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과 낮, 현실과 꿈, 이해와 오해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한 남자에게 이국의 낯선 이가 말한다. You, be careful!!

 



 144분이나 되는 영화가 시종 말하는 방식은 김성남(김영호 분)의 독백이다. 그는 구름을 그리는 화가인데 한순간의 실수로 도피한 이국땅에서는 나이 많고 돈 없고 여자가 그리운 한 남자일 뿐이다. 그런데 이 남자, 귀여운 구석이 있다. 도덕적이어서가 아니라 소심함 때문에 예전의 애인에게도 다가가지 못하면서 젊고 발랄한 매력을 풍기는 아가씨에게는 ‘진짜 이쁘십니다.’라며 주접을 떤다.  

 그는 여자를 오해한다. 꿈속에서 죽비로 여자의 어깨를 내려치며 ‘이해하면 모든 걸 극복할 수 있다’라고 말하는 그는 앞으로도 여자를 오해하며 살 것이다. 오해만이 그가 살 길이다. 쿠르베의 ‘세상의 기원’ 앞에서가 아니어도, 둥지에서 떨어졌지만 그의 어깨를 빌어 생명을 건진 아기 새가 아니어도 그렇다. 그가 제목을 착각한 그림, ‘인류의 기원’은 남자의 오해와 헛똑똑이 여자의 어리석음에서 비롯된 건 아닌지.

 남자의 오해를 진실이라고 믿는 여자는 행복하다?  ‘세상에 너와 나, 우리 둘만이 한 편이다.’  꿈속에서 이런 말을 여자와 자신에게 주입하는 김성남은 여자를 혹은 현실을 혐오하면서도 그 잠재된 복수심을 드러낼 만큼의 용기가 없다. 그의 진실은 꿈에 있지만 그는 여자의 다그침에 결국 개꿈이라고 거짓증언을 한다.

 



 

 영화는 남자의 주절거리는 독백처럼 이어지면서 그의 꿈이 툭툭 치고 들어온다. 독백과 꿈은 접대성 말과 현실을 배신한다. 철저히 현실적인 장면과 현실적인 사람들을 찾아다니지만, 결미에 이르면 특히, 관객은 뜬구름을 타고 날아오르는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전편이 결국 백일몽이다. 밤과 낮이 혼재된 세상에서 사는 우리 그리고 홍상수식의 독백이 훨씬 여유 있고 유머러스해졌다.




- Night and Day / 홍상수 / 2008

- 2008년 내가 본 서른여덟 번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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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7 2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8-04-28 07:54   좋아요 0 | URL
재미있게 봤어요.^^ 히죽히죽 웃게 만들더군요.
김영호는 티비 드라마에서 보았던 이미지와는 달리 되게 웃겼어요.
연기 잘 하더군요. 박은혜도 아주 새로이 봤습니다. 티비에서보다 좋았어요.
감독의 힘 같아요.

치니 2008-04-28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김영호보다는 박은혜에게 한 표. 사람이 원래 그런 사람인거 같더라구요, 연기가 아니라. ㅎㅎ

프레이야 2008-04-28 16:42   좋아요 0 | URL
귀엽고 자연스럽고 앙탈스럽고 연약하고.. ^^
박은혜 이 영화에서 아주 예뻤어요.

2008-04-28 2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8-04-28 20:48   좋아요 0 | URL
동수 역의 김상경도 참 좋지요. 홍상수가 만들어내는 남자들, 정말
귀엽지 않아요? 님 말씀처럼, 연구대상 ㅎㅎ 그게..
그 감독의 능력 같아요.
전 홍상수 영화 중 극장에서 본 건 이게 처음이에요.
그의 영화는 디비디로 집에서 보는 게 더 나을것 같아요.
대사도 곱씹어보면서요.. 보다가 지루하면 일시정지 할 수도 있구요.^^
이 영화는 파리를 배경으로 하여 새롭고 재불 예술가들의 이야기도
자연스러운 인터뷰 형식으로 보여주어 이것저것 볼거리가 있어요.
인터뷰어는 김성남이 한 셈이구요.
 

 

세븐Se7en / 데이빗 핀처 / 1995

2008년 내가 본 서른세 번째 영화

 

성서에 나오는, 탐식(gluttony)을 비롯한 일곱 가지 죄악을 일곱 날에 걸쳐 하나씩 단죄하는 연쇄살인범을 소재로 한다. 노형사, 서머셋(모건 프리먼)과 젊고 패기만만한 형사, 밀러(브래드 피트)의 안정감 있는 연기에 기네스 팰트로의 아름다움이 짧지만 빛난다. 당시 브랫과 기네스는 약혼한 사이였다지. 범인으로 나오는 케빈 스페이시의 싸늘한 눈빛이 황야에서 지는 해를 배경으로 집중된다. 밀러 아내(기네스 펠트로)의 저녁식사 초대장면과 이 장면 이 외에는 거의 모든 장면이 흐리거나 비가 우중충하게 내리고 있다. 음산하고 어두운 세상을 상징이라도 하듯. 죄악이 죄악인지 모르는 세상과 사람을 단죄하려고 드는 범인의 중얼거림을 듣고 밀러는 넌 메시아가 아니라고 화를 내고 그것은 복선이 된다. 그는 결국 마지막 죄악인 '분노wrath’를 저지르고 만다. 그것은 범인이 원하고 유도했던 죄악이다. 그럼으로써 자신의 비정상적인 삶과 그런 삶을 누리는 자에 대한 시기(envy)를 스스로 단죄한 셈이다. 결말에서는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정신이 나간 밀러를 서머셋이 곁에서 돌보겠다고 한다. 세상엔 '악'만 있는 게 아니라, 따뜻하다.
마지막 장면은 헤밍웨이의 글귀로 맺는다.
세상은 싸워볼 만한 가치가 있는, 좋은 곳이라고...
(The world is fine place, worth fighting for... )

