 어떤 책을 고르셨어요? 궁금^^ 페이퍼 써주시면 볼 게요.
자목련님도 감기조심하시고 따뜻한 주말 보내세요.^^

세실 2013-01-26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초딩 시절에 언니, 오빠가 책벌레라 자연스럽게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주로 만화책? ㅎㅎ
홍당무, 빨간머리 앤 같은 책들이 기억에 남아요. 어릴적 유난히 무서움이 많았는데 엄마가 저녁에 심부를 시킬때면 내 처지가 홍당무랑 비슷하구나 하며 슬퍼했던 적도 있고요.
전 책은 주로 알라딘에서 사지만, 한달에 한번 정도는 애들 데리고 서점에 가서도 사는데.....
서점도 그냥 10% 정도 할인해서 팔면 안되나? 하는 생각도 했어요.

프레이야 2013-01-27 15:33   좋아요 0 | URL
세실님도 유복한 독서환경에서 잘랐군요. 만화책이라해도 자연스럽게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기억이면 유복한 거지요^^ 전 초딩 때 좀 잘 사는 친구집에 가서 좌악 꽂혀있던 동화전집 보고
엄청 부러웠던 기억이 있어요. 한 달에 한번 서점 나들이 애들이랑, 참 좋아보여요.
늘 책과 함께사는 분이니 더 그러기 힘들 수도 있는데..^^

순오기 2013-01-26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억이 방울방울~~ 사랑으로 기억하는 행복한 추억, 좋아요!
내가 살았던 충청도 시골엔 책장사도 오지 않던 오지였어요.
초등학생땐 자유교양문고가 유일했고, 언니 오빠가 중학생 되면서 빌려오는 책을 읽었죠.
그런 결핍이 우리애들에겐 최고의 독서환경을 만들어줬고...그래서 작은도서관이 됐고요.^^
도서정가제 기본적으론 찬성하지만 거품을 뺀 정가책정이 돼야겠지요.

프레이야 2013-01-27 15:35   좋아요 0 | URL
오기언니, 누구 말대로 결핍이 원동력이 되었군요. 역시!!
김미경 강사는 내가 가진 결핍을 아는 것이 먼저 중요하다고 하더군요.
옛날 전집들 생각하면 책가격에 거품이 얼마나 많았나 싶어요.^^

BRINY 2013-01-26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부모님은 두분 다 책을 좋아하셔서 저희 남매들이 다 책을 좋아하나봐요. 이사다니면서 아버지의 셰익스피어 희곡전집(예전에 종로서적에서 비싼 가격표 달고 있는 거 봤었는데), 도쿠가와 이에야스 전집, 동서추리문고 그런 게 없어진 게 지금와서야 아깝네요. 그래서 지금도 30권짜리 동아백과사전만은 절대 안버리고 갖고계시나봐요.
국민서관 60권짜리 전집은 어린 시절의 전부였던 거 같아요. 그런데 친구들 중에 정말로 그림이 예쁘고 종이질도 좋고 올컬러판인 그림동화책 전집을 갖고 있는 아이가 있었어요. 그 책이 정말 부러웠어요. 엄마는 그림책은 별로 안사주셨던 거 같아요. 생각해보니 국민서관전집도 엄마가 읽으시려고 산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거든요. 삼촌, 고모들이 결혼전에 읽다가 두고간 낡은 정체불명의 소년소녀어쩌구 전집(지금 생각해보니 일본책들의 번안이었던 듯)에도 영향 많이 받았어요. 시험을 잘 볼 때마다 아버지는 계몽사 문고도 한권씩 사주셨어요. 하지만, 중학교때부터 용돈으로 직접 책을 사기 시작했을 때가 역시 즐거움이 배가 되었지요

프레이야 2013-01-27 15:38   좋아요 0 | URL
브리니님 아버지께서 좋은 독서환경을 주셨네요, 특히요.
세익스피어 희곡전집이라니, 부러워요. 동서추리문고도 추억의 이름이네요.
저도 문고판을 하나씩 잘 샀었어요. 아버지가 사주신 건 아니고 가끔 저 혼자 가서요.
역시 용돈으로 직접 책을 고르고 살 때 즐거우셨군요.^^

블루데이지 2013-01-26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지내시지요? 도서정가제 찬반대 둘다 의견없는게 참 생각없는사람처럼보이지만...다른거 모두 제쳐두고, 과거든 현재든 미래든 책으로 행복하고 싶은사람으로서 모두모두 좋은 제대로된 정책으로 결정되었으면 좋겠어요^ 글 잘읽었습니다~오늘밤 신랑과 함께 프레이야님이 쓰신 글을 동기로 옛이야기나눌래요..ㅋ 행복한 주말보내주셔요!

