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 세기의 눈 현대 예술의 거장
피에르 아술린 지음, 정재곤 옮김 / 을유문화사 / 2006년 6월
구판절판


어조는 중요하다. 과거에 각인된 기록인 만큼 당시의 생생한 색채와 정황, 실루엣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으며, 영혼을 잃지 않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악수할 때 손의 악력을 통하여 상대의 피부를 위시해 내밀한 기억을 간직하게 마련이다. 어조나 악력은, 스스로 털어놓는 고백보다도 그 사람에 대해서 많은 것을 말해준다. 카르티에 브레송은 악수할 때 상대의 손을 단단히 거머쥐는 특이한 방식을 가지고 있는데, 그의 캐릭터 전체를 전해오는 듯도 하고 섬세하게 말을 건네오는 듯도 하다. 마치 입술 끝으로, 그도 모르는 자기 자신의 교육 정도를 속삭이며 드러내듯이 말이다.-28쪽

"그와 나의 주제가 똑같고, 이미 앞선 시대 사람들이 세상 모든 것에 대해서 할 말을 모두 했다는 사실은 얼마나 놀랍고도 다행스런 일인가. 중요한 것은 계란들을 어떤 방식으로 배열하느냐이다......"-46쪽

독서는 앙리가 청소년 시절부터 평생토록 유지해온 유일한 습관이다. 그는 독서란 교양인의 생활태도로 간주되는 대화와 결합해서 예술의 반열에 드는 행위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소위 개인적 사유 따위에는 불신을 품는다. 겸손하기 이를 데 없는 앙리의 마음가짐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바로, '우리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신념이다.-51쪽

"우선 수단을 찾아내야 해. 예술작품이란 수단을 모색하는 중에 태어나게 마련이지. 예술가란 자기가 저지른 죄를 낱낱이 털어놓는 회개자가 아니야. 목표를 향해 똑바로 나아가는 생산자이지. 이를테면 직업인이야. 소설도 그냥 써지지는 않고, 옷본에 맞춰서 오리고 짜 맞춰야 만들어지는 법이야. 그 안에 자기를 집어 넣을 수 있다면 더더욱 좋지만, 어쨌든 뭔가를 만드는 방법을 배워야 해. 예컨대 상황이란 무엇이고, 또 어떻게 상황을 이끌어나갈 것이며, 어떤 결말로 끝을 맺을 것인가를 배워야 해. 대체 누가 말을 하는가? 또 왜 말을 하는가? 말하는 사람은 어디에 있는가? 또 어디로 가는가? 어째서?-60쪽

"이봐, 앙리, 저 언덕 너머로 바다가 펼쳐진다고 상상해봐....."
아무 뜻 없는 말일 수도 있지만,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던 이에게는 세상을 달리 보게 하는 힘을 줄 수도 있는 말이었다. 카르티에 브레송은 대위 출신 아버지를 둔 친구의 이 한 마디 말을 평생토록 잊지 못한다(상상도 하기 힘든 고통의 순간에 이런 말을 들을 수 있었다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행운이다). 이 말을 들은 카르티에 브레송은 자기에게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바로 지평선 너머를 쳐다보는 일이었다.-221쪽

오이겐 헤리겔이 쓴 '활쏘기의 선'...
카르티에 브레송은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 사진술을 그저 사냥꾼이 가질 법한 기술적인 측면에서만 생각했었다. 궁수의 동요, 쉽게 이완하는 요령, 정확한 사격...... 호흡법, 응시법, 혹은 대상에 빨려드는 그 어떤 방식이건 간에, 집중력만으로는 영혼에 내적 갑옷을 입히기 어려웠다. 반면에 선의 가르침에 따라 순간의 본질을 깨달을 수 있다면, 사토리(satori), 즉 통상적 자아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모든 길이 열리는 듯이 보였다. 기다리는 법을 터득함으로써 시간을 대하는 마음가짐도 달라졌고, 또 오이겐 헤리겔이 스승과 제자 사이의 대화편에서 설파하듯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231쪽

초상사진작가는 자기가 하는 작업이 죽음과 연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초상사진은 이내 사라질 운명인, 하나뿐인 순간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시간과의 사투인 셈이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 이런 사실을 깨닫는다는 것은, 인간조건이 본질적으로 덧없고 불안정하다는 사실을 의식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편 초상사진은 모든 사진들 가운데 시간의 제약이 가장 덜한 편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카르티에 브레송은 특정한 상황에서의 특정 맥락을 갖추고 있는 르포사진에는 정확한 날짜를 기입하는 데 반해, 초상사진의 경우는 날짜를 적지 않는다. 적더라도 재미삼아 적을 따름이다.-260쪽

카르티에 브레송에게도 무척이나 중요한 의미를 가진 두 달간의 뉴욕 현대미술관 전시가 끝나가던 1947년 4월, 친구인 카파가 그에게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충고를 해주었다.
"사람들이 자네한테 던져주는 미끼를 조심하게나. 기분은 좋을는지 모르지만, 일단 사람들이 딱지를 붙이고 나면 자네 몸에 착 달라붙어 나중에 떼어내기 힘들거든. 어쩌면 자네 등에 초현실주의풍 사진작가란 딱지가 좀 붙어 있는지도 모를 일이지.... 그럼 끝장일세. 자네는 계속 그런 식으로 밀고 나가야 할 테고 타성에 젖게 될 테니까. 자네 길을 가게나. 오로지 포토저널리스트란 딱지만 자네 가슴에 품고서. 그러면 세상 어딜 가도 홀가분하게 자네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을 걸세."-267쪽

