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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족

 

 

 

                                                     황동규

 

 

 

 

 

 

휴대폰 안 터지는 곳이라면 그 어디나 살갑다

아주 적적한 곳

늦겨울 텅 빈 강원도 골짜기도 좋지만,

알맞게 사람 냄새 풍겨 조금 덜 슴슴한

부석사 뒤편 오전약수 골짜기

벌써 초여름, 산들이 날이면 날마다 더 푸른 옷 갈아 입을 때

흔들어도 안터지는 휴대폰

주머니에 쑤셔 넣고 걷다 보면

면허증 신분증 카드 수첩 명함 휴대폰

그리고 잊어버린 교통범칙금 고지서까지

지겹게 지니고 다닌다는 생각!


시냇가에 앚아 구두와 양말 벗고 바지를 걷는다

팔과 종아리에 이틀내 모기들이 수놓은

생물과 생물이 느닷없이 만나 새긴

화끈한 문신들!

인간의 손을 쳐서

채 완성 못 본 문신도

그대로 새겨 있다

요만한 자국도 없이

인간이 제풀로 맺고 푼 것이 어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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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2-08-04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이 시를 보니 발 한 번 시원한 개울물에 담가본 것처럼 좀 시원해졌어요. 요즘 서울 거리를 지나는 건 '걷는다'가 아니라 '삶긴다'에요. ㅎㅎ

저녁 먹으러 나갔다가 뜨끈한 거 먹고는 후회했어요. 조금의 뜨거움에도 참을성이 없어지나봐요. 그래도 이러다가 어느 날 문득 더위가 한 걸음 물러서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려나요?

프레이야 2012-08-06 07:52   좋아요 0 | URL
만치님, 무더위에 뜨끈한 거 잘 드셨네요.
그렇게 땀 흘리고 나면 오히려 시원한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더운 건 더운 거에요. 그죠? 한낮에 걷는 건 어딜가나 삶기는 거일걸요.ㅎㅎ
이러다 금세 더위가 물러나면 언제 그랬냐싶지요.
건강한 여름 보내세요.^*^

책읽는나무 2012-08-05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산도 많이 덥죠?
신랑회사 동료중 몇몇이 서울 있다가 부산에 오니 너무 시원해서 좋다라는 소릴 한다네요?@.@
부산은 정말로 시원한가요?ㅋ
여긴 한낮만 좀 덥고,그나마 좀 시원한 편인 것같기도 하고, 아닌 것같기도 하구요.
건강 조심하세요.^^

프레이야 2012-08-06 07:55   좋아요 0 | URL
나무님, 어딜 가나 더워요.ㅎㅎ
부산은 바다가 가까이 있어서 바다 가까이 가면 아무래도 바람이 좀 다르긴 해요.^^
해가 질 무렵이면 좀 살 것 같아요.
이쁜 아이들이랑 시원하게 건강히 지내세요.~~

2012-08-06 0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시 읽고 시원해졌어요..
아, 부산. 부산의 산과 바다와 집들이 함께 있는 풍경 사랑해요!
ㅎㅎㅎ

프레이야 2012-08-06 22:33   좋아요 0 | URL
섬님, 좀 시원해지셨어요? ㅎㅎ
마지막 행, 기막히지요.
요만한 자국도 없이 인간이 제풀로 맺고 푼 것이 어디 있는가라니요. ^^

꿈꾸는섬 2012-08-06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탁족하고 싶어요~

프레이야 2012-08-06 23:02   좋아요 0 | URL
히히~~ 꿈섬님 탁족이란 말이 새삼스러워요.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한 곳에 자리를 잡거나 한가지 일에 의지한다는 뜻과 잠시 머무른다는 뜻이 더 있더라구요.
화끈한 문신을 새긴 모기들은 그런 식으로 탁족하는 걸까요? 엉뚱한 생각이..ㅎㅎ
발을 담그고 씻는 행위가 그런 의미까지 갖는 걸까요.
그럼 서로 탁족을 해주는 행위는 어떤 마음일까싶어요.
계곡물에 발 담그면 시원할 것 같아요.^^

세실 2012-08-09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굿모닝 프레이야님^*^
무더운 여름 잘 이겨내고 계시는거죠?
부석사 뒤편 오전약수 골짜기 가고 싶네요. 왜 몰랐을까? ㅎ
도서관은 에어컨 들어와서 시원하네요.

