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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도 예쁜 것들이 있다 - 볼수록 매혹적인 우리 유물
이소영 지음 / 낮은산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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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자기는 한국 포장 디자인을 대표하는데, 무엇을 싸느냐에 따라 책가방, 옷 보따리, 장바구니 등 다양한 용도로 변신한다. 게다가 쓰고 남은 자투리 조각 천들을 모아 만드니 지혜와 알뜰함이 돋보인다.
버려질 천 조각을 활용하다 보니 크기, 모양, 색상이 조금씩 다르지만 여러 도형들을 자유롭게 결합해서 파격과 조화미를 보인다.
조각보의 세련된 조형미는 네덜란드의 추상표현주의 작가 피에트몬드리안Pieter Mondrian, 1872~1944의 작품과 자주 비교될 정도로 현대적이다. 독일 린덴국립민속학 박물관장인 피터 틸레가 몬드리안이혹시 한국의 조각보를 본 적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을 제기했을 정도로 몬드리안 작품의 조형미는 조각보와 닮은 점이 많다.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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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 예약 장바구니행.


<이토록 평범한 미래>는 작가가 최근 2~3년간 집중적으로 단편 작업에 매진한 끝에 선보이는 소설집으로, ‘시간’을 인식하는 김연수의 변화된 시각을 확인할 수 있게 한다. 김연수는 과거에서 미래를 향해 흐르는 것으로만 여겨지는 시간을 다르게 정의함으로써 우리가 현재의 시간을, 즉 삶을 새롭게 상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아름답고 서정적인 언어로 설득해낸다. 특별한 점은 그 가능성이 ‘이야기’의 형태로 전달된다는 것이다.

- 알라딘 책소개 중



#
4년전 겨울 그러니까 그 해의 첫달에 세종시에서 한 김연수 작가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순한 인상이었다. 작가는 대만 스펀에서 천등을 띄워 올린 경험을 꺼내며 강연을 시작했다. 한마디 한마디 사려 깊은 어조였는데 그때 말한 작가의 내적 경험은 구체적이고 세밀했다. 지금은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그것은 소설가에게 질료가 되기 이전에 뭔가 본질적인 감정을 떠올려 주었다.

그전 해 구월 여름같던 날, 나는 소박한 스펀역에서 기차를 타고 탄광마을로 들어갔다. 낡은 철로가 이어진 마을에서 커다란 천등과 소망의 글귀를 써서 함께 하늘로 올려 보냈다. 난 소망이랄 게 딱히 없었지만 사람들이 다함께 그렇게 하는 데에는 또 어떤 의미가 있어 보였다. 사람들이 가족 건강과 행복 어쩌고 적었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 그런 생각을 했더랬다. 소망을 적는다는 건 부끄럽고 쑥쓰럽고 뭐 그런 일이다, 내겐. 고개를 한껏 들고 하늘로 날아가 나에게서 멀어져가는 등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했던가. 벅차면서도 아련하게 무언가 내 안에서 빠져나가는 느낌. 명명하기 어려운 충만한 감정. 시간이, 순간이 저만치 날아가 어디에서 내려앉을 것 같았다.

김 작가는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다며 그런 이야기를 찾아 쓰는 데에 있어 상상력보다 언제나 더 중요한 건 경이감을 잃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그 말이 인상 깊었다.
내게 있어 경이감은 고양이의 눈 같은 것이다. 그땐 함께 살진 않아 잘 몰랐지만 그로부터 몇 개월 후 고양이가 내게 왔다. 나를 관찰하고 창밖을 감상하며 견자인 듯 몽상가인 듯, 그런 고양이의 눈에 빠져 버렸다. 똑 같아 보이는 하루하루, 빛나는 호기심과 놀라움으로 날마다 새로운 삶을 사는 고양이. 일주일치를 하루에 살아내는 기적적인 생명체. 유리구슬 같은 눈망울로 무얼 생각하니? 책상 앞에서 아무것도 못하게 하는 요 녀석!

