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드디어 작은딸 학교 학예제! 

어머니 합창단도 한다.^^

아래위로 검정색 옷으로 통일하고 간단한 액세서리는 해도 되는 걸로.

가지산 물소리, 노랫말이 참 좋아 부르다 울컥하고 눈시울 젖기도 해서 내일은 안 그래야지.

오늘은 춥지만 강당에 서서 연습도 해보고 열도 맞춰보고 했는데

내일 아이들 앞에서 잘하려나 ^^

딸은 합창단, 밴드부, 오케스트라, 사물놀이, 차차차 댄스까지 다섯 번 올라갔다내려갔다 바쁠 예정이다.

사춘기앓이 중2 딸이랑 기싸움 하다가 크리스마스 구실로 슬쩍 내가 먼저 손내밀었다.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덥석 받아줘서 고마웠다. 옹졸한 엄마는 최소한 되지 말자.^^

내일은 9년만에 색조화장도 좀 해볼까. 마스카라도 바르고.ㅋㅋ

아침 일찍 딸 반아이들 넷 태워서 가야하니까 오늘은 좀 일찍 잘 자야할 건데

모르겠다, 나중 또 잠이 안 올지.

 

어제는 거의 밤새우고 '안나 카레니나3'을 읽었다.

올해 안에 다 읽으려고.

그동안 깊이 남았거나 스치고 지나간 단상들이 꽤 있는데 페이퍼로 다 풀어내지 못하고 묵혀둔다.

며칠 남지 않은 2012, 그리고 다가올 2013 계사년, 최소한 좋은 말 듣고 좋은 말 하고

좋은 생각하며 살자고 맘속 다짐을 했건만 상황은 예기치 못한 곳에서 복병처럼 덤빈다.

돌의 몸에 물의 몸이 부딪히며 흥얼흥얼 노래하듯,이라고 했지만 부딪힘이 반복되고도 둥글어지지 않는 

환경, 상황, 사람은 되도록 피하며 살고 싶어진다.

나는 정신이 강한 편이라(고 여겨) 스트레스를 이겨내고 살아간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싫다. 병나기 싫으니까.

내일 합창 열심히 잘 하고 내 마음에 평강과 환희와 축복이 가득하기를 소망한다.

'나'가 행복해야 '우리'가 행복한 것이다. 내가 행복하고 평화롭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행복감은 불행감이 한쪽에서 치고 들어올 때 다른쪽에서 고개를 쳐드는 것이다.

가슴 한켠에 납작 엎드려 쪼그리고 있다가 말이다. 불행은 행복의 존재이유다.

우리들의 삶에도 돌들이 필요하다,고 노래하지만 돌도 돌 나름인 것 같다. ^^

삶은 의외로 심플한 게 아닐까. 그래야하고.

 

 

 

 

 <안나 카레니나>에는 여러 부류의 사람이 등장한다. 안나와 브론스키만이 중심이 아니라

레빈의 이야기가 많이 차지한다. 무엇보다, 인간심리와 성격, 행복과 불행,고뇌와 기쁨을 읽을 수 있다. 사랑과 결혼, 가족과 친구 그 허위와 진실은 죽음을 보는 시선은 물론 러시아 농노제와 귀족사회, 톨스토이의 음악, 미술 등 예술관과 교육관, 사회와 역사를 보는 시선을 장대한 서사 속에서 읽을 수 있다.

 

 

그녀는 자기에게 승리를 주었던 그 말, 즉 '나는 무서운 불행에 가까워지고 있고, 또 자기 자신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한 그 말을 생각해내고 이 무기의 위험함과 이제 두 번 다시 써선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녀는 둘 사이에는 그들을 이어주는 사랑과 나란히, 그의 마음에서도

또 그녀 자신의 마음에서도 제거할 수 없는 일종의 호전적이고 사악한 정신이 개재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안나 카레니나3, 문학동네, P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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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12-12-27 0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님의 안나 카레니나를 보니 저도 빨리 정복해야 겠다는 생각만...
새해엔 꼭 읽기 성공할게요. 특히, 레빈을 주의해서 볼게요. 모두 레빈의 사상에 대해서 많이들 얘기하니...

작은 따님을 위해 기꺼이 나선 프레님껜 좋은 추억이 되겠네요.
합창 공연도 내일 올려주세요. 프레님이 어디있나 찾아 볼게요.^^*

프레이야 2012-12-27 22:05   좋아요 0 | URL
팜님이 읽으시면 얼마나 정확하고 날카롭게 읽어내실지요.^^
전 전혀 사전지식 없이 읽는데 레빈의 사상이 3,4,5부는 거의 차지해요.
사상뿐이 아니라 소소한 심리와 인간적인 면까지요.

합창은 대체로 잘 했어요. 다들 무대체질인가 연습 때보다 훨~ 잘했다는 소문이 ㅎㅎㅎ

2012-12-27 0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27 2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2-12-27 0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지산 물소리 들으며 내마음도 물소리된다...'
오늘 제 마음에도 물소리 나는 하루가 되길, 프레이야님 마음에도요 ^^
오늘, 잘 하세요!

