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가는 대로 마음 가면 그게 타성이더라." 친구가 화두를 던졌다.

 올해 절반을 보내고 새로운 절반을 시작하는 첫날, 돌아보니 달마다 여행갔던 기억이 새롭다. 아주 오래 전의 일인 듯 느껴지는 건 왜인지 모르겠는데 그게 또 나쁘지 않다. 이별과 만남을 반복하고 익숙하지 않은 소통 방식에 난감하면서 적응도 되어가는 과정에서 또 하나의 타성이 내게 붙은 것 같다. 조금은 선회해야할 시점이다.

 

"너는 지금 뭔가와 싸우고 있다. 그래 보인다."

또 다른 친구가 이 말을 한 건 설날 전 날이었다. 오래전, 싸우지 말고 살아,라고 은근히 힘주어 말씀하셨던 아버지 얼굴이 떠올랐던 순간이다. 나 자신과 대개 불화하며 사는 게 타인의 눈에도 보이는구나, 싶었다. 유휴인과 유럽에서는 많은 부분 나아져서 행복했고 또 다른 곳에서는 나의 모순이 투사되어 보이는 동행인 때문에 괴로웠다. 그래도 남아 있는 건 사진으로나마 볼 수 있는 그 순간의 소중한 기억들과 그럼에도 좋았다는 나름의 위안이다. '나'를 다 내어놓는 게 어색하고 껄끄러운 내 성정이 문제겠거니 하면서도 어떨 땐 대책없이 모조리 다 쏟아놓으니 더욱 황당한 건 바로 나다.  

 

처음으로 엄마와 단 둘이 며칠간 여행을 가기로 했다니까 어느 친구가 던졌던 말에 이마가 시원했다.

"좋은 시간 보내고 포장 잘 해서 들고 와."  이런 재미나고 똑똑한 친구 같으니^^ 고만고만하니 허름한 마음과 누추한 일상에서 건져 올려 정작 보이는 건 포장이었나.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눈이 아직은 깊어지지 않았나 보다. 그럼에도 결국 끝까지 사랑해야 할 대상은 '나'라는 생각이 든다.

 

올해 6개월 동안은 녹음도서가 예전보다 조금 적었다. 정리하고 넘어가자.

 

 

 

 

 

독서 공감, 사람을 읽다 / 이유경 / 다시 봄

녹음시작 2013년 12월 18일  완료

 

작년 11월 25일에 내 손에 안겨온 소중한 책이다. 12월 18일부터 바로 녹음 시작해서

완료했는데 1차 편집만 남았다. 시종일관 미소를 머금게 하는 이 책은 특히

저자의 이런 부분이 미덕이다.

 

예전에 재능이 없음을 탓하는 내게 누군가 댓글을 남겨줬었다. 성실함이야말로 재능이라고.

그때는 그말이 나에게 와 닿지 않았는데, 이제는 그말이 가끔 떠오른다. 게다가 재능이

'성실함'이라면, 앞에서 피아노 연주자가 말한 것처럼 '충치'나 '뭉친 어깨 근육'으로 크게

타격받을 일도 없지 않은가.

- 85쪽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에 대한 독서공감 중

 

 

 

 

산유화 / 정비석 장편소설 / 가리온

녹음시작 2014년 4월 23일, 5월 30일 완료, 6월 11일 편집 시작 진행중

 

60대 어느 회원이 특별히 신청한 도서다. 옛날에 읽었던 책이라며 절판된 이 책을 어렵사리 구해서

더구나 내가 낭독해주길 부탁했다고. 목소리만으로 누군가와 연결된 것 같아 흐뭇하다. 편히 들으시며

옛사랑의 그림자라도 추억하시면 좋겠다. 이 책은 소설적인 완성도에서라기보다 소월의 시가 적절히

삽입되어 이야기를 이끌어가면서 남녀 주인공의 애틋한 심정을 표현해준다는 점이 미덕이다.

                     216쪽에는 양명환이 이런 시를 읊으며 하염없이 눈물 흘리는 장면이 나온다.

 

                     구름  - 김소월

 

                     저기 저 구름을 잡아 타면

                     붉게도 피로 물든 저 구름을,

                     밤이면 새까만 저 구름을.

                     잡아 타고 내 몸은 저 멀리로

                     구만리 긴 하늘을 날아 건너

                     그대 잠든 품속에 안기렸더니,

                     애스러라, 그리는 못한대서,

                     그대여, 들으라 비가 되어

                     저 구름이 그대한테로 나리거든,

                     생각하라, 밤 저녁, 내 눈물을.

 

 

 

 

프랑스식 세탁소 / 정미경 / 창비

2014년 5월 29일 녹음시작 총 282쪽 중 197쪽까지

 

일곱 개의 작품이 수록된 소설집. 특유의 날카로움이 다소 누그러진 듯한데

여전히 생의 속살과 사람의 뒤안을 깊은 눈으로 본다.

 

투쟁 없는 관계가 좋은 관계일까. 그건 평화가 아니라 결핍에 가가운 풍경이다. 정상적인 가족이란, 너무 많은 감정들이 원형을 찾을 수 없이 촘촘히 얽힌 낡디낡은 담요 같은 게 아닐까. 화를 내고 미워하다 후회하는, 상처 주고 후련해하다 후회하는, 그런 것들이 없다면 그 담요는 차가운 유리섬유처럼 몸을 찌를 것이다. 뭐랄까, 나는 아버지의 화를 원하는 건 아니지만 결코 깨지지 않는 감정의 균형이 너무 싫다.  - '번지점프를 하다' 중 169쪽

 

 

 

 

그리고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 신경숙/ 문학동네

 지난 달 편집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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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01 16: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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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02 09: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4-07-02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꺅~~ 오랜만에 프야님 글 좋아요!!!
유후인, 유럽의 추억은 생각만으로도 1년은 행복하실듯요^^
포장의 기술 필요하죠!
전 요즘 에너지 고갈이어요. 내년 1월엔 어디라도 가겠어요~~

프레이야 2014-07-02 09:54   좋아요 0 | URL
내년엔 이쁜 보림이랑 훌훌~~~ ㅎㅎ
포장의 기술 정말 필요한 것 같아요. 물론 내용물이 좋아야 더욱 빛이 나겠죠^^
내용물은 좋은데 포장이 엉망이라 낭패 보는 경우도 정말 많아요.
제가 잘 그런 편이에요. 흑흑 ㅠ 대화에도 포장의 기술이 그래서 필요한 것 같아요^^
미모로운 세실님은 내용도 포장도 탁월하니 걱정 말구요. 인정!!

다락방 2014-07-02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마다 여행다니시느라 그간 뜸하셨던 겁니까, 프레이야님?
이제는 예전처럼 종종 뵐 수 있는건가요?
어머님과 둘만의 여행은 어디로 가시는지, 아무쪼록 즐겁게 다녀오시길 바랄게요.
사실 저도 이번 주말에 엄마랑 단둘이 1박2일 여행을 떠나거든요.
엄마가 저랑 둘이 여행가는 게 그렇게나 소원이라고 노래를 부르고 다니셔서 그래 가자, 하고 비행기며 호텔을 예약했는데, 예약하고 나니 돈 아깝다고 안간다고 하셔서 한참을 힘뺐네요. 결국은 가는걸로...
우리, 잘 다녀와요, 프레이야님!

프레이야 2014-07-02 11:57   좋아요 0 | URL
엄마와 다녀왔어요, 태국으로요. 저도 생애 둘만의 여행은 처음이었어요.
더 늦기전에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에 바로 질렀습니다.
각오는 했는데 출발하는 날부터 살짝 삐걱거리더니 하루가 지나자 ,
결국 이틀째 밤에 좀 다투며 그동안 마음에 있던 이야기들 털어놨어요.
며칠을 붙어서 다녀보니 실감나게도 모든 게 퇴락하신 것 같아 마음이 짠했어요.
몸이 마음같지 않지요, 나이 드시니. 그래도 좋았어요. ㅎㅎ
다락방님 주말에 잘 다녀오세요. 2일간이니 다정하게 잘 다녀오실 거에요^^
독서공감, 좋았어요. 편집하면서 한 번 더 읽게 되겠죠^^

Breeze 2014-07-04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을 감고 귀로 책 읽는 느낌은 어떨까요?
오래전에 아이들한테 했던건데,, 문득 그 느낌이 궁금해집니다. ^^

프레이야 2014-07-07 11:51   좋아요 0 | URL
안녕하시지요 브리즈님? ^^
계절이 여러번 바뀌었어요.
눈을 감고 들으면 훨씬 잘 들리지요. 집중력이 더 요구됩니다.
잠시 한 귀 팔면 놓쳐버려요. 기억 나시죠?^^

순오기 2014-07-08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요~ 잘 포장하라는 말도, 그 말에 앞이마가 시원했다는 표현도.^^

2014-07-08 0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08 18: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4-07-08 18:12   좋아요 0 | URL
그때 엄마랑 여행 잘 포장해오지 못해서 다 와선 깨졌잖아요.ㅎㅎ
끝까지 방심하지 말고 잘 포장했어야 됐는데요.

