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년이면 아이들 담임선생님이 누굴까, 궁금해하고 조심스럽게 걱정이 되기도 하는 건 아이들보다 엄마들 쪽이 더 그렇다. 이끌어주는 혹은 함께 어울려 지내는 선생님의 철학이나 취향에 따라 일년을 줄곧 지낼 반 아이들의 생활은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 아이들이 자라는 긴 연장선상에서 보아도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 어렵지 않다.

이사 오기 전 지인과 오랜만에 전화통화를 하면서 아주 걱정스러워지고 마음이 안쓰러워졌다. 작은 아들이 2학년인데, 이번 담임선생님이 하는 일에 엄마는 아주 화가 나 있었다. 50대 여선생님이신데, 예를 들자면, 일기는 매일 한 쪽을 넘지않게(모자라지도 넘지도 않게), 독서감상문은 일주일에 세 편, 수학문제 매일 20문제 풀기, 받아쓰기 매일 20문제(문장으로), 틀리면 두 번씩 더 쓰기 같은 것을 하루도 그르지 않고 시킨단다.

그보다 더 한 것은 쉬는 시간 10분 동안 교실 밖을 나가지 못하게 하고 다음 시간 교과서 꺼내놓고 제자리에 그대로 앉아있기, 화장실 갈 사람만 나가는데 늦게 돌아오면 회초리(아니면 바로바로 손이 올라간단다), 일기 검사도 무성의하게 도장만 꽝, 노 코멘트, 색종이접기 같은 작은 과제수행도 선생님 눈에 들 때까지 새로 해 오기.

자유분방한 사고를 하고 틀에 너무 매이는 것을 못 견뎌하는 이 아이는 며칠 째 열이 펄펄 끓어 결석하고 집에 누워있었다. 몸보다 마음이 훨씬 고단했던 게 아니었나 싶다. 아이들이 이런 식으로 상처받고 규격화되는 게 난 너무 싫다. 선생님께 한번 하소연을 하니 돌아온 대답은 '독후감 쓰기 싫으면 안 해도 됩니다. 일기도 그렇구요' 이더란다. 하지만 그런 것으로 스티커를 주고 평가서에 내용을 쓸 것인데, 무엇보다 아이를 열번이고 돌려보내며 해오라고 뭉갤 것인데, 어떻게 안 하게 내버려두냐고 엄마는 아주 울먹이고 있었다.

내용보다 형식을 더 차리려 하는 건 아닐까. 그런 식으로 눈에 보이는 평가를 하여 나중에 기록부 작성도 용이하고 눈에 드러나는 실적도 있으니, 선생님 입장에선 효율적이라 생각하나보다. 하지만 그럴 시간에 아이들이 써서 제출하는 일기장에 풀어놓은 이야기를 눈여겨 보고 아이들 마음에 다가가는 답글 한 줄이라도 써 주는 게 훨씬 나은 교육이라 생각한다. 아이들이 공공연히 마녀라고 부른다는데, 이 선생님은 무엇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지, 아이를 생각하면 영 마음이 개운치않고 입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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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아침 7시에 요가를 하고 집에와 희원이 학교 보내고, 희령이 유치원 갈 준비해서 셔틀 태우고, 특강을 들으러 갔다. 내용은 <책 만들기>인데 독서지도할 때, 혹은 방학 과제물로, 혹은 평소에 그냥 재미있는 추억거리로, 여러모로 응용하여 활용하면 참 좋을 것 같다.

<<책을 읽는 것과 책을 만드는 것은 서로 다른 정신 활동을 필요로 한다. 책을 읽을 때는 지은이의 생각을 정확히 파악하고 내 것으로 재해석해서 받아들이면 된다. 그에 비해 책을 쓰거나 만들 때는 훨씬 차원 놓은 지적 작업이 요구된다. 그런 이유로 책 만들기 과정은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체험 과정이라고 말한다.