"르포르타주란 문제를 표현하고 사건이나 인상을 고정할 목적으로 머리와 눈, 그리고 마음이 동시에 점진적으로 활동함으로써 이루어진다. [.....] 나에게 사진이란, 일 초도 안 되는 찰나에 대상의 의미와 또 이 대상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형태들의 엄정한 조직을 동시에 인정하는 행위를 뜻한다.[......] 주제란 사실들을 그저 집적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사실들 그 자체는 아무런 중요성도 가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사실들 중에서 선택하는 일이고, 사실의 진면목을 심오한 현실과의 연관성 속에서 포착하는 일이다. 사진에서는 아주 작은 대상도 커다란 주제가 될 수 있고, 사소한 인간적 디테일도 라이트모티프가 될 수 있다....."-325쪽

카르티에 브레송은 인물 초상사진 분야에서 '운이 좋다'고 잘못 알려져 있다. 잘못 알려졌다고 하는 까닭은, 사람들이 너무도 쉽게 '운'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너무도 많은 우연의 일치가 존재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매순간 긴장을 늦추지 않은 채 귀를 열어놓고 손에는 항시 라이카를 쥐고 있노라면, 때론 운명이 포착되는 순간을 맞이하는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대를 호흡하고, 순간의 진면목을 제대로 읽을 줄 아는 유연성을 갖추고, 인내심을 잃지 않은 채 기다리다 보면 굳이 찾으려 하지 않아도 결정적 순간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한데 카르티에 브레송은 이 모든 자질을 가장 잘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순간에 한 데 집중시킬 줄도 아는 인물이다.-337쪽

카르티에 브레송은 인물사진을 찍기 전에 이미 당사자와 일종의 양해가 이루어진 상태에서 작업에 돌입한다....... 사진작가는 이미 사전에 인물을 알고 있어야 하고, 잠시 그와 함게 있어보가, 그의 세계를 탐험해보고, 그의 작품을 연구하고, 그의 세계를 호흡하고, 그의 내면세계를 꿰뚫어보아야 한다. 그에 관한 모든 것들을 자기 것으로 하되, 이 모든 것이 사진작가의 본능이나 심지어 무의식에도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 이런 사전 작업이 끝나면 사진작가는 인물이 눈치 채지 못하면서 50밀리 렌즈가 닿는 적당한 거리를 벗어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자연스레 그 주변을 맴돌아야 한다. 특히, 인물에게 포즈를 취하도록 하는 것은 금물이다. 대개 사진작가가 인물의 첫인상으로 포착한 표정이면 정확하다.-340쪽

애초에 시선이 있었다. 그래서 카르티에 브레송에게는 그가 느끼는 시각적 감동을 어떤 식으로 표현을 하든 간에, 대상과 인물들을 바라보는 시선의 수준만이 중요할 따름이다. 카르티에 브레송은 처음 데생으로 시작했다가 곧이어 그림을 그렸고, 그런 다음 사진과 다큐멘터리 영화를 거치고 나서 또 다시 데생으로 돌아왔다. 이는 단절이 아니라, 그야말로 일관성이 있는 여정이다. 여러 단계를 순차적으로 밟았다기보다, 오로지 하나의 세계만을 견지하는 셈이라 할 수 있다. 크레용이며 붓, 카메라는 그저 도구일 따름이다. 이를테면 활을 쏘기 위한 다양한 줄일 따름이다. 시선을 지배하는 영혼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387쪽

카르티에 브레송을 오래 전부터 알아왔던 수필가 장 프랑수아 르벨은 이렇게 말했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그 어떤 합리적 설명보다도 강력한 수단을 써서 동료 사진작가들을 무력화시켰다. 바로 사진은 예술이 아니라고 선언했던 것이다. 내가 카르티에 브레송에게 다른 사진작가들에 관해서 이야기르 ㄹ해달라고 요청할 때마다, 그는 사진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 할 말이 없다고 했다. ......"-391쪽

"나에게 사진은 영원한 시각적 주의력이 자발적으로 발동해서 순간과 영원을 동시에 포착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반면에 데생은 의식이 바로 이 순간에서 포착한 것을 토대로 조형적으로 작업하는 행위이다. 즉 사진은 즉각적 행위인데 반해, 데생은 명상인 셈이다."-397쪽

신화의 인물들 중에서, 카르티에 브레송이 오랫동안 가장 자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인물은 바로 안타이오스였다. 그리스인들은 거인 안타이오스가 육신을 딸에 대고 있는 한 끊임없이 가공할 힘이 솟구쳤기 때문에, 헤라클레스가 그를 공중으로 들어올려 숨통을 끊어놨다고 전한다. 카르티에 브레송도 안타이오스와 마찬가지로, 자잘하고 한찮아 보이는 것들로 이루어진 구체적 현실과 접하고 있을 때라야 비로소 살아있다는 느낌을 갖는다. 가장 파장이 긴 진실은 바로 이런 자잘한 현실의 편린들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법이다.-411쪽

