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 반 산트의 위대한 영화.  마흔이 되면서 자신의 적, 즉 프라이버시를 알리고 진정 자유로운 세계를 만든 그는 게이 인권운동가로서, 세번의 낙선 끝에 당선된 샌프란시스코 시의원으로서 8년간 엄청난 일을 해낸다.  그가 암살을 당하고 나서야 들을 수 있을 거라며 녹음된 육성을 시작으로 1970년으로 돌아가 그후 8년간의 치열한 이야기가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게이 인권운동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 희망의 문제, 장애인과 노인을 비롯한 모든 약자와 소외층의 문제라는 대목이 공감과 감동을 이끈다. "권력을 가진 게이"라는 그의 말이 실현되지 못하고 반대측 댄 화이트 의원에게 암살되지만 그는 당시'트윙키 변호'라는 대단한(?) 변호를 받고 5년 징역으로 끝난다. 통념과 편견의 벽은 결코 얕지도 무르지도 않다. 하비 밀크를 감동적으로 연기한 숀 팬과 그의 연인 가련한 잭, 밀크를 기다리다 목을 맨 그의 사랑을 어떻게 폄하할 수 있을까. 스콧과 통화하며, '이런 감정'을 놓치고 싶지 않다던 밀크는 인간에 대한 애정이 기본적으로 풍부한 인물이다. <푸른수염>의 어린 카트린느가 한 깜찍한 대사가 떠오른다. 동성애는 '서로 사랑하는 것'이라고... 동성애에 관한 책을 낭독하려고 골라두었는데 <레볼루셔너리 로드> 끝나고 나면 시작해야겠다. 

  

 

 끔찍한 살해의 기억과 그 이후의 삶이 재구성되다.  

 너무 동화적이거나 판타지적인 영상에 치우친 감이 있어 아쉽다. 죽은 이의 영혼이 가족의 삶과 사랑하는 사람의 삶을 온정으로 연대하게 하고 못다 이룬 꿈과 사랑은 묻어두고 가는 14살 소녀. 괴짜 할머니 수잔 서랜든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손녀와 딸을 사랑하고 취미에 골몰한 아빠, 책을 좋아하는 엄마, 매우 다정한 부부. 그리고 사랑에 눈을 뜨기엔 아직 모자라 보이는 여동생과 어린 남동생. 주인공과 이들 모두는 그녀의 죽음 이후 성장한다. 시간은 그렇게 사람을 키운다. 이들 모두의 삶과 이웃집 사이코패스의 삶이 죽은 이의 눈으로 그려지고 이전의 모습과는 달리 '진실'이 보인다.  황폐해보이는 옥수수밭 너른 땅과 쓰레기하치장은 판타지 세상과 상반되고, 앳된 얼굴의 주검들은 시들어가는 장미꽃송이로 환치되며 섬뜩하다. 어쩐지 공감을 자아내기엔 좀 부족한 듯한, 하지만 우리 주위에 일어나고 있고 또 가슴 아픈 이야기, 우리의 죽음과 생을 동시에 볼 수 있게 한다. 사랑하자, 그러니 사랑하자.

 

 사랑은 너무 복잡한 건 당연, 사실은 인생이 너무 복잡한 건 아닌지. 메릴 스트립의 변신은 도대체 어디까지일지 감탄만 나오는 영화. "당신은 나이가 매력이야"라는 말에 씨익 웃음지으며 좋아하는 그녀는 천생 여자다. 이혼하기 전의 생활이 꽤 힘들었을 거라는 암시가 군데군데 나오지만 지금의 그녀는 사업가로서, 엄마로서 행복해 보인다. 그러나 그 나이에 다시 찾아온 사랑의 감정 앞에서 그녀는 단호한 결단을 하는 것 같다. 초코 크로와상처럼 잘 빚어 모양을 만들고 적당한 시간 구워내야하는 게 또 인생일 것. 영화 속 그녀의 집과 베이커리 주방의 풍경이 아늑하고 따뜻하다. 정원과 채마밭도 밝고 긍정적인 그녀의 성품과 조화롭다. 그녀의 예비사위로 나오는 존 크라신스키는 <어웨이 위고>에서도 껑충하고 흐느적거리는 키에 유머러스하고 온정있는 얼굴과 말로 호감이더니 여기서도 비슷하다. 알렉 볼드윈과 마틴 쉰의 능청맞고 자연스러운 연기가 메릴 스트립과 함께 잘 어울린다. 썩 유쾌하다. 

  

 

사랑을 이어갈 수 있는 건, 사랑을 시작할 때의 그 순수한 기억을 지금도 잃지않아서도 아니고 그 사랑이 변함없어서도 아니라고 한다. 늘, 오늘도, 내일도, 우리는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기 때문이라고.  

사랑을 시작할 때의 그 모든 감정들... 의심과 불신, 유혹과 흡입, 매력과 마력, 젊음이라는 무기 앞에 초라해지는 중년의 여인은 그 모든 불안정한 감정들의 이름인 클로이와 갈등하고 사랑하고 이별한다. 그것은 젊은 시절 자신의 이름이었다. 이제 그녀는 클로이가 남긴 머리비녀 하나만으로 새로운 자신을 만들어나갈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은 모른다. 그렇게 보일 뿐. 상당히 매혹적인 영화다. 세 배우들의 연기 또한.^^ 

 나비님과 본 영화였는데... 오늘, 나비님 목소리가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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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4-14 0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래 두 개만 봤어요.
메릴 스트립은 그 나이에도 여전히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워요.
클로이는 좀 섬뜩했고요.

프레이야 2010-04-14 09:02   좋아요 0 | URL
그죠? 사랑스러운 메릴^^
클로이는 상당히 매력적이더군요. 영화 자체로도 배우들로도요.
오기언니 오늘도 걱정은 싹~ 날려버리고 씩씩하게요!

