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었던 뮤지컬 중의 하나가 손드하임의 '스위니 토드'다. 결국 뮤지컬은 보지 못했지만 손드하임이 음악을 담당한 영화로 ‘스위니 토드’를 보게 되었다. 게다가 팀 버튼과 조니 뎁의 환상적인 콤비네이션을 얼마나 기대하고 있었던지. 가위손이었던 조니 뎁은 여기서 면도칼을 단죄의 도구로 쓴다. 15년 전의 치욕을 일방적인 결투로 되갚아준다. 화면 가득 그의 유령같은 얼굴이 클로즈업 되면서 점점 광기로 번져간다. 그는 그 칼로 자멸한다. 순순히 목을 내미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차라리 숙연해졌다. 

 팀 버튼 특유의 환상적인 화면과 유머와 온기 그리고 판타지적인 화면 가득 스며있는 이상야릇한 쓸쓸함이 내내 잊히지 않는다. 특히 이 영화에선 그러한 요소들보다 더 깊은 곳에 깔려있는 어둡고 슬픈 그래서 못내 지울 수 없는 치명적인 아름다움이 인상 깊다. 복수의 강물이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붉디 붉은 핏빛으로 역류하듯 화면을 물들이고 스위니 토드, 아니 벤자민 바커의 얼굴을 뒤덮는다. 그가 “벤자민 바커!!”라고 자신의 이름을 불러 절규하며 실버 면도칼로 판사 터빈의 목을 짓이길 때 그는 완벽한 복수의 화신으로 빛났다. 숨을 쉴 수 없을 지경이었다. 변신이 놀라운 조니 뎁을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유령처럼 무심하게 악의 거리를 오고가는 사람들, 그속에 또 한명의 유령같은 존재>

 

 

 '스위니 토드'는 팀 버튼이 런던에서 처음 본 이후 10년 전부터 영화로 만들어보고자 준비했던 뮤지컬이었다. 하지만 뮤지컬과는 별개의 영화로 봐달라는 손드하임의 말이 있었다고 하는데 나는 뮤지컬과 비교를 할 수는 없고 그저 영화로만 보아도 무척 만족스러웠다. 기본 스토리는 차용했지만 벤자민 바커에 훨씬 집중되어 이야기가 펼쳐진다고 했다. 그가 펼치는 뮤지컬 같은 장면과 더불어 모든 장면에 불필요해 보이는 장면은 없어 보인다. 영화 <스위니 토드>는 인간 심리 저변에 깔린 음침함과 잔인함, 그리고 깊은 욕망의 뿌리를 건드리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영화다. 영화는 스토리 전개와 인물들의 심리가 많은 부분 배우들의 노래로 전개되기 때문에 노랫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음악은 스토리를 이끌되 압도하지 않고 적절히 조율하며 장엄하고 매혹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노래실력 또한 music arrangement가 있었다 해도 박수 보내고 싶은 만큼 놀라웠다. 노래를 할 때 그들의 표정과 얼굴 근육의 미세한 떨림, 그리고 목소리의 미묘한 변화에 주목할 필요도 있다. 전체적인 화면은 시종일관 짙은 잿빛 혹은 갈색이다. 단 한 장면, 러빗 부인(헬레나 본햄 카터 분)의 판타지 부분만 화려한 색감을 보인다. 마치 그녀가 꿈꾸는 장밋빛 미래를 대변해주는 듯 하지만 이루어지기엔 너무 멀어 보이는 현실과 변함없이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는 스위니 토드의 표정 때문에 내겐 그 장면이 가장 슬프게 다가왔다. 그들의 소박한 소망이 이루어지기에 세상은 너무 천박하고 죄악 투성이였다.

 

 



 < 또 한명의 유령 같은 존재, 피자가게 주인 Mrs. Lovett. 그녀는  사랑의 화신이다.>

 

 

 

- 복수

스토리는 복수의 구도를 갖춘다. 예상한 것처럼 그 끝은 허망하게 마련이다. 스위니 토드가 가면을 벗고 벤자민 바커로서 목을 들어 면도칼이 내리는 죽음의 대가를 숙연히 받아들이는 장면은 숭고하게 보인다. 마지막 장면의 그 서늘함에 전율이 인다. 복수는 복수를 낳지만 영화는 역사 상 무수히 자행된 잔혹한 행위와 그에 이은 ‘용서와 망각’을 죄악으로 여긴다. 잔혹함보다 더한 죄악은 용서와 망각을 일삼는 민중의 ‘어리석음’이었다. 스위니 토드는 벤자민 바커의 어리석음이라는 죄악을 씻고자 복수의 화신으로 거듭 났고 그는 다시 잔혹함의 죄명을 기꺼이 쓰고 죽는다. 어린 토비는 복수심을 물려받고 그것은 다시 악의 순환으로 대물림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용서하고 다 잊어라, 이런 말은 얼마나 어리석은가.

- 사랑

이 영화가 핏빛을 띄고 있지만 아름다울 수 있는 요소는 인물들 간에 엮이는 사랑의 감정 때문이다. 그러나 순결하고 고결한 이름의 사랑이란 게 반드시 아름다울 수만은 없다. 그것은 인간의 더러운 욕망과 이기심을 기반으로 하고 광기를 낳기도 한다. 벤자민은 아내의 정숙함을 미덕으로 내세운다. 그녀의 미덕은 일순간의 어리석음으로 무너지고 영화는 당시 여성에게만 강요한 거짓된 순결성을 비틀고 있다. 터핀 판사(알란 릭맨 분)의 사랑이란 얼마나 이기적이고 러빗 부인의 사랑이란 건 또 얼마나 자기중심적인가. 사랑에 눈이 어두우면 타인에게 냉담하고 잔인하기까지 하다. 마치 어린아이의 눈처럼 단순하고 어리석은 잘못을 범한다.

 인간의 그런 나약함에 영화는 피의 심판을 한다. 고아소년 토비의 러빗 부인을 향한 사랑은 모성에 대한 그리움 같은 것이었고, 그나마 가장 흡족한 사랑은 조안나(벤자민의 딸)와 안소니(뱃사람 청년)의 풋풋한 사랑이다. 스위니 토드에 집중해야했으므로 이들의 사랑과 고난은 단순한 플롯으로 이어진다. 안소니가 부르는 " I feel you~"는 창문 아래에서 부르는 간절한 세레나데다. 그들의 결말은 생략되어 있지만 관객은 행복한 뒷이야기를 상상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부디 그들의 사랑이나마 결실 맺기를, 그렇지 않으면 잿빛 속에 낭자한 핏빛으로 각인될 이 영화를 견디기에 너무 힘들지 않은가.

