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고달픈 나의 아내여! 사랑으로 A/S 해드릴게요


아내의 명절증후군 퇴치 위한 남편들의 애프터서비스!

추석이다. 모두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며 추석 반기는 건 아니다. 주부들은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고 가슴이 답답해진다. 과도한 가사, 가족 간의 갈등 등으로 신체ㆍ정신적 장애를 겪는 명절증후군 때문. ‘그래서’ 대한민국 소문난 애처가 5인이 모였다. 평소 ‘착한 남편’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남자들. 요리사, 한의사, 재테크전문가, 샐러리맨, 여행칼럼니스트 등 자신의 직업적 특성 살려 명절증후군 퇴치와 아내를 행복하게 만드는 비법을 마련했단다. 그들의 아내 행복 비법에 귀 기울여 볼까?


문영숙(29)씨 위한 남편 정신우(37ㆍ요리사, 아시안웍대표)씨의 ‘행복 쿠킹!’

“나의 아내, 영숙씨. 지난 5월 결혼했으니 지금 신혼 4개월 차. 남들은 깨가 쏟아질 만한 시기라는데 내가 가게일로 너무 바빠 신경 많이 못 써 미안해요. 올해 처음으로 시집에서 추석 제사상을 차리게 됩니다. 많이 힘들 거예요. 그래서 연휴가 끝나는 주말, 당신만을 위해 요리할 생각입니다. 제사상 차리기는 시댁의 가풍 따라 요리 하는 것. 거꾸로 내가 처갓댁의 가풍 따라 맛있는 요리 만들게요. 장인어른의 고향이 제주도죠. 그래서 ‘전복갈비찜’을 준비했어요. 제 정성과 손길 듬뿍 넣을 겁니다. 추석 지나면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있겠죠. 갈비찜에 생 전복과 은행, 밤, 대추 등을 넣어 건강에도 좋은 요리. 맛나게 드세요. 나랑 결혼해줘 정말 고마워요. 앞으로도 맛있는 요리 많이 해줄게요. 이다음에 생의 마지막 순간이 올 때도 저와 같이 맛있는 요리를 먹어요!”


김미경(39)씨 위한 남편 강봉석(42ㆍ조은한의원 원장)의 ‘아내 기 살려주는 사랑지압’

“결혼한 지 벌써 16년이 되었네요. 성질 급한 경상도 남자와 사느라 그간 고생 많았어요. 내가 무뚝뚝해서 마음 표현을 잘못 했죠. 하지만 매년 제사상 차리느라 고생하는 당신 모습 볼 때마다 내 마음도 편친 않았어요. 새삼스럽지만(웃음) 올해 당신 위해 선물 하나 준비했어요. 당신의 기를 ‘팍팍’ 살려주는 사랑지압. 스트레스와 가사노동 때문에 간이 많이 손상돼 있을 겁니다. 기 순환도 잘 안되겠죠. 척추 중심, 양쪽으로 약 2cm정도 되는 부위를 엄지손가락으로 지압해드릴게요. 척추 위부터 아래로 쓸어 내리듯이 10분 정도 지긋이 누릅니다. 그리고 처음 지압한 부위에서 바깥쪽으로 다시 2cm정도 되는 부위를 한번 더 지압합니다. 이 부위를 ‘방광경락’이라 부르죠. 오장육부가 모두 연결돼 있어 이곳을 자극하면 전신의 피로가 풀리고 기 순환이 잘 됩니다. 그 동안 좋은 아내, 두 아이의 좋은 엄마로 정말 수고 많았어요. 이제부터 힘들 때마다 사랑 실은 지압으로 기 살려 드릴게요.”