후애(厚愛) 2010-04-14 0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은 너무 복잡해> 이 영화 DVD 나오면 빌려 보려고요.
재미있을 것 같아요.^^

프레이야 2010-04-14 08:51   좋아요 0 | URL
네, 후애님 재미있어요.
산타 마이크랑 같이 보세용~

마녀고양이 2010-04-14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넷 중 하나도 못 봤어요,, 아하하.
아아 클로이 볼걸, 평행이론 대신에.... ㅡㅡ;;

프레이야 2010-04-14 08:54   좋아요 0 | URL
앗, 굿모닝!!
전 평행이론은 안 봤어요.ㅠ
클로이는 심리적으로 해석하면 꽤 흥미로운 해석이 나와요.
나이먹어가며 육체적으로 정서적으로 가족(남편,아들)으로부터 소외받는 느낌,
사회적으로도 밀려나는 느낌, 그 불안과 긴장을 멋지게 연기한 줄리아 무어도 참 좋더군요.

stella.K 2010-04-14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볼게 너무 많아요. 어떻게...앙앙~

프레이야 2010-04-14 22:55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에요. 다다 보고싶은데
그렇게 다 되지는 않지요.

자하(紫霞) 2010-04-14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러블리 본즈는 공포였어요~
주인공 소녀 목소리가 떠올라서리...

프레이야 2010-04-14 22:56   좋아요 0 | URL
공포스런 면이 많았어요.
그 범인 역을 하던 배우, 정말 섬뜩하더군요.

Tomek 2010-04-15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게이 감독의 일생의 프로젝트 <밀크>와 <천상의 피조물들>을 만들었던 피터 잭슨의 과욕인 <러블리 본즈>. 뭐 딱잘라서 말하긴 힘들지만, 전 좋았던 것 같아요.

특히 <러블리 본즈>는 평범한 감독의 걸작보다 비범한 감독의 평작이 더 뛰어나다는 속설을 입증시킨 경우가 아닐런지. ^.^;

프레이야 2010-04-15 19:15   좋아요 0 | URL
러블리본즈, 참 독특한 느낌이었어요.
주인공 여자아이의 그 애절하고 순수한 눈빛도 잊히지 않고요.
비범한 감독의 평작이 더 뛰어나다는 속설, 맞는 것 같네요.^^


302moon 2010-04-15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의 두 영화, [밀크]와 [러블리 본즈] 끌리네요.
알라디너들과 단체로 관람하고 싶다는,
문득 그런 생각을 했어요. ^^

프레이야 2010-04-15 23:13   좋아요 0 | URL
가까운 데 살면 같이 봐도 좋을텐데요.^^
밀크, 강추에요.

같은하늘 2010-04-16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도 못 본 영화들이라 할말이...
앞으로 개봉하는 영화중에는 본 영화가 조금은 있을듯 해요.^^

프레이야 2010-04-16 19:32   좋아요 0 | URL
네네, 의형제 후속을 기대할게요.ㅎㅎ
자유시간 많이 가지세요^^

2010-04-17 0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17 2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리적 나이를 먹는다고 모두 성숙된 인간이 되는 건 아니라는 사실. 우리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고 오만함을 저지른다. 우리 자신이 리틀 칠드런인 줄 모르고...  

보수적 보스턴 중산층의 마을에서 일어나는 소소하지만 의미심장한 사건들이 다층의 인물들로 엮이는데, 그 중심에 놀이터와 세라(케이트 윈슬렛)가 있다. 행복한 삶에 대한 꿈(이 있었다면)은 잔잔한, 행복한 것 같은 삶에 의해 좌초되고 부족함 없어 보이는 일상이 주는 외로움과 '다른 삶에 대한 갈망'으로 세라는 일탈을 행한다. 비슷한 감정의 남자는 '거의 성공할 뻔'하고 그녀 또한 급작스런 계기로 일상으로 돌아가는데...  의외의 결말이 주는 서늘함이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야하는가를 말해주는듯. 서로 존재 자체를 보살피며 살아야 되는 것. 사랑받지 못하여,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여 외롭고 불안한 심리를 표정과 온몸으로 보여준 케이트 윈슬렛의 연기가 특히 인상적. 유아성도착증 남자의 연기도 오싹. 제니퍼 코넬리는 상대적으로 약한 비중이다.

 

 영화에 비해 포스터가 마음에 안 든다. 너무 저렴하게 보여.  

"사람은 누구나 마음이 원하는 것을 본다. 네가 요즘 보고 있는 것은 무엇이냐?"  

단원이 제자 신윤복에게 하는 말이다.  물론 모든 설정은 영화적 상상이지만... 여성의 재능이 홀대받고 아름다움을 보고 그리려는 예술가적 마음과 작품조차 폄하되는데... 혜원의 작품집이 빠르게 지나가는 장면과 화려한 색상의 천들을 휘감으며 서로 애정의 장난을 치는 장면이 좋다. 새삼 김민선의 선이 참 곱다.

 

 

 "수정씨 맞죠?" 

"네, 전 수정이에요. 제 이름은 수정이에요."  

고 이은주가 이 대사를 특유한 허스키한 큰소리로 말할 때 영화는 정점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사랑한다고 생각할 때, '수정'을 사랑하는 것일까, 아니면 '수정'이라고 생각하는 어떤 대상을 사랑하는 것일까. 그 대상이 수정이 아니라 '수정'임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대사와 내용에 집중하게 하려고 의도적 흑백촬영. 반복, 우연과 의도 사이, 형식미와 여백의 미! 이 영화 촬영 중 이은주는 스물한번째 생일을 맞이했다고 한다. 영화는 아무리 사소한 표현에도 동기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 홍상수 감독.

 

 "내가 무섭지 않느냐?" - "무섭지 않아요. 드러나지 않는 악의가 훨씬 무섭지요."    

상처를 입은 듯한 푸른수염과 언니보다 눈에 덜 띄는 동생 카트린느. 카트린느 브레야 감독의 영화는 여러모로 상당히 매력적이다. 자신의 어린시절 모습을 투영한 카트린느, 영화 속 샤를페로의 원작 이야기와 언니에게 동화를 읽어주는 깜찍한 어린 동생 카트린느의 이야기 두 축이 교차하며 80분이 펼쳐진다. 상징적인 대사와 장면들 모두 놓칠 수 없다. 어린배우들의 연기 압권.  언니, 어른, 부자, 힘 있는 자에 대한 반항과 승리. 인간의 욕망, 자매간의 질투와 애증, 그 무서운 실체가 눈앞에서 그려질 때 보는 이는 섬뜩하다. 푸른수염에게 경고 하나! 사랑하는 사람을 절대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라! 화를 불러온다.   

