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화창한 얼굴을 보이던 하늘이 봄비를 다시 내려주시고, 나는 마음이 편안해진다.

오늘아침, 창비시선 신간알리미로 마음에 확 들어오는 시집이 선물처럼 내게 왔다.

신간알리미가 와도 곧바로 잘 담지 않는데 이건 장바구니로~

 

김중일 시인의 [아무튼 씨 미안해요]

 

   김경주 시인의 추천사도 못지 않게 유혹한다.

 

 

 : 김중일의 시는 허수와 같은 호명으로 가득하다. 그의 호명부에는 “낯선 자의 인기척”이 순열을 잃고 배회한다. 그의 언어들은 어느 나라의 동화인지 알 수 없는 세계로 열기구를 타고 날아간다. 그가 만든 이 열기구의 마법에서 “고양이는 새의 그림자”로 호명되기고 하고 “단 한번도 슬픔이 지나간 적 없는 새의 얼굴”이나 자신의 “무릎에 물을 주는 아이”나 “달의 주요성분” 같은 망중한의 이름을 얻기도 한다. 그의 마법에 걸려 ‘세계’로 들어온 화자들은 한번도 잠들지 못한다. 아무도 모르는 시간 속으로 불쑥 우리를 불러들일 줄 아는 이 호명술을 가진 시인은 자신에게 지금까지 들려준 적 없는 이야기의 주형을 지어놓고 그들이 스스로 꿈틀거리기를 기다린다.

(알라딘, 김경주 시인 추천사에서 일부 가져옴)

 

 

 

 

 

지난 주 도서관에서 빌려온 시집 3권, 이것들 야곰야곰 맛보고 있다. (각각 문학과지성, 창비시선, 문학동네)

 

 

 

 

 

 

 

 

 

 

 

 

 

 

 

 

 

 

 

지난 토요일 하루종일 몹시도 내리던 봄비, 그 탓만은 아니지만 마음이 말할 수 없이 아팠는데

그 시간에 고의로 내 마음을 후벼파고 내 마음을 우롱하고 있었던 사람이 있더라.

어리석게도 믿으려 무던히 애썼던 수많은 시간이 일순간 하찮은 것이 되고

용서하지 않아야할 일은 절대 용서하지 않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에서 내치는 것으로.

홀가분하다. 충분하다. 나를 온전히 믿고 오래 바라보며 지켜준 대상들에 계절처럼 화답할 일만 남았다. 

버려서 빈 공간에 시(詩)를 좀 채워야겠다. 

언젠간 주검(屍)이 될 시(時)를. 있어도 없었던 많은 '시'를.

 

[내 생의 중력]은 좋은 시 엮음시집이다. 홍정선, 강계숙, 엮은 이 두사람의 취향이 작용했겠지만

엄선한 것이라 대체로 어긋나지 않는 것 같다. 익히 아는 시와 시인도 있고 아닌 것도 있더라.

이렇게 통속미 당당한 뜨끈한 시도 있다. 류근의 '반가사유'. 

좋다. 이 시 담긴 류근의 시집 [상처적 체질]도 장바구니로.^^

 

     

                                             

 

 

 

 

 

 

 

 

 

 

 

 

 

 

반가사유

 

 

다시 연애하게 되면 그땐

술집 여자하고나 눈 맞아야지

함석 간판 아래 쪼그려 앉아

빗물로 동그라미 그리는 여자와

어디로도 함부로 팔려 가지 않는 여자와

애인 생겨도 전화번호 바꾸지 않는 여자와

나이롱 커튼 같은 헝겊으로 원피스 차려입은 여자와

현실도 미래도 종말도 아무런 희망 아닌 여자와

외항선 타고 밀항한 남자 따위 기다리지 않는 여자와

가끔은 목욕 바구니 들고 조조 영화 보러 가는 여자와

비 오는 날 가면 문 닫아걸고

밤새 말없이 술 마셔주는 여자와

유행가라곤 심수봉밖에 모르는 여자와

취해도 울지 않는 여자와

왜냐고 묻지 않는 여자와                                                                                                                       아,                                                                                                                   

다시 연애하게 되면 그땐                                                                

저문 술집 여자하고나 눈 맞아야지

사랑 같은 거 믿지 않는 여자와

그러나 꽃이 피면 꽃 피었다고

낮술 마시는 여자와

독하게 눈 맞아서

저물도록 몸 버려야지

돌아오지 말아야지

 

- 류근, [상처적 체질](375)에서                                         

 

 

 

[내 생의 중력] 중, 100-10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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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04-25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프레이야님. 올리신 [반가사유] 시 너무 좋아요! 특히나

비 오는 날 가면 문 닫아걸고
밤새 말없이 술 마셔주는 여자와

이 부분과 또 이 부분요


그러나 꽃이 피면 꽃 피었다고
낮술 마시는 여자와


아, 이 시 정말 좋으네요! [내 생의 중력]을 살까 싶은데 엮음시집이라 [상처적 체질]을 살까 어쩔까 싶네요. 이 시 정말 좋아요. 오늘 비가 와서 더 그런가봐요. ㅠㅠ


2012-04-25 19: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26 08: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26 1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26 17: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26 1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25 16: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25 19: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2-04-28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시 너무 좋아요.
류 근 시의 통속적인 배경도 좋고.. 사실은 이런 여자가 너무 좋아요 ㅎㅎ 둔탁하고 무뚝뚝해 보이지만, 가끔은 목욕 바구니 들고 조조 영화 보러 가는 여자, 비 오는 날 가면 문 닫아걸고 밤새 말없이 술 마셔주는 여자, 취해도 울지 않는 여자, 왜냐고 묻지 않는 여자. 그런 여자와 알고 지내고파요.