김은순(36)씨 위한 남편 서기수(36ㆍ재테크전문가)의 ‘펀드 통장’

“장남에 홀어머니를 모시고 있었죠. 재산도 변변치 않았죠. 그런 나와 당신은 흔쾌히 결혼해 주었어요. 고마워요. 주말도 없이 지난 몇 년 동안 재테크 강의와 회사일로 바쁘게 뛰다 보니 벌써 결혼 8년 차. 당신도 부동산 컨설턴트로 일하니 우리는 정말 ‘천생연분’인가 봅니다. 올해도 추석에 고생할 당신 위해 깜짝 선물 하나 준비했어요. 바로 펀드 가입통장! 가입 상품은 ‘한국삼성그룹 적립식 펀드 시리즈’. 최근 1년 수익률은 33.7%로 같은 유형의 평균 수익률 12.2%를 훌쩍 넘긴 상품이에요. 당신을 더욱 기쁘게 만들기 위해 약간의 목돈까지 넣었어요. 내년 추석 전까지 재테크 하며 재산증식의 기쁨도 이어가 봅시다. 물론 운용에 관해서는 언제든지 상담 요청하세요. 내 당신만은 무료 상담해주리다. 그리고 올 11월엔 당신에게 ‘유럽 여행’ 선물도 안겨드릴 겁니다. 이 약속, 꼭 지키겠어요.”


김기정(30)씨 위한 남편 맹태수(30 금강제화 제품기획실)의 ‘건강 신발’

“대학시절 소개팅 통해 당신을 만났죠. 이후 8년의 연애기간 무사통과하고 결혼으로 골인! 특히 군복무시절 고무신을 거꾸로 신지 않아준 당신. 정말 고마워요. 직업이 임상병리사라 매일 새벽에 일어나 출근하는 당신 보면 마음이 아파요. 항상 웃는 낯으로 우리 부모님을 모셔 ‘내가 결혼 하나는 잘했구나’ 싶네요. 올해로 당신은 시집에서 세 번째 명절을 맞게 되네요. 당신을 위해 소박한 선물 마련합니다. 좋은 신발제품을 설계하고 기획하는 것이 내 전문! 그래서 가장 편한 신발을 골랐어요. 편한 신발은 일단 가죽이 부드러워야 합니다. 그리고 굽이 낮고, 밑창 부분에 쿠션이 적당하게 들어있는 신발이 좋죠. 항상 서서 일하는 당신에게 그만입니다. 그리고 회사동료에게 발 마사지하는 방법도 배웠어요. 올해 당신의 명절증후군은 내가 완벽히 날려줄게요.”


설희정(32)씨 위한 남편 이태훈(36ㆍ여행전문 칼럼니스트)의 ‘간이역 여행’

“결혼한 지 7년 만에 첫 임신한 나의 아내, 희정씨. 그 동안 아이 안 생겨 노심초사했죠. 이제 마음 푹 놓고 함께 출산 준비해요. 나는 여행전문칼럼니스트, 당신은 스튜어디스. 일주일에 잘해야 하루 이틀 정도 얼굴 보며 살아왔죠. 서로 자주 볼 수 없으니 아직까지 신혼 기분 낼 수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올 추석에는 당신을 위해 1박2일의 짧은 여행을 가려 합니다. 친척들로 북적대는(?) 한가위 잔치를 뒤로하고 한적한 간이역을 향해 떠나요. 영화 ‘편지’의 무대가 되었던 ‘경강역’.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경춘선에 몸 싣고 대성리와 청평 지나면 경강역이 기다립니다. 역사(驛舍)가 참 아름답죠. 사람 사는 정이 은근히 묻어나는 그곳에서 연애시절의 추억 떠 올리며 철길을 함께 걸어요. 하루 푹 쉬고 오면 명절후유증이 말끔히 가실 거예요. 열심히 일한 당신, 함께 떠나요~”


애처가 5인의 추석맞이 아내 위한 행복 5계명

* 아내를 위해, 문제가 생길 때 한발 짝 물러나 양보하겠습니다. 더 많은 여지가 보여요.
* 아내를 위해, 하루에 적어도 30분씩 함께할 수 있는 취미를 갖겠어요.
* 아내를 위해, 게으름 피지 말고 운동 열심히 해 S라인 만들겠어요.
* 아내를 위해, 하루에 3번 이상 전화하겠어요.
* 아내를 위해, 매달 1번씩 세상에 둘도 없는 특선 요리를 만들겠어요.