 

 1938년 인도의 과부들이 수행을 빙자하여 갇혀사는 곳, 아쉬람. 2천년 전의 힌두교 마누법전에 때라 지금도 인도의 과부들은 사회, 경제, 문화의 빈곤 속에서 산다고 한다.  

영화 속 갠지즈 강의 풍광이 현실의 풍경과는 다를 수 있어도, 아름답다. 8살 과부 쭈이야와 브라만 과부 사쿤탈라, 이곳에서도 먹고살기 위해 하는 일은 신도 아무 말 안 한다는 합리화로 매춘을 강요받는 여인, 어떠한 생의 선택도 스스로 할 수 없고 주어진 삶을 살 수밖에 없는 그녀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진리가 신이라고 말하는 간디, 그가 탄 기차에 어린 쭈이야를 넘겨주고 고단한 얼굴로 뒤를 돌아보는 사쿤탈라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의 욕망을 끊는 게 해탈이라고 한다면 저는 해탈을 하지 못했어요."  단지 단과자를 먹고 싶고 죽은 아이를 보고 싶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싶은 욕망이 가련하다.  

 

 "편견은 판단이 빨라요." 

베라 파미가, 무척 매력적이다. 

어떤 삶을 살든 자신만의 마일리지를 쌓아가고 있는 우리는 그것을 나눠줄 수 있을 때 행복이 배가될 것이다. 산뜻하고 속도감있게 전개되는, 꽤 도회적인 장면들이 좋다. 해고를 권유(?)받는 사람들의 리얼한 표정과 태도, 인간적인 면으로 설득되는 그들과 인생 2라운드의 또다른 삶에 대한 선택과 희망. 타인을 위로함으로써 자신을 위로하는 우리. 지금 우리의 마일리지는 어떻게 쌓여가고 있을까. 내가 타고 있는 비행기가 어디서든 최고! 특히나 세련된 오프닝과 엔딩, 구름위에 기분이 뜨는 것 같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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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1 1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0-04-11 16:48   좋아요 0 | URL
저도저도 미스트리스요!
강렬하더군요. 멈출 수 없는 그 욕망이요.
'푸른수염'에서 카트린느는 호기심을 멈출 수 없었다고 고백해요.
하지만 푸른수염의, 시험에 들게하고픈 욕망, 사랑을 확인하고픈 욕망이
더 강렬했어요. 그것이 파국을 초래할지도 모르는데 멈출 수가 없었어요.
그게 왜 그럴까 싶었더니, 님 말씀대로 사랑을 받는 건 실감과 확신을
안겨주지만 주는 건 보이지 않기 때문이었군요. 그래요^^
더 많이 주는 사람이 약자인 거지요. 오히려 푸른수염이 불쌍해요.
오늘 연극 잘 보고 오세요. 후기도요^^

마녀고양이 2010-04-11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서 본 영화가 미인도 밖에 없어여,, 호홋.
세상에는 왜이리 미지의 책과 영화가 많을까요... 끄응.
거기다 왜 저는 이리도 욕심이 많을까요! ^^

프레이야 2010-04-11 16:56   좋아요 0 | URL
욕심이요? ㅎㅎ
전 그런 마녀고양이님이 좋아요~~
욕심은 아니고 의욕이고 열정이겠지요.

노이에자이트 2010-04-11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몇년 지나면 청소년들은 이은주를 모르게 될 겁니다.저번에 오락프로그램을 봤는데 퀴즈대결에서 30대 초반의 연예인들이 조경환씨 사진을 보고 누군지 모르더라구요.드라마 '올인'에도 나왔는데 그 드라마를 생각하면 사람들은 송혜교,이병헌,박솔미,지성만 떠올리지요.뭐 그렇게 해서 세월은 가는 거지요.

프레이야 2010-04-11 16:51   좋아요 0 | URL
정말 그렇겠지요.
올인, 참 재미있게 본 드라마였어요.
이은주가 살았으면 서른쯤이겠네요.
오,수정,의 이은주는 참 잘 어울리고 풋풋해요.

춤추는인생. 2010-04-11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수정 참 좋아요 프레이야님. 특히 이은주의 특유의 비음이 이영화의 맛을 더 살려주는것같아요. 남자와 여자. 언젠가 이창동 감독이 한말씀. 남자는 여자를 가지려고 하는것에서 부터 여러가지 감정이 붙으면서 사랑이 시작되고 여자는 남자와 반대로 그 공포로부터 사랑의 감정이 시작된다 라고 한적이 있는데. 저는 이런 부분을 홍상수감독이 가장 극대화하여 보여주고 있지 않나해요. 홍상수를 정말 열광한적이 있었는데. 잘 알지도 못하면서를 보면서 쪼금 시들어졌네요. 생활의 발견. 저 그거 아주 최고로 좋아했거든요.
오늘은 아무할일이 없는 주말이예요. 편안하고 살짝 권태롭기도 하지만, 이기분 즐길래요. 님두요^^

프레이야 2010-04-11 16:55   좋아요 0 | URL
목소리를 높이면 특히 갈라지는 듯한 비음이 나오죠.
그 목소리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던데 전 그녀의 그런 목소리가
그녀를 잘 말해주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감독의 그말은 참 공감되네요.
저도 오늘 하루종일 감기로 계속 누워 쉬고 있어요.
아무것도 하지않고 편안하게 권태로운 시간, 괜찮지않나요?^^
좀있으면 해거름이에요. 님, 행복한 시간 되어요.