책 만들기는 단순한 종이접기나 그리기 또는 글쓰기 작업이 아니다. 한 권의 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통합적인 과정이 필요하다. 책 만들기는 다양한 정보를 흥미롭고 적극적으로 즐기며 표현하는 활동이다. 또한 일률적인 형식과 내용을 지닌 상업화된 책과 달리,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책을 만든다는 것이 '책 만들기'의 매력이다.>>

책 만들기의 교육적 가치로는 <* 자료수집과 정리를 통해 지식을 얻는다. * 자료를 선별하고 재구성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 흥미가 없는 분야도 책을 만들면서 흥미를 갖게 된다.  * 창의적인 사고력과 상상력을 길러준다.  * 자발적인 읽기와 쓰기를 통해 읽기와 쓰기 능력을 발달시킨다.  * 스스로 만족감을 느낀다.> 정도로 요약된다.

<<책 만들기의 실제>>

책을 만들기 전에 준비하는 시간은 매우 중요하다. 역사적인 사실이나 과학적인 정보 같은 특정한 주제를 다룰 경우에는 좋은 아이디어를 모을 수 있도록 자유롭게 토론하는 시간을 갖는다.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주 전부터 미리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글을 써보는 시간을 갖는다.

<주의사항>

* 종이를 접을 때는 선이 또렷하게 나타나도록 손톱 끝이나 자 등으로 꼭꼭 누르거나 훑는다.

* 효과적으로 책의 모양을 잡기 위해서는 접는 부분을 명확하게 해둔다.

* 자르는 선은 실선, 접는 선은 점선이다.

 

<자료 책 만드는 순서>

주제 선정하기 / 자료 수집 / 책의 형태 결정 / layout 잡기 / 만들기 / 책표지 만들기

<이야기 책 만드는 순서>

이야기 쓰기(또는 선정하기) / 책의 형태 결정하기 / 이야기를 단계별로 나누기 / 단계별로 중요장면의 그림을 그리거나 꾸미기 / 내용을 간단하게 쓰기 / 책표지 만들기

 

## 기본책 만들기부터 3가지의 기본응용책, 비밀일기장, 액자책, 계단책, 지그재그책, 솟아오르는 책(pop-up book) 까지 만들었다. 준비물로 챙겨간 색상지와 가위, 칼, 리본 같은 것으로 접고 오리고 끼우며 학생이 된 것 같았다. 각각의 순서를 상세히 설명하면서 그림으로 그려보여주어야 하는데, 이곳에 그 내용을 다 올리기는 내 한계상 어렵다.

동시, 역사, 인물, 음악, 과학, 동화쓰기, 이야기단계별 요약, 화첩... 어느 영역이든 책만들기 작업으로 통합접근을 시도하면, 틀에 박히기 쉬운 독서활동이 다양하며 활동적인 시간으로 흥미로울 수 있겠다. 무엇을 안다는 것은 시각으로 인식하는 게 90%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보다 더 좋은 자료가 없을 것 같다.

게다가 아이들과 어른이 함께 참여하며 손수 하는 활동이니만큼 아이들간에는 물론, 아이와 어른의 유대관계도 더 좋아질 것이다. 색색의 고운 종이로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계단책은 내용을 찾아보기에도 좋고 보는 것만으로도 무지개를 보는 기쁨이 일렁인다. 솟아오르는 책은 두께가 있는 종이를 선택하여 책장을 펼치면 힘차게 톡~하고 튀어오르게 하는 게 중요하겠다.

'메이킹북, 한 장의 종이로 만드는 팝업북 31가지(폴 존슨 지음, 김현숙 옮김, 아이북펴냄)' 라는 외국책도 참고해 볼만 하단다. 하지만 종이의 규격이 우리 것과 달라 다소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기본에서 응용은 자유자재로 할 수 있을 것 같다. 

'길'이라는 주제로 선생님이 만들어 놓은 책을 보여주셨다. 유독 '길'이라는 말을 좋아한다며 '길'에 관한 시에서부터 여러가지를 모아두었다. 이 책은 끝이 난 게 아니라, 계속 되고 있다며 뒷장을 흔들어 보여주었다. 한 달에 한 권쯤, 아니면 일년에 두 번 방학을 이용하여,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책 한 권을 아이 스스로 만들어보는 뿌듯함을 선물해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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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ninara 2004-03-16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책만들기 특강 들었어요..그래서 아파트문고에서 제가 강의도 했답니다..^^
엄마들 일곱명 모아서 한 조촐한 강의지만..
혹시 저와 같은 분에게 들은거 아닌가요? 책만들기가 아직 일반화 된것은 아니라고 하던데..
일산 사시는 여자 선생님에게 들었어요..영국에도 다녀왔다고하시더군요..책만들기 공부로.
지난 여름에 안양시청에서하는 학교도서관자원봉사자를 위한 3일짜리 강의에서 들었습니다 ..(저는 학부모도 아니면서 얼떨결에 따라갔답니다)

