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로 쓰기 - 김훈 산문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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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6. 연필로 쓰기 / 김훈 / 문학동네(2019)
381-467쪽 17,18,19,20파일 낭독녹음
전체완료



오늘 점자도서관 가는 길에는 라디오에서 박주원의 슬픔의 파에스타,가 흘러 나왔다. 오래전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박주원 공연 본 거 생각나 좋았다 그냥. 도서관냥이들 갖다줄 습식캔을 까먹을까 봐 어제 한 박스 미리 현관에 내놓았다. 주차하고 보니 저쪽에 한 녀석 앉아서 나를 빤히 보고 있다. 갈색 치즈냥이다. 어쩐지 추워보인다. 가까이 가면 달아날까봐 조금 거리를 두고 폰카메라로 줌인.

습식캔을 상자째 남자직원에게 드렸더니 사료칸에 쟁여두며 한 마리가 얼마전 새끼냥이들을 낳아 좀 예민하다며 씨익 웃는다. 보고 싶지만 참고, 커피 한 잔 들고 녹음실에 들어가 네 시간 연속 달렸다. 오늘은 이 책을 마치고 다음주에 다른 책 하고 싶어서 중간에 화장실 갈 시간도 넘겨버렸다.


오늘 낭독 부분에서 유독 만난 반가운 것들

1. 좋아하는 시, 백석 “국수”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이 히스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평양냉면 먹으러 가야겠다.


2. 113년 전 오늘(10월 26일)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에서 한 거사


# 열차는 이토가 대련에서 하얼빈으로 온 철도를 거꾸로 달려서 하얼빈에서 대련으로 향했다. 안중근은 이틀째 자지 못했다. 몸이 열차의 리듬에 감겨서 졸음이 쏟아졌으나 잠은 오지 않았다. 가 본 적 없는 대련이 안중근의 마음에 떠올랐다.
…… 이토의 나라는 대련을 쳐부수어서 차지했고 대련을 발판으로 하얼빈으로 진출했다. 하얼빈역 플랫폼은 내가 이토를 쏘기에 알맞은 자리고 이토가 죽기에 알맞은 자리다.
…… 나는 이토가 온 철도를 거슬러 가고 있다. 대련은 이토의 세상이다. 대련은 내가 말하기에 편안한 자리이고 내가 죽기에도 알맞은 자리다.
- 김훈, 하얼빈(2022), 194쪽



3. 송년회
열심히 일하고 총알도 피해 살아왔지만 꼰대라떼라는 소리나 듣기 십상인 대한민국 일흔살 남자들의 시시껄렁한 송년회 이야기가 마지막 장이다. 왠지 웃픈 장면을 상상하며 김훈 식의 썰렁한 유머에 피식 웃었다. 또 한 해가 간다.

하얼빈역은 동청철도와 만주철도 여순지선의 교차점이다. 하얼빈역은 안중근이 이토를 쏘아 죽이기에 가장 걸맞은 시대적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고, 이토 또한 총 맞아 죽기에 나쁘지 않은 장소였다. 나는 이토가 잠자다가 침실에서 당하거나, 기생집에서 놀다가 당하거나, 자신을 배반한 부하에게 당한 쪽보다는 동청철도 하얼빈역에서 실탄 7발만을 지닌 조선 청년에게 당한 죽음이 그의 명예에 다소 기여한 바가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안중근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기차를 타고 서쪽으로 왔고, 이토는 여순에서 기차를 타고 북쪽으로 왔다. 둘은 하얼빈에서 부딪쳤는데, 동서와 남북이 만나는 이 교차로의 개방성은 안중근의 거사를 암살이 아니라 공개처형으로 격상시켰고, 이 철도의 침략성은 이토의 제국주의적 야망과 안중근 거사의 당위를 그 철도의 노선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교차점이 안중근의 사격 위치였고 이토의 죽음의 자리였다. 1909년 10월 26일 아침의 하얼빈역 사진 속에서 검은 객차와 레일은 지금도 쇠비린내를 풍긴다. 길들은 싱싱하다. - P415

종합상사 주재원 하던 친구가 어디서 구했는지 달력을 한 개씩 나누어주었다. 우리는 마지막으로 잔을 들어서 또 한잔씩 마셨다. 총무가 회비를 걷었다. 다들 3만 원씩 냈다.
저녁 6시에 시작했는데, 오래 버티지 못했다. 8시가 넘으니까 다들 마누라한테서 전화받고, 9시에 흩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어둠 속에서 가슴이 뻥 뚫린 듯이 허전했다.
당신들은 이 송년회가 후지고 허접하다고 생각하겠지. 나 역시 그러하다. 그러나 덧없는 것으로 덧없는 것을 위로하면서, 나는 견딜 만했다. 후져서 편안했다. 내년의 송년회도 오늘과 같을 것이다. 해마다 해가 간다. - P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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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0-26 2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의 애증하는 김훈작가 ㅠ.ㅠ 근데 정말 문장은 너무 좋아요. ㅎㅎ
드디어 낭독 완료하셨군요. 4시간씩 낭독 녹음이 가능한가요? 계속 낭랑한 목소리를 유지해야 하잖아요. 이게 또 그냥 말하는거랑 다르더라구요.
다음 책은 또 어떤 책을 녹음하실지도 궁금해지네요.

프레이야 2022-10-26 22:31   좋아요 1 | URL
애증 ㅠ 뭔가 낭독하기에 문장이 쉽지 않은데 하고는 싶은 문장이라 입술 버벅거려 되돌아가서 다시 자주 그랬네요. 파주 저쪽에 대한 글도 좋은데 기행 에세이 “풍경과 상처”를 다시 보고 싶어지더라고요. 목보다 꼼짝 않고 있었더니 어깨가 뜨아 굳어져서ㅎㅎ 다음 도서는 두구두구 ~ 찜! 신간입니다.

희선 2022-10-27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월 26일은 10, 26으로만 알았는데, 지금 생각하니 자세히 몰랐나 봅니다 찾아보니 나오는군요 해는 달라도 10월 26일에 여러 일이 있었네요 113년 전에는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총으로 쏜 날이군요 명량대첩도 일어난 날이에요 1920년 청산리 전투도 있네요

네 시간이나 녹음하시다니, 쉬지 않고 해도 목 괜찮으신지... 많이 추워지면 고양이는 어디에서 지낼지, 어딘가 따듯한 곳에서 지내겠지요 먹을 게 아주 없지 않아 다행이네요


희선

프레이야 2022-10-27 11:00   좋아요 1 | URL
따끈한 차 마셔가면서 해요^^
그날이 명량에 청산리에 그렇군요.
잊지 못할 날입니다 ^^

기억의집 2022-10-27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하얼빈 시작 했습니다~ 저도 어제 검색하다가 10,26이 안중근과 관련된 날이라 이 날을 안중근의 날로 저장하려고요. 저도 길고양이 밥주는데.. 날이 추워져서 그런지 사료가 줄지 않네요… 요 맘때 고양이들이 가장 힘든 시기 같아요!!