프레이야 2012-12-27 22:14   좋아요 0 | URL
한 군데 실수할 뻔 했는데 용케 잘 넘어갔어요. ㅎㅎ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제 마음에도 나인님 마음에도 물소리, 종소리, 바람소리
명랑하고 맑게 흐르는 하루하루 되길 바래요^^
늘 고맙습니다. *^^*

BRINY 2012-12-27 0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님들이 다 재주가 많으시네요~ 엄마 닮아서 그런가봐요~

프레이야 2012-12-27 22:17   좋아요 0 | URL
작은딸은 특히 음악시간이 제일 행복하대요.
지금도 기타줄 튕기고 있네요.
전 악기는 젬병이지만 음악시간은 좋아했지요.^^
브리니님처럼 어여쁘고 젊은 선생님들 오늘 댄싱 무대가 있었는데
느무느무 잘 하시는 거에요. 환호성 많이 터졌어요. 역시나 대세인 강남스타일까지ㅎㅎ

아무개 2012-12-27 0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 안나 카레니나와 카르마조프의 형제들을 읽었다는게 그나마 제겐 큰 수확인듯 싶네요.
읽고 싶은 책들과 읽어야할 책들에 눌리지 않게 되는 언젠가 꼭 다시 읽고 싶은 안나 카레니나입니다.

따님이 음악쪽에 흥미가 있나봐요. 프레이야님 따님과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래요 ^^

프레이야 2012-12-27 22:20   좋아요 0 | URL
카르마조프는 엄두를 못 내고 있어요.
마중물님은 대작 두 가지를 읽으셨으니 올해 풍작입니다^^
저는 지금 밀려있는 책들도 많지만 그래도 '레미제라블' 읽으려구요, 새해에.

딸이 음악을 좋아해요. 악기도 여럿 다루고요.
아이들 보니 그 재능과 끼를 다 어찌 교목 안에 싸매고 있으라 할 수 있을까 싶더라구요.ㅎㅎ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페크pek0501 2012-12-27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빈이라는 인물이 톨스토이의 이상형이란 글을 어디서 읽은 것 같아요.
톨스토이가 닮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는 거죠.
이런 걸 생각하고 읽으면 더 재밌지 않을까요.

내년엔 올해보다 더 많이 독서를 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아는 만큼 쓰는 것이므로...^^

프레이야 2012-12-27 22:24   좋아요 0 | URL
역시! 제게도 그렇게 읽혔어요.
사전지식 없이 시작했지만, 3,4,5부는 거의 레빈이 차지하더라구요.
톨스토이가 지향하는 진중한 가치들과 의외로 소심하달 수 있는 구석까지.
톨스토이라는 인물에 대한 책을 좀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페크님도 저도 새해엔 더 잘살아 보아요!!

순오기 2012-12-28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따님들이 음악성을 타고 났나 보다, 너무너무 부럽네요.^^
남성합창은 혼성이나 여성과 다른 매력이 있지요~ 가지산 물소리, 참 좋으네요!
안나 카레니나와 함께 2012년을 마감하다니 요것도 부럽고요.^^
새해에는 황금정원에서 만나도록 노력해 볼까요?

프레이야 2012-12-31 17:50   좋아요 0 | URL
언니, 이 노래 참 좋지요^^ 벅차올라요 이걸 부르면.
남성합창의 중후함도 좋네요.
황금정원에서 새해 우리 꼭 만나요~
안나 카레니나는 이제 마지막 8부만 남았어요.
오늘저녁 다 읽으려구요^^

2012-12-31 2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1-01 2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열흘 남짓한 2012년 달력을 바라보며 채워지지 않는 모종의 갈망들이 스산하다.

하루종일 겨울비 내리는 동짓날 팥죽은커녕 애증의 딜레마에 빠져 어지럽다. 내 탓이고 내 업보려니.

페이퍼 쓴 지 2주가 다 되었다. 하고픈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두려웠던지도 모르겠다. 다소 귀찮았다고 할까. 

덧없는 말들의 진정성에 의심이 갔다고나 할까. 묵혀두는 편이 더 나을 것 같았다고나 할까.

연말증후군이 또 찾아오려나 보다. 시간보다 더한 강자는 없다고 하는데 시간이 아직도 나를 이기지 못하는 것 같다.

어른이 된다는 건 아는 걸 모르는 척하는 지혜 아닌 지혜를 터득해가는 것이라지. 씁쓸하기도 한 말이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고 살아가는 벽 이쪽과 저쪽의 사람들. 틈만 나면 영화를 보고 도서관에서 집에서 책을 펴고

몰입하려고 했다. 불면의 밤은 또 그것대로 깨어있어 보기도 하고.

그래서 얻은 결론, 좀 더 씩씩해지고 단단해지고 나를 사랑하고 꿋꿋하게 바로 서자.

조용한 개가 세게 문다!  라디오에서 오늘 들은 말이다. 의존성을 버리고 내실을 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

 

 

 

 "입가에는 미소를, 가슴에는 용기를!

90장의 사진, 1000개의 단어가 만들어낸 오래된 사진첩 같은 감성 에세이

우울한 날, 참을 수 없이 화가 나는 날, 누군가가 그리운 날

언제 꺼내 읽어도 가슴 가득 아련해지는 오래된 사진첩 같은 이야기"

 

이건 띠지의 앞뒤에 적혀있는 문구이고, 글은 시인 신현림이 옮겼다.

 

표지에서처럼 온갖 종류의 동물들이 사진의 주인공들이다.

표정들이 하나같이 재미있고 인간의 표정과는 달리 허식이 없다. 그 자체다 그냥.

그 아래 저자의 간단한 문장들은 또 더없는 용기와 위로가 된다.

처음부터 천천히 사진과 글을 보면서 책장을 넘기다 보면 힘을 얻고 웃고 있는 나를 본다.

