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의 <동백꽃>을 중학 1학년 아이들과 읽었다.

골계적이면서도 서정적인 김유정의 문장에 빠져 재미나게 읽었다. 거침없는 속어는 그대로 읽으면서 한바탕 웃기도 하고 키득거리기도 했다. '고자'라는 낱말에서 내가 이게 뭔지 아니? 하니까 어떤 남학생 왈,생식기의 기능이 온전치 못한 성인 남자, 라고 명확한 정의를 내리는 바람에 또 한바탕 웃었다.

대개 사랑을 쟁취하는 데 적극적인 쪽은 여자인 것 같다. 열일곱 소년 소녀의 첫사랑의 느낌을 작가는 이렇게 표현한다.

"그리고 뭣에 밀렸는지 나와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사랑한다는 말을 점순이는 감자를 따근따근하게 삶아서 몰래 갖다주는 것으로 한다. 하지만 순진한 '나'는 그 마음을 전혀 알아채지 못하고 점순이를 속상하게 한다. 점순이의 사랑은 여기서 물러서지 않고 닭싸움으로 번진다. 그것을 해서라도 자신의 사랑을 얻고야마는 점순이는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냄새를 맡으며 행복해했을 거다. '나'는 얼떨결이지만 뭔지 모를 황홀함에 고만 온 정신이 아찔하다.

사랑.. 이 이름 앞에 영원히 떨림을 간직하고 싶어진다. 이 녀석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가 바로 사랑의 느낌이겠지?, 라고 말하는 내 눈을 씨익 웃으며 쳐다본다. 그들에게서 알싸한 냄새가 난다. 싱그럽다. 살아가며 언젠가 진실된 사랑의 느낌을 갖게 되겠지. 그땐 참 어여쁜 사랑을 만들어가는 사람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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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학년 큰딸은 이제 옷이며 신발 모두 나랑 같이 입고 신는다. 방학이라 하루종일 컴퓨터게임에 매달려있는 게 보기 싫어 영화를 보러가자고 제안했다. 팝콘이랑 음료를 사들고 상영관으로 들어갔다. 시원했다.

<아일랜드>에는 미래과학으로 예견되는 것들이 등장했다. 인간복제를 소재로 한 영화였다. 인공자궁과 뇌탐지로봇을 비롯해 충격적인 것들이 많았다. 다소 황당하다할 장면들이 있긴 했지만 아이는 재미있어하는 눈치였다. 나는 중간에 액션신에서 좀 졸았다. 나중에 물어보니 아이도 졸았단다. ^^

살고자하는 욕망이 그대로 있는 복제인간의 침착한 태도에 원본?인간이 죽임을 당한다. 이때 이완 맥그리거의 표정이 멋지다. 복제인간은 기억까지도 프로그램화하여 주입되어있었다. 장기이식을 위해 사육되고 있었던 복제인간들을 통해 미래과학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려한 것 같다. 인간의 욕심은 끝도 없고 인간의 지능 또한 그러한 걸까.

영화보다 아이와의 데이트가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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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5-08-01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과혜경니임~~~^^

물만두 2005-08-01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가워요^^

水巖 2005-08-01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오랜만에요.

조선인 2005-08-01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얼마만이에요. 어디 가셨더랬어요. 잉잉

프레이야 2005-08-02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들, 증말 반갑습니다. 제가 그동안 너무 무심했죠. 용서해주시와요.^^
돌보지 않은 동안도 먼지 하나 없이 서재에 불이 켜져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오늘 팔월의 첫날이었어요. 더위를 즐겨보았죠. 그래봐야 보름 후쯤이면 가실 걸요. 그땐 좀 시원섭섭하고 그렇잖아요. ^^ 전 내일 송정해수욕장 갑니다. ~~
 

아이들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

    
아이들에게 당신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당신의 시간이다.
그리고 당신이 당신 자신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 가운데 하나는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그들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다.



- 로빈 샤르마의 《내가 죽을 때 누가 울어줄까》중에서-



 



>> 날마다 오는 메일 중에서 습관처럼 열어보고 고개 끄덕이기도 하고 흘려버리기도 하는 것 중에 고도원의 아침편지가 있다. 오늘은 큰 애 희원이가 학예발표회를 하는 날이다. 하필 내가 공부하고 있는 수필반과 시간이 겹쳤다.  샛노란 초대장을 보여주며 다소 들떠 있던 아이에게 "희원아 엄마 안 가면 안 될까?" 나는 별로 조심스럽지도 않게 말했다. 아이는 "엄마 맞나?" 하는 표정으로 날 쳐다보며 안 오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차례를 보니 다행히도 희원이가 하는 합주부 발표와 플룻 연주는 앞쪽으로 몰려있었다.



"네 차례까지만 보고 엄마 바로 나갈거니까 그렇게 알어~"



난 콧소리를 조금 섞어 아이에게 애교^^를 떨었다. 아이는 제법 의젓하게 그러라고 하는 거다.  아침 10시,  강당으로 가보니, 카메라를 이리저리 들이대기도 하고 눈을 반짝이며 제 아이가 언제 나오나 하고 지켜보고 서 있는 엄마들 틈에서 난 별 설렘도 없이 아이 차례만 기다리고 있었다.