그는 콘트라스트가 심하거나 흐릿한 인화 상태를 좋아하지 않는다. 또 나이가 들어가면서 보다 선명한 쪽을 선호한다. 그는 특히 회색조를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온갖 종류의 톤이 모두 담긴 걸작 사진 <시테 섬>(1952년)이 좋은 예이다. 그는 거의 구름이 기지 않은 약간 흐린 날을 가장 좋아한다. 다른 사진작가들은 카르티에 브레송이 회색에 지나치게 집착한다고 놀려대지만, 그들 편에서 보면 그야말로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모든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IKB(International Klein Blue :프랑스 현대화가 이브 클랭이 독창적으로 사용하는 청색 모노크롬을 일컫는 별명)를 말하듯이, 언젠가 GCB(Gris Cartier-Bresson: 카르티에 브레송 회색)란 말을 사용할 날이 올는지도 모른다. 그는 특히 회색을 잘 운용할 줄 알아야 훌륭한 미술작품이 탄생할 수 있다고 말했던 들라크루아의 <일기Journal>을 탐독하곤 한다.-417쪽

"매그넘에는 이중 잣대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저 이외의 그 어던 매그넘 회원이라도, 잡지사에서 임의로 콘택트 프린트를 편집함으로써, 작가에게 시간적 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선택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사진작가의 열정이 서려있는 콘택트 프린트는 그의 허물이 잔뜩 담긴 내면 독백입니다. 찌꺼기이지만, 우리가 살롱에 앉아 꽃잎을 따는 것이 아닌 이상 불가피한 찌꺼기입니다. 어쨌든, 이 찌꺼기를 예심판사 앞에서 일일이 큰 소리로 외쳐댈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4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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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13-07-04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젤 먼저 들어와 공감 날리고 덧글 썼는데 로긴 안 된 상태라 다 날아가버렸어요ㅠ
스맛폰으로 다시 써요 스마트폰은 익숙치가 않아요
일단 브레송을 보관함에 담았는데 프레님 밑줄긋기 보니 사진을
이해한다는게 엄청 어렵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사진을 좀 아는 상태에서 접근하면 이해하기 쉬울것 같아요

날씨 넘 후텁지근해요
프레님은 파리 단독으로 남겨놓고 유럽 일정 잡으면 어떨까 싶어요
아님 동유럽 패키지로 다녀오시고 파리는 자유여행 하시면 될 것 같고ㅡ
전 예전에 스페인 포루투갈만 따로 십여일 갔다 왔는데
역시 여행은 단독 나라로 꼼꼼ㅈ보는게 나았어요^^*

프레이야 2013-07-04 20:42   좋아요 0 | URL
팜므언니, 좀 아는 상태에서 접근해야한다는 생각은 안 하셔도 될 듯해요.
그리 어렵지도 않구요. 단지 관심과 이해가 좀더 있고 없고의 차이겠지요.
예술은 하나로 통하는 것 같아요.
특별한 것에서 보편성을 찾아내는 과정, 그게 천재의 특성이라고 하는데
독서의 과정도 그런 것 같고 그래야 하고 ..그래서 좋았습니다.

위의 마지막 인용문구 중 첫줄에 '콘택트 프린트' 나오죠?
글 쓰는 사람에게 비유하자면 일종의 초고 같은 건데요,
밑줄긋기에 옮기진 않았지만 저는 콘택트 프린트에 대한 부분도 좋더라구요.
다듬기 전의 날 것, 그게 원래의 솔직한 우리 마음이고 욕망이잖아요.
거기엔 일련의 (마음)과정이 담겨있구요. 그래서 브레송은 자신의 콘택프 프린트를 소중히 여겼고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으려했대요. 하나의 필름을 다 쓴 후의 콘택트 프린트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을 선택한 경우에 나머지는 과감히 버렸답니다.
 
브리다
파울로 코엘료 지음, 권미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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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후예인 몇몇 드문 피조물들 - 그들도 신과 만나기 위해서는 고독이 필요하지만 - 을 제외한 나머지 인간은 생의 어느 순간, 짧은 순간이나마 자신의 소울메이트와 함께해야 신과의 합일에 도달할 수 있어.-59쪽

신은 말씀이야. 조심해!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말을 조심해야 해. 신은 만물을 통해 현현하시지. 하지만 말은 그중에서도 신께서 가장 선호하는 방법이야. 말은 울림으로 바뀐 생각이거든. 말을 한다는 것은 그전까지는 그저 에너지에 불과했던 것들을 공중에 주사하는 것과 같아. 한마디, 한마디에 각별히 주의해야 해.-117쪽

아버지는 그녀의 손을 잡고, 주로 할머니가 텔레비전을 보는 거실로 데리고 갔다. 거기에는 커다란 골동품 괘종시계가 걸려 있었다. 그 시계는 부속품이 없어 몇 년 전부터 멈춰 있었다.
"얘야, 이 세상에 완전히 잘못된 건 없단다."
아버지는 시계를 바라보며 말했다.
"멈춰서 있는 시계조차 하루에 두번은 시간이 맞잖니."-137쪽