시간이 흘렀고, 저만치 날아간 그 때 그 순간이 돌아온 것 같이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가끔은 미래의 어느 지점에 나를 세워두고 현재를 바라보게 하자고 생각하곤 한다. 그게 작가가 염두에두고 쓴, “시간과 삶을 새롭게 상상할 수 있는 가능성”에 닿아 있을 것이다. 김연수 작가가 시간을 벼려 쓴 이번 소설집도 각자 또 함께 잘살기 위한 소망을 하늘로 올리는 일이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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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6 1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26 1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22-09-26 12: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저 금방 예약주문하면서 땡투 어쩌지? 고민했었거든요.^^
땡투 누를 수 있게 해 주셔 감사합니다. ㅋㅋㅋ

프레이야 2022-09-26 12:36   좋아요 3 | URL
그랬군요 ㅎㅎ 저도 땡큐에용

호우 2022-09-26 12: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상상력보다 경이감. 자주 생각하는 거지만 작가가 되는 사람들은 확실히 좀 다르네요.

프레이야 2022-09-26 12:37   좋아요 2 | URL
네. 호우 님 그때 그 말을 들은 후 경이감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잊을 만하면 떠올리기. 그 눈을 잃는 순간 우리는 늙는 것이겠지요^^

거리의화가 2022-09-26 12: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우! 김연수 작가님의 신작 기대됩니다. 제가 좋아하는 몇 안되는 작가분들 중 한 분이에요~^^
프레이야님 덕분에 즐거운 마음으로 신간을 기대해봅니다.

프레이야 2022-09-26 13:54   좋아요 2 | URL
두둥실 ~~
화가 님 저도 같이 설레네요.
10월 7일이 곧 오겠죠^^

페넬로페 2022-09-26 14: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김연수 작가 신작 엄청 기대되네요~~
좀 어렵지 않을까 우려도 되지만요
전작들이 어렵더라고요^^
워낙 깊이 있게 들어가서 그렇겠지요~~

프레이야 2022-09-26 14:22   좋아요 3 | URL
전 어떤 건 좋았고 어떤 건 좀 내려놓고 그랬는데 생각해보면 시절인연이었던 것 같아요. 책도 사람도 그런 면이 있지요. 에세이도 좋았어요. 지지 않는다는 말. ^^

얄라알라 2022-09-26 14: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껴두셨던 4년전 사진을 방출해주셨네요^^ PPT 서체랑 느낌이 매우 특이하네요^^ 그것 역시 순한 느낌

프레이야 2022-09-26 14:29   좋아요 2 | URL
ppt도 재미있게 만들어 왔더군요
동글동글한 서체로 보기 좋게요 ^^

blanca 2022-09-26 15: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너무 기대되는데 너무 늦게 나오더라고요. 어떻게 기다리죠? 대만에 가보고 싶어요. 대만, 김연수 작가 강연회 경험 다 부럽습니다.^^

프레이야 2022-09-26 20:09   좋아요 0 | URL
저 그때 어쩌자고 세종시까지 한달음에 달려갔을까요. 세종도서관도 들르고 호수 주변 한 바퀴 걷고 그랬네요. 한번씩 자극 되는 강연 들으면 좋은 거 같아요 ^^

바람돌이 2022-09-26 16: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김연수작가 책 장바구니 넣었어요. 너무 오랫만에 나왔잖아요. ^^
스펀에서 저도 천등 띄웠는데 저는 친구들이랑 가서 진짜 하나도 안 진지하게 대충 띄웠던 기억이.... 저는 그 때 이 동네에서 먹을 닭날개 볶음밥이랑 맛있는 커피집 생각밖에 머리에 없었던것 같네요. 역시 김연수작가님이나 프레이야 작가님 같이 작가인 분들이랑 저같은 평범이랑은 생각의 중심이 다른듯요. 그래도 스펀에서 먹은 닭날개 볶음밥 맛있었어요. ^^

프레이야 2022-09-26 20:07   좋아요 1 | URL
오랜만이라 더 반갑죠^^
저도 안 진지모드였어요. ㅋ 좀 들떠 있었고요.
낡은 기차가 신기해 구불렁한 기찻길에 서서 그거 바라보는 게 더 신나기도 했고요. 하늘 높이 올라가는 등이 비현실적으로 보였어요.
뭘 먹었는데 별로 맛이 없었나 기억에 없고 커피는 맛있어요. ㅎㅎ 기억도 이리 가물가물.