행복플러스
글 전범준기자 jbj@chosun.com
사진 허재성기자 heophot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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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이름은김삼순 2006-09-30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핫, 정말 이런 자상한 남편분들이 많을까요? 배혜경님의 옆지기분은 어떠실지요, 곱고 연약한 님 많이 도와드리고 힘이 되어주셔야 할텐데,,^^
겨우 3시간 자고 목욕 다녀오니 사실 지금도 댓글은 달지만 약간 몽롱한 상태에요,
이러다 앉은 채로 졸겠어요,ㅎㅎ
벌써 주말이네요, 가족들과 즐거운 주말 보내시구요,^^

Mephistopheles 2006-09-30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정한 애처가는 저렇게 표내지 않는데........
-포에버 머슴 메피스토-

프레이야 2006-09-30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순님, 정말 몽롱하겠다.. 좀 쉬세요. 몸도 약한데 삼순님 쓰러지면 안 된다구요^^
메피스토님, 맞아요 맞아!! 저렇게 표내지 않는 진정한 애처가이실 것 같아요^^

전호인 2006-09-30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례지내고 오후 2시부터 친구들 모임이 부부동반으로 있답니다. 친구들의 계획은 사람들이 몰려오기전에 아내들을 모임에 빼돌려(?) 쉬게 해주자는 데 있다는 것. 그런 후 청주로 나오서 영화를 보고 밤을 세운답니다. 자유를 만끽하면서 그렇기 때문에 옆지기들의 명절증후군을 날려보내곤 하지요.

비자림 2006-09-30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편의 사랑으로 위안은 되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안되니.. 좀 간소하게 차리고 가족들이 함께 어울려 노는 문화가 정착되면 좋겠어요.

프레이야 2006-09-30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호인님, 그렇게 깊은 뜻이~~ 정말 좋은 아이디어네요. 옆지기님 행복하겠어요. ^^
비자림님, 그래요,, 명절도 집집마다 사정이 다르긴 하지만 짐을 나누어 가지면 좋겠단 생각이 들어요.^^ 주말 행복하게 보내시길..

꽃임이네 2006-09-30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함께하는 명절 문화로 바뀌어야 해요 ,우리 집에선 잘하면서 본가 가면 시어머님 땜시 ,,아주 어린아이로 돌변해 버린다죠 ,ㅠㅠ
열심히 일하고 있겠죠 ,,전

프레이야 2006-10-01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임이네님 사랑스러운 며느리이실 것 같아요. 분명히 그럴거에요^^
 

생각 깊은 나무


처음으로 쇠가 만들어졌을 때
세상의 모든 나무들이 두려움에 떨었다.
그러나 어느 생각 깊은 나무가 말했다.
"두려워할 것 없다.
우리들이 자루가 되어주지 않는 한
쇠는 결코 우리를 해칠 수 없는 법이다."


- 신영복의《나무야 나무야》중에서 -

 

아침편지를 읽다 참 좋은 글귀에 잠시 쉬어갑니다. 쇠가 힘을 쓸 수 있게 손자루가 되어주는 나무. 나무의 의연함과 자신감은 남을 먼저 생각하는 힘에서 나오는군요.  나무의 미덕과 사려깊음을 생각하며 하루를 시작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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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인생. 2006-09-26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인생이 힘들다고 느껴질때마다 신영복 선생 글을 읽으면.
그 사소함앞에 어리광 피우던 제마음이 움푹 숙여집니다...

바람돌이 2006-09-26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영복 선생님 스스로가 큰나무이기도 하지요.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 하루도 기운차게 아자 아자!!! ^^

프레이야 2006-09-26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좋은 아침이에요^^ 정말 우리들도 한 그루의 나무인데 제 구실을 잘 해야겠어요.

춤추는인생님, 사소한 불평들이 죄스러울 때가 많지요..

2006-09-26 0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우와 연우 2006-09-26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네요. 우리가 자루가 되어주지 않는한 쇠는 우리를 해치지 못하는법이지요...^^

씩씩하니 2006-09-26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정말,,너무 뜻있는 구절인걸요...
나무가 없으면 할 수 없는 일들이 참 많네..싶어요~

하늘바람 2006-09-26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감사해요

전호인 2006-09-26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구든지 무엇이든지 모두 자기의 역할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망각하지 않으면 모든 일에 최선을 다 하면서 살 수 있을 텐데 말이죠
 

흔히 ‘부부는 닮는다’고 말한다. 이 말은 상당히 비과학적이다. 아무리 오래 살아도 DNA가 섞여 가는 것도 아니고, 서로를 오랜 시간 본다 하여 얼굴 형태가 변하는 것도 아닐테니 말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결혼한 지 20년이 지난 부부는 누구라도 사진만 보고도 부부임을 짝지을 수 있다. 심지어 약혼자나 결혼한 지 채 10년이 되지 않은 부부 역시 가려낼 수 있다. 그만큼 부부는 닮았다는 얘기다.

