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안 작가의 <네 멋대로 읽어라>에서 ‘인류를 구원할 기록’이라는 제목의 글에는 안정희 저자의 <기록이 상처를 위로한다>라는 책이 언급된다. 인간만이 기억하고 추억하고 기록하고 그래서 호모아키비스트라고 한다. 저자는 개인의 기록물을 더 중히 여겨 민간 아카이브를 지향한다고 한다. 6하 원칙을 바탕으로 스토리가 담겨 있어야 하고 공유하는 성질을 띠거나 공공성이 있어야 한다는 전제를 두는데, ‘개별적인 인간은 소멸하되 기록하는 인류는 미래를 꿈꾼다’고 저자의 말을 인용한다.

알라딘 서재도 나름의 민간 아카이브로 톡톡히 구실하는데 한 이삼 년간 기록을 게을리했다. 언제나 고향처럼 든든히 나를 기다려주는 곳이고 내 기쁨과 슬픔이 고스란히 담긴 곳이다. 2017년을 간단히 정리해보니, 다니기도 많이 다녔더라.

그중 3월에 간 요르단과 이스라엘은 특히 잊지 못한다. 가보고 싶었던 페트라와 와디럼, 사해는 물론이고. 페트라는 꼭대기 그 옛날 수도원 자리로 추정되는 곳까지 올라갔고 와디럼 사막은 짚을 타고 여섯 시간을 달리며 해 질 녘까지 있다가 나왔다. 낯선 이들이 함께한 여행이었는데 무리 없이 잘 다니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에너지가 어디서 그리 신나게 나오던지 발걸음이 가벼웠다. 날씨도 다니기에 최적이었다. 같이 다니되 혼자인 게 좋다. 여행지에선 혼자여야 하는, 혼자이고 싶은 순간이 잦다. 동행자가 있을 땐 때로 부담스럽다. 감정을 살피고 돌봐야하는 데에 에너지를 좀 빼앗기니까. 오히려 나를 모르는 그래서 더 편한 좋은사람들 덕분에 유익하고도 건강히 잘 다녀왔고 후에 동영상도 이메일로 받아서 추억의 아카이브를 공짜로 받았다. 묵묵히 재미났던 인생선배들에게 감사하다.
이제라도 간단하게나마 조금씩 기록을 남길까한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4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8-01-06 0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8-01-06 08:46   좋아요 2 | URL
유별남, 사진작가 맞구요. 근데 본명일까요 유별나게 ㅎㅎ 페트라가 있는 왕국으로 걸어들어가는 길부터 두근두근했어요.

서니데이 2018-01-06 0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디아나존스에서 보았던 그 곳이네요.
아래 두 사진은 파노라마로 찍으신 것 같아요. 사진이 선명해서 정말 예뻐요.^^

프레이야 2018-01-06 08:44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
성배를 찾던 곳인가 그렇지요. 아이폰 파노라마도 맞구요. 지금은 사라지고 유적지가 된 붉은사암으로 만든 나바티안들의 나라, 신비로웠어요.

2018-01-06 08: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06 08: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키나와 100배 즐기기 - '16 ~ '17 최신판 100배 즐기기
정은영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오키나와 본섬의 남부에 위치한
평화기념공원에 도착했을 때에도 비는 계속 내립니다.
사람들은 거의 없고 순회차를 모는 아저씨가 타겠냐고
해서 100엔 주고 탔어요. 그냥 한국인위령탑 앞에
내리고 보냈습니다. 위령탑과 마주한 평화기념관 바깥
으로는 평화의 비와 수많은 영령들의 이름 그리고 바다.
호젓한 길을 걸어 돌면 평화의 언덕 조형물이
상징적으로 서 있어요.

2016. 9. 7


댓글(9)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nine 2016-09-11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엊그제 집으로 배달된 어느 커피회사 월간지에서 프레이야님을 뵙고 혼자 반가와 벙글벙글했답니다!