mini74 2022-09-26 17: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김천이 낳은 작가 김연수와 김중혁 ㅎㅎ 진짜 넘 반갑네요. 저도 찜해갑니다 ~

stella.K 2022-09-26 19:05   좋아요 1 | URL
김천이 나은 작가 또 한명 있는데.
그레서 김천 삼총사라고... 이 모라는 작간데
이름이 생각이 안 나는군요. 아, 이놈의 건망증은 고질입니다. ㅠ

stella.K 2022-09-26 19:13   좋아요 1 | URL
아, 이문재였던 것 같습니다. 아닌가...?ㅋㅋ

프레이야 2022-09-26 19:57   좋아요 2 | URL
스텔라 님, 문태준이랍니다 ㅎㅎ
이문재 시인은 김포 출생요.
김중혁 소설집 예전에 악기들의 도서관
낭독녹음 했는데 이후 티비에서 보이더만 요샌 안 보이네요. ^^

stella.K 2022-09-26 20:00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이거 끝까지 모른 척 했어야 하는 건데. 왜 헷갈렸을까요?ㅠㅠ

프레이야 2022-09-26 20:14   좋아요 2 | URL
ㅋㅋ 스텔라 님 귀여우셔라.
김천 김포 헷갈리죠. 문태준 이문재 모두 시인이고요. 김천역까지 고속철 타고 가봤네요. 아는 게 너무 많으면 막 섞여요. 이제 기억도 가물거리고요 ㅎㅎ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stella.K 2022-09-26 19: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 15년전인가? 무슨 문학 좌담회 때 게스트로 나온 걸
본적이 있습니다. 단단해 보이고 아직 청년의 이미지가 남아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많이 중후해졌겠죠? ㅋ
김연수 팬들 많죠. 근데 전 소설은 그닥 잘 모르겠고, 에세이는 읽을만하더군요.
<소설가의 일>과 <소설가의 산책>은 좋게 읽은 기억이 있어요.
고양이 같이 경이감을 가져라. 그렇군요.
갑자기 저희 집에도 고양이 한마리 들여놓고 싶네요.ㅠ

프레이야 2022-09-26 20:01   좋아요 2 | URL
고양이는 제 느낌이에용 스텔라 님. 김 작가는 고양이 얘긴 안 했구요. 조근조근 부드럽게 이야기하더군요. 15년 전이면 완전 청년이었네요. 제가 본 작가는 적당히 나이 든 표도 나고 수수했어요. ^^
고양이 생각해 보세요 님. 반려견과 이별하셔서 마음 안 좋으신데 강아지와 성격은 달라도 위안이 될거에요.

stella.K 2022-09-26 20:12   좋아요 3 | URL
그니까요. 아무리 마음을 단단히 먹고 키웠는데도
막상 마지막 때는 좀 허물어져 정말 다시 키울 자신이 없더군요.
모든 건 생로병사를 다 거치게 마련인데 이게 왜 이리도 익숙치 않은지
모르겠어요. 그동안은 더워서 하루하루 버티며 사느라 별 생각도 없었는데
바람이 스산하게 부니 다롱이 생각이 많이 나더군요.ㅠㅠ
미안해요. 고양이 예쁘게 키우고 계신데 웬 주책인지 모르겠어요.ㅋ

프레이야 2022-09-26 20:23   좋아요 1 | URL
제가 페이퍼를 그렇게 오해되게 썼나 싶어서 조금 보강 수정했어요. 스텔라 님 고양이 입양하시면 다롱이라고 이름 불러주면 좋을 것 같아요. 다롱아~ ㅎㅎ

stella.K 2022-09-26 20:29   좋아요 1 | URL
아유, 안 그러셔도 되는데. 제가 괜히 부담 드린 것 같아 미안하네요.ㅠ
뭐 다롱이도 좋긴하죠. 그런데 고양이는 고양이스러운 이름이 있는 것 같아요.
예를들면, 암컷이라면 춘희나 몽희.
수컷이라면 춘식이나 몽식이쯤 될 수도 있겠군요.ㅋㅋ

프레이야 2022-09-26 20:43   좋아요 2 | URL
ㅋㅋㅋ 암튼 춘. 몽. 이네요
울집 냥느님은 모꾸입니다. 고양이답지요 ㅎㅎ
오늘 목성이 아주 가까이 지구에 다가온다고 하는데 보이려나요. 이번에 못 보면 2100년에나 온대요.

stella.K 2022-09-26 21:01   좋아요 1 | URL
맞아요. 모꾸였죠? 그 이름도 좋은 것 같아요.
모꾸도 제 이름 불러주면 알아 듣나요?
저는 고양이는 거의 키워 본적이 없는지라...
우리 다롱이는 알아 듣는 것 같긴했어요.