 



 

 

  

- 욕망 그리고 풍자

영화는 18세기 중반의 영국을 배경으로 한다. 속내는 지금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악의 하수구가 흘러다니는 더러운 거리에 음산한 쥐가, 도시의 골목골목엔 악의 화신이 버젓이 살아서 돌아다닌다. 떠들썩한 '가장무도회'처럼 사람들은 허식의 가면을 쓰고 환영처럼 걸어다닌다. 그들의 진심과 미덕은 다 어디로 가고 허영과 거짓과 가식만이 판을 치는 세상이다. 러빗 부인의 파이재료가 될 고기로 어떤 게 적당할까. 시인? 정치인? 성직자? 다들 맛이 다른데... 러빗 부인과 조니 뎁이 부르는 노래의 가사가 익살스럽다. 시인은 예민해서 맛이 없을 것이고 정치인은 기름이 좔좔 흘러넘치고 말을 잘 바꾸기 때문에 파이를 구울 때 빨리 뒤집어야 된다니. 영국 해군은 근육질이 발달해 있어 좀 질길 것이고.. 나는 어떤 맛일까.

 

 

  서로 죽고 죽이는 세상에 누가 누구를 먼저 죽이든 무슨 상관이냐고, 스위니 토드의 노랫말은 세상 모든 사람(윗사람+아랫사람, 권력층+민중)과 역사의, 비굴함과 어리석음을 실컷 비웃고 있다. 스위니는 자칭 구세주다. 죽음으로 그들을 구원하려 든다. 영화는 신의 역할까지 비틀어 웃겨주고 있다. 장중한 핏빛 블랙코미디답게 잔혹함 안에 웃음을 유발하는 요소를 심어두지 않았더라면 긴장이 지나쳐 심장이 멎어버렸을지도 모른다.

 그가 이발사로 일할 때 쓰던, 은빛으로 빛나는 면도칼과 금이 간 거울을 통해 일그러진 자신의 모습을 자주 투영하던 장면이 가장 안타까웠다. 누가 누구도 구원하기란 요원한 것이다. 그저 살아나가는 것이다. 우리는 드높은 곳에 있는 자의 눈꺼풀 아래서 발버둥하며 사는 것이다. 2층-1층-지하의 공간은 각기 별세계다. 구원을 향하는 염원을 아래로 굴러내려뜨리는 구조다. 구원은 애초에 굴절된 꿈이다. 2층 스위니의 작업실은 최소의 도구로 꾸며져있어 그의 동선을 날렵하게 배려한다. 그방의 창은 대각선으로 기울어져 밖을 내다보아도 각도가 다를 수밖에 없는 모양새다. 하늘 아래 방치되어 있던 다락방이 무덤같은 지하로 이어지고, 비현실적인 2층이나 지하와는 달리 1층(파이가게)은 현실을 내다보기에 적절한 눈높이를 갖춘 듯하다. 러빗 부인과 스위니는 그곳에서 진정한 영혼 없이 오고가는, 거리의 사람들을 내다본다. 그들 두사람과 또다른 그들 사이에는 투명한 벽이 존재한다.

 

 



 

 모든 배우들의 기량이 돋보이는 영화다. 모든 요소들이 감동을 주기에 충만하다. 그중에서도 '어린 것이 벌써 술꾼'인 고아소년, 토비 역할로 나온 애드 샌더스(Ed Sanders)라는 꼬마 배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변성기 전의 까랑까랑한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와 표정이 풍부한 연기,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스위니 토드의 뒷통수를 노리고 다가가 단칼에 목을 긋던 그 장면의 비장함이 아직도 생생하다. 싸늘하게 절제되어 있는 결말이다. 그 표정 속에는 자신을 돌봐준 이 세상 단 하나의 사랑을 불쏘시개로 만든 이에 대한 복수심이 가득하다. 세상에 대한 경멸, 토비의 그 칼날로 스위니는 구원 받았을까. 해답은 애매하지만 영화는 그 자체로 아름답다.




- Sweeney Todd : The Demon Barber of Fleet Street / 팀 버튼 / 2008

- 2008년 내가 본 여섯 번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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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8-01-22 0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혜경님이 제가 보고싶은 영화들을 모두 딱 한발짝씩 앞서서 보십니다. ㅎㅎ 극장에서 예고편 볼때 요거 무지 보고 싶던데 말입니다.
혜경님 요 앞에 보신 스윙걸즈 봤어요. 근데 말예요. 거기서 놀라운걸 봤잖아요. 거기에 나오는 여학생 중의 하나가 저 고맘때랑 꽤 많이 닮은 거 있죠? 우리집 옆지기도 야 진짜 니 닮았다하면서 잠시 감탄을.... ㅎㅎ 누굴까요? ^^

프레이야 2008-01-22 13:36   좋아요 0 | URL
보시면 흥분되실 거에요.
아, 스윙걸즈에 그 드러머 아닌가요? 혹시 ㅋㅋ

바람돌이 2008-01-23 00:18   좋아요 0 | URL
이런... 제 얼굴을 보신 혜경님이 드러머라고 하시면 뭐... ㅠ.ㅠ(그래도 얘는 아닌것 같은데... 전 지금이 아니라 옛날 어릴때 저를 닮았다고 했걸랑요. ㅎㅎ) 스윙걸즈에 보면 문제아들 중에 혼자만 모범생인 여자애 있잖아요. 안경쓰고 색스폰부는 애(섹스폰 맞나?) 물론 전 모범생하고는 거리가 좀 있었지만...

프레이야 2008-01-23 09:06   좋아요 0 | URL
그 모범생, 색소폰 맞아요. 신호등 음악을 듣고 스윙 리듬을 찾아낸
여학생도 그 애잖아요. 처음엔 리코더 들고 밴드부를 찾아왔었구요.
그 여학생 색소폰 정말 멋지게 불더군요. 배워보고 싶을 정도였어요.
소심한 여학생이 그렇게 완벽 변신하는 게 어찌나 이쁜던지요..
와~ 바람돌이 님 중학생 때의 모습을 떠올려봅니다. 그랬구낭~

비로그인 2008-01-22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를 본 듯 잘 읽었어요.
음악을 듣고 싶네요.

