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희령이가 부쩍 말수가 많다.
어젯밤에는 엄마와 아빠에게 각각 장문의 편지를 써서 주더니...
엄마랑 산책하고 싶다며 종알거리는 애를 데리고 오후 늦게 나갔다.
공원을 산책하려다가 왠지 가까운 바다로 가고 싶어졌다. 아이를 꼬드겼더니 금세 발길을 돌려준다.
토요일 오후라 사람들이 많이 나왔다. 물론 자동차들도 서서히 기어가고 있다.
어렵게 주차할 곳을 찾다가 별다방 주차장에 차를 대어놓고 들어갔다. 한 시간은 무료가 되니까.
희령인 오렌지주스를 나는 카페라떼를. 통유리 밖으로 마주보이는 광안대교 불빛이 보라빛이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바다색이 어느새 짙어지고 어둠이 내려앉고 있었다.
희령이랑 이야기를 나누면 기분이 좋아진다.
친구들 이야기, 좋은 친구와 나쁜 친구, 지금 자신감을 갖고 열심히 하고 있는 것들,
앞으로 아나운서보다 외교관이 되고 싶다는 말, 자기가 생각하는 남편감과 자녀계획까지..
사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고 하느님이 주시는 대로 딸이든 아들이든 감사한 거라고 말해주었더니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응, 그러면 남매가 좋겠네, 란다. ^^
장난꾸러기 남학생들이 방학 때 길에서 만나니까 무지 점잖고 착해졌더라며 이상하다고 갸우뚱..
철이 드는 거겠지, 라고 했더니 어제 수업온 5학년 오빠들은 왜 그렇게 유치하냐고 반문한다.
남학생들은 원래 좀 유치해, 라고밖에 할 말이 없었다. 근데 이거 맞나? ^^
내일 노랑할아버지 생신 카드 써야겠다는 말, 자기는 누구 어른스러워 보인다고 하면 좋지만
너무 아이 취급하면 싫다는 말, 하지만 어른들은 젊어보이는 게 좋더라며 할아버지는 올해 일흔여섯
되는데도 참 젊어보인다며, 엄마 아빠도 그렇다는 말을 빠뜨리지 않는다.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이 제일 듣기 좋아하는 말을 알고 기혈을 누르듯 꼭꼭 짚어주는 아기여우~
난 엄마가 참 마음에 들어,,, 엄마는 우리희령이가 제일 좋은 걸,,,
이렇게 닭살멘트를 서로 날려주었다.
결론은 희령이는 엄마아빠 같은 사람의 딸이라 무척 행복하고,
난 행복해 하는 희령이를 보면 제일 행복하다는 것. ㅎㅎ 사진이나 한방 찍자꾸나, 김치~
<마음 내키면 꼭 저렇게 귀걸이를 하고 나오는 희령꽁주, 귀찌인데 귀를 뚫은 것 같이 보이고 예쁘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