프레이야 2012-04-29 17:46   좋아요 0 | URL
히히~ 만치님 제가 그런 여자 되어드릴게요. 오세요^^
 

오프라인 중고샵 2차 방문에선 건진 책

 

 

 

 알랭 드 보통의 책을 좋아하는 큰딸이 서울로 가면서 보통의 책을 모두

가져가버려 아쉬웠던 차에 눈에 뜨여 덥석 집었다.  5400원

 

"인기 없는 사람, 돈이 없는 사람, 좌절한 사람, 부적절한 존재, 상심한 사람,

곤경에 처한 사람 그리고 모든 사람을 위한 위안과 행복의 철학"

 

딸이 "엄마, 나는 이런 책이 참 좋아. 뭔가 조용히 나를 생각해보게 하고 마음이 편안해져."

라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재미있게 지내고 있는지, 힘든 건 없는지, 더 넉넉하진 못해도

잘 지내고 있기를.

 

 

 

 

 

 

 

 유쾌한 지적 쾌감을 준 소설 [나는 훌리아 아주머니와 결혼했다] 로

1936년 페루 출생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를 처음 만났다.  

1999년 7월 29일, 요사는 이 소설의 서문을 쓰면서 밝혀두기를,

판탈레온 판토하 대위가 "만나서 당신이 어떻게 내 이야기를 알게 되었는지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라고 하자 만남을 거부했다고 한다. 이유는

'소설 속의 인물은 현실의 삶에 간여해서는 안 된다는 내 믿음에 충실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아마존 수비대원들의 성적 욕망을 해소하기 위해 페루 군부가 조직했던 '특별봉사대'라는

소설의 이야기는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도 밝혔다.

 

4400원

 

 

 

 

 

 

 

2000년, 실천문학사 판. 3300원

 

박완서의 이 책을 못 읽었는데 페크님의 페이퍼로 다시 생각났던 차에 번쩍.

읽고 있는데, 당시 칠순의 나이에도 거침없는 문체, 생의 이면을 바라보는 능수능란한 시선!

유현금의 거침없는 삶이 슬슬 재미나기 시작한다.

 

책 뒤에 소설가 현기영은 이렇게 느낌을 썼다.

'연로함이 이토록 총명하고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칠순 나이에도 고갈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충만해진 이 영혼의 샘물,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봄기운 완연한 3월의 마지막 날 시내 나들이,

집에 있던 디비디 아주 여러장을 가져가 좀 팔았는데 그중 반 정도는 도로 가져왔다.

개당 300원 정도밖에 안 쳐준다니 굳이 팔 이유도 없고 해서^^

그런데 그곳에 환기가 잘 안 되는지 나는 오래 있지를 못하겠더라. 숨이 막혀서.

주말이었고 여전히 사람은 많았다. 반가운 책을 뜻밖에 만나는 재미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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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04-02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된 농담에서 현금이 집 2층을 타고 오른 능소화를 어찌나 실감나게 묘사했는지 완전 각인됐어요.^^
영화 디비디를 300원밖에 안 쳐준다니 그냥 기증하는게 더 나을지도...

프레이야 2012-04-02 12:10   좋아요 1 | URL
네, 능소화. 현금은 자신의 집 담장에 피어있던 능소화가 자신이 떠나자 자살했다고 표현하더군요.
지나치게 대담하고 눈부시게 요염한 여름날의, 허무의 예감을 주던 꽃,
영빈은 이렇게 회고하고 있구요. 독이 있다는 꽃, 보기엔 좋은데 그래서 선뜻 다가가기 어려운 꽃.
가져온 디비디는 포장도 안 뜯은 게 많아 그냥 보려구요.ㅎㅎ
아님 하나둘씩 줄 만한 데 주든가요. 오늘아침엔 좀 여유있으신 거에요? 아침 이 시간에요?^^

순오기 2012-04-02 23:03   좋아요 0 | URL
오늘은 숲해설 수업이 없고, 내일 이틀치 몰아서 현장 나가요.
소쇄원과 백양사로~~~~~~ 룰루랄라!ㅋㅋ

반딧불,, 2012-04-02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저도 훌리오아주머니로 만났습니다. 그리고, 다시 읽고 싶은 멋진 작가^^
아주 오래된 농담을 끝으로 전 박완서님을 접었드랬어요. 그래도 거의 전작한 작가입니다. 무척 좋아했지만 또한 무척..여하튼 이제 고인이 되신 것이 많이 안타깝습니다.

프레이야님, 봄날입니다. 볕이 넘 좋아요.

프레이야 2012-04-04 19:30   좋아요 0 | URL
요사의 삶도 참 드라마틱 하더군요.^^
'아주 오래된 농담' 다 읽었어요. 생을 주무르는 솜씨랄까.
반딧불님도 봄날 잘 지내세요. 여긴 아직 볕을 즐기기엔 바람이 강하네요.

2012-04-04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 잘 사셨네여! 지금 절판이니까요.. 여튼 알차게 잼난 책으로 샥- 구입해 오셨네요. 저도 담에 함 가보렵니다. (꽤 오랜 시간 후에...ㅎㅎ)

프레이야 2012-04-04 19:31   좋아요 0 | URL
그렇더군요. 절판.
알토란 같은 책만 샤샥 골라왔지요.ㅎㅎ
섬님은 시골생활 만끽하시와요.
 

멀지 않은 곳에 있는데도 차일피일하다 어제 오후, 첫나들이.

생각보다 크진 않았는데 시내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다.

빗방울이 뚝뚝 금새 떨어질 것 같은 주말 시내 거리,

헌혈을 권하는 고등학생들 무리도 지나고 (난 허혈 체질이라 안 돼, 속으로 소심하게 이러며..^^)

다정해보이는 젊은 커플들도 지나 그곳에 도착했다.

입구에는 '방금 들어온 책'이 맞이했고, 조금 안으로 들어가면 장르별, 분야별로 구분되어 있고

더 안쪽으로는 그림책과 만화책, 어린이책, 디비디와 씨디들이 한 켠에.

카운터 한 쪽에는 매입하는 코너가 있더라.