최근 영국의 리버풀대 연구진은 ‘부부가 오래 살면 살수록 닮아간다’는 비과학적 사실을 과학적 사실로 밝혀냈다. 얼마나 자주 웃느냐 찡그리느냐에 따라 특정 얼굴 근육과 주름이 당기고 펴지면서 결정되는데, 오래 살수록 부부의 감정 표현이 비슷해지면서 근육과 주름의 움직임이 같아져 얼굴 표정이나 인상이 닮아간다는 것이다. 즉 결혼생활을 하면서 부부가 서로 웃고 즐긴다면 둘 다 좋은 인상을 갖게 되고, 서로 싸우거나 인상을 많이 쓰면 결국 주름이 많이 느는 얼굴 형태로 바뀌게 된다.

그런데 부부가 닮았다는 것은 가치관이나 성격을 얘기하는 것일 수도 있고, 스타일이나 외모, 식성이 닮았다는 뜻일 수도 있다. 성격이 닮아가다 보면 서로 같은 생각을 하게 되고, 같은 가치관을 갖게 되고, 같은 걱정과 같은 즐거움을 공유하다 보니 같이 웃게 되고, 따라서 서로서로 풍기는 인상이나 행동이 비슷해지는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부부가 길게는 몇십년을 함께 살면서 전혀 닮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한 일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부부는 병도 닮는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한 집에서 같은 음식을 먹고 사는 부부는 같은 식성을 갖게 되고, 같은 운동습관에 음주․흡연처럼 나쁜 생활습관도 닮아가기 때문에 병도 유사한 질병에 걸리게 된다는 것이다. 당뇨와 고혈압, 고지혈증, 복부 비만 등의 질병을 조사한 결과 부부는 비슷한 병을 함께 앓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일부 과학자들은 “부부는 닮아진 것이 아니라 원래 닮아 있었던 것”이라고 말한다. 최근 뉴욕타임스에 보도된 내용을 보면 부부는 닮아가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자신과 닮은 이성에게 더 매력을 느끼고, 자신과 닮은 사람을 더 신뢰하며, 자신과 닮은 이성을 배우자로 선택하여 결혼한다고 한다. 자신과 비슷한 성향의 배우자를 선호하는 것은, 장기적인 관계에서 충돌이 적고 원만한 사이가 유지되며, 아이를 기르는 데도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의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프로이트는 일반적으로 감수성이 예민했던 어린 시절에 본 부모의 모습을 닮은 이성에게 서로 끌린다고 주장했다. 자신과 가장 유사한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는 부모의 얼굴을 연상하기 때문이며, 내면적인 성격이나 가치관에 국한된 게 아니라 외모가 반드시 포함된다고 한다.

과학자들은 부모를 닮은, 즉 자신과 유전자가 비슷한 배우자를 선택하는 근연교배가 특정 환경에 잘 적응한 유전자들을 더욱 잘 보존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유전적 특성이 비슷한 부부일수록 행복지수가 높다고 한다. 성격이나 체형이 비슷한 커플일수록 유전적으로도 비슷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까 성격과 체형이 비슷한 부부일수록 행복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그럼 애초부터 나와 닮은 사람을 배우자로 찾아나서야 할까. 과학은 이렇다, 저렇다고 하나의 답을 말해주지 않는다. 특히 사람의 감정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사람들은 자신을 이해해 주고 배려하는 사람에게 이끌린다는 점이다. 얼굴이 하나도 닮지 않았어도, 체취가 딴 판이라 하더라도 상대에게 진심으로 익숙해지려고 노력한다면, 상대는 나를 자신과 닮은 사람으로 여기게 될 것이 분명하다.

