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 - 떠난 고양이에게 쓰는 편지
클로드 앙스가리 지음, 배지선 옮김 / 책공장더불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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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 함께 산 고양이를 떠나보낸 후 고양이에게 쓴 다정한 편지. 사랑과 연대의 아름다운 증언을 통해 떠난 생명이 현존하는 삶을 차분히 들여다본다.

클로드 앙스가리, 브로타뉴 지방의 최서단에서 살며 문학선생으로 활동하고 글을 쓰는 저자는 음악과 동물을 사랑한다. 번역가 배지선은 고양이와의 삶을 시작한 이후 이 공동의 삶을 고민하는 이들 중 한 사람이 되었다. 표지 그림으로 등장한 고양이는 보기만 해도 사랑스러운데 실제 고양이 “깃털”을 닮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얇고 가벼운 책이다, 깃털처럼. 하지만 그 물리적 무게보다 많은 이야기의 무게가 그 안에 담겨 있다. 사랑하고 연민하는 존재와 함께 사는 사람, 함께 살다가 혼자가 된 사람은 그 무게를 느낄 수 있을 만한 문장들! 볕바라기 중인 우리 집 고양이가 나를 쳐다본다.

함께 사는 삶에는 여러가지를 내어주고 교감해야 행복이 따라온다. 나는 우리 집 고양이 모꾸와 침대도 소파도 부엌도 베란다도 함께하지만 특히 화장실이라는 은밀한 공간을 함께 쓴다. 안방 쪽 화장실 말고 모꾸가 좋아하는 수족관 옆 화장실의 한구석에 가장 편안하게 일을 볼 수 있어야 하는 자리을 마련해 주었다. 우리 집에 처음 와서 식구가 되었을 때 화장실 교육을 할 필요도 없이 본능적으로 그곳을 찾아가 너끈히 일을 보고 시크하게 나오는 걸 보고 경탄했었지. 고양이는 이런 작은 구석을 좋아하고 작은 구석이 필요한 생명체다. 우리가 그렇듯. 앞발로 모래를 야무지게 싹싹 긁어 자신의 속깊은 냄새를 덮는 걸 보면 또 신기하기도 하고. 생존본능이라고 하지만 사람보다 낫지 뭔가. 물론 그 배설물 처리는 내 손이 가야한다. 소위 맛동산 캐기, 감자 캐기. 요상하게도 사랑하는 존재의 배설물에서는 냄새가 안 난다. 요새는 자동처리기가 나와 있던데 가격이 좀 세다. 하루에도 수차례 내 손으로 처리하는 고달픔에서 벗어나 있은 지 석 달이 되었다. 이제 두 발로 딛고 일어나니 슬슬 다시 복무해야 할 즐거운 일!

화장실이라는 작은 구석을 우리는 공유한다. 내가 변기에 앉아면 모꾸도 어슬렁 따라 들어와 자신의 네모 화장실에 슬그머니 들어간다. 드나들기 좋게 처음부터 뚜껑을 떼어주었다. 연약한 생명체가 눈을 지그시 감고 오줌을 누거나 때론 똥을 눈다. 우리는 서로 시선이 마주칠 때도 있지만 모꾸는 대개 45도 정도 고개를 돌려 턱을 살짝 들고 그 순간을 음미한다. 집사 너는 날 예의도 없이 빤히 쳐다보지만 나는 너의 민망한 순간을 모른 척 시선을 피해주겠다는 듯.

다섯 살 되도록 여태 별일 없었는데 요즘 자주 토하는 것 같아 은근 걱정이 되었다. 간단히 알아보고 펫보험을 들었다. 연령에 따라 월 불입액이 달라지고 3년 갱신형이다. 펫보험 가입율이 우리나라는 1% 미만이라고 한다. 스웨덴은 40%, 일본은 6%. 활성화되려면 먼저 정비되어야 할 것들이 많은데 언제 시행될는지… 동물병원에서 부르는 치료비 부담이 크기도 하고 병원마다 부르는 금액이 다르고 과잉진료를 해도 정확히 알 수가 없는 구조, 투명하게 개선되어야 한다.