프레이야 2013-01-27 15:41   좋아요 0 | URL
와락~ 데이지님, 늘 따뜻하고 힘이 되는 말씀 고마워요.^^
어젯밤 옛이야기 많이 나누셨어요?
제 페이퍼가 데이지님께도 추억을 불러드렸나 봐요.
책에 대한 추억들 다들 참 좋으네요. 따뜻하고요. ^^

라로 2013-01-26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책에 대한 추억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하니 없는건 아닌거 같아요,,^^;;
요즘 프야님 글 쓰시는 스타일이 좀 달라져서 좋아요. 예전에도 물론 좋아했지만,,^^;;
도서정가제는 저도 별로 할 말이 없어요. 정가제가 되든 아니든 책을 사 읽을테니 그렇지만
이왕이면 독자, 출판사, 판매자,,,모두모두에게 좋은 쪽으로 해결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전.

프레이야 2013-01-27 15:44   좋아요 0 | URL
전 나비님 글이 최근 더 좋은걸요.^^ 사모곡 때문에 얼마나 찡했다구요.
조금씩 양보하면 모두에게 좋은 쪽으로 해결될 방안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가 봐요. 알라딘이 업계 4위라는 사실은 이번에 알았는데 그게 중요하다기보다
뭐든 너무 계산적으로 가는 건 보기에도 민망한 것 같아요. 제가 숫자에 흐려서 그런지 몰라도..

소나무집 2013-01-27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시골 출신이라 전집에 대한 추억이 없어요.^^
제가 책을 실컷 읽게 된 건 초등 4학년 때 학교에 작은 도서관이 생기면서부터였어요.
책 빌려가서 이불 속에서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프레이야 2013-01-27 15:46   좋아요 0 | URL
소나무집님, 초등 4년에 작은도서관 애용자셨군요.
역시 책 좋아하는 사람은 달라요.^^
제 학창시절엔 도서관이 별로 활성화 안 되었던 것 같은데
요즘 아이들은 그나마 학교 도서관도 잘 되어 있지만 이용하는 학생은 또 한정적이고
읽히는 책도 한계가 있다고 들었어요. 책 말고 아이들 흥미를 끄는 것들이 워낙 많으니..

페크pek0501 2013-01-28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릴 때 책이 너무 많아 오히려 읽지 않았어요. 너무 많아 소중한 가치를 몰랐던 것이죠.
세로줄의 전집이 대부분이었는데, 어린 제겐 어렵기만 했어요. 제 나이에도 맞지 않았고요.
제가 책에 미치기 시작한 건 대학생이 되고부터 (가로줄의)단행본을 한 권씩 사 읽으며 모으기 시작하면서부터예요.
제일 많이 읽었던 게 30대였어요. 책에 반해 버렸어요. 그게 지금까지 쭉 이어지고 있는 거네요.
이곳은 저와 같은 사람들이 많아서 참 좋아요. 맘 놓고 책 얘기를 할 수 있으니까요.
이 페이퍼는 저 같은 사람들이 댓글을 쓰게 만드는 좋은 페이퍼예요. ^^

프레이야 2013-02-03 12:02   좋아요 0 | URL
페크님도 유복한 책환경에서 자랐군요. ^^
너무 풍족하면 오히려 소중함을 모를까요? 우리 아이들도 그런 것 같아요.ㅜㅜ
저도 어른이 되어선 20대보다 30대부터 푹 빠졌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 갈수록 더요. 이곳은 우리같은 사람들의 놀이터로 너무 좋지요.
일상의 주변에 책이야기 나눌 사람은 흔하지 않거든요.

같은하늘 2013-01-29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고 저의 어린시절은 어땠나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어요.
저희집은 그리 넉넉한 집은 아니었는데 이런저런 전집류의 책도 제법 있었던것 같은데...
제일 기억나는 전집은 학생대백과... 그리고 매달 오빠에게 사주셨던 소년중앙 잡지...ㅎㅎ

프레이야 2013-02-03 12:04   좋아요 0 | URL
소년중앙, 학생대백과.. 모두 추억의 이름들^^
같은하늘님도 오빠가 있어서 나름 독서환경이 좋았겠어요.
요샌 단행본도 잘 나오지만 예전엔 전집류들 참 많았지요.
세상에 나오는 책을 다 읽을 수도 그럴 필요도 없지만 잘 골라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은 들어요.^^
 

 

 

바람이 불면, 내 속 낱말카드가 조그맣게 회오리친다.

해풍에 오래 마른 생선처럼, 제 몸의 부피를 줄여가며 바깥의 둘레를 넓힌 말들이다.

어릴 적 처음으로 발음한 사물의 이름을그려본다. (중략) 

소리로 먼저 익히고 철자로 자꾸 베껴쓴 내 주위의 모든 것.

지금도 가끔, 내가 그런 것들의 이름을 안다는 게 놀랍다. (10p)

 

 

- <두근두근 내 인생>의 첫 문장

 

 

 

 

 

 

 

우연히 북캘린더를 보게 되었다. 새해 들어 유심히 달력을 쳐다본 건 오늘이 처음이다.

남들처럼 새해 새 결심을 한다고 해서 지켜내리란 자신이 없었거니와 그냥 흐르고 싶어서이기도 했다.

오늘은 김애란이 제37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날이라고 적혀 있다. 소소한 기록이 누군가에겐 큰 기록이 되겠구나. 