프레이야 2022-09-26 21:24   좋아요 2 | URL
네. 완전 알아들어요. 영리해요 고양이. 먹돌이여서 먹꾸에서 모꾸로 ㅎㅎ 작은딸이 지었는데 정감있는 이름 ㅋㅋ 일명 꾸돌이, 꾸꾸, 박 사장… 수컷이거든요.

희선 2022-09-28 01: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작가인데, 저는 소설 보면서도 잘 모르기도 했습니다 예전엔 그랬지만 지금은 좀 다를지... 지금도 다르지 않을 것 같아요 소설이 어려운... 한국 단편소설은 왜 그렇게 어려워 하기도... 김연수 작가 단편소설에 제 이름이 나오기도 하는군요 메일 보면서 새로운 소설집 나왔다는 거 알았어요

모꾸 늘 건강하게 지내면 좋겠습니다


희선

프레이야 2022-09-28 07:59   좋아요 2 | URL
착한 모꾸는 요즘 사람으로 치면 청년이라 혈기왕성하고 건강해요. 차츰 나이 먹고 아프고 그럴거라 생각하면 애잔해져요. 우리가 하루를 살면 모꾸는 일주일을 사는 거라. 놀아달라고 보채는데 ㅎㅎ 녀석 에구. 다묘인은 어떻게 다 놀아주고 그러는지 몰라요.
소설에 이름 나오면 왠지 반갑지요.
소설가는 아떻게 인물의 이름 지을까요.
그냥 떠오른대로 혹은 의도적으로.
 

세상 아가씨들에게!

그래서 초고가 어땠냐고? 난 웃었징… 밑그림이나 좀 그려 두랬더니 채색까지 적잖이 해놓았으니까, 사람 당황스럽게시리…

작가가 워낙 단순한 기교를 능가하는,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재능을 가진 덕분이었다. 읽자마자 "거의 다 익은 것 같아!"라고 뇌까린 다음 이 각본에 내가 한 일이라고는 뭐랄까, 스토리에 입체감을 좀 더해준 정도? 그 비슷한 어떤 것.
(중략)
그래도 따지고보면 나란 놈은 정말이지 운도 좋지 뭔가, 팬들이 그 모든 어려움을 뚫고 <아가씨>에게 와주었잖아. 그래....그랬기 때문에 <아가씨〉가 새롭게 태어나게 된 건 맞다. 모름지기 영화란 관객 하나하나와의 사적인 만남을 통해 무수히 새로 태어나는 법이 아니던가. 나는 참 행복하다, 감독이란 뭐니 뭐니 해도 손님들이 영화에서 좋은 냄새 난다고 그럴 때가 제일로 기쁜 법이니까. 나는 뿌듯하다, <아가씨>는 내 아기씨니까. 그리고 또 나는 든든하다, 이렇게 <아가씨〉를 사랑하는 이들이 <아가씨>를 지켜줄 힘까지 가졌으니까.

박찬욱 - P8

그래서 이것은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이면서 성장담이다.

한 여자아이가 세상으로 나가기 전에 얼마나 엄마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지, 그리고 다른 여자아이를 발견하고 그녀의 아름다움에 얼마나 감탄하게 되는지, 그런 아름다움의 가능성이 나에게도 있는지 거울을 비춰보게 되고, 다른 여자아이를 아기처럼 돌보는 일에 얼마나 만족감을 느끼는지, 그렇게 돌봄을 받는 것이 얼마나 감미로운지, 그 아이를 돌보기 위해 얼마나 강인해질 수 있는지, 얼마나 사납게 싸울 수 있는지, 그런 것들을 쓰고 싶었다.

정서경 -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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뤽 다르덴, 인간의 일에 대하여


북펀딩 소식을 보고 바로 펀딩 완료.

11월 2일 배송 예정이네.