다분히 세기말적이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치 않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에린 브로코비치Erin Brochovich / 스티븐 소더버그 / 2000

2008년 내가 본 서른네 번째 영화

 

거대기업의 부도덕함에 정면 승부하여 3억여 달러의 보상금을 따낸 평범한(?) 한 여인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다. 실제로 에린은 환경보호가로서의 행보를 그 이후에도 하고 있다. 줄리아 로버츠의 매력이 물씬하다. 상처와 실패가 많은 여인이 자아성취를 실현하며 타인의 아픔에 등돌리지 않고 정의를 찾고자 하는 모습과 그 과정의 이야기가, 딱딱하기보다는 그녀의 훌륭한 몸매와 입말처럼 경쾌하고 인간적으로 펼쳐진다. 솔직하고 거침없는 성격의 그녀는 법률가들보다 앞서 자신이 해야할 일과 피해자들이 원하는 일 사이에서 균형감각을 잃지 않으면서, 피해자들에게 적극적이며 인간적으로 다가간다. 미국 PG&E의 식수오염으로 죽음의 병에 걸린 힝클리 마을의 사람들과 그녀의 만남은 마치 예정되어 있었던 것처럼 보일 정도다. 그녀는 저돌적이고, 건강하고 명쾌하다.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점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잃지않으려는 열정으로 똘똘 뭉친 점에서도. 이 영화의 힘은 에린의 캐릭터를 잘 살려낸 데 있다.

실제 에린 브로코비치가 까메오로 등장한다. 잔고 16달러의 그녀가 세 아이들을 데리고 햄버거라도 먹이려고 찾아간 식당의 웨이트리스로 나온다.




멕시칸The Mexican / 고어 버빈스키 / 2001

2008년 내가 본 서른다섯 번째 영화




멕시코 한 마을의 전설적인 이야기가 전해져오는 총 한 자루와 두남녀의 사랑의 이야기가 씨실과 날실로 엮여 유쾌한 감동을 전한다. “그것은 귀족의 총이었어.” 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세 번 듣고도 한 번 더 해 달라고 조르는 샘(줄리아 로버츠 분)에게 제리(브래드 피트)는 또 이야기를 시작하고, 자동차 안에서 둘이 다정하게 앉아서 달리는 장면으로 영화는 맺는다. 마치 이들의 사랑이 영원할 것을 맹세한 것처럼 (사랑의)이야기는 끝없이 달려갈 것 같다. 라스베가스로 향하는 그들의 질주처럼. 샘과 킬러의 대화와 그 여정에서 의외의 인간미가 드러나고 이야기가 방향을 알 수 없이 튄다. 중간중간 전설의 이야기가 등장하지만 결말에서 그것이 현실과 연결되면서 악연의 고리를 과감하게 끊는 샘의 역할도 놀랍다. <캐리비언의 해적>을 만든 감독의 작품.




싸인 Signs / M. 나이트 샤말란 / 2002

2008년 내가 본 서른여섯 번째 영화

 

 

외계인을 등장시킨 점은 외관으로만 읽어야할 부분이다.
그레이엄 신부(멜 깁슨 분)가 “전 이제 신부가 아닙니다.”라고 반복해서 이웃사람들에게 말하는 건 그가 신의 존재에 대한 불신으로 괴로워하고 있음이다. 그 이유는 나중에 알 수 있게 된다. 엄청난 트라우마를 겪고 어린 오누이를 양육하며 야구선수인 남동생과 함께 살면서 신에 대한 부정과 상실감으로 심적 고통을 견디고 있는 시간 중에 일종의 징조signs를 발견하게 되는 이야기다. 영화는 결국 그레이엄이 절대자 혹은 우리의 운명을 쥐고 있는 전지자에 대한 믿음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어두운 분위기로 일관하여 인내심을 갖고 봐야한다. 우리 삶에 우연이란 정말 없는 것일까. 전지자가 내린 어떤 신호를 무심히 지나친 적은 없는지. 그렇다면 삶을 움직이는 건 개인의 의지가 아니라 거대 의지의 손인가.


빌리 엘리어트 / 스티븐 달드리 / 2000

2008년 내가 본 서른일곱 번째 영화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 마리 백조로 날아오르기까지 11살 소년 빌리와 주변 어른들과의 이야기가 경쾌하다.
로얄발레학교에 입학하기 위한 인터뷰에서 왜 발레를 배우려고 하느냐는 질문에 빌리는 말한다. 그냥 좋아서요. 심드렁한 그 대답이 키워드인 것처럼 굳게 닫혀있던 빌리의 입술이 풀리며 그의 탭댄스처럼 경쾌하게 마음 깊은 곳에서 열정이 튀어나온다. "춤을 추면 온몸에 불이 붙은 것처럼 날아오를 것 같다"고 말하는 그의 눈은 진지하다. 그가 자라는 환경은 암담한 탄광촌에 파업이 한창인 때이지만 아직은 꿈을 꾸어도 충분한 어린 아들의 도약을 위해 자신의 의지를 접는 아버지와 형, 그리고 더 넓은 곳으로 가는 제자에게 눈물을 보이지 않는, 겉으로는 냉정한 발레선생의 표정이 인상 깊다. 현실에 무릎 꿇고 살고 있는 그들이지만 어린 꿈이 나래를 펼치게 해주려는 노력이 빌리의 천진난만하고 당돌한 모습과 함께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

출연/제이미 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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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9 09: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29 1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뽀송이 2008-03-29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빌리 엘리어트' 보고 싶군요.^^
저희 조카도 발레를 하고 있거든요.
님~ 오랜만에 들렀어요.^^;;
제가 바빠서 알라딘에 자주 못왔어요. 잘 지내시죠?