프레이야 2012-08-09 21:37   좋아요 0 | URL
세실님, 무더위도 한풀 꺾였네요. ㅎㅎ
잘지내고 계시죠? ♥ 도서관이 젤 시원한것같아요.
부석사는 가봤지만 저도 오전약수 골짜기는 몰랐어요. ^^

2012-08-10 1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8-10 2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2-08-10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과감하게, 핸드폰을 못 받을 상황에서는 꺼버려요.
그래도 연락할 사람은 문자를 넣겠지, 그런 정성도 없는 사람과 굳이 통화해야 할까? 머 이런 생각이요...

가만보면 저는 정말 요즘 배짱 편하게 변하고 있는거 같아요.

언니, 오늘 드디어 시원한 바람이 불어요. 오늘 하루 여유가 생겨서 너무 좋아요.
내일부터........... 다시 막막한 일정 시작이거든요. ㅋㅋ

프레이야 2012-08-10 21:28   좋아요 0 | URL
달여우님, 저도 받지 못할 상황이면 넘겨 버리곤 해요.
나중 다시 오거나 제가 다시 하면 되지요.ㅎㅎ
마음 편한 게 최고에요!!!
내일부터 다시 바쁜 거에요? 너무 바쁘진 말고 적당히요~~~ 달여우 귀여워요.^^
 

 

 

 

 

 

 

 

 

 

 

가끔 들춰보게 되는 이성복 시인의 아포리즘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 문학동네

 

 

 

 

* 너는 삶의 벼랑에 핀 꽃이다. 너를 꺾어라!

 

* 당신은 아직 내가 내딛지 못한 한 발 허공이다.

 

* 가장 아름다운 꽃나무는 언제나 가지가 비뚤어져 있다.

 

* 이해되지 않은 삶은 삶이 아니다. 말을 바꾸면, 삶은 오직 이해된 삶이다.

 

*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한 가지 위안 - 기쁨이 덧없다면 괴로움도 그러할 것이다.

 

* 구원이 온다면 망각과 함께 오리라.

 

* 이야기된 불행은 불행이 아니다. 그러므로 행복이 설 자리가 생긴다.

 

---------------------------------------------------------------------

 

 

마음이 성급히도 가을로 가는 이유가 뭘까. 성하는 아직 오지도 않았는데...

빗소리도 잦아든 고즈넉한 밤. 와인이 당기지만 오늘은 참자.^^

오늘 '나가수'에서 이문세의 "그게 나였어"를 서문탁이 부르던데 감동. 이문세보다 훨씬 좋았다.

대신 이문세의 이 노래.

 

 

 

 

 

 

 

바람이 불어 꽃이 떨어져도
그대, 나를 위해 울지말아요
내가 눈감고 강물이 되면
그대의 꽃잎도 띄울게

나의 별들도 가을로 사라져
그대, 나를 위해 울지 말아요
내가 눈감고 바람이 되면
그대의 별들도 띄울게

이 생명 이제 저물어요
언제까지 그대를 생각해요
노을진 구름과 언덕으로
나를 데려가 줘요

나의 별들도 가을로 사라져
그대, 나를 위해 울지 말아요
내가 눈감고 바람이 되면
그대의 별들도 띄울게

- 시를 위한 시 / 이영훈 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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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2-07-15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저 가사가 ..마치 온몸을 찌르는 가시 같아요..

네..이맘 때쯤 저도 아직 오지 않은 가을이지만 쓸슬한 그 무엇들에 의해 미리 엿볼때가 있어요.
여름이 한창인데 말이죠..

이문세의 음악은 .. 대단했었지만 언제 들어도 그 이유가 있었다 싶어요.. ~~ 프레이야님..
덕분에 노래 너무 잘 들었습니다.