프레이야 2004-03-16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변옥* 님인데, 글쎄요...
전 원래 뭘 샤브작샤브작 만들기를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요, 아이들은 좋아하드라구요.
엄마의 취향때문에 아이들이 뭘 해보지도 못하면 안 되겠다 싶어요.
수니님은 역시 아파트에서도 인기짱이겠어요^^

책읽는나무 2004-03-16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은비님이나 여러님들의 아이들 책을 만들어주는 페이퍼를 구경하면서 참 멋있다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세상에서 내아이를 위한 단한권의 책!!.....나도 만들어주고 싶단 생각만 했지...어떻게 손을 대야하는지 통 감을 못잡겠더군요...(그림실력도 모자라고..손재주가 없는 편이고..또 창의적인 무언가를 만드는것엔 영~~ 무언가 실체를 보아야 응용을 하여 만드는 스타일이라...)정말 책을 읽는것과 만드는것은 천지차이라는걸 깨달았습니다....그런데 저런 특강을 듣는다면 어느정도 감이 잡힐듯싶네요....도대체 저런건 어디서 듣나요??...암튼..그래도 님덕분에 저런것도 있구나~~ 다시한번 감탄했습니다..수니나라님은 직접 강의를 하셨다구요??...대단하십니다...팔방미인이시군요..^^

프레이야 2004-03-17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읽는 나무님, 제가 들은 특강은 검은비표 그림책 종류가 아니라서 그림실력은 별로 요구되지 않구요, 초등생과 중등생 정도에 촛점을 맞춘 책이에요. 먼저 만들 책의 종류에 따른 자료수집이 우선이에요. 인터넷자료도 백분 이용하구요. 사진 스캔도 하여 이용했더군요. 글은 직접 쓴 것보다 워드로 작성하여 붙이구요. 동시화집 같은 경우는 아이들 스스로 그림을 그려도 예쁘겠네요.^^ 이런 책의 장점은 책장을 무한대로 늘려갈 수 있다는 것이더군요. 뒤에 연이어 붙여서요.

sooninara 2004-03-17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혜경님이 지방 사시죠..저는 수도권이라고 착각해서..강사님이 다른것 같네요.^^
그리고 나무님..정말 책만들기 실력보다는 정성이랍니다..입체카드 만들기 생각하시면 ㅣ슷해요..책을 여러가지 모양과 방법으로 만들어보는거죠. 팝업북이라고하나요? 펼치면 딱 솟아나는 책^^ 제가 강의 했다니까 대단한거같죠? 여러가지 형태의 책만들기중에 입체북 포함해서 6가지 정도 책을 만들구요...책에대한 여러가지 대화를 더 많이 나누는거였습니다..
강의들은 엄마들이 카드 만들기에 응용하겠다고 좋아라 했다는^^
 

일곱살 희령인 요즘 피겨스케이팅을 아주 재미있어하며 배우고 있다. 유치원 마치고 바로 그 뒷편에 있는 아이스링크로 와서 3시10분부터 강습을 시작한다. 나는 로비의 유리창 밖으로 내다 보고 있으면 희령인 노란 셔틀에서 달랑 뛰어내려 손을 흔들어 주며 친구들과 선생님을 보내고는 내가 시킨대로, 양쪽을 한번씩 살피고 얼른 길을 건넌다. 좁은 길이지만 차가 다니는 편이라 그렇게 당부를 해뒀더니 양쪽으로 토끼처럼 묶어준 머리가 대롱대롱거릴 정도로 고개를 흔들며 살피는 눈이 꼭 토끼같다.  

