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어
속풀이에 그만이라는
소리를 듣고 시장에 들렀네
동해 깊은 물길 따라 떠돌다
강원도 산바람 맞으며
얼었다 녹았다 하는 사이
꾸들꾸들 말라가며 속부터 텅텅 비어냈을
몸뚱이 명태, 동태, 황태... 몸이 바뀔 때마다
이름도 바뀌어 생각이 높아진 어족 하나가
죄도 없이 두들겨맞네
야윌수록 맑은 정신 들 듯
바짝 마른 북어 한 마리
세상 진구렁 부글부글 끓는 속으로
들어가면
오늘 저녁
속 풀어진 세상 하나
만날 수 있을까
- 이은숙 / 2000년 <시와비평> 등단, 처녀시집 북어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