프레이야 2022-10-27 14:06   좋아요 0 | URL
에구 추워 보였어요. ㅠ 하얼빈 조만간 기억님의 시원한 리뷰 기대됩니다. ^^
저는 아직 하얼빈 리뷰를 못 쓰겠어요.

그레이스 2022-10-27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백석 시 좋죠!
그분들의 송년회^^ ... 재미있네요!

프레이야 2022-10-27 10:58   좋아요 0 | URL
김훈은 구질구질한 걸 잘 쓰는 것 같아요^^

책읽는나무 2022-10-27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시면 흩어지는 송년회!!!
엄마들의 모임과 좀 비슷해 보입니다??ㅋㅋㅋ
재밌네요. 김훈 작가님 의외로 유머스럽지 않아 보이지만, 유머러스한 듯 합니다.
지난 번 김중혁 작가님이 김훈 작가님 집에 놀러갔는데 지우개로 열심히 연필로 쓴 글을 지우고 계시더래요.
김중혁 작가님이 ˝에이. 그러게 첨부터 잘 쓰시지?˝ 했다는 거에요.ㅋㅋㅋ
저는 까마득한 후배가 그런 농담을 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김훈 작가님 진정한 아재이신 듯 합니다.^^

프레이야 2022-10-27 15:11   좋아요 1 | URL
여섯시 만나 여덟시부터 마누라들 전화가 오더라는 대목에서 넘 웃겨가지고요 ㅎㅎ 그 나이에 뭘 그래 남표니한테 전화로 들어오라고 그러는지. 일흔 넘은 남표니가 어디서 주접떨고 길 잃을까봐 구러는지 ㅋㅋ 아무튼 넘 웃기는 송년회였어요. 노래 부르러도 안 가고 말이죠. 김중혁 작가도 좋아요. 여전히 연필로 꾹꾹 눌러쓰고 지우개로 지우고 다시 쓰는 김훈 작가 ^^ 인터뷰 보면 은근 유머러스한 면이 있어요. 예전에 춤****님 생각나요. 김훈 작가 완전 애정하셔서 ^^

서니데이 2022-10-27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뉴스에서 안중근 의사 관련 소식이 있었어요.
올해 하얼빈이 나왔고 이 책이 수년 전 출간된 것을 생각하면 장편소설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 같아요.
잘읽었습니다. 프레이야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프레이야 2022-10-27 17:24   좋아요 1 | URL
네. 저도 어제 저녁 뉴스에서도 봤어요. 113년전 그날^^ 안중근을 오래오래 마음에 두고 있었다고 해요 소설로 쓰고자. 고심했을 것 같아요. 쉽게 쓸 수 없는 사람이고 그런 일이라.

2022-10-31 07: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27 2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연필로 쓰기 / 김훈
2022.10.19 낭독녹음 세 시간
313-381쪽 14,15,16파일 완료


어제 도서관 가는 길, 차에서 쇼팽 폴로네즈 6번이 흘러나왔다. 조성진 연주로. 크흐 좋다. 언제 다 왔는지도 모르게 당도하고 겹주차하면서 그때야 고양이 습식캔 내다놓고는 그냥 온 걸 깨달았다. 아이고 치매야 ㅠ
도서관에 밥 먹으러 오는 냥이 세 마리가 있는데 여기 직원 샘 한 분이 사료랑 간식을 준다. 어쩌다 그릇 채워 놓는 걸 깜빡하면 유리창을 두드린다고 ㅎㅎ 다음주엔 잊지 말자.


<연필로 쓰기> 중, 말의 더러움에 대한 장에서 나열한 더러운 단어들 뒤 한자 일일이 찾아 한글 뒤에 첨언하느라 좀 애먹었다. 더러운 말들을 줄줄이 열거하고 뜻풀이 한 후 저자는 아래와 같이 썼다. 책에는 한자로 표기된 ‘말씀 언’이다.

들이대자면 끝이 없고 더러워서 이만하겠다. ‘언’자는 고대 중국의 갑골문자에 보이는데 그후의 역사 속에서 ‘언’은 수많은 글자를 탄생시키면서 글자마다 이처럼 무거운 죄업을 뒤집어쓰고 오늘에 이르렀으니 말의 더러움, 말의 비열함, 말의 사특함은 인간의 역사와 함께 번창했다. (연필로 쓰기, 337)


김훈 쓰고 안웅철이 찍은 <공 차는 아이들> 에서 발췌한 장이 한 장 나온다. 집에 와 찾아보니 책이 앞 쪽 책탑에 묻혀 안 보인다. 책꽂이에 꽂아둔 기억까진 있는데 … 절판이고 나는 오래전 밑줄긋기를 올렸네.

‘생명의 막장’이라는 장에서는 이국종의 <골든 아워> 1,2를 읽고 쓴다. 미루다 계속 밀렸는데 다음에 조만간 읽어야겠다. 읽고 싶어졌다. 점자도서관에서도 그 책을 다른 봉사자가 녹음 중이다.

전자 시대, 스마트 시대의 ‘언’ 의 타락은 화誰, 광証, 무誣의 기능을 극대화시킨다. 추종자가 많고 왁왁대는 소리가 크면 가짜뉴스는 사실을 이긴다. 가짜뉴스를 향해 ‘너는가짜뉴스다‘라고 외치면 둘 다 가짜뉴스가 되는 판이다.
국회뿐 아니라 뉴스와 정보도 서로 물타기를 한다. 말을 섞어서 휘저어놓으면 웅성거림만 남아서 누항은 언제나 수군거린다. - P338

멀리 하프라인을 건너서 다가오는 공은 지나간 시간과 공간의 모든 궤적과 충격, 흐름과 끊김, 전진과 후퇴의 모든 자취들을 그 안에 지니면서 늘 현재의 공이고, 닥쳐올 모든 시간의 가능성이 그 현재의 시간 속에 열려 있다. 그래서 공은 굴러가고 인간은 쫓아간다. 공이 굴러갈 때, 굴러가는 공을 작동시키는 힘은 쫓아가는 나의 힘이 아니고그 공을 차낸 너의 힘이다. - P373

이국종은 중증외상환자 수술방을 ‘막장‘으로 인식하고있다. 수술방은 어둡고 긴 복도 끝에 있다. 생업의 현장에서 추락하거나 깔려서 몸이 으깨진 사람들, 사고나 범죄피해자들, 훈련중에 부상당한 군인들이 ‘막장‘으로 실려온다. 헬리콥터는 막장에서 다친 사람들을 싣고 막장으로 날아온다.
막장은 갱도의 맨 끝이다. 한자로는 채벽이라고 하는데, 곡괭이로 벽을 찍어서 석탄을 캐내는 자리라는 뜻이다. 막장은 생산의 최전방이다. 막장꾼이 곡괭이로 찍어낸 만큼만 갱도 밖으로 나갈 수가 있고, 그가 찍어낸 만큼만 갱도는 전진한다. - P377