오늘은 고양이 두 마리와 동거하는 친구의 생일이다. 생각이 나 물어보니 예방주사 맞혀야 되는데 미루고 있다며 펫보험은 둘이라 부담되어 들지 않았다고 한다. 수국수국 파랗게 핀 수국과 백포도주를 카톡으로 보내주었다. 우선 화중지병이라도. 밥은 주말이나 먹기로 하고. 아무튼 모두 아프지 말고 오래 행복하렴. 이 책은 오래전 사두었는데 가벼움과 다정함이 필요한 때 가끔 펼친다. 재생용지라 진짜 가볍다. 깃털처럼. 다리를 뻗고 책상에 앉기가 힘든데 그냥 창가 의자에 앉아 한손에 들고 보기에 좋구나. 가볍게!

집을 통틀어 하나의 공간, 부엌과 직접적이고 논리적관계, 즉 원인과 결과라는 자연적인 관계를 이루고 있는 작은 공간이 있다. 그러니까 우리가 친근하게 ‘작은구석‘이라고 부르는 곳에 대해 말하고 싶다. 왜 그곳을 직접 말하지 않을까? 점잖음이나 가식적인 신중함 때문일까? 이 소박한 장소, 우리가 여러 해 동안 함께한 공동의 삶의 장소, 우리의 필요를 해소하던 그 장소를 왜 떠올리지 않을까?
네 화장실 모래는 그곳의 왼쪽 끝에 놓여 있었다. - P41

‘하루에도 여러 번 그곳을 드나들었고, 때때로 그곳에서나와 만나기도 했다. 함께라는 것에 마음이 짠해지는 순간, 얼마나 자주 우리는 함께 일을 봤을까? 우리가 삶을 나누기 전에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우리 몸이 화음을 맞추던 순간.
깨끗함에 대한 분명한 욕망으로 너는 있는 힘을 다해 손으로 모래를 박박 긁고, 화장실 벽과 바닥을 번갈아 긁어대면서 청소에 집착했다. 그리고 나는 네 건강에 대한 염려로 네가 생산해 낸 것들을 찬찬히 살폈다.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나누는 삶은 이런 종류의 친밀함도 나누게 했다. 친밀함과 조심스러움. 친밀함과 존중. 물론 그곳에서도 나는 네 뒤치다꺼리를 하는 입장이었다. 네가 내 뒤치다꺼리를 해주는 일은 없었다. - P42

사랑은 계산되지 않는다. 너는 군림했으므로 이런 일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종종 너는 이 비밀 구석에서 볼일을 보고 난 후 정신 나간 듯 아파트를 뛰어다니고 서재로 달려들고는 했다.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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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2-06-02 12: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표지의 고양이가 사랑스럽습니다!

프레이야 2022-06-03 07:49   좋아요 3 | URL
서곡 님 저도 표지 냥이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자꾸 보게 되네요. 눈망울 하며^^

라로 2022-06-02 16: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여기는 펫보험 비싸서 저희도 안 들었어요. 예방주사 맞으라고 할 때 가서 맞고 그러니까 아직까지 저희 샘도 별 문제 없는데 그아이도 더 늙기 전에 보험을 들긴 들어야 할 것 같아요. 사람이든 개든 고양이든 노후 대비는 해야 하니까. 모꾸도 토하는 게 멈춰야 할텐데,,, 혹시 식중독 같은 건 아닌지 병원에 가보긴 하셔야 될 것 같아요. 아무일 아니길요. 책은 일단 보관함으로.

프레이야 2022-06-03 07:48   좋아요 2 | URL
식중독 아니고 잘 먹고 잘 놀긴 해요. 원래 고양이는 가끔 토하는데 잦은 것 같아 좀 놀랐어요. 춘란 잎 뜯어먹고 토하기도 하고. 샘도 건강히 오래 행복하길^^

바람돌이 2022-06-02 22: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요즘은 펫보험도 있군요. 반려동물들 아프면 병원비가 정말 사람보다 더 많이 나가더라는.... 예전에 길에 쓰러져 있는 강아지 한마리를 주웠는데 걔가 다리를 다쳐서 병원비가 장난 아니게 들었었어요. 주인 찾으면 청구하려고 했는데 주인이 안 나타나서.... 사람이 아니고 동물이라 하더라도 함께 산다는건 결국 책임을 동반하는거라 쉽지 않을듯요.