두어 군데 즉석 책읽는 코너에선 독서에 빠진 아이 어른들이 보이고

아이 손을 잡고 이런 저런 그림책을 골라주고 있는 엄마들도 있었다.

 

책 6권, dvd 6개, cd 1개를 건졌다. 뭔가 횡재한 기분~~~ㅎㅎ

 

 

 3600원

 

 

이승우/ 문학동네

예쁜 지름신 다락방님 추천도서. 마음에 담고 있었는데 눈에 들다니, 덥석 물었다.

 

모든 소설은 궁극적으로 자전적이다. 작가는 여러 권의 책을 통해 한 편의 자서전을 쓴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통해 우리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그런 점에서 누구나 작가다. (본문 중)

 

 

 

 3100원

쑤퉁 소설 , 이혼지침서 /아고라

 

1991년 작 '이혼 지침서'는 20세기 중국문학 베스트 100작가 선정, 가장 잠재력 있는 작가로 중국 대학생들이

주목한 소설로 '현대의 우화' 계열이고 선봉(전위) 소설가에서 신역사주의 소설가로 전향한 그의 '전위성'의

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문제작이다. 쑤퉁의 소설을 처음 접해보게 되었다.

 

 

 

 

3600원

이인식 / 고즈윈

21세기초부터 진화심리학자들은 인간의 마음속에서 서로 관계가 없는 것으로 여겨지던 두 가지 요소인

짝짓기와 지능 사이에 다리를 놓는 작업에 착수하고, 그러한 성심리를 짝짓기 지능(mating intelligence)

명명했다. 이 책은 짝짓기 지능이라는 새로운 틀로 그 심리과정이 사람 마음의 진화에 미친 영향을 보여주고,

인간의 짝짓기 행위를 이해 분석한 연구성과를 널리 알리기 위해 집필된 개론서다.

신화와 성경, 미술작품 등을 통해 다양한 볼거리와 해석을 하고 있다. 재미있게 읽힐 것 같다.

 

 

 

 9000원 

김영진 (몽우 조셉 킴) / 미다스북스

 

특이한 평전이다.  저자의 이력이 평범하지 않다.

1976년 생 저자 김영진은 두살 때부터 아버지에게 서예와 그림을 사사해 색감에 탐미적으로 빠졌으나 지병과 병약한 몸으로 초등 5년 중퇴, 청소년기에 유태인 외국 스승을 만나 예술은 물론 문학, 종교, 법 등 다양한 분야에 집중 교육을 받는다. 십대후반부터는 인사동 길에서 초상화를 그리거나 거북이 조각을 팔거나, 전각을 새기는 방법으로 용돈을 벌다 세계적 화상이자 미술컬렉터인 독일인 토머스 마틴을 두번째 스승이자 매니저로 만나 한국화의 바탕 위에 서양화의 중후한 감각을 익힌다. 1999년 투자금마저 날리고 건강도 악화되는데, 초상화 그릴 기력마저 떨어질 무렵 한 중소기업의 대표가 사진을 내밀며 똑같이 그려달라는 주문을 하자 느닷없이 자신의 왼손을 망치로 내려찍는다. 이후 그의 삶은 고난과 고통으로 점철되고 지병도 악화되어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 시달린다. 하지만 이때부터 과거의 현란했던 왼손 그림이 가지지 못한 깊이를 배우고 보이는 부분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사물의 궁극적 의미까지 그림에 담게 된다.

 몽우의 예술세계는 지금 제3기를 맞아 '백석 시기'이다. 그는 2005년 우연히 백석의 시와 삶을 만나면서 화풍이 폭발하듯

다르게 전개되고 발전하고 있다. 죽음의 공포와 병마와 빚더미 위로 무너진 삶에서 희망을 갖고 다시 일어난 화가, 몽우의 삶이 담긴 이 [백석 평전]에는 몽우의 순수하면서 담대한 그림이 함께 들어있다. 마음에 든다.

 

그의 일기 한 구절에 이런 글이 있다고...

 

"지구의 무게로 눌려져서 다이아몬드가 생기듯이 꿈은 밤의 어둠을 깎아 빛나는 아침을 만드네."

 

 

 

4400원

앤 패디먼 / 지호

너무 유명한 책이지만 지금 만난다. "모든 것은 책으로 시작되었다."

 

앤은 버지니아 울프가 <평범한 독자>에서 한 말을 인용하며 서문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 울프는 평범한 독자는 '비평가나 학자와 다르다'로 하면서 '그는 교육이 모자라고, 타고난 재능도 별로 많지

않다. 그는 지식을 나누어 주거나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정정하려 하기보다는 그저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책을 읽는다. 무엇보다도 그는 손에 닥치는 이런 저런 잡동사니로부터 자신을 위해 어떤 전체를 창조하고자

하는 본능의 안내를 받는다.' 이 책은 선반 가운데 가 내려앉은 내 책꽂이들을 빽빽하게 채우고 있는 그 수많은

잡동사니로부터 내가 창조하려고 했던 그 전체이다. - (서문에서)

 

 

 

6200원

한창훈 / 문학동네

 

부제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

 

"한 번도 못 먹어봤다는 말은 한 번도 못 가봤다는 말보다 더 불쌍하다!" 이 한 마디로 끝!

 

 

 

그리고 6개 dvd와 장사익 3집 '허허바다'

 

 

 

 

 

 

 

 

 

 

 

 

 

                                                                                                                                                                사랑굿

 

/ 김초혜 시, 장사익 엮음

 

 

화염의 옷을 벗을 수도

벗길 수도 없어

태워지면서 형극의 길로 든다

살들이 타고 남은 재

영혼을 맑게 하고

그대만이 벗길 수 있는 이 옷은

타지도 낡지도 않고

나를 태운다.