이국종의 저서 『골든아워』 두 권에서 가장 아름다운 대목은 그의 후배이며 동료의사인 정경원이 나오는 페이지다. 정경원은 부산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육군보병사단에 군의관으로 근무할 때 이국종을 찾아와서 제대 후에 외상센터에서 함께 일하고 싶다고 자원했다. 정경원은이국종 밑에서 혹독한 수련 과정을 거치면서 수많은 환자를 살려냈다. (2권 363쪽)
정경원은 이국종의 막장을 함께 지켜왔다. 지금 이국종의 왼쪽 눈은 거의 실명상태다. "눈 때문에 생긴 내 공백을 정경원이 몸을 던져 꾸역꾸역 메워나갔다" (2권 160쪽)고 이국종은 썼다. - P381

그는 수술방에서 간호사가 수술가위Mayo Scissor를 건네줄때 손바닥에 와닿는 가위의 촉감을 좋아한다고 썼다(1권33쪽). 이 가위는 사람의 혼을 이승에 붙잡아놓는다.
그는 구두 닦는 일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그는 구두에 구두약을 칠하고 헝겊으로 비벼서 구두코 끝에서 광이 올라올 때 환자가 죽어나간 뒤의 허탈한 마음이 ‘조금 안정을 찾아갔다‘고 썼다. 가망 없는 수술이 끝난 밤에, 연구실에 혼자 남아 그는 신문지를 펴놓고 구두를 닦고 있다. 수술가위의 촉감이나 구두 닦는 일을 좋아하는 그는 ‘작업하는 사람‘이고 작업을 통해서 완성돼가는 사람이다. - P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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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0-20 18: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오늘도 낭독녹음 봉사 하고 오셨군요. 항상 생각하지만 정말 대단하시고 훌륭하세요.
연필로 쓰기에서 김훈작가의 글은 항상 그렇듯이 뭔가 결기가 가득한 글이라 낭독하시기 쉽지 않았을듯한데요.
아 그리고 저렇게 한자가 있으면 어떻게 낭독하는지도 궁금하네요. ^^

프레이야 2022-10-20 19:01   좋아요 2 | URL
잘하시는 분들 많아서 전 이제 에너지가 달립니다. 오늘 말고 어제 갔다 왔어요.
매주 수요일^^. 김훈 문장은 사실 낭독하기에 그리 좋지 않아요. 나긋하지 않고 특히 이 책은 끊기듯 좀 딱딱한 문체라 혀가 자꾸 오작동 ㅎㅎ 되돌아가 다시 여러번 발음하게 되는 곳이 많아요. 한자나 괄호안 내용, 하이폰, 주석, 사진이나 그림 설명글 모두 읽어드려요. 예를 들어, 주석 있습니다_ 주석 닫습니다, 괄호 열고_ 괄호 닫고, 요런 식으로요. 한자 난감 ㅠ 아는 건 그냥 한글 읽고 뒤에 훈과 음 달아드리는데 모르는 건 사전 찾아서요. 모르는 게 더 많아요 ㅎㅎ 흐름이 덜 끊어지는 느낌으로다가 잘 읽어드려야 하는데 에구 그날그날 컨디션 따라서도 좀 다르고요. 다음주엔 이 책 마칠 수 있기를.

희선 2022-10-21 01: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서관 분이 밥을 줘서 없으면 달라고 문을 두드린다니 똑똑하네요 고양이가 사람한테 도움을 청할 때도 있다는 거 보기도 했어요 그런 거 그냥 모르는 척하지 않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한글만 읽는 것도 쉽지 않을 듯한데, 한자가 있으면 더 어려울 듯합니다 시각장애인은 한자를 어떻게 배우는지 모르는군요 그런 거 배우기 쉽지 않겠습니다 한자를 나타내는 점자가 있는지...


희선

프레이야 2022-10-21 12:43   좋아요 1 | URL
한자 점자가 따로 있기는 한데, 딱히 쓰는 사람이 없대요. 일본이나 가서나 쓸까...보통 한자 나오면 괄호에 풀어써요. 월(달 월) 이런식으로 글에 풀어쓰고요. 영어, 숫자는 점자로요. 여기 도서관에도 한자 점자 아는 분은 없다고 하네요.
고양이 지능이 세 살 아이 정도래요. 얼마나 영리한지 몰라요. 거의 본능적으로 아는 느낌요^^

호우 2022-10-21 1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귀한 일을 하고 계시네요. 봉사라는 게 마음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닌 데 이미 실천을 하고 계시니 너무 멋지십니다~~

프레이야 2022-10-21 12:15   좋아요 2 | URL
호우 님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
할 수 있을 때가 호우시절인거죠 ㅎㅎ
할머니 되어도 할 수 있길 바랍니다 ~
 

2019. 8.28 녹음 시작
467쪽 중 236쪽에서 멈추고 있던 책을 오늘부터 다시 시작, 313쪽까지 녹음.
코로나와 부상으로 3년이 흘렀다. 코로나 한창일 때도 할 건 그대로 다 했고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는데 이제와서 생각하면 왜 그때 그 시기가 어디로 증발해 버린 느낌인지 모르겠다. 심리적 요인이 큰 듯.
이 책은 녹음을 다 마치지 못하고 있던 책이라 늘 마음에 걸렸다. 오늘 세 시간 연속 녹음했다.
10번 파일 남은 것 마치고 11, ,12, 13번 파일 완료.
몸이 기억하는 건 정확하고 오래가는 것 같다. 녹음실 기기 작동 잊어먹었을 줄 알았는데 그냥 바로 아무렇지 않게 되어서 신기했음. 다음주에는 도서관냥이들 습식캔 좀 갖다줘야겠다.
돌아오는 길, 신선대 부두 아래 정박한 컨테이너선에 황금색 불빛이 휘황하다. 저 멀리 눈앞에는 부산항대교 불빛. 야경이 멋진 거 보니 해가 많이 짧아졌구나.

아래 첫 밑줄긋기 내용은 처음 안 사실이다.
살아가는 사람들- 세월호 4주기 편의 문장이다.
놀라운 일이다.
<연필로 쓰기>는 기록과 자료를 토대로 저자가 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 드러나지 않지만 자신의 삶을 가꾸는 사람들을 직접 발로 뛰어서 보고 느낀, 역사적 이웃의 증언이다.
2019년 3월 발간.