프레이야 2016-09-11 17:11   좋아요 0 | URL
으아. 전 아직 보지도 못했어요. 부끄럽게요. 어떻게 나왔는지. 어색한 포즈로. 안부 고마워요. 잘 지내시죠 나인님^^

2016-09-12 16: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12 17: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6-09-22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오키나와에 가보고 싶어요.
오키나와 100배 즐기기~ 좋네요.^^

2016-09-22 16: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22 2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22 2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23 07: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습니다 - 세상에서 제일 작은 서점 울랄라의 나날
우다 도모코 지음, 김민정 옮김 / 효형출판 / 2015년 12월
평점 :
품절


이곳엔 지금 시원하게 비가 내립니다.
나하공항에서 나와 차를 빌리고 바로 온 곳은
오키나와의 부엌이라 불리는 제일 마키시 공설 시장
안에 자리한 울랄라 서점입니다.
주인 우다 도모코 씨는 출타 중이고 다른 여인이
가게를 지키며 무언가를 열심히 쓰고 있어요.
두 시간 후에나 온다고 하니 그냥 가야겠어요.
옆에옆에 건어물 가게 주인아저씨 포스가 후덜덜입니다.
사진 한 컷 찍었다가 야단 맞았어요.
한참 뭐라더니 다시 저 자세로 ㅎㅎ
울랄라 서점은 흔쾌히 허락해줘서 사진 남깁니다.
시장 입구에 아담하고 조촐한 이런 밥집이 있네요.
맛납니다. 시급 7000엔에 사람을 구하고 있어요.

- 오키나와 사람들의 오키나와 사랑은 각별하다.
고향에 대한 관심이 높고 저자의 인맥도 판매에 꽤
영향을 미친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오키나와 서점의
향토책 코너는 다른 어느 지역보다 넓은 편이다.
(28쪽)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4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6-09-07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은 공간의 서점에 책이 많이 없어 보여도 생각보다 책 읽기 편안해요. 저런 곳에 하루 종일 죽 치고 않아서 책 읽어봤으면 좋겠어요. ^^

프레이야 2016-09-07 22:29   좋아요 0 | URL
그죠. 좁은 공간이 주는 집중력 같은 걸까요. 저 부엉이 너무 이쁘죠 ^^

뽈쥐의 독서일기 2016-09-07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햐~ 색감이 참 따뜻하네요. 따뜻한 헌책방 느낌이에요ㅎㅎ

푸른희망 2016-09-07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제가 지금 오키나와에 꽂혀서 열씨미 관련책 보는중인데 거기 계시네요 서점도 멋지고 사진도 분위기가 좋아요

프레이야 2016-09-07 22:25   좋아요 0 | URL
저와 같은 증세를요. ㅎㅎ

프레이야 2016-09-07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뽈쥐님. 아담하고 소박하면서 정갈하고 따뜻하구요. 시장 한복판에 섬처럼 자리한 것도 참 특이해서 끌려요. 오키나와는 곳곳에 그냥 서점처럼 책이 있다고 해요. 저 책 재미있어요.

순오기 2016-09-08 0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월 유럽을 거쳐 이젠 오키나와에~~프레님의 행보가 대단하네요.^^ 오키나와 서점~~ 근사하네요!♥

프레이야 2016-09-08 18:32   좋아요 0 | URL
울랄라. 이름도 기분 좋게 하죠

무해한모리군 2016-09-08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편안해보이는 곳이네요.

프레이야 2016-09-08 18:33   좋아요 0 | URL
네. 시장 안에 고요하고도 편안한 섬처럼요.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 유품정리사가 떠난 이들의 뒷모습에서 발견한 삶의 의미
김새별 지음 / 청림출판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8화)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 -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 배혜경과 함께 읽기 | 갈맷길700리
http://gobusan.kr/bbs/board.php?bo_table=withbooks&wr_id=37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희망찬샘 2016-04-28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한 번 읽어보고 싶은 책이네요. 좋은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yureka01 2016-04-28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링크 따라 갑니다 ^^..
 