프레이야 2008-01-22 13:23   좋아요 0 | URL
뮤지컬의 음악은 들어보지 못했지만 그만한 감동일 거라
생각해요. 조니 뎁 좋아하세요? 님^^

비로그인 2008-01-23 09:23   좋아요 0 | URL
그가 나온 대부분의 영화는 보았지만 그는 좋아하지 않아요.
웬지 괴기스러워서요.

프레이야 2008-01-23 13:15   좋아요 0 | URL
그러고 보니 평범한 캐릭터를 연기하지 않았네요.
ㅎㅎ 길버트 그레이프에서의 그는 좀 나았나요?
우리딸도 조니를 무지하게 좋아하는데 18세 이상이라 해서
이 영화를 못 봐 아쉬워하고 있어요.

비로그인 2008-01-24 08:41   좋아요 0 | URL
길버트 그레이프에서 그가 나왔었나요?
나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만 신경써서 봤는데...
그렇군요.
그러고보니 저는 감독이나 배우에 관심을 두지 않았네요.

프레이야 2008-01-24 15:47   좋아요 0 | URL
네, 형으로 나왔어요.^^
저도 예전에 본 영화나 지금이나 좀 그런 편인데
나중에 보면 아~ 그렇구나, 이런 식이죠.

이매지 2008-01-22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팀버튼, 조니뎁, 헬레나 본햄 카터의 조합은 정말 잘 어울리는 듯 :)
저도 이 영화 보러 가고 싶은데 짬도 없고 돈도 없고 ㅎㅎ
아쉽지만 참았다가 나중에 봐야겠어요 -_ㅜ

프레이야 2008-01-22 13:24   좋아요 0 | URL
빅 피쉬,에서도 헬레나 참 인상 깊었어요.
이매지 님, 요새 뭐 준비하느라 혹시 바쁘신가요?

이매지 2008-01-23 00:19   좋아요 0 | URL
4월에 시험이 하나 있어서 그것때문에 -_ㅜ
얼마전에 보니까 헬레나 임신했다고 하던데;
팀버튼이랑 결혼은 아직 안했는데 벌써 애만 몇인지 -ㅅ-;

프레이야 2008-01-23 02:22   좋아요 0 | URL
헬레나, 아직 결혼은 안 했군요, 팀버튼이랑..
4월에 있을 시험에 좋은 성적 나시기 빌어요^^

깐따삐야 2008-01-22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혜경님. 꼼꼼한 리뷰에요.^^ 팀 버튼의 영화는 환상동화 같아요.

프레이야 2008-01-22 13:26   좋아요 0 | URL
네^^ 이건 환상잔혹동화 같은.. 깐따 님은 심장이 약해서(^^)
못 보시려나요. 목을 따는 장면이 나중엔 연이어 나오는데
저도 눈을 감았다 뜨곤 했어요. 극도의 잔혹함이 이 영화의
목적이 아니었나 싶어요.

뽀송이 2008-01-22 19:17   좋아요 0 | URL
목을 따는 장면...이...요.ㅡㅜ
말이 더 무서버욧!!

뽀송이 2008-01-22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만 봐도 마음에 들어요.
'죠니뎁' 나오는 영화라면 다 좋아요.^^;;
저도 얼른 보러갈게요.
어제 오늘 계속 지리하게 내리는 비에 한숨이 나와요.
그래도 님 리뷰보고 기분 업되서 가요.^.~

프레이야 2008-01-23 02:24   좋아요 0 | URL
그죠그죠? ㅎㅎ 조니 뎁은 어찌나 연기를 잘하는지 매력덩어리에요.
게다가 여기선 노래와 약간의 몸짓까지..
좀 잔인한 장면에선 살짝 눈을 감도록 하셔요.^^

순오기 2008-01-22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우리 애들이 벼르는데, 18세라 큰딸만 볼 수 있다는 ㅠㅠ
어제 가야지 했는데, 너무 피곤해서 알라딘도 안 들어오고 자버렸어요. ㅎㅎ
님 덕분에 영화보기 전에 제대로 감상한 듯해요.

프레이야 2008-01-23 02:25   좋아요 0 | URL
에로틱한 장면은 전혀 나오지 않는데요. 많이 잔혹한 장면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남자중학생 정도면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래도 극장에서 안 들여보내 줄 거에요.

fallin 2008-01-22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잔혹하단 말을 듣고 망설였는데...이 리뷰를 읽으니 보고 싶어지는 걸요~
곧 보러 가야겠어요 ^^

프레이야 2008-01-23 02:45   좋아요 0 | URL
님, 보시면 빠지실 걸요. 전 참 좋았어요.
피가 솟구치는 그 장면, 잔혹함의 극치로 치닫는 그 장면이 하이라이트
에요. 그게 이 영화가 하고싶은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신기할 정도로 잔혹해질 수 있는 인간!!

2008-01-22 2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23 0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23 0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23 1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23 19: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실비 2008-01-23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셨군요~~~
섬뜩하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못보겠어요. ㅠ

프레이야 2008-01-23 13:13   좋아요 0 | URL
여리고 고운 실비 님은 감당하기 어려울지 몰라요.^^
피가 낭자한 화면이 섬뜩하지요. 그걸 극대화하여 보여주는데
마치 '친절한 금자씨'의 복수 이미지와 붉은색이 떠올랐더랬어요.

라로 2008-01-24 0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자니뎁도 자니뎁이지만 헬레나 본햄 카터를 좋아해요~.
팀버튼의 와이프라는 것을 알았을때 고개가 끄덕여지더라구요.
멋진 여배우죠,,,그녀가 이 영화를 위해서 노래를 부르는데
정말 잘하고 싶어서 그 당시 둘째를 임신하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500번이 넘게 불렀다네요,,,그녀의 프로정신에 다시 매혹되었다지요.

프레이야 2008-01-24 08:19   좋아요 0 | URL
나비 님 이렇게 이른(?) 시각에요? 아니 아직 안 주무신 건 아니시죠?
역시 조니뎁이 아니라 자니뎁으로 쓰시는 님 ^^
헬레나를 처음 본 영화가 '전망좋은방'이었던가 싶어요.
그리고 빅피쉬에서도 참 좋더군요. 러빗부인은
파이를 만들며 바퀴벌레를 방망이로 내리치기도 하며 노래를 불러야
해서 가장 많이 힘들게 불렀다고 하더군요. 마지막장면에서도 흑~
멋진 배우라고 저도 생각해요
 

 


 

 

 삼미수퍼스타즈의 감사용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생각났다. 스포츠를 소재로 한 영화란 점이 우선이 아니다. 임순례 감독이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시나리오 서문에 써놓았던 것처럼 일등주의가 만연한 이 세상에 진정한 승자는 어떤 모습인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다.