긍정의 힘은 그늘을 제대로 말할 수 있을 때 생긴다고 다시 느낀다. 자신에게 솔직하자.

 

이 책의 마지막은 이렇다. *^^*

 

 

 

머뭇거리지 마세요. 담대하게 달려가세요. 결국 삶이란 이런 게 아닐까요?

Never hang back. Get out there and go for it. After all, isn't that what life is all about?  (100-10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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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데이지 2012-12-22 0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상하게 잠이 안와서...알라딘서재 기웃거리다 프레이야님께 놀러왔어요!
내일을 찰지게 보내려면 빨리 자야하는데..타이밍을 놓친것같아요~~
이번 주말도 즐겁게 보내주실거죠?
춥데요..옷 따뜻하게 입으셔요!

프레이야 2012-12-22 13:11   좋아요 0 | URL
이렇게 늦은 시각까지 안 주무시고 세 아이 돌보시려면 건강하셔야 해요. 늘 제게 주시는 다정한 부탁 ^^ 데이지님 부탁이라면 말 잘 들어야지요♥ 긍정적인마음 주시는 님 고마워요.

2012-12-22 07: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22 1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22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은 저도 못 이기고 있어요. 빨리 시간에게 지고 싶어요~~

프레이야 2012-12-22 13:31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시간이 날 정복하면 좋겠어요. ㅎㅎ
섬님은 아직 그러심 아니되어요.

라로 2012-12-22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2013년은 조용한 개가 될까요?? 두려워하지 말고 후회하지 말고,,,

프레이야 2012-12-22 13:34   좋아요 0 | URL
나비님, 며칠 전 제 여동생이 그러는거에요. 진짜 알찬 사람은 조용히 그냥 가만가만 산다구요. 띠용~~했어요. 저보다 늘 언니같은 동생이거든요. 말이나 감정 내세우지 말고 내실을 기하는 힘을 길러야겠구나, 싶어요. 두려워하지 말고 후회하지말고! 이 구호를 우리 새해표어로 정할까요.

BRINY 2012-12-24 08:14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동생분 말씀 읽고 저도 띠용~입니다. 말이나 감정을 내세우지말고 내실을 기르자!

프레이야 2012-12-24 17:48   좋아요 0 | URL
브리니님, 제 동생이 좀 그래요.ㅎㅎ
찡얼대는 제게 준 조용한 일침이었지요. 가만가만 그냥 산다구요.^^
좀더 탄탄해져야겠구나 느꼈어요.

moonnight 2012-12-22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삶이란 이런 게 아닐까요? 에서 왠지 울컥해지네요. 저도 올해는 이런저런 일들로 힘들어서, 어서 새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두려워하지 말고 후회하지 말고. 프레이야님도 나비님도 참 멋지세요. ^^ (난데없는 애정고백;;)

프레이야 2012-12-22 16:48   좋아요 0 | URL
달밤님, 우리는 모두 외롭고 부족한 사람들이라 이렇게 서로 응원 하고 위로하며 살아가는 것이겠지요. 고마워요, 늘 다정하고 좋은말씀. 새해엔 행운 가득 힘들지않으시면 좋겠어요.~~♥

페크pek0501 2012-12-22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페이퍼를 못 쓰고 있어요. 점점 글쓰기가 신중해지고 있는 걸까요. 어렵기만 합니다.
아, 그래도 올해가 끝나기 전에 두 개 정도는 더 올려야지, 하고 있어요.
운전대를 잡았으면 달려야 하는 거고, 블로그가 있으면 글을 올려야 하는 거지요...ㅋㅋ
한 해가 갈 적마다 아쉬워요. 나이 들기가 싫어서일까요. ^^

프레이야 2012-12-22 23:09   좋아요 0 | URL
페크님 우린모두 자전거 페달 밟고있는 사람들일까요ㅎㅎ 멈추면 넘어지는ᆢ 한 해 한 해 잘 지내야겠어요. 후회도 미련도 없이~~^^ 페크님에게도 소중한 한 해 마무리 되시길 바래요.

다크아이즈 2012-12-23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님, 조용한 개가 세게 문다 - 저거 맞는 말이지요? 똑 같이 물겠지만 예기치 않은 상황이라 그 충격은 배가 되는 거겠지요? 참 슬픕니다. 그래서 전 조용한 개가 더 무섭습니다. 좀 왈왈거리는 개는 귀엽습니다. 다루기 쉽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조용한 개에게 물렸나 봅니다.

프레님 메리크리스마스~~~
많이 힘들고, 조금 슬픕니다.

프레이야 2012-12-23 11:00   좋아요 0 | URL
팜님 힘드신 일 있으세요?ㅜㅜ 연말이라 그런가요. 사실 저 문장을 듣는순간 저도 같은 생각 들었어요. 말을 앞세우지 말고 준비하는 사람이 되라는 취지의 말이지만, 저도 실제로 저런 사람 무섭거든요. 진심을 알 수 없는 사람, 솔직히 보여주질 않는 사람 그렇게 뒤통수 치는 사람요. 그치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게 다 이쪽 마음대로 생각하고 기대한 것일 수 있지요. 배신이란 그래서 본인 마음 스스로에서 원인과결과가 작동되는 게 아닐까 싶어요. 토닥토닥ᆢ 좀 손해 보더라도 성처받기 쉽다해도 조용한 개보다 좀 왈왈거리는 개가 나아요.ㅎㅎ 제 친구중에도 조용한 개는 거리감 생기게 해요.

마녀고양이 2012-12-24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용한 개가 세게 문다.....