<두근두근 내 인생>은 재작년 부산만남 이후 세실님이 선물한 책이다. (세실님 고마워요)

그때 리뷰를 쓰지 못했지만 재미나게 읽었던 책, 특히 말(언어)과 말의 청춘, 말의 늙음을 생각하게 했던 기억이 떠올라

다시 들추어 본다. 벤자민 버튼은 아니지만 아름이의 조로증을 소재로 한 기이한 이야기에 덩달아

삶의 수수께끼같은 조각들에 속으로 웃고 울었던 기이한 나의 그림이 떠올랐다.

 

나는 (엄마의 말을 빌자면) 유독 말과 글을 빨리 깨쳤다고 한다. 암기력도 좋아서 말이 아직 더딘 나이일 적에

업고 길을 가며 간판글자를 보고 가르쳐주면 단번에 글자는 물론 순서까지 그대로 외우더라는 말씀을 하실 때

엄마의 얼굴은 약간 상기되기까지 한다. 어린 생명은 이렇게 모두 누군가의 자랑이고 기쁨이지 않을까.  

말이 운명이 될 줄은 아직 모르는 거지.

 

한 곳의 주간에게 전화를 받았다. 싹싹한 그이의 목소리는 여전히 살갑지만 한 대 얻어맞은 듯했고 부끄러웠다.

일 년 전의 제안을 다시 건넸고 나는 또 막막해졌다. 달갑지도 않았지만 특별히 다시 거부하기도 납득되지 않을 상황이라

난감하기도 하고 갑자기 다소 복잡한 심정이 되었다.

나 스스로에게 감동스럽지 못한 말들의 허무한 잔치가 아닌가 하는 수줍은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신작 청탁 앞에선 그동안 살아오며 몸에 익힌 말들이 어딘가에 갇혀서 글로 나오기 쉽지 않은 지경이란 걸 고백할 수 없었다. 너무 손을 놓고 있었던 듯, 병이 얕지 않게 든 것 같다. 좋지 않은 기운에 세뇌당한 느낌도 들고.

 

인생을 사랑하는, 육체만 노쇠한 열일곱의 아름은 이런 생각을 한다.

 

이제 나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말은 거의 다 안다.

중요한 건 그 말이 몸피를 줄여가며 만든 바깥의 넓이를 가늠하는 일일 것이다.

바람이라 칭할 때, 네 개의 방위가 아닌 천 개의 풍향을 상상하는 것,

배신이라 말할 때, 지는 해를 따라 길어지는 십자가의 그림자를 쫓아가보는 것,

당신이라 부를 때, 눈 덮인 크레바스처럼 깊이를 은닉한 평편함을 헤아리는 것.

그러나 그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일 것이다.

바람은 자꾸 불고, 태어난 이래 나는 한번도 젊은 적이 없었으니까.

말들 역시 마찬가지일 테니까.  (11p)

 

 

 

김애란은 아름의 말을 빌어, 말들은 한번도 젊은 적이 없었다고 회억한다.

조로증에 걸린 말들에 대한 반성, 혹은 질타!  사랑 또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설핏 든다.

한번도 젊은 적이 없었다. 진부하고 고리타분한 양상으로 지리멸렬하게 전개되는. 그건 이런 뜻일 거다.

무수한 말들, 다감한 말을 포함해 화를 불러일으키는 무책임하거나 무분별한 말까지 어느 것도 또렷이 생각나지 않는

어릴 적 시절이 있듯이 사랑의 기억도 또렷이 생각나지 않는 희미해져가는 연기자국 같은 것이다.

아름이는 이렇게 그 시절을 복기한다.

 

물론 그 시기에 한 말이 무엇인지 또렷이 생각나진 않는다.

언어의 한정된 어떤 부분, 그러니까 동심원의 가장 안쪽과 접촉한 경험을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 테니까.

아니, 그건 너무 일찍 도착한 맨 가장자리 원일지도 모르니까. 다른 것은 잘 모르겠다.

다만 사람이 언어와 조우한 첫 순간을 잊어버리게 만든 신의 섭리가 궁금할 따름이다.

만나되 만나지 않게 하신 것. 먼저 배우고, 잊어버리게 한 뒤, 다시 배우게 하신 것.

그런 것이 이상할 따름이다.

 (71p)

 

 

 

언어와 사랑, 사랑과 언어. 구원의 수단으로는 최상일 거라고 희망하는 그 기이한 세상과 조우한 첫 순간을

잊어버리게 만들고 다시 배우게 만들고 좌절하거나 다시 기뻐하거나 일련의 감정의 소용돌이에 들게 만들고

다시 구제 또는 화해하게 만드는 신의 섭리가 나는 궁금하다.

그렇다면 한 번도 젊은 적이 없었던 게 아니라 말들도 사랑도 매번 젊은 게 아닐까.

성장을 거부하는 양철북 소년처럼, 고착된 그 세상이 좀 낯뜨겁다. 

아무리 반복되어도 '첫'일 수밖에 없는, 영원히 두렵고 설레고 고통스러운 대상일 수밖에 없는. 