진정한 마녀는 세상 만물을 더욱 강렬하게 사랑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해도, 자신의 소울메이트를 찾는 것은 삶의 신성한 의무였다. 태양과 달 양쪽의 전승에 의하면, 설령 언젠가 헤어질 수밖에 없다 해도, 자신의 소울메이트에 대한 사랑은 언제나 영예와 깨달음, 정화된 그리움이라는 왕관을 쓰고 있다고 했다.-180쪽

우리의 에너지를 담고 있는 것은 끊임없는 움직임 속에 있어야 해. 당신이 산 옷들은 당신의 일부이고 특별한 순간을 담고 있어. 당신 자신에게 선사할 선물을 사기 위해 외출하면서 행복했던 순간. 누군가에게서 상처를 받아 기분전환을 하고 싶었던 순간. 삶을 좀 바꿔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순간.
옷은 항상 감정을 물질로 변화시키지. 옷은 눈에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잇는 다리 중 하나야.

당신을 위해 만들어지지 않은 옷들은 갖다버려. 나머지 옷들은 돌아가면서 입도록 하고. 지속적으로 토양을 갈아엎고, 물결에 거품이 일게 하고, 감정을 움직임 속에 두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야. 온 우주는 움직이고 있어. 그러니 우리도 가만히 정체되어 있으면 안 되는 거야.-183쪽

밖으로 드러나 보이는 것을 바꾼다는 건, 내면에 존재하는 것을 바꾸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지.-185쪽

"왜 쾌락과 두려움을 함께 느끼는 거죠?" 섹스를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알고 있거든. 자신이 통제력을 잃어야만 그 절정에 이를 수 있는 경이로운 현상을 앞에 두고 있다는 것을. 우리가 누군가와 한 침대에 들어갈 때, 우리는 육체뿐 아니라 우리의 전 존재와 교감하도록 허락하는 거야. 우리와는 별개로 생명의 그 순수한 힘들은 서로 소통을 하고, 그러고나면 우리가 누구인지 숨길 수가 없게 되지.
자기 자신에 대해 품고 있는 이미지가 어떤 것인지는 조금도 중요하지 않아. 아무리 멋진 가면을 쓰든, 제아무리 똑똑한 대답을 하든, 그럴싸한 변명을 하든,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섹스를 할 때는 상대를 속이기가 어려워. 각자 자신의 본모습을 보여주게 되기 때문이지.-192쪽

내려야 할 결정이라면 꼭 내리도록 해. 올바른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자신하지 못하거나 확신이 서지 않더라도 말이야. 결정을 내릴 때 옛 독일속담을 명심한다면 절대 실수하지 않을 거야. 달 전승을 통해 오늘날까지 전해내려오는 속담이지. 이 속담을 잊지만 않는 다면 언제든 잘못된 결정을 바른 결정으로 바꿀 수 있어.
그 속담은 바로 이거야.
- 악마는 사소한 데 깃들어 있다.-224쪽

언제나 자신이 원하는 대로 발걸음을 내디딜 용기를 가지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신을 믿는다는 것을 증명할 유일한 방법이지.-230쪽

명심하게. 신께 이르는 으뜸가는 길은 기도이고, 그 다음은 즐거움이라는 것을.-301쪽

삶이란 이런 것일세. 실수의 연속이지. 수백만 년 동안 세포는 정확히 똑같은 방법으로 번식해왔어. 그런데 그 중 딱 하나가 실수를 저질러서 그 끝없는 반복 속에 변화가 생겨난 것이야.
실수가 세상이 움직이도록 추동한 거야. 실수를 결코 두려워하지 말게.
- 하지만 아담과 이브는 낙원에서 추방됐잖아요.
그리고 언젠가는 그곳으로 돌아가겠지. 하늘과 세상의 기적을 깨달을 때. 신께서는 두 사람이 선악과에 관심을 갖게 하시면서, 당신께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계셨다네. 그 둘이 그것을 먹기를 바라지 않으셨다면 말씀조차 꺼내시지 않았을 것이야.
- 그렇다면 왜 그러셨을까요?
우주를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지.-333쪽

용감한 이들은 두려움을 안고 결정을 내리고, 내딛는 걸음마다 악마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에 번민하고, 자신이 옳은지 그른지 스스로 묻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행동하는 이들이다. 그들은 행동한다. 그들 역시 기적을 믿기 때문이다.-343쪽

꽃 속에 사랑의 진정한 의미가 들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꽃을 선물해. 꽃을 소유하려는 자는 결국 그 아름다움이 시드는 것을 보게 될 거야. 하지만 들판에 핀 꽃을 바라보는 사람은 영원히 그 꽃과 함께하지. 꽃은 오후와 저녁노을과 젖은 흙냄새와 지평선 위의 구름의 한 부분을 담고 있기 때문이야.