고 문지성양(2학년 1반)의 시신은 유실되었다가 동거차도 어부의 미역다발에 걸려 올라왔다. 지성양의 시신은 얼굴이 없었다. 지성양 아버지 문종택씨는 그날부터 카메라를 들고 이 참사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기록해서 보관하고 편집해서 유튜브로 송출해왔다.
주부단체가 바자회를 열고 그 수익금 400만 원으로 문종택씨에게 카메라 장비를 사주었다. 문종택씨는 서울에서 신문광고 업무에 종사했기 때문에 정보와 기록이 무기라는 것을 잘 알았다.
- 초기에 기록과 정보를 확보하지 못하면 구렁텅이에 빠진다. 적폐의 나라에는 감추고 지우고 뭉개려는 자들이 우글거린다. 고함으로 싸울 수도 힘으로 싸울 수도 없다.
기록으로 싸우겠다.
고 문씨는 말했다.
문씨의 컴퓨터는 최근에 바이러스 공격을 받아서, 참사초기 1년간 찍은 자료 14테라바이트가 증발했다. 2.5톤 트럭 서너 대 분량으로, 기록의 핵심부이다. 컴퓨터 전문가들이 복원을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누구의 소행인지 밝힐 수도 없었다. 문씨는
-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다.
라고 말했다. - P256

주먹도끼의 손잡이에는 그 도끼로 사냥을 해서 처자식을 벌어먹이던 사내의 손바닥 체온이 남아 있다. 그는 이 손바닥으로 짐승을 때려잡고 아내를 애무했을 터이다. 주먹도끼의 손잡이는 사람의 손아귀에 닳아져서 반들반들하다. 나는 석장리박물관의 주먹도끼를 들여다보면서, 짐승의 머리를 치다가 일격이 빗나가서 짐승에게 먹힌 사내들, 하루종일 허탕치고서 배고픈 처자식들에게 빈손으로 돌아오는 사내들, 비가 오고 또 눈이 와서 나가지 못하고 움막집 안에 웅크리고 앉아서 밖을 내다보고 있는 사내들을 생각했다. - P312

할매들은 작물을 통해서 자연과 깊이 공감하고 있다. 감자, 푸성귀, 벼는 소출을 가져다줄 뿐 아니라 작물들은 할매들의 마음속에 사랑과 기쁨의 자리를 만들어준다.
작물이 비를 맞듯이, 할매의 마음에 이슬비가 뽀시락뽀시락 내린다. 할매들의 감수성은 늘 외계와 직거래하고 있다. 할매들의 언어는 몸의 언어이다. 이슬비가 오면 몸이 끄끕하니 개작지근하고, 밭에 가보면 파란 잎이 팔랑팔랑하고, 이파리와 사람이 서로 알아본다. 할매들은 늘 생산노동과 가사노동을 겸했다. 할매들의 생애에 가해진 억압은 풍속이 되어 있었고 때때로 야만적이었다. 할매들은 그 가혹한 억압과 빈곤 속에서도 키우는 자의 심성을 보존했고, 그 심성 위에 생애를 건설할 수 있었다. -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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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10-12 2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목소리는 어떠실지 매우 궁금하네요. 예사롭지 않으실듯요^

프레이야 2022-10-12 21:37   좋아요 1 | URL
그렇지ㅡ않아요 그레이스 님 ^^
그냥 평범하옵니다.

바람돌이 2022-10-12 21: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3시간 연속 낭독요. 안 힘드세요?
저는 3시간 달아서 수업하고 나면 진이 쫙 다 빠지던데.....
생각보다 말을 하는게 체력손실이 커던데 항상 낭독 봉사 하시는 프레이야님 보면서 훌륭하시다 생각해요. ^^
책 잘 읽는거 많이 어렵던데 프레이야님 왠지 굉장히 듣기 편하게 잘하실거 같아요.

프레이야 2022-10-12 21:58   좋아요 1 | URL
그게 저도 예전에는 힘들던데 이제는 세 시간 정도는 괜찮아요. 애들 데리고 말하는 게 에너지 많이 빠지죠. 전 목보다 눈알이 ㅎㅎ 발성을 쉽게 하는 호흡이 필요해요. 그냥 하다보니 터득한 것 같아요 나도 모르게요.
스스로 약속이니 이제 안 빠지고 해야죠^^

scott 2022-10-12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디오 파일도 올려 주세요! 글자만 낭독으로 쓰여 있습니다 ㅎㅎㅎ 전 학부때 교양 과목 영어 전부 제 목소리 레코딩 하고 동기들 선배들 제발음만 줄창 ^0^

프레이야 2022-10-13 00:26   좋아요 0 | URL
ㅎㅎ 스캇님 영어 듣고 싶어요. 올려주세요 맛보기로라도요 진짜.
저 녹음 도서는 시각장애인을 위해서만 배포되는 것이옵니다. 배포 곤란요. 다행이죵

희선 2022-10-14 0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 님이 읽어주시는 책 듣기 좋겠습니다 목소리 모르지만 어쩐지 그럴 것 같습니다


희선

프레이야 2022-10-14 01:26   좋아요 0 | URL
감정 따라 좀 달라요^^ 가다듬어서 녹음하니 그땐 좀 낫겠지요.
 

아빠가 몸의 감옥에 갇혔다. 한 달이 다 되어간다. 9월 30일에 산성 오리불고기 집에 모시고 갔을 때만해도 잘 드시고 걸음도 걷고 하셨다. 가을 햇살 좋던 찻집에서 산 풍경을 바라보며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산길을 차로 내려와 수목원도 조금 걸었는데 이제도 다시 못 일어날 것만 같아 믿기지 않는다. 2019년 7월에 동생과 같이 모시고 간 일본여행이 마지막이 되었다. 그때 내가 스케줄 짜고 배 기사 자청해 벳부와 유후인을 모시고 다녔는데 그 때를 참 좋았다고 표현해 주시니 그 마음이 읽혀서 짠하다. 어제도 집에 가 뵙고 오면서 눈앞이 흐려져 길가에 차를 세웠다. 집에 돌아와 지난 사진들을 찾아 보며 일상의 소중한 순간만이 아니라 일부러 시간을 내어 공간을 이동해 다른 시간을 선사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나에게도 가족에게도. 그러고는 몸의 감옥에 갇혀 수많은 추리소설을 읽고 서평을 쓴 그이, 물만두 님이 생각났다.  이 책은 지금도 알라딘에서 팔린다. 1주년 동영상 트레일러가 책소개 아래에 뜨는데 검색하여 함께 보시길. 나는 이 책을 10년 전에 녹음하며 웃고 울고 가슴 뜨거워지는 귀한 시간을 선물받았다. 여러분에게도 그 마음을 전하고 싶다.













별 다섯 인생홍윤

 

 

20111220일 녹음을 시작했다. 그러니까 이 책이 그해 마지막으로 낭독한 책이다. 나는 이 책을 어쩐지 소리 내어 읽고 싶었다. 시각장애인들에게도 힘이 되는 내용이라는 확신도 들었기에 내가 갖고 있는 책을 추천했고 승낙되었다. 최대한 담담하고 편안하게 읽으려 했는데 부록에 있는 낯익은 알라디너들이 그녀에게 보내는 안녕의 인사는 기어이 나를 목메이게 했다. 우느라 웃느라 정지버튼을 누르기를 여러 번 하며 완료했다.