프레이야 2012-07-16 10:57   좋아요 0 | URL
고 이영훈의 노래는 곡도 가사도 참 서정적이고 말씀대로 온몸을 찌르는 가시 같아요.
현대인들님 전 어제 와인을 참았어야 했는데 못 참았어요.^^ 화이트로 마시고 말았네요.
또 한 주가 시작되고 칠월도 중반으로 들어섰어요. 닥쳐올 시간이 왠지 두렵기도 하고요.
행복한 한 주 맞이하시기 바래요^^

2012-07-16 0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16 1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실비 2012-07-16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야밤에
비가 부슬부슬 오는날... 음악까지....
추천 꾸욱 누르고 가욤
굿밤되세욤 ^^

프레이야 2012-07-16 11:00   좋아요 0 | URL
실비님, 프로필이 갈수록 더더 이뻐져요.^^
어젠 하루종일 비가 내려서 센티멘탈한 어떤 구석을 찔렸던 것 같아요.
굿데이~~ 되세요^^

가연 2012-07-16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원이 온다면 망각과 함께...ㅎㅎ 이 말은 정말 와닿네요. 사람이 사람일 수 있는게 망각을 하기 때문이겠지요. 일전에 완전기억능력을 가진 사람에 대한 글을 읽었는데..

프레이야 2012-07-16 20:34   좋아요 0 | URL
망각은 신이 기억의 능력과 함께 준 축복이 아닐까요.
망각의 강을 건너야 죽음의 땅에 이를 수 있다는 건 그래서 아이러니하고요.
살아서 구원받긴 요원한 것 같군요. 그럴까요...;;

jo 2012-07-16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처음 들어와 봐요.. 뜻은 모르지만 뭔가 멋있는 글이에요. 인생을 살면서 이 문구들의 의미를 어느날 번쩍 깨닫게 되겠죠? 글도 서재도.. 진짜 다 멋있네요

프레이야 2012-07-17 19:13   좋아요 0 | URL
울작은딸보다 한 해 아래죠? 반가워요^*^
책도 많이 읽고 공부도 아주 열심히 하는 야무진 딸이더군요.
저 위의 아포리즘은 제게도 어려운 말들이에요.
어느 날 번쩍!! 그런 날이 오겠지요.

라로 2012-07-16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문세의 노래 정말 좋아요,,,,하지만 이영훈이라는 작곡/사가가 없었다면 저 노래도 없었겠죠!!
언젠가 신문에서 이영훈씨에 대한 기사를 읽었는데 정말 뭉클 정도가 아니라 참 슬펐어요,,
언젠가 재평가를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까운 사람인데 먼저 갔어요,,,

라로 2012-07-17 12:33   좋아요 0 | URL
우리 목욜에 나폴레옹제과점 갈까요???시간 되시나요??
서재에도 안 오신 거 보면 바쁘신 것도 같공,,,

프레이야 2012-07-17 19:03   좋아요 0 | URL
이영훈의 곡도 좋지만 노랫말이 전부 시에요. 그죠^^
아까운 사람들은 다들 먼저 가는 것 같아요.

목소리 넘 반가웠어요. 오늘따라 상태 메롱인 상태에서 받아서 그런가 더^^
아무튼 또 바빠지기 전 꼭 다녀와서 후기 재미나게 올려줘요. 대리만족이라도 해야쥐~

댈러웨이 2012-07-18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성복 좋아했었어요. 어떤 시집인지도 기억이 안 나는데. 옛남자. 어흑.
(저도 좀 지적인 댓글을 달아드리고 싶어요. 그러지 못해서 정말 죄송해요. ㅠ.ㅠ)

프레이야 2012-07-18 21:08   좋아요 0 | URL
댈러웨이님은 이름 그 자체로도 지적이고 감성적이고 아름다운데
어떻게 더 지적일 수 있어요? ^*^
 

아래 페이퍼에 손현숙 시인의 '공갈빵'을 넣었더니

아름다운 M님이 이런 시를 답글로 선사해 주셨다. 고마워요.^^

 

 

 

 

 

공갈빵이 먹고 싶다 / 이영식

 


빵 굽는 여자가 있다
던져 놓은 알, 반죽이 깨어날 때까지
그녀의 눈빛은 산모처럼 따뜻하다
달아진 불판 위에 몸을 데운 빵
배불뚝이로 부풀고 속은 텅- 비었다
들어보셨나요? 공갈빵
몸 안에 장전 된 것이라곤 바람뿐인
바람의 질량만큼 소소하게 보이는
빵, 반죽 같은 삶의 거리 한 모퉁이
노릇노릇 공갈빵이 익는다

