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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프레이야 > 크리스마스

ㅎㅎ 기특한 북플! 이런 게 올라오네. 무려 14년 전 기록이다.
앞 줄 덩치 크고 통통한 아이가 둘째인데 지금은 교환 학생으로 베를린에 있다. 아침에 직접 피아노를 연주한 캐롤 메들리를 보내왔다. 열에 들떠 아직 힘들지만 잠시 웃게 되네. 전공과는 무관하게 아이가 좋아하는 거라 보기에도 좋다. 기숙사에 피아노가 있는 음악실이 있다고 처음부터 아주 좋아했다. 돌아올 날이 두어달 남았다. 딸! 행복하고 풍성한 삶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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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9-12-25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크리스마스 잘 보내고 계신가요.
따뜻한 연말과 희망 가득한 새해 맞으세요.
늘 좋은 인사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프레이야 2019-12-25 14:41   좋아요 1 | URL
네. 서니데이님 덕분에 마음 포근한 날이네요. 얼마남지 않은 2019년이랑 잘 지내기에요^^

moonnight 2019-12-25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4년 전@_@;;; 꼬마아이가 베를린에서 혼자 생활할 정도로 의젓하게 잘 키우셨군요. 대견하시겠어요^^

프레이야 2019-12-25 18:31   좋아요 0 | URL
ㅎㅎ 의젓한 아이죠. 칠월에 가서 겨울을 잘 보내고 있네요. 참 좋은 나이인 것 같아 부럽기도 하고요. 북플이 이렇게 추억을 불러주네요 달밤님.

hnine 2019-12-25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따님들 소식 궁금했어요.
지금도 기억하는, <악흥의 순간>이었던가요? 올리셨던 피아노곡이 생각나요. 둘째 따님인지 첫째 따님이었는지, 그건 생각이 안나네요.
두어달이 아주 길게 느껴지시겠어요.

프레이야 2019-12-25 19:01   좋아요 0 | URL
기억이 까무룩해요 나인님. 피아노곡이면 작은딸이구요. 클라식기타였다면 큰애였을 거지만요. 성탄 어찌 보내셨나요. 전 집에서 쿨럭거리며 영화 생일 보았네요 티비에서요. 펑펑 울었어요 전도연 설경구 따라. 다린이는 지금 몇 살이나 되었나요? 많이 자랐을 텐데요.
 

 

 

 

 

 

 

 

 

 

 

 

 

 

책을 작업할 때마다 외롭다고 느끼곤 한다. 첫번째 책이 유독 그랬고, 두번째는 좀 나았고, 이번 세번째는 좀 더 나았다. 그래도 와인셀러가 텅텅 비어버릴 정도로 자주 외로웠던 것 같다. 딱히 외로울 일도 없는데 생각해보니 모든 걸 혼자 선택하고 혼자 해결하며 나아가야 하는 일이기에 그런 것 같다. 시월부터 두어달 동안 내 책까지 4권을 냈고 문학행사 두어 가지 신경쓰고 점자도서관 강의도 9주간 이어가며 12월 5일 종강하고 그외에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부수적인 일들까지 모두, 신경이 전방위로 뻗어 있었다. 

 

책이 나온 후에 밀려오는 만감, 사람에 대한 재발견 같은 게 또 가만히 느껴볼 만한 것이다. 12월 6일에는 나와 같은 시기, 같은 출판사에서 첫 수필집을 발간한 글벗과 합동 출간기념 '2인다색 에세이톡'을 잘 마쳤다. 마음이 통해 서로 동시에 제의하고 구상하였다. 티타임을 이용해 가까운 카페에서 밝고 아기자기한 프로그램으로 박수와 칭찬을 들었다. 서로 맞기도 좀 다르기도 하여 잘 어울렸던 것 같다. 적절히 조율하며 진행했고 결과는 좋았다. 고마웠고 좋은 인연 나누는 글벗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각자 15명씩, 총 35명 정도 초대했다. 친구들, 문우들, 물류창고 화재로 정신 없고 타격이 크실 텐데 화분까지 보내준 지식과감성사 대표님 마음, 감사하다. 특히 내 글을 낭독해준 친구와 문우, 감동이었다. 모두 글 속 주인공들이었다.

