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안 해본 일이 많은 건 후회되지 않아.
제대로 해본 일이 없는 게 정말 후회돼."
어느 블로그에서 본, 죽음을 앞둔 말기 암 환자의 말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후회를 가장 크게 하게 될까?
그것은 아마도 '사랑'이지 싶다.
"사랑을 많이 해보지 않은 것은 괜찮아.
하지만 제대로 사랑해 본 일이
없는 것은 정말 후회돼."


- 권소연의《사랑은 한 줄의 고백으로 온다》중에서 -  (고도원의 아침편지, 오늘아침)

 

 

지금 나는 내가 하고 있는 모든 일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 

내가 표현하는 언어와 표정 

모두 제대로 하고 있는지.. 

뭐든 한 가지라도 제대로 하자. 

빈깡통 같은 후회의 목소리는 우둔하고 비겁한 자의 변명에 불과하다. 

나는 내가 사랑스럽다.  

노력해도 도저히 닿지않는 것엔 뒤돌아보지 않고 앞을 갈 수 있는 내가, 

얻을 수 없는 것은 포기할 줄 아는 내가, 

제대로 증오할 줄 아는 내가. 

제대로 사랑하고 제대로 후회하기 위해

때로는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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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9-09-28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한가지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너무 여러 가지를 동시에 손에 잡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해요. 그렇게 되는 이유 중의 또 한가지는 욕심이겠지요.
좋은 글이네요.

프레이야 2009-09-28 08:47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욕심.
아닌 건 아닌 것이고, 사람은 절대 변하지 않아요.
안 되는 것에 매달리는 것 자체가 욕심인 것 같아요.
그런것을 포기하는 건 욕심과의 작별이겠지요.
흐린 하늘로 한 주 시작하네요.
하고싶은게 많은데.. 시간이 아까워요. 나인님 굿모닝~

2009-09-28 1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9-28 18: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09-09-28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부터라도 후회를 줄여봐야할 것 같아요.^^

프레이야 2009-09-28 18:25   좋아요 0 | URL
하지못한 것에 후회하는 경우가 하고 후회하는 경우보다 많다고 해요.
하되 제대로 해야겠죠. 그런점에서 전 늘 부족해요.
섬님, 창밖이 점점 진한 회색이 되고 있어요.

같은하늘 2009-09-29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좋은 글입니다.

프레이야 2009-09-29 07:45   좋아요 0 | URL
제대로 사랑하고 제대로 사랑받고 가야할텐데요..
같은하늘님 좋은하루 보내요~
 

 

꽃병이 깨졌을 때 


산산조각난 꽃병 자체가
우리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자신을 꽃병과 동일시하여
꽃병이 깨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온 마음으로 꽃병에 집착하는 것이
상처를 입힌다.


- 안젤름 그륀의《너 자신을 아프게 하지 말라》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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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26 2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9-28 07: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9-09-26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래서 아프고 상처을 입는 거군요.

hnine 2009-09-27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집착하지 말라는 얘기네요.

꿈꾸는섬 2009-09-27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착..하지 말아야하는데 그게 잘 안되요.ㅠ.ㅠ

프레이야 2009-09-28 0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기님, 나인님, 섬님, 어디에든 마음을 매어두지 말아야겠어요.
그러니까.. 상처 그 자체에까지도요..
꽃병은 언제든 잘못하면 깨어질 수 있는 거라 생각해요.
그러니 잘 다루었어야겠지만..
 

그냥 마음이 내키면 꺼내어 아무 쪽이나 펼쳐보는 책이 있다.  

내게는 소노 아야코 여사가 쓴 <사람으로부터 편안해지는 법>, 일명 소노 아야코의 <敬友錄 경우록>이다.  

나는 경우록,이라는 제목이 참 마음에 든다.  

벗(나 이외의 모든 타인)을 공경할 수 있는, 그러기 위한 글이란 뜻이다.  

내 마음에 불화와 모순이 제거되어야 타인에 대한 공경도 가능하다는 말이다.

앞면 표지의 하단에는 붉은 글씨로 이렇게 적혀있다. 

"스트레스 안 받고 내 주위 사람들과 행복한 관계 유지하는 비결" 

이 책을 펼치면 우선 목차를 펴서 지금 내 마음에 도움이 될 제목을 찾는다.  