속내 비워내는 게 공갈이라니!
나는 저 둥근 빵의 내부가 되고 싶다
뼈 하나 없이 세상을 지탱하는 힘
몸 전체로 심호흡하는 폐활량
그 공기의 부피만큼 몸무게 덜어내는
소소한 빵 한 쪽 떼어 먹고 싶다
발효된 하루 해가 천막 위에 눕는다
아무리 속 빈 것이라도 때 놓치면
까맣게 꿈을 태우게 된다며
슬며시 돌아눕는 공갈빵,

차지게 늘어붙는 슬픔 한 덩이가
불뚝 배를 불린다

 

 

 

-----------------

 

아무리 속 빈 것이라도 때 놓치면 까맣게 꿈을 태우게 된다며 슬며시 돌아눕는 공갈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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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 이홍섭

 

 

 

나 후회하며 당신을 떠나네

 

후회도 사랑의 일부

후회도 사랑의 만장 같은 것

 

지친 배였다고 생각해주시게

불빛을 잘못 보고

낯선 항구에 들어선 배였다고 생각해주시게

 

이제 떠나면

다시는 후회가 없을 터

등 뒤에서, 등 앞으로

당신의 불빛을 온몸으로 느끼며

눈먼 바다로 나아갈 터

 

후회도 사랑의 일부

후회도 사랑의 만장 같은 것이라

 

나 후회하며 어둠 속으로 나아가네

 

 

 

   지금 녹음 중인 <올리브 키터리지>를 마치고 나면 이홍섭의 시집 <터미널>을 할 예정.

녹음실 책꽂이에 꽂혀 있는 것 중 끌림에 의해 손이 갔고 시를 대충 읽어보고 바로 찜했다. 

그 중  '등대'는 홍상수의 영화 <다른 나라에서>를 떠올려준다.

영화에는 이국의 한적한 바다마을(모항)에서 '등대'를 찾는 프랑스 여인 안나가 등장한다.

영화는 세 명의 여인 '안나'를 중심으로 세 개의 비슷하면서도 다른 에피소드를 반복하며

'안나'가 넘나드는 일상의 꿈과 현실 그리고 그 경계의 허망함을 보여준다.

'안나'는 등대를 찾고 등대에 가보길 원하지만 그곳에 이르는 길을 알지 못한다.

등대로 가는 길을 알지 못하고 헤매는 우리가 '안나' 안에 있고 그녀의 안팎에서는

은근하거나 노골적인 욕망들이 엎드려 혀를 낼름대고 있다. 찌질하지만 귀여운.

웃음을 자아내는 위선과 능청,  동어반복의 하나마나한 말들, 은밀하게 들끓는 눈빛.

특히 스님(특별출연 김용옥)의 깡통같은 말에 몽블랑을 강탈하는 걸로 응대하는 안나는

앙큼함이 초절정이다. 힘이 세다.

아무도 아무것도 누구도 자신을 구원해주지 못할 것을 깨달은 안나는

'나만의 또 다른 길을 떠나겠다'는 결연한 메모를 남기고 길을 간다. 뒷모습이 경쾌하다.

 

 

 

 

다음 시도 <다른 나라에서>의 안나를 떠올려준다.

 

 

 

종재기가 깨진다는 말 / 이홍섭

 

 

젊은 날, 절에 들어와 처음 의문을 품었던 말은

무슨 거창한 화두 같은 것이 아니라

바람결에 들은 종재기가 깨진다는 말이었다.

 

화두를 잘못 들어 한평생 행려병자처럼 살아가야 할 스님이나

화두를 잘 들어 한 소식 한 스님이나

간장 종지 같은 머리가 깨지기는 마찬가지.

 

종재기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삶은 종재기가 깨지도록 가야 하는 그 무엇이기에

이 말 속에는 더덕 애순 같은 지순함이 들어 있는 것이었다.

 

철마다 골짜기, 골짜기를 온통 뒤덮고 난 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제 뿌리 속으로 스며드는 더덕 향 같은 것이

이 종재기가 깨진다는 말 속에는 들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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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2-06-08 0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가 와서 화창한 아침입니다~ 를 외칠순 없지만..
비가 와서 시들이 참 차분하게 읽히네요.^^
오늘 하루 괜스레 설렐 것같네요.