"우리 사회에 분명히 존재하지만 '보이지는 않는 사람들'이 어떻게 보이지 않게 됐는지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올해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75주년 특별상을 받은 거장 형제 장-피에르·뤽 다르덴 감독은 최근 프랑스 칸에서 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벨기에 출신의 두 감독이 이번 영화제에서 선보인 영화는 아프리카에서 벨기에로 건너온 아이들의 우정을 그린 '토리와 로키타'다. 친남매처럼 서로 의지하는 남자아이 토리와 그보다 조금 더 큰 여자아이 로키타의 여정을 통해 폭력에 노출된 유럽 내 어린 이민자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 기사 발췌

 - 기사 출처 http://yna.kr/AKR20220530015300005?site=popup_share_copy

뤽 다르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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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뤽 다르덴이 2011년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영화 〈자전거 탄 소년〉의 두 인물 시릴과 사만다에 대해 생각하며 2007년 5월부터 틈틈이 적은 단상을 모은 것이다. 태어나면서부터 버림받은 소년 시릴과 그를 엄마처럼 품어주는 여인 사만다라는 두 인물에 대한 글이다. 저자는 “홀로 남겨진 소년에게 삶은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지, 존재 자체가 파괴되는 폭력을 경험하고도 소년은 어떻게 똑같은 폭력의 충동을 느끼지 않을 수 있었는지 이해하고자”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밝히고 있다.

니체가 신의 죽음을 선언한 이후 우리 인간은 신이 주던 위안을 잃어버린 채 어떻게 죽음을, 삶을 감내할 수 있는가? 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저자는 ‘죽는다는 두려움’을 파헤친다. 인간에게 삶은 공포 그 자체이고 그런 세상에서 만나는 타자는 제거해야 할 위협이 된다. 이 주제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저자의 사유는 제자리를 맴도는 듯하면서도 수많은 나선을 그리며 느리지만 조금씩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곳으로 독자를 인도한다.


- 알라딘 책소개 중 발췌




형 장 피에르 다르덴과 동생 뤽 다르덴, 형제는 일찌기 노동현장에서 일하며 다큐멘터리를 찍었다. 이후 한결같이 소수자 이웃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냉엄한 영화를 만들어왔다. 불편한 마음이 들어도 우리 이웃의 일이니 외면하지 말고 보라고, 핸드헬드 카메라를 들고 바짝 따라다니며 인물을 비추어 낸다. <로나의 침묵>, <언노운 걸>, <아들>, <소년 아메드>...... 그 중에서도 <자전거 탄 소년>은 그의 다른 영화들에 비해 비교적 온기 있고 희망적이다. 뤽 다르덴이 쓴 <인간의 일에 대하여> 책 소개를 보고 2011년 이 영화를 선보이기 전, 2007년 5월부터 영화 속 두 인물 시릴이라는 소년과 그를 돌보는 사만다에 대해 생각하며 단상을 적어왔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의 일을 들여다보며 <인간의 일에 대하여>를 쓰기 시작했다니, 꾸준히 지켜온 진정성이 느껴진다. 어서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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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덴 형제는 “우리는 한 사람이지만, 눈은 네개”라고 표현한다. 두명이 공동연출을 할 때 상상 가능한 생산적인 분담 방식의 한 예를 드는 것으로 이 표현은 더 잘 설명된다. 주로 촬영과 편집을 맡는 장 피에르 다르덴과 사운드쪽을 맡는 장 뤽 다르덴은 촬영장에서는 한 사람은 모니터를 보고, 또 한 사람은 배우를 본다. 모니터 뒤에 있는 사람은 배우의 연기에 대해서 거론하지 않는다. 그러고 나서 자리를 바꾼다. 역시 모니터 뒤에 있는 사람은 침묵한다. 둘 사이의 의사소통은 필요없다고 한다. 말하지 않아도 의중을 이해한다고 한다. 그러니, 역으로 정말 ‘눈이 네개 달린 한 사람’의 역을 하게 되는 셈이다. 또 한 가지, 다르덴 형제의 독특한 연출방식의 예가 되는 것은 혹독한 수준의 리허설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배우에게 요구하는 것은 결국 “육체적인 것”이라고 설명한다. 작업은 먼저 카메라맨 없이 시작되어, 많은 리허설로 동선을 구성해보고, 또 몇 가지 버전으로 바꿔본다. 이때는 대사에 대한 부담도 주지 않는다. 수차례 반복한 뒤 카메라는 돌아간다. 하지만 이제는 연습한 걸 정확하게 할 필요없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배우의 움직임과 디테일들이 살아난다. 그때에 가서야 대사를 시작하고 조정해나간다. 다르덴 형제는 배우가 육체로 말을 건네기를 원한다. 카메라는 그 살아 있는 ‘물질성’을 담을 뿐이다. 이것이 바로 그들 식의 ‘리얼리즘’이며 다큐멘터리에서 극영화로 넘어오면서 발전되는 그들만의 요소이다. / 씨네 21 No. 441 중




