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팀전 2007-01-24
늦었지만.. 멀리서 오시느라 고생많으셨습니다.^^ 가시는 길도 예사롭지 않았네요.^^
<신기생뎐>은 꽤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따뜻한 봄날,어디 풀밭에 앉아서 진양조 가락으로 읽어줘야 적당할 듯 합니다.
최근 경향신문의 책읽기365에서도 소설가 김주영님이 이 책을 극찬했더군요.
컴퓨터가 느려터져서...옮기기 귀찮아하는 제가 특별히 님을 위해 준비했어요.
다음에 또 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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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읽은 소설 중에서 그 작업의 고통을 십분 짐작할 수 있는 몇 작품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이현수의 ‘신기생뎐’(문학동네)은 작가가 감내해야 했던 작업의 고통, 그 질긴 인내심이 손에 잡힐 듯하다. 먼저 출간된 ‘토란’에서도 치열한 작가정신이 배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그 놀라운 느낌이 ‘신기생뎐’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감칠맛 나는 언어구사, 끊임없이 이어지는 걸쭉한 입담, 흐트러짐이 없는 완벽한 구성, 내공이 느껴지는 작가의 깊은 시선…. 우리의 정통 음식을 비롯한 소리와 춤에 대한 빼어난 해석, 맛과 멋, 색과 촉감 같은 오감에 이르는 다양한 묘사가 어느 것 하나 소홀함이 없이 아름답고 조화롭게 녹아들어 있다. 그런가하면 인물들의 신산스러운 삶의 이력들을 눈이 시리도록 선명하게 그려낸다.
이현수의 소설은 나를 두렵게 한다. 나를 아득하게 만든다. 내게 희미하게 남아 있는 근력으로썬 이 작가가 지닌 열정의 크기와 능숙함을 따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의 소설에는 비탄에 잠기거나 증오하거나 변덕이나 불화가 없다. 세상의 모든 궂은 일과 누추함도 그 작가의 손끝에서는 용서와 화해로 변하는 너그러움이 있다. ‘신기생뎐’에 이런 대목이 있다. “사랑은 말이다. 비누가루랑 똑 같은 기다. 거품만 요란했지 오래 쓰도 못허고, 생각없이 그 물에 손을 담그고 있으마 살 속에 기름만 쪽 빼 묵고 도망가는 것도 글코, 그 물이 담긴 대야를 홱 비아뿌만 뽀그르르 몇 방울의 거품이 올라오다가 금세 꺼져뿌는 기 똑 닮었다.” 이처럼 달관한 인생이 아니라면, 할 수 없는 말들이 그의 소설 속에는 여러 번 눈에 띄어 가슴 찡하게 만든다.
〈김주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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