연륜이 묻어나는 글로 쉽고 구체적이면서 숨어있는 허영에 허를 찌르는 글귀가 많다. 

오늘은 41쪽 '노력하는 이가 주는 곤혹스러움'을 찾았다. 

열심히 노력하는 이는 실은 곤혹스러운 존재이다.  

게으름뱅이라고 자처하는 사람은 자신에게나 타인에게나,  

또 회사나 사회에 마음의 빚이 있으므로 결코 으스대지 않는다.  

그 결과 자신의 본질과 평판이 상당히 일치한다. 

그러나 노력하는 사람은 자신이 정당한 일, 훌륭한 일을 한다고 자부하기 때문에 

타인도 자신처럼 행동하기를, 또 타인이 자신에게 반드시 감사와 칭찬을 해주기를 마음속으로 요구한다. 

- 나의 얼굴, 상대의 얼굴 

(41쪽 노력하는 이가 주는 곤혹스러움)

  

나는 누군가에게 칭찬과 감사의 인사를 내심 요구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본다. 그 모든 게 근거없는 오만함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내 본질보다 못한 평판을 받고 있다고 분개한 적은 없는가. 내 본질보다 나은 평판을 받고 있다면 오히려 위험하다. 그 모두가 잘못일 테다. 나는 나, 딱 그만큼의 나로서 그냥 걸어갈 뿐이라 여겨야한다. 칭찬에 흐느적거리지 않고 비난에 움츠리지도 않아야한다. 그 어떤 말도 '나'를 '나' 아닌 것으로 만들 수는 없다. 숨을 쉬고 밥을 먹고 잠을 자고 화장실을 가고, 그런 것들 이외의 모든 것은 삶이 내게 주는 보너스라고 생각한다고, 고 장영희 교수도 말했다. 평범한 진리이지만 깊이 와닿았다. 바라지 않으면 부족하지 않다. 원하지 않으면 목 마르지 않다. 

달리지 않으면 지치지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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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08 2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9-06-08 23:34   좋아요 0 | URL
오랜만이에요.^^ 저도 늘 흔들리며 살아요.
그게 마음에 병이 되는데도 어리석게 늘 그러죠.
이 책은 몇해 전 제게도 참 좋은 충고가 되었어요.
제가 쓴 리뷰도 있어요. 찾아보세용~

... 2009-06-08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칭찬에 허느적거리지 않긴 쉬운데 (칭찬을 많이 받아보지 못했기 때문에?? -_-;;;), 비난에 움츠러들지 않긴 너무나 어려워요. 가끔 많이 지치는 건 달리고 있다는 증거일까요?

언젠가 부터 이런 종류의 에세이류를--인생의 지혜를 설교하는 듯한--사지도, 읽지도 않게 되었는데, 이 책엔 마음이 많이 끌리네요.

프레이야 2009-06-09 01:37   좋아요 0 | URL
브론테님, 그런지도 몰라요.-_-
퍼질러앉아 좀 쉬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요.
서서히 달리고 싶어질 때까지요.
저도 설교조의 에세이류 별로인데 소노 여사의 글엔 위트와 고정관념의 반전이 넘쳐요.^^

반딧불이 2009-06-09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무서운 말이네요. 수필을 읽어보려고하는데 목록에 담아두어야겠어요. 고마워요. 프레이야님.

프레이야 2009-06-09 01:43   좋아요 0 | URL
이 책엔 이 글을 포함해서 생의 역설과 지혜가 많아요.
가까이 둘만해요.^^ 긍정과 느긋함.

비로그인 2009-06-09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 님이 좋다고 하시니 그럼 저도 보관함에 쏙.. 오프서점 가서 들춰봐야겠네요.

자기자신으로부터 편안해지는 법은 없나요? ㅎㅎ 그 또한 긍정과 느긋함인가요?

프레이야 2009-06-09 09:22   좋아요 0 | URL
^^ 이게요.. 결국 자신으로부터 편안해지는 법이더군요.
저도 참 잘 안 되는 얘기라~ㅎㅎ 이론과 실천의 간격은 너무 멀어요.