프레이야 2008-03-29 11:52   좋아요 0 | URL
바쁘시죠? 어른들은 괜찮으신지요?
건강을 보살펴드리느라 더 바쁘신건 아닌지요.
주말 잘 보내시구요. 3월이 가요~
빌리 엘리어트, 소문대로 좋은 영화에요.


라로 2008-03-29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에 글을 읽으면서 이번에 님께서 브랫과 쥴리아의 영화만 엄선해서 보셨나 했어요~.^^
님 올리신 영화들 저도 다 본 영화라 으쓱!왜???ㅎㅎㅎ
암튼 혜경님, 좋은 아침!

프레이야 2008-03-29 11:50   좋아요 0 | URL
호호 팔랑나비님, 좋은아침이야요~~~
브랫과 줄리아, 그러고보니 그리 됐네요.ㅎㅎ
저도 으쓱, 무조건요!!
주말 행복하게 보내세요^^

순오기 2008-03-29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 건 하나도 없고... 멕시칸과 빌리 엘리어트가 보고 싶어요. 난, 브랫 팬!^^

프레이야 2008-03-29 20:48   좋아요 0 | URL
브랫 저도 좋아요. 멕시칸에서 귀여워요^^
세븐에선 결말에 연민이 일죠.
오늘 여긴 비가 부슬부슬 내려요. 좀 춥기도 하구요.
편안한 토요일밤!

다락방 2008-03-29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앗. 오늘 올리신 영화는 [멕시칸] 말고는 다 제가 본 영화로군요. 특히 빌리 엘리어트는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영화예요. :)

빌리 엘리어트의 발레도 발레지만, 이것은 자아를 찾는 영화이기도 했어요. 빌리의 친구는 성 정체성 때문에 헤맸잖아요. 그런것도 참 좋았어요.

프레이야 2008-03-29 21:15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봄비 내리는 토요일밤이에요.
빌리~는 참 매력적인 영화에요, 그죠^^
멕시칸, 꽤 좋더군요. 줄리아와 브랫은 안 어울릴 것 같은 커플인데
귀엽게 매달리는 브랫의 캐릭터 때문인지 괜찮았어요. 전설과 현재의
이야기가 엇갈리면서 재미있는 이야기구도를 갖고 있더군요.
빌리의 친구, 마지막 장면에 딱 나와 객석에 앉아있잖아요.ㅎㅎ
맞아요. 성장영화로서의 의미!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성장 혹은
성숙한다는 의미로도요^^

토트 2008-03-30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제가 다 본 영화에요.ㅎㅎ
혜경님 영화평 좋아하는 저로서는 왠지 모르게 뿌듯한 기분이 드네요.^^;;;

프레이야 2008-03-30 07:15   좋아요 0 | URL
토트님 그래요? ㅎㅎ 저도 뿌듯~
일요일 아침이에요.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여긴 밤새 비가 와서 물방울이 맺혔어요.
 

 

열세 살 수아 / 김희정 / 2007

2008년 내가 본 서른두 번째 영화

 



 

썩 마음에 드는 영화였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생이 되는 수아를 주인공으로 지나쳐온 꿈과 상실과 잃어버린 것들과의 화해를 담는다. 서두르지 않고 감정을 조절하며 자분자분하게 이야기하는 영상과 세심하게 엿보는 심리가 따뜻하다.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지만 이물감이 들지 않고 조화롭다. 수아가 크나큰 마음의 아픔으로 담고 있었던 ‘상실’과 안녕하며 손을 흔드는 장면은 완만한 곡선을 따라 유유히 떠나오는 노란버스와 뒷걸음치듯 멀어져가는 아빠의 밀짚모자로, 한편의 시처럼 감동적이다. 훈풍이 귓불을 간질이는 느낌이랄까. 아잇적에 한번 쯤 가져봄직한 출생의 의혹이 소중하게 간직한 보물상자를 여는 순간 풀리기 시작한다. 갈등과 화해하면서 나 아닌 타인을 포용하고 성장하는 나날들 그리고 '떠나보내기'.  가수 김윤아의 매력적인 음성을 들을 수 있고 추상미와 이세영의 자연스러운 연기도 무척 좋다. 세침떼기, 깍쟁이 같았던 이세영이 이 영화에선 성숙한 변신을 했다.




조디악 / 데이비드 핀처 / 2006

2008년 내가 본 서른세 번째 영화



 

 

(영원한) 미제의 사건을 소재로 진실과의 끔찍한 숨바꼭질을 보여준다.
지문도 없애고 하나의 패턴도 없는 살인행각으로 세상을 조롱하는 일명 조디악과 그 실체를 잡으려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싸움을 한다. 조디악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사람들을 교란시키고 사람들의 삶을 우롱한다. 60년대 중후반에 시작하여 오랜 세월 이어지는 살인의 다큐멘터리 같은 인상. 긴 시간 심문을 하는 듯한 영화다. 이렇게 세상속으로 묻혀가는 진실이 얼마나 많을지. 그걸 좇아가는 자의 혼돈과 파멸이 섬뜩하다.