 세계 10대 명승부에 빛나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의 우리 핸드볼 팀과 막강 덴마크 팀과의 결선 경기에서 우리 팀은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영화에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는 말이 야망에 불타던 젊은 남자감독(엄태웅 분)의 입에서 나올 때는 어쩐지 제자리를 찾지 못한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보여주기 위해 그들이 어떻게 뛰었는지는 영화의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면서 나오는 실제화면과 그들의 인터뷰내용을 보면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실제선수들의 절절한 얼굴과 목소리에 뭉클하면서 북받친다. 투혼의 경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그들만의 에너지가 보는 이에게 가슴 벅찬 감동의 순간을 안겨주었다. 배우들의 실제경기 못지않은 경기장면에도 박수보낸다.

 



 

 

 문소리는 워낙 기대에 버금가고, 내게는 김정은과 김지영의 재발견이었다. 3개월 동안 하루 8시간씩 피나는 실제연습을 한 결과라고 하기에도 충분히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문소리와 세 명이서 벌이는 세트 플레이와 체육관 연습장면은 물론 산악 달리기 연습 장면과 실제 경기를 방불케 하는 아테네 경기 장면에서의 짜릿함과 설렘까지, 한 순간도 지루하지 않고 과장 없이 그들의 꿈과 노력을 보여준다. 중간중간에 나는 여러 번 눈물이 흘렀다. 여성으로서 마이너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여성이 굳이 아니어도 상처 하나씩은 다들 끼고 세상으로부터 이해 받지 못하고 살고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이라면, 삶의 팍팍함과 의외의 우직함에 눈물이 흐를 것이다.

 개개인 선수들의 이야기는 허구다. 열악한 환경에서 핸드볼이라는 알아주지 않는 운동에 열정을 다하는 노장 선수들. 이들은 체육관에서 땀을 흘리고 경기장에서 피를 토할듯 뛰어 그들의 꿈을 이루고자 한다. 여자라는 신체특성상 겪을 수밖에 없는 일들, 개인적이고 감정적인 문제들이 그들을 힘들게 하는 건 물론, 현실마저 ‘핸드볼’선수와 ‘여자’, 그것도 ‘아줌마 선수’에게 녹록하지 않다. 영화는 적나라하게 스포츠계에서 핸드볼의 위상과 선수들의 입지를 보여주는데 그들은 태릉선수촌에서도 주류에 밀리는 비주류다. 영화는 핸드볼과 여성을 동일선 상에 두고 주류에 밀리지만 결코 밀리지 않는, 오히려 화합하여 ‘화목하게’ 지내자는 제의를 하고 있다. 이들은 결코 현실의 난폭함 앞에서 포기하지 않는다. 미숙(문소리 분)의 입으로도 여러 번 나오는 말이다. ‘포기하지 않는다’라는 말 앞에 다른 말은 필요 없을 듯하다.

 

 


 

 

 가장 감동스러웠던 점은 여자들의 동지애다. 그들도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세대간의 생각차이와 경기방식에서의 다른 태도를 서로 좁혀가는 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이쪽에서 먼저 열어 보이는 따뜻한 가슴과 내어 주는 손이었다. 스포츠는 동지애를 생기게 하기에 적합하다. 그리고 동지애가 있어야 팀플레이가 제대로 된다. 그들의 연대와 팀플레이는 세계 어느 대회의 금메달보다 값진 것이었다. 그것은 자기중심적인 세상의 폭압을 녹이는 드넓고 깊은 가슴을 기본으로 한다. 김혜경(김정은 분) 선수의 입을 빌어 "넌 이기적이고 비겁하기까지 해." 라고 남자에게 말했지만 또 마음이 서서히 허물어질 수밖에 없는 게 여성의 강점이자 약점이다.

 

 

 영화의 종반은 아테네 경기를 재현하여 실감나게 보여준다. 카메라의 기교나 여타의 기술을 내세우기보다 선수 못지않은 연습으로 닦은 기량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배우를 그대로 보여준다. 영화 초반이나 끝의 딱 잘라낸 듯한 '장식없음'이 경기장면을 담은 감독의 마음과 이어진다. 임순례 감독은 외모에서 풍기는 느낌만큼이나 우직하고 미덥다. 멋지게 보이려고 하지 않는다. 정직하다.

 

 

 

 승부던지기에서 마지막 볼이 미숙의 손에서 벗어나는 순간 경기장의 모든 사람들과 관객은 숨을 죽인다. 초입에 아무런 장식없이 불쑥 영화가 시작하더니 결미는 미련 없이 툭 끊은 듯한 느낌이 드는데, 그러자 바로 실제 선수들과 감독의 그때 그날의 모습과 인터뷰 내용이 나와 감동을 더했다. 당시 핸드볼이 국기였던 최강의 덴마크 팀을 맞아 그토록 집요한 불굴의 경기를 펼친 그녀들. 지금은 어디에서 세상의 어떤 편견에 맞서 살아가고 있는지. 당시 실제 인터뷰필름에서 핸드볼 팀감독은 인터뷰를 하는 중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삼켰다.

 



 

 조연으로 나온 사람들도 모두 기억에 남는데 특히 박원상의 투박한 울음과 성지루의 닭살남편 애교도 가슴 뭉클하면서도 독특한 양념 역할을 한다. 하정우도 잠시 나온다. 알면 사랑하게 된다는 말은 틀리지 않다. 핸드볼은 상대선수의 몸을 잡아당기고 밀어도 되는, 그야말로 힘든 몸싸움이 요구되는 경기란 걸 이번에 알았다. 우리가 잘 모르는 대상이라고 하여 배척하고 편견을 갖는 건 비단 스포츠뿐만이 아니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제목부터 기운차다. 말이 우리 생각속에 있을 땐 생각이 우리를 지배하지만 말을 일단 내뱉고 나면 말이 우리를 지배한다는 유대인의 격언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이런 환희에 찬 단어들은 날마다 한번씩 외워도 좋을 것 같다.  나에게도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아닐까.  