2층에서 보관해둔 신발을 찾고 3층으로 올라가면 선생님이 언제나처럼 신발의 끈을 차근차근 매어주신다. 스피드스케이트는 끈을 꽉 당겨서 조여신어야 하지만, 피겨는 약간 여유를 주어야 발목이 부자연스럽지 않단다. 하얀색 신발을 신고 서면 아주 예쁘다. 스피드스케이트를 한달 동안 하면서 희령인 줄곧 피겨하는 언니들을 눈여겨 보았던 것이었다. 예쁜 옷을 하늘거리게 입고 아름다운 동작을 펼치는 언니들을 보며 아주 부러웠던지 어느날 제법 진지한 얼굴로 피겨를 하고 싶다는 거다. 순간의 변덕을 부리는 건 아닌지, 요모조모 탐색을 거친 후 나는 한번 시작하면 열심히 변덕부리지 않고 해야한다고 다짐을 해두고 아이가 원하는 것을 시작해 주기로 했다.

역시 자기가 원하는 걸 자발적으로 골라서 하는 아이들은 태도가 다르다. 초롱한 눈으로 즐겁게 참여하고 아주 행복해한다. 피겨스케이트의 칼날은 측면에서 보면 완만한 곡선을 이루고 있다. 회전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란다. 스피드스케이트화에 익숙해있던 아이는 앞뒤로 균형을 놓치고 몸이 흔들리기 일쑤라 처음엔 신발에 어서 익숙해지는 게 우선이란다. 허리를 곧바로 세우고 등을 쫙 펴고 턱도 적당한 각도로 두고 어깨와 팔에 힘을 빼고 걷기 부터 시작했다. 요새는 항아리모양을 그리며 걷기를 하는데 아주 재미있어한다. 자세가 바르고 아름다워질 것 같다.

희령인 꿈이 아나운서가 되는 것이다. 의사도 되고 싶단다. 두가지를 다 하고 싶다는 거다. 어떻게 둘 다를 하면 좋을까?, 하니 대답이 걸작이다. "의사는 6시쯤 되면 병원문 닫으니까 그때 방송국에 가서 저녁뉴스를 하면 되지." 이러는 거다. 세상에 직업의 종류가 무수하다는데, 정말 이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기상천외한 직업도 나올 것이고 이런 식의 1인 다역의 사회인도 있을지 모르겠다. 

나는 가정조사란에 엄마가 희망하는 아이의 직업란을 쓰려면 늘 막막하다. 내가 아이들에게 뭐가 되라고 어떻게 희망할 수 있을까. 그저 어떻게 사는 사람이 되라고는 말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아이의 적성과 심성, 특성을 고려해보고 그저 희망사항이란 점에 의미를 둔다면 희원이는 분석적이고 준법적이고 논리적이니 판사 같은 직업이 어울릴 것 같고 희령인 따뜻하고 임기응변도 있고 남의 감정을 잘 헤아리는 편이며 말하는 걸 좋아하니 방송인도 괜찮을 것 같다.

솔직히 누가 어릴 적 꿈이 뭐였냐고 물으면 내가 좀 한심한 생각이 든다. 그저 선생님 또는 좀 커서는 대학교수, 뭐 이랬으니까 말이다. 그러면 그걸 위해 구체적인 노력을 했나하면 그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아이들은 장래희망이나 꿈이 뭐냐고 물으면 아주 난감해한다. 너무 많아 다 말할 수 없다고 하는 아이는 오히려 다행이다. 더 많은 아이들은 뭐가 되야할지 모르겠다. 또는 부자가 되고싶다, 이정도로 대답한다. 하기야 나도 그맘때 꿈이 뭐였더라, 생각해보면 뭐라 내세워 말하기가 곤란하다.

내가 뭘 원하는지를 제대로 보고 찾아내는 게 중요하겠다. 내가 진실로 원해서 하고 싶은 게 뭔지를 자신에게 묻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아이에게도 이런 질문을 가끔은 던져주어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시간을 슬쩍 주는 것도 좋겠다. 하지만 지키고 싶은 나의 원칙은, 적어도 나의 생각이나 희망사항을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엄마는 되기 싫다는 거다. 저희들이 가장 바람직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다양한 체험과 환경만 만들어주고 자발적으로 동기가 부여된 선택을 스스로 할 수 있게 하고 싶다.