출연/ 제이크 질렌할(영화 속, 일명 저능아)




프리다 / 줄리 테이머 / 2002

2008년 내가 본 서른네 번째 영화

 



 

 

멕시코 초현실주의 화가 프리다 칼로를 소재로 한 전기영화
미국과 유럽(프랑스)에 대한 감추지 않는 혐오, 미국 산업주의에 잠시 빠진 디에고 리베라에 대한 질타, 고국과 토착문화에 대한 애착이 프리다를 더욱 아름다운 화가로 보이게 한다. 1910년의 멕시코혁명을 구체적으로 부각하지는 않고 티나 모도티와의 조우를 비롯해 혁명과 자유를 예찬하는 지식인들의 모임을 보여준다. 그녀의 몸을 부서지게 한 교통사고와 21살 연상의 디에고와의 격랑 같은 사랑, 그 무엇보다 프리다를 명명할 수 있는 건 그 무엇으로도 빼앗길 수 없었던 그녀의 열정.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를 바라는’ 외출, 그것은 지난한 고통과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을 견뎌온 예술가의 ‘행복을 바라는’ 죽음이었다. 혼자된 인간의 고뇌가 담겨있다‘고 그녀의 그림을 이해한 디에고 리베라의 말이 아니어도, 그녀가 남긴 수많은 자화상들은 피가 뚝뚝 흐르고 상처와 눈물로 얼룩진 생에 그녀의 진한 일자눈썹이 주는 느낌만큼이나 강인하고, 숨이 멎을 듯 슬프다.

출연/ 셀마 헤이엑




드리머 / 존 거틴스 / 2005

2008년 내가 본 서른다섯 번째 영화

 

 



 

 

임수정이 나왔던 ‘각설탕’을 떠올려준다. 그러나 감상이나 눈물은 빼고 스토리를 밝고 깔끔하게 이어간다. 결말은 뻔한 감동을 준비하라고 하는 것 같지만, 그다지 감동스럽다기보다 예상한 승리로 얻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 다코타 패닝의 깜찍하고 당돌한 연기가 돋보이지만 커트 러셀을 비롯한 나머지 배우들의 넘치지 않고 안정되어 보이는 연기도 좋다. 소냐도르는 ‘몽상가’를 뜻한다. 크레인 가의 삼대 몽상가들을 비유하기도 하지만 꿈을 이루었다는 점에서는 몽상을 뛰어넘었다 할 수 있는 실화소재의 영화.
'각설탕‘보다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아빠를 위해 달려서 우승해달라고 말하는 케일의 대사 때문이다. 다리가 부러져 6개월의 치유 끝에 재도전하는 유일한 암말, 소냐에게는 어쩌면 다시는 달릴 수 없을지도 모르는 위험을 안은 경기가 된다. 하지만 영화는 말보다 사람을 위주로 하고 있다. 말과 멕시칸 기수가 함께 호흡을 맞추고 훈련을 하는 과정이 나오지 않고 케일이 소냐를 정성껏 돌보는 장면 같은 것도 나오지 않아, 오직 아빠를 위해 소냐가 승리하기만을 바라는 아이의 심정으로만은 감동을 얻기 어렵다. 오랜만에 본 커트 러셀과 크리스 크리스토퍼슨이 반갑다.

 

 


집결호 / 펑 사오강 / 2007

2008년 내가 본 서른여섯 번째 영화

 

 

 

1948년 문하전투를 배경으로 시작한다. 퇴각나팔소리를 기다리며 국민당에 맞서 투혼을 발휘하는 47명의 대원들. 중대장 구지디(수수밭의 아들이란 뜻)는 자신의 청각이상으로 나팔소리를 듣지 못한 걸로 알고 대원 모두를 저승으로 보내고 혼자 생존한 자신에 대한 죄책감으로 전쟁 이후의 삶을 산다. 구지디에게 전쟁은 끝난 것이 아니라 진행중인 것만 같다. 영화는 빗발치는 포화를 리얼하게 화면에 담고 그 안에서 대원들 한 사람 한 사람을소개하듯 사람을 읽는다. 진짜 이야기는 전쟁이 끝나고 드러나면서 인간적인 갈등으로 괴로워했던 사람들과 소리 내지 못했던 고통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오해가 이해로 바뀌고 증오가 연민으로 바뀌며 뒤늦게 집결호가 울린다. 붉은 그 나팔이 하얀 바탕에 점으로 남는다. 생존하는 건 이념이 아니라 인간이다.

 

한국전쟁에 남한군으로 위장하고 참가한 장면이 잠시 나오는데 여기서 구지디는 프랑스제 대인지뢰를 밟은 동료를 차분하게 구하고 한쪽 눈을 잃는다. 미군탱크가 지나가며 강원도 횡성군으로 가는 길을 묻고 장난처럼 '우리보다 더 심각하다'며, 말을 더듬는 그들을 두고 지나간다. 지뢰를 밟아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이 요즘도 우리나라에 많다고 하는데 어이없는 불행을 겪고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하는 사람들의 억울함은 어떻게 책임을 지려는지. 155마일에 걸친 민통선 인근 마을에는현재 400명 가까운 발목 절단 민간인 지뢰 피해자가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간다고 한다.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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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2 0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8-03-22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세살 수아'는 우리 동네 영화관에 걸리지 않았던 영화.ㅠㅠ
'조디악'은 버논이 왔을 때 우리 애들이랑 같이 봤어요.
'드리머'는 민경이랑 봤던 영화라 우린 '각설탕'을 보지 않았죠.^^
'프리다''집결호'는 제목도 처음 들어요.ㅠㅠ 하지만 리뷰를 읽고 보고 싶은 영화네요.

프레이야 2008-03-22 10:45   좋아요 0 | URL
열세살 수아,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영화였어요. 티비에서 봤지요.
조디악,은 버논이랑 애들이랑 졸지 않던가요. 좀 긴 영화였는데 전 밤에 봐서
중간에 좀 졸듯말듯했지요.
드리머,는 밝고 상쾌한 영화였어요. 다코타 패닝의 대사가 어찌 깜찍하던지..^^
프리다,는 매혹적인 영화, 집결호는 묵직한 감동을 전하더군요.
순오기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2008-03-22 1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22 2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스탕 2008-03-23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생각하는 거지만 혜경님은 영화를 '보기'만 하시는게 아니고 '보고 읽기' 까지 하시는것 같아요.
전 영화 흐름 따라가기도 바쁘구만 혜경님은 몇 번씩 봐서 이번엔 이것을 주로 보고 다음엔 저것을 주로 보고 그 다음엔 고것을 주로보고..
이렇게 영화를 다각도로 보시는 시각이 참 부러워요..