-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 임순례 / 2008

- 2008년 내가 본 세 번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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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1-14 0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일 스티븐 킹 원작'미스트'보려고 맘 먹었는데, 혜경님 리뷰보고 또 흔들린다~ㅎㅎㅎ

프레이야 2008-01-14 01:47   좋아요 0 | URL
미스트는 전 아직 안 봤어요.
오기 언니, 이 영화 전 너무 좋았어요. 여자들끼리의 끈끈한 애정이 마구
날 울렸어요. 그뿐만이 아니라 가족애를 더 깊이 깔아두어 더욱 그랬답니다.
흐흑..

다락방 2008-01-14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영화, 예고편만으로도 울컥 거렸었거든요. 그런데 영화 본편을 다 봐도 딱 그만큼의 울컥거림만 있더라구요. 제가 너무 많은 기대를 한건 아니었나 싶었답니다. 마지막, 실제 선수들의 모습이 엔딩을 장식할때의 그 표정과 몸짓, 을 역시 연기로는 담아낼 수가 없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얼굴들은 정말 절절했거든요.

프레이야 2008-01-14 08:50   좋아요 0 | URL
그래요. 저도 엔딩 올라가면서 나오는 실제필름에서 먹먹했어요.
다큐멘터리영화가 아닌 이상 그만큼 담아내기에 쉽지 않을 거라 여겨요.
재미와 감동을 함께 주더군요.^^ 영화는 거기서 끝나지 않기를 바라겠지요.

다락방 2008-01-14 09:16   좋아요 0 | URL
아, 혜경님.
뜬금없는 댓글 하나 달자면,
전 하정우가 너무너무 좋아요!!

헤헷 :)

프레이야 2008-01-14 09:58   좋아요 0 | URL
전 영화 '시간'에서 하정우를 처음 봤는데 좋았어요.
여기선 우째 야비한 남정네로 나오죠.
'두번째 사랑'이나 찾아봐야겠어요.
다락방 님 스타일이었구낭~ 히힛

다락방 2008-01-14 10:32   좋아요 0 | URL
네, 전 『두번째 사랑』을 보고 완전 반했어요. 그 영화에서 처음 봤거든요. 다른영화의 개봉을 기다리고 있어요. 제목이 추격자, 였던가. 연쇄살인범으로 나오는 것 같은데 말이죠. 헷 :)

프레이야 2008-01-14 14:28   좋아요 0 | URL
하정우, 진짜 표정이 다양한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호호 전 두번째 사랑 어여 보고 차기작도 기둘려야겠어요.^^

뽀송이 2008-01-14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실제경기보다 영화기 때문에 감동이 절절하지 않을거라는 편견이 있어 다른 영화를 먼저 보게 되었는데 이 영화 곧 봐야겠어요.^^ 역시 님의 영화이야기를 듣고나면 꼭! 보게 된다니까요.^^ 즐거운 하루 보내셔요.^^

프레이야 2008-01-14 10:08   좋아요 0 | URL
뽀송이 님, 저 9시30분까지 어느학교 강의실에 앉아있어야하는데
지금 이러구 있어요. 늦은 참에 조금더 뭉개고 있어요. 커피 한잔
하면서리.. 아줌마 특유의 여유라고 좋게 보기엔 너무하다 그죠? ^^
영화 좋았어요. 실제경기만큼 재현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였구요.
감독도 배우들도 대단하다 생각했어요.
마지막에 자막 올라가면서 실제 선수들의 눈물 어린 인터뷰 내용과
경기장면이 나오는데 정말 콧날이 시큰해지며 먹먹했어요.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오늘도 살아야겠어요!!

행복희망꿈 2008-01-14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예고편 보고 꼭! 보고 싶더라구요.
님의 평을 읽어보니 역시 괜찮은 영화 인 것 같네요.
지금은 여유가 없는데, 시간이 되면 보러가려구요.

프레이야 2008-01-14 14:29   좋아요 0 | URL
따님들이랑 같이 보시면 좋을 거에요. 저도 작은딸이랑 봤는데
아주 재미있어 했어요. 올해 11살이거든요. 지가 먼저 보러가자고
그러더군요.ㅎㅎ

이게다예요 2008-01-14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기대하고 있는 영화인데... 혜경님의 영화리뷰를 보면 더 보고 싶어지네요.
연기력이야 다들 크게 빠지는 이 없지만, 특히 김지영의 머리가 대박인 거 같아요 정말. ^^

프레이야 2008-01-14 14:31   좋아요 0 | URL
김지영, 진짜 귀여웠어요. 뽀글머리에 억센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데
얼굴은 오목조목 착하게 생겼고 마음은 무지 따뜻하고 그런 인물이에요.
성지루와의 수퍼닭살장면도..ㅎㅎ 근데 그게 또 그 사이에도 아픔이
있더라구요.

무스탕 2008-01-14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보고싶어요. 조만간 볼거에요.
제가 이렇게 영화 보고 싶어 안달 내는데 혜경님이 결정적으로 보태 주신다는거 아시죠? ^^

프레이야 2008-01-14 14:32   좋아요 0 | URL
정성이 지성이랑 옆지기님이랑 가실거죠? ㅎㅎ
에너지 많이 받고 오세요. 아니다, 무스탕님은 원래 에너지가 넘치는
분이데요..^^

바람돌이 2008-01-14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임순례감독에다 여자핸드볼이라.... 아이들 유치원 가있는동안 보려고 내일 조조 예매했어요. ㅎㅎ

프레이야 2008-01-14 14:34   좋아요 0 | URL
ㅎㅎ 저도 조조예매 해두었다 봤어요. 핸드볼을 다시 보게 되었어요.
그때 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고민 속에서도 오히려 훈련에 매진
하는 그들을 보며 몸을 움직여 정신을 단련한다는 생각이 한번 더 들었어요.

건우와 연우 2008-01-14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건우랑 연우데리고 조조로 봤다지요.^^
잼났어요.
김지영연기가 많이 좋더군요.^^

프레이야 2008-01-14 14:35   좋아요 0 | URL
님도? 그랬군요 ㅎㅎ
김지영 넘 귀엽죠? 여자유도선수를 확 휘어잡을 때, 그리곤 돌아서서
화목하게 살자고 말할 때 멋졌어요.^^

마태우스 2008-01-14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2004년 경기를 정말 손에 땀을 쥐며 봤지요. 김정은도 좋아하고 하니 당연히 볼 생각입니다. 지난주에 보려다 실패했으니 이번주에 꼭 보려구요

프레이야 2008-01-14 16:15   좋아요 0 | URL
마태 님, 이사하신 곳에는 마음 붙이셨는지요? ^^
2004년 경기를 보셨군요. 김정은, 다른 곳에서의 연기보다 확연히
좋았어요. 연습을 얼마나 많이 했을까 싶더군요. 몸이 아주 날랬구요.
여기서 이름이 혜경으로 나와서 찌릿찌릿 했어요.