부부는 3주 서로 연구하고, 3달 사랑하고, 3년 싸우고, 30년 참고 견딘다고 한다.
‘다름’으로 만나 ‘같음’으로 사는 게 부부다. 부부가 서로를 닮으려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서로에게 바치는 최상의 배려이자 이해다. 좋은 부부는 그래서 닮을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글 :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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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15 14: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6-09-15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30년이면 더 참고 견뎌야하나봐요. 아직은 닮았다는 느낌이 덜 드는 걸 보면요. 그러고 나면 어떤 시간이 찾아올까요? ^^

씩씩하니 2006-09-15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주 서로 연구하고, 3달 사랑하고, 3년 싸우고, 30년 참고 견딘다..........
근대여,,전 14년차인대..지금도 싸우는걸요???ㅋㅋㅋ
참고 견딜 시간이 줄어드는건가? 글구여,,전 별루 닮고 싶지 않은대...어쩌죠? 큰일이네...

프레이야 2006-09-15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씩씩하니님, 저도 18년차인데 아직도 싸워요. 하지만 전과 다르다면 참는 부분도 늘어간다는 것이에요. 그러니 과도기란게 있는건가요? ㅎㅎ

2006-09-15 2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6-09-15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100 미터 달리기선수같이 가을을 향해 퍼붓는다는 표현이 좋으네요^^

전호인 2006-09-16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학적으로까지 증명을 하다니 대단합니다. 뭘 과학적으로까지 다 증명을 하고 그러나 그래..... 그러고 보면 우리 조상들이 대단합니다. 부부는 닮는다는 말을 하셨으니까여. 그리고 그분들께서 살아가시는 민간요법이 과학적으로도 해명할 수 없는 그런 과학이 있다고 하니 말입니다.

프레이야 2006-09-16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호인님, 그러게요^^ 연륜이 묻어나는 말, 참 지혜롭지요.
 
 전출처 : 물만두 > 신들의 정원 - 철새 공화국 을숙도

 
 
 

 

 

 

누군가 을숙도에 서면

휘바람 같은 한숨이 나온다고 하고

혹자는,

우리가 죽인 섬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아직 을숙도는 죽지 않았고

다만 푸르게 슬픔을 토해내고 있습니다.

 

생명이 살아 있는 땅은 비단 새들의 고향 만은 아니며 우리가 돌아 가 뿌리 내려야  할 곳입니다.
아픔의 땅이기에 우리는 이곳에서 희망을 버리지못합니다.

 

◀ 그림을 클릭하시면 아픔의 땅 을숙도 현장으로 들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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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미미달 > [퍼옴] 영화평론가 심영섭 - 내가 영화를 사랑하는 방법

상담자로서 일을 하다 보면, 가끔 사람들은 “언제 상담을 관둬야 하는가?”라고 물어 볼 때가 있다. 그 질문은 “언제 사랑을 관둬야 하는가?”라고 물어 보는 것만큼이나 곤혹스럽고 모호하지만, 한 가지는 알고 있다. 상담은 내담자(상담 받는 사람)가 ‘이 상담이 영원히 지속되었으면……’ 하고 바랄 때 그때가 바로 ‘the end’라는 마침표를 찍어야 할 때인 것이다.

상담이 잘 되는 날은 내가 좋은 사람이 된 것 같고, 누군가의 인생에 뿌듯이 끼여 들어 옆 좌석에 앉아 함께 운전을 한 것 같고, 또 마음의 오솔길을 단 둘이 산책 한 것 같기도 하다. 비록 한 순간이라도 우리는, 내담자와 상담자는, 같이 살았다는 느낌이 든다.

좋은 영화도 마찬가지이다. 가끔 만나는 ‘인생의 영화’들은 삶의 단층 속에 깊이 깊이 숨어 들어 나도 모르는 사이 저절로 뿌리를 내린다. 조그만 씨앗 같던 그것들이 이윽고 잎을 내고 새 순을 틔우며 마음속에서 자라는 순간 나는 영화로 밥을 먹고 산다는 것에 대해 자다가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천장을 바라보며 빙긋이 웃는다. 어차피 이래도 저래도 봤을 영화. 이젠 글까지 쓰며 돈까지 받으며 본다!

영화를 사랑하는 첫 번째 방법은 영화를 많이 보는 거다. 그건 이미 트뤼포도 말한 영화 사랑의 ABCD에 해당하겠다. 나는 여기에 ‘많이’라는 말이 ‘양’이라기보다 ‘질’적인 측면의 ‘영화와 함께 있기’라고 생각한다.