 

초집중적으로 에너지를 너무 쓴 건지 중요한 일들을 90% 끝내고 나니 감기몸살이 제대로 찾아왔다. 13일 저녁, 마지막 문학행사를 마치고 와락 정신없이 몸이 욱신거렸다. 그래도 예정대로 가보고 싶었던 낯선 공간을 열에 들뜬 몸으로 헤매고 다니고 일몰의 명대성벽에 작은 나를 세웠다. 시간이 내 몸을 거슬러 지나가는 기이한 느낌, 혼몽함 같은 게 기분좋게 몰려왔다. 몸이 힘들어 날카로워질 때마다 무던히 받아준 동반자와 분리불안을 참고 견뎌준 냥이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가엾은 녀석, 자주 꼬옥 안아주고 있다.

 

12, 13일 양일간 총 5시간 정도, 부산점자도서관에서 낭독봉사자 특별교육이 있었다. 외부 강사로 성우 김필진 님을 모셔서 실제 낭독녹음에 도움이 되는 알토란같은 팁을 많이 얻었다. 점자도서관 낭독봉사자들 중 10명만 신청을 받아 진행하였는데 특히 소설 낭독에 적용하여 도움이 될 것 같다. 김필진 성우는 대학교 3학년 때부터 낭독봉사일도 같이 해온 분이라 현실적인 팁을 많이 주셨다. 10명 모두 개별 녹음파일을 1분30초 정도씩 음성지원실에서 미리 받아 듣고 장단점과 고칠 점을 분석해 주셨다. 내 파일은 더글러스 케네디의 <픽업> 초반부였다. 외부 피드백을 받을 기회가 없이 스스로 모니터링하는 수밖에 없는 봉사자들이라 이런 시간이 참 유용하다. 내 녹음 목소리는 살짝 비음이 들어가 있고 색기가 있다는 의외의 말을 들었다. 그런가? 모르겠다. 마이크 앞과 일상에서가 다른가 싶기도 하고. 아무튼 나쁘지 않다. 보이스컬러와 어울리는 장르와 분위기의 도서를 골라 녹음하는 것도 요령이고 듣는 이에게도 그게 좋다는 말씀. 그러지 않아도 남녀 캐릭터가 분명한 소설이 부쩍 마음에 당겨온 지 좀 되었다. 그래서인지 내가 녹음했던 소설 중 <새벽 세 시, 바람이 부나요?>가 부쩍 괜찮았던 도서로 기억한다. 시각장애인들이 소설을 애호하니 앞으로 더 잘하자.^^ 목관리도 평소 잘해야 한다는 소중한 팁은 덤. 지금은 완전 허스키하다. 어서 나아야지.

 

<화영시경>의 5부 '책들려주는시간'에서는 낭독녹음 관련 글 13편을 실었다. 13년의 그 시간은 더없이 보람있고 충만한 시간이었기에 기꺼이. <화영시경>은  '꽃그림자 드리운 시간풍경'이라는 뜻을 담아 만든 제목이다. 스마트에세이 60편과 포토포에지 15편을 골조로 지은 집이다. 길고 짧은 글을 리드미컬하게 배치해 사진과 함께 변주하면서 독자가 감상하기에 편안하면서 자유롭기를 바라는 의도다. 글의 내용에 맞는 사진을 고르기는 즐거운 작업이었고 좋은 사진이 너무 많아서 쉽지 않기도 했다. '작가의말'에서부터 마지막 장까지 마음을 오롯이 실었다. 어여삐 봐 주시길 기대하며 벌거벗는 기분으로 또 집을 내어보인다. 이 집에는 내 삶의 이야기를 이루는 생물과 무생물을 포함한 대상들이 등장한다. 집의 어느 구석에 앉아서 또는 따라다니며 그들만의 시선으로 나를 보고 나는 또 그들을 본다. 생각하면 마음 뭉근한 대상들. 글을 쓰며 기억하고, 사랑하고, 또 나아가기를 소망한다.  감사한 것들과 고마운 사람들을 떠올리며 또 잔잔하게 알라딘마을 이야기도 이어가길 바란다.