플레져 2008-01-14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지난주에, 비오는 금요일에 대전에서 보았답니다.
글쎄... 저는 임순례 감독이란 브랜드만 믿고 간 거였어요.
와이키키 브라더스, 에 버금가는 수작을 기대했지요.
기대 저쪽이었따는 아쉬움을 떨칠 수가 없네요.
혜경님 리뷰 찬찬히 읽어보니 제가 놓친 것들도 보이네요.
좋은 글 감사드려요 ^^

프레이야 2008-01-14 20:55   좋아요 0 | URL
브랜드뉴^^ 좀더 대중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쪽인 것 같아요.
비오는 금요일~ 그날 여기도 비가 왔었는데요, 플레져 님.
여긴 워낙 춥지 않은 날씨이다 보니 그렇고 그쪽도 눈이 내릴 정도는
아니었나 봐요.

전호인 2008-01-14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지영의 뽀글이가 전원일기의 복실이로 다시 돌아가는 느낌이네요.
스포츠를 워낙 좋아하는 지라 꼬오옥 보고 싶어지는 걸요.
체력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던 노르웨이(?)와의 결승전!
그래도 최선을 다한 경기였었기에 무한한 감동으로 다가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때의 그 감동을 다시 영화로 승화시켰기에 정말 봐주어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프레이야 2008-01-14 23:21   좋아요 0 | URL
님도 2004년에 실제경기 보셨군요. 핸드볼 강국 덴마크와의 경기였어요.
스포츠를 별로 안 좋아한 편이라 그땐 못 봤어요. 그런데 핸드볼에 대한
관심, 혹은 좀더 알고싶어지게 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 영화의 힘이
대단하다 생각해요.^^ 옆지기랑 보러가세요~

캐리온 2008-01-14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고 싶어요 이 영화... 제가 엄태웅 팬이라서요.^^ 그런데 엄태웅 멋지다는 이야긴 별로 없네요. 댓글에 보니까. 혜경님 저 기억 하세요? 너무 오랜만에 와서 살짝 발자국 남겨봐요. 새 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넘 늦었나요? 인사가....^^)

프레이야 2008-01-14 23:50   좋아요 0 | URL
앗, 캐리 님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호퍼의 저 그림 반가워요.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엄태웅은 '가족의 탄생'에서 더 멋있게 나오더군요.
여기선 좀 그랬어요.ㅎㅎ 좀 야위어보였구요.
느물느물한 연기는 좋더군요.
 

 


<하비 키틀도 나온다>

 

 

 이런 류의 영화로 가장 먼저 내게 즐거움을 줬던 건 ‘인디아나 존스’다. 고고학적으로 역사유물을 캐면서, 등장인물들 간의 코믹하면서도 따뜻한 정서와 남녀의 로맨스를 살짝 버무려 놓고, 제일 중요한 건 모험담을 중심으로 펼치는 스토리다. 거기다 ‘내셔널 트래져’도 예외적이지 않게 가족의 사랑을 심어놓았다. 오랜 세월 오해와 갈등으로 외면하고 있던 관계가 모험을 통해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사랑으로 확인되는 것이다. 이 영화에선 벤의 부모가 그런 경우다.

 과연 ‘비밀의 책’이란 게 있기나 하나. 마지막 장면에서 미국 대통령의 의미심장한 대사가 그것의 존재 자체를 의문스럽게 한다. 물론 없을 테지만 그걸 본 벤과 라일리에겐 엄청난 혼란이다. 그리고 47쪽의 그 구절이란 뭔지 또 궁금증을 자아낸다. 아마도 3편을 예상하는 것 같다. 영화 초반이 좀 빠르게 진행되어 급작스럽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내가 1편을 보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그래도 그 이후 진행되는 모험을 따라가기에 나쁘진 않다. 단지 모든 게 너무 우연히 쉽게 단서를 제공하고 성공적으로만 풀리니까 설득력이 덜하다. 꼬이는 게 거의 없이 일사천리다. 벤 게이츠(니콜라스 케이지 분)의 지적인 작업과 애비게일의 영리한 협조도 두 사람의 모험의 행보를 거침없이 만든다.


 


 

 

 링컨 암살범에 관한 오명을 벗기 위한 모험과 가문의 영광을 하나 만들어보자는 심산으로 출발한 모험이 대립한다. 벤과 미치(애드 해리스 분)가 이렇게 다른 생각으로 쫓고 쫓기다 어느 순간부터 동지가 되는데 얼른 납득되지 않는데다가 나중에 미치는 왜 그렇게 허무하게 자신을 희생하고 죽고 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그런 거 저런 거 다 덮고 모험과 실마리를 푸는 과정에만 집중하면 이야기의 재미는 있다.

 영국 빅토리아여왕이 남북전쟁 시 남부군을 지원해 주었다는 근거가 나오는 건 흥미롭다. 영국은 미국의 통일을 원하지 않았다는 것. 적대감정을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백악관의 그 책상과 버킹엄 궁의 그 책상이 똑같이 제작되었다는 발상도 흥미롭긴 한데 어째..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황금도시를 발견하긴 했지만 그것이 좀더 긴밀하게 비밀의 책과 엮이지 않고 겉도는 느낌도 든다. 3편의 이야기로 남겨두려는 의도인지..

 

 



 영화 ‘카핑 베토벤’에서 함께 나온 애드 해리스와 다이앤 크루거가 나온다. 완전히 다른 역할인데 역시 연기는 좋다. 다이앤 크루거, 자꾸 마음에 드는 배우다. ‘더 퀸’에서 여왕으로 나왔던 헬렌 미렌의 깐깐한 연기와 안젤리나 졸리의 친부, 존 보이트의 연기도 좋다.