저는 묵직한 이 말이 맘에 들었습니다. 저만 맘에 들어하나봐요. ^^
조용하지만 솔직한 개가 되기를 원해봅니다. 쪼옥~~

프레이야 2012-12-24 16:51   좋아요 0 | URL
네, 늘 고마운 말 힘이 되는 말, 행복해요.
조용하면서 진솔하고 알찬 사람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나에게 해당되는 말이에요^^ 달여우님은 그렇게 잘 하고 있는걸요.~~~
 

어제 녹음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헤드폰을 빼고 문을 빼꼼히 여니

송혜교 닮은 팀장 얼굴이 동그랗게 들이민다. 

"밖에 눈 와요!!!  어서 나와보세요."

폰을 들고 나가서 포슬포슬 내리는 눈을 몇 컷 담고 여직원들과 같이 서로 사진 찍어주고 깔깔.ㅎㅎ

한두 시간 내렸는데 제법 세상이 하얗다. 눈 속에 새빨간 피라칸다가 방긋 돋보이고.

 

눈 오는 날, 이혜경 소설집 <너 없는 그 자리>를 다섯 시간 내리 읽어 절반 정도 했다.

 

 

2012, 12, 5 시작, 7일 119쪽까지 완료

9편의 이야기 중 어제는 네번째 '그리고, 축제'까지 읽고 다섯번째 '감히 핀 꽃' 조금 들어갔다.

갈수록 이혜경 작가에게 빠지고 있다. 특이한 서술 방식, 상처입고 외로운 사람들의 역전을 위한

희망없는 듯 희망있는 결말과 어딘지 모를 메마른 온기.

 

페스티벌은 그 비극 이듬해에 시작되었다.(중략)

옴 샨티 샨티 샨티 옴. 갈라 페스티벌에서 인사말을 하던 사람들마다 마무리할 때 쓰던 진언.

그 뜻을 알려준 사람은 앨리스였다. "옴 샨티는 '모든 인류에게 평화'를 뜻해요. 그걸 세 번

반복하는 건, 정신의 고통과 육체의 고통, 그리고 우리로서는 어쩔 수 없는 자연재해 때문에

생긴 고통에서 풀려나 마음의 평화를 얻으라는 뜻이지요."

 

- '그리고, 축제' 중 (p113)

 

 

 

 

 

 

2012, 12, 5  1차 편집 시작.  어제 80분 소요 127쪽까지 완료.

 

레오의 문장부호에서 엿보이는 심리를 에미가 해체하는 대목이 다시 봐도 재밌다.

 

그리고 여는 괄호는 글쓰기상의 형식적인 기교, 그다음의 점 여섯 개는 비밀에 싸인

생각의 갈래들. 이제 충분한 고뇌를 거쳤으니 괄호를 닫아 말줄임표에 담긴 혼란을 꼭꼭

싸매두는군요. 그러고 나서는 내면의 혼돈 속에서도 외적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보수적인 마침표.

(중략)  "좋아요, 하지만(......). 아니에요, 하지만이 아니라, 좋아요!"는,

당신의 흔들리는 마음이 보여주는 화려한 론도예요!

공개리에 행해진 당신의 의사 결정 과정이 들려주는 매혹적인 돌림노래예요!

이 남자는 자기가 뭘 원하는지 모른다는 사실을 정확하게알아요. 다른 사람들과 달리 자기가

그 사실을 안다는 걸 남에게 전달할 줄도 알아요. (p92-93)

 

 

 

 

 

 

오늘은 집에서, 이런저런 일상에 자꾸 밀리는 감이 있는 <안나 카레니나 2>를 집중해서 읽고 진도 나가야겠다.

레빈이 러시아 농부와 농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심하고, 일꾼들에게 이득이 분배되고 더 많은 수확을 얻기 위한

방안을 실천하려는 중이다.

 

 

우린 이미 오랫동안 노동력의 본질에 대해 묻는 일 없이 우리 나름의 방법으로,

즉 유럽식의 방법으로 실패를 거듭해오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앞으로는 어디 한번

노동력을 관념적인 노동력이 아니라 본능을 갖춘 러시아의 농부로서 인정하고,

그들에게 적응하도록 농업을 정리해보십시다.

(중략)

처음에 레빈은 새로운 조합 조직 아래 농사 전체를 지금가지 해오던 대로

농부들과 일꾼들과 마름한테 맡기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내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일을 몇 갈래로 구분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축사, 채소밭, 목초지, 경작지,

여럿으로 구획된 밭이 저마다 다른 사업 종목으로서 구분되지 않으면 안 됐다.

                                                                                       (p202-205)

 

 

 

 

 

 

어제는 뜻밖의 설경도 선물이었는데, 영화 '나의 ps 파트너'를 보고 집에 오니까,

포항에서 날아온 과메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곁들여주신"화이트 과메기데이~"라는 문자에 빵 터졌다. ㅎㅎㅎ

오늘 점심으로 더 먹고 힘내자. 보내주신 따뜻한 마음, 고맙습니다.^^

 

                                               옴 샨티 샨티 샨티 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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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12-08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시집이나 소설책을 읽다가 가끔 녹음을 하시는 프레이야님이 생각나 몇 번 읊어보곤 하는데요, 영 쉽지 않습니다. 대사 처리도 힘들고 설명은 어떻게 읽어내야할 지 난감하구요. 새삼스럽게 대단하시네요~ 크크.