일단 개인적으로 영화를 볼 때 팝콘을 먹지 않는다. 어떤 때는 배고픔을 살짝 속이는 정도로 먹고 아니 굶고 들어가기도 한다. 좋아진 영화는 꼭 다시 본다. <올드보이>때처럼 앉은 자리에서 내리 세 번 보기도 하고, 다른 사람과 함께 보면 영화에 대한 느낌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기 위해 여러 사람을 파트너로 바꾸어 가며 보기도 한다.

대사를 외우고 배우 얼굴이 눈을 감아도 둥근 달처럼 떠오르는 이 지경이 되면, 굳이 물리적 영화를 비디오에서 리플레이해서 다시 틀 필요가 없다. 언제든 마음속에 머릿속에 가슴속에 영혼 깊이 각인된 영화를 턴 온 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때는 마음의 극장에서 <<브로크백 마운틴>의 두 카우보이가 말을 달리고,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찌푸린 얼굴이 영사된다. 일종의 내면의 영화, ‘inner movie’가 되어버린 어떤 영화들이 많아질 수록, 저절로 영화에 대해 할 말이 아니 쓸 말이 생기게 되어 안절부절 못하게 된다.

그것은 비유하자면 이렇다. 미용사가 이미 자기가 깎을 머리를 지금 앉아 있는 손님의 머릿속에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가위로 오리는 수준이 아니라, 황야에서 말을 달리듯 냅다 보이는 대로 잽싸게 가위놀림을 하게 된다. 질적으로 영화를 보게 될 때, 영화는 귓속에다 대고 여러 가지 재미있는 통찰들을 속삭여 준다. 그때는 손이 글보다 먼저 자판을 달리고, 자판보다 먼저 써야 할 말들이 질풍노도처럼 귓가를 스친다.

그렇게 글을 쓰고 영화계에서 뿌리 내리게 된 어느 해던가, 나에게도 갑자기 이상한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영화가 어느 순간 느리게 흘러가는 것이다. 마치 내 눈이 미세한 카메라가 된 듯이 컷들이 툭툭 불거져 보이면서, 이 컷들이 붙인 이음새가 보이기 시작했다. 자연 텍스트 위주의 글쓰기에 변화가 생겨났다. 영화를 보며 자꾸 이상한 질문을 하게 된다. ‘아 저 컷 다음에 왜 저 컷을 붙였을까’, ‘저 장면은 어디서 찍었을까’, ‘카메라는 어디에 있는 거지’ 등등등.

이젠 머릿속에서 영화가 영사가 되는 게 아니라, 머릿속에서 영화가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둥둥 날던 컷들이 서서히 붙고, 이어지고, 또 본래 봤던 영화에서 컷들이 순서나 각도를 달리 바꿔 보기도 한다. 이제 내면의 영화는 말을 하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즉물적으로 내 앞에서 자신이 만들어졌던 과정의 비의를 보여준다. 그러면 이젠 거꾸로, 엘리베이터에서 카메라를 가져다 대거나 한 평도 안 되는 방에서 30분 이상 버텨낸 감독들이 존경스럽고, 카메라맨이 위대해 보이고, 배우가 안쓰러워지기 시작한다.

그 이상은 나도 모른다. 남편은 이제 찍는 것만 남았다고 하면서, 찍기만 하면 이혼이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이젠 어디로 갈까. 사거리 교차로 앞에서 바람이 부는 황야에서 혼자 서 있다. 이제는 뭘 더 해야 할까. 아마도 극장 안에서 영화를 보다 죽든가, 내 이름자 박힌 영화를 틀던가, 영화를 가르치다 고꾸라지던가……. 뭔가 끝을 보는 것만이 남아 있다는 진한 예감을 지울 길이 없다.

그리하여 영화여 고마웠다오. Thank you for the movie!! 영화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 때, 나는 이제 영화와 헤어져도 좋은 날이 왔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날이 아주 멀리 오기를 바라지만, 어쩌면 아주 빨리 들이 닥칠지도.

그래서 나는 오늘도 극장에 간다. 영화 보러 간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러 간다. 영화와 조금만이라도 더 함께 살려고, 그곳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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