2014-07-08 1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08 18: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13 0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16 0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30 1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9-02 08: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두달 넘어 기록하지 않은 것 중에 낭독녹음도서도 포함된다. 그동안 이러저러한 일들이 있어도 게을리 하지 않은 일 중에 최고다. 왜냐하면 우선 내가 즐거우니까. 시월부터 음성지원실에는 팀장이 없고 효정샘 혼자 바쁘다. 녹음도서제작도 밀리고 있는 것 같은데 공석을 얼른 메꿔주지 않는 게 좀 이해되지 않는다. 마땅한 능력자를 구하지 못한 게 아닌가 추측할 뿐.  살포시 송혜교 닮은 팀장은 결혼을 앞두고 요즘 한창 행복해 하고 있는 눈치다.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꽤 설레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야무지기로는 누구 따라올 사람이 없는 사람이니 행복도 잘 가꿔나갈 것 같다. 12월에 결혼식을 올리면 제주에 가서 살 거라니 꿈같은 얘기다, 내게는. 겨울에 아름다운 신부가 한 사람 또 탄생할 날, 그때 가서 축하해야지. 식은 부산에서 올린다고 하니. 출발은 누구의 것이든 모두 설렘을 동반한다.

 

 

 

 2013년 8월 7일 녹음시작  4시간 소요 8월 14일 완료, 1차편집 완료

 

 

 

익산고도리석불입상

 

 

내 애인은 바위 속에 누워 있었지

두 손 가슴에 모으고 눈을 감고 있었지

누군가 정으로 바위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 들렸지

내 애인은 문을 밀고 바깥으로 걸어나왔지

바위 속은 환했지만 바깥은 어두웠지

내 애인은 옛날부터 나를 알아보지 못했지

 

 

 

 

 

2013년 8월 28일 녹음시작, 14시간 소요 9월 13일 완료

 

로쟈님이 뽑은 유명한 7개의 고전을 각 장 별로 두 시간 강의를 풀어서 편집한 책이다.

'사적인'이라는 말을 '남을 위한 독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한 독서'라는 의미로 썼다.

'너무도 유명하지만 아무도 안 읽는 책', 고전을 이렇게도(이런 관점으로도) 읽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도록 명쾌하고 흥미롭게 풀어주었다.

문장도 강의 투 그대로 옮겨져 있어서 낭독하기에도 즐거웠다.

1차 편집을 하며 재독할 생각에 벌써 기쁘다.

 

 

 

 

 

 

 

2013년 9월 17일 녹음시작, 18시간 소요 완료 (총 431쪽)

 

기대보다 좋았다.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에서 '안녕'이 Goodbye가 아니라 Hello 정도의

뜻이란 걸 아는 사람이면 짐작될 내용이지만 구석구석 재미난 인물과 공감되는 심리묘사가

그럼직하다. 소설 속 사강이 연애에 대해 하는 말은 '연애'에 '삶'을 대입해도 좋은 문장이다.

 

"연애는 질문이고, 누군가의 일상을 캐묻는 일이고, 취향과 가치관을 집요하게 나누는 일

이에요. 전 한순간 사랑에 빠지는 게 가능한 일이라고 믿지 않았어요. 대단한 영감으로

순식간에 걸작을 써내는 작가를 좋아하지도 않아요..... 그런 거에요.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서 죽도록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 우연히 벌어지는 환상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철저한 노동을 필요로 하는 일, 그게 제가 알고 있는 연애에요." 

                                                                                                         - 377 쪽

 

 

 

 

2012년 7월 25일 녹음시작 14시간 소요 완료, 2013년 10월 1차 편집 완료

 

신랄한 이야기꾼,, 쑤퉁의 소설로는 첫 독서인 셈인데 아주 흥미롭다.

세 가지 이야기에 담긴 인물들은 운명의 희생자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하지만 

첫 이야기 '처첩성군'에서 페이푸가 쑹렌에게 하는 말은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사람은 다 똑같아요. 자신의 희로애락이 무슨 영문인지 모르죠." - 59쪽

 

확실히 우리는 알 수 없는 운명에 조종 당하면서도 우리가 주인으로 운명을 개척해나간다고

착각하는 일면이 있다. 자유의지여, 더 힘을 내어보시라!

 

 

 

 

 

2012년 11월 20일 녹음시작 5시간 소요 완료,

2013년 10월 23일 1차편집 시작 10월 30일 완료

 

함민복 시인의 생명사랑을 읽을 수 있는 산문집이다.

생명사랑은 자연에도 인간에도 해당된다.

미안한 마음은 어찌 보면 입장 바꿔 생각하는 마음이다.

요즘 재미나게 보고 있는 모 드라마에 나오는 가훈이 '입장 바꿔 생각하자'더라.

미안하다, 내가 알게 모르게 상처 준 사람들, 짓밟은 풀들, 꺾은 장미.

'배는 앞에서 끌고 가는 힘이 아닌 뒤에서 밀고 가는 힘으로 움직입니다(38쪽)'라는

문장처럼 내 삶도 미래보다 과거가 밀어주는 힘으로 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과거는 후회스럽고 어쭙잖다고 여겨지더라고 전혀 지울 필요가 없는, 그 자체로 나를 미는

힘이다. 지워지지 않는 과거를 똑바로 쳐다보자. 안개 속이라도, 방긋, 해답이 거기 있다.

 

 

 

 

 

2013년 10월 23일 녹음 시작, 현재 4시간 소요 2B tape 까지 완료

 

아주 오랜만에 손에 든 은희경 작품이다.

따옴표가 전혀 없이 대사도 서사문 안에 녹여 놓았다.

주인공 류의 서사와 요셉의 각자 다른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중.

내일 가서 많이 읽을 생각이다.^^

 

용의주도한 계획을 세우는 동안 일어나는 뜻밖의 일들이 바로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이며,

운명이란 주어진 운명에서 도망치려 할 때 바로 그 도망침을 통해 실현된다....... 누군가

말하기를 어떤 언덕에서 바라보면 나무는 없고 자라남만 있으며 강은 없고 흐르만 있으며

춤추는 자는 없고 춤만 있다 한다. 쓰는 자도 없었으면 좋겠지만 잘 안될 것 같다.

- 작가의 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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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06 08: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3-11-09 08:49   좋아요 0 | URL
네 네^^ It's my pleasure ㅎㅎ
요즘 팀장 공석이라 음성도서작업이 좀 늦어지고 있어요.
그래도 저는 꾸준히 ^^
차창 밖 만추의 풍경 즐감하며 다니시겠어요.

바람돌이 2013-11-06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전히 열심히 하고 계시네요.
저 책들 읽어내려면 정말 호흡도 딸리고 장난 아닐듯한데 말이죠.
늘 열심이신 모습 여전하셔서 오늘 아침이 좋네요. 오랫만에 인사드리고 가요. ^^

프레이야 2013-11-09 08:51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님 반가워라! 두 공주 이쁘게 많이 자랐지요?^^
소설은 특히 호흡이 길어야하지만 적응되어 즐겁게 합니다.
저의 목소리지만 매일 조금씩 그때그때 다르니 적절히 맞추는 것도 필요하구요
좋은계절 행복하게요, 우리^^

blanca 2013-11-06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의 '최고'라는 말이 너무 좋아요. 송혜교 닮은 얼굴에 제주도 신접살림이라니 ㅋㅋ 부럽네요.

프레이야 2013-11-09 08:55   좋아요 0 | URL
그쵸? 제주도 신접살림ㅎㅎ 친정이 그곳이라 더 잘 되었더라구요.
저는 참 인복이 있는 사람 같아요. 조용히 그냥 참 좋은사람이었지요.
정말 최고에요! ㅎㅎ 목소리가 살아있는 한 꾸준히 하고싶어요.

감은빛 2013-11-07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소리내 읽는 일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힘들겠지만 재미있는 일인 듯 해요.

물론 책마다 다르게 하시겠지만,
목소리 톤이나 억양을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하네요.
읽으실 때 연극처럼 감정을 넣어서 읽으시나요?
하나의 톤으로 주욱 읽으시나요?
한번 들어보고 싶어요.