2012-12-09 1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09 18: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10 0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크아이즈 2012-12-09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님, 옴 샨티 샨티 샨티 옴^^*
다섯 시간 씩 녹음해도 체력에 무리가 없는 걸까요?
게다가 우린 주부이니 할 일도 태산일 텐데. 넘흐 신기해요. 어떻게 체력 안배를 하시는지...
안나 카레리나 새해엔 꼭 읽도록 도전하려구요. 독서회 계획표에 넣어버리면 숙제처럼 읽게 되겠지요.

과메기 보내신 분, 프레님의 다사로운 인품에 반한 사람이 아닐까요. ㅎㅎ
하늘도 돕느라 온통 화이트데이를 만들어 주셨으니^^*



프레이야 2012-12-10 09:48   좋아요 0 | URL
목은 안 아프지만 어깨가 좀 아프긴 해요.
스트레칭이 필요해요.ㅎㅎ 잘 안 하지만요.
안나 카레니나는 팜님이 읽으시면 어떻게 읽어내실까 대단한 결과가 나올 것 같아요.
올리브 키터리지를 아프리카제비꽃으로 풀어내시는 것 보고 역시 남다른 독법이구나
생각했답니다. 전 그 작품에서 튤립밖에 생각 안 나거든요. '튤립' 읽으셨어요?
화이트과메기데이~~호홋~ 참 좋았어요^^

2012-12-09 2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10 1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빨간바나나 2012-12-10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혜경 작가의 소설, 정말 오랜만이네요.
잊고 있던 좋은 사람을 다시 만난 느낌이에요. 읽고 싶다~
제목도 근사하고 인용하신 문장들도 하나같이 멋지네요.
딱 제 스타일인 것 같아요^^
<일곱 번째 파도>는 표지가 정말 예쁘네요. 사고 싶어요~

내일도 춥다고 하던데 따뜻한 겨울 보내셨으면 좋겠어요~

프레이야 2012-12-10 09:57   좋아요 0 | URL
이혜경 작가 아시는군요. 저는 첫만남이랍니다.
끌려들었어요, 벌써. '일곱번째 파도'는 내용도 예뻐요.
오늘은 이곳도 영하5도라고 하네요.
마음에 영양크림 듬뿍 바르고 싶어지는 날~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빨간바나나님^^

2012-12-10 10: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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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0 10: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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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0 11: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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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0 12: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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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0 14: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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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1 22: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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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2 15: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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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2 18: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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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3 00: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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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3 12: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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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2-12-13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나 카레니나1(범우사)을 읽었고 먼저 오래 전에 영화로도(TV에서) 봤는데, 둘 다 좋았어요.
영화 속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을 상상하면서 읽었죠. 미남, 미녀였어요.

책을 다섯 시간이나 읽다니요. 체력 소모가 대단하겠는데요.
저는 프레이야 님, 제가 체력이 약해서 뭘 해도 성공을 못하겠다, 라는 생각을 요즘 했어요.
그렇다고 해서 낙담 수준은 아니고요, 그냥 능력이 아닌 체력에 핑계를 대는 고런 분위기랄까.ㅋㅋ

프레이야 2012-12-14 09:20   좋아요 0 | URL
전 이제 2권 다 읽어가요. 문학동네 것으로로요.
3권까지 올해 안에는 읽으려나요.^^
영화는 여러 가지가 있지요. 전 비비안 리가 안나를 연기한 흑백필름을 봤는데
비비안 리의 안나도 좋더라구요. 너무나 아름다웠어요. 마지막 장면 특히요.
저도 체력 별로인데 이건 그래도 앉아서 하는 작업이니 괜찮아요.^^

순오기 2012-12-16 0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댓글을 못 남겼네요~~~ 꼼꼼하게 읽지 않으면 댓글 못 다는 거 알죠?^^
모처럼 여유로운 오전 시간이라 순례중이에요.ㅋㅋ
이혜경, 너 없는 그 자리~ 챙겨보고 싶어요.
올해는 정말 책을 많이 못 읽었어요, 읽다 만 책이 수두룩~~~~~ ㅠ
안나 카레니나, 민음사 거 나비님이 보내줬는데 여직 볼 생각도 못했어요.ㅜㅜ

프레이야 2012-12-16 00:59   좋아요 0 | URL
네, 알지요.^^
이 소설집 흥미롭게 읽고 있어요. 아마 단숨에 읽힐 거에요.
올해 언니는 대신 다른 일 열심히 많이 하셨으니 책은 좀 뒷전이라도 나쁘지 않지요^^
안나,는 저도 이제 2권 다 읽어가요. 문학동네 것으로요. 3권까지 사두고요.

블루데이지 2012-12-19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오캬오~~프레이야님 사랑해요^^
이혜경님책 콕~~찜

프레이야 2012-12-19 10:40   좋아요 0 | URL
히힛~~ 옴 샨티 샨티 샨티 옴!!!
좀 있다 투표하러 가야겠어요.^^

기억의집 2012-12-21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녹음하신 책도 책이지만 송혜교 닮으신 팀장님이 더 궁금해요^^

프레이야 2012-12-21 19:47   좋아요 0 | URL
호호~~ 야무지고 이쁜 아가씨랍니다.^^
 

 

 

 

 

 

 

 

 

 

 

<너 없는 그 자리> 이혜경, 문학동네 

2012, 12, 5 녹음시작, 현재 38쪽까지.