- National Treasure, Book of Secrets / 존 터틀타웁 / 2007

- 2007년 내가 본 백열두 번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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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송이 2007-12-23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이 영화 보셨군요.^^
옆지기가 이 영화도 보러가자고 해서 아마 보게 될 것 같아요.^^;;
아프다면서 뭔 영화를 줄기차게 봐 대는지...
저만 괜시리 허둥지둥 하루하루가 뒤죽박죽이예요.^^;;
님~ 즐거운 날들 되셔요.^.~

프레이야 2007-12-23 19:59   좋아요 0 | URL
님 저는 요새 어디 콕 박혀서 펑펑 울고싶어져요.
아픈 옆지기님 손 꼭 잡고 보세요.^^ (저도 허둥지둥이네요..)

뽀송이 2007-12-23 22:55   좋아요 0 | URL
아니되어요.
알라딘의 아름다운 님께서 펑펑~ 울고 싶으시다니요!
뚝!!! 울면 산타할아버지가 선물 안주신다니까욧!!
님~~ 얼릉~ 웃으셔야해요.^.~

프레이야 2007-12-23 23:30   좋아요 0 | URL
마구 웃겨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우리 뽀송이님이 ㅎㅎㅎ
든든한 아들과 자상한 옆지기님이랑 행복한 연말 보내세요^^
조금전 작은딸이 손수 만든 카드를 내밀고 가네요. 노란색 종이로
종모양을 만들고 스티커를 아기자기하게 붙여서 무지 예뻐요. 호호..

2007-12-24 05: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7-12-24 21:27   좋아요 0 | URL
저도 그런 편이에요. 오늘이 글쎄 어느새 이브네요.
올해 연말엔 이상하게도 마음이 더 복닥거리고 도무지 그래요..
님께도 내년은 더욱 활기찬 한 해가 되길 빌어요.
그리고 연말 잘 보내시구요.
참, 이 영화, '기발함을 긴밀함으로 엮지 못한' 이말이 딱이네요^^
 

 


 

 

 

본 지는 좀 되었는데 이제야 쓴다. 흑백차별과 외모지상주의에 신나게 한 방 먹여주는 영화다. 패터슨 박 고등학교, 학교의 이름으로 봐서는 동양인 그것도 한국인이 설립한 학교 같은데, 그런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 단지 흑인학생들과 백인학생들의 반목을 다루고 흑인들에 대한 편견을 바꾸어가는 내용이 아주 건강하고 경쾌하게 나온다.

 수업 중 딴 생각에 빠져 있길 잘 하는 트레이시(니키 블론스키 분)는 벌칙으로 흑인학생들의 교실로 쫓겨 가는데 그곳에서 그들의 춤과 노래에 흠뻑 매료된다. 우와 이런 기회가! 뮤지컬을 하고 싶어 하는 트레이시는 흑인학생들 못지않게 변방인으로 취급되는 여학생이다. 이유는 뚱뚱하다는 것.

 하지만 그녀는 노래와 춤에 탁월하다. 그녀의 박진감 넘치는 노래로 시작하는 영화는 시종일관 노래와 춤이 이어진다. 대사도 물론 나오지만 뮤지컬 무비 형식이다. 때는 1962년. 재클린 케네디의 헤어스타일을 흉내 내느라 아침마다 헤어스프레이를 심하게 뿌리고 그녀의 자존심만큼이나 머리를 바짝 세워 힘주고 다니는 트레이시는 낙천적인 성격이 재산이다.

 



 그녀의 엄마로 나온 존 트라볼타(에드가 역)가 춤을 추면 땅이 다 흔들린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서는 성형수술로 미인이 되어 노래했지만, 여기서 에드가는 그 육중한 몸 그대로 흔들어대며 숨은 실력을 과시한다. 얼마나 귀여운지.. . 그녀의 응큼한 애교 또한 볼 만하다. 남편(크리스토퍼 월킨 분)에게 ‘당신은 빈티지가 오래된 와인 같아요.’ 하며 훈훈한 서비스 멘트를 날린다. 뚱뚱이와 홀쭉이가 보이는 커플 댄스도 즐겁고 그 외 모든 춤과 노래가 단순한 멜로디와 율동에 맞춰 흥이 난다. 남편 역의 이 배우는 악역으로 자주 나왔던 사람인데 여기선 다정하고 부드러운 아빠와 남편으로 멋진 연기를 보여준다. 희한한 장난감으로 사람 놀래키기가 취미이자 직업이다. 

 절정은 미스 헤어스프레이를 뽑는 장면이다. 그 영광의 자리는 누구에게 돌아가는지 보시면 훈훈해질 것이다. 재즈 솔 풍으로 노래를 부르던 흑인 여성배우(퀸 라티파)의 보이스톤이 아주 멋지다. 쇼를 맡은 코니 콜린스는 말한다. 흑백이 한 데 어울려 춤추고 노래하는 이 자리는 현재가 아니라 미래라고. 40년도 지난 오늘날은 과연 어떤지..

 가장 인상 깊은 대사는 트레이시가 자신을 위로하는 아빠의 무릎 위에서 떨치고 일어나며 하는 말이다. 자기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아빠의 무릎에서 일어나 흑인들이 시위를 하고 있는 그 대열에 앞장 서는 것이라고.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선 그녀는 제지하는 경찰의 머리에 어이없는 한 방을 준 결과 텔레비전 뉴스에선 억지스러운 오보가 속출한다. 그녀는 언론의 ‘눈가리고 아웅’을 비꼬아준다. 자신을 뚱뚱하다는 이유로 무시하고 대열에 끼지도 못하는 인간으로 취급한 사람들에게 정식으로 도전장을 내미는 것으로.

 



 

 

깡마르고 성마른 벨마 역을 한 미셀 파이퍼의 연기는 역시 볼 만하다. 쇼와 미인대회의 뒷거래 또한 그녀의 노랫말을 통해 흘러나오는데 군데군데 웃음을 자아낸다. 노래와 춤 못지않게 이 영화의 볼거리는 다양한 헤어스타일이다. 미셀 파이퍼의 우아한 헤어스타일을 비롯해서 다른 것까지. 환경을 오염시키는 화학 성분 덩어리인 헤어스프레이지만 자존심, 그녀들의 자존심을 지켜 세우는 것이다.  미스 헤어스프레이는 최고의 댄싱퀸에게 주어지는 영광의 이름이다. 함께 어울려 흔들어대는 장면처럼 헤어스프레이는 뿌리기전 마구 흔들어주어야 하고 눈에 직접 뿌리면 안 된다는 것. 주의바람.