그래서 지금은 물론 훗날 아이도 나도 함께 행복하면 좋겠다. 시행착오를 해도 거기서 하나를 더 얻고 스스로 일어날 수 있게, 옆에서 든든한 믿음으로 바라보며 살짝 부축해주는, 지혜로운 엄마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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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3-10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희령이, 귀엽군요. 우리 진이도 거기에 필적할만한 꿈을 갖고 있습니다. 의사와 간호사를 동시에 하고 싶다는! 글쎄요....동네에 가난하고 쪼그만 개인병원을 내면, 그 꿈을 이룰 수 있으려나?^^

비로그인 2004-03-10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언제부턴가 저의 장래 소망이 제 의지가 아닌 부모님의 세뇌(?)의 소산이었다는 걸 깨닫고는 슬펐다지요....
그건 그렇고 희령이가 뉴스에 등장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겠습니다! ^^

프레이야 2004-03-10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한술 더 떠서요, 대장금의 박정숙 아나운서처럼 아나운서에다 탤런트까지 하겠답니다.
그 날이 언제려나^^
 

5학년이 된 희원이가 또 아프다. 신학년 증후군인지 모르겠다. 그저께부터 머리가 아프다고 질질 짜더니, 오늘은 머리도 제법 뜨겁고 억지로 먹은 저녁도 토해버렸다. 열감기쯤이라면 다행인데, 2년전처럼 축농증이라면 어떡하지. 

 3학년 초 3월 중 3주정도를 축농증 약을 먹고 다녔다. 머리가 아프고(특히 고개를 숙이면) 속도 울렁거리고 먹는 것도 잘 안 넘어가고, 한마디로 죽을 지경이라는 표정이었다. 학교가는 걸 즐거워했던 아이가 아침마다 식탁에 앉아 징징 울먹이며 학교 가기 싫다고  했다. 그때 아는 엄마에게 희원이의 이런 증상을 걱정스레 꺼냈더니, 그 분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자기 큰 딸도 신학년만 되면 그런단다. 그러면 막 야단쳐서 보낸단다. 평소 재미있는 사람이라 그렇거니 웃으며 받아넘겼지만 뾰족한 수도, 그렇다고 위로도 못 얻은 나는 허탈했었다.

음엔 감기인가 싶어 동네 소아과에서 약을 처방 받아 좀 먹이다가 도저히 차도가 없어 종합병원을 찾았더니 코 촬영을 하자고 했다. 부비동염이라는 처음 듣는 병명을 이야기하며 그게 아주 증세가 고약하단다. 음식을 넘기려하면 비릿한 냄새가 거꾸로 올라오며 속이 울렁거린다고 의사가 말했다. 당연히 머리도 아프고... 재발하지 않게 털이 북실한 곰인형 같은 건 가까이 두지 말라고 해서 희원이가 좋아하는 하얗고 커다란 곰인형을 멀리 치우기도 했는데 이사와선 다시 가까이 하고 있었다. 제발 축농증이 아니어야 할텐데.

사실 다른 의심이 드니 더 걱정이다. 새집증후군이 아닐까, 하는 거다. 3년은 지나야 유해물질이 거의 없어진다는데 말이다. 작년 여름에 이사했지만 그동안 겨울에는 내가 환기를 좀 게을리 했다. 무슨 광촉매물질을 분사하여 나쁜 물질을 차단해주는 시술을 집에 하자고 제안했다가 Y에게 거부당하고 환기를 잘 했어야하는데...  생각해보니, 희원이도 희령이도 머리 아프단 말을 자주 했던 것 같다. 아이들이 온갖 유해한 물질을 몸으로 다 마시고 있다 생각하니 속이 상해 죽겠다.

희원인 옥매트에서 기운 없이 자고 있다. 내일 아침엔 병원에 가보자고 달래서 재웠다. 엄마가 너무나 무심하다. 뭐가 더 중요한 건지, 참.  요즘은 이야기 나눌 틈도 별로 갖지 못하고 맹숭맹숭한 모녀지간이 되어, 이래선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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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4-03-04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학교 대신 병원에 데려갔다. 새집증후군 운운했더니 의사는 별 반응을 안 보이고 요새 아이들 열감기를 많이 한단다. 약을 처방 받고 약국으로 가지 전 보이는 미용실에 들어가 아이의 앞머리를 동그스름하게 자라고 뒷머리도 좀 잘랐다. 훨씬 귀엽고 발랄해 보인다고 말해줬더니 입이 함박만하다. 그래도 새집증후군이 자꾸 신경쓰인다.^^

다연엉가 2004-03-04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신학년 증후군인가봐요. 소현이가 첫날 눈이 좀 빨개지더니 오늘 아침엔 아예 한쪽 눈이 감겨 버렸네요. 그리고 무지 욱신거리고 아프데요.
지금 아이가 돌아오자 마자 안과에 가야 겠네요.
신학년 첫날 부터 왜 이러는지...