 

 

 

9개의 단편이 담긴 이혜경 소설집.  어제는 그 중 첫번째 '너 없는 그 자리'와 두번째

'한갓되이 풀잎만' 중간쯤까지 녹음했다.  '너 없는 그 자리'는 여주인공의 편지들을 모은 건데

그 편지는 보내지 못한 말들의 집합이다. 누군가에게 보내지 않거나 보내지 못한 편지를 쓰고 사는 게

이 여자뿐일까. 마음속에서 몇 번이고 썼다 지우는 편지들. 뭐지, 신파조? 구구절절 사랑타령?,

이러며 읽다가 이 첫번째 이야기의 결말에서 이혜경이라는 작가가 끌렸다. 기다림, 오지 않을 그대에게

보내는 연서, 그러나 그 '그대'도 두려운 거지. 짠, 하고 나오란 말야, 이렇게 말하는 거다.

 

 

당신, 용케도 숨어 있었네. 어느 그늘에 숨어 있었던 거야? 하지만 언제까지 숨어 있을 수 없다는 거,

당신도 알지? 자 이제 슬금슬금 볕으로 나와봐. 당신이 안 나와도, 태양이 움직이면 그늘도 움직이고,

그러면 언젠간 당신 그림자가 드러날 테니까. 자, 어서, 내 사랑.   (33쪽)

 

 

 

 

 

 

 

 

 

 

 

일곱번째 파도, 다니엘 클라타우어, 문학동네

 

2012, 10, 29 녹음시작, 완료.

2012, 12, 5 편집 시작, 62쪽까지.

 

 

 

 

 

<새벽 세 시 바람이 부나요>의 이메일 사랑 그 후속 이야기,  더 진솔하고 대담하다.

레오가 잠가둔 에미에 대한 감정장롱의 열쇠는 이성이라는 이름인데, 그걸 늘 갖고 다닌다고

자신하는 레오가 에미에게 열쇠를 양도하게 되는 과정, 다시, 서서히 흥미진진하다.

 

 

2분 뒤

Aw:

에미, 내 안에는 무지하게 큰 장롱과 트렁크가 있고, 그것들은 당신에 대한 감정으로 가득 차 있어요.

그리고 나는 그 장롱과 트렁크에 맞는 열쇠도 가지고 있어요.  (30쪽)

 

 

 

 

어젠 녹음 중 갑자기 촬영을 하게 됐다. 모 케이블 티비방송에서 나와선 녹음하는 장면이랑 인터뷰까지. 헉.

갑자기 질문하니 말도 어리버리, 표정도 동결ㅋㅋ  녹음은 상관없이 안 흔들리고 했지만(녹음 목소리까지 담아)

녹음실 문을 열어놓고 촬영했기에 잡음이 미세하게 들어가서 그 부분은 촬영 후 돌려서 재녹음했다.

연말을 맞아 여러 곳의 봉사자들을 탐방하는 프로그램이란다. 절대 못 봐. 어차피 케이블방송 안 나오니

언제 방송 나오는지도 안 물어봤다.ㅎㅎ

오늘 여기 날씨는 쾌청하다.

영화도 보고 합창 공연 초대권으로 그것도 감상하고 와야지. 연말 발표를 위해 합창 무대매너도 엿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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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12-06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인용하신 일곱번째 파도의 저 부분을 읽노라니 두근, 또 가슴이 뛰네요.

그런데 이혜경의 [너 없는 그자리] 좋아요, 프레이야님? 읽어볼까 어쩔까 제가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거든요. 말씀하신 결말이 궁금해요.

프레이야 2012-12-06 23:32   좋아요 0 | URL
일단 '너 없는 그 자리'의 결말은 저 위에 인용한 그 부분이에요.^^
아직 다 읽지 못했지만 다음주에 더 읽어보면 느낌이 올 것 같은데,
좋은 예감이 드는 중이에요, 다락방님^^

페크pek0501 2012-12-06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미, 내 안에는 무지하게 큰 장롱과 트렁크가 있고, 그것들은 당신에 대한 감정으로 가득 차 있어요.
그리고 나는 그 장롱과 트렁크에 맞는 열쇠도 가지고 있어요. (30쪽)
- 저 같으면, 그 장롱과 트렁크에 맞는 열쇠가 내게는 없다, 요렇게 쓰고 싶을 것 같아요. ㅋㅋ

좋은 일 하시는 프레이야 님. 멋져부러~~~

프레이야 2012-12-06 23:33   좋아요 0 | URL
호호~ 페크님, 레오의 그 열쇠는 이성이라고 말했지만
그 이성이란 게 나중엔 무용지물이란 걸 알게 되지요.
재미난 소설이에요^^

moonnight 2012-12-06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의 집엔 케이블 나오는데!!!! 어느 방송인지 안 물어보셨어요? 알아봐주세요. 잉잉 (생떼-_-;;;;;;;;;;;;;;)

프레이야 2012-12-06 23:34   좋아요 0 | URL
전국망으로 있는 케이블이긴 한데, 말 안 할래요. 안 돼요 ㅋㅋ 부끄부끄..

2012-12-06 22: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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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06 23: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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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2-12-06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혜경의 저 소설은 주문해놓고 기다리고 있는 중이랍니다. 좋아하는 작가예요. 아주 가끔씩 작품을 낸다는 것까지 좋아하지요.
'한갓되이 풀잎만'은 가곡 동심초 가사 중에 나오는 구절이네요?