-346쪽

사랑이 자유라는 것을 언제나 기억할게. 이것이 그토록 오랜 세월을 거쳐 내가 배운 가르침이야.-347쪽

이 힘은 대부분의 마녀들과 몇몇 특별한 여자들 사이에서 늘 저주받은 힘이었어.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은 이 힘에 대해 알고 있지. 그리고 우리 여자들은 우리 자신이 이 비밀의 위대한 수호자임을 알고 있고. 이 힘 때문에 우리는 위험하고 험난한 세상을 헤매며 살아가는 벌을 받았어. 왜냐하면 우리가 북돋운 이 힘은, 어떤 곳에서는 혐오스럽게 여겨지거든. 부지불식간이라도 일단 그 힘을 접하게 되면 평생 그것에 결속되어 살게 되지. 그 힘의 주인이 되거나 노예로 사는거야. 그것을 신비로운 힘으로 변형시키거나, 혹은 그 엄청남을 의식조차 하지 못한 채 사용하게 되는 거지. 그 힘은 우리를 둘러싼 만물에 깃들어 있고, 평범한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세계와 신비주의자들의 보이지 않는 세계 모두에 존재하고 있고. 그 힘은 학살될 수도 있고, 모욕당할 수도 있고, 숨겨질 수도, 심지어 부정될 수도 있어. 수년간 잠들어 있을 수도, 어느 구석엔가 처박혀 잊힐 수도 있어. 인류는 그 힘을 가지고 마음 내키는 대로 할 수 있지. 오직 한 가지를 제외하고는. 그것은 이 힘을 깨닫게 되는 순간, 인간은 평생 그것을 절대로 잊을 수 없다는 거야......그것은 섹스였다.-189쪽

인간이 세상과 맺는 모든 관계는 오감을 통해 이루어지네. 마법의 세계에 몸을 던진다는 것은 미지의 감각들을 발견하는 것이고, 섹스는 그 미지의 감각으로 통하는 문들 중 몇 가지로 우리를 추동해가지.(중략) 자네가 섹스의 힘에서 지혜를 찾든, 쾌락을 찾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 섹스란 언제나 총체적인 경험이야. 오감을 동시에 접촉하게 되는, 혹은 접촉해야만 하는 유일한 인간행위이기 때문이지. 상대방을 향한 모든 채널이 활짝 열리는 거야.-2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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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1-09-22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밑줄긋기는 무조건 추천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해요.^^

프레이야 2011-09-23 07:47   좋아요 0 | URL
브리다, 무릎을 치게 하는 좋은 구절이 참 많았어요.
나비님 대문이미지 상큼해요.^^

같은하늘 2011-10-01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에 이 책을 보았는데 좋은 구절이 참 많았어요.^^
이렇게 밑줄긋기를 해두어야 하는건데 항상 마음만...

프레이야 2011-10-02 01:12   좋아요 0 | URL
저도 다 하진 못하고 이래요.ㅠ
지나면 잊고 다시 보면 또 새롭고 ㅎㅎ
 
행복은 혼자 오지 않는다 - 웃기는 의사 히르슈하우젠의 도파민처럼 짜릿한 행복 처방전
에카르트 폰 히르슈하우젠 지음, 박규호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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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색깔은 우리의 현재만이 아니라 과거와 미래까지도 결정합니다. 우리의 뇌에는 모든 것을 잘 정리하여 저장해두는 단단한 금고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 뇌는 끊임없이 바뀌고 적응하는 살아있는 네트워크입니다. 지금 암울하면 뇌는 미래도 똑같이 암울하게 그리며 미래가 움울할 거라는 내 생각을 뒷받침해주는 많은 기억들을 과거로부터 찾아냅니다.-79쪽

의식은 코끼리를 타고 가는 기수와도 같습니다. 여기서 코끼리는 무의식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거의 알지 못하지만 아주 막강한 힘을 행사하는 자동적인 행위와 연상들 바로 무의식이죠. 이때 기수가 코끼리의 의도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면, 둘 중 누가 더 힘이 셈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폭력을 사용해서는 코끼리를 고분고분하게 만들 수 없습니다. 작은 보상들과 함께 반복적인 훈련을 하여 훈련내용이 이 커다란 짐승의 살과 피에 혼전히 스며들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 심리의 숨겨진 힘을 잘 파악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계속해서 그 힘에 의해 기만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 가지 좋은 방법은 자신의 행동을 세심하게 관찰하는 것입니다.-86쪽

위기가 오면 관계도 성장합니다. 슬픔을 당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한층 더 깊은 관계를 맺고 그들을 존중하게 되며, 남들의 고통에 대해서도 관용적이게 됩니다. 반면에 언제나 양지에만 있던 사람은 쉽게 남들을 외면합니다. 자신이 불행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남들에게도 더 개방적이게 됩니다. 그때가 되면 우리는 그 사람의 딱딱한 껍질 안에 무엇이 들어있으며 우리가 그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지 알 수 있습니다.-98쪽

"평생을 행복하게 함께 지내는 커플들을 보면 오히려 모든 걸 털어놓지 않고 비밀을 간직하는 타입들이 많다. 커뮤니케이션의 확장은 빈번히 고통스럽고 파괴적인 대화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여자들은 대부분 '더 많이 말하기'를 원합니다. 물론 남자들은 그런 것에 질겁하지만 말입니다. 마지막 말은 언제나 여자들의 몫이라는 말도 맞지 않습니다. 많은 경우 말도 필요없이 철썩, 몸짓 하나로 끝이니까요. 아무튼 남녀관계에서도 말은 은이고 침묵이 금인 것만은 확실합니다..... 이에 대해 그레이는 양초를 구입하라고 조언했습니다. 상처를 주는 언어적 커뮤니케이션 대신 조용하고 우아한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을 이용하라는 것입니다....그레이가 직접 경험한 바에 따르면 이 방법은 커플간의 의사소통을 아주 손쉽게 만들어준다고 합니다. 이때부너 나는 언제나 내 파트너의 촛불을 세심히 살피고 있습니다. 그것이 그냥 조용히 타들어가고 있는지 어떤지를 말입니다. -141쪽