다연엉가 2004-03-04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소현이의 기분전환을 위해서 머리를 손질해야 겠네요.
 

어느 조그마한 월간지에서 한국심리상담연구소에서 P.E.T(효과적인 부모 역할 훈련) 전문강사로 일하고 있는 이안영님의 글을 읽었다. 발 때문에 스케이트장에 아이들만 들여보내놓고 휴게실에서 읽었는데, 모든 일엔 제대로 된 방법이 있다는 생각이 간절히 드는 글이었다.

P.E.T에서 제안하는 방법들, 반영적 경청, 나 전달, 환경 재구성, 양승 방법에 이어 마지막으로 '가치 대립에 대처하는 기술'에 대한 내용이다. 아이가 커 갈수록 자주 생기는 문제가 가치 대립인데, 서로의 욕구가 달라 갈등할 때는 자신의 행동이 엄마에게 불편을 준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아이들도 가치가 대립할 때는 그렇지 못하고 몰이해의 골만 커진다는 이야기이다.

부모가 자녀와 겪는 가치 대립에 대처할 수 있는 기술 4가지는 아래와 같은데 정리하면...

첫째, 모델 되기.

자녀와 엄마 사이가 좋다면 엄마를 보고 그대로 모방할 수 있다. 그러나 자녀의 기질과 엄마의 기질이 아주 다르다면 아무리 엄마가 모델을 보여도 엄마의 행동을 따라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자녀가 어릴 때부터 서로 존중하는 좋은 관계가 되도록 공을 들여야 한다.

둘째, 의논 상대 되어주기

이 방법도 엄마와 사이가 좋아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어릴 때 엄마가 힘을 써서 맘대로 억누르고 휘둘렀다면 자녀가 자라서 힘이 커지면 자녀도 엄마에게 힘을 쓰기가 쉽다. 어렵지만 자녀가 어릴 때부터 서로 힘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세째, 자신의 가치 수정하기

앞서가는 자녀들의 가치를 수용할 필요가 있을 때 부모 자신의 가치를 수정하는 일은 용기가 필요하다. 몇 년 전 휴대폰이 처음 나왔을 때 자녀가 휴대폰을 갖는 문제로 갈등하는 사례가 많았다. 자녀가 왜 휴대폰이 필요한지 이해할 수 없다는 부모가 많았던 것이다. 지금은 이런 문제로 고민하는 부모가 아주 많이 줄었다. 부모가 자신의 가치를 수정한 결과이며, 부모들도 웬만하면 휴대폰을 가지고 있는 탓이다.

네째, 평온을 비는 기도하기

이 기도는 자신이 믿는 신에게 하는 기도일 수도 있고 스스로 분별을 얻기 위한 일종의 명상일 수도 있다. 즉, 노력하면 변화될 수 있는 일은 어떤 일이고, 노력해도 변화될 수 없는 일은 어떤 일인지 분별할 지혜를 얻으려는 것이다.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에, 자녀를 사랑하는 방법을 알고 하는 실천을 더해서 부디 자녀와 행복하게 지내길 기도한다. *

#  이 네가지 위에 있는 전제조건은 아이와 나 사이에 흐르는 우호적인 전선인 것 같다. 이 전선에 먹구름이 끼지 않도록 유심히 살피고 기다리고 때로는 먼저 살며시 다가가 아이를 안아주어야겠다. 나는 좋은 모델이 되고 있는지, 최우선의 의논상대가 되고 있는지, 돌아보고 분별을 얻기 위한 명상의 시간을 짧게라도 수시로 가져야겠다. 가치수정은 그런대로 하고 있는 것 같다. 아이의 행복을 보는 게 나의 행복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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