무스탕 2010-04-11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수정]은 저도 다시 보고 싶은 영화에요. 제가 '수정'이거든요 :)
ㅎㅎㅎㅎ

프레이야 2010-04-11 18:55   좋아요 0 | URL
오마낫, 무스탕님요?
오!수정, 수정씨~~~

노이에자이트 2010-04-11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수정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게 얼어붙은 호수에서 얼음지치는 장면이었어요.저는 이상하게도 그 장면을 떠올리면 정보석,이은주 두 사람이 호남출신이니 대사를 호남사투리로 했다면 어땠을까...하고 생각해 봅니다.

프레이야 2010-04-12 07:17   좋아요 0 | URL
그 장면, 순수해보이는 장면이에요.
장갑을 주고 받으며 감정을 밀고 당기던 장면보다 덜 의도적으로 보이고요.
호남사투리로 했다면 재미날 것 같네요.^^

후애(厚愛) 2010-04-12 0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인도> 보고 싶은 영화였는데... 나중에 기회가 오면 볼 겁니다. ㅋㅋㅋ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프레이야 2010-04-12 07:18   좋아요 0 | URL
디비디로^^
티비 유선영화관에서 종종 해요.ㅎ
오늘아침 비가 올 듯 잔뜩 흐려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카스피 2010-04-12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수정이 이은주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하더군요.참 좋은 여배운데 아쉽게 생을 마감했더군요.

순오기 2010-04-13 00:06   좋아요 0 | URL
오 수정이 주홍글씨보다 먼저 찍은 작품일걸요.
그러니까 마지막 작품은 주홍글씨가 아닐지...

프레이야 2010-04-13 08:56   좋아요 0 | URL
아핫~ 순오기님 말씀이 맞을걸요.
카스피님도 이은주 좋아하세요?
그녀가 죽음으로 끝나지 않는 영화가 '오, 수정'이라 이 영화가
더 기억나는 것 같아요. '하얀방'이라는 이상한 영화도 우연히
봤는데 거기서도 죽더군요.ㅠ

순오기 2010-04-13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수정과 미인도만 봤네요.
오 수정은 TV에서 봤는데 좀 지루했어요.
'수정이 맞지, 수정이 맞지'ㅋㅋㅋ

자하(紫霞) 2010-04-13 08:35   좋아요 0 | URL
저희어머니께서도 이은주좋아하셨는데
오 수정은 별로였다 하시더군요^^

프레이야 2010-04-13 08:57   좋아요 0 | URL
홍감독 영화는 대사에 집중하지 않으면 좀 지루하게 느껴져요.
근데 느물거리는 감정과 서로 밀고당기는 그런 유치한(!)감정을
대사로 포착해내는 순간들 때문에 맛이 있구요.
수정이 맞지? 네, 저는 수정이에요.ㅋ

프레이야 2010-04-13 08:58   좋아요 0 | URL
앗, 베리님 올만에요. 잘 지내시나요?
여긴 잔뜩 흐려요. 아직도 좀 쌀쌀하구요.
감기조심요!!

Tomek 2010-04-15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수정> 좋아요. 가공된 기억과 기억의 충돌. 소설적인 이야기를 펼치면서도 영화적인 영화를 만드는 홍상수 감독. ^.^;

프레이야 2010-04-15 19:18   좋아요 0 | URL
홍감독의 영화는 늘 비슷한 형식미를 갖추고
비슷하게 찌질한 인간군상이 나오지만
그게 참 사람을 끄는 맛이 있어요.
편안하게 풀어진 듯하지만 긴장감있는 대사에 집중해야하구요.
 

 

부덴부르크가의 사람들 / 하인리히 브레로어 감독/ 2008    

 

가까운 예술관에서 천원상영회를 가끔 하는데 이번엔 토마스 만의 노벨상 수상작을 원작으로 한 '부덴부르크가의 사람들'이다. 저녁 8시에 시작해서 좋은 자리에 앉기 위해 좀 일찍 가서 표를 사고 줄을 서서 기다렸다. 귤 한 상자를 마음대로 드세요,라며 풀어놓았다. 새콤달콤^^ 그곳 직원이 15분 정도 영화 설명 잠시 곁들이고 경품 추첨하고.. 제10회 메가박스 유럽영화제 개막작이고 국내에선 11월6일 여기서 첫상영하는 거라고..  뿌듯~ 그리고 기대!

3시간 조금 모자라는 상영시간에 긴 가족사이지만 전혀 지루한 줄 몰랐다. 배우들의 묵직한 연기가 아름다운 서정과 풍경에 잘 어우러졌다. 귀족들의 풍속을 보여주는 장면, 귀부인들의 드레스, 군복 등 복식을 보는 재미도 있다. 아버지 역할의 아민 뮬러-스탈은 익히 '뮤직박스'에서 제시카 랭과 함께 인상깊은 배우이고 '천사와 악마'에서도 사제로 나왔던가 그렇다. '단지 유령일 뿐'에서 에피소드  한 편 중 여주인공의 친구로 나왔던 제시카 슈바르츠가 이 영화에서는 중요한 배역이다. 부덴부르크가의 딸(토니)인데 가문을 위해 자신의 행복을 포기하고 희생하면서도 자존감과 가족애 또한 풍부한, 강인하고 사랑스러운 여인이다. 그리고 화려한 가족사의 아웃사이더로 끝까지 방관자이길 자처하는 둘째아들 크리스챤 역할의 오거스트 디엘은 역시 '단지 유령일 뿐'에서 냉소적인 젊은이로 나왔다. 차가운 관계로 지내고 있는 동반자와의 여행을 통해 삶의 의미와 온기를 찾아가는 남자였다. 이 영화에서 크리스찬은 가문의 영광에서는 밀려났지만 사람이 진정 행복할 수 있기 위해 필요한, 가장 인간적인 솔직함을 드러내고 싶어한다. 하지만 방종과 무책임으로 일관하는 아들로 인식되어 장남 토마스와는 대조된다. 형제끼리는 미워도 말로 드러내선 안 된다,라고 가르치는 어머니의 말이 무색하게 시기 질투와 증오의 감정은 어릴 적 함께 뛰어놀았던 형제간에도 넘을 수 없는 벽을 만들어버렸다.  