프레이야 2008-03-24 09:32   좋아요 0 | URL
탕님 주말 잘 보내셨어요?
읽기,라는 말 참 좋아해요. 디비디영화읽기,라는 카테고리도
만들어두었는데 이렇게 짧게 되돌려보고 넘어가네요, 요샌.
칭찬말씀 고맙고 힘이 되어요^^
 

 

사마리아 / 김기덕 / 2004

2008년 내가 본 스물여섯 번째 영화



 

 

 

버림받은 사람, 죽은 마리아 또는 성녀를 뜻하는 ‘사마리아’가 영화에선 역설적으로  쓰인다.

바수밀다(관계한 남자는 모두 불교신자로 만든 인도의 창녀), 사마리아, 소나타,
3부로 나뉜다. 소나타의 의미는 잘 모르겠다. ‘나쁜 남자들’의 죄를 대속하듯

생의 유턴을 유도해주는 아버지(이얼 분)로 인해 사마리아 딸이 거듭나기를 희망하는

긍정적인 결말이 김기덕의 다른 작품과는 좀 달리 보인다. 

누가 그녀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창녀와 성녀의 차이는 속이 다 비치는 종이의 앞뒷장.




브리짓 존스의 일기 / 샤론 맥과이어 / 2001

2008년 내가 본 스물일곱 번째 영화

 

 


 

 

 

르네 젤위거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돋보인다.
'All by myself'를 온몸으로 부르는 브리짓은 노처녀의 대명사처럼 보이는데
우리사회 실제 노처녀들의 일기에 얼마만큼 근접할런 지는 의문이다.

눈이 펑펑 내리는 밤거리에서 콜린 퍼스의 롱코트 안에 안겨 입맞춤을 하는 그녀는 팬티바람이다.
판타지적인 동경이긴 하지만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영화.

지능적이지 못한 바람둥이 휴 그랜트와 '할 건 다하는' 점잖은 남자 콜린 퍼스의 싸움 장면이

웃음을 자아낸다.
Bridget Jones's Diary




브리짓 존스의 일기2(열정과 애정) / 비반 키드론 / 2004

2008년 내가 본 스물여덟 번째 영화

 

 

 

전편에 이어 3년 후에 나왔다. 이야기를 이어가지만 다소 억지상황이 연출된다.
태국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들이 거슬리고 여전한 노처녀 브리짓의 매력은 반감된 듯하다.
브리짓에게 내미는 아름다운 '그녀'의 고백은 충격이지만 안심과 기쁨이기도 한데..
낭만을 꿈꾸기엔 이미 늦은 나이가 되어버렸지만 꿈꾸어봄직한 환상으로 괜스레 흐뭇해진다.
'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 '가 브리짓의 마음을 대신한다.

휴 그랜트와 콜린 퍼스의 격투 장면은 2편에서 조금 더 심하게 이어지는데

나는 이 장면이 왜 그렇게 우스운지.. 유치하면서도.. 깔깔..

Bridget Jones : The Edge of Reason




Sin City / 프랭크 밀러, 로버트 로드리게즈 / 2005

2008년 내가 본 스물아홉 번째 영화

 



 

 

프랭크 밀러의 만화는 보지 않았지만 영화 ‘300’의 감독이 밀러의 만화를 거의 그대로
스크린에 재현했다고 한다. 흑백톤의 역동감이 넘치는 화면이 만화 스케치처럼 빠르게
지나가고 치명적인 빨강 혹은 역겨운 노랑으로 포인트를 준다. 화면에 솟구치는 노란 피가
빨간 피보다 훨씬 악취를 풍기는 듯하다. 부패와 욕망과 죄악이 뒹굴거리는 ‘씬 시티의
뒷골목에선 무엇이든 알 수 있다‘는 어느 의사(조쉬 하트넷 분)는 창녀에게 명함을 건넨다.
클라이브 오웬, 제시카 알바를 비롯해 화려한 캐스팅이 놀라운데 나이든 미키 루크는
특수분장을 하여 얼굴을 도무지 알아볼 수 없다.
거친 스트릿 파이터이지만 마음은 가장 순결하고 순수한 사나이, 그가 씬 시티에서
발을 붙일 수 없는 건 늙은 경찰(부루스 윌리스 분)가 그런 이유와 비슷하다.
스크림 영화제 수상경력의 로버트 로드리게즈는 이 영화로 B급 영화의 존재가치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엄마의 병문안을 오는 그 창녀의 겁먹은 순한 눈은 눈에 띄게 파란 색깔이었다.
폭력이 범람하는 도시에서 가장 성스러운 사람은 여신 같은 창녀 골디, 웬디 혹은 영리한 낸시...




사랑니 / 정지우 / 2005

2008년 내가 본 서른 번째 영화

 



 

‘해피엔드’의 정지우 감독 영화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영화였다.
이태성이나 정유미의 신선한 연기가 김정은의 어색한 연기가 주는 이물감을 누그러뜨려준다.

영어제목이 'Wisdom Teeth'가 아니라 'Blossom Again'임은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걸 잘 담아내고 있다. 사랑니의 통증을 느낄 때 꽃이 만발하는 걸 보고
기쁨을 동시에 느낀다. 18세에서 25세 사이에 나오는 사랑니가 어느 시기이든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고

불쑥 앓이를 시작하는 걸 불륜이라는 말로 재단하긴 어렵다?