나는 오늘도 내일도 생소하고 생경한 말들, 날것의 감정, 조야한 것들과 좀더 친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다시 배우기 위해서. 이성적이지 않은 나를 가만히 들여다보며, 운명, 당신, 깊이를 알 수 없는 편평함,

Amor Fa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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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08 2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1-08 2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크아이즈 2013-01-09 0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님 새 글 기다렸어요.
이 글 읽고 자러 갈게요.
꼼꼼 읽고나면 늦게 일어나게 생겼네요. 책임지시와요.^^*

프레이야 2013-01-09 14:22   좋아요 0 | URL
팜님, 이렇게나 늦게 주무세요? 전 새벽에 깨서는.ㅎㅎ
좋은하루 보내세요^^

2013-01-09 1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1-09 14: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1-09 2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1-09 2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1-10 16: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1-10 19: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3-01-13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저질러요........ 저질러요!
화이팅!!!

프레이야 2013-01-13 11:46   좋아요 0 | URL
달여우님도 화이팅 ㅎㅎㅎ
 

<첫 문장들>이란 제목으로 쓴 페이퍼가 또 날아갔다. 에효 ㅠㅠ

손이 오작동을 자주 한다. 얼마 전 '지지 않는다는 말' 리뷰도 그랬는데.

우선 서재지기에게 문의해 부탁해 놓았는데 어서 살려주셔야 할텐데...ㅠㅠ

댓글 주셨던 팜므느와르님에게 죄송하다. 추천 주신 분에게도.

칼의 노래, 김훈의 첫 문장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도 주셨는데... 

작가는 '이'와 '은' 사이에서 밤새 고민하였다고 하는 그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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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15 19: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2-10-16 10:34   좋아요 0 | URL
서재지기한테 문의했는데 아직 답글이 없네요.ㅠㅠ
아휴..
김훈의 그 첫 문장은 누구에게나 참 인상 깊은가 봐요.
고맙습니다. 좋은하루~~~보내세요.^^

2012-10-17 1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크아이즈 2012-10-16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 빨리 살려달라고 조르세요.
님의 노고 깃든 글, 아까워서 어떡해요.
프레이야님의 첫 문장들 페이퍼, 탐 나는 아이디어였어요.
님 페이퍼 보고 나도 감동 받은 첫 문장들 옮겨 봐야겠다, 생각했거든요.
물론 그 첫번 째는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가 되겠지요. 크~~

프레이야 2012-10-16 10:36   좋아요 0 | URL
서재지기에게 부탁했는데 아직 답글이 없고 ㅠㅠ
모든 글은 첫 문장에서 시작하니까 어떤 책 읽다가 첫 문장에서부터 확 끌리는 경우가 있지요.^^
느와르님이 사랑하는 첫 문장들, 제 카테고리 '첫 문장을 주세요'에도 트랙백해 주세요.~~~
같이 보게요^^

2012-10-16 1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2-10-16 13:10   좋아요 0 | URL
아ᆢ그런 방법이 있군요. 전 뭐든 준비없이 대책없이 이래요ㅎㅎ 가르쳐주신 대로 해볼게요 이제부터는. 고맙습니다^^

2012-10-16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훗. 페이퍼 살려서 기뻐요~

프레이야 2012-10-16 21:32   좋아요 0 | URL
히히~ 자주 이래요, 요즘 들어 ㅎㅎ
 

아침 뉴스에 지리산에 단풍이 들었다고 나온다. 이곳 남쪽은 아직 단풍은 들지 않았지만

시월도 절반이 지나며 최고의 계절이 하루하루 영글어가고 있다. 

구월은 내 탄생월! 처녀자리의 책방,이라는 서재명을 보고 그걸 기억해주신 오랜 서재지인을 비롯해

뜻밖의 선물로 책을 보내주신 님들에게 모두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때마침 느닷없이 베풀어주신 순오기님과 아른님 이벤트에 운좋게도 당첨되어 받은 선물도 저는 그냥 생일선물로

모두 안아들었습니다.^^  아주 많이 고맙습니다.~~~)

 

일단 첫 문장으로 시작해 여기 담아두자. 흐뭇하게 옆에 쌓아두고 어서 야금야금 읽어야지.

내가 사둔 것들도 있고 신간평가단 도서도 있고... 아.. 보기만해도 배부르다.

 

 

 

이란 시인, 포루그 파로흐자드 시집

 

나의 작은 밤 안에, 아

바람은 나뭇잎들과 밀회를 즐기네

 

-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 중 1,2행

 

 

 

 

김태관 지음/ 서른살의 선택, 한비자에서 답을 찾다

 

그대는 지금 세상에 태어나 멀쩡히 숨을 쉬고 있다.

(그런데 그대는 정말로 세상에 태어났는가)

 

 

 

 

 

린다 지음/ 빅토르 위고의 <93년>을 품고 떠난 이색적인 파리 기행

파리의 참모습을 알려주는 역사,문화 기행서

 

여행객들에게 파리는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감으로 다가온다.