 

- 허허바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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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12-03-18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쁘죠, ^^
시간을 가지고 느긋하게 돌면 괜찮은 책을 고를 수도 있을 듯 한데,
싸다고 막 사게 되는 단점도 있는 거 같더라구요.

순오기 2012-03-18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고샵은 지름신을 부르는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돼요.
이혼지침서는 지난번 내 페이퍼에 올렸는데...리뷰를 쓰고 싶은데 아직 못 썼어요.
장사익~~~~ 지난 번에 송창식, 인순이랑 셋이 콘서트 하는 거 방송에서 봤어요.
KBS인가 MBC인가 개국 축하~ 이런 거였는데... 너무 좋았어요.
장사익 노래는 현장에서 들으면 정말 머리 끝이 쭈뼛~~~~~ 최고에요!!

프레이야 2012-03-18 23:51   좋아요 0 | URL
맞아요 언니, 싸다고 막 ㅎㅎ 그래서 몇번 들었다놨다 한 게 좀 있어요.
장사익의 세상사 다 돌고돈 것 같은 걸쭉한 목소리가 어째 그래 좋대요.
나이들어간다는 증거겠지요.

비로그인 2012-03-18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부러워요. 저도 신촌점이 오픈했다기에 담 주라도 한번 가보려고 벼르는 중이에요.
근처에 도서관이 없는데, 그렇다고 보고 싶은 책을 다 살 수도 없고.. 중고 서점이 딱이겠더라구요. 게다가 예기치 않은 보물을 발견하는 기쁨까지 덤으로 따라올테니! ^^

프레이야 2012-03-18 23:52   좋아요 0 | URL
예기치 않은 보물 발견하는 기쁨 그거에 중독되겠더라구요.
평소 마음에 품고 있던 걸 발견할 수도^^ 저도 그랬어요.
근데 어서 읽기나해야할 텐데요, 만치님.^^

blanca 2012-03-18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그래도 저희 친정 부모님이 장사익에 대한 찬사를 하도 늘어놓으셔서 대체 어떤 사람인가 했어요^^ 아, 중고서점나들이. 저는 간다간다하면서 결국 못 가고 말았어요. 좀 따뜻해지면 다시 시도해 볼 수 있을까요? 라스트콘서트도 있었어요? 저 영화 어렸을 때 울며 봤던 기억이. 어린이였을 때도 너무 감동받아서 ost 계속 듣고 그랬어요. 여주인공이 스텔라 아니었나 싶어요. 남자는 리처드^^;;

프레이야 2012-03-18 23:55   좋아요 0 | URL
장사익, 음반 모두 좋아요.
처음엔 청승인가 싶더니 저도 나이 들어 변해가나 봐요.
시를 가사로 한 건 가사가 참 좋고 우리 대중가요 부른 건 특유의 창법이 진하고요.
라스트콘서트, 정말 아득한 시절의 영화에요. 저런 게 이삼천원. 덥석 담았지요.^^

같은하늘 2012-03-19 0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고서점에 숨겨진 보물이 한 가득이군요.^^
지름신의 부름을 차마 마다하지 못할것 같아요.
그래도 한 번 가보고 싶다능~~~

프레이야 2012-03-19 10:44   좋아요 0 | URL
지름신과는 적당히 친해야 해요 ㅎㅎ

다락방 2012-03-19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프레이야님의 이 페이퍼를 보면서 프레이야님이 구매하신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 dvd는 어쩌면 제가 판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히히.

프레이야 2012-03-19 10:45   좋아요 0 | URL
히힛~ 다락방님 그럴 수도 있겠네요.
나도 좀 챙겨서 팔러 가야겠어요.

2012-03-19 14: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19 18: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1.

 

 

 

 

 

 

 

 

 

 

 

 

 

 

오늘은 2012년 첫 달의 마지막 날. 흐리고 조용한 하늘이 낮게 앉았다.

그동안 선택해야 할 중요한 갈림길에서 큰아이와 함께 고심하던 걸 결정내리고, 이제 새로운 길을 나아가야 한다.
딸아이라 더 염려되는 부분도 있지만 새로운 환경에서 담담히 잘 해나가길 바래본다. 
처음 맛본 약간의 좌절에도 처음엔 낙담했지만 딸은 오히려 쿨한 것 같은데 내가 더 뒤죽박죽인 듯했다.

기대와 욕심을 좀 버리고 길은 다 따로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별로 고심하지 않고 선뜻 내 좋아하는 것을 선택했던, 오래전 내가 그 나이 적이었던 시절이 생각났고

그때보다 훨씬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하는 요즘 아이들생각도 했다. 힘들겠구나 그래.

가지못한 길과 더 합리적이고 치열하게 살지 않았던 지난날에 대한 후회가 아직도 남아있는 나로선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한 가지, 빤했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고 즐기며 할 수 있는 길을 선택하라고.

 

잘 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중, 어떤 걸 하는 게 좀 더 행복한 삶으로 이어질까.

 

몇 해 전 <악기들의 도서관>을 녹음하며 책으로 만났던 소설가 김중혁은 어릴 적 심한 편식쟁이에 까딸쟁이였다 한다.

그런 그가 자라서 기발한 소재와 참신한 문장으로 소설을 쓰는데 지금도 그는

자신이 '잘하는' 글쓰기는 하루에 딱 정해진 일정(소량) 분량만 하고 '잘 못하는' 기타 연습 같은 걸 더 많이 한다고 한다.

잘 못하지만 그걸 더 좋아하는 걸까. 아니면 잘 못하는 것에 도전하고 극복하면서 희열을 느끼는 걸까.

딸은 자신이 잘해서 자신이 성취감과 자신감을 느낄 수 있는 쪽을 하고 싶어한다. 그게 바로 '좋아하는 것'과도 통하고.

아무튼 결정은 내렸고 삶이 선택되었다. 정말이지 행복하게 즐기는 삶을 살면 좋겠다.