 ‘사람이 사람을 때리는 거 그게 나쁜 거고 불륜이지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고 키스하고 싶은 건 나쁜 게 아니잖아‘ 라고 말하는 인영은 분명
너무 솔직하여 주변에서 본다면 낯선 인물이다. “지금 거짓말을 해야 할까, 마음에 있는
걸 그대로 이야기해야 할까, 잠시 망설여져.“ 라고 친구에게 말하는 그녀는 사랑스럽다.

첫사랑의 아픔과 추억, 그것은 기억 속에서 상당 부분 윤색되고 곡해되어 있지만
언젠가 불쑥 꽃을 피울 사랑의 좌표가 되기도 한다는 건 어느 정도 진실이다.
현재와 과거가 자주 교차하면서 영화는 인영의 기억과 소망의 언어로 이야기된다.
솔직하고 직설적인 대사와 과감한 설정이 소재이지만
‘밤에 잠을 자느라 듣지 못했을 수도 있는 빗소리’에 청각을 세우게 하는 이야기다.
불면의 밤을 보내는 사람이 있다면 불현듯 찾아온 사랑의 환청에 댓구해보는 것도...
벚꽃이 만발한 날, 17세 인영이 맹장수술 자국을 보여주는 남자는 누구?
반전이기도 하면서, 가장 속 깊은 사랑을 행하는 남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현재와 과거, 현실과 꿈의 경계가 위태위태하다. 그 떨림으로 살아가는 것이지만.
꽃! 세상 모든 꽃은 상처다. 상처가 아문 자국이다. 흉하지 않고, 너무 예쁜...

마지막 장면이 마음에 든다.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Memento Mori  / 김태용, 민규동 / 1999

2008년 내가 본 서른한 번째 영화

 


 

 

 

지금은 유명해진 여배우들의 9년 전 모습이 풋풋하다.
성숙한 여인의 분위기를 풍기는 효신은 국어시간에 즉흥시를 짓는다.

칠판엔 '시는 자유다'라고 씌여있고 가끔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효신은

거짓으로 덮인 세상에 대한 질타를 미친듯 시로 날리며 진실의 의미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키나 몸무게로 우리가 자랐다고 말할 수 있을까' 라는 효신의 말처럼, 공포보다 성장에 마음이 더 가는,

그래서 안쓰럽게 보듬어주고 싶은 여학생들의 이야기다. 그럼직한 소문만 무성하고 어느 누구도

진실을 말하지 않는 곳에서 소유와 집착이 사랑의 하위 단계라는 걸 아직은 깨닫지 못하는 미성숙한 그녀들과
유치함과 속됨의 중간 어디쯤에서 배회하는 그녀들이 죽음과도 같은 열병을 치르고
깨닫는 건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야기는 철저히 학교 안에서 벌어지고 학교 밖은 담지 않는다.

그런 여고생들의 이야기를 통해 어른들을 볼 수 있다. 물론 학교 안 어른들, 선생님들이다.

현실적으로 짊어지지 못할 사랑의 통증을 앓는 젊은 남자선생님과 전혀 이해의 폭이 없는

수학, 음악 선생님 그리고 알 거 다 아는 그녀들을 아이로만 보는 담임과 양호 선생님.

그녀들을 성장하게 하는 건 어른들의 몫이 아니다.

내내 장송곡처럼 들리는 ‘Memento Mori'는 그렇게 비틀거리며 넘어온 시절에 대한 추도시 같은 것.
죽음을 기억하라, 기억을 기억하라. 교환일기장으로 대변된 ‘나 혹은 우리'를 기억하라.

그러나 잃어버린 일기장은 돌아서는 시윤의 말처럼 '다시 쓰면 되는 것'이다.

오프닝 크래딧이 매혹적이다.
출연 / 김민선, 박예진, 이영진, 공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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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12 2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13 1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13 15: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8-03-12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영화에 대해 이야기 할까 하다가 씬시티를 보는 순간 무너져 내렸어요. 저는 개봉하자마자 극장에 가서 봤거든요. 여자 둘, 남자 하나가 봤는데 저 빼고 눈을 가리더군요. 흐음.

그 영화가 너무 좋았어요. 스트립댄서를 연기한 제시카 알바도, 흉측하게 변한 미키 루크도, 엽기적인 살인마로 변한 반지의 제왕 프로도도. 그리고 아, 정말 너무 좋은 브루스 윌리스도.

혜경님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듯한 영화인 것 같아요. 제게는 무척 좋았지만 말입니다. :)

프레이야 2008-03-12 23:55   좋아요 0 | URL
아, 맞아요. 프로도.^^ 소리없이 날래고 영리한, 추기경의 희생양이자 천재적 살인마.
첨엔 언뜻 해리포터 같기도 하더군요. 거칠고 난폭하고 구토가 날 지경이었지만
화면이 무척 독특해서 계속 끌려들어갔어요. 마지막에 조쉬 하트넷은 잠깐 ^^

2008-03-13 0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13 09: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13 0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13 1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뽀송이 2008-03-13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씬시티랑, 사랑니를 못 봤군요.
<씬시티> 한 번 찾아서 보고 싶은데요.^^
오늘은 날이 조금 흐립니다. 기분좋은 하루 보내셔요.^^

프레이야 2008-03-13 09:19   좋아요 0 | URL
뽀송이님, 밤엔 봄비가 올 것 같아요.
할 일들, 마음 쓰이는 것들 싹 해치우고 기분좋게 시작할게요^^
참, '사랑니'도 괜찮은 영화였어요. 그냥 지나칠뻔했던..
여고괴담2는 전 지나쳤던 영화였는데 김혜리의 '영화야 미안해'를 보고
보고싶어졌어요. 김혜리의 글이 묘하게 마음을 당기더군요. 글눈이 참 좋았어요.
님도 오늘 하루 마음 평안히 보내시길요^^

치니 2008-03-13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니, 여고괴담2 - 제가 본 영화들 중 강추하고픈 영화들이었는데...혜경님도 역시 좋아하셨군요. :)

프레이야 2008-03-13 11:20   좋아요 0 | URL
치니님, 와락~ ^^
사랑니는 해피엔드에서 섬뜩한 인상을 남긴 정지우의 영화라 절반은 믿고 봤어요.
구형세탁기와 드럼세탁기 앞에서 인영의 다른 얼굴, 꽃들, 파란색 지구본, 몸이 떠오르는 키스신,
기억이 되살아나 늦게야 핀 꽃, 안녕? 하고 다가오면 돌려보내기 어렵겠죠.^^
여고괴담2, 슬픈 이야기였어요. 내안의 집착이 무서워질 정도로요.