 

 

 

 

 

 

유홍준/ 7 제주편,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

 

미술사학과의 현장답사란 의과대학의 임상실험, 공과대학의 실험실습과 같은 성격을 갖는다.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시로코와 구로코가 등장하는 화장품 만화 광고가 요새 통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얼마 전에 아무런 맥락 없이 불쑥 깨달았다.

 

 

 

 

 

 

다비드 칼리가 쓰고, 세르주 블로크가 그린 아주 사랑스럽고 간결한 그림책

사람의 일생은 이렇게 기다림의 연속인가 보다.

나는 기다립니다.

 

 

 

 

<책상은 책상이다>로 알려진 페터 빅셀의 대표작 '블룸 부인은 우유배달부를 알고 싶어한다'와

짧은 에세이 모음집 '스위스인의 스위스'를 함께 묶은 책.

 

아쉬운 대로 이런 집 한 채를 그려볼 수 있다.

- 블룸 부인은 우유배달부를 알고 싶어한다, 중 첫 문장

 

 

 

 

E. M. Forster의 장편소설 <천사들도 발 딛기 두려워하는 곳>

 

 

릴리아를 전송하는 일행이 채링 크로스 역에 모여 있었다.

 

 

 

 

 

<버림받은 천사들> 

아이슬란드 현대작가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에이나르 마우르 그뷔드뮌손의 장편소설. 1993년 발표.

 

 

바닷가에 거대한 궁전처럼 서 있는 클레프 정신병원에 입원한 뒤였다.

 

 

 

 

 

<결혼의 변화> 산도르 마라이 장편소설.

상하로 분권돼 있지만 쪽수는 연이어 있다. 총 695쪽.

 

 

얘, 저기 저 남자 좀 한번 볼래?

 

 

 

 

 

 

그리고 알랭 드 보통의 책을 좋아하는 큰딸, 보통의 책 모두를 가지고 갔었는데

추석 때 내려오면서 나 읽으라고 도로 가져다 준 책. 특히 참 좋았다는 책이라며. 이걸로 땜빵? ^^

 

프루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

 

 

불행만큼 인간이 전념하는 대상이 또 있을까.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

 

 

몇 년 전 지독히도 추웠던 어느 해 겨울 뉴욕. (그때 나는 런던행 비행기 출발 시간까지 오후 반나절의

여유가 있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위층의 휑한 전시실을 찾았다.)

 

 

 

이 책은 내가 딸한테 깜짝선물하려고 구매해 추석 때 주니까, 벌써 사서 봤단다. 

물어보고 살 걸, 그랬더니 감동하는 표정이 역력하게 웃어주었다. 평소 쿨하고 표현 잘 안 하는 아이라

감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집 떨어져 생활하면서 달라지고 많이 크고 있는 것 같다. 고맙다.^^

 

아침부터 평소와 다르게 소나기가 퍼붓고 하늘이 늦은 오후처럼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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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두 번째 문장은, 나중에
    from 識案 2012-10-17 15:08 
    이제 택배 아저씨는 문자도 전화도 하지 않는다. 벨을 누르고, 택배요! 를 외치고는 문 앞에 책을 두고 간다. 한 번도 약속한 적 없는 행위는 약속처럼 행해진다. 1주일 동안 한 권의 책도 제대로 읽지 못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고 있어서가 (책이 나를 읽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다. 엊그제 도착한 김이강의 시집 『당신 집에서 잘 수 있나요?』, 조말선의 시집 『재스민 향기는 어두운 두 개의 콧구멍을 지나서 탄생했다』도 읽고 있기는 하고,
 
 
다크아이즈 2012-10-15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첫 문장들 어쩜 이런 생각을! 역시 프레이야님.
제가 가장 충격 먹었던 첫 문장은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입니다.

프레이야 2012-10-16 12:42   좋아요 0 | URL
팜므느와르님, 돌아왔어요, 페이퍼가요.ㅎㅎ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덕분인가 봐요.
서재지기님에게도 감사^^

페크pek0501 2012-10-16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굿 아이디어!!!!!!!!!!!!!!
저도 언젠가 따라해 보겠어요. 재밌어요, 프레이야 님.ㅋㅋ
가장 인상 깊은 글 - "불행만큼 인간이 전념하는 대상이 또 있을까. "

프레이야 2012-10-16 21:08   좋아요 0 | URL
페크님, 알랭 드 보통의 문장은 통찰력이 보통 이상이지요.ㅎㅎ 밑줄긋기가 어려울 정도로ᆢ
페크님의 인상적인 첫 문장도 기대되어요. 좋은하루 보내세요. 가을이에요!

꿈꾸는섬 2012-10-16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문장만으로 책에 대한 기대감이 생겨요.^^
어느새 가을이에요.
행복하세요.^^

프레이야 2012-10-16 21:09   좋아요 0 | URL
꿈섬님, 안녕!! 현준, 현수랑 행복한 가을 보내세요^^
저 책들은 보기만 해도 배부른 것 같아요.ㅎㅎ

hnine 2012-10-16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가 저 시인의 시에 나오는 구절이었군요!
런던, 파리, 채링크로스, 뉴욕...와, 여행욕구를 부르는 책들이네요.