아마 오랜 알라디너를 비롯해 그리 오래지 않은 분들까지 누구나 어떤 식으로든 그녀에게 마음의 빚과 선물을 동시에 지고 받았을 거라 생각한다. 우리는 당시에 생일이면 서로 책선물을 주고 받고 이벤트도 자주 열어 헌 책 나누기도 하였다.

 

'나만 좋으면 그만이지!'라는 부제가 깜찍하게 달린 이 귀한 책의 저자는 물만두라는 닉네임으로 2000년부터 추리소설 리뷰를 꾸준히 올렸다. 내가 이곳에 리뷰를 쓰기 시작한 게 큰아이 7살 적이었으니까 그 시점보다 앞서거나 뒤서거나 아마 그 비슷하다. 그 당시에는 지금의 인터넷 서재 시스템이 운용되기 전이다. 20048월 지금의 서재가 마련되어 우리는 뜻밖에 작은 집 하나씩을 분양받고 알라딘마을의 주민이 되어 본격적으로 리뷰를 쓰고 소소한 소통을 하기 시작했다. 물만두 님의 추리소설 리뷰도 좋았지만 단란한 가족의 소소하고 유쾌한 일상 이야기와 댓글로 간명하게 주시는 좋은 말씀이 일상의 활력소가 되었다.

그땐 그런 것들이 그분에게 어떤 의미인지 전혀 몰랐다. 별 다섯 인생를 읽으며 우리가 어쩌면 쉽게 나누는 댓글 한 줄과 몇 마디 안부가 물만두 님에게는 얼마나 큰 의미였던지 알 수 있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성실한 리뷰를 올린 블로그는 세상 밖을 바라보고 세상에 인사하고 세상을 사랑하는 그녀의 유일한 창이었다. 나는 그녀가 육체적으로 그렇게 힘든 감옥에 갇혀있는 줄 몰랐고 그해 추석 끝에 그녀가 올린 글에서 그제야 뭔가 이상하다는, 뭔가 심각한 일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게 10년 전이다. 나의 사람살이가 그토록 껍데기였나 싶어 나중에야 마음 한 귀퉁이가 쿵 내려앉았다. 혹여나 그동안 내 한심한 투정과 일상사 불만의 글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드셨을까, 부끄럽기도 했다.

 

,

,

그 리 고

사 랑 에

대 하 여.

 

, , 그리고 사랑이 있다가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나와 너는 남았으니 그건 그것대로 좋은 것이다. 나와 네가 사라지고 사랑이 남는다 해도 그 사랑 또한 좋은 것이니 족하다.

, , 그리고 사랑이 모두 사라진다 해도 모두 함께 사라졌으니

슬픔은 남지 않아 좋지 않을까.

나와 사랑만 남거나 너와 사랑만 남는다면

그 남은 한 자리는 슬픔이고 그리움이고 아쉬움일 테니

2006. 11. 18

                       (별 다섯 인생, )

 

위의 글은 에필로그와 부록 앞, 마지막 페이지 바로 앞장에 있는 블로그 비공개글이다. 이 글을 읽고 책을 잠시 덮는데 잔잔한 물결이 밀려들어 온몸을 적시는 느낌이었다. 별 다섯 인생에는 인터넷 서재에서 본 기억이 나는 에피소드도 있지만 비공개로 써둔 일기가 사이사이에 들어있는데, 나는 이 글들이 너무 좋아 베껴 두고 싶은 정도였다. 이 글들에서는 우울과 조증을 받아들이기도 하고 이겨내기도 하며 그녀가 깊이 사색하는 모습과 세상을 보고 읽는 정직하고 다정한 입김, 여리지만도 강하지만도 않은 감수성과 문학적 소양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질보다 양으로 승부한다고 겸양의 말을 하고 있지만 그녀가 남긴 1800여 편의 추리소설 리뷰가 쉽게 나온 것이 아니라는 증거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체력과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건 나이가 들어가며 느끼고 있는데, 하물며 몸이 성하지 않았던 그녀로서는 굉장한 노동이었을 것이다.


데미지를 입기 싫어 로맨스를 읽지 않는다는 대목에서는 무조건 삶에 강한 척만 하지는 않은 순수한 배짱을 볼 수 있다. 안락사에 찬성한다는 글은 영화 '청원'의 주인공을 떠올려 주는데, 60초만이라도 관에 들어가 몸을 옴짝달싹할 수 없는 순간을 체험해 보라던 말이 새삼 영화 속 대사가 아니라 현실이라는 뜨거움이 느껴진다.


삶은 몸으로 살아내는 것! 그녀는 온몸으로 견디고 싸우며 치열하게 살다가 레테의 강을 건넌 것이다. 머리로만 사는 나는 할 말이 없고 먹먹했다. 그녀의 삶은 내가 감히 연민하거나 안타까워할 수 있는 삶이 아니다. 누구의 삶인들 별이 아닐까마는 물만두 님의 '별 다섯 인생'에는 별 하나 아니 두 개 더 드리고 싶다. 별 다섯은 우리가 리뷰에 주는 최고점이었고 그녀의 리뷰는 거의 다 별 다섯이었다.

 

200493일의 글 '만두의 진실 또는 고백'으로 프롤로그를 시작해 200312월에서 20071월까지의 글이 담긴 이 책은 주로 물만두 님의 가족사, 가족과의 일상, 인터넷서점 알라딘서재와 알라디너들의 이야기다. 언제든 창가로 가 창문을 활짝 열고 바깥세상을 마음대로 볼 수 있는 우리와는 달랐던 그녀의 시간을 곱씹어보며 숙연해지길 여러 차례, 웃지 못할 기막힌 상황에서도 유머를 날려 깔깔깔 데굴데굴 구르게 만든다. 비공개 일기 속에 묻어둔 솔직한 회한과 갈망의 심정, 삶에 대한 동경과 무시로 찾아오는 우울, 삶을 긍정하는 포용과 용기가 대조적으로 더 귀하게 느껴진다.


이름도 예쁜 홍윤이 예기치 않은 희귀병으로 고통의 삶을 살면서도 세상을 웃어넘길 수 있었던 힘은 가족의 사랑이었다. 곳곳에 어머니에 대한 뼈아픈 미안함과 고마움, 아버지에 대한 애틋함과 사랑, 두 동생들을 향한 맏이로서 갖는 책임감과 보살피려는 마음이 진하게 배어있다. 다섯 식구가 알콩달콩 주거니 받거니 토닥거리며 사는 정경이 푸근하게 그려지는 장면들, 빨간 야구모자를 삐딱하게 쓴 꾸밈없이 말간 그녀의 얼굴처럼 참으로 솔직담백한 이야기들, 읽다 보면 곳곳에 '우띠', '에헤라디야' 이런 추임새 덕에 나는 또 정지버튼을 눌러야 했다.