자전거 탄 소년, 중



생활고로 빼앗긴 시릴의 벗을 찾아주고 주말 위탁모 제안까지 기꺼이 받아들인 사만다는 어느 날 그 이유를 묻는 시릴에게 "그냥"이라고만 대답한다. "그냥"은 나중에 시릴이 나쁜 길로 자신을 데려가려는 동네 형의 제안을 마다하지 않고 돈은 필요없고 "그냥 돕고 싶어서"라고 말하는 장면과 함께, 무뚝뚝하지만 영화의 진심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우리가 베푸는 친절에 첨가물이 섞이지 않고 순수한 결정체로 그 행위가 빛날 때 험난한 과정과 결과에까지 책임을 질 수 있는 명분과 용기로 이어지는 게 아닐까.

 

나는 과연 순정한 친절을 베푸는 인간인가? 시릴이 나쁜 행동인 줄 알면서도 그냥 그 형을 돕기로 약속했기에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사만다에게 상처를 입힐 때에도 그녀는 잠시 슬픔에 겨워 울음을 뱉었을 뿐 시릴을 내치지 않는다. 어딘지 모르게, 내 추측이긴 하지만, 사만다가 시릴을 돌보는 건 모종의 옛일에 대한 속죄의 모습 같기도 했다. 이런 생각을 잠시 한 나는 영화가 말하는 순정한 '그냥'을 배반하는 관객이다. 아버지에게 다시 한 번 내침을 당한 후 자전거를 타고 달려 사만다에게 돌아온 시릴, 잘못을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며 자신을 받아달라 진심으로 원하는 시릴에게 사만다는 참다운 '어른'의 모습을 보인다.

 

<자전거 탄 소년>은 잘못과 뉘우침, 용서와 복수, 속죄와 성장 그리고 희망의 이야기를 군더더기 없이 보여준다. 강렬하고 집요하다. 영화는 감정을 주름살 뒤로 감춘 무심한 얼굴에 인간에 대한 이해와 애정을 감출 수 없는 노인 같다. 단순한 플롯에 복잡하지 않은 사건을 시간순으로 배치하며 자연스럽게 시릴이 유년의 기억을 자양분으로 해서 미래로 나아가는 길을 보여준다.


- 고마워 영화, 27-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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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9-20 18: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마워 영화> 이 책이 명작이군요~!! 저도 나름 ‘순정한 친절‘을 베푸는걸 목표로 하는데 꼭 좋게만 받아들여지지는 않더라구요. 악용하는 사람도 있고 ~ <자전거탄 소년> 재미있을거 같아요~!!

프레이야 2022-09-20 21:03   좋아요 1 | URL
선하신 새파랑 님 ~
뭐든 순정품이 최고죠. 그렇지 않은 건 좀 있으면 다 드러나요 ㅎㅎ
자전거 탄 소년, 재미도 있고 뜨끔한 충고도 되고 그래요. 참다운 어른이란.

scott 2022-09-20 18: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이책 땡투😍
고마워 영화🤗

프레이야 2022-09-20 21:04   좋아요 1 | URL
양장본이라 더 이쁠 것 같아요
스캇님 ^^

미미 2022-09-20 18: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고마워 영화 표지 속 여성
프레이야님 같아요~^^♡

프레이야 2022-09-20 21:05   좋아요 2 | URL
쪽집게 미미 님~^^

페크pek0501 2022-09-21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는 감정을 주름살 뒤로 감춘 무심한 얼굴에 인간에 대한 이해와 애정을 감출 수 없는 노인 같다.˝
- 이런 표현을 하실 줄 아시는 프레이야 님, 짱이십니다!!!