 "부디 당신이 통과하는 시간풍경도 꽃그림자 만발한 나날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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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21 08: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21 09: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21 0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21 1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21 19: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9-12-25 10:30   좋아요 0 | URL
11월20일은 아무 날도 아니어요 ㅎㅎ 그냥 그 무렵이 자꾸 발행일이 되네요. 그 무렵 제가 속한 오랜 문학협회가 일년을 마무리하며 수필나무 라는 동인지 출판기념회 를 하는 시기에요. 그 수필나무 라는 책은 올해 16호를 맞이했고 2005년 창간호부터 제가 책임을 다해왔지요. 호호 기대하던 답변이 아니라... 에세이톡 행사는 90분간 재미있는 시간이었어요. 화영시경의 글을 다 읽고 저의 내면을 이해해 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희선 2019-12-21 23: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느새 세번째 책이군요 축하드립니다 두해마다 한권 내셨군요 책 나온 날짜를 보니 세권이 다 같은 날이에요 이런 우연도 있다니... 처음에는 그렇게 될지 몰랐을 듯합니다 세번이 되니 그렇게 됐구나 하는 거네요 두해 뒤에는 네번째 책이 나오기를 바랍니다 글을 늘 쓰시겠군요

벌써 여러 분과 만나시기도 했군요 그런 자리 즐거우셨겠습니다 여러 가지 일을 하다보니 감기 몸살이 찾아왔군요 쉴 때는 마음 편하게 푹 쉬세요 그래야 여러 가지 일 하지요

프레이야 님,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프레이야 2019-12-22 10:21   좋아요 1 | URL
희선 님 따스한 말씀에 감기몸살이 나아질 듯해요. 감사합니다 😊 발행일이 같다는 걸 저도 어느 분이 말씀해 주셔서 알게 되었어요. 우연인데 우연이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요. 이 무렵 모든 일년 일이 마무리되면서 날짜가 그리 된 것 같아요. 네번째도 같은 날짜로 해볼까 합니다 ^^ 책으로 이야기로 좋은 만남 이어가고 새해에는 나름 비슷하지만 또다른 계획과 만남으로 나아가길 소망해 봅니다. 희선님에게도 그러한 나날이길 바랄게요^^

水巖 2019-12-27 07: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번 책을 받으면서 이틀만에 완독을 하면서 글 맵시가 달관된 자리에서 편안하게 쓰신것 같았고 날이 갈수록 일취월장하는 문장실력에 감탄을 하였습니다. 수필이면서 시같구 시 같으면서 자연 같은 프레이야 님과 박유영님의 은은하거 부드럽고 자연스런 세번째 만남에 감탄 했습니다. 이번에 무언가 한 줄이라도 남기려 했는데.....
덜컥, 나이는 어쩌지 못하는성곽인가봐여 지난 석달 동안의 과로일지 나 며칠을 고생하다 이제야 몇자 글 보냅니다.
책 제목부터 멋있고 마음까지 와 닿는 책 잘 읽었습니다.

프레이야 2019-12-25 10:29   좋아요 0 | URL
늘 마음 여여하듯 감사합니다. 좋은 말씀에 힘내고 또 나아가겠습니다. 수필이면서 시 같고 시 같으면서 자연 같은, 은은하고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세번째 만남이라는 글귀에 마음 포근해집니다. 독자에게 제 마음이 잘 전달되었구나 싶어 기쁘고 감사합니다.