큰딸, 그동안 열심히 했고 잘 해줘서 고맙다. 얼마나 이쁜 나이냐~~ 네가 부럽다.^^

(이곳 벗들 몇 분에게도 불쑥불쑥 조언을 몇차례 구했는데 그때마다 도움되는 말씀 해주신 벗들

양철나무꾼님, 마녀고양이님, 순오기님, 책을사랑하는현맘님 정말 고맙습니다.

특히 무한응원 날려주신 나비님, 고마워요~~)

 

 

2.

나는 도서낭독녹음하는 일이 참 좋다. 그 일로 내 손에 들어오는 수입은 전혀 없는 봉사일이지만

난 돈버는 일보다 이게 좋다. 좋아하는 일과 돈 되는 일은 내게는 정말 별개인가 보다. 현실감 없는 사람 같으니..^^

또 내가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과도 좀 틈이 있다.(고 쓰고 보니까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아리송^^)

아무튼 난 확실히 좀 몽상가 쪽이다. 이재에 밝지도 않고 앞뒤 계산도 잘 못한다.

숫자는 보기만 해도 어지럽다. 그래서 영화 <머니볼> 보며 통계상의 수치 도표가 어지러웠다.

 

 

내일부터 녹음 시작할 책으로 소설 두 권을 찜하고 있다.

 

  <흑산>은 올해 나의 세번째 녹음도서로

점자도서관 책꽂이에 신간으로 들어와있는 걸

바로 찜했고 윤성희의 <웃는동안>는 내가 구매한 것인데

한 단락이 어찌나 긴지 읽기가 갑갑해, 녹음하며 겸사겸사 읽을

생각이다. 내용은 재미있을 것 같다. 

 

김훈의 <흑산>은 호불호가 갈리지만

그래도 김훈의 문장을 읽어줘야한다는 생각이 자동으로

드는 건 또 뭔지^^

 

<생각버리기 연습><별다섯인생><명탐정의 저주>는 녹음완료.

새 책 녹음과 함께 이 책들 편집을 동시에 해야한다.

좀 달려야겠다.

 

 

 

 

 

 

 

3.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건 맞다. 글읽기를 좋아하는 것도 맞다.

그런데 글쓰기를 가르치는 건 또 별개의 일이 아닐지 모르겠다.

가르치길 좋아하는지 아닌지 잘하는지 아닌지 애매하다.
학생들 글쓰기는 오래 지도한 경험이 있지만 봄부터 성인들 대상의 글쓰기 강좌(수필창작)를 하게 되었는데,

잘 해보겠다는 의욕만 가득이지 사실 두근대는 일이다. 어떻게 접근해가야할지는 해가면서 터득해나가겠지.

 

 

 

 

 

 

 

 

 

 

 

<누드 글쓰기>는 고미숙님의 책이라.

<글쓰기 생각쓰기>는 다시 들춰볼 책.
<뿌리깊은 글쓰기>는 최종규님의 새 책. 영어의 오남용으로 우리말 더럽히지 않기에 필요할 듯.

<세계화 속의 삶과 글쓰기>는 르 클레지오의 책.

<글쓰기의 공중부양>은 전에 어느 문우에게 선물하기도 했는데 그냥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책.

<글쓰기의 전략>은 오래전 사두고 안 본 책. 이번에 봐야겠다.

<하버드 글쓰기 강의>는 관심가는 신간. 

이 외에도 이태준의 <문장강화>와 수필쓰기책 집에 있는 것 좀 정리해 보기.

다른 책 좋은 것 있으면 추천해주세요.

 

 

 

4.

깊이있는 읽기와 쓰기가 될 수 있게 당장 담아 내가 구입한 책. 어서 읽어야되는데..

시간이 부족한 건지 시간을 잘 못쓰는 건지.. 암튼 행복한 고민^^

 

 

 

 

 

 

 

 

 

 

 

 

 

 

이런 훌륭한 책은 마음의 양식으로 덥석 ^^                  

몽테뉴의 '수상록' 과 그 길라잡이가 될 수 있는 책.

표지도 근사하고 묵직하다.

 

<신화의 힘>은 나비님의 강추로 덥석^^   읽는 중인데 너무 좋다.

신적인 존재와 종교를 너머 인간의 삶과 죽음 전반에 대해 통찰할 수 있는 내용이다.

오래전 신화비평과 관련 신화와 이미지에 대해 공부하고 논문 썼던 기억도 나고.

<지성에서 영성으로>는 이어령의 저서. 선물주신 진주님께 고마움을~~~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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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독서학과
    from 스바디슈타나Svadhishthana 2012-02-01 11:46 
    프레이야님의 페이퍼를 읽다가 얼마 전 딸아이와 나눴던 대화가 생각나서 옮겨 본다.프레이야님의 큰딸 대학 진학 때문에 나도 생각이 많았다.그러다가 딸아이 핸드폰을 개통해주러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걸으면서아이가 어떤 과에 진학하고 싶은지 알고 싶어서 질문을 했다.나: 대학에서 가고 싶은 과를 생각해 봤어?"딸: 생각하고 있어요.나: 엄마에게 말해줄 수 있어?딸: 외교통상학과 같은데는 없잖아요?나: 외교학과나 정치학과 머 그런거 아닌가? 왜? 외교관이 되고
 
 
다락방 2012-01-31 16: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나 '이승우'의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의 경우에 프레이야님이 모르시는 책들은 아닐 것 같은데, 아마도 성인 강좌용 글쓰기의 취지에 맞지 않아서 배제 하신 거겠죠? 저는 사실 이 두 책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제가 재미있게 본 책은 아니지만, 프레이야님의 강좌에 혹은 프레이야님 본인이 보시기에 적절한 듯 보이는 책으로 '나탈리 골드버그'의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를 추천합니다. 꾸준한 글쓰기에 대해서 재차 강조하는 책이거든요.
추천한다고 댓글 쓰고서는 사실, 저기 저 『글쓰기 생각쓰기』담아가요. 아, 저도 글쓰기 강좌 듣고 싶어요, 프레이야님!!