1835년 독일의 뤼벡, 길거리에서 철없이 장난치고 노는 삼남매를 비추며 시작한다. '격변과 격동의 시대'라는 자막과 함께 영화는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예고한다. 부덴부르크가는 일찌기 선조들이 맺은 한자동맹의 정신을 이어가며 자유정신을 숭상하는 상인집안이다.  1834년 프로이센을 중심으로 맺은 관세동맹은 자유무역이 성행하게 하고 훗날 독일재통일에 한몫하게 된다. 진정한 의미의 공화국을 염원하는 시민들의 봉기, 계급차별과 편견에 대한 평민계급의 반감이 배경에 흐르고 나중에 프랑스전쟁(1870-1871)에서 이겼다는 말이 아버지의 입으로 잠시 언급되어 그야말로 격변의 시기를 관통한 가족사를 보여준다. 영화는 가족사에 훨씬 비중을 두고 있다. 인물들은 자본주의 물질 숭상의 시대가 요구하는 냉혹하고 천박한 욕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들의 허영이 또다른 불행을 불러오게 될 줄 알지 못한다.

영사관이기도 한 아버지 Jean은 침착함과 예지를 겸비한 인물로 보수적이지만 현실주의자적인 가치관을 고수한다. "나의 행복을 위해서만 살아야한다는 생각을 버려라. 내 선조가 없고는 내가 있을 수 없다." 고 사랑없는 결혼을 거부하는 딸에게 충고하는 그도 '내 생애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첫여인과 살았던 1년간이었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규율과 균형을 소중히 여기는 부덴부르크가에서 그는 역시 가족의 정신적 지주답게 지금의 아내를 '신의 선물'이라고 여기고 가정과 가업에 충실하다.   

영화는 오랜 세월을 흘러가며 한 집안의 영락성쇠를 보여준다. 영사관이 된 큰오빠에게 지금이 전성기라고 격려하는 토니에게 "곧 꺼지려고 하는 별이 가장 강한 빛을 발한다. " 고 자조적인 목소리로 뇌까리는 토마스. 인생의 절정기에 올라선 장남 토마스는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동생 토니에게 미래를 예감하는 듯한 말을 한다. 수평선을 붉게 물들이며 바다 저 아래로 꺼져가는 해가 그토록 강렬하게 타오르는 까닭도, 매미가 여름 한 철 지독스레 울어대는 까닭도 그런 것. 영화는 죽음을 연이어 보여주면서 죽음은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야할 자연스러운 것이라 말한다. 장남으로서의 책임감에 짓눌려 가업에 충실했고 삶의 소소한 재미와 식구들에게 베풀어야할 애정보다 가업과 명예에 더욱 자신을 쏟아부으며 살아온 토마스. 생의 허무함과 상실감으로 고통스럽던 어느 날,  치과에서 썩은 이를 뽑고도 뿌리가 뽑히지 않아 지렛대를 박고 네 번을 돌려서야 그 뿌리를 뽑은 그는 길에서 급작스러운 죽음을 맞는다. 쇼크사였을까. 여태껏 자신을 지탱해온 것들에 대한 회의감이 밀려오자 모든 게 일순간 무너졌던 것일까. 뿌리! 핏줄, 가족. 쉽게 뽑히지도 않고 썩어서 뽑으려면 아프고아픈 것이다. 상인의 기질보다 예술가적 기질을 타고난 토마스의 유일한 아들 하노가 열다섯 살에 티푸스에 걸려 죽음을 맞는 장면에서 이들 가문의 족보에는 가로줄이 그인다. 하노가 장난처럼, 예언처럼 연필로 이미 그곳에 그어놓은 것처럼.

내일 죽을 듯이 오늘을 살라고 한다. 받아들이기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는 말이다. 어느쪽을 선택할지는 자신에게 달렸다. 우리는 순간에도 늘 크고 작은 선택을 해야하고 그 선택의 결과 또한 스스로 책임지고 살아야한다. 하지만 어떤 선택이 잘 못 되었음을 감지하고도 그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있다. 명분은 자신의 가치관에 달려있겠지만 모두 그렇다고 말할 수도 없다. 선택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할 각오를 해야겠지만 의무에 충실한 사람에게 반드시 긍정적인 대가가 치뤄진다고도 말할 수 없다. 알면서도 가야하는 길이 있고 몰라서 못 가는 길도 있지만 모두 운명의 수레바퀴가 굴리는 것. 진부한 생각이고 진부한 표현이 되어버렸다. 운명은 순종하는 자는 데리고 가고 거스르려고 하는 자는 끌고서라도 간다, 는 이병주의 '소설 알렉산드리아' 중의 구절이 떠오른다.

영화 속 부덴부르크가의 중심에서 모든 인물들을 끌고 가며 중심과 주변에 적절히 서 있는 인물은 딸 토니다. 상당히 매력적인 캐릭터인데 연기에 비해 얼굴에서 풍기는 이미지는 좀 모자라는 듯했다. 내적 균형과 깊은 애정, 자존감과 현실감각도 잃지 않는 '보석'(마지막 장면, 경쟁자 집안의 남자가 하는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왔던 곳으로 다시 돌아간다. 상인집안에 기질적으로 적응하지 못했던, 또하나의 불행한 여인, 토마스의 예술가 아내 게르다의 말처럼 말이다. 화려한 부덴부르크 집안은 텅 비고 바람만 휑하다. 진정 사랑했던 사람을 선택하지 못하고 두번의 결혼에 실패한 딸 토니는 어떤 삶을 살아갈까, 여운을 남기고 긴 영화는 끝이 난다. 아마도 그녀답게 좀더 괜찮은 선택을 하며 살아가지 않을까. 우리네 가족사도 이렇게 3시간 정도로 축소한다면 어떤 이야기들로 엮일지. 가장 사랑하는, 그런만큼 가장 상처 입기도 상처 주기도 쉬운 대상, 화해와 용서로 살아갈 날이 그리 많이 남아있진 않을 텐데, 우리는 대개 우유부단하고 냉정하고 용기가 없다. 용렬하기도 하다. 사랑한다는 말은 아직도 못했고, 죽음은 어느 날 밤 번개치듯 덮칠 수 있는 것인데..