프레이야 2013-11-09 09:00   좋아요 0 | URL
목소리톤은 내용마다 조금은 다르게 하려고 해요.
장중한 분위기인지 좀 가벼운 분위기인지 문체마다 좀 다르게도하구요.
화자나 인물의 특징에 따라서도 성우만큼은 아니어도 구별이 될 수 있는 정도로는 해줘야 하구요.
사투리는 또 얼마나 재미난지요. 감정이입 되어 웃고 울고 그러기도 해요.
울컥하다가 되감아 재녹음하기도 ㅎㅎ
감은빛님 주말 아침 상쾌하네요. 기분좋게 시작하시길요^^

세실 2013-11-07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주도에서 신혼살림을 한다니 아 부러워요^^ 저도 딱 일년만 살아봤으면~~~
담에 만날땐 프야님이 책 읽어주세요^^

프레이야 2013-11-09 09:08   좋아요 0 | URL
난 딱 일년만 살아봤으면 싶은데가 제주 포함, 프로방스 등등ㅎㅎ
세실님 오늘은 쉬면서 재충전 하는거에요? 능력자라 일이 많은거죠^^
만추의 정취를 느끼며 해피주말 보내자구요^^

페크pek0501 2013-11-08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 님은 목소리가 좋으신 분이겠군요. 목소리만으로도 얼마나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지
저는 잘 알지요. 얼굴만큼이나 중요한 것 같아요.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은 읽어 보았어요.
은희경 작품으론 <새의 선물>을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요.
<태연한 인생>은 어떨지... 다 읽고 나서 글로 말씀해 주시면 참고해서 구입하겠습니다. ^^

오랜만에 님의 서재에 댓글을 씁니다. 휴식이 길으셨죠?
반갑게 다녀 갑니다. ^^

프레이야 2013-11-09 09:07   좋아요 0 | URL
목소리 중요하지요. 전 목소리가 좋은 건 아닌거 같은데 잘 모르겠어요.ㅎㅎ
낭독음성은 가다듬어 하니 또 다르게 들리겠죠.
저도 목소리 좋은 사람에게 끌려요.
사강의 소설은 당시 특이한 분위기로 평가 받았다고 하죠.
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같구요. 은희경은 저도 참 오랜시간을 지나
다시 만났어요. 다 읽고 글로 말씀드릴게요^^
늘 그렇듯 반가워요, 페크님^^

yamoo 2013-11-17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혼지침서와 태연한 인생이 끌립니다. 이런 책을 낭독하시다뉘~
근데, 책을 낭독하는 느낌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전 제 목소리 듣는 게 정말 짜증나더라구요~
자기 목소리를 사랑할 수 있다면 낭독과 녹음이 즐거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아는 분 중에서 낭독하고 녹음하는 분은 프레이야님이 유일한 거 같아요~
근데, 녹음된 파일 나눔하시나요? 아님 개인 소장용인가요?? 궁금~^^

덧}
은희경 책은 나오는 족족 사모았던 적이 엊그제 갔았는데,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이후로는 관심이 뚝~ 끊겼네요..그래도 은희경 책만 보면 관심만은 동합니다~ㅎ

프레이야 2013-11-18 15:27   좋아요 0 | URL
은희경의 책을 사모으셨군요.^^
태연한인생,은 반쯤 읽었는데 문장이 좋습니다.
이혼지침서 다음으로 쑤퉁의 소설은 더 읽어보고 싶게 되었구요.
녹음파일은 몇 번의 편집 후 씨디도서로 제작되어 시각장애인들에게 배포되어요.
이곳 점자도서관에서 전국으로 배포되는 분량이 가장 많다고 합니다.^^

순오기 2013-11-18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혼지침서~우리집에서 자주 대출되는 도서에요. 물론 내가 추천하기 때문이지만~ ^^
'아주 사적인 독서'를 읽으면 사적인 독서를 할 수 있을까?
전혀 사적인 독서를 하지 못하는 나날이라~ ^^

프레이야 2013-11-19 0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요즘 너무나 바쁘셔서 ^^ 아주사적인독서, 좋아요. 고전을 다시 다른 관점에서 읽을 수 있게 해줘요. 쑤퉁의 소설은 상당히 매력있구요. 언니도 그렇게 느끼셨구나. 추천을 많이 하신다니 말에요.

소나무집 2013-11-21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전히 좋은 책 많이 녹음하셨군요.
이렇게 녹음된 도서를 이용하는 분들이 많은지 갑자기 궁금하네요.^6

프레이야 2013-11-21 09:40   좋아요 0 | URL
네, 생각보다 많더라구요, 전국적으로. 특히 후천적으로 시력을 잃은 분들은 시력이 있을 때 읽었던 기억이 있으니 더 구하시나봐요. ^^

꼬마요정 2013-11-26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어요?? 오랫만에 인사드립니다.ㅎㅎ
여전히 바쁘고 또 부러운 삶을 살고 계시네요~
눈으로 보지 않고 귀로 읽는 책.. 멋지십니다.^^

프레이야 2013-11-28 0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꼬마요정님, 반가워요. ♥ 그동안 잘 지내셨죠. ^^ 깨볶는 냄새 솔솔~~~ 책은 저도 가끔 귀로 읽고 싶어요.

루쉰P 2013-11-28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시는 일이 참 새롭네요 ^^
정말 좋은 일을 하시는 것 같아요.
누군가가 읽어 준 책을 듣는 다는 것...마치 라디오 같기도 하고 참 좋네요.
시각장애인들을 위해서 일 하시는 거 참 좋습니다.
목소리도 타고나야 하는 데, 저는 목소리가 쇳소리가 나서 ㅎㅎㅎ;;;

프레이야 2013-12-01 22:26   좋아요 0 | URL
제가 더 즐거워 하는 일이지요.
루쉰님 목소리는 안 들어봐서 모르지만 쇳소리라시니 나름 매력있을 것 같은데요^^
12월의 첫날, 행복하게 보내셨기를요^^

비로그인 2013-12-08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래에도 쓰셨지만 인연은 다 스승이며. 이곳에 글을 쓰면서 그 소소한 일상의 느낌과 생각들을 정리해갔던 것 같아요.. 저도.. ~~

잘 지내셨지요.. 프레이야님..

가을이 갔고, 겨울이 어느 덧 성큼 한 복판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이 밤 무엇인가에 이끌려 이곳까지 왔는데,
한참 어슬렁하다보니.. 마음이 차분해져요.. ~~


보내신 가을이 그려지고, 글 속에서 다시 차분히 가다듬으시는 목소리가 전해지는 듯 해요..

건강하시면 좋겠습니다.. 지금처럼 ~~

프레이야 2013-12-12 23:33   좋아요 0 | URL
노닐다 가셨군요, 새벽숲길님^^
저의 건강을 빌어주셔서 고마워요.
겨울나뭇가지처럼 담대하고 깨끗하고 성성하기를 ~~
정열은 영혼에서가 아니라 영혼가 외부세계의 마찰에서 나온다,는 문장이 떠올라요.

2014-06-27 14: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안도현 시집 [북항], 문학동네

2013년 8월 7일 녹음시작, 총 4시간 소요 8월 14일 완료

 

 

안도현 시인이 절필을 선언했다는 소식은 얼마전 자목련님의 댓글로 알게 되었다.

[북항]에서는 시인의 더 절실한 '시'에 대한 열망, 더 나은 '말'과 더 나은 세상에 대한 염원이

곳곳에 담겨있다. 좀 더 직설적인 표현도 있고 좀 더 강렬한 이미지들도 드러나는 여러 편의

시 중, 여름 끝물에 담벼락을 친친 감고 타오르는 능소화와 붉게 타오르는 '부엌' 아궁이에

대한 인상이 깊다. 능소화의 탐욕스러운 붉은 혓바닥과 부엌 아궁이 속 붉은 눈은 삶의 빛과

그림자 같다. 빛이 너무 강하면 제 살을 타들어가는 법. 삶을 살아내기엔 능소화 붉은 혓바닥도 아궁이 붉은 눈도 함께 필요한 것인데 나는 대개 그 사이 어중간한 지점에서 주춤거리고 있는 것 같다. 몸의 계절이 바뀌려고 이 뜨거운 여름 불볕더위를 피부로 받아내며 날마다 모종의 애틋함과 근원 모를 그리움으로 마음밭에 꽃 한 송이 피우고 있다. 늘 그렇듯 이번이 마지막 여름이다,

하면서. 능소화일지도 모를, 그래도 나쁘지 않을.

 

 

 

 

 

 

 

 

능소화

 

 

능소화의 몸이 뜨거운 것은

죽자 사자 부여안고 다리에 다리를 걸쳐 휘감는 게

최대한의 사랑인 줄 알기 때문이다

 

햇빛 속에서도 햇빛을 잡아당기지 않고

이마에 여러 개의 헤드랜턴을 켠 능소화에게

환한 대낮 따위는 없다

동굴의 그림자만 있을 뿐

 

내려놓을 줄 모르는 저 넝쿨의 무한대의 열망 덕분에

여름날 인근 마을 꽃들은 일찍 불을 끄고 잔다

그때 능소화는 몸속의 혀를 꺼내

어머니의 빈 젖을 핥아 먹는다

 

능소화가 입 냄새를 슬슬 풍기는 저녁

뼛속에 구멍이 송송 난 적막한 어머니가

아랫도리를 오므리며 말했다

 

얘야, 나는 죽은 나무다 죽은 나무여서 나는 제국의 호적

에서 지워졌다 나는 자궁이 없다 자궁이 없어 네가 웅크리

고 잠잘 방이 없단다

 

 

 

 

    사진은 이필형 님의 것을 사전허락 없이 빌려왔읍니다.

 

 

 

 

 

 

붉은 눈

 

 

부엌, 이라는 말을 들으면 나는 곧잘 슬퍼져요 부엌은 늙

거나 사라져버렸으니까요 덩달아 부엌, 이라는 말도 떠나가

겠죠? 안 그래도 외할머니는 벌써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부

엌에서 더는 고등어를 굽지 않아요 아, 하고 입을 벌리고 있

던 아궁이 생각나요? 아아, 나는 어릴 때 아궁이 앞에서 불

꽃이 말을 타고 달린다고 생각했어요 그것은 말도 안 돼, 하

면서도 말이 된다고 생각했어요 말이 우는 소리로 밥이 익

는다고 생각했어요 알아요? 아궁이는 어두워지면 부엌의

이글거리는 눈이 되어주었지요 참 크고 붉은 눈이었어요 이

제 아무도 자신의 붉은 눈을 태우지 않아요 숯불 위에 말이

스러져요 나는 세상이 슬퍼도 분노하지 않아요

 

 

 

 

이름뿐인 '입추'가 벌써 지나갔지만 그래도 입추!, 하고 읊어본다.