하늘바람 2009-06-09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사실 노력을 많이 안하는 스탈이라 흑흑
많이 와닿네요. 게으른사람의 빚^^

프레이야 2009-06-09 09:57   좋아요 0 | URL
그러니 으스대지 않고 겸손하고 좋잖아요^^
저같은 경우는 게으르면서도 빚 내어놓으라고 안달하지요 ㅎㅎ
오늘 여긴 잔뜩 흐려요. 빗방울이 막 떨어질 것 같아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새초롬너구리 2009-06-09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뒤통수를 치네요. 전 나름 열심히 산다고 생각했는데..그래서 오히려 더 실망감이 컸나봐요. 이 책 사놓고 안보고있었는데 가끔 들여다봐야겠어요.

프레이야 2009-06-09 23:12   좋아요 0 | URL
뒤통수 치는 글귀가 많더군요.ㅎㅎ
아무곳이나 펼쳐봐도 되니까요.
열심히 사는 것, 그게 실망감으로 이어지니 참 슬프죠.

야클 2009-06-09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제목이 참 맘에 드네요. 페이퍼 내용은 더 맘에 드네요. ^^

프레이야 2009-06-09 23:13   좋아요 0 | URL
야클님, 예쁜 따님의 백일을 축하합니다~(이미 지났겠지만요)
닮았어요. ^^

꿈꾸는섬 2009-06-09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게도 필요한 책인 것 같아요. 바로 담아가요.^^

프레이야 2009-06-09 23:14   좋아요 0 | URL
네^^

라로 2009-06-09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책 제목에 이끌려 샀는데 정말 만족해요~.
그리고 님의 말씀에 동의해요,,,실은 제가 열심히 노력하는 형이라,,,쿨럭
님의 말씀 추천과 더불어 별찜합니다.꾸벅

프레이야 2009-06-09 23:55   좋아요 0 | URL
나비님, 노력형인 거 정말 그런 것 같더라구요.
전 안노력형이에요.^^

라로 2009-06-09 23:58   좋아요 0 | URL
아이고 깜딱이야!!
댓글달고 추가로 글 올렸더만 님 댓글이~~~ㅎㅎ
얼마전 만치님의 글에 댓글 달때도 그랬는데,,,,ㅎㅎ
지금 이 순간 같은 장소에 있다는게 믿기지 않는다눙~ㅎㅎㅎ
방가방가~. 이제 들어오신거에요????
저 오늘 마더 봤다요,,,암튼

네꼬 2009-06-10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좋아한다고, 언젠가 페이퍼에 썼다구요. (그래서 어쩌라구?) 프레이야님, 이렇게 부르려니까 진짜로 외국어하는 것 같아요.

프레이야 2009-06-10 08:43   좋아요 0 | URL
네꼬님이 프레이야~ 그렇게 불러주심 더 좋다구요.^^
언젠가 쓰신 페이퍼를 못 봤네요.

치니 2009-06-10 16:07   좋아요 0 | URL
저는 네꼬님이 쓰신 그 페이퍼 덕에 이 책을 사 봤다구요. (그래서 어쩌라구?) ^-^
이렇게 두 분이 공감가는 글까지 비슷한 걸 보니, 마음이 한결 따스해져요.

프레이야 2009-06-11 00:31   좋아요 0 | URL
치니님 그랬군요. 아~ 좋아라~
 



김추기경 어록    
 
“사형은 용서가 없는 것이죠. 용서는 사랑이기도 합니다”
 





 

 

 김수환 추기경은 1980년대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87년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등 한국 현대사의 고비마다 정권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며 우리 사회의 길잡이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시종일관 웃음과 유머를 잃지 않으며 인간적인 모습으로 신자들과 국민을 이끌었다.

“지금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묻고 계십니다. 너희 젊은이, 너희 국민의 한 사람인 박종철은 어디 있느냐? ‘그것은 고문 경찰관 두 사람이 한 일이니 모르는 일입니다’하면서 잡아떼고 있습니다. 바로 카인의 대답입니다.”