라로 2008-03-13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 제 성적이 너무 부진해요, 님은 벌서 31개나 보셨구나~.
음 전 몇개쥐????나도 함 세어봐야지..
26 넘기대만땅이요!!!ㅎㅎ

프레이야 2008-03-13 14:01   좋아요 0 | URL
히히 26!! 저도 두근두근이야요~~

2008-03-13 2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14 0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8-03-14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이 한주에 보는 영화가 많으니 장편으로 다 쓰기는 힘들겠군요.^^
짧은 영화보기지만 하고 싶은 말은 다 담긴 듯하군요.
여기서 제가 본 건, 사마리아와 브리짓 존스의 일기뿐!

프레이야 2008-03-14 01:19   좋아요 0 | URL
사마리아는 두 번 봤어요. 유명한 브리짓은 처음 봤구요.
2편의 르네젤위거는 더욱 살을 찌웠더군요. 그래도 다리는 날씬, 신기해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 홍상수 / 2004

2008년 내가 본 열아홉 번째 영화

 


 

 

저질(?)스러운 이야기를 고질(!)스럽게 하지 않는 식이다.

핑계도 많고 두려움도 많아 자기 안에 숨어들어가는 일에만 능통한 남자들이 등장,
홍상수 식의 찌질한 남자들이 그의 다른 영화에서와 비슷하게 등장한다.

몇번의 술자리, 복제된 여자와 섹스, 반복되는 말들...

그의 영화에 꼭 등장하는 여관보다 훨씬 누추한 좁고 더러운 여인숙, 그런 속내.

그들은 여자에게 자신의 미래를 한 번 다시 걸어볼까 말까 서성대다가 결국 도망친다.
자신들이 그렇게 뻐기는 미래에 대해서도 눈치만 보고 도망만 다닐 셈인가.
출연/ 유지태, 김태우, 성현아




거미숲 / 송일곤 / 2004

2008년 내가 본 스무번 째 영화



 

 

상당히 끌리는 영화였다. ‘식스센스’를 곧바로 눈치챌 수 있지만
기억의 혼란과 무의식을 사진과 숲을 통해 끌어내어 회복한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사진과 숲은 시간의 존재와 부재를 동시에 증명하며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죽은 영혼에게 위로의 손길을 내민다.

하지만 기억속의 트라우마가 결국 치유되지 못하였다는 점에서
거미숲은 견디기 힘든 진실을 보여주는 무서운 장소다. 모순되게도,
거미줄은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주인공에게 잠시나마 쾌유의 희망을 보여준다.
기억의 혼란과 재생, 상처와 회복 그리고 부활의 이야기가 색감이 뛰어난 영상에 담긴다.

충격적인 장면이 많아 강심장을 준비해야한다. 
감우성과 서정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나온다.
출연/ 감우성, 서정, 강경헌, 장현성




태풍태양 / 정재은 / 2005

2008년 내가 본 스물한 번째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의 정재은 감독이다.
한 번의 성공을 위해 수백 번 넘어진 사람들에게 바친다, 라는 문구가 엔딩크래딧에
남는다. 김강우의 반항적인 모습과 천정명과 온주완의 귀여운 모습이 좋다.
10대와 20대의 경계 그 어디쯤에서 서성이고 흔들대는 그들,
야심이 없어서 멋진 놈과 야심이 있지만 깨끗이 접고 좋아하는 것으로 즐길 줄
아는 놈, 그리고 '수백 번을 넘어지며' 세계대회에 참가한 ‘소요’(천정명)의 끈기에
박수를 보내는 영화다. 혼란과 치기의 시기, 성장과 도전은 그들의 방황에서 출발한다.
어그레시브 인라인 스케이트를 가져와 볼거리도 많다.
태풍이 부는 날 태양은 더 빛난다고!  영화 속 조이진이 했던 말인가.
출연/ 김강우, 천정명, 이천희, 조이진




밴디다스 / 조아킴 로닝, 에스펜 샌버그 / 2006

2008년 내가 본 스물두 번째 영화



 

 

 

19세기 중반 멕시코 어느 마을,

같은 점이라곤 도발적인 매력이 물씬 한다는 것밖에 없는 두 명의 여자가
은행강도로 나섰다. 멕시코 땅을 점령하고자 1페소 동전을 던져주고 농지를 뺏는
미국인들에게 은행강도로 거듭나 반격을 한다. 멕시코의 은행들이 뉴욕은행이
된 것이다. 실제로 절친한 친구 사이인 셀마 헤이엑과 페넬로페 크루즈,
두 명의 배우가 총질을 하고 고층 건물에서 줄을 타고 뛰어내리는 등 

액션장면들이 짜릿하다. 이제 좀 더 큰 유럽의 은행으로 떠나는 이들 머리위로

구름이 태평스럽다.

미국-멕시코 전쟁으로 미국이 그들의 땅을 점령했던 사건을 깔고 그들의 무자비함에

뒤늦게 총질을 날린다. 하지만 무겁다기보다 유쾌하게 볼 수 있다.

페넬로페 크루즈!  '빨간구두'에서 너무나 인상적이었던..