프레이야 2012-01-31 22:28   좋아요 1 | URL
'글쓰기 생각쓰기' 좋아요.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는 그냥 피했던 책인데 다락방님 추천 책이니 이번 기회에 저도 담아요.^^
저는 이리 초반에 의욕만 앞서서 끝까지 꾸준하게 지구력이 모자라요.
뭐든 꾸준하게^^

2012-01-31 17: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31 2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2-01-31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프레이야님이 직접 육성으로 녹음하시는 건가요?
영화 <더 리더>에서 마이클이 한나를 위해 책을 녹음해주는 장면이 떠올랐어요.
기왕이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잘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저도!
그리고 그 일이 돈도 되는 일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돈 걱정 없이 좋아하는 일 잘~ 하면서 살 수 있잖아요 ^^

프레이야 2012-01-31 22:38   좋아요 0 | URL
더 리더, 그 장면 기억이 나요. 테잎에 일일이 ^^
네, 육성으로 해요. 컴으로 작업해 편집, 씨디에 담아 배포되어요.
좋아하는 일을 잘하며 그걸로 소득도 얻으면 정말 최고지요. Bliss!!

blanca 2012-01-31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성인 대상으로 글쓰기 강연까지 하세요? 저도 들어보고 싶어용^^ 따님도 이제 선택을 했고 그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었다면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자신합니다. 저는 좋아하는 일과 상관없이 성적에 맞추어 가서 나중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답니다. 사람은 결국 어떻게든 좋아하는 일로 돌아오고 마는 것 같아요. 오늘 하늘에서 정말 팝콘 처럼 눈이 날렸어요. 꼬맹이는 자꾸 하느님이 휴지를 날리는 거라고 ㅋㅋㅋ 부산에는 눈이 왔는지 궁금해요.

프레이야 2012-01-31 22:41   좋아요 0 | URL
블랑카님은 아주 좋은 글을 쓰시는데요 뭘^^ 제가 블랑카님 글을 얼마나 좋아한다구요.
저는 반대로 좋아하는 쪽으로 무작정 선택해 가서는 마무리를 현실적으로 잘 못했어요.
제가 게으른 탓이겠지요.ㅎㅎ 결국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돌아오는 건 맞는 것 같아요.
그곳엔 눈이 많이 내렸나요? 분홍공주가 좋아라 했군요. ㅎㅎ
이곳엔 전혀 눈이 오지 않았어요. 언제 한 번 오려나요.^^

라로 2012-01-31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주제에 추천까지 하기는 그렇고 글쓰기 책으로 좋았던 책이 있어요.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도 있지만 제가 좋아하는 책이라 추천해요.^^;;

[나는 쓰는 대로 이루어진다] 그 책에서 글쓰기 책을 여러 권 소개하는데 참고하셔도 좋을것 같아요.^^

프레이야 2012-01-31 23:51   좋아요 0 | URL
전에 보관함에 담아둔 책인데 나비님의 강추로 이것도 덥석 옮겨요^^
근데 왜 닉 바꿨어요? 너무 길어 ㅠ 나비가 좋아요.ㅎㅎ

블루데이지 2012-02-01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멋진일 하시는 프레이야님^^
저도 잘하는일, 좋아하는일이 뭔지 생각해봐야할것같아요^^

프레이야 2012-02-01 01:55   좋아요 0 | URL
블루데이지님, 저도 좋아하는 일을 잘하고 그 일로 두루 좋은 일도 생기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근데 좋아하는 일을 거기서 그치는 건 어쩌면 여러 곳에 손해겠지요.
좋아하는 일로 두루 도움이 되는 일이 되면 좋겠어요.^^

책읽는나무 2012-02-01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러네요.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이라....
아까 저녁에 성민이가 "엄마는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뭐에요?"라고 묻는데...
딱 뭐라고 꼬집어 말하기가 참 애매하더라구요.
그러고 보면 저는 참 잘하는 일도,좋아하는 일도,그렇다고
하고 싶은 일도 없이 그냥 시간만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ㅠ

따님이 어떤 하고 싶은 일을 선택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엄마를 닮았다면 아마도 야무지게 강단있게 잘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어요.누구 딸인데!!ㅋ

프레이야 2012-02-01 01:56   좋아요 0 | URL
책읽는나무님, 성민이가 잘 자랐네요. 많이 컸지요?^^
누구 딸인데 ㅋㅋ 헤헤 무조건 응원해주셔서 고마워요~~~

숲노래 2012-02-01 0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하는 일을 하다 보면 좋아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면 잘 할 수 있어요.
아이들이 어느 쪽으로 가든
즐겁게 북돋아 주시리라 믿어요~

프레이야 2012-02-01 19:34   좋아요 0 | URL
맞는 말씀이에요.^^
무조건 응원해야죠.

마노아 2012-02-01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본 영화 '페이스 메이커'에도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에 대한 선택이 나와요. 따님의 결정도, 프레이야님의 결정도 모두 응원해요! 프레이야님의 강좌를 들을 분들이 마구 부러워져요. 교실이 아주 화사할 것 같아요. 향기도 나고요. 프레이야님과 아주 잘 어울려요. 녹음하시는 일도요~ ^^

프레이야 2012-02-01 19:34   좋아요 0 | URL
헤헤~ 무한응원 주시는 마노아님, 고마워요.^^

세실 2012-02-01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수필강의하는 프레이야님이라니 참 잘어울려요~*~ 흑산은 읽으면서 서걱거렸는데 읽고나니 좋았습니다. 저도 유혹하는 글쓰기 추천요^*^

프레이야 2012-02-01 19:35   좋아요 0 | URL
흑산, 오늘 4시간 연달아 낭독했어요.
아직 초반이지만 앞으로의 이야기에 기대하며^^
유혹하는 글쓰기, 아무래도 담아놔야겠어요, 세실님^^