프레이야 2022-09-21 17:06   좋아요 0 | URL
페크 님 ~^^
바삭바삭 가을입니다~

희선 2022-09-22 0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마음 없이 그냥일 때도 있을 텐데... 그런 마음이 죽 이어지면 좋겠네요


희선

프레이야 2022-09-22 07:49   좋아요 0 | URL
순수하게 그냥이라고 말해도 사실 내적 동기는 또 각자 있겠지요. 전환점이 되는 선한 동기. ^^

기억의집 2022-09-24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번에 페이퍼 읽고 펀딩할까 말까 했다가 방금 펀딩했어요~ 자전거 탄 소년은 들어보긴 했는데 영화는 못 봤지만.. 찾아보니내일을 위한 시간의 감독이였네요~ 그 작품 인상적이었는데 다르덴형제가 만들었네요!! 읽어봐야죠!!!

프레이야 2022-09-25 00:07   좋아요 0 | URL
기억 님 ^^ 영화만큼 진정성 담긴 좋은 글일 것 같아요. 기대됩니다.
 

과학은 조소, 회화, 음악, 시문학의 근간이 되며, 과학 자체가 시의 속성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_ 66쪽

앞서 주장했듯이, 과학은 걸작을 만들어 낼 때뿐 아니라 미술을 감상할 때도 필요하다. 예컨대, 작품에 담긴 생명의 본질을 폭넓게 이해하지 못한다면 성인이 아이보다 무엇이 낫겠는가?
시에 등장하는 객체와 동선을 훤히 뀀으로써 시골뜨기는 미처볼 수 없는 것을 간파한다면 모를까, 그러지 못한다면 신사가 시골뜨기보다 무엇이 낫겠는가? 당연한 이야기지만, 작품을 감상하기 전에 관중이 작품을 자각하고 있다면, 이를 얼마나 이해하느냐에 따라 감상의 질이 달라지게 마련이다. 작품의 진실을 하나하나씩 벗겨 낼 때마다 지각한 사람이라면 희열을 느끼겠지 - P65

만, 무지한 사람을 이를 간과하고 말 것이다. 작품의 수효야 어떻든, 예술가가 작품을 통해 암시하는 것이 늘수록, 작품과 연관된 사상을 내비칠수록 사람들에게 크나큰 만족을 안겨 줄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만족을 누리려면 관중이나 청중 혹은 독자는 예술가가 시사한 현실을 간파해야 한다. 현실을 간파한다는 말은 곧 과학을 꿰뚫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 P66

과학에 입문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은 시중에 나오는 시 중 10분의 1도 알 수 없다. 소싯적 식물과 곤충을 채집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은 작은 길과 울타리에서 만날 수 있는 재밋거리를 조금도 알지 못할 것이다. 화석을 발굴하러 다닌 적이 없는 사람은 암석에 박힌 보화(화석)가 발견되는 지대에서 시상을 떠올릴 리 없고, 해변에 살면서도 현미경과 수족관을 둔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해변에서 만끽할 수 있는 최고의 즐거움을 아직 모르는 것이다. 사사로운 일에는 정신을 팔면서도 위대한 자연에는 무관심한 사람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자연이 만든 건축물에는 관심이 없지만, 스코틀랜드 메리 여왕의 음모론같이, 몰라도 그만인 논란에는 사족을 못 쓴다. 헬라어로 된 시는 악착같이 배우려 하지만, 신의 손가락이 지구의 지층에 새긴 대서사시에는 눈길 하나 주는 법이 없다! - P67

과학교육이 훈육 수단으로서 언어교육을 능가한다는 사실은 판단력 함양에 주안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영국 왕립과학연구소에서 지식 교육을 가르친 마이클 패러데이Michael Faraday 교수는 가장 흔한 지성의 단점으로 ‘판단력 부족‘을 꼽았다. 일리 있는 말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사회는 판단력 교육에 무지할 뿐아니라, 그것에 무지하다는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문제의 원인을 과학 문화가 부족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패러데이 교수의 결론은 분명하다. 주변 환경, 사건 및 결과에 대한 정확한 판단은 주변 현상의 인과관계를 파악할 때만 능하다는 것이다. 어구의 의미를 훤히 꿰고 있다고 해서 인과관계를 정확히 유추해 낼 수는 없다. 데이터에서 결론을 지속적으로 도출해 내고, 관찰과 실험을 통해 결론을 검증할 수 있다면 정확한 판단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습관이 판단력의 필요조건이며, 이것을 과학으로 익힌다는 것이 과학교육의 장점 중 하나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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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0 15: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20 17: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20 16: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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