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가 올해 20년이 되었다.
뭐든 시작이 반이고, 하면서 나아가고 성장하는 법, 그새 스무 해나 되었나 싶다.
이미 개막했고 10일 폐막이다.
지인들 몇과 어제 오픈시네마(축제기간 내 저녁 8시에 매일 야외에서 상영)로 야외상영 되는 영화

`당신을 기다리는 시간`을 보았다. 원제는 The Wait.기다림! 강하다.
자원봉사자 학생들의 안내로 긴 줄이 다 입장하고 보니, 무려 5000석인데 사람이 거의 다 앉아 있었다.

감독의 무대인사가 간단히 있고, (감독이 무대에서 폰으로 관객을 찍네ㅎㅎ)
영화 시작, 100분간 상당히 몰입해서 보았다. 야외이고 스크린도 실내보다는 해상도가 떨어지는 느낌이었지만

영화가 오프닝부터 사람을 빨아들였다.

줄리엣 비노쉬는 완숙미가 절정이다.
그레이트 뷰티, 의 조감독 출신 감독의 영화라 아주 세련미가 있다.
아름다운 시칠리섬을 배경으로 음식과 풍광, 어두운 실내와 밝은 실외의 대조, 절제된 대사,

인물과 정황에 대한 상당히 절제된 정보가 묵직한 주제에 맡게 분위기에 일조한다.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가 섞여 들려오는데, 그 느낌이 좋다.

전체적으로 영화는 한 여성의 삶과 성숙에 초점 둘 수 있다.

 그렇다고해서 여성의 삶에 남성이 제외될 수는 없으니 당연히 남녀가 엮이어 일어나는 삶의 사건들이다.

 사건의 세세한 정보는 주어지지 않고 짐작할 수 있는 힌트들이 나오고, 안느(줄리엣 비노쉬)의

다양한 표정과 섬세한 심리읽기가 관건이다.

다 보고 난 내 느낌은, 영화 자체가 (내용상) 하나의 거대한 피에타상을 연상하게 한다.

- 누군지 모르는 사람들을 사랑하며 살게 될거야. 네 삶에서 멀어지는 거지. 

안느가 아들을 찾아온 아들의 여자친구 잔에게 한 말이다. 쥬세페 없이는 살 수 없다는 잔에게

희망적이라고만 할 수는 없는 잔인한 선고다.
그런사람이라면 부주의한 행동도 안 했어야지 사랑한다면서 아무렇게나 행동해서 상처 주고
아무거도 아니고 단지 그냥 춤을 추었을 뿐이라고만 하는 미성숙한 잔.

그런 잔에게서 쥬세페는 엄마가 받은 상처를 떠올리고 괴로웠을 것이다.

영화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서 나는 박애를 떠올렸다.

감독은 그저 너무 깊이 생각 말고 느낌에 충실하게 관람하라고 했지만,

물론 그 아련히 슬픈 느낌이 충분히 좋았고 말할 수 없이 가슴 아프지만,

나아가 이 영화는 사랑을 말한다.

우리삶에서 궁극적으로 구현해야할 사랑은 박애라고 말하는 듯하다.
모성애적 사랑, 에로스적 사랑을 넘어선 사랑.
시칠리섬의 부활절축제에서 밤하늘에 높이 떠오르는 성모상과 얼굴을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방황하는 안느의 얼굴이 유영할 때 감정은 절정에 이른다.

네 삶에서 멀어지면서‥라는 말이 구형처럼 무겁고 무섭다.  어쩌면 삶에서도 그렇게 자신을 잊고 거리두기와 관조가 가능할 때 삶의 고수가 되겠지만

아직은 철없이 부대끼며 살고 있으니. 젊은 잔의 몸, 자신도 가졌었던 싱그러운 여자의 몸을

응시하는 안느의 시선, 비키니에 대한 단상, 삶에 난타당한 경험이 있고 나이마저 들어가는 여자,

그럼에도 버텨내고 더 큰 사랑을 실천하며 살 것 같은(그래야만 될 것 같은) 여자의 시선이 여운을 길게 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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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남매맘 2015-10-04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줄리엣 비노쉬! 여전하네요. 소피 마르소도 온다고 하던데...아름답게 늙어가는 여배우들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프레이야 2015-10-04 18:49   좋아요 0 | URL
네, 정말 나이들어갈수록 더 아름다운 여인들이지요. ^^

2015-10-05 15: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05 2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LILAC 2015-10-05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랏 저도 그 날 야외극장에서 이 영화 봤습니다^^ 줄리엣비노쉬 참 멋있죠!

프레이야 2015-10-05 22:59   좋아요 0 | URL
어마낫 반갑네요. 부산 사시나봐요^^

LILAC 2015-10-06 19: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부산분 만나니 반갑네요! 저도 시간내어 열심히 영화제 다니고 있답니다. 종종 대화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