'에헤라디야'는 그냥 글자 '에헤라디야'가 아니고 나도 모르게 자동으로 곡조가 붙어져 ''에서 최고음으로 가락을 붙여 녹음해놓고는 혼자 우스워 배꼽을 잡았다. 특히 욕실 앞에 엎어져 있는 딸을 보고 아버지가 던진 한마디 "엉덩이 상한 거 아니야?" 에 물만두 님이 넘어져 누워 있는 상태로 "어버버 아버버..." 뭐 이렇게 반응했던 대목을 읽을 때, 내가 빙의라도 된 듯 어버버 아버버...” 이렇게 녹음되었다. 이 글은 예전에 물만두 님 서재 페이퍼에서 '상한 엉덩이'라는 제목으로 읽은 기억이 어렴풋이 나는데도 어찌나 웃기던지. 하하하! 참으로 유쾌한 분!


'당신이 장애인이라면' 등 장애인을 위한 시설과 복지 문제를 비롯해 사회적 사안에도 늘 관심 두고 비판적 견해를 갖고 계셨던 분, 점점 근육량이 줄어들어 입부터 작아지고 나중엔 여섯 손가락의 힘으로 마지막 자판을 두드렸던 그녀, 이제는 평안한 곳에서 몸도 자유로이 지내시길, 그 감옥에서 풀려나셨길 바란다. 지금 당신들은 충분히 행복한 거라고, 힘주어 전한 말씀, 고맙습니다.


2012년 초까지 15시간 좀 넘는 시간 동안 이 책을 녹음 완료했고 편집교정을 하며 일독을 더 하게 되니 나로선 감사하고 느꺼웠다. 물만두 홍윤 님의 깊고 진실된 사유와 온기있는 마음씀씀이, 쉽지 않은 생을 끌어안는 사랑과 여유, 재치와 유머, 무엇보다 조증과 울증 사이에서 때로는 가슴앓이하며 솔직히 토로하는 글귀가 또다시 마음을 울린다. 입이 점점 작아지는(, 나는 그녀의 입이 원래 작은 줄 알았다) 그녀에게 음식을 잘게 잘라 입에 넣어주는 만순이에 대해 고마움을 쓴 대목에서도 가슴이 찡해 일시정지 버튼을 눌렀다. 만순이는 그녀의 여동생을 칭하는 닉이고 언니의 사후 이 책을 출간하였다. 그녀만큼 생을 온몸으로 사랑하고 그리워하다 간 사람이 또 있을까.


나는 이 책을 녹음하며 진짜 노래를 부르는 만행을 저질렀다. 책 속에 나오는 김범수의 보고 싶다가사를 시적으로 옮겨둔 대목이 있는데 낭독을 한다는 게 그만 자동으로 노래가 되어 나왔다. 1차 편집을 하며 듣다가 나도 놀랐다. 이왕이면 좀 더 잘 부를 걸. 그런데 최종편집에서 아무런 말씀이 없는 걸 보니 그대로 녹음도서로 완성된 것이다. 그녀에게 보고 싶다고 마음을 전한 게 되었다. 들으신 분들, 놀라셨다면 용서하시길...


계절이 선택의 여지 없이 가고 또 오듯, 물만두 님의 글귀대로 '삶은 선택의 여지가 없'. 그런 것 같다. 한때는 내가 선택해서 살아왔다고 착각했지만 돌아서 생각해보면 그 반대가 아닌가. 한편으로는 그래서 얼마나 다행인가,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은. 무언가 물밀듯 밀려오고 밀려가는 느낌. 강물에 흘러가는 꽃잎처럼 살자. 도서관 입구에서 보았다, 백목련화 꽃봉오리들을. 입을 앙다물고 야심 차게 열릴 희열의 순간을 예고하며 단단하게 새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떠 있었다. 폰카메라로 그걸 담고는, 어느 순간 열렸다 화르르 닫힐 그네들의 뽀얀 꽃이파리를 동시에 떠올렸다. 눈물이 새큰 났다. 하늘이 너무 새파래서만은 아니지.

 

내가 그 입장이었다면 어떨까, 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막상 그 입장이 되어 보면 또 달라지는 게 사람이다. 그러니 그냥 살자. 어떤 삶이 더 낫다, 못하다 저울질 말고 그저 내 삶이 제일이려니 생각하고 살자. 누구든 살면서 남보다 우위에 놓이길 원하지만 그렇다 한들 그게 그리 중요한가. 내 삶은 이생에서 단 한 번뿐이고, 그 삶이 어떤 모습일지라도 소중하고 존중받아야 하며 스스로가 아름답게 생각해야 한다. 다른 삶을 살 수 없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중략) 살아 있어서 좋다는 건, 백 번의 불행이 닥쳐와도 단 한 번의 행복이 그 백 번의 불행보다 찬란하기 때문이다. 삶이 아름답게 빛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 해피데이'라고 하는 건가. (별 다섯 인생 175)


 

인터넷의 폐해도 크고 단점도 많지만 물만두님에겐 하루 일과의 많은 부분, 거의 전적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하다시피 한 창구가 인터넷, 윈도우였다. 수족관 물고기들에겐 그 크지 않은 세상이 세상의 전부이고 화분 속의 꽃은 그 얕은 흙밭이 세상의 전부이듯, 누구의 삶이든 그것은 세상의 전부일 테다.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세상이 될 수 있을까.


루미의 말처럼 우리는 거울에 비친 얼굴이면서 동시에 거울 자체이기도 하다. 행위자이자 관찰자로서 ''는 생이 몰아가는 대로 일희일비하지 말고, 상하좌우 돌고 도는 어지러운 바퀴살이 아니라 바퀴의 굴대, 중심에서 살자.

 

세상에는 열 가지 보따리가 있다. 그중 아홉은 불행 보따리고 나머지 하나만 행복 보따리다.

아홉에 얽매일 것인가. 하나에 기뻐할 것인가. 선택은 우리 몫이다.(별 다섯 인생 184)



기장 마레 앞 밤바다 (2021.12.18 박유영 라이카 촬영)

밤바다처럼 알 수 없기도 알 것 같기도 한 인생.


손 (2021.12.18. 배혜경 아이폰12)

피부가 좋은 편이었던 아빠의 90년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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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2-01-07 18:55   좋아요 5 | URL
고맙습니다 그레이스 님~*^^*

서니데이 2022-01-07 21: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주말과 기분 좋은 금요일 되세요.^^

프레이야 2022-01-07 21:55   좋아요 3 | URL
고맙습니다 ^^

thkang1001 2022-01-07 21: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주말과 휴일 보내세요!

프레이야 2022-01-07 21:55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

러블리땡 2022-01-08 0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

프레이야 2022-01-08 00:27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러블리땡님 ^^

희선 2022-01-08 00: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 님 또 축하합니다 불행 아홉 행복 하나여도 하나를 잘 보면 좋을 텐데, 생각은 해도 그렇게 하기 어렵기도 하네요


희선

그레이스 2022-01-08 09: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댓글들 올라오는거 보느라 자꾸 들어와서 밤바다 사진 볼때마다 가슴이 먹먹한느낌을 받네요
사진 정말 좋슿니다.