2012-02-01 18: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01 19: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나무집 2012-02-01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하는 일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준 엄마에게 따님도 고마워하지 않을까요?
수필 강의를 시작하는 프레이야님 정말 멋져요!
강의 시작하면 강의록도 올려주세요~~

프레이야 2012-02-01 20:04   좋아요 0 | URL
그렇겠죠? 소나무집님.^^
부모 생각을 강요할 수는 없는 거고 아이가 좋아하는 쪽으로..그게 맞겠죠.
강좌,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이리 멋진 무한응원, 고마워요^^

순오기 2012-02-02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하는 일은 결국 잘하는 일이 되지 않을까...
따님이 원하는 것과 부모가 바라는 것이 맞닿으면 행복하죠.^^
따님은 진로가 결정되었나 봐요, 글쓰기 강좌 시작하는 것도 축하축하!!

프레이야 2012-02-02 23:33   좋아요 0 | URL
사실 걱정되는 부분이 있어요.
아이가 워낙 좀..ㅠㅠ
힘주셔서 고마워요 늘 ^^

stella.K 2012-02-04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강의는 하고 계신가요?
부럽습니다. 잘 하시리라 믿어요. 홧팅!!

프레이야 2012-02-07 20:59   좋아요 0 | URL
아직이요.^^ 안 모이면 시작 못해요.ㅠ
홧팅 주셔서 고맙습니다.^^
 

사물의 안전성 

 

홈스의 단편집 <사물의 안전성>은 장편 <이 책이 당신의 인생을 구할 것이다>가

나오기 15년 전에 나왔다. 1990년 홈스의 초기작인 셈인데 문체가 아주 독특하다.

건조하고 대담하고 많은 부분 도발적이고 거칠다. 여성의 문체가 아닌 듯 생각될 정도로. 

나는 이 책을 작년 ㄴ님의 선물로 받고 얼마전에 읽었다. 책도 손이 가는 때가 있는 법.

총알캐처, 그럼 이만, 파자마 파티 등 10개의 단편은 제목부터 각각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내용은 더 충격적으로 어떤 대목은 비린내마저 난다.

 

어느 날 사물에 생명력이 부여되어 우리의 삶을 서서히 흔들고 조종한다면...

이 책이 매혹적인 이유는 사물처럼 고정된 우리 일상, 죽음처럼 자고 있는 우리 일상을

조용히 흔들어 교란시킨다는 점이다. 일상을 전복하려는 그녀의 문장은 촉각을 곤두서게 한다.

우리가 말하기 꺼리면서도 말하고 싶은 이중성과 모순성을 띤 생의 비밀을 사정없이 들춘다.

 하지만 대개는 다시 그놈의 일상으로 돌아가 아무 일 없었다는 표정을 띠게 한다.

 다양한 세대의 욕망과 불편한 진실을 감추어둔 채.

 

건축가 조건영의 건축철학 '아늑함, 쾌락 다 추구해도 좋은데 최소한의 불편함은 지고 살아라,

그 정도의 긴장은 있어야 그게 사는 거다' (내가 만난 술꾼, 임범)는 식으로

물리적 불편함을 넘어 태생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사는 게 삶이라는 것처럼.

그게 삶의 진실이라는 것처럼. 사물의 불편성 혹은 위험성이 사람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처럼.

<사물의 안전성>은 그래서 (나이와 무관하게) 마음에 더없이 황량한 바람이 부는 중에도

또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무뚝뚝한 위로를 하는 것 같다.

바비인형을 비롯한 집안 곳곳의 사물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사물의 비밀 Scerets, Objects / 이영미 / 2011

 

"세번의 키스로 두 못난 개구리는 드디어 사람이 되었다."

 

장서희는 못하지 않지만 여전히 포스가 부족하고 정석원은 꽤 멋지고 참신했다.

제목상의 사물은 복사기와 디카. 사물도 우리와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아니면 그 반대로?

복사기와 디카가 각각 1부, 2부의 주인공 역할을 자처하며 관찰자와 화자를 겸한다.

그리고 남자와 여자의 마음을 그들의 관점에서 읽고 들려주는데 꽤 재미난 발상이고 구조다.

사물을 하나하나 따라가는 정겨운 카메라, 사람을 따라가는 대담한 카메라, 솔직한 대사,

예측가능한 결말에도 불구하고 섬세하게 인물의 마음결을 따라가게 하는 이야기와 반전.

40세 여성이 느낄 수 있는 육체적 심리적 해방욕구와 공감을 주는 주인공의 한숨 섞인 말.

"사랑은 잘나서 하는 게 아니라 못난 두 사람이 가면을 벗고 알몸으로 마주섰을 때

비로소 시작되는 것" 엔딩에서 디카가 하는 말이다.

 

 

나에게 애정을 느끼고 안타까이 늘 지켜보는 사물이 있다면 과연 어떤 것일까.

혹시 책상 노트북 왼쪽 오른쪽으로 양탑을 쌓고 있는 책들??  ㅎㅎ 좀 치워놓으면 어느새 또 쌓여있다.

왜 이리 게으른 거야, 어서 읽고 정리해. 아마 이렇게 말하고 있겠지.

 

 

이 책은 영화 속 술에 대한 이야기 <술꾼의 품격>으로 이미 '술평론가(?!!)'로

자타가 인정하는 임범의 사람에세이다. 설연휴에 가볍게 읽었다.

살아있는 사람에게 보내는 조사,라고 직접 말했듯이 술과 함께 만난 이런저런 방면의 사람들을

재미있고 솔직하게 묘사하는데 술에 관한 일화와 그들의 술버릇 같은 것들은 기본이고

그들의 가치관과 성격을 비롯 옛추억을 더듬기도 하고 인생과 사람에 대한 통찰도 반짝한다.

사람에 대한 애정은 기본이고.