프레이야 2012-12-06 23:38   좋아요 0 | URL
저도 다른 분들 페이퍼로 완전 끌려서 구매해서 읽기 시작했어요.
점자도서관에선 늘 신간이 부족하걸랑요. 신간소설이면 오케이에요.^^
역시 나인님은 진즉에 좋아하는 작가군요.
한갓되이 풀잎만,, 네 그 가사인데 아직 초반만 읽어서 내용이 어떻게 전개될지 몰라요.
세번째 이야기 '북촌'도 기대돼요. 북촌마을 가보고 싶어서요^^

blanca 2012-12-07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 이제 채널을 말씀해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너무 보고 싶어요.

프레이야 2012-12-07 20:55   좋아요 0 | URL
절대 아니되어요. 그냥 패쑤해주세요^^

라로 2012-12-07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왓!!! 어느 채널이에요???? 저희 집에도 케이블이 되거든요!!! 부모님집은!!!!
이제 방송을 타게 되셨으니 성우로 진출을 고려하셔도 좋을것 같아요!!!>.<(늘 앞서가는 나비,,ㅎㅎㅎ)

프레이야 2012-12-07 20:57   좋아요 0 | URL
몬살아욧.ㅎㅎ 너무 앞서가는 울나비님ㅋㅋㅋ
안 되요. 패쑤.. 갑자기 들이대는 바람에 얼굴도 엉망 말도 엉망.ㅋ

블루데이지 2012-12-07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그 상황들이 제 마음속에 그려져요^^
ㅋ 제가 더 떨려요~~멋진 프레이야님

프레이야 2012-12-08 11:40   좋아요 0 | URL
ㅎㅎ 데이지님 급재난이었어요.ㅋ 어리버리.. 쿵~

이진 2012-12-08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혜경의 소설, 저 짧은 인용문만 읽었을 뿐인데 눈물이 찔끔찔끔 ㅠㅠ
안 그래도 요새 서간문 형식을 취한 소설이 정말 좋은데, 게다가 한 편 쓰기도 했고, 그래서 이혜경의 소설이 끌리는 군요. 돈이 없어서 두고두고 끌리기만 해야할 것 같지만 말이어요. 크크. 꼭 읽어봐야 겠어요. 되게 감성적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군요.

프레이야 2012-12-08 11:42   좋아요 0 | URL
이혜경 소설 절반쯤 읽었는데요, 아주 흥미로워요. 특이한 서술방식도 그렇구요.
저 인용문은 감성적으로만 보이는데 사실 뒷통수 치는 다른 매력이 있어요.
읽어보세요^^

2012-12-08 11: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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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09 18: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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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4 01: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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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4 09: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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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27일 녹음, 총 3시간 40분 소요 완료

 

앉은 자리에서 꼬박 끝냈다.

시인 이정록은 어머니의 언어, 어머니의 기억, 어머니의 삶을 통해 걸쭉한 서사를 환기하고

울림통이 큰 시어는 물론 가슴 저 밑자리에 꺼지지 않는 불씨 하나 끄집어 올려 피워준다.

충청도 말이 생각보다 잘 되었다. 참말 좋은 거다. 무름하니^^

시인은 충청도 말 감수까지 받아 시집을 냈다.

 

여기 72편의 시는 '시'와 '시어', '시를 쓰는 일'에 대한 시이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그런 것의 은유로 '어머니학교'는 존재한다. 어머니가 툭툭 뱉어내는 에로스의 언어

또한 걸죽하다. 우리는 모두 어머니학교의 동창생이기도 하다, 시인의 말대로. 

시인의 친구가 편안하게 찍은 어머니 사진(흑백)들도 참 좋다.

내일이면 12월이 시작되는데 마음 따뜻해지는 시어들로 푹 익은 무마냥 마음도 무름해지고 싶다.

 

 

한 군데 오자는 아쉽다

73쪽  '칠순 천사' 중,  여자는 죽을 때가지 하늘을 나는 꿈을 꾼단다. (가지 ---> 까지)

 

 

 

 

몸과 맘을 다

(어머니학교 15)

 

 

 

 

장독 뚜껑 열 때마다

항아리 속 묵은 시간에다 인사하지.

된장 고추장이 얼마나 제맛에 골똘한지

손가락 찔러 맛보지 않고는 못 배기지.

술 항아리 본 적 있을 거다.

서로 응원하느라 쉴 새 없이 조잘거리던 입술들.

장맛 술맛도 그렇게 있는 힘 다해 저를 만들어가는데,

글 쓰고 애들 가르치는 사람은 말해 뭣 하것냐?

그저 몸과 맘을 다 쏟아야 한다.

무른 속살 파먹는 복숭아벌레처럼

턱만 주억거리지 말고.

 

 

 

 

 

한창훈 장편소설 <꽃의 나라>

 

2012년 2월 20일 녹음시작 총 12시간 소요 녹음완료.

편집할 책이 밀려 있는데 먼저 하고픈 것부터. 며칠 전 편집 시작 2012년 11월 30일 편집 완료

 

항구에서 도시로 고등학교 유학을 간 주인공을 중심으로 79년 10.26 전후 불안감과 

80년 5.18 광주혁명 당시 상황이 생생하게 나온다.(이건 3분의 2 지점 이후) 

당시 방송이나 언론에서는 실상이 전혀 나오지 않았고 주인공도 '라디오에서는 아바 노래만

나왔다'고 말한다. 대학 때 총학생회에서 보여준 슬라이드로 처음 목격한 나도 너무 놀라고

분개했던 기억이 활활 재생된다. 소설은 먼저 5.18 이전의 폭력에 물든 사회상과 가족과 학교에서의 폭력적 분위기를 서사로 끌어들여 보여준다.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폭력서클(당연한 것처럼), 군대식 학과(교련), 폭력과 권위만을 내세우는 교사와 아버지, 욕설과 폭력이 아무렇지 않게 일상인 학생들.