- Hair Spray / 아담 쉥크만 / 2007

- 2007년 내가 본 백열한 번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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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left 2007-12-21 0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 DVD로 나와서 대여점들에 깔리고 있더군요. 극장에서 놓치고 까먹고 있었는데 혜경님 리뷰 덕에 다시 기억이 났네요. DVD로 빌려봐야겠어요. ^^

프레이야 2007-12-21 09:28   좋아요 0 | URL
그곳엔 디비디로 벌써 깔렸군요. 여긴 아직 상영관에 있어요.^^
유쾌하게 엉덩이 덜썩이며 보세요~~
 

 

세상에 감동적인 일도 하도 많아서인지 부자간의 이야기에는 이상하게 감정이입이 되지 않았다. 영화 ‘우행시’와 ‘아들’이 생각났다. 영화가 끝나고 자막과 함께 올라오는 실제 인물 애런 베이츠(한국이름 성진철)의 사진들을 보자 그제야 감동이 전해져왔다. 그런데 그마저 카메라의 눈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건 아닐까 하는 괴상한 의심이 든다.

 



 실화 속의 아버지는 영화에서 상당히 미화되어있다. 극악무도한 살인을 저질렀고 죄질도 아주 나쁜 실제 아버지(당시 신문기사 참조)와는 달리 영화는 아버지 황은철(김영철 분)의 살인을 변명해 주려고 한다. 젊은 시절의 보잘 것 없는 꿈과 지순한 사랑, 세상으로부터 받았던 핍박과 폭력을 부각하면서 동정심을 유발한다. 한 남자의 인생에 연민을 보내고 사형제도의 모순과 사형수 구명운동도 보여준다. 피해자 가족(실제와 좀 다르다. 물론 실제 그대로 영화가 되어야할 이유는 없지만)의 분노로 무산되었고 영화는 그 부분을 더 물고 늘어지지도 않았다.

 공은철(다니엘 헤니 분)은 제임스 파커의 한국이름이다. 아버지를 찾으려고 22년 만에 주한미군이 되어 돌아왔다. 영화는 이들 부자가 만난 이후의 스토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이들의 만남은 영화 초반에 쉽게 이루어진다. 어색한 상봉 이후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두 번의 반전으로 놀라움을 주며 영화는 대체로 두 사람의 표정과 상황제시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 사람들의 진실은 어디까지, 혹은 어디에 있는가. 과연 이들이 진실을 알고도 서로를 받아들이는 이유가 무엇인가. 영화는 그런 질문들을 푼다.

 

 


 

 

영화는 사형제도와 입양문제 그리고 주한미군에 대한 불거진 감정을 그런대로 녹여내려고 한다. 하지만 건드리다 만 것 같은 아쉬움이 든다. 우리나라는 해외 입양아 수로 세계 4위의 불명예를 안고 있다. 제임스 파커는 훌륭한 양부모를 두었다. 그러나 뿌리에 대한 갈망으로  ‘마이 파더’를 찾는다. 유전자 검사 결과와 무관하게 한국이라는 이름이 파더가 아니었나 싶다.


 영화 중후반으로 갈수록 그가 찾고 싶었던 건 오히려 ‘마이 마더’였다. 엄마의 사진을 구해달라고 매달린 그는 전혀 동양적이지 않은 외모다. 한국 아버지 황은철과는 걸맞지 않다. 유전자결과 다섯 개 항목이 관계없음으로 나왔지만 만남 이후로 계속 사형수 아버지를 찾아가는 애런 베이츠와 달리 공은철은 미국으로 돌아가 다시 제임스 파커가 되어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간다.


 


 

 

 어느 날, 제임스는 엄마의 사진을 우편으로 받는다. 그것은 아버지 황은철이 군산교도소에서 보낸 것. 나는 여기서 ‘모국’이란 단어의 의미가 떠오른다. 구겨진 흑백사진 속, 젊은 날의 엄마는 청초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뒤로 보이는 현수막과 거리의 분잡한 풍경이 왠지 살벌해 보인다. 70년대 초 영등포. 황은철의 회상으로 나오는 장면 중, 작은 창을 통해 들여다보이는 아픈 그녀는 돌아누워서 젊은 날의 공은철에게 말한다. “내가 과연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요?”- “나도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는데요.”  이들은 춘천으로 가기로 약조하고, 눈 내리는 바깥풍경이 작은 창문 안의 이들을 포근히 감싸는 것 같다. 춘천은 그들의 이상향이었는지도 모른다.

 청순해 보이는 그녀, 엄마는 과연 순결했을까. 순결하지 않았다고 내칠 수 있을까. 그녀의 슬픈 목소리와 떨고 있는 연약한 어깨 너머, 세상의 폭압적인 남자들에게 휘둘리며 살면서도 순수한 사랑과 자존감을 갈망했을 그녀의 피폐한 삶이 애잔하게 다가온다.




- My Father / 황동혁 / 2007

- 2007년 내가 본 백아홉 번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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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송이 2007-12-08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본다본다 하다가 놓쳤어요.^^;;
차승원 주연의 <아들>이랑 느낌이 비슷한듯해서 망설였던 것 같아요.
좀 틀린 이야기인데 말이죠.^^;;
저도 한번 찾아서 봐야겠어요.^^

프레이야 2007-12-08 23:26   좋아요 0 | URL
친아버지가 아니더라는 반전이 비슷했어요.(헉, 다 말해버렸다..)
하기야 애런 베이츠의 실화가 먼저고 '아들'이 뒤겠죠.
슬픈 상황에서 잠시 코믹하게 하려고 한 장면이 좀 억지스러웠어요.
그래도 전체적으로 꽤 감동적이에요. 후반부로 갈수록..

순오기 2007-12-08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지나쳤어요~ 왠지 다니엘 헤니에 거부감이 작용해서...

프레이야 2007-12-09 09:48   좋아요 0 | URL
다니엘 헤니 괜찮았어요, 순오기님.
작은딸이 다니엘 헤니 같은 사람이랑 결혼하고 싶다네요.ㅎㅎ
그런데 여기서 다이엘 헤니가 분명 동양적 외모가 아닌데 홍은철이
아버지가 아니라면 친엄마가 서양인과의 관계에서 아이를 낳은 게
아닌가, 저 혼자 억지추측르 해봤어요. 그래야 얘기가 맞는 게
아닌가요.. 실화와는 달라지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