초콜릿의 문제는 중독성이 있다는 겁니다. 늘 그렇듯이 즐거움을 맛보는 데 있어 최대의 훼방꾼은 습관입니다. 이 훼방꾼을 막으려면 다변화와 절제 외에도 감각을 발달시키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와인이나 초콜릿 또는 사랑의 유희에 담긴 여러 가지 맛의 차이를 지각하고 평가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이런 감각은 일생동안 계속 좋아지게 만들 수 있습니다. 게다가 초콜릿을 혀에서 천천히 녹게 하면서 맛을 보면 뚱뚱해지지도 않습니다.-233쪽

내 할머니는 "항상 제일 좋을 때 떠나야 한다"라고 말씀하실 줄 아는 분이셨습니다. 카너먼은 이 현상을 정확히 분석하고 여기에 '절정과 종결의 법칙'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에 따르면 우리의 뇌는 어떤 사건에 대한 만족도를 그것을 경험한 절정기와 종결기의 두 가지 척도로 계산한다고 합니다. 둘에서 일종의 평균값을 내서 만족도를 결정한다는 겁니다. 따라서 강렬한 경험이 이루어지는 절정기에 뒤이어 끝마무리가 빠를수록 해당 사건은 전체적으로 더 아름답게 기억됩니다....물론 첫인상을 다시 만회할 수 있는 두 번째 기회는 없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인상이 나쁜 것 역시 수정이 불가능합니다. 명심하십시오. 마지막 인상은 반드시 남습니다. 사람도 그렇고 사건도 마찬가지 입니다.-241쪽

행복도 이와 같습니다. 하루하루는 배부르고 행복해지기에 충분한 만큼의 플랑크톤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우리는 작은 행복에 만족하다간 큰 행복을 놓치게 될까봐 수많은 작은 행복의 순간들을 그냥 흘려보냅니다. 그리고 큰 행복만 기다립니다. 우리의 기억은 이러한 자기기만에 동조합니다. 과거에 있었던 커다란 일들을 가장 즐겨 기억하고 미래도 이렇게 거창하게 그려냅니다. 이런 방식으로 행복에 다가가면 중대한 착각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293쪽

달갑지 않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심리적 억압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닙니다. 이것은 자신이 변화시킬 수 없는 일들로 인해 골머리를 앓지 않기 위해 우리 정신의 면역체계가 보이는 매우 건강한 반응이기도 합니다. 마음을 억지로 참으면 병이 생긴다는 것은 전혀 증명된 사실이 아닙니다. 주변에서 자주 그런 말이 들린다고 해서 더 진실이 되는 것도 아니고요.-303쪽

우리가 자주 반복하는 일들은 우리의 뇌에 각인됩니다. 자주 생각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신경가소성을 진지하게 고려한다면 우리는 자신의 부정적 감정들을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물론 부정적 감정들도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습니다. 이런 감정들이 주는 메시지는 우리가 어리석은 일을 하지 않도록 경고하고 과부하를 예방해줍니다. 하지만 일단 메시지를 이해하고 난 다음에는 더 이상 그런 감정 자체를 키울 필요가 없습니다. 자주 화를 내면, 화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더 쉽게 내부에서 끓어오르게 됩니다. 왜냐하면 반복적인 화풀이는 뇌 안에 '화가 다니는 길'을 매끈하게 잘 닦아놓는 역할도 하기 때문입니다. 언젠자는 그 '길이 곧게 뻗은 8차선 고속도로가 되어 우리는 더욱 쉽게 그 위로 미끄러지면서 파괴적인 행동을 하게 됩니다.... 현대의 스트레스 심리학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화를 내지 않으면 화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다!" 끓어 넘치기 전에 불을 줄이거나 냄비를 불에서 내려놓아야 합니다. 그리고 '쿨'하게 가만히 기다리면 됩니다.-305쪽

우리의 체험은 장기기억장치에 저장되는 과정에서부터 데이터가 압축됩니다. 그런 탓에 해당 체험과 관련된 대부분의 감정들이 삭제되죠. 우리는 이를 알아채지 못합니다. 우리가 그 장면을 상상속에서 다시 재구성할 때 곧바로 감정들이 다시 채워지기 때문입니다. ... 우리들 대부분은 어릴 적에 시장에서 잠시라도 부모를 잃어버렸던 경험이 있을 겁니다. 이 경험이 오늘날까지 우리에게 심리적 외상으로 남아 있는지는 당시에 느꼈던 감정에 달려있다기보다, 그 경험 이후 우리가 얼마나 빈번히 그때의 장면을 불러내고 여기에 부정적 의미를 부여했는지에 의해 결정됩니다.-380쪽

"인간은 단지 행복하기를 원하는 게 아니라, 남들보다 더 행복하기를 원한다. 그런데 우리는 무조건 남들이 자기보다 더 행복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남들보다 행복해지기 어려운 것이다." 세네카가 한 말입니다.-394쪽

빈터가르켄 사건 이후에 나는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보다는 외부로부터 얻는 정보들이 훨씬 더 믿을 만합니다. 좀 듣기 싫은 소리일지 모르겠지만 우리를 성공적인 삶으로 이끄는 이정표는 경험이 많은 사람들에게서 얻는 것이 좋습니다.-383쪽

우리가 자신을 남들보다 못하다고 여기는 이유는 우리가 남들에 대해서보다 자기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알기 때문입니다.