프레이야 2022-01-08 10:22   좋아요 2 | URL
밤바다 위로 둥근 달이 무언가 말을 하지요 그레이스 님에게도 달빛 가득 풍만한 한 해 매 순간이 되길 바랍니다. 늘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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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 불빛을 떠올리며


침대와 책정혜윤 / 2010년 10월 녹음완료

 


 













축제가 열리면 밤하늘 광안대교 위로 불꽃이 팡팡 터지는 소리가 집안에서 다 들린다. 바다 가까운 곳에 살다 보니 좋기도 나쁘기도 하다.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물론 좋은 점이 훨씬 많다. 매년 시월이면 부산불꽃축제가 열리는데 수십억의 돈을 허공에 날려 보내는 것 같아 교통마비보다 더 마음이 불편하다. 많은 사람이 즐기며 축제도 어느덧 회를 거듭해 제법 나이를 먹었다. (지금은 바이러스 사태로 2년간 잠정 중지다.)


2003년 처음 불꽃축제가 열리던 날, 작은딸 손을 잡고 아파트 단지 가장자리, 바다 쪽으로 걸어 나갔다. 이 아파트에 이사 온 첫해라 신기하기도 하고 굳이 안 가 볼 이유도 없었다. 야간이라 꽤 쌀쌀했다. 두터운 점퍼를 입고 나가 조금 보다가 심드렁해져선 중간에 되돌아왔다. 그저 겉으로만 화려하게 반복되는 그것에 그다지 감흥이 없었고 아무런 영감도 얻지 못했다. 나는 무얼 바라고 무얼 바라보고 있었을까. 불꽃이 피우는 갖가지 조악한 이미지들 옆으로 무심히 떠 있던 만월이 기억에 더 생생하다. 화려한 불꽃과는 대조적인 이미지였다.


영화 <해운대>에는 불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미소 머금은 얼굴이 나온다. 일상의 손을 잠시 놓고 각자의 고민과 걱정거리들은 잠시 뒤로 한 채 검은 하늘의 불꽃을 올려다보며 아이 같은 웃음을 날리던 그들은 잠시 후 일어날 불운의 전조를 읽지 못했다.

 

팡팡 터지는 소리가 멎었다.

축제는 그렇게 끝났나 보다.

갑자기 세상이 그 모든 소리를 삼켜버린 듯 허무를 남기며 명랑을 가장한 불꽃 소리가 멎자 나는 위대한 개츠비가 날마다 응시했던 '초록색 불빛'에 대한 까마득한 상상, 그러니까 30년도 더 된 그때의 전율을 환기했다. 스무 살에 처음 책으로 상상했던 롱아일랜드 저 너머 어딘가에서 아직도 빛나고 있을 것만 같은 그 불빛을.

 

50피트 떨어진 곳에 또 한 사람의 모습이 이웃집의 그림자 속에서 나타나 두 손을 호주머니에 찌른 채 서서 은빛 후춧가루를 뿌려놓은 듯한 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바로 개츠비임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두 팔을 어두운 바다를 향해 뻗었는데, 멀리 떨어져 있어도 그가 부르르 몸을 떨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저 멀리 조그맣게 반짝이는, 부두의 맨 끝자락에 있는 것이 틀림없는, 단 하나의 초록색 불빛을 빼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 <위대한 개츠비>

 

정혜윤은 독서에세이 침대와 책에서 위대한 개츠비의 위 구절을 인용하며 이렇게 쓴다.

 

사랑하는 여자를 불러놓고 기껏해야 구석구석 집 자랑을 하고 영국제 셔츠를 구경시키고 옥스퍼드 대학을 나왔다고 자랑하고, 금주법을 악용하고 도박꾼과 결탁한 그 시대 속물의 완성판 개츠비를 그래도 내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 문장에 다 나온다홀로 완전한 세계를 가졌던 적이 있다는 점에서. 그 완전한 세계를 위해서 어리석은 방법으로 몸부림을 쳤다는 점에서. 그에게 중요했던 것은 그가 내세운 셔츠나 집이나 자동차가 아니라 한 점 불빛이었다는 점에서. 파멸당함으로써 우리에게 허상이 뭔지 알려줬다는 점에서(침대와 책 201)


다시 정혜윤은 아래 구절을 인용하며 이렇게 고백한다.

 

개츠비가 부두 끝에 있는 데이지의 초록색 불빛을 처음 찾아냈을 때 느꼈을 경이감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는 이 푸른 잔디밭을 향해 머나먼 길을 달려왔고 그의 꿈은 너무나 가까이 있어 금방이라도 붙잡을 수 있었을 것 같았으리라. 그 꿈은 아미 도시 저쪽의 광막한 곳에 가 있다는 사실을 그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개츠비는 그 초록색 불빛을, 해마다 우리 눈앞에서 뒤쪽으로 물러가고 있는 극도의 희열을 간직한 미래를 믿었던 것이다. - <위대한 개츠비>

 

나는 왜 개츠비를 읽는가?

세상의 모든 게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행복했던 과거의 어느 시점을 떠올려주기 때문에 개츠비를 읽는다. 초록 불빛은 있어도 그 불빛에 이르는 방법을 알 수 없는 날, 개츠비를 읽는다.

모든 순간은 상처를 주고 마지막 순간은 목숨을 앗는다는 것을 알려 주기 때문에 개츠비를 읽는다.

(중략

'나는 전 생애를 통해 무엇인가를 찾아 헤맸다. 나는 이마에 새벽의 샛별을 이고 다니는 자였다.' 

이건 미국 인디언들의 문장이다.

나는 이 말을 개츠비에게도 바치고 술에 전 나에게도 바치고 한 점 불빛을 가슴에 품고 있는 탓에 끝없이 불안한 우리 모두에게 바친다개츠비는 우리에게 메아리다(침대와 책 202)



이 책 녹음을 201010월에 마치고 스무 살 적 내겐 초록색 불빛만 보였던 개츠비에게서 우리의 불안한 자화상을 본 정혜윤의 다른 책이 보고 싶어졌다. 역시 편견은 가지고 있어선 안 되는 쓰레기다. 당장 쓰레기통에 던져버려야 하는 것이 편견과 선입견이다. CBS라디오 프로듀서이자 에세이스트인 저자는 책과 사람에 대한 사랑과 우정으로 내 미래를 만들어보려고 한 것은 아무리 돌아봐도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이었다고 말한다.






























침대와 책2007년 작이니 거의 일 년에 한 권씩 꾸준히 책에 대한 책을 쓰고 있는 개성 있는 독서가다. 읽어보고 싶은 책의 목록과 책에서 배울 수 있는 삶의 기술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침대와 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이 책은 신선한 조합이 낳은 진심 어린 독서기다


지금 당신의 침대 옆이나 아래에 놓인 책은 어떤 책인가요?