프레이야 2012-10-16 21:11   좋아요 0 | URL
네, 나인님, 바로 그 싯구에요.
정말 그러고보니 여행욕구 부르는 책들이네요.
보통의 파리에서 산도르 마라이의 헝가리,이란, 아이슬란드, 일본, 제주까지.
'런던 디자인 산책'은 님의 페이퍼 보고 질렀지요.ㅎㅎ

2012-10-16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문장이 가장 눈에 들어왔어요. "불행만큼 인간이 전념하는 대상이 또 있을까."
저 책은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의 새로운 번역판인가요?!

프레이야 2012-10-17 07:51   좋아요 0 | URL
사람은 행복을 깨닫는 촉수보다 불행을 깨닫는 촉수가 더 발달돼 있나 봐요.ㅋ
그 반대로 행복한 순간이 더 많을건데 말이죠.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는 절판이고 저건 개정판이에요.^^

블루데이지 2012-10-17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헷...역시 프레이야님! 요런 기발한 페이퍼를 격하게 애정해요....ㅋㅋ
다 눈에 들어오는 첫문장들이지만...골라본다면 <미술사학과의 현장답사란 의과대학의 임상실험, 공과대학의 실험실습과 같은 성격을 갖는다.> 너무 공감되어서요...


프레이야 2012-10-17 07:50   좋아요 0 | URL
아ᆢ 가로수 풍경이 참 좋아요.ㅎㅎ
저 문장 책으로 먼저 읽으셔서 더 그런가 봐요.
불루데이지님, 오늘도 멋진하루 보내세요.^^

2012-10-17 09: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0-17 19: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2-10-18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생일이었네요.ㅜㅜ
아까 전화할 때 알았으면 뒷북 축하멘트라도 날리는 건데...
미안해요, 그리고 늦었지만 생일 축하해요!
11월에 만나면 찐하게 안아줄게요.^^

2012-10-18 0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2-10-18 11:18   좋아요 0 | URL
호호~ 언니 문화유산답사기가 마침 그즈음이어서 제겐 더없이 좋은 선물이었어요.
저도 요즘 뭘 기억 잘 못해요. 날짜 같은 건 물론이구요.ㅇ
작은도서관장 기관장으로서 일이 이래저래 많군요. 늘 부지런하고 성실한 마인드가 앞서니 더욱..
건강히 지내세요.^^

아이리시스 2012-10-18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바닷가에 거대한 궁전처럼 서 있는 클레프 정신병원]은 진짜 바닷가에 위치에 정신병원인가요? 저 책 재밌어보여요, 알던 건데 관심이 확, 아무래도 바닷가에 뭔 원한이 있는지..'바닷가'라는 글자에도 혹하는데요 히히히

아 맞다, <나는 기다립니다> 저거 많이 봤다 싶었는데.. 드라마에서 김하늘이 마음 접은 척하는 장동건 기다리며 서점에서 저 책 넘겨보는데 엄청 좋더라고요.. 저는 그림책은 곧 =어린이 라고 생각하면서 살았는데요.. 그러고보니 저 어린이였죠 생각을 좀 해서 그렇지..(이거 무슨 말인지 모르실려나..)

이 페이퍼 감동이에요. 별 거 아니게 보이는데 이렇게 모으니 꽤 멋지군요. 프레이야님 아이디어는 더 짱이고.. 책을 읽을 땐 한 문장 정도는 그냥 흘려읽고 말게 되잖아요. 혼자 읽으면 저런 문장, 별로 감동적이지 않다구요.(저만 그런가..힝ㅠ.ㅠ)

프레이야 2012-10-19 10:56   좋아요 0 | URL
히히~ 아이님은 아이님^^
바닷가 가까이 사는데도 바다는 늘 좋아요. 바다라는 말만 들어도 좋으니^^
'신사의품격'은 안 봤지만 거기 나왔다는 건 알아요. 이 그림책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에요.
간결하지만 한 사람의 인생이 담겨있는... 기다리다 끝나는 걸까요.ㅎㅎ
한 문장 정도가 아니고 많은 문장이 그냥 흘러가는 경우가 많은데
다시 읽거나 하면 그런 문장들이 다시 들어오고요. 이렇게 첫 문장 정도라도 같이 읽으니 좋지요:)
첫 문장, 정말 중요한 건데 말에요.

라로 2012-10-18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생일 선물을 보낸것 같은데 9월 11일부터 식당준비로 바빴어서 보냈나 안 보냈나??/이러다가
휴~~~이럽니다.ㅎㅎㅎㅎㅎㅎ
그나저나 청주에 와요!!!!!!!!!!!!!!!!!!!!!!!!!
이 바람부는 가을,,,이병률씨의 책도 보고 사인도 받고 나도 보고,,뭐 그래야 하지 않겠어요?????ㅎㅎㅎ

프레이야 2012-10-19 10:58   좋아요 0 | URL
완전 치매 ㅋㅋ 우리도 언젠가 '책 한 권 들고 파리를 가자고' 해놓구선.ㅎㅎ
청주는 가고는 싶은데 아직 미결정이라우. 그 시간 맞춰가려면 새벽에 나가야 돼요.흑흑..
이병률보다 나비님 얼굴도 보고 그래야 하는 건 맞는데 말에요 ㅎㅎ
 

We need to talk about Kevin.