변하는 건 없다해도 그래도 가을,이 오고 있다.

 

 

 

 

입추

 

 

 

 

이 성문으로 들어가면 휘발유 냄새가 난다

 

성곽 외벽 다래넝쿨은 염색 잘하는 미용실을 찾아나서고 있고

 

백일홍은 장례 치르지 못한 여치의 관 위에 기침을 해대고 있다

 

도라지꽃의 허리 받쳐주던 햇볕의 병세가 위중하다는 기별이다

 

방방곡곡 매미는 여름여름 여름을 열흘도 넘게 울었다지만

 

신발 한 짝 잃어버린 왜가리는 여태 한강을 건너지 못하고 있다

 

한성부 남부 성저십리의 참혹한 소식 풀릴 기미 없다

 

시 두어 편 연필 깎듯 깎다가 덮고 책상을 친다

 

오호라, 녹슨 연못의 명경을 건져 닦으니 목하 입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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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3-08-19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능소화를 참 좋아해요...
천사의 나팔처럼 생긴 꽃, 축축 들어진 기생의 눈웃음같은 꽃이다 라는 상반된 생각을 하곤 해요.

가끔 내가 아니까 모든 사람이 다 아는구나 착각을 하는 것 같아요.
안도현 님의 절필이나 촛불 집회를 당연히 다른 분들도 다 알거니 생각한게 좀 우스워요. ^^
제게 너무 중요한 문제니까 그랬나봐요...

언니 여름이 다 가네요. 오늘 아침은 조금 선선해요.
올 여름 방학에도 결국 언니를 못 보고 지나가는군요. 에효.

프레이야 2013-08-19 16:19   좋아요 0 | URL
마고님, 그곳은 조금 선선하다니 같은 땅이라도 차이가 나는구나 싶어요ㅎㅎ
이곳은 여전히 불볕이고 아파트 화단에서 본 능소화 꽃잎도 바짝 타들어가고 있더군요.
능소화는 독을 품고 있고 스스로 서지 못하고 다른 걸 친친 감고 자라는 걸 보면 저는 천사같은 이미지보다 팜므파탈로 봐요 오히려.
부모의 등골을 빼먹고사는 자식같기도 하고. 그래도 그럼으로 함께 서서 웃는 모습이 그려져요.
생의 열망이 저토록 붉고 질긴가 싶기도하고.
안도현시인의 시는 절필 전의 시집이라서인지 더욱 힘이 있고 더 나은 현실에 대한 열망도
자주 그려지고 있어요. 돌아오는 때에는 더욱 깊어진 시선으로?! 그렇겠죠.^^
우리 얼굴 한번 볼날이 어쩌면 올해 안에 있을수도^^

세실 2013-08-19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도현 시인이 절필을 선언했군요...
능소화 참 곱죠.
그러나 만질수도 가까이 할수도 없는 슬픔.
치명적인 아름다움?

프레이야 2013-08-19 23:17   좋아요 0 | URL
네, 이 정권이 끝날 때까지 절필한다고 합니다.
절필을 선언했던 문인들이 꽤 있었지만 안 시인의 절필사유는 특별한 거 같아요.
능소화는 범접할 수 없는 요염함이 매력인데 그게 또 다른 것에 부침한 삶이니
우리네 생을 닮은 듯도 하구요. 능소화의 꽃말은 뜻밖에도 부귀영화더라구요^^

블루데이지 2013-08-20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사는 아파트 라인 입구에 여름마다 피는 능소화를 한번도 못알아봐주며 8년을 살았던
무심한 저를 능소화가 꽤나 눈흘기며 보지 않았을까해요..
그꽃이 능소화인지 능소화가 거기에 피어있는지도 모르고 살았으니......

지금은 화사하게 주황색으로 환히 피어있는 능소화에게 웃으며 인사걷네는 여유로움이 제게 생겨
제 스스로도 참 다행이다 라는 생각을 해요!

꽃이름과 꽃의 자태가 이렇게 잘 어울리는 꽃도 없을것같은...
꼭 능소화같은 우아함을 지니셨을 프레이야님...프레이야님의 글을 찬찬히 읽으며 빙그레 미소짓는 저입니다.

프레이야 2013-08-20 15:00   좋아요 0 | URL
꽃은 봐주지 않아도 피고 지고 꿋꿋한 것 같아요.
속으론 데이지님이 안 봐줘서 눈물 흘렸을까요? ^^
우리 아파트에 핀 능소화는 불볕더위에 잎이 다 말라가더군요.
저 사진처럼 돌담에 기대어 돌담을 넘어서 축축 늘어진 능소화가 제격인데 말에요.
무더위에 세 보물들과 행복하게 지내세요^^

순오기 2013-08-23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능소화 사진은 우리가 걸었던 담양 슬로시티 담장 모습 같아요.
올 가을에 다시 한번~ ^^
명옥헌 사진 서재에 올렸어요~

프레이야 2013-09-23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비오는 날 우산 받쳐들고 걷던 돌담길과 한옥. 그 지붕처마 끝에서 떨어져내리던 빗줄기 소리가 들리는듯해요. 찰박찰박 걷던 골목길도. ^^

가연 2013-08-28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입니다ㅠㅠㅠ 능소화..에 전설이 있는데, 아마 아시겠지요? 소화라는 궁녀에 얽힌... 그러고보니 능소화 꽃가루가 갈고리처럼 생겨서... 눈에 닿으면 안좋다더군요, 진짜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ㅎㅎㅎ 문득 옛날에 들은 이야기가 생각나서 이렇게 몇 자 적고 갑니다.

프레이야 2013-08-29 12:52   좋아요 0 | URL
네, 오랜만 .. 반갑습니다.^^ 능소화 전설 들어본 기억이 나요.
독이 있다고 하죠. 가까이 다가와 꺾지 못하도록 하는 생존수단일까요?
아직은 가을이 멀었나봅니다. ^^

꿈꾸는섬 2013-09-23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능소화 사진, 정말 낯익은 사진이에요.
비내리던 날 걷던 돌담길과 한옥, 정말 비슷하네요.
그때 그날 생각하니 좋네요.^^

프레이야 2013-09-25 13:38   좋아요 0 | URL
그죠, 꿈섬님^^
그게 벌써 3년 전인데 참 좋았던지 기억에 생생해요.
창평 슬로시티 돌담길도 죽녹원과 소쇄원도^^
 

 연일 불볕더위에 매미는 그 소리도 울울창창, 일생일대의 한철을 맹렬히 살아내고 있다.

한 달을 훌쩍 넘기고 포스팅이라니. 게으름의 극치를 보여준 것 같다. 소소한 사건사고가 있었고 즐겁고 행복한 순간들도

있었지만 모두 마음에 남기고. 책읽기는 놓지 않았고 영화도 꾸준히 봤는데 한 번 정리할 기회를 봐야지.

 

 

 

 

2013년 7월 10일 녹음시작 총 7시간 소요 완료 (210쪽)

 

지난 주에 완료한 책이다. 세실님이 선물로 주신 고운 책.^^

편안하고 소소한 이야기들이라 함께하면 좋겠다 싶었다.

십대 시절, 나는 달에게 키티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키티에게 편지를 썼었다.

편지체 일기였다. 대학노트에 빽빽히 참 많은 이야기를 썼었지. 이 책을 읽으며

그 시절이 떠올랐다. 물론 이 책은 소설이고 나는 일기였지만.  그 노트들은 지금 다

어디고 가버렸을까?  나는 이제 누구에게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할까.

 

이 책에는 아기자기 깨알같은 삶의 이야기들이 마치 어디선가 들은 듯한 기시감과 함께

담겨있다. 신경숙의 다른 면이라 재미있게 읽힌다. 삶의 반전들, 사람을 보는 깊은 눈,

유머와 여유의 소중함.

"안~ 주면 가나봐라~ 그~칸다고 주나봐라~" 스물여섯 이야기 제목 중 하나다.^^

 

 

 

 

2012년 8월 녹음, 2013년 6월부터 1차편집 중, 오늘 완료예정

 

롤랑 바르트는 끝까지 읽은 책이 없다고 한다. 텍스트가 자신의 글쓰기 욕구를 자극했다는 말.

함성호의 이 책은 그런 자극을 자주 준다. 문장도 사유도 참 좋다. 아래 문장은 특히 힘이 되는 사유다. 지나온 길과 현재의 삶과 갈 길에 대한 '다시보기'를 주는 문장이기도 하고.

 

 

현대물리학의 이론에 따르면 우리가 과거로 돌아가 아버지를 살해한다고 해도 현재의 나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이 세계는 단일한 우주가 아니라 또 하나의 우주, 즉 거울우주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내가 과거로 돌아간다는 것은 거울우주 속의 과거로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과거의 아버지는 거울우주 속의 아버지인 것이다. 당연히 내가 과거로 돌아가 아버지를 살해하면 거울우주 속의 나는 죽는다. 달리 말하자면 나는 항상 하나가 아니라 둘이거나 여럿이라는 것이다.