 

주인공이 그 당시 거리에서 군인들에게 쫓기다 같이 쫓기고 있던 생물교사와 조우하는 장면에서 왜 이런 일을 벌이는지

묻는 대목이 나온다. 생물교사도 궁금해 자신의 옛스승에게 물어봤더니 알래스카 개 이야기를 들려주더란다.

젊고 튼튼한 개들 사이에 늙고 병든 개 한 마리를 끼워넣어 집중적으로 그 병든 개만 채찍질 하는데 그러면 그 개가 내지르는

끊임없는 비명, 그 처절한 비명이 다른 개들에게 공포심을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찍소리 못 하고 썰매를 끌게 된다고.

"그 사령관은 그게 필요한 거야. 공포와, 그것을 만들어내는 혼란이." (204쪽)

 

 

이 소설의 마지막은 이렇다.

 

 

오래지 않아, 사령관은 대통령이 되었다.

내 기억은 거기까지이다.

 

- 272쪽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이렇게 쓴다.

 

나는 '희망'이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 그것은 누렇게 삭아버린, 한번도 지키지 않았던 생활계획표 같은 것이다.

내가 믿는 것은 미움이다. 미움의 힘이다. 우리가 이렇게 앓고 있는 이유는 사랑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보다,

미워할 것을 분명하게 미워하지 않아서 생긴 게 더 많기 때문이다.

 

 

 

영화 <26년>, 이번 주 안에 봐야겠다.

마음 무름해지는 시집 읽다가 이 소설 다 읽고 영화 보면 다시 힘이 불끈 들어갈 것 같다.

아무튼 올해 11월의 마지막 날, 그리고 12월을 맞이하는 마음으로 소중한 하루, 스스로도 존중할 수 있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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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2-11-30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전 슬플 거같아요 이책

프레이야 2012-11-30 19:31   좋아요 0 | URL
'어머니학교'보다 '꽃의 나라'는 슬퍼요.
'꽃의 나라'에 이런 문장이 콕 박혀요.
사람이 사람에게 절대 해선 안 될 일은 죽을 때까지 잊히지 않는 상처를 주는 일이라는.
영화 <26년>, 오늘 보려다 못 보고 주말에나 봐야겠어요.^^

다크아이즈 2012-11-30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대단한 프레님
판소리 완창도 아니고 앉은 자리에서 3시간 40분 녹음이라니...
언젠가 님 작품 목소리를 듣고말테야요^^*


프레이야 2012-11-30 20:47   좋아요 0 | URL
목을 많이 쓰지 않으면서 하기 때문에 괜찮아요. 마이크 앞이니.
요령이 생겼다고나 할까, 굳은살이 박혔다고나 할까^^
근데 오늘 '꽃의 나라' 편집마감 하며 다시 들어보니 내용에 흡입되어
제 목소리까지 분개하고 있어서 영 그랬어요. 중도를 지키고 담담하게 읽어야하는데 말에요.
예전에 물만두님 책 '별다섯 인생' 녹음하면서도 몇번이나 울먹이고, 또 우스운 대목에선
웃음 나서 못 참고 키득대다가 일시정지 하고 그랬어요.ㅎㅎ

순오기 2012-12-01 0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요~ 어머니학교도 한창훈도!
둘 다 읽어서 공감할 수 있다는 건 더욱 좋고요!!
벌써 12월이네요~ 한달을 또 열심히 살고 한 해 마무리 잘하자고요!^^

프레이야 2012-12-01 14:20   좋아요 0 | URL
언니, 오늘 12월의 첫날이에요. 마음이 왠지 그래요. 울컥~ 벌써 한 해가 또 가고 있다니.
일산엔 언제 가볼 수 있으려나요, 우리.

맥거핀 2012-12-01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쓰신 글을 보니 한창훈의 <꽃의 나라>를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대사 그런 것에 대한 부분보다도 만연된 폭력의 구조랄까, 작동방식이랄까, 그런 것에 대한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가기 있었거든요. 그럼에도 제목은 '꽃의 나라'군요. 찾아서 읽어볼께요.^^

프레이야 2012-12-01 14:23   좋아요 0 | URL
맥거핀님, 나이브하게 읽힐 거에요.
만연한 폭력(욕설)의 구조, 가부장제적 인식 그런 것에 초점을 두었어요.
꽃의나라,는 역설이구요. 26년, 보셨어요?

맥거핀 2012-12-02 00:45   좋아요 0 | URL
소설은 원래 나이브한 것을 보기 위해 읽는 것이 아닐까요?
그런데 저는 그런 '나이브함'이 (거창하게 말하면) 결국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봅니다.^^

26년은 글쎄요..솔직히 그리 많이 땡기지가 않는데,
볼 기회가 생긴다면 굳이 피할 이유도 없겠죠.^^

프레이야 2012-12-02 12:38   좋아요 0 | URL
맞는 말씀이에요. 세상은그리 곱지도 이상적이지도않지요. 작가도 그걸 의도하고 쓴 게 보이구요. 전 좋게 읽혔어요. 마지막에 보면 시계와 담배빵이 나오는데, 생각에 잠시 머물게 합니다. 26년을 보고 분개하는 정도로도 담배빵이 될 수있을지 모르겠지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