판화전에 너무 에너지 쓰신 거죠 ㅠ 이제 좀 나아지셨는지요. 부디 건강 조심하시구요. 11월 초에 북촌에서의 판화전에서 뵈어서 정말 기뻤어요. 페이퍼를 쓰려고 했는데 차일피일 되었어요. 언젠가는 어떤 방식으로 나올 거에요. 환대해주셔서 감사했어요^^

moonnight 2019-12-25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많은 일들을 다 성실히 해 나가시다니@_@;; 존경합니다. 프레이야님♡
세번째 작품 축하드립니다. 와인셀러가 텅텅 빌 정도로 자주 외로웠단 말씀이 절절히 느껴져요(와인셀러는 없습니다만-_-;) 건강이 완전히 회복되시길 바라겠습니다^^

프레이야 2019-12-25 18:34   좋아요 0 | URL
아고 감사합니다 따스한 달밤님 말씀에 마음이 폭삭폭삭 금방 나을 듯해요. 많은 일을 한 것 같지만 즐겁게 한 일이라 힘들진 않았어요. 남은 올해 날들도 평안히 보내시고 환한 새해 맞이해요 우리^^

페크(pek0501) 2019-12-25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세 번째 책이라니, 프레이야 님은 능력자, 너무도 능력자이십니다.
진심을 담아 축하드립니다. 이런 분과 알고 지내서 영광입니당.~~

프레이야 2019-12-26 12:22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제가 영광이지요. ^^
칼럼니스트보다 더, 발레리나 페크님.
 

날도 좋은 늦은 오후에 영도 흰여울길 문화마을에 갔다. 서울에서 내려온 작은딸이랑. 여러가지 활동을 하며 보람찬 대학 2년을 보내고 올해 3학년이 된다. 전공, 이중전공, 밴드동아리, 근로장학까지 기대 이상으로 잘해줘서 여태껏 고마운 딸. 이런저런 젊은날의 고민도 있을 텐데 별로 내색 않고 씩씩하게 살고 있고 할일도 잘 하며 미래도 스스로 계획하여 구체적으로 실천하고 있어 듬직한 딸이다. 팔불출 다 됐네^^

흰여울길에 가고 싶다고 해서 흔쾌히 동행했다. 그곳 바닷가서점 “손목서가”에서 좋은 책을 발견했다. 표지부터 마음을 끌고 북디자인과 편집이 전체적으로 아주 마음에 드는 ‘건반 위의 철학자’는 3월에 피아노 연주 발표회를 위해 연습하고 있는 아이에게 선물하고 아룬다티 로이의 소설은 나에게 선물. 사려던 책이었는데 마침 여기서 만나 반가웠다. 아이가 치던 피아노가 그동안 오래 사람 손길이 닿지 않아 제기능을 잃고 거실에서 그냥 붙박이 가구가 되어 버렸다.

해가 지기 시작하자 저 아래로 절영해안로 따라 바다가 시시각각 얼굴을 달리하며 색의 향연을 벌였다. 절정이던 해가 바다 아래로 잠기고도 한동안 우리는 바다를 바라보았다. 배들이 그림처럼 떠 있었다. 골목마다 길냥이들도 많았는데, 혼자 두고 온 냥이 생각하며 반가움에 또 찰칵찰칵 ^^
내일이면 또 올라가네. 하반기에는 독일로 교환학생 가야하고 이후는 계획하는 공부에 집중해야 한다. 보기보다 여리고 예민한 아이지만 강한 정신력으로 잘해나가는 편이라 다행이다. 늘 네 편이고 무조건 응원한다. 부디 어디서든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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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19-02-05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서점이네요! 부산가면 꼭 한번 들르고 싶어 지네요!ㅎ 책 한권 사서 근처 카페서 여운있게 읽고 싶네요!
즐거운 명절되십시요!ㅎ

프레이야 2019-02-05 11:29   좋아요 1 | URL
네. 풍경 속에 들어가 책 읽고 계실 막시무스님도 풍경이 되겠어요. 멋진 곳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카알벨루치 2019-02-05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영해안로에 서점이 있다구요? 제가 영도에서 1년 살았는데~벌써 10년이 넘었군요! 우아 거기 서점이 있다니...<건반 위의 철학자>는 북튜버 김겨울 때문에 알게 된 책인데, 전 <아침의 피아노>가 더 다가왔더랬어요 ㅎ국산작가를 더 생각했다는! 운치가 넘칩니다