종재기가 깨진다.이말을 몇 번씩 되풀이하면서 읽다가 문득,
오늘 도서도우미 하러가는 날인지라
만나는 꼬마들에게 종재기가 한 번 깨어지도록
다가가볼까? 문득 그런생각이 드네요.
헌데 꼬마들은 절 무척 부담스러워하는 듯한..ㅋ

프레이야 2012-06-08 09:48   좋아요 0 | URL
밤새 비가 왔었나봐요, 책읽는나무님^^
이홍섭 시인 저는 처음 보게 됐는데, 시들이 참 좋더군요.

이쁜 둥이들이랑 민이 키우면서 도서도우미까지, 참 부지런하세요.^^
저도 아이 초등학교 다닐 적에 도서도우미를 했었어요. 떠드는 아이 있으면 주의도 주고ㅋㅋ
오늘 종재기가 깨지도록, 기운 펄펄 나부대는 아이들에게 다가가 보실래요?
우리 종재기가 깨지도록 살아봅시다~~~~

댈러웨이 2012-06-09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이홍섭님의 <등대>는 가슴을 통째로 허하게 만드는 시쟎아요. 좀 무뎌지고 싶은데 그렇지 않은 걸 보면 전 아직도 청춘이고 싶은가봐요.

이자벨 위페르, 보고 싶어요 저 영화. 유튜브로 보니 인물들, 홍상수 감독의 인물들 답게 여전히 찌질하던데... 홍상수가 들이는(?) 배우들도 그렇고, 홍상수도 그렇고, 아 정말, 사랑안하고는 못 배길 사람들. ^^

프레이야 2012-06-09 23:10   좋아요 0 | URL
무뎌지는 것보다 청춘이 좋지 않나요? ^^ 댈러웨이님 우리 계속 청춘해요~~
이자벨 위페르를 홍감독이 왜 저 영화에 캐스팅 했나 좀 의아했어요. 굳이 60세 여배우를요.
편견이나 어떤 경계를 깨고픈 의도인가 싶기도 하고요. 여전히 아름답지만 클로즈업 되면 주름이...
그래도 사랑스러운 '안나'였어요. 홍상수의 '찌질하고 귀여운' 남자들, 진짜 웃겨줘요.ㅎㅎ
전 홍감독 영화 중 '하하하'와 '북촌방향'이 참 좋았어요. 이 영화도 재미나요.
 

콧물의 힘 

 

이정록 

 

느릅나무 향나무 노간주나무, 그 어떤 무쇠나무로 코뚜렐
만든다 해도 소 콧구멍에 주소를 둔 놈이라야 힘을 쓰는 겨 

헛간 말쿠지에 몇해째 걸려만 있는 코뚜레는 지 몸 휘어잡고
있는 지푸라기 한 올도 끊덜 못혀 

쇠전에 끌려나온 목매기송아지처럼, 오늘도 맘껏 울어
눈물 콧물에서 용쓰는 힘이 나오는 것인께 

워쩔껴?  인연이란 게 다 코가 꿰인 울음보인 것을,
여덟 팔자 반토막 콧물 전 코뚜레인 것을
  

 

--------  

요새 이정록의 '정말'에 실린 시들이 참 좋다. 하나하나 모두.

한 일주일 가량 콧물바람 하며 미열을 달고 감기를 맞았다. 지금은 목 아픈 거만 좀 남아 살만하다.
콧물의 힘!  "인연이란 게 다 코가 꿰인 울음보인 것을, 여덟 팔자 반토막 콧물 전 코뚜레인 것을"
벗이 자신은 팔자랑 싸울 거니 나는 인연이랑 싸우라는 인사를 보내왔다.
와, 화두 중에서도 보통이 아닌 화두다.
인연이랑 어떻게 싸워야 이길 수 있을까. 여덟 팔자 반토막 콧물 전 코뚜레랑 어떻게 싸울까. 
 

 작년에 출간한 박범신의 에세이. 그냥 끌려 빌려온 책이다.
존재의 안부를 묻는 일곱가지 방법,이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제목 뒤에 커다란 마침표를 찍어둔 게 눈에 띈다.