 

부덴부르크가의 사람들 포토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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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11-09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원 상영회와 귤 한상자라니, 듣기만 해도 좋군요.
주말은 잘 보내셨어요?

프레이야 2009-11-09 12:47   좋아요 0 | URL
만치님, 주말 잘 보내셨어요?
여긴 어제 비가 제법 왔어요. 가을가뭄이 심하다고 하던데 좋은일에요.
빗소리가 듣기 좋았어요. 전에 우리 함께 갔던 그 극장이에요.^^

무스탕 2009-11-09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훈훈한 영화 관람이 되셨겠어요.
요금도 착해, 서비스도 좋아, 영화도 마음에 들어.. ^^

프레이야 2009-11-09 18:16   좋아요 0 | URL
네 훈훈했어요.ㅎㅎ 귤도 맛났구요.
인생의 허무함이 느껴지는 영화였지만 허무하다는 말 자체가 공허한 소리가 아닐지..
그저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것, 그 자체에서 안식을 찾을 일..
우리가 온 곳으로 돌아가는 일만 남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카스피 2009-11-09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책으로 읽으려다 그 두께에 짖눌려 읽지 못한 책이군요 ㅜ.ㅜ;;;

프레이야 2009-11-09 21:52   좋아요 0 | URL
저도 원작은 읽지 못했어요.
민음사에서 두 권으로 나와있던데 꽤 지루하게 읽히는가 봐요.
영화는 좋았답니니다.^^

꿈꾸는섬 2009-11-10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정말 부러워요.

프레이야 2009-11-10 07:57   좋아요 0 | URL
섬님 굿모닝!
가까운 곳에 늘 괜찮은 영화가 걸려있어서 좋아요.^^

후애(厚愛) 2009-11-10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천원 상영회보다 귤 한상자에...ㅎㅎ
먹고 싶네요.^^ ㅋㅋ

프레이야 2009-11-10 11:16   좋아요 0 | URL
ㅎㅎ 한 상자 다 먹은 건 아니라구용~

같은하늘 2009-11-12 0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동네 사시는군요.ㅎㅎㅎ

프레이야 2009-11-12 19:23   좋아요 0 | URL
호호호~ 네네 좋아요.^^
 

 

 

벼랑 위의 포뇨 / 미야자키 하야오 / 2008

 

 작은딸이 저번 주에 보러가자고 한 건데 못가고 어제 봤다.

포뇨,는 고무공을 만질 때 느껴지는 탱탱한 느낌을 나타내는 일본어 감탄사라고 한다.
이 이름이 포뇨한테 참 잘 어울린다. 귀엽고 통통 튀는 외모에 모험심 강하고 적극적이며 호기심도 많은 여자아이다. 아니 물고기인데 강렬히 바라니 그렇게 된다는 설정이다.  


배경의 색감이 우선 마음에 들었다.
색연필로 세심하게 그린 느낌으로 중간색을 이용하여 안정감 있고 온화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일일이 손으로 그렸다는 건 나중에 알았다. 세 할머니를 등장시키는 양로원의 나른한 풍경에서도 부드럽고 따스한 느낌의 배경을 선사한다. 그러나 바다로 가면 강렬하고 생명력 넘치는 성격을 부여하기 위해 색이 조금 진해진다.  

 

 

여기서 인간은 바다의 생명을 앗아가는 나쁜 종족이고 포뇨의 아빠는 그래서 인간의 삶을 버리고 바다의 생명에 속해 살아가는 삶을 선택했다. 바다와 함께 낳은 딸 포뇨와 수많은 제2의 포뇨들, 여신처럼 아름답고 거스를 수 없는 힘을 지닌 아내(포뇨의 엄마) 앞에서 그는 자신의 소신을 꺾는다. 인간을 혐오하는 그와는 달리 인간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포뇨와 포뇨의 뜻을 밀어주기를 원하는 아내의 말을 받아들인다. 갈등이 없는 포뇨와는 달리 포뇨 아빠는 아이의 미래를 위해 갈등이 심각하다. 그러나 바다의 신이기도 한 아내의 뜻에 따라, 바다의 생명을 앗아가는 인간에게 바다의 무한한 아량을 보여줌으로써 더 무서운 경종이 된다. 파도를 부르는 포뇨 아빠의 무섭지만 어딘지 침울해 보이는 표정과 집어삼킬 듯 포효하는 파도의 격랑도 인상적이다. 파도에 눈이 달려있다. 살아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바다를 하나의 생명체로 만들어놓은 것이다. 그럼에도 감독은 지극히 인간의 입장을 우위에 두는 듯하다. 어려움을 이기고 자연에 도전하려는 모험심과 자연의 힘을 이용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그린다. 색소덩어리 햄을 맛있어하는 포뇨는 그래도 귀엽다.  



  

 

 가장 마음에 드는 인물은 포뇨가 좋아한 남자아이 소스케의 엄마, 리사다. 더없이 씩씩하고 솔직하고 올바르고 자기감정에 충실하면서도 사랑이 많은 여자. 파도가 심해 벼랑 위의 집까지 가기가 어려울 거라고 모두 만류하는데도 차를 몰고 구부러진 비탈길을 달려가는 장면은 짜릿하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벼랑 위의 집은 거친 바다를 지나는 배들에게 등대와도 같은 곳. 소스케의 아빠이자 남편이 그곳의 빛을 보고 가족의 온기를 느껴야하는 곳이기도 하다. 베란다 통유리 밖으로 보이는 시커먼 바다와 노란 불빛과 부호로 주고받는 마음의 말. 이 모든 게 마법같기도 한 공간 속에 있다.  

 

다섯 살 소스케는 모스부호도 잘 알고 배려심이 깊고 온화한 아이다. 포뇨가 충분히 좋아할 만한 아이이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오며 모른 척 하고 작은딸에게 물었다. 