프레이야 2019-02-05 12:27   좋아요 1 | URL
절영해안로 위쪽 흰여울길에 있어요. 예쁜 카페들도 많던데 손목서가는 커피도 파는 서점. 뷱튜버라는 게 있군요. 김겨율도 처음 들어요. 아침의 피아노, 좋은 정보 고맙습니다 ^^

카알벨루치 2019-02-05 12:34   좋아요 1 | URL
<아침의 피아노>는 철학자의 애도일기입니다 제 페이퍼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김겨울은 젊은 여성인데 유튜브에서 책으로 방송하는 책뷰터, 북튜버입니다 독서광이라 좋은 정보가 종종 보입니다 커피가 너무 마시고 싶네요 바닷바람 쐬면서 ~ㅎㅎㅎ

레삭매냐 2019-12-28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점기행에 나서게 된다면
꼭 한 번 들러 보고 싶네요.

그나저나 읽다만 <작은 것들의 신>
은 언제나 읽게 될 지...

그전에 읽을 것도 다 까묵어 버렸
네요.

프레이야 2019-12-28 13:17   좋아요 0 | URL
부산 서점기행 오시면 연락 주세요. 영도 절영의 풍경과 잘 어울리는 아담한 서점인데 사람들이 너무 북적이지 않을 때라 더 좋을거에요. 작은것들의신은 적절한 때가 되면 님에게 다가가겠지요. ㅎㅎ
 
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
무라카미 하루키.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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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에 와 있다. 어쩌다 대구공항에서 출발하게 되었는데 작은 공항에서 탑승하기 전 이 책을 샀다. 아침에 게으름 부리고 있는 이 시간이 좋다.

하루키와 그의 오랜 팬이자 소설가 가와카미 미에코의 대담집이다. 예리한 질문에 본질적인 대답으로 하루키의 성향이 드러나는 문장들을 읽으며 그의 실제 보이스는 어떨지 궁금해진다. 아마도 느리고 여유있으며 위트 있는 어감이지 않을까 싶은데 그건 모르는 일이고.

조이스의 문장, 상상력은 기억이다, 를 인용하며 미에코는 하루키의 기억 캐비닛과 캐비닛마다 딸린 서랍들을 들추어낸다.

무라카미 ; 소설을 쓰면서 필요한 때 필요한 기억의 서랍이 알아서 탁 열려줘야 합니다. .... 경험을 쌓고 여러 기억을 효과적으로, 거의 자동으로 즉각 끄집어낼 수 있어야 하죠.
어디 있는지 대강 알게 되는 것과 함께 생각지 못한 순간 생각지 못한 서랍이 탁 열리는 것도 중요해요. 그런 의외성이 없으면 좋은 소설이 되지 못하죠. 소설쓰기란 이른바 액시던트의 연속이니까요. ..... 특별한 조각 하나를 던져 넣는 것만으로도 이야기의 흐름이 크고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할 때도 있죠. 때에 맞춰 그런 조각을 찾아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한 작업입니다. (21-22쪽)


우리 삶의 실제도 그런 게 아닐까. 소설쓰기는 삶쓰기와 닮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다시금 드는 아침. 뚜벅이걸음을 하고 있는 나를 승용차에 태워준 콜로안 학사비치 부근에 사는 친절한 젊은 부부, 사진을 부탁하면 이쁘게 정성 들여 여러번 담아준 사람들 ... 손 흔들며 바이바이 하던 전당포박물관 관리인... 모두 기억의 서랍에 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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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9-02-01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시쯤 찍으면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는건가요. 해가 진 것 같으나 아직 완전히 지지는 않아서, 전기조명과 해가 공존해서 만들어내는 음영이 묘한 감성을 불러일으켜요.
기억의 서랍을 부지런히 채우려면 열심히 돌아다니고 열심히 살아야하는데, 아마도 제 기억의 서랍은 지금 텅텅 비었을 것 같네요.