 

프루스트는 갈림길에 서 있었던 어느 한 시절의 가지 않은 길을 노래했지만, 사실 우리가 가지 않은 길은 없다. 우리는 우리가 가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길로 이미 우리의 그리움과 망설임의 또 다른 나를 가게 했다. '나'는 실은 단수로서의 '나'가 아니라 수많은 복수로서의 '나'가 모인 우리이다.

그 수많은 '나'들은, 잃어버리고 새로 나타나는 생의 수많은 갈림길에서 만나고 헤어진 '나'다. 우리가 타인과 만나 이야기 할 때, 그 타인은 어쩌면 우리가 가지 않은 길이라고 믿고 있던 그 길로 보낸, 또 다른 나일지도 모른다. 갈림길에서 우리는 선택하지 않는다. 우리가 가 보지 않은 길을 생각하듯이, 그 길에서 이 길을 가고 있는 나를 생각하고 있는 '나'가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가보지 않은 길은 없다. (145쪽)  

 

 

 

                                      

 

 오늘 녹음시작할 시집. 기대기대^^

그런데 문학동네시인선은 활자가 너무 작고 희미하다. ㅠㅠ

 

서문을 대신한 안도현 시인의 글 (시 '그 집 뒤뜰의 사과나무' 중 1연)

 

    적게 먹고 적게 싸는 딱정벌레의 사생활에 대하여

  불꽃 향기 나는 오래된 무덤의 입구인 별들에 대하여

 푸르게 얼어 있는 강물의 짱짱한 하초(下焦)에 대하여

    가창오리들이 떨어뜨린 그림자에 잠시 숨어들었던

                           기억에 대하여

 

 

갑자기 겨울하늘을 깰 듯이 날아오르는 가창오리떼들을 보러 가고 싶어진다. 아직은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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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3-08-07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무더위에, 겨울하늘을 깰 듯이 날아오르는 가창오리떼를 떠올리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게 가창오리떼였는지는 모르지만 아주 추운 어느 날 겨울철새들이 날아오르는 곳을 찾아가서 보고 온 적이 있어요. 일사불란하게 동시에 한곳을 향해 가는 그들을 보고 있자니 잠깐 추위도 잊을만큼 마음이 경건해지던걸요.

함성호시인 (이렇게 불러도 되겠지요?)의 저 프루스트 관련 문장은, 새삼 저자를 다시 보게 만드네요. 우리가 프루스트라는 사람의 시를 빌어 가지않은 길에 대해서만 얘기할때 이 세상엔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게, 이런 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는게 놀라와요.

부산은 바다가 가까와 좀 덜 할까요? 대전 기온이 35도. 선풍기에서도 더운 바람이 나와요. 더운 바람 내뿜으며 계속 돌아가고있는 선풍기까지 애처롭습니다.

프레이야 2013-08-08 10:37   좋아요 0 | URL
겨울철새를 떠올리는 것으로만도 좀 시원해지셨죠?^^
경건하고 장엄한 광경이기도 하구요.

함 시인은 자신의 직업을 물을 때 건축가와 시인 모두를 답한대요. 저는 철학자를 더 보태주고 싶어요.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회한을 저렇게 넘어설 수 있다니요.
이곳은 바다 가까이라 마음은 좀 더 시원한 것 같아요. 34도 정도. 일주일 정도 지나면 고비는 지나갈 것
같지요. 어제가 입추였더군요. 이름만 입추! ^^

oren 2013-08-08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아무리 연약한 자라도 북 치고 나팔 부는 데에 흥분하지 않는 자는 없다'고 하더라구요.
프레이야님의 아름다운 목소리로 녹음되는 저 책과 시집들은 또 얼마나 더 아름답게 들릴지요?

* * *

나로서는 호라티우스와 카툴루스의 시구를, 한 예쁘고 젊은 인물의 입으로 그 풍부한 음성을 가지고 노래하는 것을 침착하게 듣고만 있을 정도로 내 마음이 충분히 강력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제논이 목소리는 미인을 장식하는 꽃이라고 한 것은 옳은 말이다. 우리 프랑스 인이면 모두 알고 있는 한 사람이 자기가 지은 시를 낭독해 보이고 내게 깊은 감명을 주었는데, 그 시는 종이에 쓴 것을 음조로 들은 것과는 같지 않으며, 내 눈으로 읽어 보면 귀로 들은 바와는 반대로 판단했으리라고 내게 믿게 하려는 것이었다. 그 정도로 발음은 그 재간에 맡겨진 작품에 가치와 풍류를 즐긴다는 신용을 얻고 있다.

- 몽테뉴,『몽테뉴 수상록』中에서

프레이야 2013-08-08 10:14   좋아요 0 | URL
제 목소리로 제 귀에 공명되어 들리는 내용은 또 다르게 들려온답니다.
그저 스스로 보람있어요.^^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는데 이런 일도 그런 종류인 것 같아요.
북치고 나팔불고.. 좋은 울림이 있는 공간에 '나'를 두는 지혜가 그래서 필요하겠다 싶어요.
인용해 주신 글귀 참으로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평소에도 목소리를 가다듬어서 내보낼 필요가 있겠어요. 반성하며^^

다크아이즈 2013-08-08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무더위에도 녹음하시는군요.
근데 거꾸로 생각하면 더운데 시원한 데서 녹음하는 것 만큼한 피서도 없으니 일석이조네요.
미리 녹음한 걸 필요할 때 편집해 쓰기도 하나 봐요.
어쨌거나 무리하지 말고 건강 챙겨가며 쉬엄쉬엄 하시어요.^^*

문동 시인선은 전체적으로 편집이 제 스타일은 아니어요.
표지는 트레이드마크처럼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은데 특히 프레님말씀처럼 글자가 작고 편집 스킬이 아쉬워요.
글자가 한 쪽으로 밀려 있는 듯한 느낌도 싫고...

프레이야 2013-08-08 10:36   좋아요 0 | URL
일석삼조, 아니 사조^^
필요할 때가 아니라 반드시 편집과정을 거치는데 1차는 제가 즉 녹음봉사자가 해요^^
수정작업이지요. 틀리게 읽은 부분, 소음제거, 문장 간 교열 등등..
2차는 편집봉사자가 하고 팀장이 마무리 하면서 음반의 전후 음악도 삽입하고 전체적 음량도 조절하고.
교정교열 몇번씩 보듯이 그런 셈이에요.

문동 시인선은 진짜 책장도 막 떨어지고 ㅎㅎ 글자 진짜 희미하고 어딘가 민민한 편집 ㅠ

드림모노로그 2013-08-08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 제가 로그인을 하게 만드시네요 ㅋㅋ
더운데 건강히 잘 지내시는지요,
프레이야님의 목소리로 녹음된 안도현의 시가 무척 궁금합니다.
아침으로는 선선하여 그런지 안도현의 아침편지 (갑자기 제목이 기억이 안나네요 ㅎㅎ)
안개자욱한 느낌의 바다풍경에 실린 시들에 마음이 머물더군요 ㅎㅎ
너무 오랜만에 들렸더니
아름다운 시와 수필들이 많아 눈이 호강하는 중입니다
늘 그렇듯 좋은 글 뵐수 있어 감사드려요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

프레이야 2013-08-10 10:03   좋아요 0 | URL
'북항'은 반쯤 읽었는데 좋으네요. 몇몇 특히나 마음에 들어오는 시가 있구요.
드림님, 사람을 안다는 게 얼마나 지난한 길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만큼의 강물이 흘러야 무언가에 조금은 닿는가 봅니다.
올여름 더위가 정상에서 찌르르하네요. 건강히 보내시기 바랍니다^^
아침편지, 찾아볼게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yamoo 2013-08-08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녹음도 하시는군요!
한번도 녹음할 생각을 해 본적이 없는데...7시간이나!! 대단하셔요~

그나저나 영화를 많이 보셨다니, 리뷰가 많이 기대됩니다. 얼른 올려주셔요~~^^

프레이야 2013-08-10 10:05   좋아요 0 | URL
7시간 내리달아서는 아니구요. 이어서 또 하고 그런 방식이에요.

영화 페이퍼를 신나게 쓰던 때가 있었는데 안 쓰고 넘어가니 자꾸 안 쓰게 되네요.
쓰고 다시 느끼고 나누는 방식으로 괜찮은데 말에요. ^^
쓰면 달려와 공감해 주시는 거죠?^^

yamoo 2013-08-14 14:02   좋아요 0 | URL
그럼요!ㅎ 프레이야님의 영화리뷰는 정말 사람을 끄는 뭔가가 있습니다. 얼릉 올려주세욤~^^

순오기 2013-08-09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갈하고 단아한 모습으로 녹음할 프레이야님 모습을 그려봐요~~ ^^
아래글에 어머니 말씀에 내목소리도 보태요.ㅋㅋ
우리도 님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책이야기에 빠져들고 싶다는...
결과는 다르지만, 롤랑 바르트는 끝까지 읽은 책이 없다는 말에도 위로받아요.^^

프레이야 2013-08-10 10:07   좋아요 0 | URL
저도 끝까지 읽지 않은 책이 있는데 언니처럼 '결과는 다르지만'요 ㅎㅎㅎ
오늘도 무지하게 덥지요? 자유부인으로 승승장구 에너지 빵빵하게 더위랑 함께하시길요^^
보람된 일 하시는 순오기언니 화이팅~~ 날려보냅니다.