 “그런데 아빠가 그렇게 싫어하는데도 포뇨는 왜 그렇게 사람이 되고 싶어 했을까?” 
 “그야 소스케가 좋으니까 그렇지. 같이 살고 싶어서.”

포뇨 포뇨 포뇨 아기물고기... 흥얼거리며...

통통한 종아리와 탱탱한 볼, 성우의 목소리도 어찌나 귀엽던지.   

그런데 그 커다란 통에 든 팝콘이 온데간데 없네. 그걸 다 먹었니.. ^^

 

 

 

 

- 2009년 내가 본 네번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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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9-01-19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포뇨 너무 좋아요. 보고 나와서 저도 한참 기분이 좋더라고요. 포뇨포뇨포뇨~
포뇨가 물양동이 안에서 꿈틀꿈틀대면서 포뇨~ 좋아~ 소스케~ 좋아~ 하던 장면 너무 좋아요 ㅋㅋㅋ

프레이야 2009-01-19 22:34   좋아요 0 | URL
라면 먹다가 스스로 졸려 옆으로 쿵 하고 쓰러지던 장면,
포뇨 넘 귀엽더라구요.ㅎㅎ 파도위를 마구 달리던 통통한 발도요.

바람돌이 2009-01-20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아는 요즘 엄마 포뇨 사줘 사줘(dvd) 연발... 아직 안나왔거든... 이러고 있어요. 극장에서 해아가 제일 재밌게 봤거든요. ^^

프레이야 2009-01-20 01:42   좋아요 0 | URL
저도 아이땜에 갔지만 재미나게 봤어요.
하울의 신기한 성,의 감독이라면서 하도 졸라서..
해아랑 포뇨, 그러고보니 닮았어요.ㅎㅎ

행복희망꿈 2009-01-20 0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아이들과 함께 봤어요.
아이들보다 제가 더 신나게 본것 같아요. ^*^
넘 귀여운 포뇨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프레이야 2009-01-20 23:50   좋아요 0 | URL
애들이 뿅 빠져서 보겠더라구요.
전 사실 후반에 좀 졸았어요. 전날 어찌나 늦게 잤던지
조조상영이라 ㅎㅎ

BRINY 2009-01-20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를 보고 가장 먼저 든 의문은, 그럼 이제 소스케 엄마는 민며느리 얻어서 잘키워서 소스케랑 결혼시켜야하는 거야?였어요 ㅎㅎㅎ

프레이야 2009-01-20 23:56   좋아요 0 | URL
민며느리요 ㅋㅋ 미래는 모르죠.^^
어릴 때 일은 또 그렇게 기억속에서 묻힐 걸요.

순오기 2009-01-21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소스케 엄마, 딱 내 스탈이야~ 소리치고 싶었지만...ㅋㅋㅋ
색감을 잡아 준 후기가 맘에 쏙 들었어요~ 혜경님, 영화후기는 언제나 추천 꽝!!^^

프레이야 2009-01-21 17:54   좋아요 0 | URL
그죠. 사랑스러운 아줌마였어요. ^^

실비 2009-01-22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뇨포뇨 보고 싶네... ㅎㅎ

프레이야 2009-01-22 20:58   좋아요 0 | URL
실비님 포뇨 보면 기운이 퐁퐁 솟을걸요^6^

전호인 2009-01-29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준비만 해 놓고 아직 못보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먼저 대쉬를 해야 하는 데 녀석들 일정에 쫓기다보니 이야기할 틈이 없나봅니다.
^*^

프레이야 2009-01-30 10:46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방학땐 더 바쁘죠?ㅎㅎ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 갖기가 어려워요.
 

 

쌍화점 / 유하 / 2008 


 2008년 연말에 엄마들 몇이서 점심을 먹었다. 어느 엄마가, 우리집 아들 녀석은 안 보면 보고 싶고 보면 열불 나서 소리 지르게 돼, 라고 말하자 그 옆의 엄마가 꼭 연애하는 것 같네, 라고 말했다. 우린 한바탕 웃었고 아들은 자라면 연애 상대 같아서 좋겠다,는 내 말로 그녀는 딸만 있는 나의 부러움을 사고 말았다. 연애, 라는 단어가 참 푸지게 많이 들린다싶다. 내게 삶과 연애하는 사람 같다는 최고의 칭찬을 들려주셨던 어느 님도 있었는데 내가 정말 그런가 돌아보게 되면서도 그 말을 상기하면 날아갈 듯한 기분이 잠시 되기도 한다.

 새해 첫날 아침 영화관, 사람들이 어찌 많은지 북적북적... 혼자서 어디 멀리 가 하루라도 있고 싶었던 꿈은 박살나고 이렇게 사람 많은 곳에서 다소 어지럽게 첫날을 시작했다.

 <비열한 거리>는 보지 않았고 <결혼은 미친 짓이다>는 오래 전 보았는데 바로 그 감독 유하의 것을 골랐다.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다. 옆지기는 인기코드만 모아 상업적으로 만든 영화에 우리 궁궐 답지않게 화려하기만 한 실내장식과 의복을 비롯해 요즘 나오는 사극 일반에 불만을 표했다. 동성애 코드도 몹시 불편해했다. 이건 <브로크백 마운틴>을 함께 봤을 때에도 심하게 그랬다. 뒤에 보니 감독은 영속성을 갈구하는 인간의 욕구가 필요로 하는 섹스, 죽음과 축제가 공존하는 에로티시즘을 이야기로 끝장 보자고 의도했다고 한다. 섹스 후의 허무함, 축제가 끝나고 난 뒤의 허탈함, 죽음의 계곡으로 떨어지는 것처럼 온몸을 싸늘한 바람 한 줄기가 훑고 지나가 텅 비어버리게 하는 것. 그러나 축제와 죽음의 욕망은 달이 차듯 다시 차오르고 번뇌는 종착점을 모르는 것이다.