프레이야 2019-02-04 01:39   좋아요 0 | URL
딱 맞히셨어요. 그런 시간이었어요. 가로등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기묘한 분위기가 연출되었어요. 성 프란시스 사비에르 성당의 노란 외벽에 노란 가로등빛이 번져서요. 바로 앞 카페는 영화 도둑들에 나온 곳이라고 해요.

카알벨루치 2019-02-01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르한 파묵이 <하얀성>에서 머릿속의 서랍장이란 말을 사용한 듯 한데...색감이 멋진 사진입니다 잘 다녀오세요!

프레이야 2019-02-01 22:11   좋아요 1 | URL
하얀성 읽었는데 오래전이라 그런 문장이 생각나진 않지만 파묵이라면 충분히 그런 표현을 썼을 것 같습니다. 가로등이 켜지면서 분위기가 순식간에 변해 버렸어요.

2019-02-01 1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2-01 2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9-02-01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지에서 명절을 보내시는군요. 즐거운 시간되세요. ^^

프레이야 2019-02-01 22:13   좋아요 0 | URL
아뇨 ^^ 명절 전에 돌아가요. 어느새 2월이네요.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서니데이 2019-02-01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낮에 이 사진을 보고, 마카오에는 예쁜 건물을 많을 것 같다는 생각 들었어요.
프레이야님 잘 지내고 계신가요.
오늘부터 설연휴가 시작인 것 같아서, 인사드리러 왔어요.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프레이야 2019-02-01 22:15   좋아요 1 | URL
네. 예쁜 건물들이 참 많아요. 독특하고 복잡한 듯한데 잘 섞여서 조화롭다고 할까요. 마음을 사로잡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님도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

카알벨루치 2019-02-01 2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즐건 명절이 될수밖에 없는 시간, 그런 시간 되시길~

프레이야 2019-02-01 22:54   좋아요 1 | URL
님도 즐겁고 평안한 연휴 보내시길요

책읽는나무 2019-02-02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연을 하기 위한 세트장 같네요?
왠지 아늑해 보이기도 하구요^^
설 잘 쇠시길 바랍니다^^

프레이야 2019-02-03 20:09   좋아요 0 | URL
따스한 톤이지요. 마법처럼 순식간에 저런 톤으로 변했어요. 안 그래도 건물 색이 노란색이지만요. 저 왼편 건물은 성 프란시스 사비에르 성당이에요. 안에 김대건 신부상도 있더군요.

님도 즐겁고 평안한 명절 연휴 보내시길요~

레삭매냐 2019-12-28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카오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기가 막히네요.

프레이야 2019-12-28 13:14   좋아요 0 | URL
그죠 ^^ 반가워요 레삭매냐 님. 저곳은 응가팀 카페인데요 영화 도적들에 나왔던 곳이에요. 아름다운 성사비에르성당이 바로 앞에 있구요. 일몰의 풍광이 골목 사이사이로 참 좋습니다
 

                                                날씨 참 좋지요

 

 

일주일 넘어 몸살감기로 칩거 중이다. 그사이 연분홍 벚꽃잎들 몰골이 말이 아니다. 꽃잔치도 하기 전인데 연일 오락가락하는 비바람 탓이다. 호된 비바람을 감내하며 떨어진 것은 떨어진 대로 날아간 것은 날아간 대로 제자리에서 버티고 있는 것들은 또 그렇게, 제 몫의 시간을 살아내고 있는 꽃잎들을 망연히 바라보다 들어왔다

 

미열에 들뜬 몸으로 따끈한 국화차 한 잔을 들고 앉았다. 낯선 땅에서 동숙한 선생님 얼굴이 노란 찻물 위로 떠오른다. 열다섯 살 연상의 그분은 최상의 배려심으로 나를 대해주셨다. 긴장하고 있는 맹물이란 걸 간파하신 듯 먼저 말문을 열고 다가와 좀 편하게 자신을 풀어놓고 살라고 무언의 말씀을 하셨다. 송구하고 감사했다. 마음을 열면 또 한없이 풀어놓고 싶은 나는 큰언니처럼 기대고픈 마음에 내 이야기도 하고 남의 흉도 같이 보고 손수 까서 입에 넣어주시는 오렌지도 넙죽넙죽 받아먹었다.