2013-08-09 0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10 1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3-08-10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에게 읽으면서 낭독글로 좋겠다 생각했지요^^
헬로우 키티~~~~ 하셨을까? ㅎㅎ

프레이야 2013-08-10 19:21   좋아요 0 | URL
그쵸? 편안하게 호흡하며 읽었어요. 대화체가 자주 있어서 마치 정말 이야기 들려주듯이 그렇게ㅎㅎ 마지막편인가 할머니들의 유머에선 갱상도 말로 학실히ㅋㅋ 녹음하면서도 재미있었어요.
그시절 저의 키티는 매일 안녕 키티, 라고 불렸죠. 당시 안네의일기,를 읽기 전이었는데 나중 알게되었죠. 안네도 키티에게 말걸기로 일기를 기록했다는 걸요. 근데 중학생 딸이 들은 엄마의 한마디에 그 키티는 제 사라졌어요ㅜㅜ 안타까운 순간이었죠. 사람의 한마디말이 살리기도 죽이기도 한다는 사실을 당시 젊었던 엄마는 몰랐나봐요. 자식은 엄마에게서 어떠한 비평을 듣고자한 게 아니라는 사실도 말에요ㅠ 붙볕더위에 건강히 지내고 계시죠 ^^ 전 친구랑 옷 몇가지 득템하고 왔어요.ㅋ 더우니 실내에 사람들이 바글바글ᆢ

2013-08-10 16: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10 1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목련 2013-08-13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도현 시인의 절필 소식을 듣고 저도 꺼내든 시집인데, 반가워라!!
이 여름 잘 지내고 계신가요? 여름다운 날들이지만 넘 더워요..

프레이야 2013-08-14 07:56   좋아요 0 | URL
아! 그랬군요!! 여름답게 쨍쨍한 하루 시작입니다^^

프레이야 2013-08-14 0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안도현 시인이 절필을요?ㅠ 전 몰랐네요. 북항,은 절필 전 마지막 시집이 되겠군요. 더워도 너무 더운 날들^^ 전 웬일인지 잠을 못 이루고 밤을 꼬박 ㅠ 창밖이 희끄무레해요. 여름 잘 나시길 바랍니다~~

자목련 2013-08-14 06:21   좋아요 0 | URL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끝날 때가지로, 알고 있어요. 아, 그 시각에 깨어 있고 싶어요.

2013-08-15 06: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실비 2013-08-18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프레이야님 ^^
이 쨍쨍하고 더운날에 열심히 녹음 하시는군요 +_+
저기 달에게는 책에 자꾸 눈이 가네요 +_+
더운데 시원한 커피한잔도 하시구요. 밤에 말고 낮에.. ㅎㅎ

프레이야 2013-08-18 08:51   좋아요 0 | URL
실비님, 우리 인연도 참 오래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드는 게 마음 짠하니 울컥하네요. 실비님이 주신 화분은 제가 잘 키워내질 못했어요. 그래도 버리진 않았답니다. ㅎㅎ 제가 식물을 잘 못키우거든요. 다른 것도 제대로 잘 못하지만요. 문득 생각이 나네요. 무더운 날들, 힘내시고 쉬어가며 잘지내세요. 요즘은 냉커피가 땡겨요.ㅎㅎ

비로그인 2013-08-18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이 아니셨으면 함성호님의 책은 모른 채 지나갔을 것 같아요.. ㅠㅠ
바로 주문 넣었습니다.. 정말 글이 너무 좋습니다..

더위에 어찌 지내시는지요... ^^
부산은 이제 한 고비 넘겼을 즈음 아닌가 싶긴한데... ~~

프레이야 2013-08-19 09:39   좋아요 0 | URL
이름도 싱그러운 새벽숲길님, 무더위에 잘 지내시죠? ^^
부산은 그나마 바닷바람이 있어 시원할 것 같지만 올여름은 정말 연일 불볕이네요.
오늘은 밤바다 차가운 물에 발이라도 담그고 와야겠어요.
함성호님의 글은 참 좋더군요. 다른 책들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공부할 걸 미루고 읽어야될 책 생각하고 있는 청개구리에요, 제가^^
 

올해도 절반이 훌쩍 지나가고 나머지 절반의 시작이 또 나흘째, 지금은 해거름이다.

점자도서관에서 발행되는 소식지 '점자나라'에 실릴 봉사자 글을 부탁 받고 유월 말까지 보내주기로 해놓고선

완전히 깜박해버렸다. 방금 음성지원실의 착한 샘이 전화 와서 앗차 했다. 자기도 깜박하고 중간에 확인 한 번 해드린다는

걸 잊었다면서, 행정실에서 전화 와서 알았다며 오히려 미안해 한다. 친절한 마음과 선하고 깍듯하고 나긋한 목소리에

마음이 몽글몽글 보송보송해진다. 내일 퇴근 전까지 보내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책과 영화와 와인이 있어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이지만 뭐니뭐니 해도 행복을 주는 건 사람,

사람의 마음과 사랑이라는 걸 좋은 사람의 목소리로 오늘아침을 시작하면서 느꼈고 다시 한번 느낀다.

아침에 이번 기말고사 두 과목 말아먹었다고 기죽은 '척'하며 나가는 작은딸한테 웃으며 격려하고 비올지 모르니

접이우산 쥐어서 보내길 잘했다. 학교 가는 길에 빗줄기가 내리더란다. 그래도 반에서 일등이더라며 시크하게 말하네.

김치볶음밥 해서 먹이고 어학당 보냈다. 보냈다기보다 스스로 잘 간다. 좋아하는 선생님과 좋아하는 영역이니 어련히...

책이며 영화며 공연이며 일상이며 사람이며 밀린 스치는 단상과 감흥, 하고픈 이야기들이 엄청 많은데 흘러가고 잊혀지고,

자연스럽게 남을 건 남아있고... 나쁘지 않다. 말(표현)은 왜곡을 낳고 오해도 부르니 때로는 속으로 부르는 노래도

괜찮지 싶다. 

 

유월부터는 전자책까지 더해, 동시에 4권의 책을 보는 셈이다. 점자도서관에서 녹음하는 책과 1차 편집하며 재독하는 책,

집에서 보는 종이책과 수시로 보는 전자책. 종이책과 전자책, 어느 것이 더 좋은가를 묻는 건 무의미한 것 같고

나름대로 장단점과 효용이 있는 것 같다. 늘어나는 종이책으로 부족한 공간에 답답함이 책높이 만큼이나 높아지니

대거 정리도 좀 할 생각이다. 전자책은 공간활용 면에서 미덕이 있고 밝지 않은 공간에서 볼 때도 무리가 없다.

가방 안에 책 두세 권이면 차지하는 자리도 만만치 않고 어깨에 가중되는 무게를 생각해도 전자책은 착하다. 

종이책의 질감과 냄새 같은 건 바랄 수 없고 연필로 손수 긋는 밑줄이나 메모는 할 수 없어도 나름대로

하이라이트 기능(형광펜처럼)과 메모, 검색, 책갈피 기능도 갖추고 있어서 영리하다. 전자책으로 본 도서들은

다음에 이야기하기로 하자. 지금은 카사노바 자서전 <불멸의 유혹>을 읽는 중.

 

녹음도서도 종이책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필요한 분들에게 나름의 비슷한 기능을 한다.

눈을 감고 들으면 더 잘 들린다는 점, 눈으로 볼 때보다 오히려 더 집중력이 요구된다는 점이 다르다고 할까.

요즘 눈이 침침해지다보니 시각이 어쩌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감각 중 가장 중요한 게 아닐까 하는 얄궂은 생각도 해본다.

다른 감각인들 중요하지 않은 게 없겠지만 말이다. 내가 시력이 없어진다면 책을 보고 싶은대로 보지 못할 것이고

남을 위해 읽어줄 수도 없지 않나. 생각하면 아찔한, 그래서 가진 게 많다는 생각에 잠시 마음의 무릎을 꿇게 된다.

 

그래도 종이책이 있으니 전자책도 오디오책도 나올 수 있다. 종이책 특유의 질감과 부피감, 냄새, 활자의 친밀감 같은 건

다른 책으로는 느낄 수 없는 것이니 역시 나의 종이책 사랑은 변하지 않을 듯. 단지 집착과 욕심과 허영은 금물이다.

 

 

 

지상의 노래 / 이승우 / 민음사 (365쪽)

2013년 5월 8일 녹음시작, 6월 26일 완료, 20시간 소요

 

 

철학적, 미학적 문장과 여러 겹의 스토리가 하나로 모아지는 곳이 천산 수도원이다.

그곳에서 발견된 벽서를 따라 우리 현대사와 개인의 역사가 섞이고, 운명과 현실의 가학성,

그런 현실을 넘어선 말씀 너머의 힘, 즉 말씀의 무능력함에서 벋어나오는 능력에 대해 말한다.