 

총 614페이지에 이르는 분량, 목차부터 살펴보니 모두 28장의 편지글.

2000년 11월 8일자 편지를 시작으로 2001년 4월 8일자 편지가 끝이다.

영화를 먼저 보고 나서 원작이 너무나 읽고 싶어졌다.

영화도 훌륭했지만 아니 그래서 더 원작이 읽고싶어지는 경우다.

방금 도착해 따끈따끈!!!  얼른 읽고 싶어 안달이 날 지경이다.^^

내용은 주인공 에바가 남편 프랭클린에게 쓴 편지인데, 그 첫 문장은 이렇다.

 

오늘 오후에 일어났던 그 사소한 사건으로 어쩌다 당신한테 편지까지 쓰게 되었는지

나도 잘 모르겠어.

 

 

 

 

저자 라이오넬 슈라이버(Lionel Shriver)는 남자이름이라 혼동되었는데 원래 이름은 마거릿 앤 슈라이버다.

스스로 이름이 마음에 안 들어 15세 때 보다 중성적인 분위기의 라이오넬로 바꾸었다고 한다.

책날개에 실린 흑백 사진 얼굴이 무척 개성있고 고집스러워 보인다.

이 작품은 2005년 오렌지상 수상작이라고 하니 세상에 나온 지 7년이나 되었다.

'소시오패스 아들을 둔 어머니의 독백'이라는 충격적인 설정으로 논쟁의 중심에 섰던 작품이라고 적혀있다.

영화 속 케빈의 그 병증이 '소시오패스'였구나.  사이코패스하고는 다른 것 같은데 처음 들어본 용어다.

대충 쓰윽 읽어봐도 영화가 원작을 잘 표현해낸 것 같다는 인상인데, 좀 다른 건 영화에선 부부가 그런대로

잘 지내고 남편이 자상한 성품으로 나오지만, 책에서 에바는 서로 자주 싸웠던 기억만 있다고 쓰고 있다.

에바의 심리적 기억일 거라고 생각된다. 호수가 고요하다고 물밑까지 고요하다고는 볼 수 없을 터.

 

마지막 편지의 끝부분을 읽는다.

"내가 아는 건 이게 전부야. 1983년 4월 11일, 내게 아들이 태어났고 난 아무 느끼이 없었다는 거.

다시 말하지만, 진실은 우리가 그것으로 만들어내는 것보다 더 큰 법이야.

그 아이가 내 가슴 위에서 몸부림쳤을 때, 내 젖이 싫다고 몸을 웅크렸을 때, 난 그에 대한 반응으로 그 애를

퇴짜 놓아버렸어. 그 애가 내 몸의 15분의 1밖에 되지 않았을 텐데도. 그땐 그게 정당하게 느껴졌으니까." (612p)

 

지금 읽고 있는 '지지 않는다는 말'을 밀쳐두고? 아니 동시다발로 읽어야겠다. 할 일도 있는데 그거부터 끝내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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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08-14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랜만에 알라딘에 글 하나 쓰고 있고, 방청소도 해야하고, 화장실 청소도 해야하고, 방학숙제로 독후감도 세 편 써야하고, 그러기 위해 책을 서너권 읽어야 하고, 소설도 한 편 뚝딱 완성해야하는데... 시....시간이ㅠㅠㅠㅠㅠㅠ

그나저나, 프레이야님 오랜만이예요 ㅠㅠㅠㅠ 꺄 ㅠㅠ

프레이야 2012-08-16 11:01   좋아요 0 | URL
소이진님 지인짜 오랜만이에요ㅎㅎ소설도 한편 뚝딱이요? 말만 들어도 왠지 근사해요. 편한마음으로 뚝딱 써봐요! 얍! 요샌 시간이 빈둥대다 다가는 거 같아요 전. 더워서 그런지ㅋㅋ 더위탓만해ㅋ 오늘 여긴 지금 비와요 그곳은 어떤가요? 비 많이오나요?

마녀고양이 2012-08-15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시오패스>라는 단어에 굉장히 흥미가 가버렸어요.
그 어머니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어서요. 자폐증 역시 부모와 교감이 안 되지만, 악하지는 않잖아요.
하지만 소시오패스는 사이코패스의 화이트칼라 버전이라고 생각하시면 쉽거든요.
상대의 입장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고, 그러면서 자신의 특징이나 상대의 특징을 인지적으로 잘 파악해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이용하고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게 특징이지요. 뇌의 공감 능력을 선천적으로 타고나지 못해서 그렇거나 초기 유아적 어머니와 문제 때문이라는데, 아직 결론이 명확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불쌍하기도 하구요.... ㅠㅠ

너무너무 흥미가 가게 되어버렸어요. 그리고 읽고나면 너무 슬플거 같아요.