'은교'에서처럼 예순이 된 작가는 늙고 병들고 죽는
인간의실존과 그것을 딛고 존재하는 현명한 방법을 시원시원하게 풀어놓았다.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과 지혜가 공존하는 글이 생각보다 마음에 든다.
산다는 것은 병을 앓는 것이다,로 시작하는 서문에 우리의 오욕칠정이 병을 앓게
하는 것이라는 말로 부연한다. 즉, 병을 앓지 않는다면 사는 것도 아니란 말. 
또한 삶이 교란되지 않을 정도로 쿨한 감정을 유지할 수 있는 신세대의 연애와
늙다리세대의 연애감정을 비교한 대목도 와닿는다. 감정의 기복을 무난하게 여미며
연애하는 젊은 그들이 부럽다는 얘기다.
특히, 이런 문장은 이순을 넘긴 '젊은' 작가의 통찰이 엿보인다.  옮겨보면... 

 

 

내게 있어 연애는 여전히 평화보다 '투쟁'에 가깝다. 
사랑은 합리성을 벗어난 비정상적인 감정과 다름없어서, 한번 연애에 돌입하면, 무슨 일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내부에서 끊임없이 추락과 상승이 반복되고, 주관과 객관이 전도되고, 이성적 판단과 감성적 선택의 경계가
무화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내부의 열망으로 모든 감각체계가 풍뎅이처럼 부풀어 매사에 균형과 안정감을
잃게 되는 것이다. 공부라고 뭐 다르겠는가. 특히 창작이란 비정상적인 감정의 반응을 포착하여 그 씨앗으로
얻어내는 과실 같은 것이라서, 심리적 균형은 경우에 따라 언제든 독이 될 수 있다. (66쪽)

 

평화보다 투쟁의 길인 줄 처음엔 모른다. 눈치채기도 어렵다.
합리성을 벗어난 비정상적인 감정과 투쟁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것을 포착하여 창작의 열정에 씨앗내려 과실을 얻어내려면 지금 좀 더 현명해져야 하지 않을까.
겨울은 다가오고 헛헛한 마음을 빈숲에 좀 내려놓고 한줄기 햇살이라도 좀 받고 싶다. 
그래야하는데 왠지 사방이 안개속, 겨울안개속이다.  
그래도 글을 써서 열망을 터뜨리라고 격려하고 응원해 주는 한 사람의 벗이 있어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생각은 내려놓으라 했는데, 또 나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아무튼, 산다는 것은 여덟 팔자 반토막 콧물 전 코뚜레랑 싸우는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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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11-11-29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아프셨군요. 며칠 추웠다 따쉈다 오락가락 했으니 감기에 넘어가실만도 하셨지요. 어여 쾌차하세요~

인연이랑 싸워 이기려 하기보다 같이 동행해 보세요.
돌아 서려는 인연을 살살 구슬려서 조금 더 곁에 머무르게 하고, 조금만 들고 오는 인연을 꼬드겨서 넉넉하게 안고 오게 만드시구요 ^^

프레이야 2011-11-29 19:47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 오늘은 많이 좋아졌어요. 이곳은 오늘 날씨가 아주 포근해서
초겨울이 아닌 줄 알았답니다. 하늘 가까운 곳에서 초겨울햇살을 좀 쐬었습니다.
인연에 대해서도 우리 탕님은 역시 긍정적이고 밝고 품이 넓어요.^^ 고맙습니다. 배울게요.

반딧불,, 2011-11-29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 시민대상으로 한 박범신님의 열강을 들으면서 매혹되었던 사람 중의 하나랍니다. 생각보다 훠월씬 치열하시더라구요. 20대때만큼 그의 들들을 읽진 않는데 그때의 그 느낌을 아직도 가지고 글을 쓴다는 것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뭐 글쓰는 이들 보면 부럽구요.치열한 그 치열한 것이 참. 더 치열하게 살아야함을 통감합니다.
참,님의 글도 참 좋답니다^^.

프레이야 2011-11-29 19:50   좋아요 0 | URL
반딧불님, 그죠? 박범신의 소설은 제가 그닥 관심이 없었는데 '은교'에 매료되었지요.
치열하신 거 맞고 뜨겁고 강단 있으시더군요.
청년이었어요.^^
전 요새 많은 생각들이 일어났다 사라지고 또 다시 일어나는 파도 같아요.
그 중 물거품만은 아닌 어떤 순간의 포착들도 분명 있어야겠지요.

2011-11-30 2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30 2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1-12-01 00:14   좋아요 0 | URL
임고가 무지하게 어렵다더니 정말 그런가봐요.ㅠ
따님 정말 든든한 맏딸이네요. 언니 복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