세상은 희망도 낙관도 할 게 못되는, 그러나 하느님의 말씀 안에서는 죽음도 영생이 되는,

그 기구하고도 비극적인 인물들의 이야기가 단정하고 철학적인 문장들 속에서

아름다운 활자의 벽서를 새기듯 펼쳐진다.

 

결말은 비감한 문장으로 이렇게 맺는다.

 

 

 

차동연의 마지막 문장은 다음과 같았다. "세상의 권력은 그들의 구별된 공간인 천산을 침범하고 파괴하여 카타콤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그들은 침범하고 파괴하는 권력이 행사되는 이 세상이야말로 카타콤에 다름 아님을 그들의 구별된 삶과 특별한 죽음으로 증거했다." 그들은 세상으로부터 부정되었지만, 그전에 세상은 그들에 의해 부정되었다. 세상은 그들을 버렸지만, 그전에 그들은 세상을 버렸다. 어떤 의미에서는 버려지는 것이 그들이 세상을 버리는 방법이었다.

세상은 더 이상 그들의 믿음과 소망을 간섭하지 않았다. (p346)

 

 

 

 

당신을 위해 지은 집 / 함성호 / 마음의숲 (283쪽)

2012년 8월 29일 녹음시작 12시간 소요 완료,

2013년 6월 12일 1차편집 시작, 7월 3일 83쪽까지 완료 

 

 

작년 여름 지인의 책 발간을 도우며 이 책처럼 만들고 싶었었다. 수수한 흑백 사진과

군더더기 없는 편집, 그리고 표지가 좋아보였다. 시인 건축가 함성호의 산문 읽기를

다시 하니 다른 말 필요없이 그냥 '참 좋다.' 이 사람, 세상을 보는 눈이 참 맑고 밝고

반듯하면서도 틀에 매이지 않는다.

 

우리의 독특한 지리관을 말하며, 솟대를 바라보는 함 시인의 눈은 또 어떤가!

 

 

 

 

솟대는 둥지로 돌아온다는 깃듦 외에 다른 정신적 존재가 깃든다는 의미도 아울러 가지고 있다.

말하자면 솟대에 깃들어 있는 정신은 어떤 초월적 존재일 수도 있고, 정신적 귀향처의 의미일 수도 있다.

언제나 돌아가서 품에 안길 수 있는 곳. 솟대는 잎 무성한 세계수의 골격이다. 세 마리 새에게 깃들어 있는 세계의 영혼. 그것은 잉태의 이미지이고, 살아있는 몸이다. 우리가 어떻게 영역 없이도 장소의 갈피를 잡는지, 나는 이렇게밖에 이야기하지 못한다.

"그 누구도 끝까지, 인간 내면의 북쪽 극단까지, 이해 가능한 혹은 상상 가능한 최후의 지점까지, 장벽에 부딪힐 때까지

가지 않는다. 나는 무한정 나 자신을 돌아본다. 나 자신을 돌아보고 있는 나를 본다. " 라고 말한 사람은 폴 발레리이다.

그 북쪽, 북쪽을 향해 기러기가 가을 하늘을 이고 날아간다. 안국동에서 만나자. 끄덕거리며. (p80-81)

 

 

 

 

 

밥 한 숟가락에 기대어 / 서정홍 시집 / 보리 (155쪽)

2013년 7월 3일 녹음 시작, 2시간 소요 128쪽까지 완료

 

 

어제 시작했는데, 시집은 보통 세시간이면 되니 다음주에 가서 다 읽을 듯.

 

'사람은 모름지기 자연 속에서 자연을 따라 자연의 한 부분으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좋은 삶이란 걸 깨닫고 농부가 되었습니다.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이 글을 써야 세상이

참되게 바뀐다고 믿으며 글쓰기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 책날개에 소개된 약력, 중에서.

 

 

 

 

 

이 시집에 실린 생무 맛을 닮은 소박하고 아릿한 시와 농부시인의 깨끗한 영혼을 더욱 밝혀주는 몫을 사진이 하는데,

월간 <전원생활>의 사진기자 최수연 님의 흑백사진이 그것이다. 생명의 근원에 대한 고민을 사진에 담아내고자 하는

그의 사진은 하나같이 화장기 전혀 없는 시골 아낙과 주름이 자글자글한 시골 노인들의 얼굴과 손등, 굽은 등을 닮아 있다.

지긋이 바라보노라면 흑백의 수수하고 맑은 정수에 젖어 마음이 푸근하고 넉넉해진다. 시인이 두둔하고 있는 고단한

농부의 삶과 후덕한 인심, 목숨 있는 것들에 대한 무한애정, 걸쭉한 입담과 경상도 사투리에 울다 웃다 재미있기도 하고. ^^  

유유상종! 지리산 박남준 시인이 '열무김치와 풋고추와 된장, 가지나물 반찬 밥상 앞에 앉아 기도 드리며

'추천하는 말'을 곁들였다. "겸손하고 순정하여라 그대의 밥상이여"

 

 

 

 

밥 문나

 

 외할머니는 밥만 먹으면,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도

다 헤쳐 나갈 수 있다고 하셨다. 이 세상에서 밥이 최고였다.

 

 

 

어릴 때부터 쉰 살이 넘도록

굶기를 밥 먹듯이 했다는 외할머니가

갑자기 쓰러져

밤새도록 똑같은 잠꼬대를 하셨다.

 

"밥 문나?"

 

외할머니는 무엇이 그리 바쁘신지

해가 뜨기도 전에 돌아가셨다.

돌아가시면서

내 손을 잡고 딱 한마디 하셨다.

 

"밥 문나?"

 

 

 

 

 

자격증

 

 

  도서관에 가서 '아무리 바빠도 부모 노릇은 해야지요'

라는 주제로 강의를 마치고 돌아왔는데, 교육 담당자

한테서 전화가 왔다. 국가에서 인정하는 강사 자격증

을 복사해서 보내 달란다.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자격증이 없었다. 그래서 국가

에서 인정하는 거라곤 '운전면허증'밖에 없다고 했다.

교육 담당자는 웃으면서 그건 안 된다고 했다. 그렇다

면 국가에서 인정하는 '농지원부'가 있는데 보내 드리

겠다고 했다. 농지원부가 뭐냐고 묻기에 '삼백 평 이상

농사지으면 국가에서 농부임을 인정하는 자격증'이라

고 말했다. 그것도 안 된다고 했다. 

 

  흔한 이야기지만 자연만큼 위대한 스승은 없다고 한

다. 농부는 자연 속에 살고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강사

자격이 있지 않느냐고 내가 힘주어 말했다. 교육 담당

자는 그제야 알았다며 전화를 끊었다.

 

  농부, 내게도 국가에서 인정하는 자격증이 하나 있다.

 

 

 

 

- 서정홍 시집 <밥 한 숟가락에 기대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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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3-07-04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밥묵나 시를 보니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생각나네요.어릴적에 여름에 외가집에가 가면 시원한 콩국수를 해주시던 할머니의 정이 새삼 다시 생각나네요.

프레이야 2013-07-05 10:22   좋아요 0 | URL
카스피님도 외할머니의 기억이 애틋하군요.
저도 그렇답니다. 이십 년 전에 돌아가셨는데 제가 사춘기 시절 또 그 이후에도 늘 아랫목 같이
웅숭 깊은 분이셨어요. 카스피님의 콩국수가 저는 빡빡하게 끓인 된장찌개와 하얀 밥이요.^^

라로 2013-07-04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어쩌면 그렇게 공부를 다 잘해요???? 해주는 거 하나도 없다며????? 부러워 하면 안돼!!! 그냥 맘을 내려놔야지~~~~~~~~ㅎㅎㅎㅎㅎ
책과 영화와 와인,,,,프야님께 정말 잘 어울리는 거야요,,,자기가 좋아하는 걸 잘 찾는 것도 능력!!
나와 인연이 깊은 책 두 권이 보여 더 반갑네요~~~.^^

프레이야 2013-07-05 10:36   좋아요 0 | URL
해주는 거 진짜 없어요.^^ 공부 잘 하는 것보다 더더 중요한 것들이 살아가면서 드러나지요.
미래는 알 수 없는 것이니. ㅎㅎ 우리 아이들은 모두 행복을 가꾸며 잘 살게 될 거에요^^
좋아하는 것만 하고 싫어하는 건 안 하고 살면 좋겠어요. 그렇게 살고 있는 편이긴 하지만..ㅋ
함시인의 책은 다시 읽어도 문장이 참 좋군요.
지상의노래는 심오한 내용의 문장들이 많아요.
책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벗이 있어 얼마나 좋은지^^

hnine 2013-07-05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농사짓는 시인 서정홍 님은 동시도 많이 쓰셨지요. 제가 좋아하는 시인 중 한 분이어요. '자격증'이라는 글도 참 멋지군요.
제 시댁이 경상도라서, 실제로는 경상도에서 살아본 적도 없으면서 남편은 가끔 경상도 사투리로 인삿말을 건네는데 그게 바로 저말 "밥 문나?" 랍니다. 그럼 저도 "무엇다~ (먹었다)" 라고 대답하지요 ^^
함성호 님은 전공인 건축보다 어쩌면 글쓰는 일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프레이야님은, 어쩌면 제가 상상하는 것 보다도 더 많이 따뜻한 분 아닐까 생각이 들고요 ^^

프레이야 2013-07-05 10:30   좋아요 0 | URL
나인님의 애정어린 페이퍼에서 만난 적 있지요. 저는 서정홍 님의 시집 이번이 처음이랍니다.
밥 문나? 무따! ㅎㅎㅎ 무뚝뚝하면서도 정겨운 말투지요. 아주 친밀한 사이 아니면 하기 어려운...
함 시인의 산문 참 좋더군요. 쉐프 박찬일과도 친분이 두터운 듯. 이 책에 박찬일의 시가 몇 인용되는데
역시 그분의 시도 마음에 들었어요. 박찬일의 어느 책에서도 함 시인이 언급되었던 적이 있는 것 같은데요.
기억이 가물가물 ㅠ
비슷하면서도 다른, 그러면서도 이해가 잘 되는 사람들끼리 인연이 되는 건가 봐요.