성산일출봉에 다다르자 눈발이 굵어지더니
이미 출입제한이 되어 있었다. 그래도 멋진
풍경에 기쁘게, 일출봉 오르기는 다음을
기약하고 두모악으로 향했다.
여름에 갔을 때와는 달리, 눈발이 흩날리는 마당에는 눈가루 속에 수선화가 방긋 미소
짓고 있었다. 너무나 반가운 얼굴을 보는 듯‥
오늘 본 이곳 수선화만으로도 넘치게 좋다.

루게릭병으로 투병생활을 한 지 6년 만인
2005년 5월 29일, 손수 만든 두모악에서 영면한
김영갑의 뼈는 두모악 갤러리 마당에 뿌려졌다.
책 제목처럼 ˝그 섬에 내가 있었네.˝
두모악 김영갑갤러리는 폐교된 초등학교를
개조해 2002년 여름에 문을 열었다.

˝ 날짜와 요일은 신경 쓰지 않아도 시간만큼은
철저하게 확인한다. 달이 가고 해가 바뀌는 것
에 대해선 무감각해도 계절의 오고감에
대해서는 민감하다. 나에게는 시간과 계절만
중요했을 뿐 그밖에는 어떤 것도 의식하지 않고
살았다. ‥‥‥ 눈앞에 펼쳐지는 황홀함은
삽시간에 끝이 난다. 그 순간을 한번 놓치고
나면 다시 일 년을 기다려야 한다. 일 년을
기다려서 되는 거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기다려도 되돌아오지 않는 황홀한 순간들도
있다.˝ - 그 섬에 내가 있었네, 242-243쪽


숙소로 가는 길, 해거름에 사계에 들렀다.
좀 달라진 것 같아 전혀 다른 곳에 온 듯
낯선 느낌. 어둑발 내린 눈길을 조심조심 달렸다.



2016. 1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yureka01 2016-02-04 23: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밥 사먹을 돈으로 필름으로 바꿔 사진을 담았던 사진 예술가...이 책은 처음 출간 되었을 때 읽었고 지금도 가슴 한켠이 서늘하게 다가 오는 작가셧지요...우리나라 사진계에 이렇게 아웃사이더 분들이 여럿 됩니다.그리고 죽어서 그의 가치를 몰랐던 사진가들이 뼈 아프게 하는 작가셧지요.그래서 지금 살아 동시대에 활동 하는 작가의 사진을 더 유심히 보려 드는 이유지요.잃고 난 후에 왜 몰랐나라고 하는 후회를 조금이나마 줄이고 싶었어요.

프레이야 2016-02-04 23:34   좋아요 1 | URL
그렇습니다. 이 책은 저도 오래전 샀던 건데 수시로 들춰봅니다. 저자의 글을 읽다보면 지금 이순간의 고마움을 떠올리게 되어요. 홋카이도 비에이 풍광을 찍었던 작가 마에다 신조의 타쿠신칸에서 비슷한 감흥을 받았지만 김영갑의 투지에는 그에 비교할 수 없는 감동이 있어요.

잠자냥 2016-02-05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예전에 이 책을 봤을 때도 책만으로도 눈물이 왈칵 났는데, 책을 본 뒤 직접 김영갑 갤러리에 갔더니 정말 그 감흥이 더욱 남다르더군요. 덕분에 오랜만에 그때의 감흥에 젖어봅니다...

프레이야 2016-02-05 14:39   좋아요 1 | URL
그렇지요. 사계절 찾는이들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사무실에 마치 방금까지 사람이 앉아있었던 듯‥ 눈발 날리는 갤러리 뒷마당을 돌아 앞뜰로 나오는데 수선화가 어찌나 밝던지요. 참 좋은 느낌이었어요.

순오기 2016-02-11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홍준교수와 답사길에 일정에 없던 이곳을 꼭 들러야 한다면서 안내하셨죠~`그 섬에 내가 있었네`를 읽고 꿈꾸던 곳이라 소원을 풀었지요!!♥

프레이야 2016-02-11 09:06   좋아요 0 | URL
그랬군요. 이번엔 저 수선화가 선물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