조용한 세상 / 조의석 / 2006

2008년 내가 본 스물세 번째 영화

 

 



 

 

다른 스릴러 영화에서 많이 본 장면 같은 부분이 있지만, 좀 다르다.
조용한 세상, 이라는 제목은 결말에 가서 의미를 알 수 있다.
사진작가 정호가 들고 나오는 라이카와 롤라이35 카메라가 눈에 띈다.
옆지기도 무척 좋아하는 기기다. 그가 담는 세상의 인물들은 모두 슬픈 눈을 하고 있다.
고교시절에 겪었던 놀라움과 충격 그리고 죄책감으로 마음의 문을 닫고 살지만
그가 보고 '듣는' 세상은 더욱 놀랍다.
사회의 폭력을 말하기 이전에 개인의 무관심과 비도덕을 꼬집는다.
우리는 보이는 것도 자주 놓치곤 하죠, 정호의 이 말이 기억에 남는다.
출연/ 김상경, 박용우, 한보배(아역인데 참하다)




안녕, 형아 / 임태형 / 2005

2008년 내가 본 스물네 번째 영화

 



 

 

난치병 아이들이 나오지만 슬프지만은 않게 이야기를 끌어간다.
박지빈은 좀 과장된 표정이 거슬리지만 귀엽긴 하다.
아이들의 눈에 초점을 두어 그들이 바라는 희망사항과 기도를 꿈처럼 그려내는 부분이

현실과 환상으로 조화된다. 명랑한 방식이다.

마치 ‘빅피쉬’에 나온 거인아저씨 같은 사람과 생명수를 등장시켜
아이들이 고난을 극복할 힘을 준다. 너무 동화적인가 싶기도 하다.

요즘 아이들이 이런 꿈을 꿀까 싶으니.

그러나 순수하고 건강한 아이들의 마음세계가 읽히기를 영화는 바라고 있는 것 같다.

작가의 주변 실제 이야기가 시나리오의 기초가 되었다고 한다.
엄마 역할의 배종옥과 오지혜의 얼굴이 기억에 남는다.
아이들 앞에선 눈물을 보일 수 없으니 병원 화장실 세면대에 물을 가득 받고
그곳에 얼굴을 담그고 울어보라고.. 그러면 눈이 붓지 않는다고..

아픈 사람의 마음은 아픈 사람이 알아준다.
“안녕, 형아”는 처음에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아이가 남긴 말이었다.





러브토크 / 이윤기 / 2005

 

2008년 내가 본 스물다섯 번째 영화

 

 

 

 

'노력하지 않으면 인간관계를 맺을 수 없는 도시'라고 이윤기 감독이 명명한 곳,

LA를 배경으로 세명의 남녀가 각각 외롭고도 쓰라린 내면의 풍경을 감추고 산다.

박희순의 답답한 캐릭터가 '세븐데이즈' 때와는 다르고 배종옥과 박진희의 연기도 좋다.

'여자, 정혜'에 이어 이 영화는 여자와 어머니의 관계를 설핏 드러내며 답을 찾아나간다.

쓸쓸하고 황량한 이야기들, 도망가려했지만 결국 제자리로 돌아와 돌파구를 찾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 그리고 어머니와 딸의 관계를 모색하는 사랑과 회유의 이야기.

 Love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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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향기 2008-03-04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은 시간까지 안 주무시고 영화에 대한 기억들을 풀어놓으셨군요^^ 짧지만 임팩트하게 여러편을 둘러보는것도 재미있네요~ 혜경님 덕분에 모르고 지나쳤던 영화에 대해 많이 얻고 갑니다^^

프레이야 2008-03-04 15:15   좋아요 0 | URL
책향기님, 지나간 영화들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어요.^^
3월이라 확실히 공기가 다르죠. 낮엔 제법 포근해요.
봄맞이 화사하게 하시기를요..

플레져 2008-03-04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희순 팬이어요 ^^
그가 연극무대에 설 때면 어김없이 달려가 맨 앞자리에서 보곤 했지요.
러브 토크의 배종옥 캐릭터보다 배종옥이 더 마음에 들었던 영화...ㅎ
케이블 티비에서 여자는 남자의...를 자주 방영하는데
그때마다 유지태가 어찌나 느물거리고 미운지 ㅎㅎ

프레이야 2008-03-04 20:27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제대로 답답한 인물이더군요, 러브토크에서는..
연기를 잘 한다는 말이죠.^^
배종옥, 참 갈수록 맘에 드는 배우에요.
유지태는 '가을로'에서보다 이 영화에서 훨씬 낫구요.
느물거리고 찌질하고.. 일부러 살을 찌웠다네요.
퉁퉁 불은 밉상같지 않던가요?^^
님 저 양면시계 아래 달린 추도 멋져요^^

뽀송이 2008-03-04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를 무척 좋아하시는 님~ 영화는 책과 달리 빠르게 흡수되어요.^^
<조용한 세상> 궁금하네요. 전 김상경도 괜찮더라고요.^^
오늘 제법 굵은 눈이 휘날리길래 쌓이려나 했는데 아쉬웠어요.^^;;
아이처럼 좋아라 했지 뭐예요. ㅎ ㅎ

프레이야 2008-03-04 21:41   좋아요 0 | URL
ㅎㅎ 큰아들 입학식은 잘 하고 오셨죠?
맛난 것 드셨어요? ^^ 눈발이 참 예뻤어요, 포근포근.. 살폿살폿..
김상경 저도 좋아해요. 극장전,에서와는 완전 다른 캐릭터에요.
올겨울 우리들의 첫눈 소식을 첨 알려준 뽀송이님 고마워요~~
근데 저기 첫사진의 성현아는 이상하게 다른 사람으로 보여요.
사진을 복사하여 옮기는 과정에서 완전 달라졌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