프레이야 2022-06-03 07:45   좋아요 2 | URL
그런일이 ㅠ 다리 다친 강아지면 수술비부터 많이 들고 오래 관리해줘야 했을 건데요. 고생하셨습니다. 주인 안 나타나 어떻게 되었나요 불쌍해라.

scott 2022-06-03 00: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반려 동물에 대한 여러 제도가 생겨도 생겨도 넘 ㅎ 부족 합니다 ㅠ.ㅠ

가벼움과 다정함이 필요한 때
프레이야님 옆을 지키는
냥이 한 마리
     />  フ
     |  _  _ l
     /` ミ_Yノ
     /      |
    /  ヽ   ノ
    │  | | |
 / ̄|   | | |
 | ( ̄ヽ__ヽ_)__)
 \二つ

프레이야 2022-06-03 07:50   좋아요 3 | URL
오모나! 표지 냥이랑 같아요.
작픔이야요 스캇님 고맙습니다 ^^
반려동물이 이리 많아졌는데 제도는 아직 너무 빈약하네요. 관리도 안 되어 유기도 많고.

mini74 2022-06-03 13: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박완서 그 많던 싱아는~~~ 에 뒷간 장면 생각납니다 ㅎㅎㅎ 참 이상하죠 저도 우리 똘망이 응가는 괜찮다는. 막 눈 마주치며 응원하고 잘 했다고 칭찬하면 막 으스대며 간식달라고 하고 ㅎㅎㅎ 다정하고 기분좋은 글덕에 행복합니다 *^^*

프레이야 2022-06-03 18:18   좋아요 2 | URL
그죠그죠 ㅎㅎ 그게 우리 애들 어릴 적에 키울 때도 그랬지 않나요. 변기에 가서 응가 잘하고 나면 막 박수치면서 으샤으샤 칭찬해줬거든요. 그럼 애도 으스대면서 자존감 높아지는 느낌. ㅎㅎ 똥 싸는 것은 실로 대단한 일입니다. 스스로!

희선 2022-06-04 02: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양이가 잘 처리해도 그걸 또 치워야 하는 건 사람이군요 그런 거 몰랐습니다 그걸 그냥 두면 안 되기는 하겠습니다 누군가는 동물과 사는 걸 아이 기르는 것과 비슷하다고도 하더군요 여러 가지 챙겨주기도 해야겠지만, 동물이 사람한테 주는 것도 많을 것 같아요


희선

프레이야 2022-06-04 13:02   좋아요 1 | URL
ㅎㅎ 네 많은 걸 주지요. 제일 많은 건 털이요. 그보다 그냥 존재가 주는 것 자체인 것 같아요. 이쁨으로 다해요. 이불 속에 들어와 다리에 기대고 잠이 들어주는 것도 황송해 하며 고맙지요.

얄라알라 2022-07-08 15: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축하드립니다요^^

프레이야 2022-07-08 19:5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mini74 2022-07-08 17: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따땃하고 좋았던 글 *^^* 축하드립니다 ~

프레이야 2022-07-08 19:53   좋아요 2 | URL
ㅎㅎ 날이 너무 따땃하네요. 고맙습니다.

거리의화가 2022-07-08 17: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집사가 아닌데도 이 글 읽으면서 프레이야님과 냥이의 모습을 떠올렸더랬습니다.
이달의 당선 축하드립니다^^

프레이야 2022-07-08 19:54   좋아요 3 | URL
화가 님 고맙습니다 ^^

이하라 2022-07-08 18: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이달의 당선 축하드려요.^^
행복한 시간 되세요.^^

프레이야 2022-07-08 19:55   좋아요 3 | URL
고맙습니다 ^^ 행복한 금요일 저녁 보내세요 이하라 님.

새파랑 2022-07-08 18: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당선 축하드립니다 ^^

프레이야 2022-07-08 19:55   좋아요 3 | URL
새파랑 님 고맙습니다 ^^

그레이스 2022-07-08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저도 축하드려요~~

프레이야 2022-07-08 19:55   좋아요 2 | URL
그레이스 님 고맙습니다 ^^

러블리땡 2022-07-09 23: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축하드려요~ 먼저 떠난 반려묘를 위한 편지라니 궁금하네요 ^^

프레이야 2022-07-10 09:20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 사랑스러운 책이에요.

thkang1001 2022-07-10 09: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휴일 보내세요!

프레이야 2022-07-10 09:20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
덥지만 즐거운 휴일 보내세요.

thkang1001 2022-07-10 09: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꼬마요정 2022-07-10 10: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당선 축하드려요!!
고양이는 참 사랑스러운 존재입니다. 화장실도 잘 가리구요^^ 늘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랍니다^^

프레이야 2022-07-10 12:45   좋아요 1 | URL
다냥이들이랑 사는 꼬마요정 님
사랑이 넘치시는 분^^ 화장실 잘 가리는 거 진짜 댕댕이들이랑 다른 거 같아요. 어찌 신기한지요. 냥이랑 오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