 영화는 세 사람의 각각 다른 입장에서 감정이입이 될 수 있겠지만 나는 홍림의 눈빛에서 아이처럼 순진한(좋은 의미만이 아닌) 유아기적 갈망을 읽었다. 이 점으로는 조인성의 착한 눈이 잘 어울렸다. 홍림은 왕의 동성애 상대자라기보다 아버지에게 보채는 아이, 아버지의 뜻을 거스르는 것에 대한 공포와 아버지를 죽이고 싶은 욕망을 동시에 가지는 아들, 거세불안이 잠재해 있던 아들로 보인다.

 발화된 감정 앞에서 상대적으로 좀 더 용감해지기 쉬운 쪽이 여자라는 건 거세불안으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뿌리까지 뽑힌’ 홍림이 칼을 들고 결투를 신청할 정도로 대담무쌍해진 건 자신과 왕후의 사랑(욕정이라 해도 의미는 다르지 않다)을 용서하지 못한 왕에 대한 분노가 아니었다. “이렇게까지 했어야 했습니까?”라는 홍림의 어설픈 대사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극복하지 못하여 미성숙한 인간으로 죽을 수밖에 없는 사람의 슬픔을 자아냈다.

 왕후는 어머니의 자리에서 홍림을 정인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홍림에게 손수 만든 쌍화병을 먹이며 흐뭇해하고 홍림은 그걸 한입 베어 물며 죄의식에 눈물 글썽이는 것이다. 왕후와의 정사신은 홍림이 꾼 화려한 꿈의 장면일지도 모른다. 꿈이 욕망을 대변한다면. 영화 속 중요한 장면이기 때문에 도저히 1분도 삭제할 수 없었다던 정사신 어디에서도 홍림의 미세한 표정이 도무지 잡히지 않은 것이 감독의 의도적 카메라 시선이었다면, 홍림 자신이 꾸는 꿈이라서 그런지도 모를 일이다.  

  

 미성숙한 인간, 미성숙한 사랑, 미완의 연애, 미완의 삶, 끝을 모르지 않지만 멈출 수 없는 모두 한 판 꿈이다. 색계가 은유적이었다면 쌍화점은 날것의 비린내가 폴폴 난다. 색계,의 무표정한 왕 치아즈가 바라보던, 인력거 앞에 매달려 팔랑팔랑 돌아가는 바람개비의 날아갈 듯한 웃음을 기억한다. 그 선연한 웃음을 따라 그녀의 표정에도 알듯말듯한 웃음이 머물렀고 그녀는 기꺼이 채석장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왕과 홍림이 말을 타고 한 곳을 향해 활시위를 당기는 행복해뵈는 마지막 장면은 그래서 차라리 서글프다. 시선은 한곳을 향해 열려있는 듯하지만 이들의 꿈 혹은 욕망은 동일할 수 없다. 전쟁터처럼 난장판이 된 왕실 장면에서 차라리 엔딩이 되었더라면 여운이 더 길지 않을까. 소도구들에 좀 더 내밀한 시선을 두어 인물의 심리를 읽어내려 하지 않은 카메라도 아쉬웠다. 영화는 모든 면에서 너무 날것이고 너무 보챈다.

  

  왕후가 처음 합궁을 하게 되는 날 시녀가 석류를 한 입 먹이는 장면, 석류가 여성 호르몬과 거의 유사한 천연성분을 가지고 있으니까 감독이 넣은 장면이겠지. 다산을 바라는 의미로. 붉은 석류와 침상에 깔리던 붉은 천, 붉은 이미지는 갈수록 피의 향연으로 이어지고 끝장을 보고 말기는 한데 예감할 수 있었듯이 슬퍼진다. (그러나 카타르시스는 되지 않고) 후반으로 갈수록 왕후의 여성적 힘은 미약하고 결과적으로 잔인하게 그려진다. 원에 굽신거리는 조정신하들을 가둬놓고 철퇴로 내리치는 장면이 가장 호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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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9-01-07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쌍화점에 쌍화사러 가고신
회회아비 내손모글 주여이다~~하는 그 쌍화점 말씀이시죠?ㅎㅎ


프레이야 2009-03-30 17:47   좋아요 0 | URL
진주님 좋은아침! 네, 이걸 영화속 왕이 거문고를 튕기며 불러요.
실제로 고려시대 왕이 부르곤 했다네요.
한자로 표기하면 상화, 서리꽃이라고..
적나라한 정사 장면이 너무 많아 침 넘어가는 소리도 못 내겠더라구요.^^

무스탕 2009-01-07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원의 사신이 와서 황제가 보낸 칙서(라 하나요?)를 받들라고 하자 주진모가 꿇어 앉는데 왕후는 상석 의자에 앉아 있던 장면이 참 슬프더군요..
약소국의 왕은 왕도 아닌겝니다..

프레이야 2009-01-07 17:15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이요.ㅜㅜ
그나저나 주진모 빼고는 다들 연기가 어째 어색하더이다.
차라리 송지효가 생각보다 낫더군요. 워낙 기대를 안 하고 봐서 그런지..

가시장미(이미애) 2009-01-08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쌍화점 보려다가 계속 미루고 못 보고 있는데- 봐야겠네요. ^^ 주진모 빼고 연기가 다 어색했어요? 아니 우리 인성오빠가 그랬단 말이예요? 크크 궁금해라!

프레이야 2009-01-08 22:53   좋아요 0 | URL
인성오빠 보고 너무 설레거나, 실망하거나 둘 중 하나일 가능성이..ㅎㅎ
아님 충격적이거나요. 태교엔 어떠려나 모르겠어요. 책임 못져요 ㅎㅎ

순오기 2009-01-11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영화 후기는 혜경님 표가 짱이에요.^^
보고는 싶은데 아직 못 보고 있어요. 평이 별로 안 좋지만 보고 싶은 영화예요.

프레이야 2009-03-30 17:48   좋아요 0 | URL
오기언니 홍홍 고마워요^^
보셔도 괜찮을 거에요, 그런대로.(이런 어정쩡이라니 ㅋㅋ)
일요일아침이에요. 오늘 작은딸이 저랑 포뇨 보러가자고 데이트신청을
해서 나중에 갈거에요. 얘도 나초 좋아하는데 아마 사달라고 할걸요^^
편안히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