세실 2013-07-05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부 잘하는 두 딸이라니.....프야님이 부러운 2인 (1인은 시아님 ㅎ)
요즘 제가 과연 책을 좋아하는지도 의문..... 읽다가 포기하는 책만 그득합니다.
다행히 올해 처음하는 도서관북페스티벌 기획하는건 재미있어요^^ 요즘 출근하는게 다시 즐거워졌어요. ㅎㅎ
밥 문나.....ㅠㅠ 엄마, 할머니 늘 하시는 말씀이었죠.
자격증도 참 재미있네요. 그나저나 그 담당자 융통성 없기는.....ㅋㅋ

프레이야 2013-07-05 10:34   좋아요 0 | URL
모야요, 그럴 정도 아니에요. 간섭 안 하고 안 돌봐주니 알아서 하는 거죠.
책도 시절인연이 맞아야 공감이 되는 것 같더라구요. 읽다가 포기한 책은 나중에 어느 순간 펼치면
눈에 확 들어오는 경우도 있던데요. 세실님 다시 일이 즐거워지셨다니 기뻐요.
더더 좋은 길이 열릴 거에요. 초긍정마인드 세실님이니^^

어른들은 꼭 그러시죠. 밥 문나?? 이거 무봐라. ㅎㅎ 엄마랑 할머니, 경상도 분이세요?
농부자격증! 전 운전면허증 한 가지 ㅋ
그러게.. 세실님이라면 융통성 있게 대처했을텐데 말에요.ㅎㅎ

다락방 2013-07-05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소같으면 벌써 잠들었을 시간이에요, 저는. 자정이 넘은 지금이요. 그런데 내일은 연차를 내서 늦잠을 자도 되고, 마침 빗소리가 들리지 뭐에요. 아까 스마트폰으로 이 글을 읽고 빗소리에 잘 어울리는 한 편의 에세이라고 생각했어요. 게다가 와인을 언급하시니, 빗소리가 들리는 이 밤, 와인을 한 잔 따라가지고 컴앞에 앉을까 아주 많이 갈등했어요. 아니면 맥주라도..그러나 꾹 참아보려고 해요.

지금쯤 주무시겠죠, 프레이야님. 이 글 쓸 때의 좋은 기분을 그대로 유지하신채로 잠드시길 바랄게요. 그렇게 따뜻한 꿈까지요.
:)

프레이야 2013-07-05 10:48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오늘 연차로 쉬시는 거에요? 늦잠도 주무시고 뭔가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래요.
저는 어제도 아주 늦게 잠들었어요. 새벽 2시는 예사로 넘기고 3시 가까워서요.
밤잠을 잘 안 자면 건강에 좋지 않다고 하는데 이상하게도 그 시간에 자는 게 아까운 거 있죠?
고쳐야될 습관 같아요.
저의 좋은 기분과 따뜻한 꿈을 바라주셔서 참 행복해요.
마음을 잘 조련해야 할 것 같아요. 파이이야기,의 그 호랑이 조련하듯이.^^

다크아이즈 2013-07-05 0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님 원기회복하셨군요
역시 알라딘을 접수할 때의 프레님이 더 멋져요
따님 방임한다고 만날 겸손해하시는데 이 정도면 앞이 보여요
전 아들 관리해서 실패한 케이스 ㅠ
두따님의 영특하고 섬세하고 따스한 면은 프레님 닮아서가 분명해요^^*

밥문나 자격증 두 시 격하게 공감이요
공조직에서는 근거, 특히 공인된 자격증 이런거 넘 조아해여
그거 없을수록 괜찮은 강사 같은데 뭐든 근거를 남겨야 하니 ㅡ
프레님 비가와요 후텁지근해도 창문 열어야하는 이 계절엔 비가 좋습니다
먼지 덜 날리니 ㅋ
좋은 아침 맞이하시어요^^

프레이야 2013-07-05 10:54   좋아요 0 | URL
이궁 언니, ㅎㅎ 암튼 딸들이 저보다 훨씬 야무지고 착하고 단단한 것 같아요.
작은애는 국제고에 가겠다고 방학 때 학교에서 하는 자기주도학습 신청하고 왔다네요.
그냥 하루 세시간 자습하고 오는 건데, 아침에 늦잠이나 자는 것보다 낫지요.
저랑 상의도 없고 저는 그런 프로그램 있는 줄도 모르고.. 알아서 합니다.ㅎㅎ
국제고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전형 이름이 바뀌었거든요. 진학할 때 좀 도움이 될 것 같다네요.ㅋ

자격증 남발의 시대이기도 해요. 공인된 학력이나 자격 없이 더 괜찮은 경우도 많지요.
뭐든 증명하길 바라니, 요식이니 어쩔 수 없겠지요.
여긴 오늘 비가 그쳤어요. 어젠 하루종일 이방 저방 제습기를 돌렸어요. 물이 물받이통 한가득.
이런 날, 나쁘지 않아요. 좋지요. 멜랑콜리~~를 즐기며^^

2013-07-06 09: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7-08 1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7-07 09: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7-08 1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후애(厚愛) 2013-07-07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밥 문나 시를 보는데 할머니 생각이 나네요..
아직도 그립고 보고싶은 할머니에요.^^
항상 건강하세요~*^^*

프레이야 2013-07-08 12:31   좋아요 0 | URL
후애님도 건강 잘 돌보세요^^

페크pek0501 2013-07-09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 님은 책과 영화와 와인이 있어 행복하다고 느끼시는 분이군요. ㅋ
저는 와인을 즐길 경지에는 가지 못했어요. 앞으론 친해져 볼까, 하고 있어요.
대학생 딸이 맛있는 와인을 사 오겠대요. 같이 마시자는 거지요.ㅋ

개츠비처럼 영화와 책을 함께 볼 수 있는 그런 소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그때의 영상이 떠올라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하네요.
밥 문나, 자격증... 님 덕분에 좋은 시 읽고 갑니다.

늘 행복하시길... 오랜만의 글, 반가워요.^()^

프레이야 2013-07-12 23:35   좋아요 0 | URL
페크님 대학생 딸이랑 와인 한 잔 하시고 기분 좋으셨겠어요.
살가운 딸이네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개츠비 좋았어요.^^ 다시 또 한 번 보고 싶네요.
소설은 문학동네 것으로 다시 읽으려고 선물 받은 책 눈길만 주고 있어요.
더운 날, 지치지 말고 잘 지내세요^^

네꼬 2013-07-23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여튼 참 착하고 부지런하신 프레이야님. 와서 혼자 놀다 가요.

프레이야 2013-07-31 22:32   좋아요 0 | URL
네꼬님, 제가 너무 늦었지요.^^
벌써 내일이면 8월이 시작되네요. 더위에 지치지 말고 즐거운 여름 보내세요^^

희망찬샘 2013-08-03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밥 문나~ 눈물 나는 시네요.
갑자기 <청년노동자 전태일>의 한 대목도 생각나고. 배가 고프다~ 하던 그 장면.
서정홍님 시집을 사야겠다는 생각.
기죽은 '척' 하는 작은 딸! ㅎㅎ~
프레이야님, 잘 지내고 계시지요?
더위가 우리를 힘들게 할지라도 늘상 스마일^^ 하시는 프레이야님 따라 저도 스마일~~~

프레이야 2013-08-06 09:51   좋아요 0 | URL
방학이라 좀 쉬시나요?
살면서 밥이 눈물나게 하는 때가 종종 있더군요.
뜨거운 복국 한 그릇 앞에서 뚝배기에 눈물 떨군 적도 있구요.
작은딸이 큰딸보다 여우라 '척'과 '무대뽀'를 번갈아가며 잘해요.ㅎㅎ
무덥지만 웃으며 시원하게 보내요 우리^^

순오기 2013-08-04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남편 인천으로 보내고 혼자 밥 묵었어요.
앞으로도 주욱 혼자 밥을 먹어야겠지만...

건강 잘 챙기고 가을에 만나요~

프레이야 2013-08-06 09:51   좋아요 0 | URL
근데 인천으로는 왜 가신거에요?? 자세한 얘길 못 물어봤네요.
더운날씨에 건강 잘 돌보며 쉬엄쉬엄 일하세요, 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