부산점자도서관에서 녹음한 독서에세이가 한 권 더 있는데, 이유경의 독서공감, 사람을 읽다이다. 저자는 소설읽기를 즐기며 알라딘에서 쓰는 닉네임은 다락방이다. 정혜윤과는 다른 통통 튀는 개성이 있어 즐겁게 녹음했다. 저자의 성격과 어조에 맞게 발랄하고 좀 높은 톤으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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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12-19 14:4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제 침대옆엔 지금 주경철님의 마녀 가 있어요 ㅎㅎ 다락방님 책 녹음하셨군요. 프레이야님의 발랄하고 높은 톤 저도 듣고싶네요 ~ 개츠비에 대한 글 좋아요 *^^*

프레이야 2021-12-19 15:09   좋아요 4 | URL
톤을 가라앉혀 읽는 것보다 에너지 세 배 들어요.ㅎㅎ
락방님의 발랄한 문투를 최대한 살리려고 톤도 올리고 가볍게 말하듯 ^^
미니 님 침대와 주경철의 ‘마녀‘ 우잉 어쩐지 제목만으로 어울리는 듯요.
그 책 읽어보진 않았지만요.

책읽는나무 2021-12-19 15: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통통 튀는 목소리라면? 어떤 느낌일까요?ㅋㅋㅋ
<침대와 책>도 어떤 책에서 소개된 걸 본 것 같아요.

프레이야 2021-12-19 15:11   좋아요 5 | URL
정혜윤 독서에세이들 좋아요. 사람도 매력적이고 글도 매력적이고요.
통통 튀려고 바등거렸지만 잘 되었는지는 몰라요 ㅎㅎ
최대한 가벼운 어조로 읽었어요. 친구에게 말하듯...

얄라알라 2021-12-19 16: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만난지 수년 된 친구가, 점자도서관 낭독녹음 봉사자라 해서
저도 언젠가는 알아보고 해야겠다 싶었는데^^

프레이야님 음성 직접 들어보진 않았지만
책날개 속 아름다운 분과 어울리는 목소리를 상상 속에서 분명히 듣습니다^^

프레이야 2021-12-19 17:23   좋아요 4 | URL
하세요 님 적극 권유합니다. 목소리 나눔 할 수 있을 때 하시길요. 좋아하는 책도 읽으면서 일석삼조예요. 목소리는 어느 정도는 훈련과 단련으로 상황에 따라 약간은 다르게 할 수 있어요. 소설의 경우 대사는 당연히 그래야 하고 에세이나 시집은 또 그 어조와 분위기를 반영하는 쪽으로요. 성우는 아니지만 듣는 이가 편안하게 받아들일 정도면 되니 시작하시길요^^

scott 2021-12-19 16:4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오디오 음성 들으려면 부산 시립 도서관증 만들어야 할것 같습니다 ^ㅅ^

프레이야 2021-12-19 18:12   좋아요 4 | URL
아니어요 ㅎㅎ 부산시립도서관이랑은 다른 곳입니다. 부산점자도서관에서 시각장애인에게 전국적으로 배포하는 것이구요. 여기가 제일 많은 음성도서를 제작 배포하는데 비장애인에게나 상업적으로는 유통하지 않고요. 그래서 얼마나 다행인지요 ㅎㅎ 시각장애인용 전자도서도 이곳에서 먼저 만들어 배포합니다.

희선 2021-12-20 01: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 님 바다와 가까운 곳에 사시는군요 부산에 살아도 바다와 먼 곳에 사는 사람도 있겠지요 그러고 보니 제가 사는 곳도 바다가 있지만, 바다를 보려면 30분 넘게 걸어가야 해요 바다라고 해도 그렇게 멋지지는 않네요 거기보다 좀 먼 곳으로 가야 멋진 바다를 볼 듯합니다

통통튀는 프레이야 님 목소리는 어떨지... 그걸 녹음하는 시간 즐거우셨겠습니다


희선

프레이야 2021-12-20 08:25   좋아요 2 | URL
이곳도 여러군데 바다가 있는데 각각 분위기가 달라요. 저는 소박한 포구도 좋아해요 특히 비 오는 포구. 새만금 지나 선유도를 간 적이 있어요. 나오면서 서대구이를 먹었는데 아주 맛나게 먹었던 기억이 나요 ㅎㅎ 저는 물 가까이해야 좋대요. 그래서 그런 건 아닌데 물이 끌려요.

책 전체를 통통 튀게 읽다간 에너지 금방 아웃되어요 ㅎㅎ 문장의 리듬에 따라 어느 곳에선 특히 그랬네요. 락방님 특유의 유머가 깃든 문장에서. 녹음하는 동안 목소리를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고 목관리도 잘해야하는데 전 편도선염이 자주 오는 편이라 늘 조심스러워요.

키라키라 2021-12-20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한나눔으로 빛나는 삶을 살고 계시네요 프레이야님은 뭔가모를 따뜻함이 많은 분이실 것 같습니다^^ 불꽃을 보고서 캐츠비의 초록불빛을 떠오르게 하고 더 너머의 생각에도 이르게 하는걸 보면 문학의 힘이 이런건가 생각되네요. 저도 책을 벗삼아 남은 인생 함께 가보려 합니다. 작은 시작 느린 걸음이지만 책이 친구가 되면 어떤 일이 나에게 일어나게될까 기대가 됩니다^^

프레이야 2021-12-20 17:38   좋아요 1 | URL
키라키라 님 반갑습니다.^^
책은 정말이지 좋은 친구에요. 누구에게나 그런 건 아닌 것 같고 주변에 보면 다른 걸 더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우리는 북피플공동체 입주자라 그런 면으로 통하는 것 같아요. 자주 이야기 나누어요^^ 느리게 꾸준히 오래오래 가자구요. 많은 게 바뀔지도 몰라요. 낭독녹음 봉사는 제가 얻는 게 많은 일이고 목소리랑 눈이랑 더 늙기 전에 부지런히 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로 좀 주춤했는데 어여 활발해지길 바라고 있어요. 고맙습니다.^^

건수하 2021-12-21 18: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침대와 책>이 참 좋았는데, 절판되어 아쉬워요. 그런데 다시 읽으니 예전과는 많이 달라서, 그 시절의 저에게 좋은 책이었구나 싶었답니다.
프레이야님 목소리는 어떨까요.. 상상만 해 봅니다 ^^

프레이야 2021-12-22 08:14   좋아요 1 | URL
그죠 책도 독서도 인연이 있는 것 같아요 시절인연이랄지. 참신한 책이었고 이후로도 독서에세이 쪽으로 꽤 좋은 느낌이었어요. 에세이 폭이 다양해지고 있더군요 최신작 보니.
제 목소린 아휴 상상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