-397쪽

행복해지기는 간단하다. 다만 간단해지기가 어려울 뿐.-4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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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11-05-30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해지기는 쉽다.
우리가 쉽게 생각하기 어려워서 그렇지... ^^
욕심이 늘 괴롭히죠. 사람을...
행복에 대해 잘못 접근하는 게 행복하지 못한 원인이란 거... 갈수록 뼈저리게 느끼는 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마녀고양이 2011-05-30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 말한다고 사람 관계가 좋아진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리고 간단하다는 것 단순해진다는 것, 그게 그렇게 어렵네요. 아유.
 
숨은조화 - 기린총서 30
오쇼 라즈니쉬 지음 / 기린원 / 1989년 1월
품절


길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속세의 길로서 자기 자신을 잊는 길이며 다른 하나는 신의 길로서 자기 자신을 기억하는 길이다. 여기에서 역설은 행복을 구하는 자는 결코 얻지 못하고, 진리를 구하고 행복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자는 항상 행복을 발견한다는 점이다.-95쪽

노자는 말한다. "내가 그대들에게 새 가지 보물을 주겠다. 하나는 사랑이다. 다른 하나는 결코 극단으로 가지 말라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번째 보물은 자연스러워지라는 것이다. 그러면 모든 것은 스스로 이루어진다. 이렇게 간단한 것을 따른다고 할 때 왜 모든 것이 그 스스로 이루어지는가? 마음은 불행을 만들어 내는 데는 완벽한 숙련공이다.-99쪽

그의 말은 뚜렷하지 못하고 그는 항상 뭐든 말하기 전에 망설인다. 말로써 표현되는 것은 무엇이나 진리일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하려고 하는 일이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말은 언제나 위험하다. 그 말을 들을 때 사람들은 각자 자기 자신의 경험을 통한 의미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180쪽

이 세상 전체가 그대를 속일지라도 그대가 잃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의심하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의심이야말로 사기꾼이다. 의심하게 될 때 결국에 가서는 신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신은 순진무구함의 문을 통해서 들어온다. 그대가 살아가는 가운데 뭣이든 신뢰할 수 있는가? 신뢰하는 사람을 찾아보아도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대는 지금 아무것도 믿지 못하고 있다.-199쪽

책임은 그대의 것이다. 책임을 그대의 것으로 받아들일 때 그대는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다른 사람의 것이라면 그대는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다른 사람이 슬픔을 만들었다면 그대는 그 슬픔에 관해 아무것도 할 수 없기에 항상 슬픈 상태로 남아있게 될 뿐이다. 수없이 많은 자들이 그대를 둘러싸고 있다. 다른 사람이 그대를 좌절하게 만들었더라도 그대는 아무런 행동을 취할 수가 없다. 그대가 다른 사람을 변화시킬 수 없음으로 인하여 그대는 항상 좌절한 채로 남아 있게 될 것이며, 그때 이것은 그대의 운명이 된다. 그러나 그대가 책임을 질 때 그 즉시로 그대는 주인이 된다. 이제 그대는 무엇인가 할 수 있다. -276쪽

떠오르는 태양마다 새롭다. 찾아오는 아침마다 새롭다. 배고픔마다, 포만마다 새롭다. 그러나 마음은 낡아있다. 마음은 과거이다. 마음이란 곧 축적된 기억이다. 그대가 마음을 통해서 볼 때, 모든 것은 낡고 죽은 것으로 보인다. 모든 것이 추하고 더러운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마음 때문이다. 마음을 치워버려라. 기억을 치워버려라.-299쪽

헤라클레이토스의 말이 옳다. "인간이 바라는 대로 모든 일이 이루어졌다면 더 나빠졌으리라." 인간들이 하는 일은 무엇인가가 항상 잘못되어 간다. 그것이 아름다운 것이다. 아무것도 잘못되는 것이 없고 모든 것이 원하는 그대로 이루어진다고 하면 누가 진리를 바라겠는가? 그리고 누가 존재를 추구할 것이며 누가 완전한 자유를 바라겠는가? -314쪽

그대가 기대할 때 그대는 반드시 실패한다. 그대는 기대 속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대하지 않을 때 진리는 나타난다. 그때 거기에는 그대도, 아무도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대가 텅 비어 있게 될 때, '너무도' 비어 있어 '나는 비어 있다'고 하는 생각도 느끼지 못할 때, 즉 비어 있는 그 자체마저도 없게 될 때, 바로 그때 신이 나타난다.-318쪽

'관념'이라는 그 자체가 거짓된 것이다. 관념은 알려지지 않은 것, 불가능한 것으로부터 어떤 이론을 만들기 때문이다. 모든 이론들은 예외없이 거짓된 것이다. 나의 것도 포함해서 절대적으로 거짓된 것이다. 기대되지 않는 것은 항상 기대되지 않는 것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319쪽