앗, 이게 누구야..  아는 아빠가 비디오 촬영을 하러와서는 우리 아이까지 같이 해주겠다고 하시는 거다.



"바쁘실텐데 어째 이런 일까지... " 



"아무리 바빠도 할 건 해야죠. ^^ "



우리집 애들 아빠는 오늘 학예회 하는 거 알지도 못하는데 말이지. 당연히 못 오는 걸로 아니까 내가 말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란 글귀 앞에, 나와 우리집 애들 아빠를 생각해보게 된다. 나는 나대로 뭘 그리 한다고 아이랑 별로 시간을 같이 하지 못하고 있고 아빠는 더더욱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인지 작은 아이 희령인 좀더 적극적이다. 저번 일요일 새벽 5시, 카메라 배낭을 메고 나가는 아빠를 따라나서는 희령이를 보며 그렇게 해서라도 아빠와의 시간을 함께 하려는 고 작은 마음이 이뻐보였다. 다른 때 같으면 쿨쿨 잘 시간인데, 깨우니까 발딱 일어나 채 떠지지 않는 눈을 하고 알싸한 새벽공기를 마시며 따라나서는 모습이, 환경(^^)에 나름대로 적응해가며 제 살 길을 찾아가려는 것으로 보여 우습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뭐 그랬다. ^^



아무튼 우리는 아이에게도 우리 자신들에게도 가장 큰 선물을 못 주고 살고 있다는 말이 된다.  뭐야.. 할 일은 많고 해야될 일도 많고.. 숨이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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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24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밥 챙겨주는 것 귀찮을 때가 많은데 오늘 저녁은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챙겨 줄 수 있음이 감사하다고. 애들도 엄마 찾을 '때'가 있는데 그 '때'에 있으주려고 요즘 외출을 자제했더니 여엉~ 적성에 안맞습니다 그려..에고에고.^^

水巖 2004-11-24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참 멋있는 글이군요. 의미심장하기도 하구요.

다솜 2004-11-24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글이네요. 그런데 혼자만 읽기 위해 쓴 글 아닌데 아이들 아빠를 우리 집 아빠라는 호칭은 그러네요.
 


 

 

 

 

 

 

 

 

 

일곱살 희령인 인형을 참 좋아해요. 보살펴주고 학교놀이도 하고 재워주기도 하구요. 이름은 희진이라고 지었네요. 희진이 쭈쭈 먹이다가 지가 빨고 있네요. 눈을 지그시 감고 ~~

속깊고 사랑도 많은 작은딸, 어서 학교 가고 싶다고 요새 부쩍 그러네요. 저 공원길을 구불구불 걸어 가면 3-4분이면 가죠. 저길을 걸으며 풀들이랑 나무랑 좋은 친구가 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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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중앙공원에 서서 둥그런 물줄기를 뱉어내고 있는 분수대를 바라보고 있다. 여름날은 그렇게저렇게 갔다. 가을도 언제 한번 따숩게 반겨맞아들이지도 못했는데 하루가 다르게 멀어져가고 있다.

볕 좋은 일요일 아빠가 아이들의 뒷모습을 담았다. 난 언제나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면 목구멍이 치밀어오른다. 아침이면 무거운 가방을 등에 메고 학교를 향해 총총 걸어가는 뒷모습에 평소에 잘 하지 못하는 살가운 말들을 혼잣말로 실어보낸다. 그 가방 속에 한가득 지혜와 희망을 업고 가라고. 그래서 아름다운 사람이 되라고.

아이들이 성큼 자라있다. 저희들끼리 잘 자란다. 두그루의 나무처럼 저희들끼리 부대끼며 사랑도 느끼고 내어줌의 미덕도 배운다. 곧게만 자라는 해송보다는 이리저리 굽어가며 자라는 육송에 작은 애착이 가는 건 왜일까. 엄마로서의 바람이 부질없고 연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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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27 2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깍두기 2004-10-27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힝, 우리 딸 이름이 해송인데...해송도 좋아해 줘요~

프레이야 2005-08-01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송,,, 이름 참 이쁘네요, 깍두기님. 오늘 경주 흥덕왕릉에 갔다왔는데요 들어가는길에 육송이 빽빽하게 서있더군요. 이야기가 스물스물 기어나올 것만 같았어요.

책읽는나무 2004-10-27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구도가 멋지네요...
전 남자나 여자들의 뒷모습만 멋진줄 알았더니..아이들의 뒷모습도 참 멋지다라는걸 오늘 느꼈네요..^^

프레이야 2004-10-27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구도가 멋지단 말 아이아빠에게 해주면 좋아라할거에요. 뒷모습에 표정이 담겨있죠?
두딸의 뒷모습이 믿음직해보인다는 말, 힘이 솟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