프레이야 2012-08-15 16:36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반사회적 인격장애자라고 하던데 영화에서도 여동생을 신체적으로 심각하게 훼손해놓고도 전혀 죄책감 같은 걸 느끼질 않는 장면이 나와요. 부모가 그 대목에서 문제점을 발견해야되는데 아빠는 그냥 좋게만 보고 진실을 덮으려는 경향이 있고 엄마는 직접 당하는 입장에서 뭔가 대단히 무서운
일이라는 걸 느끼지만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어요. 이 책 달여우님이 읽어보면 더 좋을거 같아요^^

페크pek0501 2012-08-15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 님. 저는 오늘 아침으로 <닥치고 정치>를 다 읽었답니다. 이렇게 한 박자 늦게, 아니 몇 박자 늦게 읽는 게
제 습관이에요. 많이 팔린 책은 이미 독자들로부터 검증된 책을 읽는 거니까, 좋은 점도 있어요.

"호수가 고요하다고 물밑까지 고요하다고는 볼 수 없을 터." - 표현 좋고요. ㅋㅋ
"그 애가 내 몸의 15분의 1밖에 되지 않았을 텐데도. 그땐 그게 정당하게 느껴졌으니까." - 누구나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를 때가 있지 않나, 생각되어요. 치명적인 실수이다, 라고 보기보다는 그냥, 인간이니까, 로 보게 돼요.
오늘 서울은 비가 와서 시원한 날이에요. ^^

프레이야 2012-08-15 16:41   좋아요 0 | URL
저도 대개는 몇박자씩 늦은 읽기를 하는 편이에요.
페크님 정말 우리는 우리가 정작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을 때는 시간이 제법 지나서일 때가 많아요. 사람이니까, 네, 그렇게 자신에게부터 너그러워져야겠어요. 여긴 오늘 비가 오락가락 완전 변덕을 죽끓이듯 하고있어요. 좀 눅눅해도 바람이 시원하네요. 요즘 진짜 눈이 무쟈게 아파요ㅠ 흑흑

블루데이지 2012-08-16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도 훌륭했지만 아니 그래서 더 원작이 읽고싶어지는 경우다.얼른 읽고 싶어 안달이 날 지경이다.^^>라는 프레이야님의 글을 읽으니
제가 더 짜릿짜릿해요!
이런영화가 앞으로도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프레이야 2012-08-16 08:29   좋아요 0 | URL
블루데이지님, 더운 날씨에 몸조리는 잘 하고 계신가요? 힘드실 것 같아요.
그래도 몸과 마음 건강하게 지내려고 하시는 모습이 참 좋더군요.
저 같으면 맨날 짜증내고 축 쳐져 있을 것 같은데요.^^
이 책 무지하게 두꺼운데, 영화에서 다 못 나온 이야기도 있고 좋으네요.
물론 그 많은 이야기를 영화에서도 잘 녹여낸 것 같아요.

다락방 2012-08-16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도 인용이 되어 있지만, 그녀가 아이가 생기는걸 원하지 않는 이유를 얘기하는 장면에서 저는 너무 공감을 해버렸어요. '내 스케쥴이 내가 아니라 타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 '내가 먹고 싶은걸 먹지 말라고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등에서 나 역시도 심하게 불만을 갖게 되지 않을까, 어떤 부조리함을 느끼지 않을까 싶어서요. 이런것들을 우리 어머니 세대에서는 거의 말하지 않았는데 그들은 모성을 당연하게 받아들인걸까, 하는 생각도 들면서 나에게도 그것은 생기지 않을 확률은 높지 않을까 까지. 아주 많은 생각이 드는 책이었어요. 프레이야님, 인용하신 마지막 편지 전에, 그러니까 케빈이 한 짓들이 그것 말고도 다른것도 더 있다는 걸 알면서, 저는, 너무 힘들어져 버렸어요. 케빈의 엄마가 저렇게 편지를 쓰면서라도 하루하루 버티는 것이 기적으로 느껴졌어요. 프레이야님은 다 읽고 어떤 감상을 토해내실지 궁금해요.



덧) 보내주신 것, 잘 받았습니다. 고맙습니다!!
:)

프레이야 2012-08-16 11:01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고마워요^^
이 책, 백여 쪽 넘어 읽었어요. 저도 너무 공감하며 읽고 있어요.
아르메니아인이었어요, 에바가요. 책에 묘사된 에바의 외모도 틸다 스윈튼이 적격이었구나,
했어요. 영화에선 다 말 되어지지 않거나 축약이나 은유된 부분들 책으로 읽으니 좋으네요.
아이들은 커가면서 부모를 끊임없이 용서하며 산다고 해요. 그런 말을 우연히 들었는데
공감되지 않나요? 케빈도 에바도 프랭클린도, 에바를 비난한 메리도 자신의 입장에선 어떤 이야기도
자신에게 할 수 있겠거니 싶어요. 에바의 길고 긴 사연이 궁금ㅎㅎ 다른 것도 해야되는데..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