사랑에 빠진다고 할 때, 그것이 존재하는 동안에 찬양하도록 하라. 사랑이 항상 존재하도록 만들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노력하는 동안에 사랑을 놓치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준비가 끝나게 될 때면 이미 꽃은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사랑을 고정시켜 놓고 즐기려 할 때가 되면 그 사랑은 이미 사라져 버린 뒤다. 이미 가버린 것은 다시 돌려놓을 수 없다. 되돌아오는 경우은 없다. 강은 계속해서 앞을 향해 흐르고 있다. 그리고 그대는 매순가 새로운 땅에 던져지고 있다.-342쪽

신은 에너지이다. 그리고 완전한 자각이다. 시은 또한 환희이며 법열(ecstasy)이다. 정의할 수도 없고 제한될 수도 없다. 시작도 없고 끝도 없으며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영원하다. 신은 곧 전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
신이 인간이라고 하는 개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신에 대립되는 악마를 만들어야 했다. 그렇지 않다면 모든 부정적인 것들을 어디에다 갖다 놓을 수 있겠는가? 그 모든 부정적인 것들을 책임질 어떤 대상을 만들이 않을 수 없다. ...... 신은 나뉘어질 수 없다. 신은 나뉘어지지 않는다. 먼저 알아야할 것은 인간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리고 잊지 말라. 그대 또한 인간이 아니다. 그대가 인간처럼 보이는 것은 자기 자신을 모르는 무지 때문이다. 내면으로 깊이 들어가 보라. 인격은 사라지고 그대가 스스로 누구인지 모르게 되는 순간이 온다.-1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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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1-05-05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를 위한 밑줄들 같네요
 
은교
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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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내 삶과 시대는 암적색 휘장으로 덮였는데, 눈 들어보면, 오 저기, 바람 부는 광휘의 새 날들, 흰 면사포를 쓴 새 신부같이, 사뿐사뿐 내게로 오고 있었다. 나는 비몽사몽 나의 꿈길로 들어갔다. 실존의 난로에선 여전히 생살이 타고 있었지만, 나의 꿈길은, 눈물보다 투명하고 초롱보다 환했다. 나는 꿈의 비단길을 타고 비행을 계속했다.-198-199쪽

아름답게 만개한 꽃들이 청춘을 표상하고, 그것이 시들어 이윽고 꽃씨를 맺으면 그 굳은 씨앗이 노인의 얼굴을 하고 있다. 노인이라는 씨앗은 수많은 기억을 고통스럽게 견디다가, 죽음을 통해 해체되어 마침내 땅이 되고 수액이 되고, 수액으로서 어리고 젊은 나무들의 잎 끝으로 가, 햇빛과 만나, 그 잎들을 살찌운다. 모든 것은 하나의 과정에 불과하다.-251쪽

늙은 사람의 힘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늙으면 속눈이 더 밝아지니, 젊은 애들 마음을 읽어내는 건 여반장과 다름없다. 더구나 나의 피부는 두꺼워 홍조도 감출 수 있고, 나의 주름은 깊으니 독심 품는다면 오욕칠정인들 안으로 숨기는 게 뭐 어렵겠는가. -271쪽

'나는 다시 태어났다'고 생각했다. 손은 '말굽'처럼 단단하고 나의 몸엔 '납'처럼 무거운 옷이 입혀질 것이다. 그게 내 길이었다. 생각해보면, 서지우를 핑계대면서, 어쩌면 나는 그때 스스로 본질적인 내 자신의 광포한 죽음을 불러오고 싶었던 것인지도 몰랐다.-282쪽

관능은 아름다움인가, 연민인가. 아름다움이 참된 진실이나 완전한 균형으로부터 온다는 일반적인 논리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아름다움은 각자의 심상을 결정하는 주관적인 기호에 따른 고혹이거나 감동이다. 그것에 비해, 연민은 존재 자체에 대한 가없는 슬픔이고 자비심일 뿐 아니라, 쇼펜하우어에 따르면 도덕률의 가장 기본적인 기준이다. 그 두 가지는 어떤 의미에서는 상대적 개념인바, 완전한 합치는 쉽지 않다.-309쪽

아름다움에 대한 충만한 경배가 놀라운 관능일 수 있으며, 존재 자체에 대한 뜨거운 연민이 삽입의 순간보다 더 황홀한 오르가슴일 수 있다는 것을 그가 어찌 꿈엔들 상상할 수 있으랴.
......
사형선고는 인간이 가진 최상의 가치를 증명하는 표상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인간 세상 이외엔 오로지 죽임만 있을 뿐 사형선고는 없으니까.-314쪽

좋은 작가는 킬러같이 정밀하고 철저하고 용의주도해야 돼. 킬러는 바람의 방향 하나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거든. 예술이 그렇다네. 완전하 예술가는 곧 완벽한 킬러라 할 수 있지. -3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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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1-05-05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늙은 사람의 힘이라.
저도 늙으면 보여줄 힘이란 게 있을까요?
킬러는 너무 힘든 삶같아요 냉혹하고 냉철해야하는
그러지 못해서 이도 저도 아닌 삶을 사는 느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