“위정자도 국민도 여당도 야당도 부모도 교사도 종교인도 모두 이 한 젊은이의 참혹한 죽음 앞에 무릎을 꿇고 가슴을 치며 통곡하고 반성해야 합니다.”(1987년 1월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 발생 뒤 명동성당에서 열린 ‘박종철군 추모 및 고문 추방을 위한 미사’ 중)

“교회의 입장은 될 수 있는 대로 남북관계가 정말 호전되고, 이래서 정말 정부도…이산가족도 서로 만나게 되고 남북 교류도 있고, 이래서 점진적으로 우리가 남북이 좀 평화롭게 통일을 향해서 뭔가 노력하는 그런 것이 있었으면 하는 것이 소망이죠.”(1987년 7월 서경원 의원 방북사건과 관련한 기자회견)

“사형은 용서가 없는 것이죠. 용서는 바로 사랑이기도 합니다. 여의도 질주범으로 인해 사랑하는 손자를 잃은 할머니가 그 범인을 용서한다는데 왜 나라에서는 그런 것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습니까?”(평화신문 1993년 새해 특별대담 중 사형 폐지를 주장하며)

“진실을 밝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에는 무슨 보복이나 원수를 갚는다는 차원이 아니라 역사 바로세우기를 위해섭니다. 책임자는 분명히 나타나야 하고, 법에 의해 공정한 심판을 받아야 합니다.”(평화신문 1996년 신년대담 중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삶이 뭔가, 삶이 뭔가 생각하다가 너무 골똘히 생각한 나머지 기차를 탔다 이겁니다. 기차를 타고 한참 가는데 누가 지나가면서 ‘삶은 계란, 삶은 계란’이라고 하는 거죠.”(2003년 11월 서울대 초청강연 중)

“내가 제일 바보 같다.”(2007년 10월 모교인 동성중·고 100주년 기념전에서 동그란 얼굴에 눈, 코, 입을 그리고 밑에 ‘바보야’라고 적은 자화상을 선보이며)  

 

------- 

2009년 2월 16일, 어른이 산소호흡기의 힘도 빌지 않으려하고 조용히 고통을 감내하며 영이별의 길로 들어가셨다. 유리관 속에 누우신 모습을 사진으로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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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 2009-02-17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슴이 먹먹합니다..

전호인 2009-02-17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사회의 여러방면에서 많은 족적을 남기셨지요.
이제 더이상 이 땅에 군사정권에 대항하거나 민주화운동을 통해 존경받는 인물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그분을 편히 보내드리는 마음일 것 같아서요.

깐따삐야 2009-02-17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와 신부들이 있고, 그 뒤에 수녀들이 있고, 그 뒤에 학생들이 있을 거라는 인터뷰 한 장면이 찡하니 계속 마음에 남아요.

프레이야 2009-02-17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곳에 들어가려면 나를 밟고 가라고 하던 말씀도요.
가난한 자들을 위해 살아야한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살지도 못했다고 고해하던 모습도요.
 

 

신형 주택

김 용 준


 요즈음 거리에 나서면 재미난 풍경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장안 안답잖게 공지마다 배추 포기가 싱싱하고 소개(疏開)로 수난을 당한 터전에 회오리바람처럼 날아간 지붕이 보인다.

 벽돌집이란 이유로 가까스로 소개는 면했으나 병정화년(丙丁火年) 덕분으로 불이 났다. 벽은 으스러지고 창문은 깨어지고 전날 화단인 듯싶은 자리에는 쓰레기의 산이 솟고 하여 가며오며 그다지 유쾌한 기분은 아니더니 근자에는 이런 건축들을 의지삼아 신형 주택이 나타난다.

 발코니에 널빤지 쪽으로 제법 그럴 듯하게 고층 건축이 예쁘장하게 만들어지고 그 옆에 장독대가 놓이고 빨랫줄이 건너간다. 퇴옥파창(頹屋破窓)일망정 재민들은 이런 데서 알토란같이 산다.

  화가란 세상 사람들이 볼 때에는 일종 미치광이인지라, 내가 가장 흥미를 느끼고 사생(寫生)을 하고 섰노라니 이 집에 거하는 주인인 듯싶은 친구가 일을 하다말고,

 “여보 당신은 할 짓이 없어 이따위 집이나 그리고 다니우?” 하며 핀잔을 준다. 불난 집 불 구경을 하다가도 여러번 욕을 먹었다. 재민의 속상하는 심사를 모르고 흥미있게 보는 마음을 이해할 리 만무하다.

 “네, 잘못했습니다.”



- <근원수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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