첫번째 코너 '소설 사람들'을 나는 문학의 장르 소설인가 했더니 그게 아니라

영화 <북촌방향>에 나와서 더욱 유명한 술집 '소설'이었다. 괜히 반가워라.

염기정 소설 사장을 비롯 이 책 내내 다른 장에서도 '소설이 자주 등장한다.

여성으로는 염기정, 임수경, 양혜규, 문소리, 공지영이 나오는데 흘려 듣기엔 재미난 이야기들.

사람을 진짜 알려면 술을 먹여봐야 할까? 정말?

술이 아니 술잔이 사람을 지켜보지 않을지.^^

 

실제로 홍상수 감독은 가위바위보 게임을 시켜 술을 돌리게 하는데 그 자신은 그런 사람들 모습을 지켜보고(관찰하고) 있단다.

귀엽게도, 그런 홍감독은 지켜보고 있는 임범은 어떻고.

 

 

임범이 인용한, 변호사 하다가 영화사 봄 대표인 조광희의 이런 멋진 글도 있다.

 

 

 

"표현의 자유는 자라고 있는 사람, 여전히 꿈을 꾸는 사람, 그리고 억압받는 사람들이

다 자랐거나 더 이상 꿈꾸지 않거나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요구하는 최소한의 권리다.......

젊고, 불온하고, 발칙한 상상력을 가진 이들에게 표현의 자유를 주는 것이 두려운가.

그렇다면 당신은 너무 많이 가졌거나 나이에 상관없이 늙은 것이다." (1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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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2-01-26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젊고, 불온하고, 발칙한 상상력을 가진 이들에게 표현의 자유를 주는 것이 두려운가.
그렇다면 당신은 너무 많이 가졌거나 나이에 상관없이 늙은 것이다.!!!
오 이글 멋진걸요!!!
아주 따끔하네요,,,,옆구리 찔려서,,,어쩐지 난 나이에 상관없이 일찍 늙은 것이었어요,,,,엉엉엉

프레이야 2012-01-27 21:04   좋아요 0 | URL
게다가, 자유를 주는 것이 두려운 건 열등감이나 내적 불안이
함께 작용해서가 아닐까싶어요.
하지만 나비님은 전혀 찔리지 않아도 될 것 같은걸요.^^

순오기 2012-01-27 0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에게 낯설지만... 나를 익숙하게 지켜보는 그 무언가가 있겠죠.
좋은 생각을 하고 좋은 글을 쓰는 당신..... 늙지 않았어요.^^

프레이야 2012-01-27 20:08   좋아요 0 | URL
일상의 사물이 나를 지켜보며 나의 스토리를 알고 응원하고 있다면
일면 뿌듯하기도 할 것 같아요. 그 사물의 비밀이기도 하고 자신의 비밀이기도 하고.^^
늙지 않았다고 말해주셔서 흑흑 고맙습니다. 헤헤~~
오기 언니는 더더 젊어요. 정말 젊고 에너지 왕성하고 올바른 열정으로 가득한 분^^

블루데이지 2012-01-27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만난 술꾼> 저도 읽어보려고 생각만 했었는데...
요런 책은 왜 자꾸 읽기 전에 괜히 마음의 준비가 제겐 필요한지 모르겠어요..ㅋㅋ
저도 그냥 여러생각말고 가볍게 쭈욱~~읽어볼까요?

프레이야 2012-01-28 09:59   좋아요 0 | URL
블루데이지님, 조용한 토요일 아침이에요.^^
'내가 만난 술꾼'은 정말 가볍게 읽으시면 되고 별로 마음의 준비는 필요하지 않을걸요.^^
'술꾼의 품격'이 전 더 좋았어요. 영화와 관련되기도 하고 재미난 술 이야기에요.

마녀고양이 2012-01-28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내가 만난 술꾼>의 인용 구절 너무 좋은데요...

그런데 언니, 사물에게 맘이 있다면 에서, 저 쿵 하잖아요.
사실, 제가 너무 상상력이 희안한지, 오래쓴 물건을 버리려면, 그것도 낡아 버리려면,
진짜 미안해져버려요. 그래서 휴지통에 버리고 얼른 돌아서서 잊어버리려고, 회피하려고 하지요.
그런데, 진짜 맘까지 있다면 그럼 책임져야할 대상이 너무 많아져버리잖아요. 미안해서 어떻게 버리겠어요...

제가 좀 희안한가요? ^^

프레이야 2012-01-28 15:40   좋아요 0 | URL
좀 다른 얘기인지 몰라도, 우리집 작은딸은 중2인데도 아직 인형들을 안고 자요.
어릴 때 산 토끼 인형인데 어릴 땐 인형이랑 말도 주고받고 그러더라구요.
버리자고 해도 절대 안 버리고 아직 양팔에 안고 자요.
사물의 마음은 사람의 마음이겠지요. 상상력이랄까.
그 말, 공감이란 말로 이어지면 나쁘지 않겠지만 집착이나 망상이 되면 피곤하겠지요.
감정도 때론 절제하고 살 수 있어야 덜 피곤할 텐데..저도 뭘 잘 버리지 못해요.
감정이든 사물이든... 마녀님은 너무 정이 많아서 그래요.^^

아이리시스 2012-01-31 0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작교 형제들'의 정석원 말이죠? 유이를 계속 뒤에서 지켜주는데 멋있어요^^
저도 <사물의 비밀>은 그래서 관심 있는데 봐야겠어요. 표정과 분위기가 압도적인 배우더라고요.
많이는 못봤지만 나올 때마다 가능성이 보여요.

그리고 홈스는 누군지 몰랐는데 여자네요, 여자!

프레이야 2012-01-31 11:35   좋아요 0 | URL
아, 제목은 들어본 드라마에요.
검색해보니 맞아요. 정석원 느낌 좋은 배우 같더군요.
그리고 홈스는 글쎄 여자더라구요.ㅎㅎ 건조체가 막강한 여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