 

소중한 날들의 이국풍경이 파노라마를 그린다. 비에 젖은 티타늄이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 빌바오의 구겐하임미술관, 시간을 거슬러간 중세도시 똘레도의 빗방울 구르던 골목골목, 매혹적인 메스키타 사원을 나와 우산을 같이 쓰고 걸은 유대인 거리. 열이틀 중 하루를 빼놓고선 종일은 아니어도 날마다 얄궂은 봄비가 내려 나그네의 마음을 적셔 주었다.

 

알랭 드 보통은 <여행의 기술>에서 '이국적인 것'에 대하여 이렇게 쓴다. “구경하러 나온 사람들 사이에는 귀스타브 플로베르Gustave Flaubert(1821-1880)라는 이름의 우울해 보이는 열두 살 난 소년이 있었다. 그의 가장 큰 꿈은 루앙을 떠나 이집트로 가서 낙타를 모는 사람이 되어, 하렘에서 코밑에 솜털 자국이 있는 올리브빛 피부의 여자에게 동정을 잃는 것이었다.” 우리가 외국에서 이국적이라고 여기는 것은 고향에서 갈망했으나 얻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앙코르에서도 나는 이곳에서 갈망하나 얻지 못하는 어떤 것을 저곳에서 찾고 있었다. 낡고 허물어져가는, 영락의 기품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크고 작은 사원들! 해를 등지고 선 높은 사원 한 귀퉁이, 한 뼘 그늘에 앉아 땀을 식히며 한줄기 미풍에 가슴이 뻥 뚫렸던 순간도, 카메라를 들이대면 해맑게 웃어주던 커다란 눈망울, 그 안에 비치던 내 얼굴도 시간과 함께 서서히 희미해져간다. 어느 것 하나 붙잡아둘 수는 없는 법. 갈망하나 얻지 못하는 어떤 것이란 세상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바로 그 이 아닐까.

 

앓던 중, 노 수필가 한 분의 부고를 들었다. 자정이 가까운 시각이었다. 비바람 맞은 벚꽃잎처럼 초췌한 행색 그대로 택시를 타고 갔다. 만우절 거짓말처럼 4월의 첫 새벽에 숨을 놓으셨다 한다. 국화 한 송이를 올리고 재를 피우고 고개를 숙였다. 살아서 최선을 다해 대해 드리지 못한 게 또 후회로 남았다. 미루어서는 안 될 일들이 늘어간다. 글로 남아 있는 그분은 먼 길 가셨고, 온몸에 열이 돋고 코를 훌쩍이며 연신 쿨럭거리는 나는 여기 있구나. 이 확실한 증거만 안고 황망하게 깊은 밤 비바람 속을 후두둑 돌아왔다. 머리끝까지 이불을 뒤집어썼다. 그리곤 다시 끙끙 앓았다.

 

플로베르는 인간의 지식체계와 편견들을 풍자적으로 분류해놓은 <통상관념사전>에서 날씨를 대화의 영원한 주제, 질병의 보편적인 원인'이라고 정의했다. 꽃이 제대로 피려면, 봄이 제대로 오려면 아직 멀었다. 왔다 싶으면 어느새 가고 없을 테니 잘 보아야할 것이다.

 

날씨 탓이라 할 봄앓이도 이제는 좋아지는 것밖에 남지 않았다. 날씨 참 좋지요, 하며 너스레를 떨 날이 꽃잎처럼 수두룩하다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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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썼던 글인데 오늘따라 생각이 나 포스팅해둔다.

지금 나의 심정, 나의 상황이랑 비슷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4월은 어김없이 또 올 것이기에.

분 단위로 쏟아지는 뉴스에 거듭 가슴 조이는 날들, 모두가 너무 아프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어서 제자리를 찾아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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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18-03-09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째 서재 동무님들은 이리 글을 잘 쓰신다요?

프레이야 2018-03-10 21:5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